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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언제까지 게임이 숨어야 하나요?"

"게임이 숨기만 해서 되나요. 이럴때일수록 더 열심히 해보려구요." 최근 기자와 만난 게임업계 홍보 관계자의 자조어린 목소리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를 결정하며, 게임 업계가 한바탕 술렁였다. 여름 방학을 앞두고 한창 신작 고삐를 당겨야 하는데, 게임 질병코드 도입 이슈에 신작 이슈 또한 수면 아래 가라앉고 있다. 산업계 뿐만 아니라 학계, 협·단체들 또한 질병코드 등재와 관련한 토론회와 성명을 내며 게임 산업 침체를 우려하고 있다.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도 출범했다. 협회·단체 56개와 경희대·중앙대 등 대학 관련 학과 33개가 모였다. 출범식은 검은 양복, 영정 등이 등장해 장례식을 방불케 했다. 게임 질병코드 도입이 그만큼 게임 산업의 위기를 불러온다는 퍼포먼스다. 실제 WHO의 결정 이후 국내 게임 업계의 고민은 크다. 그간 셧다운제, 게임 결제한도 제한 등 규제에 갇혀 왔던 게임 산업이 침체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간 쌓아온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또한 한번에 무너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2018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7년 국내 게임 산업 수출액은 전년 대비 80.7% 증가한 59억2300만달러(약 6조6980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질병코드화가 시행될 경우 향후 3년 간 3조8214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매출의 경제적 위축효과는 같은 기간 6조3454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더 크게는 세대 간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자녀들의 게임 과몰입을 걱정하는 부모 세대와 게임을 놀이로 인식하고 일상에서 즐기는 세대 간의 간극도 크다. 게임 종사자를 비롯해 질병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일시적으로 게임에 흥미를 느껴 몰입한 학생들도 '게임 중독자'라는 꼬리표를 달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의학계에서는 청소년기에 특정 콘텐츠나 대상에 몰입하는 것을 정상적인 행위로 보고 있다. 더구나 게임 과용을 유발하는 근본 원인은 게임 그 자체가 아니라 소이감, 과다 경쟁에 의한 스트레스, 심리적 성장 과정의 불안정성 등 사회·문화적 환경에 의해서 나타난다고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한국질병분류코드(KCD)는 통계청이 5년마다 개정한다. WHO가 제시한 진단기준은 2025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6~7년 정도의 시간이 남은 셈이다. 게임이 더욱 음지로 숨게 되는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2019-06-04 15:53:59 김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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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무엇이 갑이고 무엇이 을인가요?

"직원이 휴가계를 낼 때 궁금해서 어디로 가냐고 물어보는 것도 조심스러워요. 그 직원 입장에선 직장 상사가 이렇게 물어보는 게 사생활 침해라고 느낄 수도 있으니까요." 최근 만난 한 대기업 고위 임원은 직원들을 대하는 것에 대해 이 같은 고충을 토로했다. 매일 만나는 사람이기도 하고 궁금해서 물어볼 수도 있는 질문을 하는 것조차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이 임원은 "요즘엔 말만 조금 잘못해도 바로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 때문에 심지어 업무적으로 실수가 있어 지적하는 것도 조심스럽다"며 "말을 하지 않고 넘어가면 본인의 손해인데, 괜한 구설과 분쟁에 휘말리기 싫어 굳이 말을 해줄 필요가 있나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이 임원뿐만이 아니다. 많은 직장 상사들이 비슷한 고충을 가지고 있었다. 상사로서 마땅히 지적해야 할 것을 말해줘도 불만을 가지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 행위를 일컫는 '갑질'의 반대말로 '을질'이라는 단어도 생겨났다. 물론 이런 단어들은 일부 몰지각한 상사들이 있었기에 나왔다. 예컨대 직원이 휴가를 쓰겠다고 할 때 단순한 질문을 넘어서 "여행 누구랑 가? 애인이랑 가? 애인은 좋겠다" 같이 도를 넘은 말을 내뱉는 사람들 때문이다. 누군가 하는 말이 나를 생각해주는 올바른 지적인지 그냥 트집을 잡는 등 부적절한 발언인지 구분하는 건 어렵지 않다. 아랫사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여러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개념 없는 상사가 이렇게 많은가 싶지만, 본인이 잘못한 부분이 분명한데도 갑질이라고 우기는 사람도 정말 많다. 일례로 IT 대기업에 다니는 A는 자율출퇴근제인 회사에 다니지만 어느 날 점심시간 이후까지도 출근을 못했다. 상사가 "왜 안나오느냐"고 묻자 관심이 싫었던 A는 "연차를 쓰겠다"는 답을 하고 출근을 하지 않았다. 그냥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다 싫은 것이다. 이런 말들을 많이 듣다 보니 자연스레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하루 중 가족보다도 함께하는 시간이 많은 직장 동료인데 괴롭히거나 험담하지 못해 안달 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서다. 각자 맡은 자리에서 예의와 의무를 지키면서 위아래에 상관없이 비판은 받아들이고 비난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뜬구름 잡는 소리 같지만 갑질, 을질 같은 단어가 나오지 않는 문화를 꿈꿔보고 싶은 오늘이다.

2019-06-03 17:28:51 구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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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수능과 키높이 의자

[기자수첩] 수능과 키높이 의자 수능 시험장에서 땀을 흘리는 이는 수험생 말고도 이들이 공정하게 시험을 치르도록 돕는 수능 시험 감독관도 있다. 이들은 부정행위를 감시하는 업무를 맡아 시험장 앞뒤에 두 명씩 배치된다. 수능 시험 감독관 유의사항을 보면 '감독관은 교실에서 정위치에 정자세로 서서 감독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감독관들은 수학영역의 경우 100분을, 다른 과목까지 합쳐 3~4차례 꼿꼿이 서서 시험감독을 맡고 있다. 400분 내외 시간동안 정위치로 시험감독을 하다보면 엄청난 체력이 필요하다는게 교사들의 얘기다. 거의 매년 수능 감독관 중 쓰러지는 사고도 발생한다. 지난해엔 경기도 군포에서 수능 감독관이 쓰러져 급히 다른 감독관으로 교체된 일도 있다고 한다. 이 단체가 지난해 전국의 중등교사 5032명을 대상으로 수능 감독관 차출을 기피하는 이유(복수응답)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과도한 심리적 부담'과 '체력적 부담'이 각각 71.8%, 71.5%로 가장 많았다. 이 때문에 교사들은 지난해부터 시험감독관이 앉을 키높이 의자를 제공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시험감독관 관리 업무는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이 맡고 있는데, 교사들의 이런 요구에 묵묵부답이라는게 이들 교사의 주장이다. 교사들은 교육부 주무부서에 이 같은 내용을 수차례 공문으로 요청했으나 답변조차 없어 30일부터 전국 교사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벌이고 그 결과를 유은혜 교육부장관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이 단체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김용서 교사는 "수능시험 감독을 맡은 교사 중 다리가 불편하거나 체력이 약한 교사에게 수능 감독은 육체적 고문과 마찬가지"라며 "답변조차 없는걸 보면 교원을 배려하는 자세가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수능 감독관이 2교시 이내로 업무하도록 시도교육청에 안내하고 있으나, 교육청별 사정에 따라 3~4교시를 맡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며 "키높이의자도 검토했으나, 수능의 공정한 시행상 다수의 시도교육청도 반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키높이의자보다는 수능 감독관을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수능 시험 감독관에게 키높이 의자를 제공하는 일은 어떻게 보면 사소한 일일 수 있지만, 국가적인 관심사인 수능의 공정성을 위해 투입되는 교사들의 소박하지만 절실한 요청인만큼 교육부의 보다 세심하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2019-05-30 18:08:00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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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대중공업 노조, 누구를 위한 투쟁인가

대화를 통한 타협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총을 든 상대를 포용하기 위해서는 경계를 풀고 끈질기게 설득해야 한다. 폭력은 답이 아니다. 지난 22일 낮 현대 계동 사옥 앞은 물적분할 반대를 외치는 현대중공업 노조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단시간 안에 끝날 줄 알았던 집회는 저녁까지 이어졌고 덕분에 계동 사옥 안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은 뒷문을 통해 퇴근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골목을 지나는 일반시민들의 이맛살은 구겨져 있었다. 북촌한옥마을 관광을 마치고 돌아가던 외국인들은 신기한 듯 사진을 찍어댔다. 현재 현대중공업 노조는 주주총회장으로 예고된 한마음회관을 기습 점거해 출입문을 봉쇄한 뒤 외부 진입을 막고 있다. 한마음회관의 하루 이용객은 약 6000명이다. 이곳에는 커피숍, 식당 등 9개 업체가 입주해있다. 건물 3층에는 학교도 입주해있다. 내부로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업체와 학교는 휴업과 휴교를 할 수밖에 없다. 노조가 노동자의 권리를 대변한다는 명분으로 타인의 권리를 거리낌없이 침해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점거 과정에서 쇠파이프와 시너까지 보유한 정황이 드러난 사실은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 현대중공업지부는 28일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금속노조는 울산에서 전국 지부장단 회의를 갖고, 현대중공업지부의 파업과 투쟁을 엄호·지원하기로 했다. 현대자동차지부 역시 29일 긴급성명서를 통해 현대중공업 노조와의 연대투쟁을 결의했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 위해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사업 자회사로 물적분할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대중공업은 오는 31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사업 자회사(신설법인)인 현대중공업으로 분할을 결정한다. 평화적인 타협은 끈질긴 설득을 통해 이뤄진다. 주먹을 쥐면 아무것도 잡을 수 없다. 주주총회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유혈사태만큼은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원할 뿐이다.

2019-05-29 15:18:36 정연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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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무도 모르는 '공무원 보수'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9일 발표한 '한미정상 대화록' 내용이 화제다. 실제 여권에서는 강 의원의 한미정상 대화록 공개를 '기밀유출'로, 야권에서는 '국민의 알 권리'로 각각 대치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다만 한미정상 대화록보다 더 중요한 국민의 알 권리는 많다. 그중 하나는 '공무원 보수 공개'다. 이를 위해 정계에서는 최근 '공무원 보수 공개' 관련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생각해보자. 공무원 보수는 국민 세금으로 충당되지만, 실제 공무원 보수를 아는 국민들은 매우 드물다. 주변 지인들에게 관련 질문을 하면 "잘 모르겠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반대로 공무원 보수를 국민들이 알아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그 중요성에 대한 답변은 이언주 무소속 의원이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공무원 보수 공개 및 총 정원 규제 제도 개선' 토론회 때 등장했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토론회 때 "공무원 1명을 고용하는데 얼마의 세금이 드는지 (국민들이) 모르는 게 21세기 민주국가에서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라며 "이는 국민이 주인인 민주국가가 아닌 공무원에 의한 공무원을 위한 나라"고 공무원 보수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피력했다. 이어 "(임금은) 직종별·직급별·호봉별·근속연수별·수당별로 상세히 공개되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국민들이 공무원 보수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공무원 증원에 따른 국가부채는 1700조원에 육박한다는 주장이 정계에서 제기된 점이다. 이 의원은 토론회 때 "(국가부채의) 55.9%는 공무원연금 때문"라고 했다. 그뿐인가. 정계에서는 수차례(노무현·박근혜 정부) 공무원 보수와 연관된 '연금 개혁'을 수술대에 올리곤 했다. 하지만 수술대에 오를 때마다 개혁은 공무원사회의 반발로 무산된 바다. '시나브로'라는 말이 있다.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국민들은 그동안 공무원 보수에 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는지, 공무원 보수는 어떻게 국가부채의 절반을 차지했는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공무원사회에 돋보기를 비출 때가 됐다.

2019-05-27 07:00:00 우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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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르노삼성 노조 멀리보고 크게 생각해야

지난 2000년 9월 르노사 삼성자동차를 인수하며 새롭게 출범한 르노삼성자동차가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르노삼성 노사간 갈등이 쉽게 봉합되지 않으면서 당장 앞으로 생존 여부까지도 걱정해야 할 상황까지 내몰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6월 2018년 임단협을 둘러싸고 첫 상견례 이후 10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잇따른 파업(62차례, 2800억원 손실 추정)으로 내수시장에서도, 글로벌시장에서도 르노삼성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SM6, QM6 등 신차 출시로 한 때 98%에 이르던 부산공장 가동률도 50%대가 무너지기 직전에 놓였다. 이에 따른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부산·경남 지역의 르노삼성 협력업체들도 줄도산 위기에 놓였다. 일부 협력업체의 공장 가동률은 50% 이하로 하락한 상태다. 이같은 악순환이 되풀이되자 르노 본사에서도 노사 갈등 지속으로 안정적인 물량 생산이 불가피할 것을 예상하고 빠르게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르노 본사가 유럽 수출물량 생산지를 기존 부산공장에서 스페인으로 선회했다. 노조의 무리한 요구로 임단협이 장기화되자 르노삼성은 오는 9월 계약이 만료되는 닛산 로그의 추가 물량 배정을 받지 못했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로그 위탁생산 계약이 끝나는 10월 최대의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로그는 현재 부산공장 전체 생산량의 절반, 수출 물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효자' 상품이다. 르노삼성은 내년 국내 시장에 출시하는 쿠페형 크로스오버(CUV) 'XM3' 수출 물량을 확보해서 메운다는 계획이지만 녹록치 않다. 르노 본사가 부산공장 가동률, 효율성 등을 이유로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으로 해외 물량을 이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르노 본사는 신차 배정을 위한 요건이 임단협 타결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처럼 회사의 운명이 풍전등화(風前燈火)에 처해 있지만 노조는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측이 '생산 절벽'을 이유로 부산공장의 추가적인 가동 중단 방침을 알리자 노조는 27일 천막농성과 지명파업으로 맞대응하기로 했다. 또 노조는 생산성 향상이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경영과제가 된 상황에서 오히려 인력을 추가 배치하고 생산라인 속도 하향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회사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노사가 한 발씩 물러나 합의점을 찾으면 된다는 점은 그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대로 신차 물량 배정이 무산되고, 지속적 파업으로 생산성이 떨어지면서 현재 수출물량까지 줄어든다면 부산공장 가동률이 30%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위기론도 나오고 있다. GM 본사가 20%대의 가동률을 기록한 한국지엠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내린 것처럼 르노 본사도 노사간 의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부산공장에 대한 최악의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군산공장 1800명에 달하는 공장 직원이 한순간에 뿔뿔이 흩어진 만큼 부산공장 직원 2000여명의 운명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르노삼성 노조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냉정하게 현재 상황을 풀어나가야 한다.

2019-05-26 11:45:53 양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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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혁신의 '빛'과 '그늘'

"혁신의 '빛' 반대편에 생긴 '그늘'을 함께 살피는 것이 혁신에 대한 지원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23일 열린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19'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기조연설은 그가 평소 전도사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던 '빛'보다 '그늘'에 무게가 실렸다. 최 위원장과 '타다' 이재웅 대표의 설전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이해되는 대목이었다. 타다와 택시업계의 갈등에 이 대표는 지난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죽음을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밝혔고, 최 위원장을 이를 정면으로 겨냥해 전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타다 대표가 택시업계에 내뱉고 있는 거친 언사는 이기적이고 무례한 언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또 "택시업계는 공유경제, 혁신사업의 피해를 직접 입는 계층"이라며 "이들은 기존 법과 사회질서를 지키며 소박한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분들인데 이들에 대해 최소한 존중과 예의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최 위원장도 그간 핀테크 활성화 로드맵 발표를 시작으로 인터넷전문은행법과 금융혁신지원 특별법 제정, 규제 샌드박스의 시행까지 금융혁신을 위해 전력질주를 해왔다. 그러나 반대편에 대한 고민도 놓치지 않았다. 최 위원장은 "디지털 전환과 혁신의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거나 소외되는 분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 그 분들의 사회적 충격을 관리하고 연착륙을 돕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 사회의 발전은 혁신에서 시작되지만 사회구성원들에 대한 충분한 안전장치가 함께 마련되어야 비로소 사회전체의 번영으로 귀결된다"고 강조했다. 제한된 승객을 놓고 서로의 밥그릇 싸움을 해야 하는 타다 논쟁은 '수축사회'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갈등이다. 한 단계 진보한 서비스며, 소비자들에게 더 큰 편익을 줄 수 있다고 해도 절대 선(善)은 아니다.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는 저서 '수축사회'를 통해 "수축사회의 유일한 이데올로기는 오직 생존으로, 패배자를 돌볼 의지나 여유가 없다"며 "원칙이 약화되면 사회 안정성이 낮아지면서 갈등만 양산하고 때로는 민주주의가 후퇴한다"고 지적했다.

2019-05-23 13:37:17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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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또 미뤄진 주세법 개정

[기자수첩]또 미뤄진 주세법 개정 올해 초 마무리될 것으로 보였던 정부의 주세 개편안 발표가 미뤄졌다. 지속되는 주세법 개정 연기 소식에 맥주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 17일로 예정된 연구 보고서 제출 기한을 6월 말로 연기했다. 그들은 주세법 개정에 대한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발표를 미뤘다. 업계 안팎에서는 조세재정연구원이 주류업계의 다양한 입장을 반영하는 데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세법 개정 논의는 국내 맥주업계에서 수입 맥주와의 역차별을 주장하며 본격화됐다. 현재 주세는 가격에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 방식을 택하고 있다. 수입 맥주는 수입 신고가에 세금이 붙는다. 이에 반해 국산 맥주는 제조원가에 세금을 매긴다. 수입 맥주는 국산 맥주와 다르게 홍보·판촉비용에 세금을 내지 않는다. 이때문에 국산 맥주업계는 수입 맥주가 '4캔에 1만원' 마케팅을 펼치며 시장 점유율을 확보해 나갔다며 하소연했다. 이런 역차별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알코올 도수나 양'에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로 바꾸자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김동연 당시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전 주종의 형평성을 고려해 주세법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주세법 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러 업계의 이해관계를 풀지 못했다. 종량세로 전환하면 국산 맥주는 이득을 보지만, 서민들이 즐겨마시는 소주는 알코올 도수 높아 세금이 더 붙기 때문에 가격이 오를 수 있다. 여기에 전통주는 세금이 오르고 고급 와인은 세금이 줄 수도 있다. 맥주만 종량세로 바꾸더라도 다른 주종과 맥주의 상대가격이 달라지는 문제도 복잡한게 사실이다. 특히 수제맥주업계가 주세법 개정을 강력하게 원하고 있다. 국내 수제맥주는 2014년 맥주 양조유통에 관한 주세법 개정 이후 7억원대에서 200억원 이상으로 급성장했다. 소규모 양조장에서 주조된 하우스맥주의 외부 유통이 가능해지면서 성장에 날개를 달았다. 하지만 지속된 주세법 개정 연기로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대기업과는 달리 수제맥주를 제조하는 소규모 브루어리에서는 현 종가세는 치명적이다. 가격경쟁이 불가는하기 때문이다. 현 주세법상 출고가에는 인건비도 포함된다. 직원 임금이 인상되면 세금도 늘어난다. 정부가 주종별로 업계 입장이 다른데 한 번에 주세법을 개편하려다가 결론을 낼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첫 술에 배부르랴'는 속담처럼 한 번에 해결하기 보다 우선 순위를 두고 해결할 필요가 있다.

2019-05-21 17:07:52 박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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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제대로된 채무조정제도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서 다니엘은 치매걸린 아내를 병 수발 하다 전 재산이 바닥난다. 40년 목수생활로 얻은 것은 심장병 뿐.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한 다니엘은 실업수당을 신청하기 위해 기관을 찾는다. 기관 직원은 다니엘에게 컴퓨터를 이용해 신청서를 접수하고 구직활동을 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컴맹인 다니엘은 컴퓨터를 배우고 신청하는데 기간이 걸렸고, 기관은 다니엘이 비협조적이라며 실업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며칠 전 정부가 지원하는 채무조정제도를 알기위해 신용회복위원회를 찾았다. 직원은 채무와 수입을 듣더니 "한 달에 80만~100만원씩 3년 정도 걸릴 것 같다"고 했다. 매달 내는 금액치곤 부담스러웠던 나는 "기간이 최대 10년이라고 알고 있는데, 좀 늘려서 갚을 순 없냐"고 물었다. 하지만 직원은 "최저 생계비 제외한 금액은 다 내야하고, 기간은 늘릴 수 없다"며 "부양 가족이 있으면 좀 줄어들 수 있는데 있냐"고 답했다. 나에겐 부양가족 만큼 돈이 들지만 부양가족 기준에 맞지 않는 반려견이 있다. 말하지 못했지만 반려견이 아프기라도 해 상환이 미뤄지면 의도치 않게 제도가 폐지될 가능성이 커보였다. 월 상환금을 낮추고 기간을 늘렸으면 했지만 직원은 먹고 살기위해 드는 최저의 생계비가 최대 생계비로 보이는 듯 했다. 어린이날인 지난 5일. 한 농로 렌터카에서 30대 부부와 4살, 2살 짜리 아이 일가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개인회생 절차를 밟던 중 실직하는 바람에 변제금을 갚을 수 없어 막막했다고 한다. 변제금을 연체하게 되면, 개인회생은 중단되고 원금과 이자를 다시 갚아야 한다. 지난 1분기 개인회생 신청자 2만 3319명 중 기각되거나 불인가 된 경우는 7628명. 개인회생 중이더라도 변제금을 상환하지 못해 중도 폐지되는 경우도 3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채무자의 상환·재기 의지와 달리 일정 기준에 맞지 않거나 변제금이 부담돼 제도가 폐지되는 경우도 많다는 설명이다. "기계적으로 기준을 산정하는 것이 아니라 채무자 개개인의 상환능력을 고려한 채무자 중심의 제도로 탈바꿈하겠다." 지난 2월 개인채무자 신용회복지원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며 금융위 관계자는 말했다. 과연 채무자 중심의 제도로 운영되고 있는 지, 채무자의 재기를 위한 기준이 맞는 지 다시 한 번 확인해 볼 때다.

2019-05-20 15:29:41 나유리 기자
[기자수첩] 한은의 '진짜' 속마음

한국은행은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화폐단위 축소)을 정말 추진할 계획이 없을까. 하고는 싶지만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최근 이주열 총재의 입에서 시작된 리디노미네이션 논란을 지켜보면 후자에 가까운 것 같다.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리디노미네이션 관련 토론회에서 박운섭 한은 발권국장이 토론 패널이 아닌 청중으로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언젠가는 리디노미네이션을 해야 한다. 국회가 논의를 주도해 공론화해 달라." 이는 추진 계획이 없다는 한은의 공식 입장과 대조되는 발언이다. 리디노미네이션과 관련해 실무를 담당하는 부서 관계자가 토론회에서 개별 참석자로서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을 놓고 한은의 '진짜' 속마음은 화폐개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 국장의 발언이 논란이 되는 듯하자 한은 공보관 측은 "리디노미네이션 논의와 관련해 한은은 '가까운 시일 내 추진할 계획이 없으며, 기대효과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부작용도 많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은은 매번 리디노미네이션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를 때마다 똑같은 과정을 반복했다. 이 총재는 지난 3월 업무보고에서 리디노미네이션과 관련된 질문에 "논의할 때가 됐다"고 답하면서 리디노미네이션 논란의 불을 지폈다. 이후 "리디노미네이션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가까운 시일 내 추진할 계획도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지난 2015년에도 화폐개혁 문제가 거론되자 "가까운 시일 내에 리디노미네이션을 추진할 계획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해서는 정치권, 금융권, 학계뿐만 아니라 국민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큰 주제다. 이를 담당하는 한은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줄수록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눈치보지 말고 명확한 입장, 태도를 보일 때다.

2019-05-19 15:13:08 김희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