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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大記者의 西村브리핑] 외통수 걸린 임종룡의 선택은?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 지난 달 국회 국정감사 출석이란 승부수로 '기사회생(起死回生)'하는 듯 보였던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진퇴양난(進退兩難)'의 처지에 빠졌다. 더 적확하게 표현하면 '외통수'에 걸렸다는 말이 맞다. 사건의 발단은 2020년 4월부터 시작된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과 관련한 부당 대출건이다. 그동안 은행내에서는 손 전 회장 부당 대출과 손 전 회장 처남의 인사 개입건이 풍문으로만 떠돌았다. 그러다 우리은행 여신 감리 부서가 부당 대출 가능성을 은행 경영진에게 보고한 것은 2023년 10월로 알려져 있다. 은행이 1차 자체 조사를 끝내고 조병규 행장과 임 회장 등 현 경영진에게도 보고한 시점은 2024년 3월이다. 이후 5월부터 은행 측이 2차 조사를 벌이고 있을 때 금감원이 제보를 받고 우리은행에 확인을 요구하면서 부당 대출 사건이 8월께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우리금융의 '늑장 보고'에 대해 현 경영진을 강하게 질책했다. 사건이 알려진 후 우리금융 측에선 "보고를 받기 전까지 부당 대출건에 대해 임 회장은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금감원은 "2023년 3월에 취임한 임 회장이 손 전 회장 관련 문제를 취임 1년이 다 되도록 몰랐다는 것은 무능하거나 아니면 거짓말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금감원이 우리금융에 대해 날을 세울 때만 해도 통상 금감원이 시장을 의식해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결국 은행장 선에서 사태가 봉합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금융위원장을 역임한 임 회장에 대해 징계를 내리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기 때문이다. 임 회장 역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사퇴 관련 질문에 "지금은 조직 안정과 내부 통제 강화, 기업문화 혁신 등이 중요하다"고 답해 퇴진보다는 임기를 채우는 쪽에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조 행장이 부당 대출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밝혔음에도 불구, 금감원은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의 정기검사를 이달 말까지 또 다시 연장했다. 금감원은 이번 사태가 조 행장만으로 쉽게 끝날 차원이 아님을 검사 연장으로 그 의지를 분명히 했다. 무엇보다 금감원 검사와 별개로 검찰이 임 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12조' 위반 혐의를 들어 지난 18일과 19일 우리금융지주회장과 우리은행장 사무실 등을 압수 수색하면서 분위기는 급격히 얼어 붙었다. 12조는 '금융회사의 장은 회사 임직원이 직무에 관해 범한 죄를 알았을 때는 지체 없이 수사기관에 보고해야 하며 만일 이를 어기면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최고 200만원 벌금을 위해 집무실을 압수 수색한 것이다. 금감원과 검찰의 압박 수위를 보면 예상과는 달리 처음부터 정 조준 상대는 임 회장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임 회장에게 '당신이 책임지고 나가라'는 명백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늑장 보고'가 임 회장이 임기 도중 물러나야 할 만큼 중대한 상황은 아니다. 그것보다 다른 변수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금융위원장을 지낸 거물을 이렇게 몰아세우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외통수'에 걸린 임 회장의 선택지는 버티거나 물러나는 것 외에 다른 방도는 없어보인다. 지금의 대국 판세를 보면 결국 임 회장이 백기를 들어야 끝날 수 있다. 예전에도 금감원과 각을 세웠던 금융사 최고경영자(CEO)가 꽤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한결 같았다. '백전백패', 금융사 CEO가 손을 들었다.

2024-11-28 10:41:10 이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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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심각해지는 기술유출, 민관합동 대응이 필요하다

우리 기업들이 힘들게 개발한 핵심 기술과 영업비밀이 줄줄이 새고 있다. 해가 갈수록 유출 건수가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어 정부와 기업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최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핵심 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다가 적발된 게 25건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21건보다 19% 늘어난 수치다. 만약 이 기술들이 해외로 유출됐을 경우의 피해규모는 56조2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국가수사본부의 추정이다. 국가수사본부에 적발된 25건 가운데 18건은 중국으로 유출이 시도됐으며, 25건 가운데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기술들도 10건에 이른다고 한다. 국가정보원이 집계한 통계도 이와 비슷하다. 국정원이 최근 5년간 기술유출을 시도하다가 적발한 건수는 97건에 이른다. 지난 9월 삼성전자의 전 수석연구원이 D램 기술을 중국에 빼돌리려다가 적발된 게 대표적인 사례이지만 반도체뿐 아니라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국가핵심기술 탈취 시도는 끊임 없이 이어지고 있다. 기술이나 영업비밀에 대한 탈취 시도는 대기업만 타깃이 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중소기업들이 이런 시도에 사실상 무방비상태다. 애써 개발한 기술이나 영업 노하우, 영업비밀들이 속수무책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 9월, 더불어민주당 송재봉 국회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산업기술 및 영업비밀 유출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국내에서 총 589건의 기술 및 영업비밀 유출 피해가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89%인 524건이 중소기업들에 집중됐다. 기술유형별로 보면 영업비밀 유출이 92%를 차지했으며 산업기술 유출이 나머지를 차지했다. 기술 유출을 시도한 사람들은 대부분 기업 내부자(423건, 71.8%)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술들 가운데 국외로 유출된 건은 72건이며 중국에 47건, 미국에 8건, 대만에 4건, 베트남과 일본에 각 2건씩 기술이 유출됐다. 지금은 지식정보사회다. 지식재산이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며, 특허나 영업비밀 등 지식재산을 얼마나 많이 개발했느냐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얼마나 잘 보호하느냐도 중요한 시대다. 세계 각국은 이런 지식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미국에선 경제스파이법(EEA), 통일영업비밀법(UTSA) 등으로 처벌을 강화하고 있으며 일본에선 부정경쟁방지법을 시행하고 있다. 유럽연합에선 영업비밀 지침을 시행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방위산업기술보호법, 대외무역법 등을 통해 산업기술이나 영업비밀 등을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열 포졸이 도둑 하나를 못잡는다는 속담이 있다. 세계 각국이 다양한 법률을 만들고, 처벌을 강화해도 갈수록 교묘해지는 범죄를 적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국정원이나 경찰청에서 적발한 기술유출 이면에는 그보다 훨씬 많은 '성공사례'가 있을 것이란 추측이다. 첨단 기술이나 영업 노하우, 비밀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도 처벌 수위를 더 높여 사전에 방지해야 하지만, 기업 차원에서도 단속을 해야 한다. 특히 기업비밀의 대다수가 내부자에 의해 발생하는만큼, 인재 관리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2024-11-27 14:49:32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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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의 '청맹과니'] 사슴별곡

인도에서 전해지는 전설이다. 인도의 어느 숲에는 황금 사슴과 그가 거느린 오백여 마리의 무리가 있었다. 그런데 왕이 사슴 고기를 너무 좋아 해서, 날마다 사슴을 사냥했다. 사슴들은 불안에 떨면서 살아야 했다. 황금 사슴은 왕을 찾아갔다. 그리고 '사냥을 그만 두면, 우리가 순서를 정해서 매일 한 마리씩 목숨을 내 놓겠소.'라고 제안했다. 왕은 이에 동의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새끼를 밴 어미 사슴에게 순서가 돌아왔다. 황금사슴은 자신이 어미사슴을 대신하여 목숨을 내 놓겠다고 나섰다. 이 모습을 본 왕은 깊이 감동했다. 그리고 사슴들에게 '더 이상 사슴고기를 먹지 않고, 평화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다. 중국의 하이난 섬에도 사슴에 관한 전설이 전해진다. 어느 날, 젊은 사냥꾼이 멋진 사슴을 발견하고 뒤를 쫓았다. 사냥꾼의 끈질긴 추적이 이어진 끝에, 사슴은 남쪽 끝의 절벽에 다다랐다.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었던 사슴은 멈춰서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사슴의 눈망울이 너무나도 맑고 애처로웠다. 차마 쏠 수 없었던 사냥꾼이 활을 내려놓자, 사슴은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했다. 두 사람은 부부의 연을 맺고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사실 사슴은 무척 친근한 동물이다. 한라산의 백록담(白鹿潭)이라는 명칭도 '신선이 흰 사슴을 타고 내려와서, 사슴에게 물을 먹이는 연못'이라는 전설에서 유래 되었다고 한다. 일본의 나라공원에는 1000마리가 넘는 꽃사슴들이 살고 있다. '타케미카즈치'라는 군신(軍神)이 사슴을 타고 나타났다는 전설 때문에, 사람들이 사슴을 보호해 왔다고 한다. 도교의 십장생의 하나가 사슴이고, 그리스 신화의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는 사슴의 수호자였다. 사슴을 자신의 시조로 생각하는 민족도 있다. 게르만족과 켈트족은 수사슴을 자신의 조상으로 생각했고, 몽골족도 자신들이 푸른 이리와 흰 사슴 사이에서 태어난 민족이라고 생각했다. 스키타이족도 사슴과 깊은 인연이 있다. 사실 스키타이라는 말의 어원도 '사슴'이다. 스키타이 제사장은 제사를 지낼 때, 사슴뿔 모양의 관을 썼다. 이런 풍습은 신라의 금관으로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신화와 전설에서 사슴이 주인공이 되는 것은, 아마도 뿔 때문일 것이다. 사슴의 뿔은 정기적으로 재생된다. 그래서 사슴은 새로운 탄생을 상징하는 동물로 여겨졌다. 최근 수원에서 주민 2명이 사슴에게 공격당했다. 부랴부랴 수원시가 나서서, 간신히 사슴을 포획했는데, 이번에는 의왕, 군산. 순천에서 사슴이 목격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일본에서는 사슴뿔에 찔려서 사람이 사망하는 사고도 생겼다. 가을이 되면 사슴들이 짝짓기를 하는 데, 이때 수사슴들이 공격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사슴들은 사슴농장에서 탈출한 사슴들이 번식을 한 것이라고 추정되고 있다. 사슴이 절대 만만한 동물이 아니고, 경우에 따라서 사람이 크게 다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사슴농장을 관리하는 분들은 각별히 신경 써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사슴이 인간세계를 침범한 것인지, 아니면 인간이 사슴이 살 곳을 빼앗아 버린 것인지는 아리송하기만 하다. 인간은 대자연의 일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대자연을 지배해 왔다. 어쩌면 이번 사슴사건들은 인간에게 보내는 대자연의 경고는 아닐까? 김준형 / 칼럼니스트(우리마음병원장)

2024-11-26 11:00:36 구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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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유해 미생물을 감소시키는 '돼지감자'

상황이나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을 '뚱딴지' 같은 사람이라고 한다. 뚱딴지에는 '완고하고 우둔하며 무뚝뚝한 사람'이라는 뜻도 있는데 그 유래는 식물 뚱딴지에게서 가져왔다. 뚱딴지는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북미에서 넘어온 귀화식물로, '돼지감자'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제멋대로 생긴 땅속 덩이줄기의 모양새에 빗대어 완고하고 우둔하며 무뚝뚝한 사람을 뚱딴지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덩이줄기를 식재료로 쓴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돼지감자는 이름이 무색하게 가지과에 속하는, 감자와는 전혀 다른 식재료이다. 맛과 질이 감자보다 떨어져 돼지와 같은 가축들의 먹이로 썼다 해서 돼지감자로 불렸다. 근래에 들어 몸에 좋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배 농가가 크게 늘고 대중들에게도 친숙한 존재가 되었다. 돼지감자는 국우(菊芋)라는 본초명을 가지고 있는데 열을 낮추고 출혈을 멈추는 데 쓴다. 돼지감자의 좋은 성분으로는 풍부하게 함유된 이눌린을 꼽을 수 있다. 올리고당의 일종인 이눌린 성분은 음식을 통해 섭취할 시 소화가 되지 않은 상태로 대장으로 넘어가 미생물에 의해 발효된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건강에 좋은 기능을 하는데 몸에 유해한 미생물을 감소시키고 당과 지방의 흡수를 지연시켜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킨다. 돼지감자는 많은 양을 한꺼번에 섭취하면 소화를 방해하므로 주식보다는 반찬이나 샐러드, 그리고 차로 즐기는 게 좋다. 예를 들어 반찬으로 장아찌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나트륨 배출을 돕는 칼륨이 무척 풍부하며 아삭한 식감을 가지고 있어 장아찌에 적합한 식재료이다. 장아찌로 만들 때는 껍질을 벗기지 않은 상태에서 깨끗한 물로 여러 번 씻은 돼지감자에, 간장과 식초 그리고 설탕으로 적절히 간을 한 물을 끓여 부어주면 된다. 가장 좋은 섭취 방법은 차로 즐기는 것인데 몸에 좋은 이눌린이 열을 가할수록 추출이 잘되기 때문이다. 말린 돼지감자를 한 번 볶아내어 물 1리터에 5~6조각을 넣고 끓여내면 차가 완성된다.

2024-11-25 17:16:20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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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기억의 지속

꿈과 환상, 무의식 세계와 이성과 비이성이 결합된 초현실주의(Surrealism)는 현실을 넘어선 세계를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 20세기 초반에 등장한 예술 및 문학운동이다. 프랑스의 작가 앙드레 브르통(Andre Breton)이 쓴 《초현실주의 선언》(1924)을 통해 본격적으로 정립됐다. 이 운동은 1차 세계대전(1914-1918) 이후의 불안정한 사회와 문화적 변화 속에서 탄생했다. 다다이즘(Dadaism)과 프로이트(Sigmund Freud) 정신분석학의 영향에 따라 기존의 논리적 사고와 전통적인 예술 규범을 탈피하려 했으며, 상징적이고 환상적인 이미지를 통한 '새로운 현실' 창조에 주력했다. 1931년 초현실주의 작가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는 그의 대표작 '기억의 지속'(The Persistence of Memory)을 완성했다. 이 작품에는 녹아내리는 시계와 개미떼, 어두운 그림자로 덮인 땅과 앙상한 나뭇가지, 그리고 황량하면서도 몽환적인 풍경이 하나의 화면에 새겨져 있다. 치즈(Camembert)가 흐느적거리며 녹아내리는 모습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치즈가 녹아내리는 것과 시계가 무슨 상관이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바로 비논리적 상황과 부조화를 특징으로 하는 초현실주의적 감성이다)는 이 그림의 배경은 비현실적이다. 이는 무의식과 꿈의 세계를 나타내며, 덧없고 무력한 현실을 뜻한다. 그림 하단의 흐릿한 얼굴 형태는 달리 자신의 모습으로 풀이된다. 무의식 상태에 있는 자아를 상징한다는 게 일반적이다. 녹아내리는 세 개의 회중시계는 이 작품의 핵심이다. 제 기능을 상실한 시계 속에서 단단하고 규칙적인 선형적 개념으로 여겨지는 시간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다. 이는 시간의 상대성과 인간 저마다의 경험과 인식, 그리고 그것이 가지는 복잡함과 가변성을 암시하면서 시간의 의미조차 잃어버렸음을 가리킨다. 특히 주황색 시계 위에 모여 있는 개미와 그 옆에 놓인 시계의 파리는 부패와 죽음의 은유다. 스토아 철학(Stoicism)과 허무주의, 흑사병과 종교개혁, 황금시대를 구가한 17세기 네덜란드의 경제적 성장과 세속적 탐닉, 중부유럽 최초의 전쟁인 30년 전쟁(1618~1648) 등의 여러 역사적, 문화·종교적 흔적을 배경으로 하는 바니타스(Vanitas) 정물화들이 그러했듯, 이는 시간의 흐름과 존재의 유한성에 대한 불안을 반영한다. 이처럼 다양한 기호들로 채워진 '기억의 지속'은 절대성을 벗어난 시간이 저마다의 기억과 경험 속에서 얼마든지 비선형적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사실과 이성을 관장하며 바깥세상의 흐름을 구속하는 시계가 맥없이 축 처져 있다는 건 '시간 개념의 붕괴'를 뜻한다. 시간은 인간의 기억과 존재를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과거의 기억이나 경험이 현재의 선택을 결정짓지만, 현재의 해석이 과거를 재구성할 수도 있다. 그런데 시간의 개념이 붕괴되거나 사라진 채 지금의 순간만이 전부라면 어떻게 될까. 만약 연속성이 없는 세계라면 기억은 어떻게 작용하며 '영원'이라는 개념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시간이 사라진다면 아마도 우린 '존재'라는 근본적인 질문과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삶이란 무엇이며 살아가는 목적은 무엇인지 새롭게 돌아보게 되거나,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외부적 조건에서 벗어나 더 내면적인 것에 집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기억의 지속'은 치열하게 혹은 처연하게 살아가는 인간들이 잠시나마 시간 없이 존재하는 방식을 상상할 수 있게 한다. 시간과 기억을 축으로 인간은 무엇에 의지해 삶의 의미를 정의할 것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명화 한 점에 숨겨진 이야기다.■ 홍경한(미술평론가)

2024-11-25 15:37:41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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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오 변호사의 콘텐츠(Content) 법률 산책] 저작물 공정이용, 과거 사건 적용 불가

현행 저작권법은 저작권자의 이익 보호와 저작물의 활용에 따른 공익 증진이라는 양자의 균형을 꾀하기 위해 저작물의 공정이용(fair use)에 관한 이른바 포괄적 일반조항(catch-all clause)으로서 '저작권법 제35조의5(저작물의 공정한 이용)'를 마련해 두고 있다. 그런데 위 조항은 저작권법의 역사(1957년 제정)를 기준으로 보면 매우 최근에 신설된 조항(저작권법이 2011년 12월 2일에 일부 개정되면서 신설된 조항)이다. 그래서 위 조항이 신설되기 이전(물론 여기에 해당하는 사례가 많은 것은 아니다)에도 위와 같은 공정이용의 법리가 적용될 수 있는지, 적용될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적용되어야 하는지 등의 의문이 있었다. 이에 대해서 지난 7월 대법원의 의미 있는 판결이 있었다. 이른바 '노래비 사건(2021다216872, 2021다216889)'이다. 대법원이 "저작물의 공정이용은 저작권자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이라고 하는 대립되는 이해의 조정 위에서 성립하는 것이므로, 공정이용의 법리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그 요건이 명확하게 규정돼 있을 것이 필요한데, 구 저작권법(2011. 12. 2. 법률 제111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이에 관해 명시적 규정을 두지 않으면서 제23조 이하에서 저작재산권의 제한사유를 개별적으로 나열하고 있을 뿐이므로, 구 저작권법하에서는 널리 공정이용의 법리가 인정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위 사안에서 원심(서울중앙지방법원)은 "공정이용의 법리가 개별적인 제한규정에 대비되는 공정이용의 일반 법리인 점, 그리고 구 저작권법 하에서도 공정이용의 법리를 대신해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이나 비영리적 목적 및 한정된 범위 안에서의 이용 등을 규정한 조항이 그 역할을 일부 담당하고 있었던 점 등을 근거로 삼아서 위 조항이 직접적으로 적용되지 않는 과거의 사안에 대해서도 공정이용 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구 저작권법 제28조가 공정이용에 관한 현행 저작권법 제35조의5(위 판결에 적용된 구법 기준으로는 저작권법 제35조의3)와 요건이나 적용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일반적인 공정이용 법리의 적용 근거로 삼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판단에 따라 "원심판결에 저작물의 공정이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봤다. 즉, 공정이용에 관한 현행 저작권법 조항(제35조의5)은 그 신설 이후부터 적용될 수 있는 것이고, 그 이전에는 널리 적용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과거 실무서 등에서도 구 저작권법상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등의 조항을 공정이용의 법리 적용의 근거로 보는 경우 등이 있었는데, 대법원은 신설된 공정이용 조항을 널리 적용함에 있어서는 시간적 범위가 제한된다는 점을 명확히 판시한 것이었다. 이처럼 저작권법의 적용에 있어서는 구체적인 조항의 내용 뿐만 아니라 개별사안에 관해 적용되는 정확한 법령이 무엇인지(구법/신법 등), 해당 법령의 부칙 등에 경과규정이 있는지 등 법령 적용의 시간적 범위에 대해서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실무에서 구법/신법 등 법령 적용의 시간적 범위에 따라서 사건의 결론이 달라지는 경우도 매우 많기 때문이다. 이 역시 지식재산권이 문제되는 사안과 관련해 실무에서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야 하는 이유라고 할 것이다.

2024-11-24 13:48:48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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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61>佛 화이트의 재발견 '샤또 라 루비에르'…"혁신은 계속된다"

<261>인터뷰/佛 앙드레 뤼통社 마틸드 뤼통 대표 화이트 와인인데 뒤로 빼지 않는다. 양해를 구하지도 않는다. 당당히 여기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신세계(New World)의 과실 폭탄이나 진한 오크풍미가 아니다. 소비뇽 블랑 품종 특유의 신선함에 풍성한 아로마와 구조감을 갖췄다. 왠만한 프리미엄 레드 와인 못지 않게 숙성 잠재력이 있다. 보르도에서도 페삭-레오냥의 화이트 와인 '샤또 라 루비에르 2021'이다. 페삭-레오냥이라는 테루아가 원래 지닌 특성에다 드라이 화이트 와인을 만들기에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일 수 없었던 2021년 기후도 한 몫을 했다. 지난 2022년부터 앙드레 뤼통을 이끌고 있는 마틸드 뤼통 대표는 최근 메트로신문·메트로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페삭-레오냥은 프리미엄 레드 와인과 프리미엄 화이트 와인을 동시에 생산하고 있는 와인 산지로 프랑스에서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이런 곳은 굉장히 드물다"며 "샤또 라 루비에르는 숙성 잠재력 등 화이트 와인의 다양성을 알리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먼저 앙드레 뤼통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앙드레 뤼통은 보르도의 전설로 남겨진 와인 생산자이자 와이너리 이름이다. 와인메이커로서 앙드레 뤼통은 버려지다시피 방치된 와이너리를 재건해 와인의 품질을 올려놓는 것은 물론 주변 경관까지 가꿔 지역 명소로 만들었다. 와인 재배와 양조에 있어서는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새로운 기술을 적용했고, 당시 생산자들은 관심이 없었던 마케팅에도 적극적이었다. 와이너리로서는 출발점이었던 샤또 보네를 비롯해 현재 샤또 라 루비에르, 샤또 크뤼조, 샤또 꾸엥스 뤼통 등 6곳을 가지고 있다. 앙드레 뤼통이 지난 2019년 작고한 이후 이제는 2세대와 3세대가 공존하며 와이너리를 이끌어가고 있다. 마틸드 뤼통은 앙드레 뤼통의 손녀다. 이번엔 보르도 지도를 펴고 페삭-레오냥을 찾아볼 차례다. 메독 아래로 넓게 분포한 그라브 지역의 북부에 자리잡고 있다. 페삭-레오냥은 앙드레 뤼통이 특별하게 여기는 지역이다. 원래 그라브 지역에 뭉뚱그려 속했던 페삭-레오냥을 특색있는 테루아를 알아보고 새로운 AOC(원산지통체명칭)으로 만든 이가 바로 앙드레 뤼통이다. 뤼통 대표는 "보르도 구시가지와도 가깝게 연결되어 있어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며 "보르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마시는 와인도 바로 페삭-레오냥"이라고 전했다. 그라브나 페삭-레오냥 대부분의 와이너리들이 화이트 와인으로는 소비뇽 블랑과 세미용 품종을 섞어 만드는 것과 달리 샤또 라 루비에르 화이트는 소비뇽 블랑 100%다. 힘있는 화이트 와인이니 소스를 곁들인 해산물과도 잘 어울린다. 랍스터나 새우, 아니면 구운 연어도 좋다. 한국 음식 가운데서는 생선전은 물론 육전, 잡채 같은 음식과 같이 마시면 좋다. 와이너리의 규모는 크게 확장됐지만 가족 경영 와이너리며, 포도를 직접 재배하는 와인 생산자라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다. 여러지역에 걸친 방대한 규모지만 샤또 각각의 정체성은 철저히 존중한다. 뤼통 대표는 "대규모 생산자지만 포도를 사들이지 않고 대부분 포도밭 관리부터 양조, 병입까지 직접한다"며 "샤또들이 자신만의 스토리를 풀어낼 수 있도록 독립적으로 포도를 생산하고 와인을 만드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혁신을 추구한다는 것 역시 앙드레 뤼통의 DNA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보르도에서는 드물게 토기 숙성 용기인 암포라를 도입하기도 했으며, 기후변화에 대비해 새로운 품종도 시도 중이다. 한국에는 수입되지 않았지만 올해는 무알콜 와인도 시장에 내놨다. 뤼통 대표는 "궁극적으로 사람들이 우리의 와인을 마시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항상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반응을 들으며 대단한 변화가 아니더라도 작은 혁신을 반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4-11-21 15:51:19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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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 각자도생의 해

경제연구소와 기업에서 2025년 경제·산업전망 분석이 한창이다. 내년 경제 기상도는 '흐림'을 예상하는 곳이 많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대내외 경제는 한마디로 암울하다. 기업은 물론 소상공인, 가계 등 경제주체 모두 긴장하고 있다. 먼저 경기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내수(소비+투자) 위축이 이어질 전망이다. 기업, 소상공인, 개인 모두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내년 우리 사회는 '저성장 지속과 양극화 심화' 속에서 각자도생이 예상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전망보다 0.1%포인트(p) 하향조정한 2.0%로 제시했다. 수출 성장세가 한풀 꺾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잠재성장률(2.0%) 수준으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2025 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저성장 지속을 예상했다. 그 이유로 저출생, 고령화, 높은 수출 의존도 등 구조적 요인을 꼽았다. 또 지정학적 갈등과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에 따른 수출 경쟁력 하락,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내수 부진도 이유로 들었다. 하나금융은 2025년 우리 경제의 키워드로 '우로보로스(Uroboros)의 딜레마'를 꺼냈다. 우로보로스는 고대 신화에서 자기 꼬리를 물고 있는 뱀의 형상을 말한다. 자기 꼬리를 물고 있다는 것도 모른채, 끝없이 반복되는 과정을 상징한다.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갈등이나 문제가 계속 이어진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현실과 데자뷰된다. 정쟁이 끊이지 않는 정치는 내년에도 희망이 크지 않다. 경제도 희망적이지 않다. 저성장에 따른 양극화가 한국의 경제를 짓누를 것이 분명하다. 정치 양극화에 이어 소득 등 경제력 격차가 벌어져 빈부격차가 심해질 전망이다. 양극화는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은 자금력과 기술력으로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중견기업은 수익성 악화와 기술력 미비로 뒤처질 수밖에 없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간 격차가 벌어지는 구조다. 소상공인도 되는 집만 되는 구도가 예상된다. 다른 가게와의 경쟁에서 뒤처지면 문을 닫아야 한다. 웃는 곳과 우는 곳이 생긴다. 소비 양극화도 뚜렷해지고 있다. 저가 위주의 필수 소비가 대세를 이루면서 고가 제품은 선택적 소비만 이뤄진다. 내년 경제 기상도에서 우리나라를 둘러싼 대외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다. 내년 1월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이 어떤 파장을 일으킬 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혼돈'과 '공포'로 표현한다. 태풍과 폭설이 잦다는 얘기다. 실제로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수출을 토대로 성장한 우리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는 모든 국가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최소 60%의 관세를 매긴다고 공약했다.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반도체, 배터리, 태양광, 자동차 업체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결정에 따라 운명이 갈릴 수 있다. 촘촘하고 꼼꼼한 분석과 대응이 필요하다. 결국 먹고 사는 문제다. 미국의 정권교체 트리거(방아쇠)도 물가, 일자리 등 경제였다. 살림살이가 승부를 가른 셈이다. 우리나라 정치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경제를 살리지 못하면 정권도 잃는다. 정치는 차치하더라도 사회전반의 양극화 해소가 시급하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물론 부자와 그렇지 못한 사람 간 격차를 줄여야 한다. 사각지대 복지 확대는 물론 일자리 창출을 통해 소득의 격차를 좁혀야 한다. 두려운 내년이 째깍째깍 다가오고 있다. 구름이 몰고 올 비와 태풍을 대비해야 한다. /금융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2024-11-21 10:17:13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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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Food Talk Talk)] 노벨상 받은 AI 알파폴드와 푸드테크

2016년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인공지능(AI) 알파고(AlphaGo)는 이세돌과의 바둑 대결에서 승리했다. 그로부터 채 10년도 지나지 않은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인공신경망을 연구한 과학자들에게 주어졌다. 인공신경망은 인간의 뇌를 구성하는 뉴런이 서로 연결된 것처럼 컴퓨터 프로그램상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법이다. 이 연구는 머신러닝, 즉 기계학습의 새로운 장을 열었고, 이는 물리학을 통한 AI의 기초를 다졌다는 의미가 크다. 기계학습은 컴퓨터나 기계가 사람의 도움 없이 스스로 배우고 발전하는 것을 말한다. 기계학습은 우리의 뇌 구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발전했다. 우리의 뇌는 뉴런이라는 작은 세포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기계학습은 이러한 연결 방식을 모방한다. 1950년대에 로젠블랫(Rosenblatt)이 제안한 '퍼셉트론'은 초기 신경망 분야의 연구에 큰 영향을 주었다. 퍼셉트론은 입력된 신호들을 추가하여 어떤 한계를 넘어서면 다음 단계로 신호를 전달하고, 여러 퍼셉트론이 모여 딥러닝을 하게 된다. 올해 노벨상을 수상한 제프리 힌튼 교수는 초기 매개변수 값을 정하고, 예측 값과 실제 값의 차이를 줄이는 경사하강법을 제안했다. 경사하강법은 산에서 쉽게 내려가는 길을 찾는 것과 비슷한 방법이다. 볼츠만 머신은 두 데이터 간의 관계를 개선하는 기술로, 퍼즐의 조각들을 맞춰가며 큰 그림을 완성하는 과정을 도와준다. 심층 신경망은 데이터를 더 작은 단위로 나눠서 처리하고, 이는 뇌가 정보를 단계적으로 처리하면서 배우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알파고는 AI의 역사에서 중요한 이정표로, 인간의 바둑 세계 챔피언을 이기기 위한 대규모 시도였다. 알파고는 인간의 직관과 유사한 방식으로 학습하는 시스템으로 바둑의 비상식적인 수를 두는 등 새로운 전략을 제시하여 게임에 대한 인간의 인식을 변화시켰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서력 기원(西曆 紀元)은 주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난 때를 기준으로 예수탄생 이전 B.C(Before christ)과 예수탄생 이후를 A.D(Anno domine)로 구분한다. 4차산업 시대를 맞이하여 인간과 바둑을 통한 지능게임에서 AI가 승리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AI가 인간의 지능을 위협하는 특이점(singularity)까지 접근한다면 우리가 사용 중인 서력(西曆)을 알파고 탄생이전 B.A(Before AlphaGo)과 알파고 탄생 이후 A.A(After AlphaGo)로 바꾸어야 할 만큼 인류과학사의 변곡점에 와 있다는 생각이다. 기계학습은 컴퓨터나 기계가 사람의 도움 없이 스스로 배우고 발전하는 것을 말한다. 알파폴드(AlphaFold)는 딥마인드(DeepMind)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데 사용된다. 필자가 박사과정 시절 배웠던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은 단백질 구조분석을 하기 위해 유전자의 정보를 컴퓨터에 입력하는 과정이 필요했고 컴퓨터에 정보를 저장하기 위한 생물학적 실험시간이 오래 걸렸고 정확성도 낮았다. 2003년 완성된 인간 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는 32억 개의 염기쌍을 얻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었다. 코로나 COVID-19 팬데믹 기간 동안 널리 사용된 PCR(Polymerase Chain Reaction) 검사는 감염병 진단, 유전자 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기술이다. 알파폴드는 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진보하여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을 기반으로 3차원 구조를 예측하며, 이는 단백질의 생물학적 기능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알파폴드는 2018년과 2020년에 열린 구조예측 대회(CASP)에서 높은 정확도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여 큰 주목을 받았다. 알파폴드의 최신 버전인 알파폴드3는 단백질과 DNA, RNA, 다양한 리간드 및 이온으로 구성된 복합체의 구조를 예측할 수 있다. 알파폴드3를 활용하여 식물성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예측하고 시각화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관심 있는 식물성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을 준비한다. 이 서열을 알파폴드 시스템에 입력한다. 알파폴드3는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 모델을 사용하여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예측한다. 알파폴드는 오픈 소스 프로그램으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음식과 약은 그 근원이 같다"는 식약동원(食藥同源)의 원리는 점차 진화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반의 푸드테크에서 그 답을 찾게 될 것이다. 알파폴드나 로제타폴드와 같은 인공지능을 탑재한 푸드테크 기술은 특수의료용도식품의 시장을 가속화 하게 될 것이다. 맞춤형 특수의료용도식품은 개인의 유전적 정보와 건강 상태를 바탕으로 최적화된 식단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특수의료용도식품은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정확하게 예측함으로서 특정 질병과 관련된 단백질 구조를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식단을 설계할 수 있게 되고, 알파폴드 인공지능의 예측 결과를 바탕으로 배양육에서 중요한 단백질의3D 구조를 최적화함으로써 육질과 풍미를 개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콜라겐 같은 단백질의 구조를 활용하여 고령자나 환자에게 필요한 부드럽고 씹기 좋은 식감을 구현할 수 있고 개인의 유전적 특성과 건강 상태에 맞춘 영양소를 설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 알파폴드를 통해 개인 맞춤형 메디푸드와 신약을 결합하여 보다 효과적인 치료 및 예방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식품공학적 기술과 분자생물학적 이론을 통합하여 배양육의 핵심 기술인 세포의 조직구조와 기능을 더욱 잘 재현함으로서 배양육의 맛과 향 등 감각적 특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해 세포가 성장할 수 있는 지지체(스캐폴드)를 개발하여, 세포가 자연스러운 조직 구조를 형성하도록 하여 배양육의 식감과 질감을 개선하게 된다. 또한 효소와 성장 인자가 세포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여, 배양육 생산 과정에서 필요한 영양소를 최적화하는 방법과 특정 단백질의 조성과 비율 조절이 가능해 질 수 있다. 인공지능 알파폴드는 단백질의 구조예측, 스캐폴드 설계, 감각적 특성 향상 등 다양한 방법으로 그린바이오산업에 활용 될 것이며 세계 모든 사람들이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목표로 2015년 UN에 의해 채택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실천 할 수 있는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연윤열 ESG푸드테크 소사이어티 대표

2024-11-20 15:10:29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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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팽의 일본 이야기] 다이소와 100엔 숍

오랜만에 집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등 뒤에서 아이가 나를 부른다. 책장을 넘기며 고개를 돌렸는데, 아뿔싸! 책이 찢어지고 말았다.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이 내가 손가락 힘 조절을 실패한 것이다. 일단 찢어진 책을 보수하기 위해 투명 테이프를 찾아본다. 분명히 어딘가에는 있을 텐데 아무리 뒤져도 보이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새로 테이프를 사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어디에서 테이프를 살 수 있을까? 라는 간단한 의문에 여러 가지 답안이 머릿속을 맴돈다. 먼저 최근 필요한 물건을 가장 많이 구매한 방법은 인터넷 쇼핑몰이다. 몇 개의 사이트를 찾아다니면서 가격 비교를 하고 내게 필요한 물건을 주문하면 시간과 돈이 절약된다. 그런데 투명 테이프 하나를 인터넷 쇼핑몰에서 사는 것은 오히려 손해일 것이다. 당장 택배비가 테이프값보다 비싸 배보다 배꼽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보통 그런 경우에는 여러 가지 필요한 물건들을 함께 주문한다. 금액이 커지면 택배비가 무료로 변하는 신기한 경험도 하게 된다. 하지만, 나는 지금 당장 테이프가 필요하고 굳이 함께 살 물건도 생각나지 않는다. 다음으로 테이프를 살 수 있는 곳은 문구점일 테다. 그런데 나는 우리 동네 문구점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예전엔 아이가 다니던 초등학교 앞에 문구점이 하나 있었는데 사라졌고 그곳에 있었던 문구점이 어느 건물 4층으로 이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하지만 어디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다음으로 생각나는 곳은 편의점인데, 집 근처 편의점에서 투명 테이프를 본 기억이 없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투명 테이프 하나 사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결국 투명 테이프 하나를 당장 사기 위해서는 대형 마트에 가는 수밖에 없는 것일까? 아니다. 하나 더 선택지가 있었다. 바로 다이소에 가면 투명 테이프를 살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최근 다이소 매장이 여기저기 많이 생겨서 적어도 내 생활 반경에서는 대형 마트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지만 다이소는 일본 100엔 숍 중 하나의 브랜드가 한국에 와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일본의 100엔 숍은 생활 잡화와 문구를 중심으로 제품을 구비하고 가격은 100엔으로 균일하게 통일한 것이 특징이다. 일본에서는 예전에 여러 가게들이 재고 처리와 미끼 상품으로 100엔 제품을 판매하기도 했는데 1980년대 중반부터 100엔 제품만 판매하는 상설 매장이 등장했다고 한다. 그리고 1990년대 일본의 버블 붕괴와 함께 경제 불황이 닥쳤고 100엔 숍은 급속히 점포 수가 증가했다. 따라서 일본 내에서는 불황 시대의 성장 산업으로 불리고 있다. 일본에서는 캔두, 세리아, 와츠 등과 같이 대형 체인으로 운영하는 100엔 숍이 있으며, 이들 기업은 전문 납품업체를 지정하고 생산자와 직거래를 도입하는 등 유통업의 혁신을 이끌어 100엔이라는 가격을 유지하면서도 양질의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에 진출한 다이소는 아주 빠른 속도로 점포 수를 늘리고 있다. 물론 경기 영향일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물건을 잘 구비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주변에 많은 소매점이 사라지고 있다. 문구점이 사라진 것처럼 철물점 간판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간단한 물건을 하나 사기 위해서도 대형 마트를 찾게 되다 보니 이러한 물건을 구비하고 있는 다이소를 더 찾게 되는 것이다. 필자가 투명 테이프를 하나 사기 위해 펼쳤던 상상의 나래가 다이소에서 멈춘 것처럼 말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2024-11-18 13:47:54 한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