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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더워도 너무 덥다

'투모로우'라는 영화가 있다. 기후위기로 인해 지구 전체가 빙하로 뒤덮이는 거대한 재앙을 겪고, 그 속에서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이들을 그린 영화다. 해당 영화는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2004년에 개봉했다. 아무래도 도시가 차가운 바닷물에 휩쓸리는 장면의 스케일이 크다보니, 꽤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기자는 이 영화를 보고 '기후위기로 기온이 낮아지면 저런 큰일이 벌어지는 걸까'라는 1차원적인 감상만 내뱉었다. 그런데 20년이 흐르고 나니 기후위기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기후위기는 '투모로우'라는 영화가 보여줬듯 어느날 벼락처럼 다가와, 지구가 빙하에 뒤덮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후위기는 천천히 우리 곁으로 다가와, 우리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생각이 바뀐 이유는 올 여름 폭염 때문이다. 더워도 너무 덥다. 이런 날씨에 외부 활동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더위다. 폭염 속에 에어컨은 쉬지 못하고 돌아가고 있다. 에너지 낭비를 줄여 기후위기를 대비해야 한다고 하지만, 기후위기를 걱정하기 전에 내 수명이 걱정돼서 에어컨을 켜게 된다. 실제로 5월 20일부터 전날(19일)까지 집계된 누적 온열질환자는 2814명이고, 누적 사망자는 24명이라고 한다. 이런 더위에 쓰러진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적어도 에어컨이 팡팡 나오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은 온열질환자가 될 확률이 낮지 않겠나. 폭염에 기습적으로 퍼붓는 스콜성 소나기로 인해 농·축산 피해도 점점 커지고 있다. 농·축산의 피해가 커지면 우리 입으로 들어오는 식량도 줄어드는 것이다. 이러면 9월 추석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를 두고 정부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이어질 게 뻔하다. 그러다 문득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앞으로 다가올 여름에 비해 올해 여름이 제일 시원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기후위기 대응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으로, 다른 각도로 전면 재검토해야 할 때가 왔다고 본다. 지금까지는 '예방'에 초점을 뒀지만, 기후위기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재앙으로 다가왔다. 앞으로의 여름이 더 덥고, 우리는 생존의 위협을 느낄 것이다. 이제는 정부뿐 아니라 모든 사회구성원들도 능동적인 기후위기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대로 간다면 가장 취약한 사람들부터 희생될테니까. /서예진기자 syj@metroseoul.co.kr

2024-08-20 16:40:48 서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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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독과점이면 어떠하랴

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가 한달 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큐텐그룹 계열사들은 각자도생을 위해 흩어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 과정에서 네이버·쿠팡의 독과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e커머스 업계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는 네이버와 쿠팡으로 소비자와 판매자들이 모두 몰릴 것이라는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업체를 중심으로 쏠림현상이 심화되면 소비자들의 선택권 축소로 이어져 결국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갈 것이라는게 골자다. 뿐만 아니라 알리익스프레스 등 씨커머스(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의 입지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우세하다. 정치권에서는 독과점 체제가 형성된다면 산업 전반이 퇴행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활발한 경쟁 속에서 이용자의 권익이 보장된다며 새 플랫폼의 시장 진입을 막거나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는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들에 주장에는 티메프 사태 뒤에는 쿠팡과 네이버가 있었다는 사실이 빠져 있다. 빠른 배송, 합리적인 가격 등으로 티메프를 이용해오고 있었던 소비자들이 사태가 커지자 티메프를 빠르게 손절하고 쿠팡과 네이버로 갈아탔다. 커뮤니티에서 소비자들은 '역시쿠팡', '믿음가는 네이버', '진작에 갈아탈걸 그랬어요' 등의 글을 확인할 수 있다. 티메프 사태를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한치의 망설임없이 쿠팡과 네이버를 선택했다는 건 그간 '소비자들에게만큼은' 큰 피해를 주지 않았던 두 기업들이 쌓아온 신뢰 때문아닐까. 이에 소비자들은 티메프 사태 과정에도 큰 불편없이 쿠팡, 네이버를 통해 물건을 구입할 수 있었다. 과징금 등 양사가 경영을 해오는 과정에서 타 기업이나 정부와 이슈가 있었던 건 현재로서는 중요하지 않다. 앞서 정치권이 '독과점'을 반대하는 이유는 소비자 피해 때문아닌가. 현 상황을 직시하고 깊게 들여다 본다면 대규모 사태를 키운건 큐텐이고 뒷처리를 감당한 건 두 기업이다. 화살이 엉뚱한 쿠팡과 네이버로 갈 필요가 없다. 오히려 중국의 알리익스프레스로 돌아선 소비자들을 달래는 게 급선무 아닐까. 독과점이면 어떠하랴. 솔직히 현재 쿠팡, 네이버 만큼 소비자들을 아우를 수 있는 기업은 없지 않나. 물론 소상공인과 소비자들이 안전하게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게 발판을 마련하는 건 정부나 국가가 해야할 일이다. 다만 소비자들의 선택까지 좌지우지 할 수 없다는 건 명심하길 바란다.

2024-08-19 16:02:44 최빛나 기자
[기자수첩] 정유업계의 SAF 사업 진출, 정부의 뒷받침 이어져야

국내 정유업계가 친환경 바이오항공유(SAF) 사업에 적극 진출에 나섰으나 해결해야 할 숙제도 산적해 있다. 정유사들이 SAF 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음에도 정부 지원은 세계 주요국들과 비교해 여전히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깊다. SAF는 석유, 석탄 등 기존의 화석 자원이 아닌 동물성·식물성기름 등 친환경 원료로 만든 항공유다. 특히 기존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량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 산업 전반에서 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SAF는 정유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정유사들은 SAF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최초로 SAF 수출에 성공했다. 기존 정유 설비에 석유 기반 원료와 동식물성 바이오 원료를 함께 투입하는 '코프로세싱'방식을 활용해 SAF를 생산할 계획이다. 에쓰오일은 지난 4월 국내 정유사 최초로 국제항공 분야에서 SAF 생산을 공식 인증하는 ISCC코르시아(탄소 상쇄 및 감축제도)인증을 획득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26년 상업생산을 목표로 울산CLX에 바이오항공유 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GS칼텍스는 지난해 6월 대한항공과 SAF 관련 협약을 체결한 후 시범 운항 사업을 해오고 있다. 다만 정유업계는 국내 SAF 시장 활성화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우려한하고 있다. 현재 정부의 지원 수준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탈탄소가 세계적인 과제로 떠오르면서 SAF 급유 가능 공항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일본은 나리타, 하네다 공항에서 SAF 공급이 가능하다. 중국 또한 닝보, 톈진 공항에서 SAF를 공급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국내는 SAF를 공급할 수 있는 공항이 전무하다. 프랑스는 이미 의무급유를 시행 중이고 다른 국가들도 점차 혼합 의무 적용을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 국내는 급유 가능한 공항조차 없는 현실을 고려하면, 글로벌 기준에 한참 뒤처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해외에서 급유하는 방법이 있긴 하나 비싼 비용 탓에 쉽지 않다. 세제 지원과 인센티브 등 혜택을 확대하고 정부와 기업이 함께 연구를 활발히 진행한다면 국내 업계도 SAF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차현정기자 hyeon@metroseoul.co.kr

2024-08-18 14:00:49 차현정 기자
[기자수첩] '제자리걸음' 코스닥, 돌파구는?

미국의 나스닥을 벤치마킹해 만들어졌던 코스닥 시장이 갈수록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금융 당국이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 코스닥의 몸집은 커졌으나 코스닥 지수는 십수 년째 제자리걸음만 반복하고 있다. 올해도 코스닥 시장은 정부가 중점 과제로 추진한 '밸류업 프로그램'과 AI 반도체를 중심으로 상승했던 글로벌 증시 호황에서 소외되면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증시 중 상대적 약세를 보였던 코스피가 연초 대비 1.39% 떨어진 데 비해 코스닥 지수는 11%가량 하락했다. 또한 지수 하락에 코스닥의 거래대금도 5조~6조 원대를 기록하는 등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거래대금이 10조원을 넘어섰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 줄어든 셈이다. 코스닥 시장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은 많다. 그중에서도 과도하게 많은 기업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지난 2022년 국내 상장사들의 상장 유지 규정이 완화된 데다 상장폐지 절차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수년째 퇴출당해야 마땅한 '좀비기업'들이 그냥 방치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사기꾼들의 '작전 사냥'에 개인 투자자들만 손해를 보고 있는 중이다.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상장 유지 조건을 엄격하게 강화하고, 상장폐지 절차를 간소화해 부실기업을 제때 퇴출해 시장의 건전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투자자들에게 필요한 기업 분석정보를 확대하는 등 정부와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최근 한국거래소가 좀비기업의 퇴출 문제에 대한 논의를 통해 개선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데다 밸류업 프로그램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정책적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히는 등 코스닥 시장의 분위기 반전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단기간에 이 같은 문제가 해소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의 산업 규제 완화, 중소기업 지원 정책 등 여러 가지 제도적 지원이 따라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와 금융당국은 코스닥 상장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코스닥 시장의 투명한 투자 환경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한다.

2024-08-13 14:28:39 원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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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K뷰티의 엇갈린 해외 실적…뷰티 업계 글로벌 전략 고민해야

국내 뷰티 시장에서 정통 화장품 브랜드를 운영하며 K뷰티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는 아모레퍼시픽 그룹과 LG생활건강은 올해 2분기 엇갈린 해외 실적을 기록했다. 두 기업의 해외 사업 실적이 명암을 뚜렷하게 드러낸 가운데, 중국 시장에서의 성과가 K뷰티 성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모레퍼시픽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올해 2분기 해외 사업에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한 381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미국 화장품 시장에서 불고 있는 K뷰티 열풍 속에서 아모레퍼시픽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매출 하락에 발목을 잡혀 완연한 실적 개선세를 보이진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사업은 계속해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2분기 중국에서 전년 동기 대비 44% 대폭 축소된 1077억원의 매출을 냈고 영업이익도 적자다. 앞서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 줄어든 1482억원이었다. 반면, LG생활건강의 올해 2분기 해외 사업 매출은 51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했다. 다만 주요 해외 지역별 매출을 살펴보면, LG생활건강은 중국에서 2018억원, 북미에서 1316억원, 일본에서 941억원 등의 매출을 냈다. 이 가운데 중국 매출이 가장 큰 점이 눈길을 끈다. LG생활건강은 북미와 일본에서와 달리 중국 시장에서는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번 실적은 국내 뷰티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전략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게 한다. 최근 국내 뷰티 업계는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중국 외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수출국 다변화를 꾀하는 등 여러 방안을 모색하는 중이다. 그러나 중국은 아직도 큰 시장으로 남아 있으며, 그 중요성 또한 여전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특정 단일 시장을 중심으로 한 축소 또는 확장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큰 리스크를 동반할 수도 있겠다는 교훈을 주기도 한다. 일각에서 중국뿐 아니라 북미에서의 K뷰티 인기도 언젠간 식을 수 밖에 없다는 걱정을 내놓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양한 글로벌 시장에서 균형 잡힌 성장 기반을 마련해 K뷰티의 지속가능한 성장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2024-08-12 15:35:32 이청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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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내 아이 손에 기기 아닌 책 들길 바란다

아이와 함께 들른 대형 서점 앞에서 한 여성이 내 손목을 잡았다. "내년부터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가 종이책 대신 수업에 쓰이는 거 아시죠. 미리 준비하셔야 해요". 한 사교육업체 디지털 학습기기 영업사원이었다.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디지털교육 마케팅 시장까지 편승해 학부모를 흔들고 있다. 내년부터 초·중·고등학교 수업 현장에 순차적으로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된다. 내년 초등 3학년이 되는 내 아이는 첫 사용자가 된다. 첫해 초등학교 3~4학년과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의 수학·영어·정보 교과부터 시작해 2028년부터는 전 과목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강조하는 디지털교과서의 핵심 키워드는 '맞춤형 수준별 학습'이다. 단순히 종이 교과서를 스캔해 디지털 기기로 옮긴 것을 넘어 학생과 맞춤형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학습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이를 위해 투입되는 재정은 1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학부모·교사는 물론, 전문가들의 우려는 크다. 고민정 국회 교육위원회 의원실이 초·중·고교생 자녀를 둔 전국 학부모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동의한다는 응답은 30%에 그쳤다. 교원을 상대로 한 다른 조사에서는 단 10%만이 찬성하면서 부정적 평가 비중이 훨씬 높았다. '학습 효과성 의문'과 '디지털 기기 과몰입·중독 우려' 등이 이유로 꼽히는 가운데,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문해력'이다. 디지털교과서에 대해 '디지털 네이티브'로 꼽히는 학령기(초등) 아동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이유다. 초등 시기는 평생 문해력을 결정짓는 시기로 꼽히기 때문이다. 디지털기기 사용이 문해력 저하 원인으로 꼽히며 주요 선진국들은 '특단'의 대책을 세우고 있다. 스웨덴 정부와 학계는 학생의 읽기 능력이 과거보다 떨어진 원인을 '디지털 기기 사용 증가'라고 진단하고, 6세 미만 아동에 대한 디지털 학습을 완전히 중단했다. 대신 각 학교에 비치할 도서를 사는 비용으로 지난해와 올해만 한화 1조5000억원이 넘는 재원을 지원했다. 프랑스는 지난 2018년부터 학교에 학생이 스마트폰을 가져오지 못하게 했고, 네덜란드는 올해부터 교실에서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워치까지 금지했다. 한국이 거꾸로 가는 셈이다. 디지털교과서를 국가가 추진하는 사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디지털 강국''학구열이 가장 높은 나라'에서 내딛는 선도적인 발걸음으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다. 정부는 '이제껏 본적 없는 새로운 교과서가 찾아옵니다'라고 외치고 있지만, '디지털교과서'의 부작용을 간과해선 안 된다. 내 아이가 학교에서만큼은 연필 잡고 글 쓰면서 종이책으로 읽는 힘을 키웠으면 좋겠다. / 이현진 메트로신문 기자

2024-08-11 13:19:24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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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억울한 이자장사

금융당국이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을 당초 7월에서 9월로 늦췄다. 정부가 부동산시장을 살리기 위해 정책상품을 내놓으면서 수요자들이 많아졌다. 가계부채가 급증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대출금리를 높이라고 압박했다. 결국 은행은 올해도 이자장사 비판을 받을 예정이다. 이 상황이 벌어지기까지는 앞으로 4개월이 남았다. 시중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가계대출 축소를 위해 대출 금리를 높이고 있어 예대금리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시중은행들은 가산금리를 수차례에 걸쳐 0.1~0.2%포인트(p)씩 올렸는데 이달 들어서도 0.3~0.4%p씩 높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5번 금리인상 조치를 단행했고, 신한·우리은행 4번, 하나·농협은행 1번씩 인상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715조7383억원으로, 한 달 만에 7조1660억원 증가했다. 반면 예금금리는 줄줄이 인하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거치식예금의 수신금리를 상품별로 연 0.15~0.20%p 인하했다. 신한은행은 오는 16일부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정기예금 36개월 이상 상품 기본금리를 3.00%에서 2.95%로 0.05%p 인하할 예정이고, 쏠편한 정기예금 등의 금리도 0.5~0.20%p 내렸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로 최근 은행채 등 시장금리의 계속적인 하락이 이뤄지면서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5대은행의 지난달 정기예금 잔액은 909조3403억원으로 한 달 사이 18조1879억원 늘었다. 이처럼 은행의 예대금리차가 점차 벌어지면서 은행은 조달비용이 줄고 이자이익이 느는 반면, 고객은 예금이자가 줄고 대출이자가 늘어나기 때문에 이자장사에 대한 비난은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이 가산금리를 올려도 시장금리가 떨어지니 대출금리 인상 효과가 반감되고 있고, 부동산시장 회복과 정책상품의 높은 수요로 늘어난 주담대 수요를 막긴 사실상 역부족이다. 가계부채 관리 효과가 없다는 것이 눈에 보이지만 주담대 금리만 지속적으로 높일 경우 금융당국 기조에도 결국 이자장사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연말 소비자들의 분노가 은행권으로 향하지 않게 금융당국과 정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똑바로 실행시켜야 하고, 은행 역시 비난을 피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2024-08-08 15:02:28 이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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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벤츠 전기차 화재 소비자 공포 확산…안전은 어디에

'전기차 구매는 아직 시기상조' '전기차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지난 1일 인천 청라의 한 대단지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서 수입 전기차 화재소식을 접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다. 당시 차량 화재로 주차장에 세워진 차량 140여대가 불에 타거나 그을렸다. 당시 주민 20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호송되기도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차량의 화재 원인이다. 그동안 전기차 화재는 주차장에서 충전 중이거나 추돌 사고로 인한 외부 충격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인천 전기차 차량 화재는 충전도 하지 않았고 주차한지 3일 정도 지난 후에 화재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공포는 더욱 확산되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 6일에도 전기차가 충전 중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기차에 대한 두려움과 불신은 확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기차 화재를 막기 위해 '최대 80% 정도만 배터리 충전을 해야한다' '완속충전기로 90%까지만 충전해야 화재를 예방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체계적인 운영 시스템을 도입이 어느때보다 절실하다. 우선 완성차 업체는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제조사를 별도로 공개하고 있지 않다. 또 대기업부터 중견·중소 기업까지 20여곳에 달하는 전기차 충전기 설치 업체도 통합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특히 이번 인천 전기차 화재 사고처럼 소비자 과실없이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완성차 제조사나 정부에서 원인을 분석하고 이후 법령으로 강제해야 이같은 사고는 재발하지 않겠지만 현재 뚜렷한 법적 규제는 없는 상태다. 또 완성차 업체들의 치열한 스펙 경쟁도 문제다. 완성차 업체들은 신차 출시와 함께 주행거리를 전면에 내세운다. 한번 충전에 500km까지 달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정작 완성차 업계 관계자에게 전기차 구매 여부를 물으면 아직은 시기 상조라며 하이브리드차에 한표를 던졌다. 완성차 업체는 물론 정부는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인 친환경차의 안정적인 보급을 위해 체계적인 기술 개발과 신뢰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게 어는때보다 중요하다.

2024-08-07 15:49:31 양성운 기자
[기자수첩] 미완의 퇴직연금

오는 12월로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 19주년을 맞이한다. 그러나 퇴직연금 제도는 여전히 완성되지 못했다. 대다수 사업장은 아직도 퇴직연금을 미루고 있고, 퇴직연금 적립액을 연금 형태로 받는 가입자도 아직 10%에 불과하다. 지난 2005년 도입된 '퇴직연금'은 기존의 '퇴직금'을 대체하기 위해 도입됐다. 근로자가 퇴직금을 체납당하는 일을 예방하고, 퇴직소득을 연금화해 주요 노후 수입원으로 정착시키는 것을 목표로 했다. 기존 퇴직금 제도는 퇴직 사유가 발생했을 때 고용주가 근로자에게 근속기간에 비례한 목돈을 지급한다. 퇴사 시 목돈을 한 번에 지급하는 만큼 재정 악화 등을 이유로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일도 빈번하다. 반면 퇴직연금 제도는 고용주가 근로자 임금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매달 퇴직연금 계좌에 입금한다. 퇴사 이전에 기지급된 적립금을 통해 운용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고, 체납도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한 사업장은 여전히 전체 사업장의 30%에 불과하다. 사업체들이 매달 발생하는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퇴직연금 도입을 꺼리고 있고, 정부도 퇴직연금 의무화에 계속해서 유예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근 퇴직연금 의무 가입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전체 사업장으로 의무 가입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낮은 운용 수익률도 퇴직연금 제도의 성숙을 가로막고 있다. 최근 퇴직연금의 5년 수익률은 연 2.35% 수준에 불과하다.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보다 수익률이 낮다. 이에 따라 가입자의 90%는 퇴직연금 적립액을 연금 형태로 받는 대신 목돈 형태로 출금하고 있다.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낮은 이유로는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의 도입 실패가 꼽힌다. 퇴직연금 운용에 적극적이지 않은 가입자를 위해 도입된 디폴트옵션이 원리금보장 상품을 포함하고 있어 충분한 운용 수익이 발생하기 어렵다. 그러나 디폴트옵션에서 무작정 원리금보장 상품을 제외하는 것은 옳지 않다. 증시 폭락 등을 이유로 가입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유명무실한 퇴직연금 제도 교육을 활성화해 가입자 스스로 자신에게 적합한 운용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2024-08-06 11:01:37 안승진 기자
[기자수첩] 밸류업 '여부'도 공시가 필요하다

요즈음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자율성에 맡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효과도 힘이 빠지면서 국내 증시는 점점 매력을 잃고 있다. 미국 경기침체 우려와 함께 글로벌 증시들이 급락하면서 상반기에 밸류업 효과로 올려 둔 코스피 상승분도 며칠 만에 반납되는 분위기다. 게다가 일부 기업들은 '헐값 합병' 등 주주환원 역행 기조를 보이기도 한다. 사실상 '밸류업' 흐름에 반하는 방향성을 가지고 가더라도 일반 주주들이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셈이다. 필자가 알고 있는 한 증권맨은 "밸류업 참여 여부 자체에 대한 공시라도 확정시켜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기업들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내지 않더라도 기준 기간 내 할 계획이 없다는 안내 정도는 필요하다는 의미다. 상당히 공감했다. 밸류업이 중장기 정책이라고는 하나 초반부터 화력을 잃으면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기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밝힌 상장사는 11개에 불과하다. 본 공시를 낸 기업을 추리면 키움증권, 에프앤가이드, 콜마홀딩스, 메리츠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신한지주 등 6개사로 다시 좁혀진다. 지난 5월 한국거래소가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을 확정한 지 약 두 달이 지났지만 밸류업 공시 참여율은 여전히 저조하다. 대표적인 밸류업 관련주로 꼽히는 금융업종이 그나마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시장의 우려가 그대로 반영된 모습이다. 당초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이 확정됐을 때, 시장에서 요구했던 기업에 대한 강제성이나 세제 지원 등이 모두 빠지면서 실효성을 보이기 어려울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일각에서는 법인세 세액 공제와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주주환원 촉진세제 방안이 '밸류업' 동참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여전히 미지수다. 세제 인센티브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8월 내 입법예고 후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돼야한다. 다만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반대 의사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게다가 '밸류업'의 큰 손으로 꼽혔던 외국인 투자자들도 'BUY KOREA'에서 'BYE KOREA'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리인하 기대감에 부풀었던 글로벌 증시는 어느새 'R(경기침체)의 공포'에 압도되고 있다. 오늘도 국내 증시는 동반 폭락하면서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모두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했다. 글로벌 증시 반락국면 속에서 국내 증시가 묻히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개선된 밸류업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신하은기자 godhe@metroseoul.co.kr

2024-08-05 15:45:54 신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