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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텐텐과 성장한 소비자, 한미약품 갈등을 바라보며

최근 몇 년간 유통 업계 전반에서 레트로 열풍이 지속되고 있다. 추억을 소환하는 유행은 복고풍을 넘어 새로운 문화로 진화했다. 1020세대에게는 신선한 자극과 재미를, 30대 이상 세대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요소들이 재조명 받는다. 특히 1990년대와 200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세대가 성인이 되자 그들이 경험했던 아이템들도 소비 시장을 휩쓸고 있다. 이러한 소비 흐름을 반영한 뷰티 브랜드의 경우, 국내 화장품 시장에 캐릭터와 협업한 한정판 제품을 내놓았다. 국산 토종 캐릭터인 1983년생 '둘리'부터 '쿠로미'로 세대 교체에 성공한 일본 산리오의 원조 캐릭터 '헬로키티', 듣는 순간 기분을 설레게 하는 주제곡까지 사랑받은 '카드캡터 체리' 등이 속속 다시 등장해 소비자 인기를 끈다. 레트로 감성은 제약 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한미약품 어린이 영양제 '텐텐'이 대표적이다. 텐텐은 한미약품이 1994년 미니텐텐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한 일반의약품이다. 당시 빨간색의 딸기향을 갖춘 이 제품은 길다란 빨간색 원통에서 하나씩 몰래 꺼내 먹으며 쫄깃한 맛과 그 특별한 기분을 즐겼던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후 한미약품은 텐텐 성분을 강화하고 복용 대상을 전 연령대로 확장해, 어린이와 성인 모두를 폭넓은 소비자층으로 확보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추억과 함께 자리 잡은 텐텐과 한미약품은 지금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한미약품 창업주 임성기 회장이 타계하면서 빈 자리에서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갈등이 커졌다. 둘로 갈라진 갈등의 주체들은 창업주가 평생 실천한 신약개발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하면서도 싸움은 그치지 않는다. 창업주 철학을 따른다면, 한미약품의 발전은 단순히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 이름에 의존한 것이 아니다. 또 한미약품 오너 일가만이 누려야 할 것도 아니고 경영권 싸움의 소재가 되어서는 더욱 안 된다. 현재 연구개발에 집중하며 성과를 거두고 있는 한미약품은 신약개발과 같은 도전적인 과제를 이룩하기에 앞서, 텐텐을 사랑한 평범한 소비자들 곁에서 오랜 시간 신뢰를 쌓아온 국내 대표 제약 회사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 가치가 한미약품의 가장 큰 자산임이 경영권 싸움에 가려지지 않기를 바란다. /이청하기자 mlee236@metroseoul.co.kr

2024-11-19 13:47:42 이청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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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여대의 품격

동덕여자대학교에서 촉발된 남녀공학 전환 반대 시위가 전국 여대로 번졌다. 현재까지 전국 4년제 7개 여대 중 이화여대를 제외한 여대 6곳이 남녀공학 반대 시위에 돌입하거나 연대 입장을 표명했다. 동덕여대를 비롯한 일부 여대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동덕여대에는 '공학 전환 반대' 등의 문구가 교내 안팎의 건물은 물론, 아스팔트와 보도블록까지 붉은 스프레이로 새겨졌다. 동덕여대 측이 추산한 피해액은 54억여원에 달한다. 성추행 의혹을 받는 교수에 대한 대학의 조처가 미흡하다며 학생들이 시위 중인 서울여대도 캠퍼스 곳곳에 붉은 래커가 칠해졌다. 여자대학교는 가부장제가 확고했던 시절,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 설립됐다. 대학마다 전신과 기원을 어디에 두냐에 따라 기준이 달라지지만, 이화여대(1886년), 숙명여대(1912년), 성신여대(1936년), 동덕여대(1950년) 등 대부분 여대가 설립된 시기를 봐도 알 수 있다. 여대의 존폐를 두고 사회적으로 논의가 시작된 건 20여 년 전부터다.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이 남학생을 앞서면서다. 특히, 학령인구 급감과 맞물리며 여대의 역할과 존재 가치에 대한 의문은 확대됐다. 사실상 여성의 '사회적 힘'이 커진 상황도 이를 뒷받침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여대의 존재 가치에는 지지하는 입장이다. 아직은 사회 곳곳에 여성 차별 문제가 잔존하고 있고, 여대가 여성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지지하는 공간으로 기능한다는 의견도 일리가 있다. 그간 여대가 여성 지도자로서 교육받을 공간으로 역할을 해왔음에도 사회적 이견이 없다. 여대생들이 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이유에는 수긍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시위 방법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해 서이초 교사 사건 당시, 여의도에서 열린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에서 교사들은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였다. '교사의 죽음'과 '교권 추락'에 대해 당국에 관련 사건 조사를 촉구하기 위한 자리였다. '열 맞춘 바둑돌 같다'라는 표현마저 곳곳에서 나왔다. 집회에 출동했던 경찰들마저 '선생님들 집회 응원한다'며 이례적인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 사고·언론·저술·정보의 전달은 직접적인 폭력보다 사람들에게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환유한 말이다. '시위'는 쉬이 '칼'로 비유되기도 하지만, 지난 서이초 교사 관련 집회 당시 질서정연했던 교사들의 집회 모습은 '펜'의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번 여대 시위는 '칼'에 그쳤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여대생들이 자신의 대학과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안전한 방법으로 의견을 개진해 더욱 강렬한 설득력을 발휘하길 기대해 본다. / 이현진 메트로신문 기자

2024-11-18 15:05:05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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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가상화폐 투자

미국 대선이 종료된 시점에서 국내투자자들에게 가장 관심이 높은 투자처는 가상자산시장일 것으로 생각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전 친(親)가상자산 정책 공약을 내세웠다. 미국을 '암호화폐의 수도'로 만들겠다고 선언, 바이든 정부와 다른 길을 걷겠다고 공언하면서 금융 규제완화, 가상자산에 대한 신뢰도 개선, 미 국채 발행에 따른 스테이블코인 활성화로 유동성 증가 등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기대감 속 글로벌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3년 만에 3조 달러(약 4205조 4000억원)를 돌파하면서 가상자산시장이 얼마나 뜨거운 감자인지 제대로 증명하고 있다.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변에서 시장에 진입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10명중 7명은 가상자산의 이해가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 비트코인이 왜 대장주로 불리고 있으며 비트코인이 어떤 원리로 작동이 되는지, 어떤 투자가치가 있는지 등은 관심이 없었다. 그저 "요즘 가격이 많이 오른다고 하니깐, 더 오른다고 하니깐 투자하는거다"라는 말뿐이었다. 또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DOGE) 수장으로 지명됐다는 소식에 '도지코인'을 샀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도지코인은 일론 머스크가 좋아하는 코인중 하나다. 도지코인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머스크가 'DOGE' 수장이 됐다는 소식에 '그럼 도지코인 오르겠네'라는 생각에 매수를 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소식이 나온 후 '도지코인'은 돌연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20%넘게 하락중이다. 가상자산시장에 새롭게 유입된 투자자들이 투기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면서 20여년 전 '닷컴버블'를 떠올리게 한다. 인터넷이 세상의 중심이 될 것이란 기대감을 가진 투자자들은 광기어린 모습으로 정보기술(IT) 기업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하지만 나스닥은 역사상 가장 큰 폭으로 하락세를 기록했고, 국내 코스닥시장 역시 폭락하면서 당시 고점을 아직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당시에도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제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심리가 작용하면서 많이 투자자들이 유입됐지만 결국 불행한 결말을 기록했다. '닷컴버블'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게 투자자들의 주의가 각별히 필요하고 투기적 투자가 아닌 건전한 투자가 필요한 시기다.

2024-11-17 16:21:05 이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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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산업의 쌀' 철강산업, 위기감 고조…정부 특단의 대책 필요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업계가 철강 업황 부진과 중국의 저가 공세, 그리고 미국 대통령으로 재집권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등장으로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감소한 '역성장' 성적표를 받아들었던 국내 철강업계 약대산맥인 포스코와 현대제철가 올해도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결국 현대제철은 철강 업황 불황의 장기화에 따른 대응으로 경북 포항 2공장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 현대제철이 포항 2공장 전체를 셧다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포항 2공장 근무자들은 회사와 협의를 거쳐 다른 라인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현대제철은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51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5조6243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0.5% 감소했다. 순손실은 162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포스코는 최근 철강 업황 부진에 폭발·화재 사고, 노조 리스크 등 잇딴 겹악재에 시름하고 있다. 포스코는 세계적인 철강 업황 부진, 중국산 철강의 저가 공세, 일본산 철강의 가격 경쟁력 강화로 위기를 겪고 있다. 포스코그룹의 경우 철강 부문에서 포스코 3분기 실적이 매출 9조4790억원, 영업이익 4380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0%, 39.8% 감소했다. 문제는 미국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위기감은 확대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미국이 중국 업체를 방어할 경우 우리 기업들이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하지만 철강은 상황이 다르다. 국내 철강 업계도 미국 수출 물량을 제한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은 철강 쿼터 부과 대상국으로 2015~2017년 연평균 수출량의 70%에 해당하는 268만 톤의 철강만 수출할 수 있다. 결국 미국 수출길이 막힌 중국산 저가 철강이 국내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철강업계의 부담은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우리 정부의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우리 철강 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산업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어느때보다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2024-11-14 16:33:34 양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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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사각지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손가락을 몇 번 움직이면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시대다. 디지털금융 확산으로 은행 점포는 자취를 감추고 있다. 10년 사이 시중은행 점포는 40% 가까이 사라졌다. 점포를 찾을 일이 없는 디지털 네이티브(디지털 매체에 익숙한 세대)에게는 좀처럼 와 닿지 않는다. ATM(현금 자동입출금기)이 사라지는 속도는 더 빠르다. 지난 2019년에는 전국에 3만6000대의 ATM이 있었다. 올해 7월에는 전국에 2만7000대의 ATM만 남았다. 은행들은 운영 비용 증가, 현금 사용량 감소를 ATM 철수의 이유로 들었다. 카드, 간편 결제 앱의 보급에 휴대하기 번거로운 지갑은 사라졌고, 서울 시내에서 운행하는 100개 이상의 버스 노선은 현금을 받지 않는다. 현금이 사라지면서 편리한 시대가 온 것 같지만, 디지털 금융이 낯선 누군가에게는 가혹한 시대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의 디지털 금융 이용률은 54.4%다. 고령자의 절반은 간단한 송금 업무에도 은행 점포나 ATM을 찾는다. '금융사각지대'는 계속 넓어지고 있다. 전국 465개의 유인도 가운데 은행 점포가 있는 섬은 10곳도 되지 않고, 육지에도 4대 은행 점포가 없는 지자체가 약 50곳이다. 면적당 ATM 대수는 서울이 강원도보다 100배 많다. 은행권에서는 '금융 접근성 격차 해소'에 대한 이야기가 꾸준히 나오지만, 먼저 나서는 은행은 없다. 비용 때문이다. 통상 ATM 한 대를 유지하는 비용은 1년에 1000만원, 출장소 한 곳을 운영하는 비용은 1년에 5억원 안팎이다. 최근 몇 년간 은행권이 비용 절감을 통한 실적 개선에 사활을 건 만큼, '금융 접근성 격차 해소'는 은행끼리 눈치를 보며 보폭을 맞추는 '고양이 목에 방울 걸기'가 됐다. 일부 은행이 금융 소외 해소를 위해 마련했다는 '이동식 점포'는 명절이 아니고선 좀처럼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앞서 은행권이 기존 ATM 철거의 대체재로 내세웠던 '은행 공동 ATM'은 전국에 10대도 설치되지 않았다. 금융당국도 이러한 추이에 기름을 붓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기관의 경영지표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에 주안점을 둔 '밸류업'을 밀어붙이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의 요구에 은행들은 경영 효율화를 위해 앞으로 비용을 더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돈'이 드는 금융 격차 해소는 계속 멀어지고 있다.

2024-11-13 14:51:35 안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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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너희만 우회 하냐 나도 할 테다

"튀르키예에서 케냐로 이민했는데 괜찮으려나 몰라." 언뜻 이민 이야기 같지만, 사실은 '유튜브 이민'에 관한 대화다. 유튜브 이민은 유튜브 프리미엄 멤버십 가격이 나라마다 다른 점을 이용해 저렴한 국가 IP로 결제해 돈을 아끼는 꼼수를 뜻한다. 즉, "나 인도인이 됐어"라는 말은 인도 주소와 IP를 사용해 유튜브 프리미엄을 결제했다는 뜻이다. 주로 인도, 튀르키예, 케냐 등이 인기국가다. 하지만 최근 '유튜브 난민'이 급격히 늘고 있다. 유튜브 난민은 우회 결제를 시도하다 구글에 적발돼 멤버십이 중단된 사람을 뜻하는데, 결제 카드 번호로 색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의 경고에도 거듭 한국 국적 신용카드로 이민을 하다가(?) 아예 구글 계정 자체가 잠겼다는 증언도 나왔다. 그러면서 최근 유튜브 난민들 사이에서는 아예 아이디를 새로 만들어 전과 없이(?) 유튜브 이민을 하는 방법이 요즘 인기다. 유튜브 이민이 반복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사실 유튜브 난민의 근본적 원인은 구글이 국가별 생활·소득 수준 등을 고려해 가격을 책정하는 정책과 허술한 검증 절차 그리고 이용자들의 도덕적 해이다. 그러나 유난히 유튜브 이민은 별 죄책감 없이 이뤄진다. 도의적으로 잘못 된 일이지만 유튜브 난민들은 이민을 반복한다. 도리어 당당하다. 유튜브 난민 A씨는 "구글도 세금 우회하면서 왜 난 안 되냐?"라고 책상을 쾅쾅 치면서까지 불만을 토로했다. A씨가 불만을 터뜨린 것처럼 실제로 구글은 유튜브 이민과 똑같은 방법으로 세금 회피를 자행하고 있다. 구글은 한국 내 주요 수익을 구글코리아가 아닌 싱가포르 법인 매출로 처리한다. 싱가포르는 법인세가 저렴한 국가다. 이런 방법으로 지난해 구글코리아는 155억 원의 법인세만 냈다. 그리고 네이버는 구글코리아 대비 30배 많은 4963억원의 법인세를 냈다. 이런 세금 우회로 급기야 구글의 이름을 붙인 '구글세(Google Tax)'라는 세제 정책이 G20에서 논의 돼 시행을 결의하기에 이르렀다. 특정 국가에 고정된 사업장이 없어도 매출이 발생하는 글로벌 IT 기업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국제적 공감대가 있는 것이다. 결국, 돈을 아끼려는 마음은 유튜브 난민이나 구글이나 똑같은 셈이다. 도덕적 해이도.

2024-11-12 15:37:52 김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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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카드 할인혜택 올해가 마지막?

11월은 '쇼핑의 달'로 불린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중국의 '광군절' 등 할인 행사가 연달아 있다. 대목인 만큼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해 백화점은 물론 이커머스 기업 등 유통업계도 관련 마케팅을 펼치면서 분주한 모양새다. 유통업계뿐 아니라 카드업계 또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유통사와 손잡았다. 특정 플랫폼과 카드사가 협업을 단행하면서 추가 할인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에 발급된 신용카드는 1억3000만장이다. 1인당 4.4장의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만큼 카드사별 마케팅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그동안 구매를 망설인 물건이 있다면 절호의 기회다. 카드업계 관계자들 또한 11월 할인은 눈여겨보라고 조언한다. 물가가 오르는 명절과 달리 유통가와 동시 할인을 진행하는 만큼 양질의 물건을 염가에 구매할 수 있어서다. 넉넉지 않아도 올해는 컴퓨터 모니터를 바꿀지 고민중이다. 올해 물건을 구매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내년에는 신용카드 혜택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가맹점 수수료율 재산정에 있다. 이르면 이달, 늦어도 다음달에는 금융당국이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을 마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동결 혹은 인하 방향으로 무게가 기울고 있다.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카드사는 모두 두 자릿수 성장세를 나타냈다. 판매비와 관리비 등 유지비용을 줄이면서다. 올 상반기 신용카드사 8곳의 가맹점수수료 수익은 4조734억원이다. 반면 판매비와 관리 비용은 1조7761억원으로 가맹점 수수료의 43.6%를 차지한다. 올해 가맹점수수료율이 낮아지면 카드사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 문제는 수수료율 조정 여파가 신용카드 이용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다음에 수익성이 나빠지면 연회비를 높이고 마케팅에 투입하는 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게 카드업계의 입장이다. 소비 충동을 참아가며 할인 대목을 기다린 '알뜰족' 입장에선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여전히 가맹점 수수료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카드업계에서는 '긁을수록 손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다. 자칫 소비자 혜택까지 축소될 수 있는 만큼 합리적인 결정이 나와야 한다.

2024-11-10 11:37:06 김정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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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불똥 해결은 우리의 몫

결국은 먹고사니즘 문제였다. 팬데믹으로 하루아침에 밥그릇을 빼앗긴 그들은 끝없이 오르는 물가에 분노했다. 불똥은 미국인들을 제외한 모든 이들에게 튀었다. 외국에서 들여오는 수입품에는 관세를 높이고, 더 이상 외국인이 미국인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도록 이민정책도 강화키로 했다. 그렇게 제47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됐다. 트럼프 당선으로 원·달러 환율은 급등(원화값 급락)했다. 7일 원·달러환율은 전날보다 4.9원 상승한 1401.1원으로 출발해 오전 9시 30분께 1404.5원까지 상승했다. 장중 1413.5원까지 올라 지난 2022년 11월 7일이후 2년만에 최고치다. 이처럼 치솟는 환율은 수출기업에 단기적으로 긍정적 효과가 미칠 수 있다. 특히 반도체 업계는 국내 생산비중이 높고 해외 판매 시 달러 결제가 이뤄져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웨이퍼와 같은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비용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항공 및 정유업계는 환차손의 부담을 안는다. 대한항공의 경우 환율이 10원 오르면 약 280억 원의 외화평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정유업계는 원유 수입 시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 시장에선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속도도 더뎌질 것이라고 분석한다. 트럼프가 공약으로 내건 관세 인상과 이민제한 정책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독립적으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준이 트럼프의 인하요구에 답할리는 만무하다. 대선을 지켜보면서 이수영 시인의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라는 시가 떠올랐다. '나는 왜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나는 절정 위에는 서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 서 있다. 그리고 조금 쯤 비켜 서 있는 것이 조금 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미국의 경기가 어려워진 직접적인 원인이 수입품에 대한 낮은 관세 때문인지,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다 차지해서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어찌됐든 불똥이 튀었다면 '불똥이 튀어서 놀랐다'가 아니라 불똥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환율리스크 등 단기적 변동성에 대응하고 중장기적으로 반도체를 비롯한 전략산업의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흥 시장을 개척하는 등 외부 충격에 강한 경제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2024-11-07 16:48:23 나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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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우는 아이 입에 사탕 물리는 서울시 저출생 대책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9일 안정적인 주거와 양육자 생활 밀착형 지원을 골자로 하는 '탄생응원 서울 프로젝트 시즌2'를 발표했다. 내년부터 아이가 태어난 무주택 가구에 2년간 총 720만원의 주거비를 지급하고,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를 비롯해 결혼 준비와 혼인 살림 장만에 쓸 수 있도록 신혼부부에게 최대 100만원의 결혼 살림 비용을 지원하는 등의 내용이다. 시는 오는 2026년까지 저출생 대책에 총 6조7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적잖은 시민들은 이날 시가 내놓은 저출생 대책을 '노답(답이 없는) 탁상행정'이라고 평가했다. 자녀 출산 무주택 가구 주거비 지원 대상을 '전세 보증금 3억원 또는 월세 130만원 이하'로 설정해 놓은 것과 관련해서는 "서울에 애 있는 신혼부부가 사는 집 중 전세 보증금 3억원 이하가 없을 듯", "서울에 전세 보증금 3억원 이하 집이 많지 않다. 이건 그냥 안 주겠다는 거다"라고 평가절하했다. 대표적인 신규 사업인 신혼부부 결혼 살림 비용 지원 정책은 '업체 배 불리기'라고 지적했다. 시민들은 시가 스드메 비용을 지원해주는 순간 업체에서 100만원을 올려 신혼부부가 내야 할 돈은 똑같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서울시가 작년 9월 산후 조리 경비 지원 사업을 시작하자 관내 산후조리원 10곳 중 3곳 이상(32%)이 요금 인상을 단행했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출산 바우처 지급 전후 서울 지역 산후조리원의 이용 요금을 분석한 결과 전체 114곳 중 37곳이 이용료를 최소 3%에서 최대 46%까지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시의 탄생응원 서울 프로젝트 시즌2가 '숲은 없고 타들어 가는 나무만 보는 정책', '우는 아이 입에 사탕 물리는 대책'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시는 올 4~8월 연속 서울시 출생아 수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늘어난 것을 두고 그간 추진한 저출생 정책이 성공적이라고 자평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출생아 수는 1057명. 이와 함께 봐야 할 중요한 지표가 하나 있다. 바로 서울시 자살률이다. 지난해 서울에서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등진 시민은 2165명에 달한다. 돈 몇 푼 쥐여주며 출생아 수를 억지로 늘려놓았다고 한들 산 사람의 행복을 제대로 챙기지 않는다면 출생률 증가 수치는 의미없는 숫자 놀음에 불과하다.

2024-11-06 15:36:34 김현정 기자
[기자수첩] 위정자의 한 수가 된 금투세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이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동의하기로 했다. 원칙과 가치에 따르면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금투세를) 강행하는 것이 맞겠지만 현재 주식 시장이 너무 어렵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이 같은 금투세 폐지 동의 입장을 밝혀 개미(개인투자자)들이 한시름 덜게 됐다. 이날 코스피는 1.83% 오르고, 코스닥은 3.43% 급등하면서 불기둥을 세웠다. 앞서 정부와 여당은 고액 투자자 이탈로 인한 국내 주식시장 침체를 우려하며 '금투세 폐지'를 강력히 주장했다. 하지만 야당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금투세 시행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국내 증시 하락에 힘을 더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연간 기준 금액(주식 5000만원·기타 25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20%(3억원 초과분은 25%)의 세금을 매기는 과세제도다. 1400만 개미들의 성공 투자 희망을 꺾기에 충분한 조건이었다. 당초에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에 여야 합의가 이뤄지면서 2023년에 금투세가 도입될 예정이었다. 이후 여야가 다시 대립하며 내년 1월 시행으로 2년 유예됐다. 이 기간 동안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개인투자자들이 급증했다. 개미들의 조세 저항이 커지자 정치권도 개미들의 눈치를 보게 됐다. 금투세 시행 여부를 두고 팽팽하게 대립하던 여야의 모습은, 대한민국의 정치 상황을 대변하는 사례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4년여간 금투세 시행을 두고 줄다리기한 끝에 내년 1월 시행을 결정했으나, 다시금 여야 정쟁으로 번지면서 결국 '금투세 폐지'로 돌아왔다. 일각에서는 '재유예' 의견도 언급됐지만, 차기 지방선거·대선 등을 고려해 폐지가 결정된 것으로 보여진다. 물론 이번 '금투세 폐지' 결정은 개미들에게 한 줄기 빛으로 다가올 수 있다. 불안하던 국내 증시가 리스크 요인을 하나 걷어내고, 반등 기미를 모색할 수 있는 전제를 갖춰 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정자들이 주식시장의 미래를 두고 정쟁을 펼치는 모습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국내 주식시장 규모는 경제규모에 맞춰 가파르게 증가했지만, 금융교육 수준은 여전히 하위권이기 때문에 혼란을 가중시키는 요소들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국내 주식 시장 전체가 정치의 무풍지대로 남기 위해서는 정략의 한 수로 '투자 정책'을 거론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신하은기자 godhe@metroseoul.co.kr

2024-11-05 15:09:19 신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