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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수의 돌직구] 의대증원으로 드러난 대학 서열화

올해 대입 수시모집에서 지방권 4개 의대 최초 합격자 99.6%가 등록을 포기했다. 입시업계에서는 이들 중 상당수가 서울·경기 등 수도권 의대에 합격해 빠져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시 6회 지원으로 최초 합격자의 등록 포기와 N차 추가합격이 이뤄지는 건 예년에도 그랬으나, 그 규모는 전년대비 2.5배 대폭 증가했다. 이는 의대 정원이 크게 늘면서, 지방권 의대를 하향 지원하고, 수도권 의대를 상향 지원한 결과다. 특히, 2025학년도 정원을 크게 늘린 지방 의대 등록 포기자가 속출하고 있다. 수시모집인원 대비 등록 포기 비율은 전년대비 충북대 의대는 2.7배, 부산대 의대는 3배, 제주대 의대는 2.5배 늘었다. 의대 증원 여파는 약대, 치대, 한의대 미등록 확대로 이어진다. 연세대 치대 1차 합격자 중 등록 포기자는 지난해 32.4%에서 올해 94.1%로, 부산대 한의대는 올해 1차 합격자 전원이 등록하지 않았다. 13개 약대 수시 등록포기자는 79%로 전년 대비 54.3% 증가했다. 서울 의약계열도 예외는 아니다. 의대 증원발 등록포기자는 서울권 약대 등록 포기비율도 높인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대(30.2%), 연세대(55.6%), 이화여대(87.1%), 동국대(55.0%), 덕성여대(96.1%), 동덕여대(95.0%) 약대가 합격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의약학계열간 중복합격자의 등록포기와 추가합격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등록을 포기한 자리의 상당수는 수시 추가합격에서도 빈자리로 남아 정시모집으로 이월될 가능성이 크다. 수시모집과 정시모집 선발 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시모집과 정시모집 모두를 준비해야 하는 수험생 부담과 사교육을 강화하는 쪽으로 영향을 미친다. 입시 셈범이 복잡해지고 대입 예측 가능성이 크게 낮아지면서 사교육 의존은 더 심화한다. 사교육 강화는 교육을 통한 계층 사다리를 악화시키며 사회적 불평등을 강화하는 악순환에 빠져든다. 의대를 정점으로 대학 서열화가 고착화하면서 이공계열 신입생 모집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지방 이공계 학과의 경우 이미 오래 전부터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과거 자연계 최상위권 학생이 진학하던 공학, 기초과학 분야 입학자원 인재 유입도 감소하고 있다. 최근엔 주요 대학들이 대학 입학후 전공을 선택하도록 하는 무전공 선발 비율을 대폭 늘리는 추세도 나타난다. 의대에 빼앗기는 인재를 붙잡으려는 의도지만, 특정 학과 선호를 부추길 우려가 크다. 이는 최근 정부가 내놓고 있는 AI,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분야 인재 양성 대책을 무용하게 만든다. 특히, 수학, 물리학 등 기초과학 인재 감소로 혁신 연구와 신기술 개발의 발목을 잡는다. 결국 지방대학은 생존 위기에 내몰리고 지역 균형 발전은 요원해진다. 교육개혁이나 의료개혁은 뒷전에 두고 의대 증원만 강요한 탓이다. 지방 의대 정원을 늘렸지만, N수생이 더 늘면서 수도권 의대 선호도를 강화했을 뿐이다. 더 큰 문제는 적성과 진로에 대한 고민 없이 성적순으로 인기 학과에 몰리도록 방치하면서 교육은 없고 서열만 남았다. 악순환의 반복을 끊기 위해선 균형발전을 위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서열화된 대학의 정점에 있는 의대 입시부터 손을 대야 한다.

2024-12-30 16:32:32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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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겨울 비염 환자들에게 좋은 '신이'

한겨울 찬바람이 매섭다. 겨울 날씨가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은 추위만이 아니다. 차갑고 건조한 공기는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감기와 비염과 같은 호흡기 질환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을 만든다. 자연스레 따뜻한 봄날, 봄꽃이 언제 피어나나 기다려지게 된다. 그리고 그 봄꽃들 중에 호흡기 질환에 좋은 본초가 있다. '신이'다. 신이라고 하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목련이라고 하면 이해가 빠를 듯하다. 목련은 대표적인 관상용 식물로 우리 주변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다. 특히 목련은 대표적인 봄꽃으로 인기가 높다. 이 목련의 꽃봉오리를 말린 약재가 바로 신이다. 신이의 신은 매울 신(辛) 자를 쓰는데 실제로 신이는 약간 매운맛을 가지고 있다. 『본초강목』에 따르면 북쪽 지역 사람들은 처음 꽃봉오리가 생길 때 그 모양이 붓의 끝부분과도 비슷하다 하여 신이를 木筆(목필)이라고 불렀다 하고, 남쪽 지역 사람들은 봄에 가장 먼저 꽃을 피운다 하여 영춘(迎春)이라고 했다고 전한다. 『동의보감』에서는 "막힌 코를 뚫어준다."라고 신이의 효능에 대해 밝히고 있다. 이렇듯 겨울철, 봄철, 환절기 코가 막혀 고생하는 이들과 알레르기 비염 환자들에게 자주 처방된다. 이미 신이의 효능에 대해 익히 전해들은 이들이 무작정 신이를 채취해서 달여 마시는데 주의해야 한다. 약재로서의 신이는 꽃이 피지 않은 상태여야 하는데 이미 꽃이 피기 시작하면 독성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붓처럼 생긴 신이를 양파 까듯이 까다 보면 안에 작은 꽃술이 보이는데 이 꽃술에 약성이 집약돼 있다. 꽃술을 먹어 보면 마치 박하를 먹은 것처럼 입에 화한 느낌, 매운맛이 난다. 코가 뻥 뚫릴 듯한 신이 매운맛이 염증을 가라앉히고 혈액순환을 개선하여 코막힘, 콧물, 가래 등과 같은 비염, 환절기 질환 증상에 효과를 나타낸다. 따라서 겨울철 비염 증상을 달고 사는 이들이라면 신이로 만든 가루 4g과 파의 흰대 부분인 총백을 함께 달여 마셔 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2024-12-30 05:10:55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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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희 변호사의 도산법 바로알기] 다자녀 개인회생 변제기간 단축 기준 2인 이상

서울회생법원은 2024년 12월 18일부터 시행된 서울회생법원의 실무준칙 개정사항을 최근 안내했다. 첫째로 법원은 이번 개정을 통해 다자녀 가정의 채무자에 대한 신속한 구제 및 사회복귀를 도모하고자 했다. 개인회생사건에서 채무자가 원금의 전부를 변제할 수 없는 때에도 3명 이상의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는 경우, 그 변제기간을 3년 미만으로 단축할 수 있도록 한 실무준칙의 기준을 '2명 이상의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는 경우'로 변경했다. 또한 개인회생사건에서 채무자의 생계비를 검토할 때 고려되는 채무자의 부양가족의 범위를 배우자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성년 자녀까지도 포함시킬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생계비에 있어 주거비, 의료비, 교육비 이외에도 생계비 산정에 필요한 사항을 생계비 검토위원회에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채무자의 구체적인 사정을 참작해 채무자와 부양가족이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생계비를 탄력적으로 확정할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채무초과 상태(채무의 양이 재산을 초과하는 상태)에서 돌아가신 피상속인이 있을 경우, 상속인들이 지게 되는 과도한 세금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이다. 통상 상속인은 채무를 전부 떠안지 않으려면 아예 상속을 포기하는 절차인 '상속 포기' 또는 상속되는 재산의 범위 내에서만 채무를 부담하기로 하는 절차인 '한정승인'을 진행해야 한다. 물론 상속인 입장에서는 상속포기를 하는 것이 간편하다. 그런데 1순위 상속인들이 전부 상속포기를 해버리면 상속 자체가 2순위, 3순위 상속인들에게 넘어가게 된다. 2순위, 3순위 상속인들 역시 모두가 상속포기를 해야만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1순위 상속인 중 한명이 한정승인을 하고 나머지는 상속포기를 해 2순위, 3순위 상속이 발생하지 않도록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피상속인이 가진 채무의 양이 방대하고 재산도 부동산 등 실물 자산들이 다수 있어 한정승인을 받은 상속인 개인이 자산을 처분하고 채무를 각 채무자별 채무 비율대로 변제하기 어려운 경우, 이를 법원을 통해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가 '상속재산파산'절차다. 파산하는 대상은 '상속재산'에 불과하므로 실제 한정승인자인 상속인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개인이 진행하기 어려운 처분 및 변제, 배당절차를 법원이 대신 진행해 주기 때문에 추후 불필요한 분쟁이 생길 여지도 줄어든다. 다만 그동안은 한정승인자가 피상속인의 재산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각종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 취득세 등을 직접 부담해야 했다. 법원은 금번 개정을 통해 상속재산파산을 신청한 상속인이 부담한 위와 같은 세금을 재단채권으로 처리해 환가된 상속재산에서 자체적으로 변제되도록 했다. 상속재산으로부터 어떠한 재정적 이득도 얻을 수 없는 한정승인자들의 세금 부담을 현저히 경감시켜 준 것이다. 법원의 개정방향만 보더라도 회생, 파산제도가 추구하는 것은 재정적 어려움으로 파탄에 직면해 있는 채무자의 경제적 갱생에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채무자라면 누구든지 이러한 제도적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그 과정에서 회복과 치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2024-12-29 13:09:21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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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大記者의 西村브리핑] 한국경제, 희망이 안보인다

2024년의 막바지에 와보니 우리나라가 커다란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그중에서도 경제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 형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어처구니 없는 비상 계엄 선언과 국회의 기민한 해제, 대통령 탄핵 소추라는 정치적 대형 악재로 가뜩이나 어렵던 경제가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무엇보다 원·달러 환율이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1450원대로 치솟았다. 고환율은 기업들에게는 원자재 가격 상승, 해외 투자비 증가 등의 리스크를, 서민들에게는 물가 상승의 부담을 가져올 수 밖에 없는 큰 위험 요소다. 대통령 탄핵에 따른 정치적 불안정으로 경제 심리마저 악화돼 내년에도 소비와 투자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서민들 모두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며 아우성이다. 사회적 갈등도 최고조다. 보수와 진보의 싸움을 떠나서 윤 대통령 탄핵을 놓고 80대 20으로 나눠져 물리적 충돌 직전까지 온 상황이다. 누구의 중재도, 누구의 설득도 끼어들 수 없는 '이전투구 싸움'으로 비화하고 있다. 자랑스럽던 한국의 국격은 해외에서 땅에 떨어져 짓밟히고 있다. 12·3 비상 계엄 선포 전부터 한국 경제에는 노란불이 켜진 지 오래였다. 그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찬물을 쏟아붓는 바람에 빠르게 빨간 불로 바뀌게 됐다. 우선 한국 경제 성장의 큰 동력인 반도체·자동차·철강·석유화학·배터리 등 5대 산업부터 경쟁력 악화로 고전중이었다. 반도체가 피크 아웃(정점에서 하락세로 전환)된데다 석유화학, 철강, 배터리 등은 내수는 물론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효자였던 자동차마저 중국과 일본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에 당선된 후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것이 확실시되면서 한국 경제는 추가 요금 영수증을 받을 것이 기정사실화 된 상태다. 트럼프가 집권하면 미·중 관계가 악화되는 점도 우리나라 수출에 악재다. 트럼프는 중국산에 6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중국 완제품의 대미 수출이 줄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우리나라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금융시장도 한숨이 나오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세계 주요 증시 중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글로벌 시장 평균 17.6%의 상승률과는 대조적으로 한국 증시는 마이너스 12.8%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사실상 세계 꼴찌를 기록했다. 외국인의 대규모 이탈과 MZ세대의 시장 기피 현상이 더해지면서 한국 증시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언으로 시장은 더 추락했고 불안정성도 추가된 상태다. 한국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이 해외에서 자금 조달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은 모양새다. 한국 기업의 채권 발행도 어렵기는 매 한가지다. 이처럼 모든 경제 지표와 전망이 암울하기만 하다. 내년 경제성장률 1%대의 저성장 전망은 그나마 기본이다. 자칫 한국 경제가 끓는 물 속에서 점차 익어서 죽어가는 개구리가 될 수도 있다는 부정적 전망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어떻게 이 난국을 극복할 수 있을까. 한국 경제는 경쟁력을 되찾을수 있을까? 그 해답을 내놓는 것은 정부, 기업, 개인들의 몫이지만 가장 먼저 경제당국이 정책의 과도한 정치화를 배제시키고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정권의 유불리를 떠나서 민생경제와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좌고우면'하지 않는 경제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할 때다.

2024-12-26 07:45:16 이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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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역사는 어떻게 도큐먼트화 되는가

이집트 출신의 미술가인 와엘 샤키(Wael Shawky, 1971~)는 아랍권을 대표하는 예술가 중 한 명이다. 영상, 설치 미술, 조각 등 다양한 조형 방식을 통해 지난 천 년 동안 지속돼온 아랍과 서구 간의 깊은 갈등과 그 속에 내재된 민감한 사회 정치적 이슈(역사, 종교, 문화 정체성) 등의 주제를 탐구하는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와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고 유목민 사회에서 근대화된 사회로의 전환을 관찰하며 성장한 그에게 중요한 건 '역사가 어떻게 도큐먼트화 되는가'이다. 여기엔 유럽이 모든 역사의 중심이자 주체로서 근대적인 것의 탄생이라고 보는 시각을 당연시하는 데 대한 그만의 미적 태도가 녹아 있다. 샤키는 이와 같은 관점에서 타지역에 대한 주변화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서사화하며 혼성화한다. 서구와의 역사에서 승자와 패자,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이항 대립에서 벗어나 불확정적이고 모호한 시대의 난제들에 도전하며, 시각 조형을 거푸집으로 어떻게 새로운 사회 체제가 구축될 수 있는지에 대해 언급한다. 샤키는 1996년 참여한 '카이로 비엔날레'에서 아스완 댐 건설로 인해 많은 마을이 수몰된 사건을 배경으로 한 대형 설치 작업 <얼어붙은 누비아>로 큰 주목을 받았고, 2003 베니스비엔날레에선 국경과 공간이 허물어지는 현상과 자본의 소유자이자 세계화의 배후에 의해 촉발된 거주민들의 갈등을 다룬 <아스팔트 쿼터>(2003)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2000년대 들어서며 샤키는 지금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종교와 영토, 정치적인 문제를 다룬 <텔레마치 시리즈>(2007~2009)를 비롯해 종교적 탄압을 피해 300년간 에페소스 외곽의 동굴 안에서 잠을 잔(숨어 살던) 사람들 이야기를 주제로 한 <동굴>(2005), 십자군 전쟁을 아랍의 시각에서 조명함으로써 서구 중심적 역사 서술의 편향성에 문제를 제기한 <십자군 카바레>(2010~2015) 시리즈 등을 연이어 선보인다. 이 중 <더 호로쇼 파일>(2010), <카이로로 가는 길>(2012), <카르발라의 비밀>(2015) 등 모두 3부로 제작된 <십자군 카바레> 연작은 서구와 비서구 간의 문화적 충돌, 종교적 갈등,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어떻게 오늘날의 세계관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엿볼 수 있는 그의 대표작이다. 이후에도 샤키는 삶과 죽음의 근본적인 문제, 자본주의의 욕망을 신화와 전설로 연결한 <알 아라바 알 마드푸나>(2012~2016) 연작을 비롯해 2024 베니스비엔날레 이집트 국가관 작가로 참여해 선보인 <드라마 1882>(2023) 등으로 이집트와 중동 지역의 역사적 오해와 편견을 해체하고, 전통과 신화를 버무려 보편적 '사실'이 하나의 관점으로 정의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지난 9월 10일 개막해 2025년 2월 23일까지 이어지는 대구미술관에서의 전시도 그 연장이다. 이정민 학예사가 기획한 이번 전시에 샤키는 폼페이를 배경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와 고대 이집트 종교 간의 연관성을 탐구한 <나는 새로운 신전의 찬가>(2023)를 포함해 한국의 구전 설화와 전래 동화인 '금도끼 은도끼', '누에 공주', '토끼의 재판'을 판소리로 재해석해 구전 전통이 현대 사회에서 가지는 역할을 새롭게 조명한 신작 <러브 스토리>(2024) 등의 영상 및 70여점의 설치 작업을 출품했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정치적, 사회적 문제를 다시 조명하고 고대 설화와 전통적 스토리를 통해 오늘의 '이야기'를 새롭게 창조해낸 이번 전시는 현대 사회의 정체성과 이데올로기 문제, 역사적 사건의 복잡성을 보다 세밀하게 살피게 할 뿐만 아니라, 허구와 현실을 관통하는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제공한다. 특히 치밀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 작가의 상상력은 전시의 매력을 높이는 요소다. 놓치면 아쉬울 전시다.■ 홍경한(미술평론가)

2024-12-25 11:53:31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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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의 '청맹과니'] 사왕(蛇王)에게 청함

부처님이 깊은 명상에 빠져 있을 때의 이야기이다. 때마침 큰 폭풍우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삼매에 빠진 부처님은 미동도 하지 않으셨다. 이 모습을 뱀들의 왕인 '무차린다'가 지켜보고 있었다. 조금만 더 있으면 부처님이 위험해질 상황이었다. 무차린다는 부처님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일곱 번 똬리를 틀어서 부처님의 몸을 감쌌다. 모진 비바람이 불어 닥쳤지만, 무차린다는 똬리를 풀지 않고, 폭풍우를 몸으로 받아 내었다. 7일이 지나자, 마침내 폭풍우는 가라앉았다. 부처님도 명상에서 깨어났다. 그제서야 무차린다는 똬리를 풀었다. 똬리를 푼 무차린다는 허물을 벗고 잘 생긴 청년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후 무차린다는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고 한다. 중국의 사천성에는 대홍수에 관한 신화가 전해진다. 세상에는 하늘의 신 '뇌공'과 땅의 신 '고비'가 있었다. 고비에게는 '복희'와 '여와'라는 자녀가 있었다. 고비는 성격이 어질었지만, 뇌공은 포악하고 변덕이 심했다. 언제인가부터 뇌공은 심술을 부려서, 비를 뿌려주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고비는 비를 훔쳐서 사람들에게 뿌려 주었다. 이 일로 뇌공과 고비간에는 싸움이 벌어졌다. 고비는 뇌공을 붙잡아서 쇠조롱에 가두어 버렸다. 어느 날 고비는 집을 나서면서 '절대로 뇌공에게 물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마음씨 착한 남매는 뇌공에게 물을 주고 말았다. 다시 힘을 얻은 뇌공은 쇠조롱을 부수고 나왔다. 그리고 남매에게 이빨을 하나 주고는 하늘로 올라가서 끊임없이 비를 내렸다. 남매가 이빨을 땅에 묻자 큰 박이 자라났다. 남매는 박의 속을 파고 들어가서 화를 면했다. 그러나 고비와 지상의 인간들은 모두 죽어 버렸다. 이후 두 남매는 태백금성의 권유로 결혼했다. 그리고 지금 인류의 시조가 되었다고 한다. 이 복희와 여와가 상반신은 인간이지만, 하반신은 뱀의 몸을 하고 있었다. 기독교에서 뱀은 환영받는 동물이 아니다. 에덴동산에서 하와를 유혹하여 선악과를 먹게 한 동물이 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문화권에서 뱀이 배척받은 것은 아니다. 이집트 신화의 '우라에우스'라는 코브라는 최초의 파라오인 '호루스'를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파라오의 왕관의 이마부분에 있는 코브라 장식은 우라에우스를 상징하는 것이다. 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는 인간을 창조한 지혜의 신 '엔키'가 뱀의 형상을 하고 있다. 아즈텍 신화에서 인간에게 농사를 가르친 신 '케찰코아틀'은 깃털달린 뱀이다. 이렇게 뱀은 여러 신화에 등장한다. 뱀은 허물을 벗고 다시 태어나기 때문에, 새로운 시작의 상징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한해가 저물고, 이제 곧 새로운 해를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지금의 대한민국은 춥고, 혼란스럽다. 우리 앞에 어떤 고난이 남아 있을 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누구도 이런 현실을 원하지 않았지만,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2025년 을사년은 뱀띠해이다. 신화 속 무차린다에게 착하고 여린 우리 국민들을 일곱겹 똬리를 틀어서 보호해 달라고 청하고 싶다. 신화 속 복희와 여와에게 큰 박 속에 우리국민들을 모두 태워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어려운 시기이지만, 그렇게 모진 폭풍과 홍수 같은 혼란을 이겨내야만 한다. 그리고 새해에는 허물을 벗고 다시 태어나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김준형 칼럼니스트(우리마음병원장)

2024-12-23 10:48:46 구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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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마가목'

가을철 산을 붉게 수놓는 건 단풍만이 아니다. 쉽게 마주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새빨갛고 작디작은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마가목 또한 장관을 만들어 낸다. 우리나라와 일본, 그리고 사할린 일대에서 자생한다는 마가목은 보이는 것만큼이나 우리 몸에 좋은 약재로 인기가 높다. 높은 산지에서 자생하는 마가목의 이름은 '봄에 나무에서 돋아나는 새싹이 마치 말의 이빨처럼 튼튼하다'고 하여 붙여졌다. 마가목은 장미과에 속하는데 5, 6월경 피어나는 작지만 하얀 꽃이 등산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10월쯤에 빨갛게 익는 열매는 겨울에도 그대로 매달려 있다. 찬바람 쌩쌩 부는 한겨울 높은 산에서도, 여전히 가지에 매달려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한다. 그 생명력만큼 좋은 성분이 마가목 열매에는 가득하다. 이 열매는 물론, 가지와 껍질까지 약재로 사용한다. 우리나라도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면서 노인의 삶과 건강에 대해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 마가목은 중풍의 염려를 비롯하여 노년층 건강 유지에 효과가 있다. 보양 및 보혈의 약재로 쓰이는 것은 물론 비장과 신장의 기능을 보존하고 막힌 기혈이나 손발의 마비를 풀어준다. 요즘과 같은 겨울철 호흡기 질환에 좋은 약재이기도 하다. 붉은 마가목 열매에는 항산화 효능과 함께 염증을 완화하고 혈관 건강을 개선하는 플라보노이드 성분과 비타민 C가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겨울철, 편도염 등 기관지에 발행하는 염증에 효과가 있으며 목에 있는 가래를 없애고 기침을 멎게 하는 데 효과가 있다. 조선시대 명의 이경화 선생은, 마가목으로 술을 담가 먹으면 서른여섯 가지 중풍을 모두 고칠 수 있다고 했다. 마가목술을 만들 때는 줄기나 열매를, 그 양의 3, 4배 되는 35도 정도의 증류주를 부어 반년에서 1년 정도 어둡고 서늘한 곳에 두면 된다. 그러면 약효가 잘 우러나 은은한 붉은 빛의 마가목술이 만들어진다. 다만 아무리 약효가 있다 해도 술은 술이기에 식사를 할 때 소주잔으로 한 잔 정도 음용하는 게 적당하다.

2024-12-23 05:10:48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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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오 변호사의 콘텐츠(Content) 법률 산책] 웹소설 창작성 표현의 보호 범위

지금까지 시대와 기술의 변화는 언제나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 냈다. 소설이나 만화 역시 전통적인 지면(紙面)의 형태에서 웹(web)용 '웹소설'이나 '웹툰'으로 변화돼 막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런데 웹소설이나 웹툰은 단순히 소설이나 만화가 연재되는 공간이 웹으로 이동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같은 소설, 만화라는 기본적인 특성을 가지고는 있지만, 연재되는 공간(화면을 통한 콘텐츠 소비 등)과 소비자의 변화(이동시간 등 훨씬 짧은 시간의 콘텐츠 이용 등)와 같은 전혀 다른 특성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웹소설이나 웹툰 등의 고유한 특성은 법적으로도 여러 논의가 필요한 쟁점을 제공한다. 이는 콘텐츠의 창작성 인정 요건과도 관련되는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웹소설'의 창작성 인정 요건에 대해서 최근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을 선고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4. 21. 선고 2019가합588425 판결) 이 판결은 유사한 웹소설 간의 저작권 침해 등이 문제된 사안이었다. 법원은 어문저작물(웹소설은 여기에 해당한다)의 저작권 침해 여부 판단에 있어서 실질적 유사성의 인정 요건 등에 관한 일반적인 법리를 설시하는 한편, 웹소설의 특성에 비추어 본 아이디어와 창작성 있는 표현의 구분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법원은 "웹소설은 ▲웹사이트에서 공개되고 스마트폰을 통해 소비되기 때문에, 작가들의 진입장벽이 낮아 대량의 작품이 출간되고 독자들의 접근도 용이하다는 점 ▲웹사이트라는 플랫폼의 특성상 댓글, 별점, 실시간 인기순위 등 지표를 통하여 독자와 작가 간 상호작용이 실시간으로 이뤄진다는 점 ▲모바일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고려해 연재 단위의 분량이 짧고 그에 맞춰 상대적으로 연재 주기도 빈번하다는 점 등의 매체적 특성을 지닌다. 웹소설은 특정 모티프(motif)에 기반해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클리셰(cliche)의 집합체에 의해 일정 장르로 분류되고, 그와 같은 장르에 따라 '○○물'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경향이 있다"고 봤다. 덧붙여서 "앞서 살펴본 웹소설의 매체적 특성에 비추어 '○○물'에 따른 장르 개념은 독자들에게 대량으로 출간되는 작품들 중에서 자신의 기호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하는 데 편의를 제공하고, 작가들에게 제한된 분량 내에서 빠른 전개를 가능하게 하면서도 친숙한 클리셰를 통해 용이하게 작품이 공감ㆍ소비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웹소설 작가 및 콘텐츠 공급자도 '○○물'에 따른 장르 개념에서 비롯되는 설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작품을 기획ㆍ창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서 "결국 웹소설은 특정 모티프에서 비롯된 전형적인 인물ㆍ배경ㆍ사건ㆍ장면에 기초하여 이야기를 전개하되, 해당 장르에 내포된 전형적인 요소 중 일부를 변칙적으로 응용하거나(소위 '클리셰 비틀기') 다수의 장르 내지 모티프를 결합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창작이 이뤄지는바, 웹소설 간에 인물ㆍ배경ㆍ사건ㆍ장면이 유사한 부분이 발견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아이디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모티프 등을 다루는 데 있어 전형적으로 수반되는 소재에 불과하다면 모티프와 무관한 소재가 유사한 경우에 비해 포괄적ㆍ비문언적 유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판시하면서 대상 저작물의 저작권 침해를 부정했다. 이처럼 같은 어문저작물이라고 하더라도 일반적인 소설과 웹소설, 또한 앞으로 등장하게 될 새로운 형태의 어문저작물에 대해서는 조금씩 다른 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 실무자들이 법률 전문가와의 상담 등을 통해서 자신이 운영하는 콘텐츠에 적합한 대응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24-12-22 13:07:48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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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65>피노누아의 오래된 미래…제임스 서클링의 '미래'

<265>제임스 서클링의 첫 와인 '미래 빈야드'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여리여리했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의 첫 와인 '미래 빈야드(Mirae Vinyard)' 2023 빈티지다. 투명하면서 장미를 연상시키는 연한 루비 색상이다. 와인잔에 따라져 있는 모습을 보곤 내츄럴 와인이나 오렌지 와인이 아닐까 착각할 정도였다. 딸기 같은 붉은 과실의 향이 올라오더니 꽃향기까지 우아하다. 근래 들어 만나보기 드물었던 피노누아다. 사실 새로운 모습이 아니다. 원래 피누누아는 그랬다. 피노누아의 고향이라는 부르고뉴마저 쉬라즈 같은 진한 색상에 알코올 도수가 13도는 기본으로 올라가는 요즘이지만 신선하면서 가볍고, 섬세해야 피노누아다. 어찌보면 서클링이 선보인 '미래 빈야드'는 피노누아의 '오래된 미래'인 셈이다. 서클링은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직접 만든 와인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자리를 갖고 "뉴질랜드는 주요 와인 생산국 가운데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로부터 가장 자유로운 곳"이라며 "뉴질랜드의 밝고 신선한 피노누아는 1980년대의 고전적인 부르고뉴 피노누아와 비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클링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와인 평론가다. 40년 넘게 테이스팅한 와인만도 25만여종에 달하며, 와인 플랫폼 제임스서클링닷컴을 통해 발표하는 와인 평점에는 와인 업계가 예의주시한다. 국내에서도 이름을 한국식으로 바꿔 '제석이 형'이라는 애칭으로 불릴 만큼 인지도가 높다. 지난 2022년 뉴질랜드 마틴보로를 찾았다가 와이너리 매각 표지판을 본 게 와인 양조의 출발점이 됐다. 마틴보로는 부르고뉴와 유사한 기후와 토양으로 뉴질랜드에서도 최고의 피노누아 산지로 꼽히는 곳이다. 와이너리는 제임스가 10년 전 방문 당시 깊은 인상을 남겼던 곳인데 소유주가 사망하면서 매물로 나오게됐다. 1958년생인 그에게 더 이상 가보지 않은 길로 후회할 시간은 남지 않았고, 와인 평론가로서 와인 양조를 좀 더 잘 알았으면 했던 그간의 마음도 더해졌다. 대출만 받지 않으면 된다는 아내 마리 김 서클링의 조건을 통과하면서 이 모든 여정이 시작됐다. 서클링은 "지구상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뉴질랜드라는 나라도, 천혜의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와인도 모두 미래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말 미래의 발음을 그대로 가져다 와인명으로 썼다"고 설명했다. 레이블 디자인은 소주 '참이슬'의 글씨로 유명한 강병인 작가의 캘리그래피다. 길에 떨어져 있는 포도나무의 가지를 발견하고는 먹에 찍어 쓰면서 필체도 그렇지만 느껴지는 질감도 독특하다. 사실 와이너리를 사들이고 첫 해인 2023년은 비가 너무 많이 오면서 포도경작이 쉽지 않았다. 좋은 포도를 고르기 위해 신중을 기하다 보니 생산량이 1600병 밖에 안됐다. 2023 빈티지를 한국과 홍콩에서만 출시하는 것도 그래서다. 와인은 짧은 발효과정을 거치고, 새 오크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7개월 동안의 배럴 숙성 후 조금은 빠른 병입을 진행했다. 그 결과 무겁지 않고 섬세한 와인으로 탄생했다. 알코올 도수도 12도로 가볍다. 일반적인 레드와인보다는 조금은 차갑게 해서 마시면 좋다. 그는 "와인양조는 특별한 장소와 의사소통을 하는 것으로 모두 손수 작업을 하며 헤리티지를 보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2024년은 기온이 더 높았고 건조해 내년엔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라고 예고했다. 생산량도 좀 더 늘어 3000병 안팎은 나올 것으로 봤다.

2024-12-19 15:22:52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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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Food Talk Talk)] AI를 활용한 단백질 구조예측

지금으로부터 약 10만년 전 인류는 아프리카를 떠난 후에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며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극한의 환경에서 생리적으로 적응하여야 하고, 농경사회로의 전환에 따른 식습관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유당분해 능력을 유지하는 유전적 변이가 발생했다. 이러한 유전적 변이는 문화적 적응을 통해 이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공지능(AI) '알파고(AlphaGo)'가 바둑 게임에서 인간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가볍게 승리하고 세상에 등장한 시점을 변곡점이라고 가정할 때 인류의 과학적 진보 속도와 수준은 말이 끄는 마차에서 자동차로 이동수단이 발전된 것 이상으로 획기적이다. 올해 노벨 화학상과 노벨 물리학상의 핵심요소는 인공지능 알파폴드(AlphaFold)였다. 알파(Alpha)는 구글 딥마인드가 이전에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AlphaGo)에서 유래한 것이다. 폴드(Fold)는 단백질의 구조가 형성되는 것을 뜻한다. 단백질은 아미노산 서열에 따라 특정한 위치에서 3차원 구조로 '접히는(folding)' 과정을 거치며, 이 과정이 단백질의 기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알파폴드(AlphaFold)는 단백질 구조에서 접히는 패턴을 찾아내는 인공지능 모델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결국 알파폴드(AlphaFold)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단백질의 구조를 빠르게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이 미래의 바이오산업 분야에 중요한 변화를 예견할 수 있다. 인공지능 알파폴드(AlphaFold) 이전의 단백질 분자구조분석은 X-레이 회절, NMR 분광, 활성화 에너지 분석, 극저온 전자현미경 등을 이용한 방법으로 샘플 준비부터 데이터 수집,이미지 처리까지의 전체 과정에 몇 주에서 몇 달이 소요되었으나 이에 비해 알파폴드와 로제타폴드는 보통 몇 시간에서 몇 일 만에 단백질 구조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단백질은 우리가 꼭 섭취해야 할 중요한 영양소이면서 인체에 없어서는 안 되는 생체 분자이기도 하다. 단백질은 인체 구석구석에 필요한 물질들을 운송해 주는 라이더와 같은 역할과 음식을 섭취 했을 때 분해해서 에너지를 얻거나, 인체에 필요한 물질을 합성하는 화학 반응을 좀 더 잘 일어나게 촉진시켜 주는 효소(Enzyme) 활동도 단백질이 한다. 또한 세포가 적절한 반응을 하도록 전달 과정에도 단백질들이 서로 신호를 전달해 준다. 외부의 병원체가 우리 몸에 침입했을 때 면역 반응에도 다양한 단백질들이 기여를 한다. 단백질이 공기 중에 떠다니는 냄새 유발물질을 인식해서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것도 우리 몸 안에 있는 DNA 유전 정보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단백질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50여년 동안 과학자들은 단백질의 서열(sequence)로 구조(structure)를 예측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하였다. 마침내 전통적인 실험방법을 답습하지 않고 단백질의 구조를 찾아내는 획기적인 방법을 모색한 결과 계산을 통한 혁신적인 방법을 찾게 된 것이다.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월등히 우수한 점은 숨어있는 패턴을 재빨리 찾아내는 일이다. 데이터만 충분히 누적되어 있다면 잠재적 패턴을 굉장히 잘 찾아낸다. 이런 이유로 단백질구조 예측에 인공지능을 결합하였다. 알파폴드 역시 단백질구조 예측을 위한 진화정보를 담고 있는 수많은 단백질의 서열 데이터에서 구조와 관련된 패턴을 찾아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예측하는 일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약 20만개의 단백질 구조 데이터를 학습 데이터로 활용해서 단백질구조 예측 인공지능을 가장 빠르고 잘 학습시킨 결과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가 스트럭처 모듈패턴을 기반으로 단백질의 3차 구조를 개발한 것이다. 단백질의 디자인과 함께 중요한 점은 원하는 단백질의 서열들을 설계해 주는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단백질 디자인의 성공 확률이 굉장히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단백질 디자인의 성공확률은 1%도 되지 않았다. 컴퓨터를 활용해서 수십만 개를 디자인한 다음 그중에서 100개를 골라서 실험을 하면 한 개가 성공할까 말까 할 정도로 낮은 확률이었지만 인공지능을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단백질 디자인의 장벽이 매우 낮아지고 있다. 단백질 디자인이 쉬워지면 환경 문제와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단백질 디자인이 접목되고 활용될 것이다. 단백질 기반의 하이드로젤을 개발해서 생분해성이 높은 소재를 개발하거나 플라스틱 분해 효소를 개발해서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 등 단백질 디자인은 바이오산업을 중심으로 파급력이 더욱 커질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단백질이다. 우리가 섭취하는 식품에서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을 3대 영양소라고 지칭하는데 탄수화물과 지방분자는 비교적 안정적인 구조를 나타내는데 반해 단백질은 약간의 열이나 산, 소금, 공기 등에 노출되면 특성이 완전히 달라진다. 이러한 특성의 변화는 단백질의 생물학적 역할과 기능에 기인한다. 우리가 음식으로 섭취하는 탄수화물과 지방은 주로 소극적인 저장에너지 형태에 불과하지만 단백질은 적극적으로 생명을 유지하는 장치에 해당한다. 단백질은 자신들을 포함하여 세포를 만드는 분자를 조립하고 해체함으로써 세포 내의 한곳에서 다른 곳으로 분자를 이동하고 근섬유의 형태로 개체 전체를 이동시킨다. 단백질은 모든 기관의 활동, 성장, 운송과 같은 핵심 역할을 한다. 따라서 단백질의 특성은 적극성과 민감성이 내재되어 있다. 단백질이 함유된 음식을 조리할 때 단백질 구조와 농도가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바로 단백질의 역동적 특성을 나타낸 것이다. 단백질의 기능 중 운송 역할은 우리가 겼었던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쉽게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코로나 바이러스는 호흡기 바이러스로서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우리가 숨을 쉬는데, 그 바이러스가 우리 몸으로 들어오면 바이러스에 감염이 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 몸 안에 들어올 때는 바이러스의 표면에 있는 단백질을 활용하다. 바이러스 표면에 여러 단백질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스파이크 프로틴이라고 부르는 돌기 단백질이 있다. 이 단백질이 세포의 표면에 있는 어떤 단백질과 만나게 되면 결합을 하면서 우리 몸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만약 이 돌기(spike) 단백질의 구조와 그 사람의 수용체 단백질의 구조, 그리고 그 단백질의 결합 구조를 파악하게 된다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 몸 안에 들어올 때 돌기 단백질이 사람의 수용체 단백질과 결합을 하면서 우리 몸 안에 들어오게 된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설명을 할 수가 있다. /연윤열 ESG 푸드테크 소사이어티 대표

2024-12-16 15:44:35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