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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상한 나라의 전세제도

"전세 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거예요." 최근 불거진 '역전세', '깡통전세' 현상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해법·조언 등을 구할 때면 종종 돌아오는 대답이다. 우리나라에선 주택 거래 유형이 크게 매매, 전세, 월세 등으로 나뉜다. 이 중 전세와 월세는 '렌트(rent)'의 개념이다. 매매값의 절반 수준 정도를 전세보증금으로 내면 일정 계약기간 집을 빌려 쓸 수 있고, 계약이 만료되는 날 임대인으로부터 다시 보증금을 돌려받는 제도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전세 제도를 '획기적인 제도'라고 설명했다. 박정희 정권 때 건설경기 부흥을 위해 도입돼 집주인은 전세보증금을 활용해 자산을 불리고, 세입자는 주거안정을 누릴 수 있었다고 했다. 물론 '순(順)기능'만 보면 그렇다. 그러나 맹점도 크다. 임차인이 임대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해 벌어진 수많은 피해들이 대표적이 예다. 최근엔 전세보증금 보증 보험 등 임차인 보호 제도가 생기긴 했지만, 아직도 전세 계약 만료일에 임대인으로부터 강제적으로 돈을 받아내는 법적 제도가 전무하다. 전세금을 받으려면 긴 싸움에 거쳐 법정 싸움을 하거나, 그 과정에서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 전세금을 다 돌려받지 못하는 등 다양한 피해사례가 있다. 주택 투기의 수단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전세를 끼워 집을 사(갭투자) 여러 채의 주택을 소유하고 웃돈을 붙여 파는 식이다. 최근 발생한 역전세난도 갭투자 등에서 비롯된 현상 중 하나다. 주택 시장에선 '대출 없이 현금으로 집 사면 등신'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저금리에 주택 가격이 치솟자 갭투자자들이 늘었는데, 정부의 부동산 정책 등으로 다시 주택 가격이 떨어지고 전세 물량이 많아지자 임대인들이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거나 전세보증금 마련하지 못해 곳곳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 피해사례가 속출하자 세입자들의 불안감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선을 그었다. 지난달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역전세는 집주인이 해결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전셋값은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3월 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달보다 0.07% 하락, 14주째 내리막길을 타고 있다. 신규 분양가는 점점 높아지고, 서울 집값은 아주 천천히 조정될 뿐 여전히 수억원대서 요지부동이다.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역전세 현상 등의 피해를 막기 위해선 전세 제도의 근본적 맹점을 손봐야 할 때다.

2019-03-10 17:21:58 채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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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명박의 세 가지 약속

의자 등받이를 힘겹게 붙잡던 노신사가 결국 고집을 꺾고 자리에 앉았다. 변호인의 부축이 없으면 일어서지 못하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보석 허가 이유를 설명하는 재판부 앞 증언석에 힘 없이 주저앉았다. 6일 낮 12시 7분 서울고등법원 303호. 법원 밖으로 속보를 쏘아올린 기자들은 "(보증금 10억원 등) 조건을 받아들일 지 10분간 변호인과 상의하라"는 정준영 부장판사의 말에 멈칫했다. 휴정 시간 내내, 법정에선 "재판부가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했다"는 측근들의 평가가 쏟아졌다. 하지만 솔로몬이 내린 판단의 이면에는 감당하기 벅찬 약속의 무게가 있다. 정 부장판사는 이 전 대통령에게 "재판에서 느꼈겠지만, 재판은 현재의 피고인이 과거의 피고인과 대화하는 과정"이라며 "본인이 기소된 범죄 사실을 하나하나 다시 읽고 과거를 찬찬히 회고하라"고 당부했다. "앞만 보고 달려온 사람이 뒤를 돌아보았다"는 그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첫 문장은 이렇게 다시 쓰였다. 이번 보석의 핵심은 피고인의 방어권이다. 1심 당시 증인신청을 하지 않던 그의 태세 전환은 2심 시작과 동시에 비난을 샀다. 하지만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을 비롯한 핵심 증인들의 폐문부재(문 닫히고 사람이 없음), 구속 기한인 다음달 8일 전에 재판을 끝내자는 검찰의 태도를 보면, '피고인 이명박'을 향한 검지 손가락을 접게 된다. 그러니 이 전 대통령은 건강해야 한다. 매일 한 시간 넘게 운동하고 성실히 재판에 임하라는 정 판사의 말은 조언이 아닌 명령에 가깝다. 재판부는 앞으로 소환을 피하는 증인에게 구인 목적의 구속영장을 발부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법원이 4월 3일까지 소환한 증인만 9명에 이른다. 이제 이 전 대통령은 그들과 촌각을 다투는 기억 싸움을 벌여야 한다. 강훈 변호사가 강조했듯, 그의 뇌물·횡령 혐의를 가늠할 전달책의 진위를 가려야 한다. 회고록을 쓸 때 전직 대통령의 원칙은 명확했다. "사실에 근거할 것, 솔직할 것, 그럼으로써 후대에 실질적인 참고가 될 것." 두 번째 회고록이 될 그의 재판에서, 법원의 엄포에 모습을 드러낼 공동 집필자들은 이 원칙을 요구받게 된다. 그리고 이 전 대통령 역시 책을 쓰던 6년 전의 그 약속을 떠올려야 한다.

2019-03-07 13:41:52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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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LCC여, '합종책'으로 맞서라

중국 전국시대 후기 연나라의 소진(蘇秦)은 막강한 진(秦)나라에 맞서 제(齊), 연(燕), 조(趙), 한(韓), 위(魏), 초(楚) 등 6개의 나라가 연합하는 합종(合縱)책을 제시했다. 당시 진나라는 이름난 법가사상가 상앙의 부국강병책을 채택해 중국 최강국으로 떠올랐다. 7개나라 중 가장 강한 군사력을 가진 진나라는 천하통일을 위해 나머지 국가들을 공격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지만 이 여섯 나라들은 서로 합치지 못하고 각자 자기 살 길만 찾고 있었다. 그러나 달변가였던 소진은 합종을 위해 진나라에 대적하고 있는 6개국의 사정과 왕들의 성향을 완전한 파악한 뒤 이들을 설득시켰고 세 치 혀로 일거에 6개 나라의 재상이 됐다. 소진의 합종책으로 6개국이 연합하자 실제로 진나라는 15년 동안 군대를 움직이지 못하고 수세에 몰렸다. 최근 항공업계 '뜨거운 감자'중 하나였던 인천~몽골 울란바토로 추가 운수권은 대형항공사(FSC)인 아시아나항공에게 돌아갔다. 6개의 저비용항공사(LCC) 중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등이 운수권 획득에 강한 기대감을 표출했지만 대형항공사의 벽을 넘지 못했다.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국내 항공업계 양대산맥인 대한항공의 30년 독점노선이 깨졌다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신규 LCC면허 발급을 받기 위한 경쟁도 치열했다. 지난 2015년 에어서울 이후 4년간 '공석' 이었던 7번째 LCC 자리를 두고 플라이강원,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에어필립, 가디언즈 등 5곳이 각축전을 벌였다. 이용률이 저조한 지방공항을 존손시키기 위해 지방정부까지 나서 면허발급 총력전을 펼쳤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업계는 신규 LCC 간의 과열 경쟁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저비용항공사가 진정 걱정해야 하는 것은 대형항공사의 팽창이다. 저비용항공사 역시 성장을 거듭한다면 훗날 대형사와의 정면대결은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지금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합종이다. 자구책을 펼치기 보다는 대형항공사에 대등해질 만한 상생방안을 서로 구상하면 어떨까. 하나 보다는 둘 이상이 낫지 않은가.

2019-03-05 13:40:56 정연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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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살라미 전술과 시나브로

살라미 전술이란 말이 있다. 조금 생소할 수 있는 이 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회담 후 주요포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했다. 살라미 전술과 제2차 북미정상회담은 어떤 관계일까. 살라미 전술은 협상용어의 하나다. 한 과제를 여러 단계별로 세분화해 하나씩 해결하는 전술을 뜻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은 이 전술을 지난달 27일부터 28일까지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회담 때 사용했다. 핵 관련 협상 단계를 최대한 세분화해 단계별로 이슈화하고, 이를 통해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경제적 보상을 최대로 끌어내려고 했다. 핵 협상을 너무 세분화한 탓일까. 두 정상의 회담은 결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렬 후 숙소로 돌아와 "(북한은) 영변 핵시설 해체로 국제사회의 전면적인 제재완화를 요구했으나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했다. 북한이 제시한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간 인식 차가 컸던 것이다. 회담이 결렬되자 우리나라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충격을 인지했을까. 회담 결렬 후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은 충격완화 작업에 들어갔다. 새로운 한반도 평화 비전을 국제사회에 보여준 것이다. 김 위원장은 회담 결렬 다음날인 지난 1일 응웬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석을 만나 '도이머이(대외 개방) 정책' 가능성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같은날 3·1절 100주년 기념식 축사 때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개방'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협의할 것임을 알렸다. 남북미 정상들의 이러한 행보는 모두 한반도 평화와 연관이 깊다. 시나브로란 말이 있다.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북미 정상간 회담이 결렬됐지만 우리는 조금씩 한반도 평화시대에 시나브로 다가가는 게 아닐까. 또 회담 결렬은 평화란 큰 물줄기 아래 잔파도는 아닐까.

2019-03-04 10:20:51 우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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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신형 쏘나타 '택시' 이미지 벗을까

"한국의 택시를 상징하는 차량은 쏘나타 뿐인가요?" 현대자동차가 내수시장에서 연타석 홈런을 노리고 있다. 현대차가 지난해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팰리세이드 흥행에 이어 올해는 신형 쏘나타(프로젝트명:DN8)로 중형 세단 시장 공략에 나선다. 이번달 출시를 앞둔 신형 쏘나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높다. 자동차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신형 쏘나타로 예상되는 스파이샷 공개와 출시 시점에 대한 이야기 등 이슈가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과거 '국민중형세단'이라는 명성을 얻을 수 있을지 여부다. 특히 쏘나타는 출시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뛰어난 가성비(가격대비성능)를 앞세워 흥행을 이어갔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쏘나타=택시'라는 이미지가 강해지면서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기 시작했다. 실제 내수 시장에 판매된 쏘나타는 일반 승용보다 택시 판매 물량이 높다. 지난해 쏘나타 전체 판매량 중 택시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2.0LPG모델의 판매 비율이 전체 판매량의 과반을 넘는 56%를 기록했다. 주변 지인들과 신형 쏘나타 출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일본이나 미국, 유럽 등은 그 지역을 상징하는 택시가 있는데 한국은 쏘나타가 그 역할을 하는것 같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이처럼 '아빠차'에서 '국민택시'로 이미지가 굳어지자 현대차는 최근 "신형 쏘나타는 택시를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형 세단 시장은 가장 규모가 크고 최근 시장이 위축된 것처럼 보이지만 신차 출시를 앞두고 대기 수요도 증가하고 있어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대부분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쏘나타는 택시를 분명히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 "지난번 모델도 택시는 없을것이라고 하지 않았나"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쏘나타가 중형 세단 시장에서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현대차의 노력이 어느때보다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 쏘나타의 '국민중형세단' 명성을 유지함과 동시에 택시 업계의 반발을 막을 방법을 찾아야하기 때문이다. 가까운 나라 일본이나 유럽의 택시를 보면 답은 간단하다. 도요타는 크라운 모델을 일본 전용 택시 모델로 생산하고 있으며 영국은 블랙캡으로 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덕분에 해당 도시의 여행을 앞두고 택시하면 떠오르는 차량이 있다. 현대차가 최초의 국산 고유 모델로 선보인 포니를 개발해 택시 모델로 출시하는 건 어떨까하는 생각이든다. 현대차가 한국을 상징하는 모델을 선보임과 동시에 국민 브랜드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어떤게 있을지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른 지원과 결단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2019-03-04 06:55:44 양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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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금융중심지가 뭐길래

"한국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의 본점을 전라북도에 두도록 함으로써 전북의 금융 인프라 조성 및 육성에 기여하고…."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이 발의한 산업은행법·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이다. 산은과 수은 본점을 전북으로 이전하는 내용이다. 김 의원은 전북 전주가 지역구다. "한국은행·산업은행·수출입은행·중소기업의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두도록 하는 규정을 삭제하고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필요한 곳에 본점을 둘 수 있도록…."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은 등의 본점을 서울에 두도록 한 규정을 아예 삭제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부산 연제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이번엔 산은 등의 본점을 부산으로 옮겨야한다는 법안이다. 제3금융중심지 논의가 산으로 가고 있다. 지역 간 대결구도가 되면서 이번엔 불길이 정치권으로 옮겨붙었다. 현재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곳은 서울 여의도와 부산 문현지구다. 지난 2009년 1월에 지정됐다. 10년이 지났지만 성과는 저조하다. 국제금융센터지수(GFCI)는 하락세며, 외국계 금융회사는 최근 몇 년새 철수하거나 영업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5일 부산 금융중심지 지정 1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외형적·물적 인프라 대비 내실 있는 성장은 일궈내지 못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저조한 성과가 반대로 국책은행 본점 이전에 매달리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다른 파급효과가 없으니 국책금융기관이라도 잡아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중심지 추진전략 수립 및 추가지정 타당성 검토를 위한 연구' 용역은 지난달 말에 마무리됐다. 금융위서 이를 토대로 내부 검토에 들어갔으며, 상반기 중으로 추진위를 열고 향후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국책은행들의 본점을 어디에 둘 것인지보다 금융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 먼저다.

2019-02-27 15:14:25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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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저금리시대 단상

지난해 상반기까지만해도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미국이 금리를 3~4차례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적어도 2020년에는 경제 호황기 금리 수준인 3.5%까지는 올려야 한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지배적 의견이었다. 그만큼 금리를 올려놔야 향후 글로벌 경제가 하방사이클에 접어들 때 서너번 금리를 낮출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 증시가 하락한 여러 요인 가운데 하나는 바로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상이다. 시장의 예상대로 미국이 3% 수준까지 금리를 올리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한국 경제는 '금리역전' 리스크에 직면하게 돼서다. 무엇보다 외국인 자금은 금리가 높으면서도 안전한 미국으로 쏠릴 것이 자명했다. 과거 2006년 5~7월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가 1%포인트까지 확대되자 그해 5~8월 사이 코스피에서만 외국인이 총 9조8000억원을 엑소더스(Exodus)한 전례가 불안감에 불을 지폈다. 아이러니하게도 올해 한국 증시는 상승했다. 미국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나서면서다. 게다가 미·중 무역협상이 합의점을 찾아가면서 외국인은 올해 1월, 주식시장에서 2년 6개월여만에 최대 순매수(3조7000억원)세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좀 더 신중하게 금리 인상시기를 검토할 시간을 벌게됐다. 채권 전문가들은 2월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100%로 보고 있다. 그만큼 경제상황이 녹록치 않다. 심지어 연내 한 번이라도 인상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10명 중 2명만이 긍정적으로 답했다. 한국 증시는 안도했지만 거시적 경제 상황으로 보면 불안감은 더 커졌다. 2%에도 못미치는 금리 수준으로는 큰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금리 인하 카드는 쓸 수 없는 셈이다. 최근 경제 침체 시그널이 지속해서 나오는 가운데 기준금리는 퇴로가 없는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사실상 지금의 금리가 경제 호황기 정상 수준으로 봐야한다고 말한다. 금리 비정상의 정상화다. 저금리는 비약적인 부동산 가격 인상, 가계부채 확대를 야기했다. 저금리의 정상화가 불어넣은 풍선이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다.

2019-02-25 14:01:27 손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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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세계 정상들 감탄시킨 롯데타워의 그림자

우리나라 최초 100층 빌딩인 '마천루' 롯데월드타워가 세계 정상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정상들마다 롯데월드타워와 관련된 인상 깊은 행보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월드타워에서는 지난 21일 첫 국빈 유치가 마련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이곳에서 서울 야경을 즐긴 것. 문 대통령과 세계 정상들의 만남은 대부분 청와대에서 이뤄진다. 외부에서 진행되는 만남은 그만큼 특별하단 얘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지난 2017년 11월 국회 연설 때 "서울엔 롯데월드타워가 하늘을 수놓고 있다"며 "(이 건물은) 여러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일터"라고 칭찬했다. 반면 롯데월드타워를 바라보는 국내의 시선은 사뭇 다르다. 롯데월드타워 소유주 '롯데그룹'을 둘러싼 뒷말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전병헌 전 의원은 지난 2015년 국회의원 시절 '사업 재승인 인가'를 앞둔 롯데홈쇼핑으로부터 '3억원 가량 후원금'을 받았단 의혹을 직면했었다. 결국 그는 법원으로부터 지난 21일 1심 징역 5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롯데홈쇼핑의 3억원을 '제3자 뇌물수수죄'에 해당한 것으로 법원이 판단한 것. 그뿐인가.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롯데그룹 협력업체들은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롯데그룹의 갑질을 폭로했다. 최근 전 정권 국정농단과 연루돼 8개월간 수감생활을 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에 복귀했다. 롯데홀딩스 이사회가 지난 20일 신 회장의 대표이사 취임 안건을 통과시킨 것. 이를 통해 신 회장은 지난해 선포한 '뉴롯데(5년간 50조원 투자 및 7만명 고용) 비전' 완성에 한 걸음 다가섰다. 하지만 국내의 냉랭한 시선을 되돌리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마침 70년대 인기드라마 '수사반장'에서 차가운 시선을 따뜻하게 바꿔줄 조언을 발견했다. "빌딩이 높아지면 그림자도 길어진다"던 드라마 주인공 발언을 신 회장이 되짚어보면 어떨까. 국내 여론의 시선도 세계 정상들의 시선처럼 바뀌지 않을까.

2019-02-22 13:19:46 우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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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출과 무지(無知)

우리는 쉬움과 어려움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까.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쉽고 어려움을 판단하는 것은 어떤 일을 하는데 방해물이 있냐 없냐에 따라 달라지는 듯 하다. 마치 '35+5'라는 계산식이 '354+509'보다 계산과정을 덜 거쳐 쉬운 것처럼 말이다. 청년들이 빚더미에 오르고 있다. 평범하던 그들이 빚더미에 오른 이유는 좀 더 쉬운 방법을 찾아서다. 쉽게 발급받은 신용카드를 주변 ATM에 넣어 카드론(단기소액대출)을 하거나, TV·인터넷으로 쉽게 접했던 대부업체 대출을 신용조회 한 번 만으로 이용한 것이다. 그들은 대다수 예·적금을 하던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사회에 나오기 전 그들은 은행을 예·적금을 하는 곳이지 대출하는 곳으로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대출금리가 시중은행-저축은행-대부업-사금융 순으로 높아지는지도, 시중은행보다 저축은행, 대부업 등을 이용했을 때 신용점수가 더 떨어지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단지 돈을 얻는데 방해물(대출가능기준 등)이 있냐 없냐만 판단해 쉬운 길을 택할 뿐이다.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이 서민금융을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저신용·저소득자를 위해 10%대 대출을 제공하고, 빚더미에 오른 채무자의 채무를 조정해 준다는 것이다. 특화된 대출상품으로 저신용·저소득자의 자금 융통 기회를 늘리고 , 채무조정으로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게끔 해주겠다는 거다. 그러나 어떤 사안에 대해 원인과 결과, 현상과 당위를 혼동해선 안 된다. 저신용 저소득자들이 증가하고 빚더미에 오른 채무자가 많아진 것은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당장 급한 불을 끄는 것은 필요하지만 지원방안을 두고 모든 것을 해결하고 있다고 판단해서도 안된다. 무지의 정의는 '의심하지 않기'다. 쉬운 대출상품을 의심하지 않는 것. 그것은 무지일 뿐이다. 사회에 나오기 전 손 쉽게 받을 수 있는 대출에는 그에 맞는 높은 금리와 신용점수 하락 위험이 존재한다는 교육이 필요할 때다. 쉬운 길은 왜 쉽게 만들어 졌는지 알려줘야 한다.

2019-02-21 16:17:56 나유리 기자
[기자수첩] 이주열 총재의 '제조업 위기론'

"제조업의 경쟁력을 제고해 나가는 것은 이제 우리 경제의 생존의 문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뜻 보면 대통령이나 경제부총리가 할 법한 발언이지만 아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9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반도체,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기계, 디스플레이 등 제조업체를 대표하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보통 경제동향간담회는 한은 총재가 경제단체장, 민간경제연구소장, 대학교수 등과 함께 경제 현안에 대해 진단하고 논의하는 자리다. 종종 제조업체 관계자가 참석한 적은 있으나 이번 간담회 처럼 참석 인원 전원이 제조업 종사자인 경우는 2002년 5월 경제동향간담회가 생긴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그만큼 제조업이 위기라는 얘기다. 국내 경기와 물가, 경제성장률 등을 기반으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에게 한국경제의 엔진인 제조업이 흔들리는 것은 큰 고민일 것이다. 같은 날 한은이 발표한 1월 수출물가지수(82.95)는 반도체 가격 하락 영향으로 3개월 연속 내렸다. 지난 2016년 10월 80.68을 기록한 이후로는 27개월 만에 최저치다. 현장에서 제조업체들이 느끼는 상황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제조업의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7로 전월 대비 4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16년 2월(63) 이후 약 3년 만의 최저치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제조업 업황 BSI의 장기평균이 79였던 점을 감안하면 낮은 수준이다. 문제는 제조업 전망은 더욱 어둡다는 것이다. 1월 제조업 전망BSI는 65로 2009년 4월(59) 이후 약 10년 만에 가장 낮았다. 제조업 위기론이 등장하고 저성장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중앙은행 총재가 제조업 경쟁력 회복 없이는 거시경제 안정도 힘들다고 직접 거론한 만큼 규제 완화 등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2019-02-20 15:21:02 김희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