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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서울시장의 자리를 지키고, 대통령이 되는 길

가끔 사람의 운명은 한순간에 바뀌기도 한다. 정치인도 마찬가지. '황금어장 - 무릎팍 도사'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빵 떠서 대통령 후보 자리까지 오른 안철수 의원,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헌정사에 길이 남을 명언으로 대한민국의 수장이 된 윤석열 대통령이 바로 그 주인공. 3일 오후 10시27분경 윤 대통령은 긴급 대국민 담화에서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됐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 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면서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제22대 국회를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하고, 이들을 척결하고자 비상계엄을 선언한 것이다. 계엄령 발표로부터 약 2시간 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계엄에 반대한다. 계엄은 철회돼야 한다"며 "시민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적었다. 이 말이 진심이었다면, SNS에 게시물을 올리는 것에 그쳐선 안 됐다. 만약 오 시장이 국민의힘 의원들을 설득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데 도움을 줬다면 안 의원이나 윤 대통령처럼 그의 운명이 단번에 바뀌었을 수 있다. 시민들이 오늘, 어제와 같은 평화를 누릴 수 있었던 건 비상계엄 선포가 무효가 됐기 때문이다. 페북에 짧은 몇 마디를 남기는 대신, 행동으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게 뭔지 몸소 보여줬다면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남겼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지금 오 시장은 제 코가 석 자라 그런 일을 할 여력이 부족하다. 계엄령이 선포된 날도 정신없이 바빴다. 지난 3일 오전 오 시장은 수개월 전부터 계획된 인도·말레이시아 출장을 돌연 취소했다.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 파업 대응을 이유로 들었지만, 명태균 리스크에 즉각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난무했다. 결국 오 시장은 이날 오후 명태균과 강혜경 등을 고소하겠다는 내용의 긴급 기자 회견을 열고 공무 국외 출장을 다시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 노사 간 협상 과정에서 자신의 존재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허나 이 출장은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로 다시금 없던 일이 됐다. 결과적으로 오 시장은 지난 약 15시간 동안 해외 출장을 '간다→안 간다→간다→안 간다'고 손바닥 뒤집듯 계속 말을 바꾸며 시정 운영에 큰 혼란을 줬다. 3일 개최된 긴급 기자 간담회에서 오 시장은 고소 고발을 결심하게 된 배경에 대해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서울시장으로서 이런 송사를 시작하게 되면 그런 곳에 정신적인 에너지를 조금이라도 빼앗기는 것이 시민 여러분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돼 극도로 자제해왔다"고 했다. 명태균 게이트에 휘말린 게 얼마나 민폐를 끼치는 일인지 스스로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평온한 일상을 지켜내기는커녕 자신의 송사로 눈코 뜰 새 없는 그는 오늘도 시장의 자리를 지키고, 대통령이 되는 길과 멀어져만 가고 있다.

2024-12-04 15:35:38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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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양극화 해소 지금 들여다봐야

또래보다 고등학교 졸업이 늦었고 대학에도 입학하지 않았다. 당시 전라북도 진안군에 있는 작은 여행사에서 가이드로 일했는데 살던 집은 읍내에서 자전거로 15분 거리였다. 서울에 오랜 기간 살았지만, 당시 기억은 좋게 남아 있다. 마이산 초입에 있는 마을이었고 주말이면 들고양이 우는 소리와 함께 경운기 소리가 잠을 깨웠다. 월세 10만원에 투룸, 심지어 시내버스 2대는 세울 수 있는 크기의 마당도 있었다. 정확히 10년 전의 일이다. 지난달 휴가로 통영에 다녀왔다.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진안에서 점심 식사를 할 겸 내가 살던 마을을 지나갔다. 깜짝 놀랐다. 그야말로 '천지개벽'이란 말이 꼭 맞았다. 집의 대부분이 철거됐고 내가 살던 주택 부지에는 양옥집이 들어섰다. 과거 마을에는 수박밭이 있었는데 대부분 주차장으로 변했다. 이제는 마을에 10가구도 남아있지 않은 듯 했다. 서울로 돌아온 지 10년 말로만 들었던 지방소멸을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또 10년뒤 마을이 어떻게 변할 지 머릿속에 그려졌다. 십수년전부터 서울과 지역, 도농간 양극화 해소는 우리 사회의 과제가 됐다. 양극화 해소는 지역은 물론 금융권에도 적용된다. 특히 저축은행이 그렇다. 올 3분기 상위권 저축은행은 전반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적어도 적자를 기록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저축은행은 이익이 반등했다. 부실채권(PF)을 털어낸 영향이다. 반대로 지방 저축은행은 상황이 더 나빠졌다. 특히 부산·경남 지역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크게 올랐다. 대구·강원·경북, 호남, 충청 모두 연간 2배 이상 껑충 뛰었다. 지난 9월말 기준 저축은행 중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곳도 부산·경남 지역에 있다. 지역이 쇠퇴하면서 부동산 경공매 활성화나 기업 여신 확대가 부진한 탓이다. 결국 지역이 있어야 지역 저축은행도 있다. 지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맞춤형 금융기관이 필요하다. 서로의 요구에 따라 꼭 필요한 존재다. 지난 10월 윤석열 대통령은 지역균형 발전을 강조하면서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약속했다. 정작 기획재정부는 지방 교부세와 교부금 6조5000억원을 삭감했다. 정치인들이 지방 살리겠다고 약속한 지 십수년이 지났다. 이미 늦었다. 그러니 빨리 시작해야 한다.

2024-12-03 13:38:18 김정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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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태블릿 교과서', 사라진 사각거림

10여 년 전 대학생들이 두꺼운 전공책에 필기를 했던 것과 달리 최근 대학생들은 태블릿에 저장 된 전공책 이북(e-book)을 보며 전용펜슬로 필기를 한다. 물어보면 간간이 공책에 필기하는 사람도 있다지만 한 강의실에 몇 명 될까 말까라고 한다. 내년부터는 더 나아가 초·중·고에 도입하는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ADT) 시대가 온다. 수업 풍경을 상상하면 더더욱 어색함이 느껴진다. 고사리 손으로 태블릿에 저장 된 교과서를 넘긴다니 상상도 되지 않는다. 스마트폰 중독을 우려한 청소년 보호자들이 최대한 늦게 스마트폰을 사주려 하다 보니 어린애들이 울고 떼쓴다는 이야길 들은 게 얼마 전인데 아예 태블릿으로 수업을 한다니. 기성세대여서 일까, 나는 여전히 종이책을 읽으며 연필로 줄을 긋는다. 사각사각 그어지는 소리도 좋고 책이라고 하는 매체가 주는 냄새와 감촉, 어떤 생생함이 좋다. 이북을 읽을 때면 내가 책을 읽는 건지, 뭘 읽는 건지 스스로 어색함을 느끼곤 한다. 그래서 더욱 요즘 광경이 낯선가 보다. 그러나 낯설다고 말하면서도 나 또한 정말 못말리는 유튜브 중독자다. 기껏 책은 종이로 읽으면서 몇 장 넘기기 무섭게 다시 스마트폰을 쥐고 구독 중인 채널에서 새 영상은 올라왔는지 들여다 본다. 쇼츠라도 보면 그날은 끝났다. 하루종일 도대체 의미를 모를 쇼츠를 무한 스크롤링 한다. 신기한 쇼츠를 보며 '우와, 신기하다~' 라고 생각하고 나면 난 이걸 왜 보고 있지? 하는 그런 생각이 든다. 하지만 멈추지는 못 한다. 하나만 더 봐야지 식으로 백 개는 봐야 끝난다. 유튜브만 보면 다행이다. 스마트폰으로 아무것도 하질 않으면서도 괜히 들여다보고 없으면 불안해서 얼른 손에 잡으려고 한다. 다음 버스가 언제 오든 사실 중요한 일도 아닌데 굳이 앱(APP)을 켜서 버스가 언제 오나 살피고 딱히 먹고프지도 않으면서 배달 앱을 켜선 배달 음식을 시키고 찝찝한 배부름만 느낀다. 나는 대학을 다니던 중 아이폰3GS가 한국에 들어오며 스마트폰의 시대를 맞았다. 처음에는 신기한 장난감으로 느껴졌지만, 날로 늘어나는 앱 만큼 나는 스마트폰에 목을 매달게 됐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괜찮을까? 아직 두뇌 성장이 한창인 아이들은 계속해서 태블릿 PC를 봐도 괜찮을까? 많은 우려 속에 이미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실험 결과가 속출하고 있다. 문득 아날로그(Analog) 시대가 그리워진다. /김서현기자 seoh@metroseoul.co.kr

2024-12-01 11:36:34 김서현 기자
[기자수첩] 확산되는 가축전염병 위기, 방역과 지원이 관건

최근 축산 농가들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럼피스킨병(LSD) 등 각종 가축 질병으로 인해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닭을 비롯해 돼지와 소에서도 제1종 가축전염병이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성이 커지면서 농가들은 또다시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25일, 충청남도 서산의 한 육용오리 농장에서 H5N1형 고병원성 AI가 확인됐다. 이는 지난달 29일 강원도 동해시 산란계 농장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올해 다섯 번째로 H5형 AI 항원이 확인된 사례다. 한편, LSD는 8월 12일 첫 사례 이후 총 21건이 발생했으며, 지역별로 경기 5건, 강원 7건, 충북·충남·경북·대구 각각 2건, 전남 1건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확산 방지를 위해 초동방역팀과 역학조사반을 농장에 파견해 외부인, 가축, 차량의 출입을 통제하고,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라 감염된 가축에 대한 살처분을 실시할 계획이다. LSD는 백신 접종으로 대부분 발병을 예방할 수 있지만, AI와 ASF는 치료 방법이 없어 발병 시 살처분이 유일한 방역 수단이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특히, 이러한 질병들은 확산 시 통제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 그 위험성이 더욱 심각하게 우려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동절기 가금 농장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에 대한 역학조사를 진행한 결과, 방역 체계에서 여러 미흡한 점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겨울철 철새의 본격적인 국내 도래로 AI 추가 발생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방역 당국은 방역 규정을 위반한 농가에 대해 살처분 보상금을 감액하고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현장에서는 규제 강화와 함께 과감한 지원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멧돼지와 철새 등 야생동물이 주요 전염병 매개체로 작용하며 확산되는 상황은 농가 입장에서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한 실효성 있는 개선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단순히 발생 농가 관리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피해를 입은 축산 농가들의 어려운 현실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국민의 주요 식량을 책임지는 농가들에 대해 실질적이고 과감한 지원 대책을 마련하는 노력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김대환기자 kdh@metroseoul.co.kr

2024-11-28 11:00:51 김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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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안정 택한 삼성전자의 피치 못할 사정

위기에 처한 삼성이 안정을 택한 인사 발표를 하자 업계 안팎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간 삼성이 혁신을 안하게 아니라 못한 것이라는 반응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의 중심으로 실적 악화에 처하면서 내부 조직 쇄신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이에 앞서 이재용 회장도 조직의 위기를 잘안다면서 혁신을 시사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회계부정' 관련 2심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을 통해 "최근 들어서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누군가는 근본적인 위기라고 하면서 이번에는 이전과 다를 것이라고 걱정한다"며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 발 더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외신도 삼성의 위기를 거론하며 혁신 방안에 대해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회장이 사업가로서 가장 혹독한 시험을 받고 있다"며 삼성 위기론을 거론하는 등 글로벌 주요 외신들의 이목이 쏠렸다. 하지만 27일 삼성전자는 주력인 메모리를 중심으로 주요 인사를 연임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혁신 속 안정을 꾀한다는 취지다. '한종희-전영현' 투톱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사업 경험이 풍부한 기존의 배테랑 경영진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했다. 반면 반도체 부문은 일부 경영진만 교체하는 데 그쳤다.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인 '전영현 부회장 체제'가 더욱 견고해진 셈이다. 뿐만 아니라 사업 지원 태스크포스(TF)의 사령탑인 정현호 부회장도 연임된 데 이어 측근 인사인 박학규 DX부문 경영지원실장을 사업지원TF담당으로 이동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12년 만에 김용관 사업지원TF 부사장을 DS 부문 신설 보직인 경영전략담당 사장으로 승진시킨 데 이어 이미 퇴임한 이원진 상담역도 다시 복귀시켰다. 이원진 상담역은 지난해 이미 일선 서 물러났지만 1년만에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으로 선임됐다. 다만 파운드리 사업부장에 한진만 미주총괄 부사장이 발탁되고 CTO 사장에는 남석우 DS부문 글로벌제조&인프라총괄 제조&기술담당 사장을 배치됐다. 이처럼 삼성전자의 위기설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도 안정 인사를 택한 데는 '인재부족' 으로 인한 피치못할 선택이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결국 삼성전자의 내부 인재부족 문제가 이번 인사를 통해 적나라하게 표출된 셈이다. 50년 간 한국의 반도체의 역사를 이끌어온 앞으로 삼성전자가 향후 인재 양성을 통해 중장기적인 성장을 이룰 것을 진심으로 바래본다.

2024-11-27 16:21:53 구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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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차전지 산업, 한때의 주춤이 영원한 멈춤은 아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차전지는 모든 산업의 중심에 자리 잡은 것처럼 보였다. 전기차와의 시너지 효과로 '미래를 바꿀 핵심 기술'이라 평가받았으며 업계는 빠르게 발전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사뭇 다르다.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할 때 배터리사들은 대거 투자를 늘렸으나 현재 캐즘(수요 정체기)의 충격 여파를 크게 받고 있다. 게다가 최근 일부 전기차 화재 사고는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키워 배터리에 대한 신뢰도까지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이차전지 업계의 어려운 상황을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발짝 물러나 다시 바라봐야 할 것이 있다. 모든 산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순항만 했는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성공적인 기업이나 산업도 모두 위기의 순간을 겪었다. 그리고 그 위기는 곧 변화를 위한 기회가 됐다. 이차전지 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업계가 겉보기엔 정체 상태로 보일지 모르지만, 이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기 위한 중요한 전환기다. 우리는 이차전지가 단순히 '잘 나가던 산업에서 위기를 맞았다'는 시선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차전지는 단지 전기차에 국한된 기술이 아니며 우리가 목표로 하는 탄소중립 사회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그 이상을 넘어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의 중심에 있는 셈이다. 국내 배터리사들은 각국의 기술 개발 경쟁 속에서 여전히 글로벌 선두를 지키고 있다. 지금의 어려움은 이 경쟁을 더 견고하게 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현재의 위기가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한 과정일 뿐이라는 것이다. 실적이 줄어들었다고 해서 이차전지의 가치까지 폄하될 수는 없다. 산업은 늘 비포장도로를 달릴 때가 있다. 그러나 그 길을 닦아가며 내일의 설계도를 그리는 과정을 통해 더 나은 미래로 향하게 된다. 이차전지 산업 역시 지금 그 길을 걷고 있다. 기업의 성과나 몇몇 문제에 주목하며 업계를 비판하기보다는 이차전지가 환경과 사회를 위해 어떤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지 주목해야 한다. 당장은 길 위에서 흔들릴지라도, 끝내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의 설계도를 선물할 것이다. /차현정기자 hyeon@metroseoul.co.kr

2024-11-26 14:29:13 차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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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헌정사에 이런 여당이 있었나

이상하다. 야당의 '사법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는데, 이상한 건 여당이다. 차라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재판에 모든 이슈가 빨려들어가, 여당이 뭘 해도 부각되지 않는 것이 나아 보일 지경이다. 그저 '당원게시판'이 여당면 장식할 뿐이다. 심지어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공개적으로 대표와 최고위원 간에 설전까지 벌어졌다. 비공개 회의에서도 고성이 오갔다고 한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봉숭아 학당' 시절이 생각난다. '당원게시판 논란'은 무엇인가. 한동훈 대표와 가족 이름으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방글이, 당원들만 작성할 수 있는 '당원게시판'에 올라왔다는 내용이다. 당을 막론하고, 당원게시판이라는 공간은 원래 수위 높은 비난이 날 것으로 오간다. 다만 특정 당원이 여론조성을 위해 끊임없이 글을 올렸다면, 자발적인 움직임이 아니라 어느 한 사람이 주도한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었다고 가정해보자. 혹은 한 대표나 가족의 명의가 도용됐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것들은 문제 소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논란의 양상이 점점 계파 간 갈등으로만 번지고 있다. 이번 사건이 커진 이유는 무엇일까. 방송과 댓글을 통해 해당 논란을 확대 재생산 하는 이들이 있다. 그리고 일부 계파는 거기에 편승해 한 대표를 몰아세웠다. 한 대표 측의 대처도 어설펐다.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지 않았고, 오히려 위법성 여부 등을 언급해 논란을 키웠다. '내가 아니다'라고 부인하기 전에 위법성을 먼저 언급하면 사람들은 의심부터 한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논란이 2주 가까이 계속되는 것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수년간 국회에 출입하며 봐왔던 보수정당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예전에는 야당 관계자가 "10년 전 새누리당은 정말 무서웠다"고 회상할 정도로 기율이 엄정했고, 필요할 때 뭉쳤다. 그런데 지금은 야당이 위기에 몰리고 있는데도 국민의힘은 집안 싸움에 골몰하고 있다. 여소야대 정국이라 해도, 이슈 파이팅이 전혀 안 되고 있다. 심지어 이날 국민의힘은 민생경제특위를 출범시켰다. 그런데 대표와 최고위원 간 설전이 더 관심을 끈다. 경제가 어려워서 사람들이 뉴스도 안 보는데, 당원게시판 갖고 드잡이질 중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헌정사에 이런 여당이 있었나 싶다. /서예진기자 syj@metroseoul.co.kr

2024-11-25 14:06:39 서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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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펄어비스 '붉은사막'에 거는 기대

올해 벌써 다섯번 째로 지스타를 다녀왔다. 매년 설레는 마음으로 지스타 현장을 찾았지만 올해는 더욱 기대가 컸다. 넥슨, 넷마블, 펄어비스 등의 굵직한 게임사들이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한 다양한 신작들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다양한 장르로 개발된 넥슨의 카잔, 넷마블의 왕좌의 게임·몬길, 하이브IM 아키텍트 등 멀티로 게임이 가능한 AAA급 신작들을 보고있자니 새삼 K-게임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었다. 신작들을 체험하고 확인하기 위해 20만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이 지스타를 방문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중에서도 기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신작이 있었다. 지난해부터 눈 여겨 보던 펄어비스의 '붉은 사막'이다. 2023년 지스타에서 처음 영상으로 접한 붉은사막은 1년 간 진한 여운을 남겼다. 또 게임보다는 기업에 집중하겠다는 기자의 신념에 변화를 준 게임이기도 했다. 올해 지스타2024 현장은 붉은사막 플레이를 처음 제공한다는 면에서 의미가 크다. 기자도 들뜬 마음으로 펄어비스 시연존을 찾았다. 우선 이번에 제공된 시연은 약 40분가량으로 10분 분량의 가이드 영상과, 30분 정도는 붉은사막 게임 안에서 만나볼 수 있는 3가지 보스들과의 전투 콘텐츠였다. 익숙하지 않은 콘솔기기라는 것과 한정된 시간이라는 점에서 기자는 보스(사슴왕) 1가지만 체험할 수 있었다. 우선 체험하는 30분 내내 '우와, 대박이다, 와' 등 감탄사가 끊임없이 나왔다. 화려한 비주얼 때문이다. 바람이 날리는 나무가지, 머리카락, 풀숲, 불씨, 보스의 털, 갈대밭 등 게임 전반의 비주얼이 매우 디테일하면서도 자연스럽게 표현됐다. 높은 수준의 비주얼뿐만 아니라 화려한 이펙트가 함께했음에도 프레임 드롭 등 게임 체험시 주는 불편함은 아예 없었다는 건 덤이다. 압도적인 비주얼과 퀄리티 덕분에 화려한 액션과 박력넘치고 뛰어난 타격감은 도파민을 분출시키기 충분했다. 글로벌 게임쇼 게임스컴, 도쿄게임쇼 등에서 붉은사막이 항상 언급되고 있는 이유도 이해가 됐다. 게임 분야를 담당한 지 처음으로 콘솔 게임기 구매 욕구가 자극됐다. 붉은사막이 6년이라는 개발 기간을 가진만큼 유저와의 멀티플랫폼, 별도의 IP 등 작품이 목표로 하는 바는 수시로 변화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유저들이 붉은 사막을 꾸준히 응원하는 이유는 오래 기다린 만큼 완벽한 게임이 나올 거라는 확신 때문 아닐까.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임시장에 붉은사막 출시는 그야말로 '사막의 오아시스'같은 존재가 될 것 같다. 붉은 사막을 통해 K-게임이 다시 한번 전 세계로 날아갈 수 있는 날개를 달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내년 출시될 '붉은사막'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2024-11-24 16:03:43 최빛나 기자
[기자수첩] 삼성전자 주가 오른 '후'가 더 문제다

지난주만 해도 삼성전자의 주가전망을 놓고 "5만전자 이하로 갈 것"이라고 주장하는 측과 "시총 1위 기업 주가가 그까지 내릴 수는 없다"는 측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그리고 지난 14일, 삼성전자 주가는 4만9900원이라는 신저가를 기록, 팬데믹이었던 2020년 6월 15일 이후 처음으로 '4만 전자'가 되고 말았다. 위기를 인지한 것일까. 삼성전자는 7년 만에 '자사주 매입·소각' 카드를 꺼냈다. 무려 10조원 규모이다. 발표 후 2거래일 동안 삼성전자 주가는 13.19% 올랐다. '4만 전자'에 '줍줍'한 투자자들은 환호했고 평단을 낮추기 위해 이른바 '물타기'한 투자자들은 안도했다. 문제는 주가가 오른 뒤다. 삼성전자가 '국민주'라고 불리는 만큼 이들이 마주할 미래는 혹독할 수도 있다. 온라인 종목토론방에 가도, 카페에 가도 "8만 전자 되면 미련 없이 팔 것", "평단만 넘겨봐라 다시는 국장 안 한다", "소각은 3조원만 한다며?" 등의 부정적인 반응이 넘친다. 이번 '4만 전자'는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탓이 아니라 삼성전자가 HBM 기술 개발과 점유 부문에서 저지른 실기(失機)에서 비롯됐다는 걸 대다수가 알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로'부터 촉발된 리더십 부재는 삼성전자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결국 자사주 매입으로 '반짝 반등'은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끌어올린 주가는 언제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다. 이는 삼성전자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시총 1위' 조차도 힘이 빠져버린 국내 증시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를 판 투자자들이 국내 다른 기업을 찾는 게 아니라, 미국 증시나 가상화폐 시장으로 떠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국내 증시를 위해서라도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공정하고 신속하게 해결될 수 있기를, '자사주 카드' 외에도 삼성전자가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원가절감 대신 '대규모 투자 카드'를 꺼내주길 기대해본다.

2024-11-21 15:37:52 허정윤 기자
[기자수첩] 디딤펀드, 초기 성적부진 극복하고 은퇴 시장의 '디딤돌' 될 수 있을까?

은퇴자금 마련을 위한 투자상품인 '디딤펀드'가 출시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금융투자협회의 주도 아래 '은퇴 준비를 위한 탄탄한 디딤돌'이라는 목표로 야심 차게 등장한 디딤펀드는 주식과 채권, 대체자산 등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밸런스드펀드(BF)형 펀드다. TDF처럼 생애주기에 따라 자산 배분이 자동으로 조정되는 구조는 아니지만, 투자 기간 내내 위험자산 비중을 50% 이내로 꾸준히 유지하면서 시장 상황과 자산가치 변동에 따라 자산 배분을 조정, 예·적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목표로 한다. 25개 자산운용사가 업계 공통 브랜드로 지난 9월 말 출시했다. 이 중 10개 운용사는 기존 펀드를 리뉴얼했고, 15개 운용사는 신규 상품을 내놓았다. 운용사들은 각자 릴레이 기자간담회를 열며 상품 홍보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어서 그런지 디딤펀드의 첫 성적표는 부진했다. 10월 한 달간 25개 디딤펀드의 신규 운용설정액은 285억원에 불과했다. 흥국자산운용이 계열사에서 확보한 초기 설정 자금 200억원을 제외하면 순 유입액은 약 85억원에 그친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경쟁 상품인 TDF(Target Date Fund) 173개의 설정액은 3901억원 증가했다. TDF와는 달리 디딤펀드의 부진 요인으로 먼저, 디딤펀드가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에 포함되지 못한 점이 크다. 디폴트옵션 가입에 고용노동부의 승인이 필요한데, 디딤펀드는 아직 승인을 얻지 못했다. 여기에 판매 채널이 증권사로 한정된 점이다. 그렇다 보니 은행 등이 취급할 수 없는 점도 디딤펀드의 부진 요인으로 작용했다. 연금상품은 단기 성과보다 지속 가능성이 중요하다. 따라서 디딤펀드가 시장에 안착하려면 기존 상품과의 차별화를 분명히 하고, 장기적인 투자 가치 상품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특히 퇴직연금 실물 이전 등 제도 변화가 연금상품 수요를 촉진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디딤펀드는 앞으로 더 치열한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 출시 초기의 실망스러운 성적을 딛고 디딤펀드가 더 많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끌어낼 수 있을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은퇴 준비를 위한 디딤돌'이라는 본래 목표에 맞게, 디딤펀드가 장기적인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업계에서의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원관희기자 wkh@metroseoul.co.kr

2024-11-20 15:42:12 원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