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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실질적 성과가 필요한 '밸류업 프로그램'

기업 가치를 높이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밸류업(가치 제고) 정책이 시행 1년이 지났지만 기대만큼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시장의 평가를 들어보면 그 효과는 제한적이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시장 평가가 이렇게 만족스럽지 못한 이유는 시장의 요구를 수렴하기보다는 행정편의주의적인 결정 때문이다. 대형사와 일부 금융지주사에 편중된 구조, 형식적인 공시에 그친 사례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점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밸류업 공시가 시행된 이후 작년 말까지 참여한 업체는 코스피 기업 85개사, 코스닥 기업 17개사다. 이는 전체 상장사(2750개사)의 3.71%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 중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의 대형사가 전체 참여 기업의 63%를 차지하는 등 대형사에 쏠리면서 참여율 확산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거래소는 자화자찬만 늘어놓고 있다. 프로그램 참여 기업들이 평균 주가 수익률에서 지수 대비 나은 성과를 냈고, 주주환원 규모도 크게 늘었다며 자평했다. 특히 자사주 매입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점을 내세웠지만 자사주 매입 대부분이 삼성전자와 고려아연 등 일부 대형사에 집중된 것으로 코스닥 기업에서는 뚜렷한 변화가 감지되지 않았다. 오히려 일부 기업들의 형식적인 공시와 프로그램 취지와 어긋나는 행보는 신뢰를 떨어뜨렸다. 고려아연, 두산밥캣, 이수페타시스 등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사례는 시장의 실망감을 키우는 원인이 됐다. 전문가들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진정한 효과를 위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세제 개편과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한 법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국거래소는 프로그램 시행 2년 차를 맞아 올해도 기업들의 참여 독려를 위해 다양한 지원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지만,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시장의 신뢰를 얻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우선 밸류업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단순히 수치로 성과를 설명하기보다는 기업과 투자자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변화를 내놓는 것이 우선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이름에 걸맞은 성과를 내놓아야 부진에 빠져있는 한국 증시가 살아날 수 있다. /원관희기자 wkh@metroseoul.co.kr

2025-01-21 12:36:40 원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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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다

지난 주말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됐다.비상 계엄 사태 이후 47일 만이다. 서울 서부지방법원은 윤 대통령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 서부지방법원에 난입해 폭력·난동을 부렸다. 소화기로 문 유리창을 깨거나 경찰에게서 뺏은 방패나 경광봉으로 경찰을 공격하기도 했다. 또 윤 대통령에게 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부장 판사를 찾으며 법원의 집기를 던지거나 찢었다. 이를 저지하던 경찰, 취재진들 다수가 부상을 입기도 했다. 경찰은 현행범으로 체포한 90명 중 6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윤대통령의 구속과 지지자들의 폭동 등 앞서 모든 상황이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가 됐다. 대한민국은 민주국가이자 법치국가다. 대한민국 안에서 법을 어겼을 시 헌법을 토대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과정에서도 적절한 절차와 정당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윤 대통령 비상 계엄 이후 벌어진 많은 사건들의 절차 대부분이 불합리적이거나 정당하지 못하다. 소환에 불응한 윤 대통령, 영장 집행을 막아선 경호처, 야당 역시 탄핵소추안에서 내란죄를 빼는 등 해당 과정 모두 자의적인 판단에 결정했다. 이에 여·야의 싸움은 치달았고, 이번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폭동으로까지 이어진 것. 법률을 적용해 국민을 보호해야 할 큰 뜻을 품고 있는 법원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 앞서 사태로 사법부의 독립성과 신뢰는 바닥을 찍었으며 법치주의의 근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OECD 국가 중 한국의 사법 신뢰도가 여전히 최하위권에 머무르는 이유다. 투명성을 강조해온 사법부 입장에서는 억울하겠지만 여전히 사법부는 정치권에 의해 휘둘리는 건 사실이다. 양보와 타협이 사라진 이 마당에 사법부를 셀프 선택하게 되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와버렸다. 사법부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와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꾸준히 제기됐다. 법원 내 인사 시스템과 영장 발부 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게 골자다. 또한 판사들의 임명 과정에서 정치적 압력이 개입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도 매년 강조된 바 있다. 특히 정치적 입맛에 맞춘 자의적인 판단보다 명확한 과정을 통해 투명한 결과가 도출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법부에서 정치권으로 넘어온 윤 대통령 때문에 이같은 지적이 더욱 수면 위로 올라왔다. 지지자들은 맹목적인 추종과 폭력적인 행동은 삼가해야 할 것이며 자의적인 판단을 통해 법치가 무너지는 상황까지 만들어온 정치권들은 모두 자제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그 누구도 법위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2025-01-20 16:38:39 최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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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학 재정, ‘조건부 집행 자율안’보다 ‘확충안’ 마련해야

정부의 등록금 동결 기조에도 대학가엔 인상 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17년만이다. 서강대·국민대가 앞서서 인상안을 확정하자 대학 관계자들 사이에선 '퍼스트펭귄'이라며 찬사하는 분위기마저 조성됐다. 18년 전 기자의 마지막 학기 등록금과, 올해 대학 신입생이 된 조카의 첫 등록금 액수는 거의 일치하는 수준이니 대학의 '반기'에 이견을 내기 쉽지 않다. 오랫동안 동결된 등록금과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재정은 악화일로다. 대학이 자체적으로 새로운 연구개발(R&D) 투자는 고사하고 고급 인재를 교수로 영입하는 것도 버거운 처지다. 기업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임금 수준으로, 고급 연구자들은 대학 아닌 기업으로 눈 돌린지 오래다. 첨단 분야 교육을 위한 기반 시설 확보도 쉽지 않다. 그러면서 대학 경쟁력은 매년 추락하고 있다. 영국 대학평가기관 THE가 발표한 2025 세계 대학 순위에 따르면, 서울대는 세계 62위에 그쳤다. 2015년 50위에서 10년 사이 12계단 추락했다. KAIST도 같은 기간 52위에서 82위로 30계단 하락했다. 한국이 등록금 동결 등 규제 중심 정책을 펴는 사이 대학이 자생 능력을 잃고 있는 셈이다. 세계의 주요 대학은 고등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올해 대학 등록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도쿄대 등 일본 주요 대학은 최대 20% 인상 계획이다. 영국 대학들은 평균 3.03%를, 미국도 평균 5.2% 이상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등록금 인상 배경으로 '재정위기 극복','국제경쟁력 제고', '교육 및 연구 비용 상승 대응'등 복합적인 요인을 들고 있다. 교육 당국은 여전히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 등록금을 동결·인하하는 대학의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의 인건비 집행 한도를 25%에서 30%로 상향할 예정이다. 사실상 일반재정지원사업의 사업비 용도 제한 완화는 재정난을 호소하던 대학들의 주요 요구 사항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같은 규제 완화를 '등록금 동결' 조건부로 하면서 그 의미는 퇴색됐다. 대학이 규제 완화를 원하는 건 자율 혁신을 도모하자는 취지에서기 때문이다. 등록금 인상 또한 교육 질 향상과 혁신을 위한다는 점에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건 '조삼모사(調三暮四)'에 그친 제안이다. 등록금 동결이 대학 재정난으로 이어지면 경쟁력이 악화되는 악순환은 끊을 수 없다. 대학의 인건비가 부족한 것은 자명하지만, 이는 '조건부' 재정 집행 자율성 확대가 아닌 재정 확충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다. / 이현진 메트로신문 기자

2025-01-19 16:08:40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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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가상화폐, '불장' 조심해야

지난해 반감기와 더불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친 가상화폐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됐다. 가상자산에 대한 인기는 더욱 높아졌고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투자자는 1560만명을 돌파, 일평균 거래대금만 15조원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런 인기 속 주변에서 코인으로 돈 좀 벌었다는 이야기들이 들려온다. "비트코인에 투자해 1000만원 벌었다", "도지코인에 투자해 3000만원 벌었다", "리플에 투자해 2억을 벌었다"등 가상자산 불장으로 높은 수익을 기록한 사례들이다. 실제 이들 코인들은 지난해 최소 150%에서 500% 넘게 폭등한 종목이다. 코인으로서 가치가 있고, 전망이 긍정적인 종목들이다. 문제는 과도한 자신감이다. 불장으로 인해 내가 투자를 잘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착각을 일으키게 되면서 투자액이 커지게 된다. 일부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을 위해 '빚내서 투자(빚투)'한다. 실제 비트코인을 투자자하고 있는 A씨의 수익률은 마이너스다. 지난해 9월 5000만원으로 투자를 시작한 A씨는 수익률이 점점 높아지자 12월 초 가지고 있는 비트코인을 모두 처분했다. 하지만 처분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계속 올랐고, 추가 매수를 결심한 A씨는 5000만원을 대출 받아 총 1억원의 비트코인을 매수했다. 하지만 A씨가 추가 매수한 시점은 비트코인이 최고가를 찍은 1억5700만원이었고, 수익대신 대출 이자를 지불하고 있다. 다른 투자자 B씨 역시 도지코인으로 높은 수익을 챙겼지만 페페코인 즉 '밈코인'으로 인해 수익 전부를 잃었다. 페페코인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X 프로필 사진으로 인해 장중 한때 900% 폭등한 코인이다. B씨는 페페코인 상승이 일론 머스크라 때문이라는 소리만 듣고 매수했지만 몇분 뒤 가격은 다시 안정화를 찾으면서 B씨는 -100%라는 처참한 화면만 봤다. 이처럼 불장에서의 투자는 하락장에서의 투자보다 더 위험하다. 자칫 잘못하면 고점에서 붙잡히기 때문이다. '마이다스의 손'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어떤 일이든 하는 일마다 성공을 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투자시장에서 '마이다스의 손'이 되기 위해서는 불장에 뛰어드는 것이 아닌 하락장에서 매수 포지션을 잘 잡는 것이다. 불나방 처럼 뛰어들게 되면 상처만 남게 되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2025-01-16 16:11:29 이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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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약속 깬' GGM 노조 파업…투자 철회·기업 추가 투자 악영향 우려

국내 첫 노사 상생 모델인 '광주형 일자리'를 적용한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출범 5년만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2019년 1월 현대차와 광주광역시는 지역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지속 창출을 위한 완성차 사업 투자 협약을 체결하고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노·사·민·정 사회 대타협 일자리'를 기치로 출범한 국내 첫 상생형 지역 일자리 모델 GGM은 '저임금 무파업' 등을 조건으로 내걸며 업계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GGM은 현대차가 개발한 경형 SUV 캐스퍼를 위탁 생산했으며 생산한 차량을 다시 현대차가 받아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덕분에 '전국 최초 노사 상생 일자리기업' '무노조·무파업·저임금으로 성공신화 써간다' '상생의 일터' 등 연일 GGM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그러나 GGM은 설립 5년여 만에 위기에 봉착했다. 법인 설립 5년, 소형 SUV 캐스퍼 양산 3년 4개월 만에 파업에 돌입한 것이다. 국내 첫 지역형 일자리가 공염불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파업은 GGM내 2개 노조가 통합해 출범한 뒤 지난해 5월 금속노조에 가입하면서 감지되고 있었다. 지난해 12월에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가결시키며 사측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결국 노조는 출범 당시 약속을 뒤로한 채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월 급여 7% 인상, 호봉제 도입, 상여금 300%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은 물가 인상률을 넘어서는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GGM은 설립 당시 35만대 생산시까지 초임은 3500만원(44시간 근무 기준), 임금은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결정한다고 합의했다. 현재 GGM의 누적 생산량은 지난해 기준 16만대에 불과하다. GGM은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사민정 대타협으로 탄생했지만 임금 인상과 파업으로 약속이 깨지면서 노사 상생 모델의 취지와 의미가 무색해졌다. GGM 설립 목적 달성이 어려워지면 주주들은 투자를 철회할 수 있으며 향후 국내 기업들의 광주지역에 대한 추가 투자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노조는 지역을 떠나는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만든 GGM이 당장 눈앞에 놓인 이익만을 쫓은 노조의 파업으로 오히려 기업을 떠나게 만들고 있다.

2025-01-15 16:29:44 양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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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치가 만든 '국민연금 괴담'

젊은 세대 사이에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만연하다. 국민연금 개혁 논의마다 국민연금 제도를 폐지하자는 이야기가 따라붙는다. '기금 고갈'에 대한 괴담 때문이다. 젊은 세대는 고령화로 자신이 낼 보험료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반면, 자신의 차례가 돌아오면 낸 것보다 적은 금액을 돌려받거나 아예 받지도 못할 것이라고 걱정한다. 납입액은 앞선 세대를 부양하기 위한 세금, 연금개혁은 증세로 여겨진다. '낸 돈보다 많은 돈을 돌려준다'라는 단순한 약속이 의심받고 있다. 국민연금에 대한 오해를 풀고, 연금개혁의 당위성을 이해시켜야 할 정치권이 그 의무를 방기하고 있어서다. 공적연금 제도는 앞서 낸 보험료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의 납입액을 재원으로 한다. 출생률이 계속해 상승하지 않는 한 고갈은 필연적이다. 한국보다 앞서 공적연금을 도입한 국가 가운데 일부는 이미 부족분을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국민연금도 관련 법안에서 지급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정치권은 국민들에게 이러한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다. 그 대신 '표심'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 상대방 정당에 연금개혁의 주도권을 내주면 미래에는 연금을 받지 못하게 될 것 처럼, 받게 될 금액이 턱없이 줄어들 것 처럼 왜곡한다. 여·야 모두 연금개혁을 통해 청년 세대의 지급을 명문화하고, 국민연금을 통해 국민의 노후 소득을 보장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런데도 연금개혁의 공을 독점하기 위해 논의를 미루고 있다. 그 사이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은 커지고 있다. 해외 연금개혁 사례가 국민적 양해를 확보하는 데서 시작한 것과는 정반대다. 위기마다 연기금을 투입하는 것 역시 국민연금 불신에 일조한다. 경제 위기로 코스피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 연기금은 순매수에 나서며 '소방수' 역할을 자처한다. 연기금이 평소 높은 투자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지만, 기업 가치 방어를 위해 국민의 노후 자금을 끌어다 쓰는 만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국민연금이 '괴담'이 아닌 '신뢰받는 제도'로 탈바꿈하기 위해선 정치권이 움직여야 한다. 연금개혁의 시급함이 강조되는 만큼 적극적인 자세로 논의에 나서야 한다. 완벽한 합의가 어렵다면, 이미 합의가 된 부분만이라도 단계적으로 개선해야만 한다. 정부 또한 국민이 국민연금을 신뢰할 수 있도록 연기금을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 운용 시에도 그 당위성을 그 주인인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2025-01-14 13:30:19 안승진 기자
[기자수첩] '이너 스티키 스팟' 속 코스피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2025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를 '이너 스티키 스팟(In a sticky spot)'에 놓여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넓은 5차선 도로가 갑자기 1차로로 좁아지면서 교통 체증이 발생한 상황을 비유한 것으로, 경제적으로는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으나 이전처럼 빠르고 강한 성장이 어려운 복잡한 국면을 뜻한다. 이러한 경제 상황은 한국 증시, 특히 코스피의 흐름과도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지난해 '검은 월요일' 이후 박스권에 갇혔던 코스피는 올해 들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 고점인 2890대를 다시 돌파하기에는 여러 제약 요인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올해 코스피가 반등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국내 증시가 밸류에이션 저점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저가 매력이 부각됐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시 돌아오는 흐름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역사적 저점으로 평가받는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 가능성은 코스피 상승의 주요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코스피는 여전히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주가 흐름이 코스피 전체 지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코스피는 대형주에 지나치게 의존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 코스피는 약 9.6% 하락했으며, 삼성전자는 32.23%의 낙폭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시총 비중을 감안했을 때, 대장주의 추락이 코스피 지수 마이너스 수익률에 한 몫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 역시 '이너 스티키 스팟'에 갇혀 있다.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은 존재하지만 글로벌 기술 경쟁 속에서 한국 기업이 과거처럼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24만1000원을 기록하며 신고가를 경신했으나 현재는 20만원대에서 낙폭을 반복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더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달 10일 종가는 5만5300원으로 2023년 마지막 거래일 종가 7만8500원보다 낮으며, 52주 최고가인 8만7800원에 비해서도 약 37% 낮은 수준이다. 코스피는 글로벌 경제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복잡한 전환 국면에 놓여 있다. 회복의 신호는 나타나고 있지만,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해야한다. 특정 산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지원과 투자자 이뤄질 때, 박스권을 넘어 다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신하은기자 godhe@metroseoul.co.kr

2025-01-13 14:10:48 신하은 기자
[기자수첩] 유별난 명품 사랑이 불러온 배짱 영업

한국인의 명품 사랑은 유별나다. 과자나 라면이 몇 백원 오르는 것에는 인색하면서 명품은 가격이 올라도 줄을 서서 구매하니 말이다. 명품업계가 국내에서 배짱 영업을 할 수 있는 것도 한국인의 명품 사랑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가능한 것 아닐까. 에르메스, 샤넬 등 주요 명품 브랜드가 연초부터 가격 인상에 나섰다. 에르메스는 지난 3일부터 가방, 의류, 장신구 등 주요 제품의 가격을 10% 가량 인상했다. 가방은 평균 10% 인상이 적용됐으며 쥬얼리의 경우 금값 상승 영향을 반영해 더 높은 인상률이 적용됐다. 샤넬은 지난 9일 일부 플랩백 제품에 대해 평균 2.5% 가량 가격을 올렸다. 미디움 사이즈는 기존 900만원에서 931만원으로 약 1.4% 인상됐고, 라지 사이즈는 983만원에서 1017만원으로 약 3.5% 올랐다. 또 다른 브랜드 고야드도 일부 제품에 한해 가격을 6% 인상했으며, 루이비통, 구찌, 프라다 등 주요 브랜드도 가격을 인상할 전망이다. 명품 브랜드들의 가격 인상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으며, 실제로 1년에도 수차례씩 제품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그때마다 원부자재 가격 인상과 인건비, 환율 변동 등을 이유로 댔다. 가격을 올린다고 소비자들이 외면하는가? 전혀 아니다. 가공식품이나 생활필수품이 고작 몇백원 올리는 것에는 지갑을 닫지만, 명품에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명품은 오늘이 가장 싸다'라며 오픈런을 불사하고 매장으로 달려간다. 가격을 끊임없이 올려도 사려는 소비자가 줄을 서는데 명품 브랜드가 가격을 올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옆나라인 중국은 자국 내 소비를 지향하는 '궈차오(國潮)'열풍이 불면서 명품에 대한 애정이 식은 분위기다. 때문에 오히려 명품 브랜드들이 매출 감소와 과잉 재고 해결을 위해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유독 한국에서만 잦은 인상을 하고 고자세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이럴 때일수록 명품 소비를 자제하는 방식으로 업계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어떨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스마트컨슈머가 되길 기대해본다. /신원선기자 tree6834@metroseoul.co.kr

2025-01-12 15:52:47 신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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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절단'과 '재앙'의 시간이 다가온다

"기소를 당해서 재판을 받으면서 몇년 동안 법정에서 형사법에 숙련된 검사를 상대방으로 만나면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았다 하더라도 여러분의 인생이 절단난다. 마지막에 무죄를 받으면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니고 형사법에 숙련된 검사와 법정에서 마주치는 것 자체가 재앙이다." 이 말을 한 사람이 누구일까.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 2021년 11월26일에 국민의힘 서울캠퍼스 개강총회가 열린 자신의 모교 서울대를 찾아한 말이다. 검찰의 중립성 확보에 대한 학생의 질문이 들어오자 "제가 검찰에 오래 있었지만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은 정말 중요하다"고 말한 뒤 꺼낸 말이었다. 당시 저 말을 현장에서 듣고 있던 기자는 '원론적인 대답만 해도 충분할텐데 왜 굳이 저런 말을 해서 강의실을 순간 공포 분위기로 몰아넣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검찰의 중립성은 정말 중요하다는 말은 신뢰가 가지 않았지만, '절단'·'재앙' 같은 말을 섞어서 사용하는 검찰총장 출신의 말은 섬뜩하게 다가왔다. 그랬던 그가 지금은 한남동 관저에서 극우 세력과 경호원에 둘러싸여 버티기에 돌입했다. 극우 세력에게 자신의 서명이 담긴 응원 편지를 보내기도 하고 변호인을 통해서는 메시지도 꾸준히 내며 체포영장의 부당성을 설파하고 있다. 그 사이 관저 주변은 철조망과 버스로 일종의 요새처럼 만들고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영장 집행은 완강한 저항에 수포로 돌아갔지만, 법원이 2차 체포영장을 발부하면서 체포 데드라인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 40여명이 불법적인 체포영장의 집행을 막겠다고 관저 앞을 서성였지만, 지지층의 눈도장 찍히기에 지나지 않고, 자신들도 윤 대통령을 지킬 수 없을 알고 있을 것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2차 체포영장 집행 때 물리적 충돌이나 시민의 부상이 없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윤 대통령의 버티기가 계속될 경우 물리적 충돌은 불가피하다. 그 당시 서울대에서 한 윤 대통령의 말 중 유일하게 진실되게 다가왔던 '절단'과 '재앙'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경찰과 공수처는 조직의 명운을 걸고 이번 2차 체포 영장 집행에 심혈을 기울여 성과를 내야 한다. 그 시간이 앞당겨질수록 시민들의 안정과 평온도 더 빨리 찾아올 것이다.

2025-01-09 13:53:25 박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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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헌책방 외면하는 서울시

소싯적 세운 인생 목표는 '입신양명'이었다. 벼락 출세한 성공 신화로 이름을 떨치면 행복할 줄 알고 정한 것이었는데, 나이 들고 영 틀린 생각이란 걸 깨닫게 됐다. 저 혼자 잘났다고 떵떵거리며 살면 세상 부러울 게 없을 것만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인간은 고등 지능을 가진 생명체라 홀로 살아갈 수 없어서다. 고로 만약 당신이 온전한 행복을 누리고 싶다면 주변에 있는 사람 모두가 만족스럽고 충만한 삶을 만끽하고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얼핏 보면 이루기 어려워 보이는 명제지만, 쉽게 성립시킬 방법이 하나 있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인간이 밥 먹고 똥 싸듯이 매일 책을 읽으면 된다. 독서를 습관화하면 상대방을 이해하는 힘이 길러져 갈등이 발생했을 때 숙의와 합의를 거쳐 원만하게 해결해 나갈 수 있게 된다.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민주주의가 바로 이런 방식으로 작동한다. 21세기 현재, 법과 제도가 국민의 의사 협의에 의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건 사람들이 책을 멀리하면서 민주주의가 힘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책과 사이가 소원해진 사람들이 다시 텍스트와 가까워지고 있다는 소식이 요즘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작년 10월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출판계에 전례 없는 문학 신드롬이 일어난 것이다. 한강 작가가 상을 받은 직후 일주일간 온·오프라인 서점 매출이 40% 뛰었고, 서점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유행에 밝은 MZ세대가 텍스트힙(text-hip)을 이끌며 문학계에 불기 시작한 훈풍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최근 발생했다. 서울시가 공공헌책방 '서울책보고'에서의 헌책 판매를 중단하고 팝업 스토어 형태로 운영 방식을 바꾸기로 한 것. 시의 이 같은 결정에는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시가 위탁 판매 계약 서점이라고 부르는) 입점 서점의 의견을 묻지 않고 곧바로 내용 증명을 보내 위탁 판매 계약 종료 통보와 함께 책을 거둬가라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매출이 떨어지고 방문객 수가 줄었으면 서점 주인장들과 논의해 개선 방안을 찾는 게 먼저였어야 했는데, 시는 그러지 않았다. 헌책방 주인들은 잘못은 서울도서관이 했는데 자기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원통해했다. 시가 홍보도, 책 입고도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의 일방적 판단으로 헌책방만 손해를 입은 게 아니다. 가장 큰 피해자는 시민이다. 그간 헌책방은 독서라는 취미에 입문하려는 초심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문턱을 낮춰주는 역할을 해왔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高 시대'에 2만원 가까이 되는 비싼 책을 수십권씩 사서 볼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2025-01-08 16:27:32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