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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교권침해’ 학생부 기재하면 교사 권위 오를까

서울 서이초 2년 차 교사가 학부모 갑질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고인은 학부모 악성 민원에 시달려 온 것으로 파악된다. 비단 고 서이초 교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스타그램 '민원스쿨'에 상식을 넘어서는 다양한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민원스쿨은 교권 침해 사례를 수집하기 위해 현직 교사들이 최근 개설했다. "도끼로 학교를 피바다로 만들겠다"는 협박부터 "올해는 임신하지 말라"는 사생활 침해까지 전국 초등학교 교사들이 학부모로부터 당했다는 민원은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3일간 무려 2077건 접수됐다. 교사를 위한 보호장치가 없는 건 아니다. 교원지위법 등 관련법은 교육활동 침해가 발생할 시 학교가 교권보호위원회를 개최하는 등 교권 회복에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각 시도교육청에서는 해당 교사의 심리지원은 물론이고, 법적 분쟁시 변호사 선임 등 행·제정 지원 제도를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교사들은 교권 하락에 신음한다. 이에 이주호 부총리는 26일 초등교사들과 '교권 확립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열고 중대한 교권 침해 행위를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도록 법안 개정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교원의 학생생활지도 가이드라인(고시) ▲학생인권조례 재정비 ▲학부모 악성 민원에 대응한 소통 기준과 민원대응 매뉴얼 마련 3가지를 중심으로 내달 '교권보호와 확립을 위한 종합 정책'을 내놓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권침해를 학생부에 기재하는 게 실익이 있을지 의문이다. 교권 침해 가해자는 학생에서 학부모로 확산하는 추세인데 부모의 가해 사실을 학생부에 쓸 순 없기 때문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발표한 '2022년 교권 보호 및 교직상담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건수 520건 중, 절반에 가까운 241건이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신고였다. 특히 교권 침해 보호 취지와는 달리 학교폭력 이슈처럼 소송전으로 번지는 전철을 밟을 수 있다. 학생부 입력을 막기 위해 소송이 늘어날 것이고, 해당 교원은 이에 지난한 법적 대응을 이어가야 한다. 학교폭력심의위원회 결과를 학생부에 기재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학폭이 줄었느냐는 반문도 나온다. '교권 침해'를 겪은 교사들은 무력감을 겪고 있다고 토로한다. 정부의 제도적 대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학교·교사를 존중하는 문화가 회복되지 않으면 근본적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이현진기자 lhj@metroseoul.co.kr

2023-07-27 11:39:42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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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가계부채 관리 방안 절실

지난 2021년 가계부채가 1800조원을 기록하면서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2년이 지난 현재도 가계부채는 여전히 1800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 기간 금융당국은 가계부채를 잡겠다고 시중은행은 물론 제2금융권까지 대출 규제 칼날을 뽑아들었지만 결과는 실패로 보인다. 지난 6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은행 가계대출은 1062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1~5월 가계대출은 1조6000억원 감소했는데 지난달에만 5조9000억원 늘어났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한 달 만에 7조원 증가했다. 각종 규제를 도입해 낮춰놓은 가계대출이 다시 살아난 부동산 매수 심리에 상승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2년부터 총 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는 신규대출에 대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를 적용시켰다. 연소득을 분모로 하는 DSR을 통해 '상환능력에 따른 대출'을 실현하겠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입장이었지만 소득이 없는 노년층, 소득이 낮은 2030세대는 피해를 봤다. 흔히 말해 돈 많은 사람들에게는 타격이 없던 상황이고 영끌을 해서라도 내 집 마련을 하려던 사람들만 피해를 본 것이다. 가계부채가 급격히 불어난 원인 중 하나가 부동산 매매이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오르는 집값으로 불안감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저금리 속 대출을 받아 내 집 마련에 뛰어들었다.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저금리 속 주담대 증가와 고금리 속 주담대 증가는 은행의 연체율과 건전성에도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평균 0.29%였다. 0.33%였던 전월 대비 0.04%포인트 낮아졌으나, 0.17%였던 전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치다. 시장에서는 높은 연체율과 증가하고 있는 가계부채를 국가적 위기로도 해석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2%다. 이 비율에는 전세보증금이 빠져 있어 우리나라의 실질적인 가계부채 비율은 압도적인 1위가 될 것이다. 만약 우리나라 부채 위기가 시작되면 현재의 정책 자금 규모로는 턱 없이 부족해 위기가 확산되면 우리나라 경제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지금의 대응 방식이 아닌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다가는 1997년이 재연 될 수도 있다.

2023-07-26 14:50:16 이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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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대차·기아 노사 임단협 기싸움보단 시대 흐름에 맞춰야

올해 국내 완성차 업체가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진행하고 있다. 해마다 임단협을 진행하면서 노사간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는 시기다. 매년 진행되는 만큼 업계에서는 또다시 임단협이 시작됐다는 분위기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올해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실적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완성차 업체들이 전동화 전환 등을 진행하면서 매년 임단협에 단골로 등장했던 정년연장이 최대 화두로 급부상했다. 현대차·기아 노조는 대규모 파업을 진행해서라도 정년연장을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는 각오다. 현대차 노조는 현행 만 60세인 정년을 국민연금 수령 직전인 만 64세까지 연장해달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기아 노조는 정년을 62세로 연장하는 단협 요구안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또 노조 측은 정년 연장과 함께 25년 이상 장기근속한 정년퇴직자에게 신차 구입시 25%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평생사원증' 제도를 확대해 줄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노조의 요구에 정대 수용불가 입장을 내놓으며 완강한 태도를 보이면서 노사 가들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노조 이원들은 지난달 29일 진행된 5차 교섭 도중 전원 퇴장하기도 했다. 지난 4일 진행된 6차 교섭에서도 노조는 정년 연장과 상여금 확대를 올해 임금·단체협상의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반면, 사측은 노조의 요구 사항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이번 교섭에서 노조는 휴직 기간 중 상여금 정상 지급, 장기근속자 우대, 판매방식 다변화 금지 등을 사측에 요구했고 사측은 노조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올해 유독 노사간 팽팽한 힘겨루기를 이어가는것은 전동화 전환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1만대 생산시 필요한 생산인력은 내연기관차의 38%에 불과하다.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면 생산 인력은 대폭 감축해야한다. 미국과 독일 등 완성차 업체들은 뼈를 깎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기아는 구조조정보다 정년 퇴직자를 충원하지 않는 자연감소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만약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대규모 구조조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노사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대규모 파업에 돌입할 경우 그 피해는 1, 2차 협력사는 물론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파업에 따른 생산 물량 감소로 소비자 대기 기간은 길어질 수 밖에 없고 협력업체는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경영 악화로 연결된다. 최근 자동차 시장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그 중심축에 현대차·기아가 자리하고 있다. 노조는 스스로 회사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세계 1위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게 무엇인지 고민해야한다. 회사가 있어야 노조가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2023-07-25 16:33:35 양성운 기자
[기자수첩] 청년개미, 주식에 도전할 때

동년배들과 만나면 '주식이 (투자대상으로)나은가, 저축이 나은가'에 대한 토론이 이어질 때가 있다. 그리고 대개 한국의 젊은이들은 원금 손실에 대한 리스크가 두려워 주식 투자를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증권가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가 활성화되면서부터는 청년개미(개인투자자)들의 주식시장 유입도 크게 늘었다. 신한은행이 공개한 금융 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까지만 해도 20대의 주식 투자 비율이 가장 낮다. 하지만 2020년에 들어서는 10명 중 4명 꼴인 39.2%의 비율로 가장 많은 투자율을 보인다. 다만 '빚투(빚내서 투자)'가 늘면서 같은 기간 마이너스 통장 대출 잔액이 74.7% 수준으로 증가했다. 그럼에도 청년들의 주식 투자는 여전히 위축돼 있다. 메트로신문(메트로경제)이 개최했던 '100세 플러스 포럼'에서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은 자산 축척기에 주식시장에 대한 참여가 과소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보통 축척기는 20세에서 55세까지 이뤄진다. 이날 그는 노후자산을 위해서는 자산을 축척시키기보다는 불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2070년이 되면 총부양비율이 116명으로 늘기 때문이다. 구성비로 따졌을 때는 인당 100명의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리고 지금의 청년들은 2070년 부양돼야 할 노인이 된다. 우리나라는 인구절벽 위기를 겪고 있는 만큼 심각한 초고령화가 예견되고 있다. 생산인구 인당 100명의 노인과 16명의 유소년을 감당해야 되는 사회구조에서 규칙적인 저축만으로 노후를 보장받기는 사실상 어렵다. 다른 세대보다 지금의 청년들이 더 꼼꼼하게 자산관리를 해야 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이 주식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자산의 축척이 아닌 확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고위험 종목이나 상품에 투자하는 게 아닐 경우, 은행에서 받는 이자보다 많은 수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청년들에게 주식을 권하는 이유도 자산의 인출기 단계에서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나의 방법을 제시하기 위함이다. 다만 자본시장의 혼조가 반복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국내보다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각자도생 기조가 발현될 수 있는 인구절벽이 정말 코앞에 있다. 조금이라도 빨리 나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리스크를 줄이고, 변수를 차단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는 의미이다. 주식에 대한 도전이 두렵다면 경제기사와 조금씩 친해져 보길 추천한다.

2023-07-24 14:01:28 신하은 기자
[기자수첩] 식품회사 쥐어짠다고 물가 잡히나

자유 시장 경제를 강조하던 윤석열 정부가 올 들어 기업을 상대로 가격 인하 압박을 하며 모순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겠다'던 윤 정부는 지난 2월 주류업계를 시작으로 라면업계, 유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원래 맥주와 소주는 지난해에 이어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컸던 품목이다. 소주의 경우 올 초 주정(에탄올)과 소주병 등 원부자재 가격과 물류비, 에너지 비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출고가 인상이 예상됐고, 맥주도 주세 인상 폭이 지난해보다 컸지만, 출고가를 올리지 않았다. 최근에는 라면, 과자, 빵 등 식품업계가 정부 압박에 못 이겨 판매가격을 일제히 인하했다. 라면과 주류 가격을 압박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표적인 서민 먹거리이기 때문이다. 서민 물가 안정에 힘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일뿐 효과를 거둘 수는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라면이 전체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전체 1000 기준)를 보면, 라면은 2.7, 소주는 1.8에 그친다. 반면, 휘발유는20.8, 전기요금은15.5다. 최저임금까지 오른 상황에서 가격 압박까지 받고 있는 식품기업들은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식품업계는 타 산업군보다 영업이익률이 낮은 편에 속한다. 원가 인상요인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데 가격은 올리지 말라는 것은 시장논리에 한참 맞지 않는다. 담합으로 이뤄진 가격 인상이라면 정부가 조사하고 개입해 가격을 안정화하는 게 맞지만, 인상요인이 다분함에도 무조건적으로 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경제 논리에 어긋난다. 가격을 인하해도 세금 혜택이나 기업이 취할 수 있는 이점은 아무 것도 없다. 손실액이 커지면 불가피하게 추후 '폭탄 인상'으로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도 있다. 오히려 이번 정부의 가격 압박이 큰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라면을 비롯한 가공식품 가격을 압박한다고 물가가 잡힐까. 가격 결정은 시장경제에 맡기고 정부는 더 멀리 내다봐야 한다. 표심을 잃지 않기 위해 보여주기식 기업 쥐어짜기 대신 금리와 통화정책 등 거시경제 측면에서 경제 문제를 고민해야 할 때다.

2023-07-23 16:09:36 신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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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과한 것은 언제나 '독'이 된다

지난 9일부터 이어진 집중호우로 생긴 인명과 재산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정치권은 책임 떠넘기기에 열중이다. 정치권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면서, 공감하기 힘든 발언도 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집중호우 피해가 발생한 지난 15일 골프장 방문을 둘러싼 비판 여론에 "주말에 테니스 치면 되고 골프 치면 안 된다는 규정이 공직사회에 어디 있나"고 말했다. 해당 발언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자 홍 시장은 "국민 정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며 나흘 만에 사과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지난 16일 폴란드 현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 배경 설명 당시 '수해 피해가 있는데, 출발 전 취소를 검토하지 않았나'는 질문에 "그 시간이 아니면 우크라이나를 방문할 기회는 다시 없을 것 같았고, 대통령이 당장 서울로 가도 그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없다. 수시로 (피해 상황을) 보고받고 필요한 지시를 내리는 게 필요하겠다 해서, 하루에 한 번 이상 모니터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발언에 "국정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실의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지금 중국과 러시아가 마치 범람하는 강과 같은데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가서 한 말과 행동은 우리 조국과 민족의 운명을 궁평지하차도로 밀어 넣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폭우로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침수돼 14명이 사망한 사고를 빗대 표현한 데 대한 논란이 커지자 김 의원은 "부적절한 언급을 한 것은 제 불찰"이라며 사과했다. 책임을 둘러싼 논쟁은 있을 수 있지만 과한 발언은 언제나 '독'이 된다. 지난해 통계청이 조사해 발표한 정부기관 중 국민 신뢰도가 가장 낮은 곳이 국회(24.1%)라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일 "수해로 인한 피해가 예상보다 크게 확산한 것과 관련, 행정 시스템·지방자치단체 예산 문제부터 하천 정비에 대한 시민단체 반대 문제, 4대강보 해체 문제 등 다양한 지적들이 쏟아진다. 이런 논의가 정쟁으로 흐르지 않고 건설적인 개선책으로 이어지도록 국회가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 이 말처럼 정쟁 대신 협치로 국회가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민생을 챙기는 데 전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3-07-20 14:13:46 최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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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인재(人災)로 인한 사고, 언제쯤 없어지나

또 다시 인재(人災)로 인한 참사가 발생했다. 이미 예고된 집중호우에 윤석열 대통령은 선제적 대비할 것을 지시했지만, 결국 사고를 막지는 못했다. 특히 이번 수해에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충분히 사전에 대응해 막을 수 있었던 사고다. 아직도 진행 중인 지난해 10·29 이태원 참사가 떠오른다. 당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첫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예측과 112 신고에도 불구하고 안전관리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고, 아까운 158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이번 오송 지하차도 참사 이후 책임기관인 충청북도, 청주시, 경찰 등의 행태도 이태원 참사와 비슷한 양상이다. 반복되는 인재로 인한 참사에 책임지지 않는 '네 탓' 공방도 마찬가지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사전에 대비할 수 있었던 기회가 최소 24차례나 있었다는 점에서 참담하고 비참할 따름"이라며 경찰을 향해 철저한 수사와 책임을 묻는 조치가 신속히 이뤄질 것을 촉구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집중호우로 대규모 피해를 입은 충북과 경북 지역의 피해 복구를 위한 특별재난지역 선포가 발 빠르게 이뤄졌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충북 청주시, 충북 괴산군, 세종시, 충남 공주시, 충남 논산시, 충남 청양군, 충남 부여군, 전북 익산시, 경북 영주시, 경북 문경시, 경북 예천군, 경북 봉화군과 전북 김제시 죽산면 13곳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며 신속한 피해 복구와 앞으로 예고된 호우에 인명 피해 방지에 총력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순방 중 한덕수 국무총리와 긴밀히 소통했고, 특별재난지역 선포도 필요할 경우 사전에 준비를 시켜 다른 때보다 조금 더 빨리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발생한 인재로 인한 참사, 막을 수 있었던 사고에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슬픔을 달랠 수는 없다. 하지만,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책임기관의 근본적인 대책과 재난 대응 시스템의 적용, 인과관계에 따른 책임자 처벌은 반드시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2023-07-19 16:40:41 박정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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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시장과 카나리아

19세기 갱도에 들어가는 광부들은 꼭 카나리아를 넣은 새장을 들고 갔다. 카나리아가 유독 메탄가스나 일산화탄소 같은 유해가스에 민감했기 때문이다. 카나리아가 울거나 움직임이 둔해지면 광부들은 즉각 갱도에서 대피했다. 탄광 속 카나리아가 위험징후를 감지하고 경고하는 역할을 한 셈이다. 고금리로 이자부담이 커지면서 1금융권에서 2금융권, 대부업으로 밀려나는 차주들이 늘고 있다. 대부업→2금융권→1금융권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실상은 1금융권의 빚을 갚다 자금이 모자라서 2금융권으로, 2금융권의 빚을 갚으려다 대부업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구조는 대부업 이용자수와 금액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 대부업 이용자수는 98만9000명으로 1년전(112만명)보다 12% 감소했다. 반면 1인당 대출잔액은 778만원에서 1604만원으로 늘었다. 위기에 대비해 담보대출이 늘어난 경향도 있지만 저신용자들이 밀려난 자리에 중신용자들이 차지해 대출금액이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밀려난 신용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지난해 금융감독원에 불법사금융피해로 채무자대리인을 신청한 사람은 1238명으로 1년전과 비교해 38명 늘었다.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한 사람은 같은 기간 8만1030건에서 8만9965건으로 8935건 증가했다. 불법사금융이란 또다른 빚의 굴레에 빠졌거나, 더이상 버티지 못해 회생신청을 했다는 의미다. 이 방법밖에 없었을까. 정부는 최저신용자를 대상으로 50만원을 대출해주는 소액생계비 대출과 최대 500만원을 대출해주는 최저신용자 특례보증대출을 공급했다. 그러나 50만원을 대출받으면 당장 급한 불 밖에 끌 수 없다. 500만원을 대출해주는 최저신용자 특례보증대출은 일주일도 채 안 돼 자금이 동나 신청이 불가하다. 2금융권에서 1금융권으로 갈아타게 해주겠다던 대환대출인프라는 1금융권에서 1금융권으로 갈아탄 경우가 85%다. 실질적으로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갱도 안 카나리아 처럼 당장은 취약계층의 문제로 보일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소비와 가구 문제로 번져, 사회·경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사회 속 카나리아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이들의 위험징후에 집중해야 할 때다.

2023-07-18 09:31:18 나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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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도시 미관 개선한다며 지하차도 늘리는 서울시, 안전한가?

지난 15일 내린 폭우로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침수돼 10명 넘게 사망했다. 기자가 만약 오세훈 시장이라면 앞으로 비 오는 날엔 발 뻗고 잠을 못 잘 듯하다.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고가를 없애고 지하에 묻은 차도들, 지하화한다고 공언했던 도로들, 애초에 지하도로로 계획된 시설물 등이 머릿속에 떠오를 것 같아서다. 17일 '서울 열린데이터광장'의 '서울시 도로시설물 통계' 자료에 의하면, 작년 기준 서울시내 지하차도는 총 164개다. 총연장은 54.281km에 이르며, 면적은 88만3411㎡에 달한다. 이상기후로 큰비가 내리는 일이 잦아지면서 도로 위 시한폭탄의 범위가 포트홀에서 지하차도로 대폭 확대됐는데, 그 수가 줄기는커녕 늘어나고만 있다. 서울시의 정책 의지를 숫자로 표현한 '2023년도 예산서'를 보면, 올해 동부간선도로 지하화(재정구간)에 158억원, 동부간선도로(창동상계구간) 지하차도 건설사업에 390억5078만원, 디지털3단지~두산길간 지하차도 건설에 50억6347만원, 국회대로 지하차도 및 상부 공원화에 695억9475만원, 도곡로 언주로 입체화 지하차도 건설에 2억원을 쏟아붓는다. 이들 사업에만 전년 881억9582만원에 이어 금년 1297억900만원의 예산이 쓰인다. 투입 예산은 작년보다 약 47.1%(415억1318만원) 증가했다. 건설하기가 까다로워 지상에 도로를 조성하는 것보다 사업비도 많이 들고, 홍수가 났을 때 위험하기까지 한데 시는 수천억원의 혈세를 지하차도 만드는 데 투입한다고 한다. 지하차도가 도시 경관 개선에 도움을 주고, 상부를 공원 등으로 활용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췄다고는 하나, 이것이 사람 목숨보다 우위에 있는 가치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오 시장이 올해 내세운 시정 기조는 '창의행정'이다. 지난해 8월 집중호우로 반지하가 물에 잠겨 4명이 목숨을 잃었고, 같은 해 9월 지하주차장이 침수돼 7명이 죽었으며, 이달 15일엔 지하차도에 물이 차 최소 13명이 숨지는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오 시장은 안전 분야에서도 '창의'를 발휘해 현재 추진 중인 각종 지하화 개발 사업들이 요즘처럼 하늘에 구멍 뚫린 듯 비가 와 물난리가 났을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고민해보길 바란다.

2023-07-17 14:34:18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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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삼성전자에 '애국 수주'를

"굳이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한국에 수주할 필요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반도체 비전 2030'을 선언했을 당시 한 산업계 관계자가 해준 말이다. 파운드리는 긴밀한 협력과 안정적인 공급이 중요한 만큼, 지형적인 요소를 고려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삼성전자가 초미세 공정 경쟁에서 앞서나가며 양강 구도를 만들었지만, 여전히 점유율을 바꾸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심지어 아직 공장도 다 짓지 못한 미국 인텔에는 대형 수주 소식과 함께 2위를 뺏겠다는 선전포고까지 받았다. 글로벌 파운드리 수주전에서 삼성전자는 그야말로 '고군분투'를 하고 있다 전해진다. 반도체가 아무리 첨단 산업이라도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인 탓에, 소위 '건너건너'면 아는 사이인 외국계 팹리스와 파운드리 사이를 뚫고 실력으로 계약을 따내야해서다. 중국이 한창 성장하던 2010년대에도 같은 중화계인 중국 팹리스와 대만 TSMC 사이가 그렇게 좋았단다. 삼성전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가 아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300조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지리적 영향을 최소화할 '초격차'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사회 공헌을 중시하는 경영 철학, 그리고 무엇보다 국내 반도체 생태계 성장 가능성을 믿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실적인 고민도 있었지만, 'K칩스법'이 기적적으로 통과되면서 물꼬가 트였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상상을 초월한 효과를 낼 전망이다. '현대 문명의 총아'라 불리는 자동차 산업보다도 더 복잡한 생태계로 이뤄지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기초 과학까지 크게 발전한다. 이제 반도체도 양자 역학을 필요로 하는 상황, 대한민국이 첫 노벨 물리학상을 받는 기반을 마련해줄지도 모른다. 문제는 수주전이다. 삼성전자가 간단한 메모리에서는 기적을 이뤄내긴 했지만, 복잡한 파운드리에서 기초 과학으로 무장한 경쟁자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초격차'를 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우리 고객'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도 반도체를 많이 쓴다. 전자 업계도, 자동차 업계도, 또 빠르게 성장하는 방위산업까지도 그렇다. 그런데도 삼성전자에 수주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게 손에 꼽는다. 국내 최대 팹리스인 LX세미콘이 삼성전자와 협력한다는 발표만으로 화제를 모았을 정도다. 대한민국은 글로벌 경제 위기 때마다 '애국 소비'로 극복해왔다. 이제 기업들도 '애국 수주'를 해야할 때 아닐까. 삼성전자 기술은 세계 최고, AI 분야를 중심으로 토종 팹리스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명분과 실리, 모두 충분하다. /김재웅기자 juk@metroseoul.co.kr

2023-07-16 15:27:14 김재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