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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안락사 없는 보호소' 책임비를 할부결제하시나요?

14년을 애지중지 키운 반려견이 얼마 전 세상을 떠났다. 여전히 인스타그램에는 관심사인 반려동물 관련 게시물이 뜬다. 여러개의 게시물을 쭉 훑다가 '안락사 없는 보호소' '사지말고 입양하세요' 라고 적힌 입양 홍보 게시물이 보여 계정을 살펴봤다. 해당 계정 프로필에는 '안락사 없는 보호소'라고 적혀있었다. 하지만, 유기견 보호소라고 하기에는 3개월 정도 되어보이는 어린 품종견과 품종묘들 게시물이 대다수였다. 알고보니 보호소를 사칭한 '신종 펫숍'이었다. 반려동물 양육가구가 늘면서 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펫숍에 대한 이미지가 안좋아지자 이를 교묘히 속여 판매하는 신종 펫숍이 들끓고 있는 실정이다. 반려견 입양이 처음인 사람들은 실제 유기견 보호소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반려견 카페 게시글 중에는 '좋은 취지에서 유기견을 입양하고자 했는데, 알고보니 보호소를 가장한 펫숍이었다'는 피해 사례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들은 분양비 대신 '책임비'를 받는다. 책임비는 민간동물보호단체에서 보호하고 있는 반려동물을 입양할 경우 의료비 또는 후원의 형태로 받는 입양비를 말한다. 보통은 10만원선이지만, 신종 펫숍에서는 터무니없는 금액을 부른다. 수십개월동안 후원금 명목으로 5만~10만원씩을 부담해야한다는 계약서를 들이밀기도 한다. 할부결제와 다를 게 무엇이란 말인가. 신종 펫숍은 분양자들에게만 돈을 받는 게 아니다. '안락사 없는 보호소' '펫호텔'이라고 소개하면서 피치못할 사정으로 함께하지 못하게 된 보호자들에게 수백만원의 파양비를 받아 돈을 번다. 또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는 말과는 달리 파양당한 반려동물을 되팔기도 한다. 끝까지 책임지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유기견 입양이라는 착한 취지를 악용하는 곳인 것이다. 정부는 신종 펫숍에 대한 수사 확대와 법과 제도 개선을 통해 유사한 사례의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현명한 예비 반려인이라면, 동물보호소를 통해 입양할 경우 해당 보호소가 지자체에 '동물판매업' '위탁 호텔링 서비스업'으로 등록되어 있는지, 진짜 '보호소'로 등록되어 있는지 확인해야겠다.

2024-09-23 15:54:00 신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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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텍스트힙', 힙한 취미가 된 독서

최근 '텍스트힙(Text Hip)'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고 한다. 사실은 몇달 전에 매스컴을 통해 접했다. 신조어가 매스컴에 노출될 정도라면, 저 신조어는 생긴 지 꽤 오래됐다는 뜻이겠다. 텍스트힙은 '텍스트(text)'와 '힙(hip)하다'는 단어가 결합한 말이라고 한다. 이는 젊은 세대의 독서 열풍을 일컫는 신조어인데, 최근 1020세대가 유명인들이 읽은 책을 따라하는 등 텍스트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으로 1년에 책을 1권 이상 읽는 이들은 20대가 가장 높다는 조사도 있다. 어릴 적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라며 방학 때마다 길고 긴 필독서 리스트를 받아들고, 혹은 강제로 책을 주입 당하던 기자 입장에서는 '독서가 힙하다니?'라는 생각이 드는 신조어기도 하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독서가 힙해진 이유가 있다. '힙하다'는 건 본래 '유행을 거부하고 본인의 개성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트렌디하다는 의미로 자주 쓰인다. 하지만 '소수가 추구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이에 기자는 '힙하다'는 단어를 '소수가 추구하는 것을 유행처럼 따르다'는 의미로 이해한다. 그렇다면 읽고 쓰는 문화가 '텍스트힙'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된 것은 오히려, '다수의 사람들이 읽고 쓰지 않는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도 독서는 '소수의 취미'가 됐다. '전국민의 독서율이 낮아진다'는 기사는 매년 단골로 나온다. 독서가 더 이상 '다수의 취미'가 아니게 되니, 책을 읽는 행위가 힙해졌다는 사실에 다소 씁쓸하지 않나. 물론 텍스트힙의 주체는 1020세대고, 이들은 디지털 네이티브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익숙하고, '종이책'이 신선한 세대다. 그러니 '텍스트힙'의 주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종이책이 익숙한 그 윗세대들은 텍스트힙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성인 종합 독서율의 하락이 이를 증명하지 않나. 다소 부끄럽기도 하다. 어릴 적 주입식 교육으로 인해 책을 적게 읽은 편은 아니지만, 이를 자만하며 최근 독서량이 뚝 떨어졌다는 생각에 더 부끄럽다. 그러니 '독서가 소수의 취미라니'라는 충격은 거두고, 기자부터 책을 찾아야겠다. /서예진기자 syj@metroseoul.co.kr

2024-09-22 15:27:02 서예진 기자
[기자수첩] 철강사의 불확실한 항해 속, 정부가 등대 돼야

국내 철강업계가 중국의 저가 공세와 탄소 규제 압박 등 복합적 요인이 맞물려 위기에 처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철강사들은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정부의 대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요 국가들은 자국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 장벽을 높이며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오는 27일부터 중국산 전기차, 태양전지 등을 비롯해 철강·알루미늄 등의 관세를 높인다고 발표했다. 캐나다 또한 중국산 전기차를 비롯해 철강과 알루미늄에 오는 10월부터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반면 국내는 철강업계가 스스로 총대를 메고 중국의 저가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 나서는 상황이다. 최근 현대제철이 산업통상자원부에 중국 업체들의 저가 후판 수출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반덤핑 제소를 한 것이 그 예다. 철광석 시세 하락 또한 국내 철강사들에게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포스코의 2분기 영업이익은 41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3%, 현대제철은 980억원으로 78.9% 급감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바로 탄소 규제의 거센 파도다.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에너지집약도가 높은 제조업에 탄소세를 물리는 미국 청정경쟁법(CCA)과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CBAM 도입 이후 국내 철강 부문이 감당해야 할 누적 비용은 10년간 3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그야말로 산업계의 막대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해서도 주요국들은 활발히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EU는 철강기업의 저탄소 상용설비 전환비용의 40~60%를 정부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일본은 4500억엔의 기술개발(R&D) 지원과 3조엔의 탈탄소 실증 및 설비 전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정부는 철강부문의 핵심기술 개발과 세제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글로벌 탄소규제 대응을 위해 공급망 기업 간 탄소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산업 공급망 탄소중립 플랫폼을 구축도 시급하다. 철강사들은 불확실한 미래를 향한 항해를 하고 있다. 철강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힘을 모아 등대가 돼야 할 것이다. /차현정기자 hyeon@metroseoul.co.kr

2024-09-19 15:43:15 차현정 기자
[기자수첩] 정치권, 금투세 논란 끝내 투자자 불안 해소해야

즐거운 추석 연휴에도 개인투자자들의 마음은 영 불편하다. 국내 증시가 힘없이 떨어지고 있는데도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논란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투세는 주식, 채권, 펀드 등의 투자에서 연간 5000만원 이상의 양도차익이 생기면 22~27.5%의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당초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여야는 시스템 미비 등을 이유로 시행을 내년 1월로 연기한 바 있다. 그러나 이제 시행을 3개월여 앞두고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여야가 이 제도를 폐지할지, 유예할지 등 구체적인 시행 여부를 여전히 결정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개인투자자들은 주식 수익에 세금을 물리면 큰 손들이 시장을 떠날 수밖에 없어 결국 개인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이유로 아예 금투세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여야 입장이 대립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내년 시행을 압박해온 야권내 입장도 나뉘고 있어서다. 증시 안정화를 위해 정부와 여당은 폐지에 무게를 싣고 있지만 과반수 의석을 장악한 야당은 금투세의 강행 또는 보완 시행을 고려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해 갈등을 빚고 있는 양상이다. 당초 민주당은 예정대로 금투세를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일반 투자자들의 폐지 요구가 거세지면서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도 시행 유예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보완 후 시행하자는 입장에서 다시 유예 입장으로 바꾸고 있다. 민주당은 24일 금투세 찬반 공개 토론을 통해 당내 이견을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많은 투자자는 회의적인 반응이다. 형식상 토론을 띠고 있지만 사실상 '보완 후 시행'으로 방향이 정해진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이처럼 정치권에서 금투세 제도의 입장을 명확하게 처리하지 못하면서 국내 증시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주식시장은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만큼 금투세 논란은 빨리 진정될 필요가 있다. 유예든 폐지든 정치권의 빠른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원관희기자 wkh@metroseoul.co.kr

2024-09-18 13:33:18 원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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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美 '생물보안법', 글로벌 바이오 산업의 판도를 바꿀 '변수'

미국 '생물보안법'은 국가간 안보를 넘어 글로벌 바이오 산업의 판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사건으로 국내외 제약·바이오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생물보안법은 미국인의 개인 건강과 유전 정보를 '우려 기업'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올해 1월 말 미국 의회에서 발의됐다. 해당 법안은 지난 3월 미국 상원 국토안보위원회로부터 11대 1의 지지를 얻었고, 5월에는 미국 하원 상임위원회인 감독 및 책임 위원회 문턱을 찬성 40, 반대 1로 통과했다. 이후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전체회의에서 찬성 306표, 반대 81표를 받아 최종 법으로 제정되기까지 상원 표결과 대통령 서명만을 남겨 뒀다. 또 규칙 정지 법안으로 상정돼, 나머지 절차 또한 빠르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규칙 정지는 미국 하원 상임위원회에서 통과된 논란의 여지가 없는 법안을 그대로 신속하게 통과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절차로 알려졌다. 이처럼 급물살을 타고 있는 생물보안법을 살펴보면, 미국이 명시한 우려 바이오 기업에는 ▲중국 유전체 장비 제조 및 분석 서비스 기업인 BGI, MGI, 컴플리트 지노믹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인 우시앱텍, 우시바이오로직스 등이 대거 포함된다. 사실상 미국이 중국을 정조준해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고, 중국의 빈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은 치열하다. 전통적인 기술 강국인 영국, 독일 등 유럽 국가의 선전이 기대되는 것은 물론이며 인도는 핵심 국가로 떠올라 글로벌 CDMO 시장에서 세계 2위권을 노리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바이오협회는 인도는 정부의 지원 정책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미국 현지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일본의 성장세도 공격적이다. 후지필름, AGC바이오로직스 등 일본 기업들의 경우 미국 투자를 대규모로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전폭적인 지원 정책과 대대적인 기업 투자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기업의 성장과 인류 생명을 다루는 범국가적인 가치를 갖춘 산업의 발전을 상호 연결시키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이청하기자 mlee236@metroseoul.co.kr

2024-09-12 14:12:46 이청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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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의대 증원 ‘백지화’ 올해는 없다

고교 1학년인 조카의 새로운 과외선생님은 의대생이다. 그는 서울 상위권 의대를 올해 휴학하면서 개인 과외 교습을 시작했지만, 내년 학교로 돌아가게 될 경우 과외를 이어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조카는 그를 자신의 교습자로 택했다. 정부가 앞으로 5년간 의대 정원을 증원한 게 여러모로 작용했다. 2년 뒤 치를 입시에서 조카가 '증원' 수혜자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첫째. 집단 휴학한 의대생들이 과외 시장에 몰리며 그간 형성된 시세보다는 합리적인 비용으로 '의대생'을 '선생님'으로 둘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갈팡질팡하는 건 이들뿐만이 아니다. 의료계가 당장 올해 입시부터 의대 증원을 백지화하라는 요구를 이어가면서다. 야권 일부에서는 "정시모집은 하지 말고 수시모집만 하자"는 취지의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의대 정원 4610명 중 수시에서 70%가량을, 정시에서 나머지를 선발하는데, 수시만 뽑아 총정원을 바꾸자는 의미다. 이에 당장 올해 대입을 치르는 수험생들도 '혹시나 모를' 변수를 두고 불안감을 토로한다. 지난 9일 접수를 시작한 올해 의대 수시는 경쟁 과열 양상이다. 교육계에 따르면, 11일 9시 기준 전국 37개 의대 수시는 6.6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마감일인 13일로 갈수록 지원자는 더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이미 수시를 통해 의대 입시가 본격화한 상황이어서 증원 백지화는 어렵다. 정부도 수험생의 불안 해소와 혼란 방지를 위해 증원 계획이 철회될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올해 의대 증원도 원점에서 재검토'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지만, 정부는 선을 긋고 경계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2026학년도 입시는 다르다. 여야의정 협의체 결과에 따라 2026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는 축소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올해는 불가능하지만, 2026학년도는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문제는 조정 시기와 방법이다. 정부가 국고 5조원을 지원한다는 '의학교육 투자 방안'이 발표된 가운데, 대학들은 당장 의대 교수 채용, 노후 건물 리모델링 등을 위한 조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가 앞서 마련한 '향후 5년간 의대 증원 규모'에 맞춰서다. 추후 정부가 의대의 2026학년도 정원 조정을 논의할 경우, 대학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충분히 거쳐야 하는 이유다. / 이현진 메트로신문 기자

2024-09-11 13:18:40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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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CEO 리스크'와 우리금융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을 꿈꾸던 우리금융의 계획은 점점 수면 아래로 들어가고 있다.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기 위해 1000억원을 투자해 증권사를 인수했고, 1조5000억원을 투자해 보험사 인수에 나섰지만 결국 '최고경영자(CEO) 리스크' 한방으로 모든 것이 원점이 됐다. 최근 불거진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의 '부당대출' 악재로 금융당국 인허가 승인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징계 여부도 지켜봐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손 전 회장 친인척의 부당대출과 관련해 임 회장이 사전에 인지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지난 1∼3월 자체 감사, 4월 자체 징계 과정에서 8월 9일 수사기관 고소 내용에 적시된 범죄 혐의 및 관련 사실관계를 인지하고 있었고 부당대출 건이 제때 보고가 되지 않은 것이 명확하다는 게 금감원 입장이다. 올해까지 부당대출이 실행된 점과 우리은행이 부당대출을 인지하고도 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점에서 현 경영진의 책임론도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복현 금감원장 역시 "누군가는 책임져야 된다"고 공개적으로 우리금융 현 경영진을 비판하면서 임 회장의 거취가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금융은 현재 증권업에서는 집합투자업과 장내·외 파생상품 등과 관련한 라이선스, 보험업에서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생보사의 자회사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를 승인받기 위해서는 이번 경영실태평가에서 우리금융이 2등급을 받아야 하지만 평가항목 중 내부통제 비중이 올해부터 높아지면서 가능성이 낮아진 상황이다. 불과 지난 6월까지만 하더라도 증권·보험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을 꿈꿨지만, 정말 '한낮 꿈'이 되어 버렸다. 'CEO 리스크'는 항상 신사업 진출 때마다 발목을 잡는다. 실제 카카오는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혐의를 받으면서 카카오뱅크의 마이데이터, 신용카드 등 신사업 진출에 제동이 걸렸다. 키움증권도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의 주가조작 사태 연루로 지난해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를 추진하지 못했다. 우리금융이 신사업 진출을 통해 종합금융사로 거듭나려면 조직 쇄신을 통해 내부통제 체계를 다시 구축해야 한다. '더럽혀진 몸'에 새 옷을 입는다고 몸이 깨끗해지지 않는다.

2024-09-10 16:08:40 이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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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수주 호황?' 불황 이겨낸 조선업계, 노사 갈등으로 위기 찾아올 수도

'슈퍼사이클' '수주 호황' 최근 3~4년 사이 벌어진 일이다. 조선업계는 지난 2010년대 들어 수주 절벽으로 인한 일감부족에 시달렸다. 당시 울산을 비롯해 거제, 영암 등 조선소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은 다른 일자리를 찾아 회사를 떠나야만 했다. 이 때문에 지역 경제도 곤두박질 쳤다. 오랜기간 이어진 조선업계 불황은 좀처럼 탈출구를 찾지 못했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며 불황을 꿋꿋하게 버텨냈다. 이들의 기다림끝에 2020년도부터 조선업계는 봄날을 맞기 시작했다. 조선소에서 신규 선박을 건조할 공간이 부족할 정도로 많은 일감과 새 수주계약도 연이어 따내며 어느 때보다 즐거운 시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같은 고난을 이겨낸 현재 조선업체들은 노조와 갈등으로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 바로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최근 조선업계 실적 상승에 따른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측은 파업이라는 카드까지 꺼내들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국내 주요 조선사가 포함된 조선업종노조연대(이하 조선노연)은 부분 파업을 진행했다. 지난 4일과 6일에는 HD현대중공업 노조가 각각 4시간과 3시간 부분 파업을 진행했다. 10일과 11일에는 오후 1시30분부터 4시간 동안 전 조합원이 파업에 나선다. 노조가 제시한 올해 임단협 요구안에는 ▲기본급 15만9800원 정액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성과급 산출 기준 변경 ▲명절비 인상 ▲정년 연장 ▲임금피크제 폐기 등이 담겼다. 이는 HD현대중공업의 올해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7% 늘어난 3조8840억원, 영업이익은 195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5.5% 증가했기 때문이다. 반면 사측은 과거 수주 절벽에 따른 위기를 경험했기 때문에 향후 불황에 맞설 성장동력과 체력을 키우기 위한 경영 정상화도 함께 추진하고 있어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내 주요 조선사들의 경우 수년간 쌓인 누적 적자 및 미래 수주 불확실성 등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오션 노조(대우조선지회)도 실적 목표 달성 시 지급하기로 한 300%(기준임금 기준)의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지난해 실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처럼 노사 갈등이 장기화 될 경우 조선업계의 미래는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오랜 침체기에서 벗어나 수주 호황기를 맞았지만 파업 등의 여파로 이 기회가 한순간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주 납기일을 맞추지 못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조선사의 신뢰는 추락할 수 밖에 없다. 일본과 중국 등 글로벌 조선사들이 수주 경쟁에 치열하게 뛰어든 만큼 향후 추가 수주도 '적신호'가 켜질 가능성이 높다. 호황기 노사 갈등에 따른 이미지 실추보다 협력을 통한 경쟁력을 확보하길 기대해 본다.

2024-09-09 17:41:54 양성운 기자
[기자수첩] 갈라치기 연금

정부가 내놓은 국민연금 개혁안에 '세대별 차등화'가 등장했다. 연금보험료율 상승이 불가피한 만큼 상대적으로 보험료를 내야 할 기간이 긴 청년세대와 보험료를 낼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기성세대에 차등을 두고 보험료를 인상하는 방안이다. 이러한 세대별 차등화 방안은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큰 청년세대에게 이례적으로 호응을 얻었다. 고령화 및 출생율 감소로 향후 보험료율 추가 인상이 불가피한 만큼, 경제 성장기의 수혜를 본 기성세대가 그 부담을 일부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기성세대는 세대별 차등화를 달갑지 않게 여긴다. 나이에 따라 보험료율에 차등을 두는 방안은 전례가 없고, 연금 소득이 없는 부모 세대를 부양하는 와중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비용을 더 부담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반발이다. 세대 간 반응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일각에서는 '갈라치기'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그러나 기성세대가 일방적으로 많은 부담을 짊어진다는 해석은 옳지 않다. 정부안에 따르면 기성세대와 청년세대가 부담하게 될 최종 연금보험료율은 13%로 같고, 현행 보험료율인 9%에서 최종 보험료율에 도달하는 기간에서만 차이가 있다. 함께 논의되는 '자동조정장치'에 따라 출생율 반등 없이는 미래 세대가 받게 될 연금액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반대로 내야 할 보험료율은 계속해서 증가할 전망인 만큼 청년세대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기성세대에게만 과도한 부담을 전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가파른 출생율 감소로 연금개혁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된 지 오래지만 정치권은 '표 싸움'을 위해 갖은 이유를 들어가며 연금개혁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어제는 여당이 국민연금 개혁을 지연시켰다면, 오늘은 야당이 국민연금 개혁을 지연시키는 모양새다. 결국 '갈라치기' 또한 연금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국민을 이해시켜야 할 정치권이 그 역할을 포기하고, 반대로 갈등을 부추기면서 등장한 표현이다. 연금개혁 없이는 국민연금은 머지않아 본연의 역할인 계층 간 격차 완화, 노인 빈곤의 해소를 담보할 수 없게 된다. 시간이 계속해서 흘러가고 있는 만큼, 정치권은 정쟁과 표 싸움을 뒤로하고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연금개혁 논의를 이끌어나가야 한다. /안승진기자 asj1231@metroseoul.co.kr

2024-09-08 14:33:22 안승진 기자
[기자수첩] 서민의 꿈에 '금투세금'을 매길 수 없다

"일본에서는 로또에 당첨돼도 세금을 안 낸대. 서민들의 꿈에 세금을 매길 수 없다는 뜻이지." 영화 마스터에 나오는 이병헌의 대사다. 실제로 지난해 조세재정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에서 일부 복권의 당첨금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일본도 복권 판매가격 중 40%를 이미 세금으로 받고 있다는 반박이 나온다. 그럼에도 이 문장이 유명하게 퍼진 이유는 그만큼 서민들의 마음을 울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일본의 점보라는 복권의 경우, 돌림판을 돌릴 때 '꿈을 담은 회전판이여, 돌아라!'라는 구호를 외친다고 한다. 복권에서 엿보는 희망을 누군가의 '꿈'으로 해석하는 것은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주식시장에 '동학개미운동' 광풍이 불면서 신규 투자자들이 급증했다.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이 때문이다. 금투세란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연간 기준 금액(주식 5000만원·기타 25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20%(3억원 초과분은 25%)의 세금을 매기는 세금을 말한다. 부동산 값이 하늘을 뚫었고, 빈부격차도 날이 갈수록 벌어져 가는 이 땅에서 주식투자는 서민들의 꿈이나 마찬가지다. 최근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시장동향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5분위 배율은 5.27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8년 12월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배율이 높을수록 주택 간 가격 격차가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미(소액 투자자)들은 주식으로 일확천금을 노리기도 하지만 잔잔한 성공 투자, 그저 자본 증식을 위한 나의 노후 대비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부동산 시장으로 진입할 씨드는 부족하고, 예금 이자로 축척해 나가는 자산에는 한계가 있다. 10년 뒤 현금흐름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는 불안감도 함께 존재한다. 실제로 필자가 갔던 경제포럼에서 한 강연자는 예·적금만으로 자산을 증식시키는 것은 이제 어려운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게다가 주식투자를 완전한 불로소득의 영역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복권처럼 한 번의 성공으로 내 자산을 늘릴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해 주는 것은 맞지만, 경제 흐름과 각 분야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하는 논리성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1400만 개미들이 성공 투자에 대한 희망을 갖고 갈 수 있기를 바란다.

2024-09-05 16:02:05 신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