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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여의도에 번진 '외환위기 악몽'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유아인(윤정학 역)은 국가 위기를 실물 경제로 직감한다. 그때까지도 종금사는 돈을 뿌려대고 있었고, 정부와 매스컴은 연일 경제 성장에 대한 '축포'를 터트렸다. 하지만 서민들의 분위기는 달랐다. 라디오에는 집안의 가장이 직장에서 해고되고, 자영업자들은 손님이 없어 월세를 내지 못한다는 사연들로 가득했다. 자꾸 1997년 외환위기의 악몽이 떠오른다. 지금도 경제 전문가들은 '경상수지 흑자', '견고한 경제 펀더멘털'을 외치며 과도한 우려를 불식하려 하지만 정작 서민들은 '힘들어 죽겠다'고 말한다. 오르는 최저임금, 오르는 월세에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깊어진다. 서민들이 돈을 벌 곳도 마땅찮다. 부동산 불패 신화는 균열이 시작됐고, 그렇다고 주식에 투자하기 쉽지 않다. 올해 국내 주식에 투자한 투자자가 대부분 손실을 봤다. 예·적금 금리는 오른다고 오른 게 3% 수준이다. 월급은 물가상승률 정도만 올라도 '감사'하다. '내집마련의 꿈'은 그야말로 아득한 '꿈' 처럼 느껴진다. 심지어 가장 활발하게 돈이 돌아가야 하는 여의도도 심근경색에 빠진 모양새다. 올 3분기 자산운용사 10곳 중 7곳은 실적이 뒷걸음질 쳤다. 주식거래량 감소, 신용융자 감소 등으로 증권사의 4분기 실적 전망치도 낙관하기 어렵다. 인사 '칼바람'도 불고 있다. 최근 KB증권, 신한금융투자가 설(說)로만 돌던 '희망퇴직'을 기정사실화했다. 다른 증권사들도 눈치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처음이 어렵지 한 곳이 스타트를 끊고나면 마치 유행 처럼, 아무렇지 않은 것 처럼 희망퇴직이 번져나갈 까봐 증권맨들은 긴장하고 있다. 물론 부장급 이상은 3억원에 가까운 돈을 받고 나갈 수 있다. 하지만 100세 시대, 지금까지 살아온 만큼을 또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3억원이란 돈의 크기는 아무도 짐작할 수 없다. 외환위기 악몽이 한 세대를 거쳐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2018-12-26 14:27:28 손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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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낮은금리보다 필요한 것

그들은 금융을 모른다. "그냥 그렸지 뭐. 뉴스에선 경기가 최악이다. 그런데 뭐가 최악인 건지 잘 모르겠더라고. 우리는 그때뿐만 아니라 매일이 힘들었는데…." 대한민국 경제붕괴 직전이던 1997년 금융위기 상황을 묻자, 하루하루 돈이 궁했다던 어머니는 다림질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남의 잘못도 그들의 탓으로 잘 돌린다. "제가 잘못한 거잖아요. 굳이 말해서 뭐해요. 말해봤자 해결될 것도 아닌데. 지금은 그냥 더 대출되는 곳 알아보고 있어요." 내구제 대출로 휴대폰 4대를 개통해 연체대금이 300만원 가량 되던 청년은 휴대폰으로 또 다른 대출을 찾아보며 말했다. 지난주 정부가 그들을 위한 서민금융 지원체계를 발표했다. 신용등급 4~6등급에 치우쳤던 정책금융상품을 더 어려운 저신용자(7~10등급)에 쏟겠다는 방안이다. 눈뜬자들끼리 싸우는 금융시장에서 눈먼 금융문맹을 위한 시스템을 가동한다는 것이다. 저신용자를 위한 대출을 늘리고 저신용자가 조속히 신용회복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잊은 것이 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 바쁜 그들에게 정책금융상품은 그저 길고 긴 서류싸움일 뿐이다. 그곳에서 그들은 그들의 가난을 증명해야 하고, 그들의 아픔을 드러내야 한다. 가난과 아픔을 확인받고 싶지 않은 그들은 그래서 정책금융상품에 대해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앞서 제공한 금리가 낮은 정책금융상품에 중(4~6등급)신용자가 모이고, 저신용자들이 묻고 따지지도 않는 고금리 대부업에 먼저 향하는 이유도 그렇다. 그들에겐 낮은 금리보다 간소화된 절차와 잡을 수 있는 가까운 손이 먼저 필요하다. 저신용자들의 44%는 대부업과 사금융을 이용하고 있다. 수면아래에 있는 그들은 그저 숨죽이며 세상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웬만해선 드러나지 않는 그들을 수면위로 꺼내기 위한 손내밈이 필요한 때다.

2018-12-23 15:38:06 나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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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적선도 QR코드로 하는 나라

지난달 중국 심천으로 출장을 갔을 때의 일이다. 택시를 기다리는 줄이 족히 백미터는 될 것 처럼 사람이 붐볐던 버스터미널 도착층. 심한 화상의 흔적이 얼굴에 남은 한 남자가 승객이 몇 명인 지 확인해 택시를 잡아주고, 무거운 짐이 있는 경우는 트렁크에 재빨리 실어주면서 줄지 않을 것 같던 대기줄은 금새 줄어 들었다. 물어보니 터미널 정식 직원은 아니란다. 몸이 불편한 이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택시 승강장을 정리해주고, 원하는 승객들만 약간의 수고비를 주면 된다고 한다. 수고비를 주는 방식은 2가지. 현금 아니면 적선함 겉면의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됐다. 깡통 대신 QR 코드 단말기를 들고 북경의 지하철역에서 적선을 받는 중국 거지가 외신을 타면서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하더니 이미 중국 전역의 QR코드 결재는 상상 이상으로 보편화되어 있었다. 택시를 타도 현금 아니면 QR코드 결제, 노점상을 가도 QR코드 결제는 어디든 가능했다. 자판기는 QR코드 결제만 가능하고 아예 현금을 넣을 수 없도록 되어있는 곳도 많았다. 중국의 간편결제가 급성장한 배경에는 기승을 부리던 위조지폐를 피하고 싶었던 상인들과 신용카드는 발급받기 어려웠던 소비자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반면 한국은 상황이 좀 다르다. 작년 기준 국민 1인당 신용카드 수는 2.1장이다. 당장 계좌에 돈이 없어도 신용으로 쓸 수 있는데다 할부나 포인트 등 혜택도 많다. 20일부터 제로페이 시범 서비스가 시작됐다. 제로페이 QR코드를 스마트폰 앱으로 인식해 결제금액을 입력하면 내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금액이 이체된다. 소상공인의 경우 제로페이로 결제시 수수료가 0%다. 필요성은 부각됐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편의성은 아직 잘 모르겠다. 중국 처럼 노점이나 재래시장에서도 눈치나 불편함 없이 쓸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가맹점은 턱없이 적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수수료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보편화된 신용카드 사용 관행을 먼저 인정한 상태에서 소비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적절한 정책과 대안을 내놓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라고 했다.

2018-12-20 11:36:04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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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노후 인프라의 역습

용산 4층 상가건물 붕괴, 상도 유치원 무너짐 사고, 대종빌딩 건물 붕괴 위험 등 노후 인프라의 역습이 시작됐다. 밥을 먹는 식당도, 아이를 맡기는 유치원도, 사무를 보는 회사도 그 어디에도 안전한 곳은 없었다. 건물 안전관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서울 시내에 30년 이상 된 노후 건축물은 25만3705동이다. 이는 전체 63만9412동의 약 40%에 달하는 수치다. 40년이 넘은 노후 건물은 15만9988동으로 전체의 25%를 차지했다. 이달 11일 붕괴위험 진단을 받은 삼성동 대종빌딩은 1991년 준공됐다. 30년도 채 안 된 건물이라는 뜻이다.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노후 건물 안전 진단에서 지난해 182개 건물이 D·E등급을 받아 붕괴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크게 3가지다. 첫째, 노후 건물의 대다수가 민간건물이라는 점이다. 안전관리 책임이 건물주에 있다. 사고가 일어나도 서울시는 법적으로 책임이 없다. 둘째, 노후 건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소형 건물은 지자체의 안전관리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설물안전법에 따르면, 16층 이상 또는 연면적 3만㎡ 이상의 건축물(제2종 시설물)이거나 21층 이상 또는 연면적 5만㎡이상의 건축물(제1종 시설물)만이 정기안전점검 대상이다. 셋째, 안전점검이 형식적으로만 진행된다는 점이다. 대종빌딩은 이 3가지를 모두 충족했다. 민간 소형건물이고, 올해 3월 강남구에서 육안 안전점검을 실시했지만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 사고가 잇따르자 서울시는 건축 조례를 일부 개정했다. 건축물 소유자가 시에서 운영하는 건축 안전센터에 의뢰해 현장 안전점검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검사가 '선 신청, 후 점검'의 방식으로 이뤄져 건물안전 사고를 줄일 수 있을지 실효성에 의문이 남는다. 지난 3번의 사고에서 인명 피해가 없었던 건 '하늘이 도왔다'는 말 외엔 설명할 도리가 없다. 운에는 그만 기대자. 민간 노후 건축물에 대한 실효성 있는 안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018-12-19 15:23:57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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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진짜 사과'를 원한다

주말이 끝나갈 무렵 한 젊은 청년의 사망소식에 마음이 짠했다. 지난 11일 서부발전 협력업체 직원으로 일하던 김용균(24) 씨가 태안화력발전소 9·10호기 석탄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2인 1조 근무 조항이 있지만 지켜지지 않았고 사고 당시 김씨는 홀로 근무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서부발전은 사고가 발생한 지 5일 만인 지난 16일에 사과문을 냈다. 서부발전 측은 유가족에 먼저 사과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 사과문 발표가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김병숙 사장이 유가족에 사과를 전하기 위해 빈소를 여러번 찾아갔지만 민주노총 등의 반대로 만나지 못했다는 게 서부발전 입장이다. 하지만 시민대책위원회은 "민주노총이 아닌 유가족들이 서부발전에서 책임 있는 대책을 가지고 오기 전에는 오지 말라고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위원회는 서부발전의 사과문에 대해 "피해자와 논의도 없고 사과의 주체도 없이 일방적으로 언론에 발표한 진정성 없는 언론플레이"라며 "열 문장으로 구성된 사과문에서 자신의 잘못을 한 가지도 밝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과가 전달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민해봤다. 우선 유가족과의 소통이 뚫리지 않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 사고가 발생한 지 5일만에 낸 사과문은 유가족과 위원회측의 반박을 샀다. 진심이 담긴 사과가 전달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본다. 서부발전은 유가족이 원하는 '책임 있는 대책'에 대해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가족을 잃은 슬픔을 어떻게 위로하겠냐마는, 발전소에서 2인1조 근무체제가 지켜지지 않은 점, 설비개선을 요구하는 직원들의 목소리를 무시한 점 등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보다 세심하고 진심 어린 계획을 약속해야 한다. 사과문에서 전한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 "사업장 영역을 개선하겠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등의 입장은 물론 중요한 부분이지만 이번 사고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사후처리에 충실하겠다는 계획일 뿐이다.

2018-12-17 15:49:46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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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연말 호텔 고객은 '봉'?

국내 호텔들이 크리스마스, 새해를 앞두고 일제히 관련 마케팅에 돌입했다. 그러나 각종 패키지 상품 만큼이나 고객들의 불만이 쏟아지는 분위기다. 대목을 노린 호텔들의 잇따른 가격 인상 때문이다. 호텔들은 12월을 맞아 객실 숙박료와 뷔페 레스토랑 가격을 인상했다. 특히,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과 한 해의 마지막 날인 31일에는 더 높은 금액이 책정됐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 특급호텔에서 운영하는 뷔페의 이용료는 12월 들어 평균 15~20% 가량 올랐다. 서울신라호텔의 '더파크뷰'는 최대 40%가량 올랐고, 웨스틴조선의 '아리아'는 한 달간 인상된 가격을 적용한다. 더플라자호텔의 '세븐스퀘어'도 지난 7일부터 12월 평일 저녁 이용료를 올렸다. 숙박료도 요동친다. 레스케이프 호텔의 경우, 미니 객실의 평일 이용료는 22만원으로 책정돼 있지만,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40만원대로 훌쩍 뛴다. 다른 호텔의 분위기도 다를 바 없다. 호텔의 이 같은 가격 인상에 일부 고객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한 누리꾼은 "연말을 연인과 보내기 위해 호텔을 알아보다가 깜짝 놀랐다. 예약을 하지 않을 순 없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예약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호텔의 연말 패키지가 가격 대비 부실한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호텔업계도 할 말은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성수기에 맞춰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연말에는 다양한 메뉴와 와인 등을 제공하기 때문에 가격 변동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호텔업계의 이 같은 해명에도 고객들의 볼멘소리는 잦아들지 않는다. 매년 가격 인상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배짱영업'이란 지적도 나온다. 실제, 12월 숙박이나 뷔페를 이용하려면 11월에 예약을 해야할 정도다. 올해만 해도 롯데호텔서울 '라세느'의 경우, 이달 주말 점심·저녁의 예약은 꽉 찬 상태다. '울며 겨자먹기'로 예약을 하려 해도 할 수 없다. 이렇다보니 호텔업계의 변명 아닌 변명이 고객들을 설득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매년 연말마다 반복되는 호텔업계 가격 인상 논란. 납득할 만한 이유와 새로운 소통이 절실한 때다.

2018-12-13 16:46:16 김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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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알뜰폰 10년은 갈까요?"

"그래도 10년은 가야죠." 최근 만난 알뜰폰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롱텀에볼루션(LTE)에 비해 최소 20배, 최대 1000배 빠르고 대용량 데이터 전송이 가능해 '꿈의 속도'로 불리는 5G 시대. 이동통신사들이 5G 상용화 경쟁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혼자만 갈 길을 잃은 알뜰폰의 생존 고심이 깊다. 당장 이동통신사가 저가 요금제를 내자 알뜰폰 이탈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같은 가격이면 알뜰폰보다는 서비스가 많은 이동통신사를 선택하는 것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알뜰폰 사업자는 지난 7월부터 5개월 연속 이동통신 3사로 가입자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아이폰XS' 등 신제품 출시 효과로 번호이동 시장 규모가 커져 이동통신 3사의 번호이동은 늘어났지만 알뜰폰은 감소치를 보였다. 전망도 어둡다. 5G가 상용화되면 이동통신사가 알뜰폰 사업자에게 망을 제공할 의무도 없다. 망 임대를 받아도 5G 망 도매대가 인상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통신사는 5G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하고 있는데 알뜰폰 업계는 당장 생존도 어렵다. 대기업 계열의 회사가 아니면 사업 규모도 작아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이미지라도 쇄신해보려고 새 이름 찾기 공모전을 열었지만 실질적으로 알뜰폰 이름이 바뀔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참신한 아이디어도 없을 뿐더러 오히려 이용자가 바뀐 이름에 더 혼란스러울 수 있다는 의견 때문이다. 알뜰폰에 대해 대부분 국민들이 알고 있다는 조사가 나왔고, 이미 시장에 스며들어 있다는 의견이 있어 '알뜰폰'이란 이름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도 있다. 결국 이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실과 5G 시대 틈새시장을 찾는 것이다. 알뜰폰에 대해 이용자들이 '싸구려'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된 것은 이름 때문이 아니라 정체된 서비스 탓이 크다. 알뜰폰을 단지 저렴해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고 재미있는 서비스가 있어 고객이 저절로 찾도록 틈새시장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도 그저 '퍼주기'식 지원이 아니라 5G 시대 알뜰폰 활성화를 위한 근본 대안을 고심해야 할 때다.

2018-12-12 17:43:13 김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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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죽음까지 부른 카풀, 공존 방안 시급

'국회 앞에서 택시기사 분신 시도'. 뉴스 속보를 보자마자 든 생각은 '설마 카풀 때문일까'였다. 곧이어 사망했다는 소식과 함께 카풀 시행 때문에 죽음을 택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고인은 카풀이 저지되는 날까지 시신을 카카오 본사 앞에 안치해주길 바란다는 유서를 남겼다. 최근 카카오는 17일부터 카풀 서비스를 본격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택시업계의 반발이 강했지만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택시업계는 즉시 성명서를 냈고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사실, 카풀은 카카오가 처음 시작하는 새로운 서비스는 아니다. 이미 국내에서 몇몇 카풀 업체가 서비스를 하고 있다. 다만 카카오가 대기업이라는 게 문제였다. 택시보다 요금이 저렴한 카풀에 카카오가 뛰어드는 것은 택시기사들에게 큰 위협으로 다가왔다. 더군다나 당초 카풀서비스는 출퇴근 시간대 교통난을 해소한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카카오는 카풀 이용을 24시간 가능하도록 했다. 택시기사들의 걱정이 기우는 아니다. 카풀앱을 즐겨 쓴다는 한 지인은 "호출하면 배차도 금방 되는 데다가 택시보다 가격이 저렴해 자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선 퇴출당했던 우버를 도입했던 뉴욕시는 우버의 일상화로 교통 혼잡이 심해지고 수입이 감소한 택시기사들의 자살이 늘자 승차공유 업체의 신규 면허를 1년간 동결하기도 했다. 카카오의 카풀을 도입하지 말자는 건 아니다. 현재 벌어지는 갈등은 기존 산업과 신산업이 만나는 과정에서는 으레 벌어지는 충돌이라고 생각된다. 결국 정답은 '상생'이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협의하면서 공존해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택시업계도 노력해야 한다. 택시업계는 지금껏 카카오가 제안한 카풀 관련 협의에 수차례 참석하지 않았다. "택시기사들 이익 때문에 승객들의 편리함을 가로막는다"는 비난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언제까지나 반대만 외치다가는 이용자에게 외면받을 수 있다.

2018-12-11 16:00:00 구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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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선행학습금지법 유효한가

아이러니하게도 기회있을 때마다 평등교육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유치원과 초등 저학년 영어 방과후 학습이 허용된다. 영유아 영어 교육이 바람직한지 여부는 논외로 하더라도 일관성없는 정책이 부른 혼란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여야는 지난 6일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초등학교 1~2학년의 영어 방과후 학습 금지를 제외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절차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면 1년 만에 제자리가 되는 셈이다. 지난 10월엔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놀이 중심'이란 단서를 달아 유치원 방과후 영어를 허용하겠다고 했다. 올해 초등학교 1학년과 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유치원에서 배우던 영어를 초등 2년간 배우지 못했다가 3학년부터 다시 배우게 되는 해괴한 정책에 유린당한 기분이 들 법 하다. 초등 1~2학년 영어 방과후 교육 금지는 2014년 도입된 선행학습금지법(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것이다. 과도한 사교육을 방지하고 공교육에 힘을 싣자는 취지를 담아 공교육정상화법으로도 불린다. 하지만 입법때부터 공교육에서 금지하면 사교육을 오히려 키운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등 논란이 있어 왔다. 사실상 유치원과 초등 저학년 영어가 허용되면서 법 자체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된다. 초·중·고교 등의 정규교육과정과 학생 선발을 위한 대학의 논술고사 등이 선행학습을 하거나 이를 유발하는 행위를 금지한 것으로 사교육에서의 선행학습은 막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다. 또 대학수학능력시험에도 이 법을 적용할 수 있을지도 논란이 된다. 한 교육시민단체는 10일 올해 수능이 어렵게 출제돼 고교 교육과정만으로 풀이가 불가능해 피해를 당했다는 원고를 모아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예고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특히 상당수 국민들은 학력 수준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일률적인 평등교육만 강조하는데 대한 반감이 적지 않다. 학업성취도가 높다면 정규 교과 범위를 넘는 교육이 필요하고,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에게도 그에 맞는 별도의 교육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것. '천재 소년' 송유근 씨처럼 학습 능력이 뛰어나 조기에 교육과정을 마치는 등 공부에 재능이 있는 학생을 위한 수월성 교육도 선행학습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4차 산업혁명이 바꿀 미래 사회에 적응하도록 다음 세대는 창의·융복합 교육을 해야 한다는 시대가 도래했다. 학업 성취도가 뛰어난 학생에게 정규 과정을 넘는 교육을 금지하는 것이 이런 교육에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다. 교육부도 법령 적용 여부만 따지기 보다는, 영유아 영어교육이 필요한 것인지, 학업성취도 차이를 공교육에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 교육을 어떻게 해야할지 등에 대한 고민을 해야하지 않을까.

2018-12-10 15:02:11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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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뛰는 놈 아래 기는 놈

부동산 시장에선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주목 받는다. '로또 청약'에 성공해 수 억원의 시세차익을 보는 이가 있는가 하면,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 등으로 다수의 주택을 구입해 수십 억씩 거둬들이는 이도 있다. 이들의 성공 신화가 입소문을 타면 하나의 트렌드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들이 사는 세상이 전부일까. 서울 아파트 가격이 수 억원씩 뛰고, 대출 규제가 심해져도 전혀 상관없는 이들도 있다. 애초에 집을 살 경제적 여력이 없는 주거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이 그렇다. 각종 복지 혜택에서 소외된 청년층이나 애매한 중·장년층을 비롯해 쪽방, 고시원, 비닐하우스 등 비주택가구에서 사는 이들이다. 뛰는 놈 위 세상보단 그 아래 세상이 더 붐비고 힘들다. 그러나 우리 주위 대다수가 하우스푸어(집은 있지만 무리한 대출로 인한 이자 부담 때문에 빈곤하게 사는 사람들), 전·월세 세입자, 고시원·쪽방 등에 거주하며 주거난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29일 서울을 중심으로 치솟는 집값을 잡고 주거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주거복지정책인 '주거복지로드맵'을 시행 중이다. 그러나 지난 1년에 대한 평가는 쓴소리가 대부분이었다. 얼마 전 참여연대 등 주거·시민단체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주거복지로드맵 1년 평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현 정부의 주거복지 정책이 신혼부부 등 일부 계층에 편향돼 있고, 쪽방 등 비주택 거주자에 대한 보호 정책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도시연구소 최은영 소장은 "전국 쪽방 등 비주택에 39만 가구가 살고 있다"며 "정부가 공급하기로 한 공공임대주택 85만 가구에 전부 들어가도 남을 규모"라며 취약계층에 대한 우선 배려를 촉구했다. 하지만 이날 참석한 국토부, 서울시 측에선 주거 복지 개선을 기대할 만한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거를 지원한다고 취약계층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며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 외 구체적인 지원책이나 방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수요 억제에서 최근 공급 확대까지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언뜻 보면 합리적인 방향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거 복지가 빠졌다. 정부가 서울 집값만 올려다볼게 아니라 이젠 시선을 좀 낮춰야 하지 않을까.

2018-12-06 14:57:35 채신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