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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Food Talk Talk)] 억제된 모험, 마늘의 매운맛

경악전서(32), 고금도서집성 의부전록(3), 광제비급(28), 교주부인양방(3), 군중의약(1), 금궤요략(3), 금료소초(3), 급유방(6), 내의원정례(탁지정례) (1), 단곡경험방(8). 이들은 '마늘'이란 키워드로 검색한 한의학 고문서DB에 수록되어 있는 결과로, 괄호안 숫자는 마늘이 언급된 횟수다. 이 가운데 금료소초(金蓼小抄)에는 "卒然中暑氣閉, 取大蒜一握, 道上熱土雜硏爛, 以新汲水和之, 濾去滓, 灌之卽蘇. 見(避暑錄). 갑자기 더위를 먹어 숨이 막힌 경우에는, 마늘 한 줌과 길 위의 뜨거워진 흙을 한 데 섞어서 문드러지게 갈아서 새로 길어온 물에 타서 찌꺼기를 걸러내고 입 속에 부어주면 즉시 깨어난다"라고 쓰여있다. 본초강목에서는 기를 내리고 악창을 아물게 하고, 토혈을 멎게 하고, 심장병에 도움을 준다고 했으며, 허준의 동의보감에서는 비장을 튼튼하게 하고 위장을 따뜻하게 한다고 했다. 한국인에게 필수적 조미 작물로 알려진 마늘은 우리에게 100가지가 유익하고 단 한 가지 단점이 있다고 알려졌는데, 특이하면서 불쾌한 냄새가 난다는 뜻에서 일해백리(一害百利)라고 하였다. 마늘, 고추냉이, 양파와 같은 조미 향신료의 매운맛은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맛이라기보다 자극과 고통이라는 감각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 맛을 즐기는 이유는 매운 물질을 감지할 때 나타나는 인체의 불편한 경고(시그널)에 대한 일종의 '억제된 모험'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전혀 위험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감각의 정상적인 의미를 무시하고 고통을 그 자체로 감수하게 되는 것이다. 매운맛과 같은 통증 감각은 뇌에서 천연의 통증 완화물질을 분비하기 때문에 화끈거리는 느낌이 사라지면 은근히 쾌감이 남게 된다. 우리가 자극적인 음식을 반복적으로 즐기는 이유는 이러한 자극이 섭식에 새로운 경험을 추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극적인 냄새를 내는 화학적 원인 물질은 메탄에티올과 메틸알릴설파이드라는 함황화합물이다. 이러한 물질은 마늘이 소화기관을 통과할 때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식후 6~18시간 사이에 냄새가 정점에 달한다. 한편, 입안에 잔류하는 티올이라는 냄새 성분은 과일과 채소에 함유되어 있는 갈변 효소에 의해 마늘 냄새를 무취한 분자 형태로 변형할 수 있으므로 마늘 섭취후에 샐러드나 사과를 먹으면 냄새 제거에 도움이 된다. 클로라민을 함유한 구강 세척제도 마늘의 냄새 제거에 효과가 있다. 마늘 냄새를 싫어하는 서양에서조차 마늘이 갖는 살균작용 및 유해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항 바이러스 작용 등 약리적 기능성으로 세계 10대 슈퍼푸드로 선정한 바 있다. 마늘이 슈퍼푸드로 선정된 이유 중 하나는 알리신(allicin)과 아조엔 등과 같은 강력한 항암성분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늘의 매운맛 성분인 알리신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전 형성을 억제하는 약리적 작용을 하여 심혈관 질환자나 당뇨환자에게 권장하고 있다. 마늘은 피로회복 비타민인 비타민 B의 흡수를 도와 체내 에너지 대사를 북돋는다. 마늘은 기원전 4000년경 이집트 피라미드 건축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마늘에 대한 비용을 적은 기록이 피라미드 벽에서 발견되었을 정도이며, 우리나라 삼국유사에 마늘(蒜)과 쑥을 먹고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아 사람이 되었다는 건국 신화에서 알 수 있듯이 마늘은 우리 민족과 함께 한 대표식품이다. 마늘의 원산지는 지중해 연안의 유럽 혹은 중앙아시아로 추정한다. 고대부터 요리의 재료보다는 약재로 널리 이용되어 왔으며, 국내에서 생산되는 재래종으로 추운 지역에 적응한 지형과 따뜻한 기후에 적응한 난지형으로 구분한다. 재배 수량, 병해충 저항성 등 다양한 이유로 도입되어 적응한 도입종으로 남도마늘, 대서, 자봉마늘 등이 있다. 마늘은 무게의 60%가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비타민 C, 비타민 B1과 B2, 칼륨, 인 등의 다양한 다양한 영양소가 들어 있으며 항산화 작용을 하는 생리활성물질인 폴리페놀과 유기화합물인 알린(alliin)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특히 알린은 마늘의 매운맛과 독특한 향을 풍기게 하는 주성분으로, 알린 자체에는 향이 없지만 마늘을 다지거나 썰게 되면 마늘 속에 들어있던 알리나제(allinase)라는 효소가 작용하여 알린이 알리신으로 전환된다. 마늘의 알리신은 강력한 항균 작용을 하고 결핵균, 무좀균 식중독을 일으키는 비브리오균, 콜레라, 장티푸스균 살균 효과가 있다. 마늘에 함유된 플라보노이드는 다양한 생리활성 물질이 풍부하고 위암이나 위궤양의 원인균인 헬리코박터균의 증식을 억제한다. 항암, 항산화 효능이 우수하고, 비타민 B는 우리 몸의 면역체 형성에 도움이 된다./연윤열 ESG푸드테크 소사이어티 대표

2024-10-30 10:53:13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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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의 '청맹과니'] 우리시대 역이기를 위하여

중국의 진나라 말기, 진류현에는 나이가 60이 넘은 역이기라는 노인이 살고 있었다. 그는 책읽기를 좋아했고, 뛰어난 능력과 큰 포부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러나 진류현의 사람들은 그의 능력을 알아보지 못했다. 집안이 가난했던 역이기는 성문을 지키는 문지기를 했다. 성문을 드나드는 소위 '영웅'이란 자들을 눈여겨보면서, 자신이 의탁할 사람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 날, 유방이 지나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역이기는 사람들에게 부탁해서 유방을 만날 수 있었다. 유방을 만났을 때, 유방은 의자에 앉아 시녀에게 자신의 발을 씻기게 하고 있었다. 역이기는 '정의로운 마음으로 봉기를 하였다는 자가, 연장자를 이런 태도로 맞이하는가?'라며 호통을 쳤다. 유방은 역이기가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깨닫고, 그를 상석에 앉혔다. 이후 역이기는 유방을 도와 진나라와 항우를 무찌르고, 한나라를 세우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역이기는 나이 60이 될 때까지도 능력을 인정받지 못 했지만, 다행히 유방을 만나서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었다. 그렇지만 긴 역사 속에서, 넘칠 만큼 지혜를 가지고도,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 능력을 썩혀버린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그리고 지금 이 시대에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능력자들은 얼마나 많을까? 최근 흑백요리사라는 예능프로가 큰 화제가 되었다. 스타 셰프인 '백수저'들에게 재야의 고수 '흑수저'들이 도전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다. 흑수저들 중에는 학생들의 급식을 책임지시던 '급식대가', 중식당의 배달원부터 시작해서 자신의 식당을 차린 '철가방', 만화책을 보고 요리를 배웠다는 '만찢남'과 같은 분들이 있었다. 모두 흔히 만날 수 있는 우리들의 이웃들이다. 비록 훌륭한 스승 밑에서 교육받은 분들은 아니지만, 생업에 종사하시면서 틈틈이 요리를 연구하셨지만, 그분들은 끊임없이 노력해 오셨다. 최고의 셰프 앞에서도 흑수저 요리사들은 당당했다. 가끔씩 흑수저 요리사가 승리할 때, 시청자들은 박수를 쳤다. 평범한 우리의 이웃들이 승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열심히만 살면, 세상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위치까지 올라갈 수 있다.'라는 희망을 보여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가슴이 뻥 뚫리게 만드는 카타르시스였다. 이 흑수저 요리사 분들이야 말로 진정한 우리시대의 '역이기'인 것이다. 물론 맛이라는 것은 주관적인 요소가 많은 분야다. 그래서 올림픽의 육상경기처럼 완전히 객관적인 판단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에서는 공정한 심사를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출연한 요리사들도 최선을 다해서 기량을 발휘했다. 경쟁이란 것에는 승자와 패자가 생기기 마련이지만, 이런 경쟁에서는 승패가 중요하지 않다. 백수저 요리사이든, 흑수저 요리사이든 자신이 살아온 삶의 철학을 요리에 담아내려는 노력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웠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보여주는 청사진일 것이다. 경쟁의 기회, 공정한 심사, 그리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우리 모두가 꿈꾸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주신 여러 요리사님들께 시청자 한 사람으로서 깊은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우리 시대의 모든 분야의 '역이기'들에게도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아직 우리 사회에는 희망이 있다. 김준형 / 칼럼니스트(우리마음병원장)

2024-10-29 12:58:09 구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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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K-위스키의 발전을 위한 제언] ④전통주 접목 통해 글로벌 공략해야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K-문화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국의 다양한 문화 요소들이 주목받고 있다. K-팝, K-드라마, K-푸드에 이어 이제는 K-위스키가 새로운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의 위스키 산업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지만 전통주와 현대적인 감각이 어우러진 독특한 스타일의 K-위스키가 등장하면서 국내외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K-위스키의 가장 큰 잠재력은 한국 전통주와의 접목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은 오랜 역사 동안 다양한 전통주 문화를 발전시켜 왔으며 이 전통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스타일의 위스키는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발효 방법과 현대적인 증류 기술을 결합한 차별화된 K-위스키는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다. 또한 세심한 디테일을 중요시하는 한국의 장인정신과 이를 통해 성취한 높은 문화적 완성도 역시 K-위스키에 접목할 수 있는 부분이다. 위스키는 보리에서 몰트, 몰트에서 맥즙, 맥즙에서 맥주, 맥주에서 증류주, 증류주에서 숙성 원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변수가 개입하며 변화한다. 개별 요소에 대한 세밀한 분석과 이를 적용한 기획으로 세계가 놀랄 만한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현재 국내 위스키 시장은 소수의 애호가들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이를 넘어 위스키 문화를 대중화하기 위해서는 접근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다양한 가격대의 위스키를 제공함으로써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한 위스키에 대한 교육과 체험 기회를 확대하여 소비자들이 위스키의 매력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위스키 시음회, 강연, 워크숍 등을 통해 위스키에 대한 지식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전문가, 인재 양성 역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위스키 제조와 관련된 다양한 전문 지식을 갖춘 인재들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연구 개발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스코틀랜드 헤리엇와트대학이나 양조증류협회(IBD) 등 훌륭한 전문가 양성기관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또한 전통주 제조 기술과 현대적 증류 기술을 결합할 수 있는 인재들이 필요하다. 정부와 주류업계가 협력하여 이러한 인재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K-위스키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또한 국내 위스키 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로컬 증류소와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한국에는 이미 다양한 전통주 증류소들이 존재하며 이들과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K-위스키 브랜드를 개발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소규모 증류소들이 가진 전통적인 제조 기술과 노하우를 현대적인 위스키 생산에 접목시킨다면 한국만의 독특한 위스키 문화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역 사회의 지원이 필요하며 로컬 증류소들이 위스키 생산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이루어져야 한다. K-위스키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도 중요하다. 뉴월드 위스키 사례를 바탕으로 한국도 충분히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뉴월드 위스키는 전통적인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위스키와는 다른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성공을 거두고 있다. 대만, 인도 등 여러 나라에서 자국의 독특한 원료와 문화적 요소를 결합하여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뉴월드 위스키들이 그 예다. 이미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K-위스키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글로벌 시장에서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해외 주요 위스키 박람회에 참여하거나 국제적인 상을 겨냥한 고품질 제품을 개발하는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한국 고유의 문화적 요소를 강조한 마케팅을 통해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K-위스키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전통과 현대적인 감각이 융합된 새로운 형태의 위스키는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위스키 산업은 이제 막 시작 단계에 있다. 그렇기에 앞으로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한국의 위스키가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날을 기대해본다. /정성운(서울대 사회학과 졸, 영국 헤리엇와트대학교 양조증류학 석사, 現 골든블루 마케팅팀)

2024-10-28 11:23:49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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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항산화 성분 풍부한 여왕의 과일 '무화과'

이따금 입맛이 없을 때는 별미를 찾게 된다. 기름진 육류 위주의 요리나 맛도 모양도 화려한 디저트 종류도 좋겠지만 역시 향만으로도 군침이 돌게 하는 과일만 한 게 없다. 특히 평소 자주 접히기 힘든, 이국적인 과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거기에다가 영양소까지 가득하다면 금상첨화다. 바로 '무화과'가 그런 과일이다. 터키로 대표되는 소아시아 지역과 지중해 쪽이 원산지인 무화과는 수천 년 전 이집트에서 재배되었다고 할 만큼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가 즐겼다 하여 여왕의 과일이라 불린다. 우리나라에는 조선 말기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주로 따뜻한 남쪽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다. 무화과(無花果)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연암 박지원은 『열하일기』에서 "꽃이 없이 열매를 맺는 이상한 나무"라고 무화과를 묘사하였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는데 우리가 열매라고 알고 먹는 부분이 바로 무화과나무의 꽃이기 때문이다. 무화과에는 폴리페놀의 일종인 레스베라트롤 성분이 함유돼 있다. 항산화, 항염, 항암 효능이 있으며 몸에 안 좋은 콜레스테롤을 낮춰 혈관 건강을 개선해 준다. 역시 플라보노이드의 한 종류인 안토시아닌 또한 레스베라트롤과 비슷한 효능이 있는데 잘 익은 무화과의 보랏빛이 안토시아닌 때문이다. 이처럼 몸에 좋은 성분이 껍질에도 풍부해서 되도록 신선한 무화과를 껍질째 먹는 게 맛도 영양도 가장 잘 살려 무화과를 즐기는 법이라 할 수 있다. 무화과는 필수 무기질이나 비타민 역시 풍부하게 들어있다. 사과, 딸기, 오렌지 등 평소 우리가 흔히 즐기는 과일들과 비교했을 때 칼슘과 칼륨, 마그네슘 함량이 떨어지지 않는다. 다른 과일류에는 많지 않은 비타민 K 또한 풍부하다. 무화과를 구입할 때는 눌러보았을 때 살짝 말랑한 것이 좋으며 표면의 적갈색이 고르고 상처가 없는 것을 선택한다. 실온에서는 1, 2일이면 물러지기 때문에 바로 먹지 않는다면 냉장 보관을 하는 것이 좋다.

2024-10-28 05:33:07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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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기술에 대한 예술의 믿음

기술의 발전이 일상을 넘어 예술의 영역으로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로 인해 낯선 형태의 예술이 등장하고, 예술 창작의 전통적인 개념마저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실제로 기술은 예술가들에게 창의적인 도구로 사용되고 있으며 기술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롭게 영역 간 경계 없는 작업을 발표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제아무리 빼어난 기술도 예술의 본질적인 요소인 인간의 감정, 경험, 직관을 대체할 수 없다는 점에선 한계가 명확하다. 기술이 과연 예술의 미래인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이에 미술관을 포함한 예술 기관에선 당대 흐름을 반영하는 차원에서 기술과 예술의 융·복합 전시를 기획하면서도 현시점과 방향에 대한 논의도 빼놓지 않고 있다. 울산시립미술관은 오는 11월 14일부터 내년 2월 16일까지 '예술과 인공지능'을 주제로 한 특별전을 연다. 독일의 유명 작가이자 무빙 이미지 제작자인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을 포함해 스테파니 딘킨스(Stephanie Dinkins), 오묘초(OmyoCho) 등 모두 20여명의 작가들이 참여하는 이번 전시는 예술 창작의 원형에 초점을 맞춘다. 더불어 예술과 기술 융합의 시대를 4개의 섹션(기술과 예술의 만남, 예술의 본질 등)으로 나눠 조망한다. 미술관은 전시 기간 중 국내외 전문가를 초빙해 동시대 기술과 예술의 조류를 진단하는 포럼을 연계 행사로 개최한다. 포럼에선 예술가가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방식으로 인간적 감성을 담아낼 수 있는지, 기술에 대한 지나친 의존으로 인해 발생하는 고유 자생적 표현 능력의 상실과 피상적 감각 체계의 학습에 따른 지적 퇴행을 가져올 우려는 없는지 등을 짚어본다. 영등포문화재단도 11월 4일까지 융복합기술탐구 기반 전시 '시간과 이야기(Time and Narrative)'를 선보인다. (구)농협하나로마트에서 지난 24일 개막한 해당 전시는 문화 도시 특화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며, 김신일, 비홉(BIHOP), 김동현, 최종운, L.A.B, 이지연, 소수빈, 크사베리 콤퓨터리(PL,Ksawery Komputery), 이은정&조혜정, 네비게이터, 티슈오피스 등 선정 작가와 기획 작가 총 18인이 함께한다. 재단 역시 포럼(11월 3일)을 통해 로컬 문화와 예술이 공존하는 영등포의 지역성을 고찰한다. 영등포라는 장소를 바탕으로 기술과 예술의 동행이 인간 삶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살핀다. 세부 범주엔 포스트 휴먼, AI 존재론, 도시 기반 생태계 전반이 포함돼 있다. 기술과 예술에 관한 전시와 담론 형성을 위한 학술행사는 종종 있어 왔다. 최근만 해도 융·복합 콘텐츠의 창·제작을 중심으로 하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ACT(Arts & Creative Technology)를 비롯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예술과 기술융합지원 사업’에 의한 여러 프로그램 및 국제 컨퍼런스가 펼쳐졌다. 이 밖에도 국립현대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아트센터나비 등 기술과 예술의 창조적 가능성에 주목하고 예술의 미래를 점쳐보는 무대는 적지 않았다. 서울문화재단의 서울융합예술페스티벌(Unfold X 2024)도 오는 11월 7일 개막을 앞두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 미술관과 기관에 소개된 전시들은 높은 기술력을 자랑할 뿐 반드시 예술의 정의에 부합한다고 보기엔 곤란한 경우가 드물지 않았다. 단지 시각 만족에 그친 채 휘발되는 사례도 곧잘 눈에 띄었다. 학술 프로그램 또한 일반론에 머무르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기술과 예술의 상호 작용이 서로의 한계를 확장할 것이라는 기대와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창출하리라는 믿음은 유효하다. 싫든 좋든 기술에 대한 예술의 관심은 거스를 수 없는 동시대 미술의 한 현상이라는 것도 분명하다.■ 홍경한(미술평론가)

2024-10-27 12:37:17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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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오 변호사의 콘텐츠(Content) 법률 산책]패스트무비 등 리뷰 콘텐츠 제작자는 긴장해야

바쁜 현대인들의 일상에서 짧은시간에 자극적으로 즐길 수 있는 '숏폼(short-form)' 콘텐츠는 이제 필수불가결한 것이 됐다. 콘텐츠 소비시간이 줄어들면서 기존의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까지도 짧은시간 내로 요약해 결말까지 알려 주는 '패스트무비(fast movie)' 등의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패스트무비'는 한 편의 영화나 여러 회 분량의 드라마 시리즈를 요약한 리뷰 영상 콘텐츠를 말하는데, 장편 또는 장시간의 콘텐츠를 핵심만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수요와 맞물려 비슷한 콘텐츠가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다. 이러한 '패스트무비'는 해당 콘텐츠의 영상과 음성, 내용 등을 편집ㆍ요약해 제공하는 것입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저작권자의 이용허락을 받지 않았다면 저작재산권 침해 등(복제권, 공중송신권 침해 등)을 구성하게 된다. 과거부터 '패스트무비' 등이 원저작물(요약된 영화 등)의 흥행이나 홍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사실상 묵인되거나 어떨 때에는 제작사 측에서 직접 패스트무비의 제작을 의뢰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패스트무비'가 원저작물과 대체적 관계에 있어서 원저작자의 피해로 귀속된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어서 저작권자들의 적극적인 대응도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제작년 동경지방재판소가 패스트무비 제작자에게 5억엔(약 5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 화제가 됐다. 비슷한 시기에 다른 지방재판소에서는 패스트무비 제작자에게 징역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한 지상파 방송사가 패스트무비 유튜브 채널들에 대해서 저작권법 위반 등으로 고소를 제기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패스트무비'의 경우에는 저작권자로부터 이용허락을 받지 않은 이상 저작재산권 침해를 부정하기 어렵고, 거의 대부분의 '패스트무비'는 유의미한 창작적 노력이나 변형 없이 원저작물의 핵심내용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용의 목적이나 성격, 이용된 부분의 비중(거의 모든 분량), 원저작물의 수요를 대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 등에서 공정이용 조항(저작권법 제35조의5) 등이 적용되기도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패스트무비'와 관련해 민사, 형사상의 법적조치가 이뤄지게 된다면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은 물론이고 저작권법 위반에 따른 형사책임까지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영화 유튜버 등은 창작하는 리뷰 콘텐츠의 성격상 원저작물의 이용이 불가피하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타인의 창작물을 이용하는 이상 원저작물의 저작자로부터 이용허락 등을 받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리뷰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도 결국은 창작자이므로 창작자와 창작물의 보호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2024-10-27 12:36:43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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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57>국민 마리아주 와인의 탄생…몬테스 윙스

<257>칠레 몬테스 윙스 같은 작물인데도 늦게 익는 만생종이 있다. 와인을 만드는 포도 품종 중에서는 까르미네르가 그렇다. 제대로 맛이 들기 전에 일찍 수확하면 풀을 씹는 것 같이 풋내가 나고 신맛만 튄다. 그렇다고 푹 익혀버리면 과일잼이 되어 버린다. 달달한게 산미라곤 없는 밋밋함으로 사람을 금방 질리게 한다.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을 시기를 찾아냈더니 잘 익은 과실미에 부드러운 타닌으로 마시기 쉽고, 음식의 맛은 더 살려주는 후추같은 와인이 됐다. 프랑스에서 멸종됐던 품종 까르미네르가 칠레에서 다시 태어났다. 프랑스와 달리 칠레 천혜의 기후에서는 잘 익으면서 병충해를 피할 수 있었고, 와이너리 몬테스가 까르미네르를 제대로 이해하고 해석해 내면서다. 칠레 와이너리 몬테스의 카를로스 세라노 수출총괄 이사는 최근 '몬테스 윙스' 출시를 기념해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까르미네르는 어디서 재배하는지, 어떻게 양조하는지에 따라 잠재력이 크게 차이가 난다"며 "포도가 익어 당도가 올라온 뒤에도 부드러운 타닌을 위해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폴리페놀이 완숙될 때까지 기다린다"고 설명했다. 잘 익은 까르미네르는 검은 후추 풍미에 모카 커피의 느낌까지 품게 된다. 사실 몬테스 역시 까르미네르라는 난제를 잘 풀어내기가 쉽지는 않았다. 원산지 프랑스에서는 배울 것이 없었고, 만생종임을 알고 있어도 비가 오는 6월 전에 빨리 수확하고자 하는 조바심이 컸다. 처음엔 와인을 양조하면서도 카버네 소비뇽 70%에 까르미네르를 30%만 섞어 보는 식으로 시작했다. 세라노 이사는 "품종에 확신이 설 때까지 연구를 거듭하고는 2003년에 까르미네르 비중이 92%인 아이콘 와인 '퍼플 앤젤'을 선보이며 선구자로 우뚝 서게 됐다"고 강조했다. 몬테스가 찾은 모범답안은 까르미네르를 주품종으로 하되 다른 품종을 약간 섞어 고유의 특징을 더 끌어올리도록 하는 것이다. 몬테스 윙스는 까르미네르 85%에 카버네 프랑 15%를 섞었다. 까르미네르 자체로도 충분하다는 자신감이 이었던 만큼 다른 풍미나 아로마를 더하는 품종이 아니라 구조감만 보충해줄 카버네 프랑을 선택했다. '몬테스 알파 까르미네르'는 까르미네르 90%에 카버네 소비뇽 10%를, 퍼플 앤젤은 까르미네르 92%에 쁘띠 베르도 8%로 만든다. 몬테스 윙스 2020은 코에서는 블루베리 같은 검은 과실에 향신료, 모카향 등 복합적이다. 입에서는 타닌은 실크같이 부드럽고, 좋은 구조감에 실제 산도가 높지 않음에도 충분히 신선하고 생기가 있다. 과한 구석이 없는데 후추같은 칼칼함이 있다보니 음식이랑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릴 와인이다. 매콤한 양념 육류와도 마시기 부담없고, 와인과 상극이라는 겨자 소스와 같이 마셔도 좋다. 특히 와인하고는 제약이 많았던 한식 입장에서는 국민 마리아주급 와인이 생겨난 셈이다. 몬테스 윙스는 까르미네르 품종의 혁신 뿐만 아니라 와이너리 입장에서도 의미가 있다. 창업자인 아우렐리오 몬테스 시니어와 그의 아들 아우렐리오 몬테스 주니어가 함께 만든 와인이어서다. 같은 이름에 같은 공간에서 지냈지만 그간은 각자 고유의 영역을 지켜왔다. 하나의 와인에 같이 매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쪽 날개만으로는 날 수 없다. 그래서 윙(Wing)이 아닌 윙스(Wings)다. 두 세대 서로가 한 쪽 날개가 되어 함께 비상하겠다는 몬테스의 미래와 희망을 와인에 담았다.

2024-10-24 17:29:56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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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 체감물가

요즘 고깃집에 가면 상추, 깻잎 등 야채 인심이 박하다. 아예 조금 내놓거나 넉넉히 주더라도 부족한 것을 채워주진 않는다. 야채값이 올라 어쩔 수 없다는 게 주인장의 설명이다. 깻잎 한 장이 100원이란 소리까지 나온다. 물가상승률이 한국은행 목표치(2.0%)에 근접해 기준금리가 인하(3.50%→3.25%)됐지만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다. 한은이 내놓은 '9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농림수산품 생산자물가지수(125.81)는 한달 전과 비교해 5.3% 상승했다. 지수 기준으로는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고치다. 부문별로 보면 농산물이 전월 대비 5.7%나 상승했다. 배추는 61.0%나 급등했다. 토마토 51.1%, 상추도 44.7%나 뛰었다. 축산물도 마찬가지다. 돼지고기(16.1%), 쇠고기(11.1%)를 중심으로 8.2%나 상승했다. 밥상물가가 오르니 여기저기 아우성이다. 야채값이 오르면서 '금치', '금추'란 말이 나온다. '기후인플레이션(기후 변화에 따른 물가상승)', '런치플레이션(점심값 상승)', '피시플레이션(생선값 상승)', '애그플레이션(농산물 등 식료품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 등 신조어가 새롭지 않은 시대다. 일반 식당에서 김치찌개, 된장찌개 1인분 1만원이 보통이다. 직장인들은 가성비 좋은 맛집을 찾기 바쁘다. 젊은층은 점심값을 아끼기 위해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라면으로 끼니를 대신하기도 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금 국민이 느끼는 고통은 인플레이션, 물가 상승률이 아니라 물가 수준 자체가 높기 때문"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품·주거 등의 물가를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은이 보고서를 통해 현재 수입하지 않는 농산물을 중심으로 수입 품목을 다양화하고, 교육제도 등을 통해 주거비용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얘기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라며 "물가 수준을 낮춰야 한은의 신뢰성도 커지는데, 지금 물가 상승률로는 해결할 수 없고 구조 조정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엥겔지수(생계비 중 식비가 차지하는 비율) 상승은 서민에게 재앙이다. 식료품비 지출이 늘어나면 생활고를 피할 수 없다. 외식 산업 또한 타격을 입게 된다. 음식점들은 식재료 비용 인상분을 소비자에게 전가 시킬 가능성이 높다. 신선식품과 연동되는 가공식품이나 생필품 가격도 도미노 처럼 오를 우려가 있다. 물가상승은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의 경우 원료값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된다. 가격 경쟁력도 떨어져 수출 부진으로 이어진다. 물류비용도 크게 늘어나 해운, 항공 등 산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준다. 식당은 물론 요식·숙박·여행업, 레저 스포츠 등 연관 산업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어린시절 시골에서 자랄땐 물을 사먹을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10년, 20년 후엔 또 어떤 일이 일어날까. 돈 쓸 일은 많아지고, 또 비싸지고 있다. 그러니 소비를 줄인다. 두 벌 사던 옷은 한 벌을 산다. 쇠고기 대신 돼지고기를 먹는다. 내수(소비+투자)가 위축되는 이유다. 내수가 위축되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직격탄이다. 대기업이 투자를 줄이니 중견기업은 더 어려워진다. 우리나라 경제가 쪼그라드는 이유다. 경제성장률 연 2.0% 시대다.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농수산물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생산·유통을 데이터화해 관리해야 한다. 핵심 수출품목도 늘려야 한다. 수 년이 걸려도 가야할 길이다. 잠재성장률이 높아지고, 경제전망이 밝아야 기업이든 가정이든 지갑을 연다. /금융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2024-10-24 07:40:23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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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오의 신비한 심리사전] 나쁜 감정의 좋은 이유

심리검사를 하거나 임상장면에서 많은 내담자나 환자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많은 경우 부정적 정서로 알려진 우울과 불안감이 마치 기본 옵션처럼 따라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검사를 다 마치기도 전에-그래선 안 되지만-진단명이 떠오른다. 그런데 이런 흔한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필자의 머리에 항상 한때 지속되던 질문이 슬며시 떠오른다. '인간이 진화를 했다고 하는데 도대체 왜 이렇게 고통스러운 감정과 혼란을 경험하도록 진화했단 말인가?' 여기에 좀 더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 '아니 세상에는 꼭 이런 우울, 불안 혹은 분노 뭐든 좋다…. 그런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지 않고 그냥 조증(躁症)인 기분을 죽을 때까지 느끼면서 살다가 삶을 가장 즐거운 상태에서 죽도록 진화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란 생각이 든다. 이 생각은 곧 현실적인 필자의 직업 문제와 연결되면서 사탄의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만약에 그랬으면 이런 직업으로 먹고 사는 게 불가능했을 거고, 그럼 난 아마 술이나 퍼먹고 있겠지? 연이어 소시오패스의 마음 상태로 변화되면서 세상의 불안과 우울이 존재하게 해준 진화의 신에게 감사하고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 우울과 불안으로 고통 받는 분들에게는 죄송하다…. 그럼 도대체 왜 이런 부정적인 감정들이 우리에게 존재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대답의 하나로 제시되는 학문이 '진화정신병리학'이다. 진화정신병리학에서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자연선택이 진화의 본성 중 하나인데 불안, 우울 장애 등을 일으키는 유전자들을 제거하지 않고 왜 남겨둬서 그로부터 인간을 고통 받게 했을까? 질문이 있으니 답이 있어야 하는데 답을 아직 줄 만큼 연구가 많지는 않아서 약간 아쉽지만 그래도 이제 조금씩 만들어져 가는 학문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 이유를 들어보면 아이러니 하게도 뒤집힌 질문이 되돌아온다. '그게 없으면 우린 다 죽어….' 어? 무슨 말인가? 그 이유를 들어보면 인간이 불안, 우울 등등의 정신적 장애를 가지는 것은 우리가 주관적인 경험과 인간적인 가치로 장애인 것이지, 자연계에서는 인간이 보이는 불안과 우울은 오히려 정상인 것이고 그게 없었으면 인간은 눈앞의 호랑이나 사자에게 까불다 한 끼의 식사가 되었을 것이며, 같은 위험한 장소를 기억하면서도 또 찾아가서 돌에 머리가 깨지거나 어떻게 될지 생각하지 않고 무모한 용기로 다양한 위험 행동을 해서 사라졌을 것이라고 대답한다. 좀 말이 된다. 왜냐하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지구의 여러 생명체에 비하면 그 생존의 시기가 길지 않고 이렇게 주체 못할 정도로 지구를 망치면서 개체를 퍼뜨리기 시작 한 것도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전에는 한 없이 연약한 존재로서 온갖 생명을 위협하는 대상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노력 했던 조상이 만약 항상 긴장하고 불안하고 또 뭔가 지나치게 돌아다니지 않도록 기운 쳐지게 하지 않고 또 죽을 뻔 한 경험을 하거나 뭔가에 실패하고 좀 가만히 있도록 의기소침해지고 우울해지는 인생의 고통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지도 못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이 설명이 지금의 우울함과 불안감을 해소해주지는 않는다. 그런데 적어도 정상·비정상을 구분한다면 우울하지 않은 것은 오히려 비정상이고 불안하지 않은 것은 아마도 더 비정상이 될 것이다. 그래서 좋은 것과 나쁜 것이 꼭 정상과 비정상에 연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에도 도달한다. 물론, 이러한 설명이 삶에서 일어나는 고통을 다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더해서, 우울과 불안의 고통이 당연하니 꾀병을 부리지 말하는 의미도 아니다. 다만, 우울과 불안은 비정상적인 사람들이 경험하는 일종의 병이기보다는 오히려 우울과 불안이 인간 생존의 기본적인 기능을 했기 때문에 그나마 우리를 더 오래 적응하도록 만들었다고, 그래서 본질적으로 우울과 불안으로 고통 받는 것이 '정상 인간'이라는 점이다. /진성오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

2024-10-23 10:10:32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