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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비염과 감기를 싹 씻겨 주는 '수세미'

추위가 맹위를 떨치면서 감기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아프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마땅하지만 평소의 건강관리도 중요하다. 겨울철 감기와 비염 때문에 아픈 기관지를 깨끗하게 해줄 주인공이 있다. 바로 '수세미'다. 박과의 한해살이풀인 수세미는 열대아시아가 원산지이다. 동남아 지역에서는 덜 자란 수세미 열매를 식용으로 쓴다. 완전히 익은 수세미는 질겨서 먹기 힘들지만 섬유질이 스펀지처럼 변한 과육을 말려 천연 수세미로 쓴다. 이 섬유질 조직은 사과락이라 하여 약재로도 사용한다. 중국 『본초강목』에도 사과락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식용으로 쓰거나 천연 수세미를 얻기 위해 각지에서 많이 길렀으나 먹거리와 합성 수세미가 넘치는 지금은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하지만 겨울철 우리를 괴롭히는 기관지 질환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수세미는 여전히 사랑을 받아야 한다. 폐에 과도하게 열이 발생하면 진액이 메말라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의 침입이 용이해진다. 감기를 비롯한 호흡기 질환에 걸리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수세미는 뜨거운 폐를 식혀주며 진액을 생성시켜 호흡기 점막을 항상 촉촉하게 유지시켜 준다. 또한 수세미에는 플라보노이드 같은 항산화 물질들도 풍부해서 염증에 효과적이기 때문에 알레르기성 비염 완화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겨울철에는 근육이 쉬이 뻣뻣해지기 마련인데 잘못하면 관절이나 근육을 다치기 쉽다. 수세미는 뻣뻣해진 근육을 부드럽게 이완시켜주고 경락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역할도 한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이나 무리한 운동으로 인해 근육, 관절에 염증이 생기면 이를 가라앉히는 데도 수세미를 활용할 수 있다. 수세미를 섭취하는 간편한 방법은 수세미차를 만드는 것이다. 수세미를 적당한 두께로 썰어 3, 4일 정도 말려준다. 물 1리터에 이 수세미 조각을 4, 5개 정도 넣고 우려내면 된다. 다만 수세미는 찬 성질을 가지고 있기에 평소 몸이 차고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들은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2024-12-16 14:10:44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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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사과나무에 얽힌 교훈

어릴 적 "과수원 주인들은 제 자식들에게 사과를 먹이지 않는다"는 낭설이 나돌았다. 해충이 들끓어 농약을 치지 않고는 제대로 된 사과를 수확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그때는 정제되지 않아 인체에 치명적으로 해로운 농약을 사용했기에, 사과를 껍질째 먹다가 나타날 부작용을 경계한 까닭이다. 가난한 집 철부지 생각에도, 제 자식에게 먹이지 못할 사과를 남에게 판다면 과수원 경작으로 부자로 사는 일이 얼마나 수치스러운 일인가? 경멸감이 들기도 했다. 당시 면서기만 되더라도 자식을 군대에 보내지 않은 광경을 보더라도 부모 명색이 자식에게 인간의 도리를 가르치기보다, 속임수를 써서 공갈 사다리에 올려 부와 권력을 누리게 하려는 후안무치 인생들이 들끓었다. 사과에 대한 전설과 일화 중에 "내일 종말이 오더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의 다짐과 식민지 폭군에게 끝까지 저항한 '빌헤름 텔(Wilhelm Tell)' 전설(?)은 청소년들에게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건강한 가치관 형성에 이바지했을지 모른다. 사실. 지구 최후의 순간에도 인류를 위하여 가치 있는 일을 하겠다는 각오는 무언가 확실한 신념이 없으면 생각하기 어려운 명제였다. 아무리 자유와 독립을 갈망한 일념이라고 하지만, 자신의 목숨을 거는 거라면 몰라도 아들 머리 위에 놓인 사과를 화살로 쏴 맞추겠다는 불굴의 의지와 경이로운 담력을 어떻게 설명할까? "아들아! 움직이지 말라!"고 외치며 화살을 쏘아 아들 머리 위에 얹힌 사과를 맞힌 텔에게는 숨겨 놓은 화살이 한 개 더 있었다. 폭군 게슬러가 그 화살을 어디에 쓰려느냐고 묻자, 텔은 "실수로 내 아들이 다치면 나머지 화살로 게슬러 당신의 심장을 쏘려 했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이처럼 운명과 대결하는 의지를 그려낸 실러(F. von Schiller)는 "진정한 용기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으니, 평소 정의로운 행동 뒤에 벌어질지 모를 돌발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한다. 특히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자유와 용기를 가지려면 마음 자세만이 아니라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로시니(G, Rossini) 작곡 '빌헤름 텔 서곡'은 새벽, 폭풍, 고요, (군대)행진의 4부로 구성되었는데 4악장이 힘찬 기상을 나타내며 경쾌하게 울린다. 아침에 들으면 의욕이 솟아나는 느낌이 든다. 텔처럼 대의를 위해서 전부를 다 바치지는 못할망정 사욕을 위해 대의를 저버리면 아니 된다고 다짐도 하게 된다. 평소 마음의 준비를 굳게 해야시련의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일까? 시련과 고통을 참아내야 희망을 찾아갈 수 있다는 뜻인지, 마지막 행진을 위한 전주가 치밀하다는 느낌이 든다. 비상 게엄 사태 뒤에 빌헤름 텔 서곡을 들으면서 병장 아래 상병만도 못한 인물들이 그 무거운 별들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안타까운 느낌이 든다. 어느 유명 인사가 '자녀 입시 비리'와 '감찰 무마' 혐의로 2024년 12월 12일 대법원 최종 판결을 받기전 "2019년 이후 나는 항상 칼날 위에서 살았고 칼날 위에서 행동했다"고 했다. "마지막 그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고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다짐했다. 그렇다면 그는 과연 어떤 사과나무를 심을까?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눈물의 사과나무일까?

2024-12-16 13:59:26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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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팽의 일본 이야기] 연말 엽서(年末はがき)

12월 중순으로 들어서면서 주고받는 메일 끝 문장이 연말연시와 새해 인사로 바뀌고 있다. 벌써 한 해가 저물어 간다는 아쉬움이 드는 시기이다. 일본에서는 12월 초부터 지인들에게 보내기 위한 연말 엽서(年末はがき)를 준비한다. 한국에서는 엽서보다 연하장을 주로 이용하지만, 일본에서는 연하장보다는 엽서가 일반적이다. 일본에서 연하장보다 엽서를 더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연말에 엽서를 보내는 관습이 먼저 생겼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새해가 되면 부모, 친척 혹은 지난해 신세 진 분들을 찾아다니며 인사를 하는 풍습이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설날과 같은 풍습이다. 어른들은 찾아온 손님에게 새해 용돈으로 오토시다마(お年玉)를 주는데 이것 또한 우리나라 세뱃돈과 같은 것이다. 하지만 인사를 해야 할 사람이 너무 많아 모두 방문하기 어렵거나, 직접 찾아가기에는 먼 거리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편지로 인사를 대신했다. 메이지 시대에 접어들어 일본에서는 우편제도가 발달하기 시작했고 메이지 6년(1873년)에 우체국에서 전국 어디에 보내든 동일 요금이 적용되는 엽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연말에 편지를 대신해 엽서를 보내는 관습이 빠르게 전파된 것이다. 게다가 메이지 32년(1899년)부터는 우체국에서 연말에 접수한 엽서를 새해 첫날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연말에 엽서를 보내는 관습이 완전히 정착하게 되었다. 우체국에서는 연말에 접수한 엽서를 새해 첫날에 배송하기 위해 12월 중순부터 해당 업무를 위해 단기 아르바이트를 따로 고용해서 우편물 분류 작업을 해야 할 정도로 많은 양의 연말 엽서가 발송되고 있다. 연말에 이렇게 보내는 엽서는 보통 11월 1일부터 다음 해 1월 10일까지 판매되고 규격과 전국 요금은 평소에 발송하는 엽서와 같지만, 몇 가지 다른 차이가 있다. 먼저 여러 재질의 엽서를 판매하고 있다. 예전에는 백지 엽서에 직접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써서 엽서를 꾸몄지만, 최근에는 컬러 프린터를 이용해서 가족사진을 넣거나 그 해에 있었던 큰 이벤트(예를 들면 결혼식) 사진을 인쇄하기도 한다. 연말 엽서를 보내는 목적이 감사 인사와 안부를 전하는 것이니 충분히 그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에서 판매되고 있는 개인용 프린터기에는 엽서를 인쇄할 수 있는 가이드가 포함되어 있다. 또한 우체국에서는 연말 엽서의 용지를 보통 용지, 잉크젯 프린터 가능 용지, 잉크젯 사진 프린터 가능 용지 등 용도별로 판매하고 있다. 잉크젯 사진 프린터 용지는 인화지와 가까워서 보통 용지의 엽서보다는 가격이 조금 더 비싸다. 또 하나, 연말 엽서의 특징은 엽서에 오토시다마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연말 엽서의 하단에 6개의 숫자가 인쇄되어 있는데 이것이 다름 아닌 복권 번호이다. 연말 엽서 판매가 종료되면 약 일주일 후에 추첨하고 1등은 30만 엔(약 270만 원)의 상금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연말 엽서를 받은 사람들은 엽서를 바로 버리지 않고 적어도 열흘 정도는 더 보관한다. 그리고 우편 요금에 기부금이 포함된 엽서도 있다. 2024년 기부금 포함 연말 엽서는 장당 68엔으로 5엔의 기부금이 포함되어 있다. 최근 한국에서는 연하장도 많이 줄어들고 IT 강국답게 그 자리를 SNS가 대체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원래 목적대로 올 한해 감사 인사와 안부를 전하고 새해에도 행복하기를 기원하는 마음만 제대로 전달 될 수 있다면 수단이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2024-12-16 13:56:18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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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 도량발호와 후안무치

전국 대학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도량발호'(跳梁跋扈)를 꼽았다. '제멋대로 권력을 부리며 함부로 날뛴다'는 의미다. 도량발호를 추천한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권력을 가진 자가 높은 곳에서 제멋대로 행동하며 주변의 사람들을 함부로 짓밟고 자기 패거리를 이끌고 날뛰는 모습을 뜻하는 고어"라고 했다. 그러면서 "권력자들은 위임받은 권력을 사적인 이득과 편애하는 집단의 특혜를 위해 번번이 남용하고 악용한다"며 "그 최악의 사례가 12월 3일 심야에 대한민국을 느닷없이 강타한 비상계엄령"이라고 비판했다. 교수신문의 이번 설문은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이전인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2일까지 이뤄졌다고 한다. 아마도 학계에선 작금의 사태를 예견했는지 모른다. "즉각 탄핵 외에 다른 길이 없다"는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진 이유다. 곳곳에서 행동하는 양심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갑작스런 계엄선포에 국민들이 국회로 모였다. 아무리 높은 자리에 있더라도 잘못된 권력을 휘두르면 저항에 부딪힌다. 2위에 오른 사자성어는 '후안무치'(厚顔無恥). '낯짝이 두꺼워 부끄러움이 없다'는 뜻으로 김승룡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가 추천했다. 김 교수는 "부끄러움을 모르고 말을 교묘하게 꾸미면서도 끝내 수치를 모르는 세태를 비판한다"고 했다. 12·3 계엄 사태 이후 윤 대통령이 내놓은 담화가 그렇다. 그는 계엄령 선포·해제 이후 5일 만인 12일 대(對)국민 담화에서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저는 이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했다. 또 지난 14일 국회에서 탄핵 소추안 가결 이후엔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사과나 반성은 없었다. 국가 신인도 추락, 주식시장 폭락, 내수경기 위축, 정국 혼란, 국민 충격에 대한 자기반성과 미안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남녀노소 모두에게 안긴 실망감과 허탈, 분노는 안중에 없었다. 공감능력, 현실인식이 없는 '유체이탈'로 다가왔다. 유체이탈이란 현재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하고, 사실 확인을 하지 못한 채 다른 이야기를 함으로써 제 3자가 황당무계한 감정을 느끼는 경우다. 다행인 것은 아픈 역사가 우리를 지켰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박찬대 국회의원의 탄핵소추안 제안설명이 귀에 맴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는 '소년이 온다'를 준비하던 중 1980년 5월 광주에서 희생된 젊은 야학 교사의 일기를 보고 '현재가 과거를 도울 수 있는가?', '산 자가 죽은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뒤집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저는 이번 12·3 비상계엄 내란사태를 겪으며,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하고 싶다. 1980년 5월이 2024년 12월을 구했기 때문이다." 44년 전 고통과 아픔이 오늘의 내란을 잠재우고 국민과 나라를 구했다. 권력자의 도량발호가 몇 시간 만에 물거품이 될 수 있었던 건 오로지 국민의 양식과 행동이었다. 여전히 유체이탈 상태의 후안무치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그 결말은 새드엔딩이다. 한 때의 달콤한 권력은 한 낮의 꿈이 되었다. 21세기에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그 책임은 가볍지 않다. 우리를 둘러싼 정치·경제·사회적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신인도를 되찾고, 주식시장과 환율시장이 안정을 찾아야 한다. 소비와 투자 등 꺼진 내수경기를 살려야 한다. 언제쯤 정치 걱정 없는 나라를 만날 수 있을까. 지금 대한민국의 참담함과 고통은 다시 국민의 몫이다. /금융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2024-12-16 07:31:18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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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희 변호사의 손에 잡히는 法] 언론보도 명예훼손의 위법성 조각 요건

전직 국회의원인 원고가 언론사 및 소속 기자인 피고들을 상대로 허위기사로 인한 명예훼손을 주장하면서 손해배상 및 기사삭제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원고의 명예훼손에 따른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과 기사삭제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대법원 2024. 10. 8. 선고 2022다251650 판결 참고). 대법원은 ▲기사에 일부 허위사실의 적시가 있긴 하나 원고가 여러 차례 국회의원을 역임한 공적 인물에 해당하고 ▲위 기사의 내용은 평가와 검증이 계속 요구되는 공적 인물의 과거 행적 및 그에 대한 평가에 관한 것이고 ▲배경이 된 사건이 현대사의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공공적 의미를 가진 사안인 점, 피고들은 당시 군사법체계 내에서의 수사와 재판과정에 관한 사실조사를 위한 객관적 자료에의 접근 가능성에 한계가 있었고 ▲기사의 시초가 되는 사실에 대해 어떠한 관점에서 해석할 것인지에 따라 서로 다른 해석의 여지도 있으며 ▲위 기사에 앞서 이와 비슷한 취지의 기사가 있었으나 원고가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으므로 피고들로서는 이를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던 점 ▲위 기사 중 허위사실이 아닌 나머지 부분은 전체적인 맥락에서 중요한 부분이 허위라고 인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그런데 원고가 공적 인물이 아닌 일반인 이라면 위법성 조각 요건을 보다 엄격히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언론·출판을 통해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라도 그것이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그 행위에 위법성이 없다. 언론보도의 진실성이란 그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사실이라는 의미다. 세부적으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인 맥락에서 봐 보도내용의 중요부분이 진실에 합치한다면 그 보도의 진실성은 인정된다. 또한 복잡한 사실관계를 알기 쉽게 단순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일부 특정한 사실관계를 압축, 강조하거나 대중의 흥미를 끌기 위해 실제 사실관계에 장식을 가하는 과정에서 다소의 수사적 과장이 있더라도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아 보도내용의 중요부분이 진실에 합치한다면 그 보도의 진실성은 인정된다. 여기서 위법성 조각의 요건인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는 그 적시된 사실의 구체적 내용, 그 사실의 공표가 이뤄진 상대방의 범위, 그 표현의 방법 등 그 표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 동시에 그 표현에 의해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 고려해 결정된다. 나아가 법원은 명예훼손을 당한 피해자가 공적 인물인지 일반 사인인지를 구분한다. 공적 인물 중에서도 공직자나 정치인 등과 같이 광범위하게 국민의 관심과 감시의 대상이 되는 인물인지, 단지 특정 시기에 한정된 범위에서 관심을 끌게 된 데 지나지 않는 인물인지도 따진다. 적시된 사실이 피해자의 공적 활동 분야와 관련된 것이거나, 공공성·사회성이 있어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고 그와 관련한 공론의 필요성이 있는지, 그리고 공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된 데에 피해자 스스로 어떤 관여가 된 바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서 결정한다.

2024-12-15 13:43:28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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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의 시선]기장과 대통령

현직에 있는 기장 K씨께서 기자가 11월28일 새벽 6시27분에 출고한 ['수십미터 가는데 5시간 30분'…인천공항공사의 '민낯']이란 기사를 자신의 SNS에 직접 언급해주셨다. 감사하다. 이 기사는 지난 11월 말 폭설때 기자가 베트남 하노이발 대한항공을 타고 인천공항에 착륙한 후 5시간 30분 동안 기내에서 겪었던 일, 그리고 기자라는 신분을 밝히고 객실 사무장·승무원과 대화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다. 기사 내용을 요약하면 기자를 포함해 해당 비행기에 탔던 250여 명의 승객들은 착륙 후 계류장이 멀리 보이지 않는 활주로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낸 후에야 내릴 수 있었다. 승객들은 영문도 제대로 모른채 갇혀 있어야했다. 기내 방송은 "잠시만 기다려달라"는 내용만 무한 반복했다. 승무원 누구도 정확한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다. 본인들도 들은 바가 없어 부정확한 정보를 알려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비행기를 책임지고 있는 기장은 4시간 만에 방송에 나타났다. 하지만 기장도 "기다려달라"는 말이 전부였다. 대기가 서너시간을 넘기면서 한 승객은 공황장애 때문에 승무원의 도움까지 받아야 했다. 이곳 저곳에서 기침소리가 많아졌다. 숨쉬기가 답답하다는 호소도 곳곳에서 들렸다. 기내 불빛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했다. 참다못한 몇몇 승객은 휴대폰으로 112, 119 등으로 신고를 했다. 화가 난 일부 승객은 욕설을 하기도 했다. 특별히 욕할 대상이 있다기보다 화나서 뱉은 말들이었다. 5시간을 넘는 시간동안 승객들을 위한 버스 등 대체 운송 수단은 언감생심이었다. 내 기사에 대해 K 기장께선 "항공사 직원들에게 폭언을 하고 폭행을 하시면 어쩌자는 건가"라고 꼬집었다. 당연히 맞는 말씀이다. 그러면 절대 안된다. 그 기장께선 또 "기내의 전기와 냉난방은 엔진과 APU(보조동력장치)를 통해 공급이 된다"며 산소 공급 부족으로 적지 않은 승객이 기침하고 호흡곤란을 호소했다는 기사에 대해 반박도 했다. 그러면서 "소설을 쓰지 말라, 말이 되는 기사를 쓰라"고도 했다. 기자가 5시간 반 만에 비행기에서 내리자마다 그 자리에서 기사를 쓴 이유는 긴 시간동안 아무런 조치도 없었던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관리 시스템 부재를 지적하기위해서다. 아울러 승객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전혀 주지 못한 승무원과 항공사의 부실한 대응을 꼬집기 위해서다. 지친 승객들이 비행기에서 내려 짐을 찾고 공항을 떠나기전까지 국내 1위 대한항공이 한 일은 없었다. 화제를 돌려 나라안 상황으로 가보자. 국가 전체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는 대통령이 있는 내 나라 대한민국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4일 저녁, 국회 탄핵 가결후 밝힌 담화에서 "지금 잠시 멈춰 서지만, 지난 2년 반 국민과 함께 걸어 온 미래를 향한 여정은 결코 멈춰 서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저는 결코 포기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참 기가 찰 노릇이다. 자신의 잘못으로 시대가 수십년전으로 회기하고 온통 불안에 떨고 국가를 걱정하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소리다. 국민이 믿을 사람은 지도자 밖에 없다. 비행기에 탄 승객들은 기장에게 목숨을 맡겨야한다. 그런데 그 지도자가, 그 기장이 국민, 승객과 전혀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 다들 '아니다'라고 하는데 자신들만 '맞다'고 한다. 2024년 겨울, 대한민국의 자화상을 이들을 통해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2024-12-15 09:38:28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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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근의 관망과 훈수] 용기와 만용

[차상근의 관망과 훈수] 용기와 만용 (12월12일자) '용기(勇氣)'의 국어사전 뜻은 씩씩하고 굳센 기운이다. 중국말로는 위험을 두려워않는 기개를 말한다. 통속적으로는 '배짱이 좋다'란 말로 흔히 쓰인다. 영어 단어 'courage'를 우리는 용기로 표현해 쓰고 있다. 이는 위험이나 불이익을 분명히 알고도 옳다고 믿는 바를 위해 '두려움을 무릅쓰는' 경우를 가리킨다. 그 뜻을 좀더 들여다 보면 지극히 어렵지만 두려움을 이겨내고 옳다고 여긴 일을 실천하는 마음으로 인간의 필수덕목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막상 현실에서는 용기있는 사람이 얼마되지 않는다. 용기가 부족한 사람을 흔히 '겁쟁이'라고 한다. 이런 점에서 도덕적 용기란 말의 의미에 대해 곱씹어 봐야겠다.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의 위험이 더 커 의심이나 두려움이 있는데도 도덕적 이유로 행동하는 용기이다. 고통, 위험, 불확실성, 협박에 직면하는 나약하지만 강인한 인간의 선택이자 의지로 볼 수 있다. '12.3 계엄정국'에 수많은 시민들이 결연한 의지와 기개로 반민주적 폭력에 맞섰다. 12월 엄동설한에 전국 곳곳에서 거리로 나와 날밤을 지새며 저항의 기치를 들었다. 이들의 용기있는 행동때문에 용기있는 사람이 현실적으로 소수일 것이란 그 본래 의미는 상당히 무색해졌다고 할 만하다. 요며칠새 말없이 지내던 필부들의 용기있는 행동을 실로 오랜만에 목격했지만 특히 눈길끄는 '용자'가 보였다. 지난주말 부산의 한 계엄반대 집회현장에서 연설한 여고 3학년생이다. 이 학생은 "막 걸음마를 뗀 제 사촌동생들과 남동생이 먼훗날 역사책에 쓰인 이 순간을 배우며 제게 물었을 때 부끄럽지 않게, 당당하게 여기 나와 (의견을)말했다고 알려주고 싶어 이 자리에 섰다"라며 발언을 시작해 10여분간 비상계엄의 부당성과 기성 정치인을 비롯한 국가 지도층의 오만, 무능, 비겁함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또 한국이 늘 싫어 떠나고 싶었으나 전국의 많은 시민들이 함께 이 나라를 걱정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는 마음을 고쳐 먹었다고 했다. 이어 국민을 버린 정부는 더 이상 대한민국을 대표하지 않는다며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함께 가자고 촉구하며 발언을 마쳤다. 18살 앳된 소녀의 연설이 인터넷상에 회자되자 그 용기에 찬사가 쏟아졌다. 현실을 외면해온 어른들이 미안하다는 댓글이 이어졌고 철부지같던 MZ세대 청소년들에 신뢰를 갖게 됐다는 답글도 부지기수였다. 진정한 용기는 굳센 기운, 기질, 호기, 무모함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특히 기질처럼 인간 육체에 기반한 물리적 용기와는 확실히 성격이 다르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또 담화를 발표했다. 수많은 시민들이 조기퇴진을 기대했지만 현 사태의 단초를 거대야당의 잘못으로 돌리며 전혀 그럴 뜻이 없음을 밝혔다.용기가 지나치면 만용이라고 표현한다. 한자에서는 '사리를 분간하지 않고 함부로 날뛰는 용맹'으로도 정의한다. 애초 박근혜 특검 수사팀장과 탄핵, 검찰총장 등의 과정을 거치며 살아있는 권력에 맞서는 모습이 부각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집권후 시간이 흐를수록 그가 보인 것은 만용이었다. 이제는 그야말로 사리를 분간못하고 함부로 날뛰는 용맹스런 정치인이란 여론이 세상 가득하다. 자신의 행동이 만용임을 깨닫고 도덕적 용기를 보여주는 소수가 되기를 바란다면 과한 바램일까.

2024-12-12 16:45:42 차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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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64>2021 보르도 화이트에 빠질 시간…"韓시장 성장세 주목"

<264>佛 로낭 라보르드 보르도 그랑크뤼연합(UGCB) 회장 인터뷰 "보르도 와인은 해마다 아로마도, 밀도도 다르다. 매년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셈이다." 프랑스 보르도 지역은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있다. 여기에 포도나무를 더 잘 자라게 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물을 대는 관개농업 등이 금지되다 보니 작황을 예측할 수 없듯, 매년 어떤 와인이 탄생할지는 사실 아무도 모른다. 생산자도, 소비자도 해마다 빈티지가 들려주는 새로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뿐이다. 프랑스 보르도 그랑크뤼 연합(UGCB)의 로낭 라보르드 회장(사진)은 지난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열린 '2024 보르도 그랑크뤼 전문인 시음회'에 참석해 메트로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2021년은 드라이 화이트 와인에 최적의 기후 조건으로 신선하며 화려한 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레드 와인 역시 아로마의 표현력이 뛰어나며 숙성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바로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라보르드 회장은 지난 2019년부터 UGCB를 이끌고 있으며, 보르도 포므롤 지역에 위치한 와이너리 샤또 클리네의 오너이기도 하다. UGCB가 주최하고 홉스코치 시즌(구 소펙사 코리아)이 주관한 이번 시음회는 65개 그랑크뤼 와이너리들이 한국을 방문해 2021년 빈티지를 선보인 자리였다. '그랑 크뤼(Grand Cru)'는 프랑스어로 뛰어난 포도밭을 뜻한다. 매우 우수한 품질의 와인을 만드는 와이너리나 포도밭에 부여되는 명칭이다. 현재 132개의 최고 샤또들로 구성된 UGCB는 1973년에 설립됐다. 수확을 끝내고 11월부터 다음해 3월 사이에 생산자들이 30여개 도시를 돌아다니며 직접 와인을 소개한다. 와인 애호가 입장에서는 연말이면 새로운 빈티지를 경험할 수 있는 놓칠 수 없는 와인행사 중 하나다. 올해도 800명에 가까운 와인 수입업체와 소믈리에 등이 참석했다. 2021년은 최근 몇 년만에 극단적인 기후가 없었던 해였다. 따뜻해 일찍 재배를 시작했지만 수확은 예년과 비슷했다. 그만큼 포도가 천천히 익어갔고, 부드럽게 숙성했다. 포도가 충분히 익으면서도 신선할 수 있었다. 라보르드 회장은 "고온 건조했던 2020년과 비교하면 2021년은 보르도의 특성을 유지한 상태에서 균형과 순수미를 느낄 수 있다"며 "빈티지 특성도 있지만 10여년 전부터 보르도 와인은 그랑크뤼라도 숙성잠재력도 있지만 바로 마셔도 좋은 와인으로 만들어 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와인시장에서 보르도 와인의 성장세도 주목할 만 하다. UGCB의 아시아 투어 가운데 일본 다음으로 생산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 바로 한국이다 . 그는 "한국은 보르도 그랑크뤼에 있어 중요한 시장으로 2022년 수입량이 2020년 대비 3배 가 늘었다"며 "올해 전세계 와인 소비가 다소 줄었다고 해도 한국 시장의 성장세는 다른 국가 대비 유독 두드러진다"고 강조했다. 보르도 그랑크뤼 와인 수입국가를 규모로 보면 한국은 10위 안팎이다. 20년전 만해도 20위 밖에 있었다. 라보르드 회장은 "이번 행사는 단순한 시음 행사를 넘어 보르도와 한국 간의 관계가 얼마나 견고하고 깊은지를 잘 보여줬다"며 "UGCB는 한국과의 이런 관계를 더욱 깊이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2024-12-12 15:58:48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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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마누라 빼고 다 바꿨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언 후폭풍이 대한민국 전체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우리 사회는 치르지 않아도 될, 예측 못한 기회비용을 엄청나게 감당해야 한다. 정치 상황은 적어도 내년 초까지는 혼돈 그 자체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문제가 사람의 문제인지, 우리나라의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인지도 짚어봐야 한다. 의원내각제나 독일식 양원제·의원내각제를 벤치마킹해야 할지 등등에 대한 논의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나오는 비상계엄 관계자들의 발언을 들어보면, 이번 비상계엄이 우발적인 수준이 아니라 나름대로 '치밀하게' 사전 모의를 통해 이루어졌던 것으로 나타나 전 국민을 계속 경악케 하고 있다. 12월 3일 비상계엄을 발표하기 이틀 전부터 사전 모의가 진행됐으며 어디어디를 장악하고 누구누구를 어디에 가둔다는 계획까지 세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 섬찟한 것은 비상계엄 명분을 만들기 위해 전쟁까지 계획했다는 점이다. 아직 전모가 완전히 드러나고 있지는 않지만, 북한에 드론을 보내 국지적 도발을 벌이고 이를 비상계엄의 명분으로 삼으려 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이번 비상계엄을 위해 온 나라를 전쟁의 구렁텅이로 몰고갈 뻔 한 진짜 '중대 범죄'다. 국지전은 그들의 기대일 뿐, 전면전이 될지 세계3차대전이 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윤 대통령과 비상계엄 모의자들의 의지대로 '국지전'으로 끝날 수도 있었겠지만, 만의 하나 전면전으로 확전이라도 됐더라면 지금쯤 대한민국은 핵미사일이 오가고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는 아비규환의 불바다 그 자체가 됐을 것이다. 상상만 해도 정말 소름끼치는 일이다. 경제분야에는 이미 비상계엄 사태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치솟는 환율에 수출로 먹고사는 대한민국 경제 자체가 타격을 받고 있다. 기업들은 내년도 사업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들은 불확실성에 직면해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투자중단, 고용중단뿐 아니라 인력을 포함한 구조조정까지 검토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의 대외신인도마저 추락하게 되면 기업들의 고통은 몇십배 가중될 수 있다. 이미 우리 경제는 코로나19를 전후로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상태다. 내년 경제전망치도 아시아개발은행(ADB)을 비롯한 여러 경제기관·단체들에서 1%대 후반에서 2%대 초반으로 예측되고 있는데, 정치적 혼돈의 파장이 경제분야로 계속 영향을 줄 경우 1% 중후반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민생경제도 파탄났다. 코로나19 이후 조금씩 되살아나던 내수시장은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회복 불가능 수준의 타격을 받았다. 유통, 호텔, 레저, 관광 등의 분야는 치명타를 입었다. 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에서는 이번 계엄 선포를 '윤석열의 절박한 스턴트 쇼'라면서 이번 계엄선포 사태가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킬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기적인 계엄 선포의 대가를 5100만 한국인이 오랜 기간 할부로 갚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윤 대통령의 독단적인 행동은 대한민국의 모든 구성원들을 위기에 빠뜨렸다. 그 결과 윤 대통령은 부인인 김건희 여사만 빼고는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다 바꿨다. 수신제가(修身齊家)를 제대로 못한 채 치국(治國)을 한 결과는 평천하(平天下)가 아니라 '생지옥'이다.

2024-12-11 14:57:27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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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장님을 이끄는 장님

'장님을 이끄는 장님'(1568)이라는 제목의 그림이 있다. 안정적이고 평화로워 보이는 배경 아래 여섯 명의 장님이 줄지어 걷고 있는 장면을 묘사했다. 그런데 주인공들의 미래는 그리 순탄치 않아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가장 앞에 있던 장님은 이미 구렁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으며, 두 번째 장님은 막 넘어지려는 순간이다. 균형을 잃은 채 비틀거리는 그의 표정에는 공포와 당혹스러움이 역력하다. 나머지 사람들 역시 곧 첫 번째 장님과 같은 위기에 봉착할 것이다. 16세기 네덜란드의 화가 피터르 브뢰헬이 그린 이 풍자화는 성경의 마태복음 15장 14절에 나오는 "눈먼 사람이 눈먼 사람을 인도하면, 둘 다 구덩이에 빠질 것이다."라는 구절에 근거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지도자가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거나 통찰 없이 다른 사람을 이끌 경우, 자신과 타인을 모두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지난 12월 3일 '장님을 이끄는 장님'의 경고가 현실화됐다.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 즉 비상계엄이다. 야당에 대한 감정적 반발로 인한 그의 돌발 행동에 나라는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사회 전체가 혼란에 빠졌으며 경제는 올 스톱됐다. 장갑차와 헬기가 등장하고, 무장한 군인들이 국회를 점령하려 하자 외신들은 일제히 한국 민주주의의 퇴행을 우려했다. 12월 7일, 헌정 중단을 시도한 내란 수괴인 윤석열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으나 결국 무산됐다. 야당 대표에게 정권을 넘길 수는 없다는 이유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표결이 불발됐기 때문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개표를 미뤘지만 105명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끝내 본회의장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윤석열은 손바닥에 왕(王)자를 그리고 나타난 2021년 대선 경선 당시부터 정상이 아니었다. 평소의 상스러운 언행과 낮은 지적 수준은 둘째 치고, 궁지에 몰리면 제2의 계엄, 전쟁 도발도 감행할 수 있을 만큼 무모하고 비이성적인 존재다. 김건희 비리 방탄과 독재 집권을 위해서라면 그러고도 남을 인물이다. 그런 그가 국정에서 손을 뗀단다. 왕정 국가도 아니건만 국정 운영을 '우리 당에 일임'한다고 했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그는 순순히 자신의 권력을 포기할 사람이 아니다. '일임'은 언제든 철회한다고 하면 그만이고, 국정 관여도 이어질 것이다. 실제로 8일에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의를 수용하는 등 인사권을 행사했다. 따라서 '국민의힘'이 말한 윤석열의 직무 배제 및 '질서 있는 퇴진' 약속은 애초 지켜질 수 없는 헛된 망상임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내란죄 수사 대상인 한덕수 총리와 행정부의 일에 관여할 아무런 법적 지위와 권한이 없는 한동훈은 정부와 당이 협의해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한다. 명백한 위헌이다. 헌법 어디에도 대통령이 권한을 특정인이나 정당에 위임 또는 승계하거나 정당 대표가 대통령을 직무 배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없다. 특히 국민 누구도 그들에게 국정 운영권을 부여하지 않았다. 탄핵만이 답이다. 윤석열의 정치적 연명은 더 큰 국가적 재앙을 불러올 것이다. '장님을 이끄는 장님'에서처럼 우매한 지도자가 인도하는 길엔 불행한 말로만 있다. 그러나 현실은 민주 헌법을 유린한 쿠데타의 주범을 대통령직에 그대로 둬야 하는 상황이다. 쿠데타도 하나의 정치 행위로 간주하는 정신 나간 지도자와 내란조차 용인한 정당이 협잡해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판이다. 국민은 윤석열을 더 이상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당론이라는 허울 뒤에 숨어 윤석열 내란 공범의 길을 선택한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도 믿지 않는다. 모두 축출해야 한다. 숱한 피를 흘리며 지켜온 자유와 권리, 헌정을 위해 국민이 나설 때이다.■ 홍경한(미술평론가)

2024-12-10 15:23:52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