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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자사고 논란, 답없는 교육당국

[기자수첩] 자사고 논란, 답없는 교육당국 "어차피 폐지할거면서…" 상산고 등 일부 자사고에 대한 교육청의 재지정평가 결과 '불합격점'을 받은 자사고가 폐지 위기에 몰리면서 자사고 논란이 교육계는 물론 정치권 핫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타 지역보다 10점 높은 전북도교육청의 재지정평가 기준점수가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논란부터, 애초에 자립형 사립고로 설립됐다가 자사고로 뒤늦게 전환된 학교에 사회통합전형 선발 여부를 평가지표에 넣는 것까지 문제가 되고 있다.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자사고 재지정평가'를 콕 찍어 대한민국 교육이 표류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자사고 폐지 정책을 거두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 심판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자사고 폐지'를 공약으로 냈던 조희연 교육감은 27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교육청의 지정취소 결정에 교육부가 동의하지 않으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자사고 폐지에 대한 반대 여론이 커지자, 당초 외부 위원이 참여하는 위원회가 자사고 재지정평가를 진행하고, 이를 근거로 공정하게 자사고 지정평가를 하겠다는 입장에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까지 자사고 재지정평가와 관련해 일정한 거리두기를 해왔다. 한 시민단체가 서울 자사고 상당수가 지난해 수학시험에서 교과 과정을 벗어난 고난도 문제를 출제해 선행교육규제법(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선행교육규제법을 위반했어도 '올해 재지정평가에 반영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교육당국이 자사고 지정과 관련해 시시비비에 휘말리고 소모적인 논쟁을 거듭하면서 자사고 등 고입을 준비하는 학생들 혼란만 가중되는 모양새다. 차라리 조 교육감이 26일 국회에 참석해 '자사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토록 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야한다'고 주장한 것처럼 법 개정을 통한 자사고 폐지가 더 바람직해 보인다.

2019-06-27 15:20:41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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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노사, 상생의 길 찾아야

르노삼성자동차 노사는 1년간의 갈등을 접고 상생의 길을 택했다. 르노삼성 2018년 임단협은 지난 14일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 74.4% 찬성으로 타결된 합의안을 24일 조인식에서 르노삼성 도미닉 시뇨라 사장과 박종규 노조위원장이 서명함으로써 최종 마무리됐다. 오랜 기다림 끝의 결과다. 르노삼성 노사는 상생선언식에서 1년여간 진행됐던 2018년 임단협 협상을 마무리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을 이루겠다는 사회적 책임을 담은 '노사 상생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더불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준수하고 향후 모범적인 무분규 사업장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뜻을 내세웠다. 임단협 교섭장소를 두고 노사갈등이 있었던 한국지엠은 중앙노동위원회가 노조 측에 행정지도 결정을 내리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상호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성실히 교섭해 원만한 방안을 모색하라는 게 중노위의 권고다. 당초 한국지엠은 노조가 사측의 임단협 교섭장소 선정에 문제를 제기하며 노사 갈등을 겪었지만 이번 중노위의의 결정으로 노조는 합법적인 쟁의권 확보에 실패했다. 그러나 노사갈등은 제조업계 전반에 걸쳐 미해결 과제로 남아있다. 현대중공업은 물적분할 문제로 노조와의 관계에 금이 갔으며 현대자동차 노사는 지난 19일 울산공장에서 열린 임단협 노조 요구안에 대한 2회 차 검토를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30일 임단협 상견례를 시작으로 주 2회씩 교섭을 진행해 오고 있다. 그러나 입장차는 여전하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을 추석 연휴 전에 타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노사관계는 반목이 아닌 상생과 협력의 가치를 토대로 이어져야 한다. 서로 반목하는 사이라도 한 배를 타면 손을 잡게 된다는 의미의 '오월동주(吳越同舟)'라는 고사성어처럼, 풍랑을 만난 배가 기울어지지 않으려면 한 배에 탄 사람들이 손을 잡아야 한다. 서로 싸우면 전복될 수밖에 없다.

2019-06-25 14:46:55 정연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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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청와대에 뜬 '여왕벌'

'벌떼야구'란 말이 있다. 뚜렷한 선발투수 없이 다수의 투수들이 마운드에 올라 상대팀 타선을 상대하는 전술을 뜻한다. '야구의 신'으로 불린 김성근 전 감독은 국내 프로야구구단 'SK 와이번스(2007년~2011년)'를 이끌 때 이 전술을 자유롭게 구사했다. 그리고 김 전 감독의 벌떼야구 전술 중심에는 '여왕벌'로 불린 정대현 투수가 있었다. 정 투수는 경기 마지막에 등판, 상대타선을 봉쇄하며 팀의 승리를 도왔다. 최근 벌떼야구를 연상시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가 있었다. 지난 21일 있던 청와대 경제라인 교체가 그렇다. 문 대통령은 당시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후임으로 김상조 현 공정거래위원장을,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후임으로 이호승 현 기획재정부 제1차관을 각각 임명했다. 이번 청와대 경제라인 인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전임자들의 임기다. 두 전임자 모두 1년도 되지 않아 바톤을 후임자들에게 넘겨줬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정계 일각에선 다양한 전망이 나온다. 그중 경제정책 성과가 나오지 않은 데 따른 문책인사라는 게 중론이다. 실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우리경제는 내림세 현상만 즐비할 뿐이다. 주상영·현준석 건국대학교 교수는 지난 20일 한국경제발전학회 주최로 열린 학술대회 때 "내년부터 잠재성장률(한 국가경제가 가진 노동·자본·생산성 등을 총동원해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의 최대치)이 1%대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달리 말해 김 신임 정책실장의 어깨가 상당히 무겁단 얘기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김 신임 정책실장 관련 "김 신임 정책실장은 현 정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을 맡아 뛰어난 전문성과 균형감 있는 정무 감각을 바탕으로 국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경제분야 핵심 국정기조인 공정경제 구현에 크게 이바지해왔다"고 했다. 이어 "기업과 민생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등 시대적 소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야구계에서 '마무리 투수'는 실력이 뛰어난 선수가 맡는다고 한다. 장하성·김수현 전임자들의 바톤을 이어받은 김 신임 정책실장은 위기를 직면한 우리경제를 구할 여왕벌이 될 수 있을까. 집권 4년차를 맞이할 문재인 정부는 오름세의 경제성적표를 받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2019-06-23 11:21:23 우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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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자본확충에 발목잡힌 금융혁신

'놀랍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의 평가다. 한국 금융시장 규모나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더 놀랍다고들 한다. 성공사례를 공유해 달라는 요청이 쏟아진다. 금융기관이나 핀테크 업체 뿐 아니라 공유차량 업체 등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곳들은 한국을 방문해서는 꼭 한 번 만나달라고 한다. 반면 국내에서의 평가는 오히려 인색하다. 성장세는 빠르지만 서비스에서 별 차이가 없다고 평가절하한다. 비슷한 서비스에 몇 백만의 고객이 왜 몰렸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요구는 많다. 신용평가도 리스크를 감수한 새로운 방식으로 하길 바라고, 중금리대출도 늘리라고 한다. 금융혁신을 원하지만 은행다운 안정성에, 대주주는 그 어느 업권보다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터넷은행)에 대한 얘기다. 앞으로는 외부에서의 호평도 이어질 수 있을 지 장담하기 어렵다. 발목을 잡은 것은 자본이다. 케이뱅크는 당장 자본부족으로 대출상품의 판매가 중단된 지 두 달이 넘었다. 케이뱅크는 전환신주 823만5000주에 대한 412억원 상당의 유상증자 납입일을 당초 20일에서 27일로 미뤘다. 주주사들이 많다보니 크지 않은 규모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던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우리은행과 NH투자증권 등 케이뱅크의 핵심 주주들을 중심으로 3000억원 규모의 추가 증자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실적으로 실현가능성은 낮다. KT의 케이뱅크에 대한 대주주 적격 심사는 언제 재개될 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케이뱅크의 국제결제은행(BIS) 총자본비율은 12.48%로 은행권에서 꼴찌 수준이다. 브릿지증자로 400억원 가량의 자금이 들어와도 BIS비율을 감안해 버틸 수 있는 기간은 단 석 달 정도다. 출범 2년을 넘어선 인터넷은행에 대한 이슈는 이제 혁신이 아니다. 자본을 어떻게 확충할 것인가가 전부가 됐다. /smahn1@metroseoul.co.kr

2019-06-19 15:29:08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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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덜 해로운 담배

[기자수첩]덜 해로운 담배 아이코스, 글로, 릴 등 '궐련형 전자담배'가 국내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가는 가운데 쥴, 릴베이퍼 등 '신종 액상형 전자담배'가 출시되면서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담배업계에서는 전자담배가 일반담배와 비교해 덜 해롭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댐배가 해롭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 상황이다.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담배시장에서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11.8%에 달할 정도로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올해 1분기 궐련형 전자담배의 판매량은 9200만갑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880만갑) 보다 33.6% 증가했다. 이는 국민들이 일반담배보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덜 해로운' 대안으로 인식하고, 금연의 대체재로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라는 분석이다. 담배업체와 각국의 정부는 유해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필립모리스는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아이코스에 대한 시판 허가는 얻어냈다. 하지만 FDA로부터 궐련형 전자담배의 '안전성'을 승인받지 못했다. 아울러 FDA 담배 제품 과학자문위원회는 지난해 1월 아이코스가 담배 관련 질환의 위험성을 줄인다는 필립모리스의 주장에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신종 액상 전자담배의 유해성에 대해서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외국 언론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흡연 대체효과는 10∼30% 정도이며, 일반담배와 액상형 전자담배 둘 다 사용하고 있는 흡연자가 상당수라고 보도한 바 있다. 또한 한 논문에서는 일반 담배 흡연자를 대상으로 액상 전자담배의 대체 효과를 실험한 결과 일반 전자담배 흡연자의 18%가량만이 담배를 끊고 액상 전자담배로 대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미국심장학회는 액상 전자담배 사용자들이 일반인에 비해 심혈관 질환에 걸릴 확률이 더 높아진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이어 신종 액상형 전자담배가 출시되면서 금연을 결심한 사람이 계속 담배를 피거나, 신규 흡연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우리 정부는 궐련형 전자담배, 신종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전자담배 판매량이 증가하자 일반담배에 넣었던 경고그림을 전자담배에도 도입했다. 앞으로는 합성 니코틴을 쓰거나 담배 뿌리 또는 줄기를 이용한 유사담배를 담배사업법상 '담배'에 포함하고 담뱃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아울러 전자담배 흡연 시 사용하는 흡연 전용기구도 광고·판촉행위 금지, 경고그림·문구 부착 의무화 등 담배에 준하는 규제를 적용할 계획이다. 정부는 흡연을 조장하는 환경을 근절하고, 신종 담배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대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2019-06-17 14:53:21 박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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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무계획자를 위한 금융정책

"가장 완벽한게 뭔줄 알아? 무계획이야."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대사 가운데 하나다. 반지하에서 살고 있는 기택은 계획을 해도 계획대로 되지 않는 삶에 상처받지 않고자 무계획을 선택한다. 무계획인 기택은 부자집 사모님이 추가수당을 부르면 장을 함께 보고 휴일수당을 부르면 인디언 흉내를 낸다. 부자집 가족의 계획에 기택은 자신의 시간을 판다. "아르바이트랑 학교생활 병행하면 성적이 떨어지고, 피곤하다보니 아르바이트비로 병원 가게되고 그러다보면 장학금 못받고, 그럼 또 다시 아르바이트 하게 되고…계획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네" 아이러니하게도 기생충을 보다, 나의 삶이었고 지금은 누군가의 삶이 된 이 무한굴레가 떠올랐다. 돈은 시간으로 환산된다. 돈으로 시간을 산 사람은 계획부터 실천까지 밀고 나갈 힘이 있지만 돈으로 시간을 사지못한 사람은 계획부터 버겁다. 돈을 위해 바쁘게 사는 그들은 정작 시간이 없어 자신의 인생을 계획하지 못한다. 며칠전 만난 한 대안금융기업 대표는 "청년들은 미래를 계획할 시간이 필요한데 돈이 부족해 그 계획을 포기하다 미래까지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됐지만 최소 비용이 없어 주저하고, 공무원시험을 보고 싶지만 아르바이트에 시달리다 시험을 포기한다는 것. 그들에겐 계획을 하고 추진할 수있는 시간, 즉 시간을 살 수있는 돈이 필요한 셈이다. 지난달 말부터 정부가 청년맞춤형 전월세 보증금 대출상품을 공급했다. 청년 소득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상환할 수 있게 중도상환 수수료를 면제하고, 월세는 평균 사회진출기간과 입대기간을 고려해 최대 8년거치 3·5년간 분할상환할 수 있게 했다.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시기에 있는 청년들이 주거비 때문에 제대로 된 직장을 못 구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취지다. "악마는 항상 꼴지부터 잡아먹는다." 경제학자 아마르티아 센은 말했다.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가장 먼저 극단에 고통에 처하는 대상은 계획없이 살 수밖에 없던 이들이다. 계획부터 버거워 무계획으로 돌아서는 청년들에게 더 많은 정책으로 계획할 시간을 주는 것. 그게 진정한 금융의 임무 아닐까.

2019-06-16 17:22:01 나유리 기자
[기자수첩] 최종구 위원장의 출마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요즘 왜 이렇게 공적인 자리에서 개인적인 생각을 얘기하는 거야? 진짜 출마하려는 거 아냐?." 요즘 금융업계 관계자들이나 기자들이 모이면 항상 나오는 얘기다. 최근 최종구 위원장의 언행을 보면 출마설이 설(說)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각이 많아진 것이다. 본격적으로 출마설이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4월 최 위원장이 강원 고성 산불현장을 찾으면서다. 최 위원장의 고향은 강원도다. 본관이 강릉이고 지역 명문고인 강릉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만큼 출마하기만 하면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들리는 얘기로는 최 위원장이 강원 산불현장은 찾았지만 피해 복구를 위한 기부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공직선거법에 저촉될 것을 우려해서다. 최 위원장의 출마를 점치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 위원장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쏘카(SOCAR), 키코(KIKO) 등에 대해 가감 없이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지난달 22일 택시업계와 쏘카·타다 사이 갈등을 놓고 이재웅 쏘카 대표를 향해 "이기적이고 무례하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 10일에는 키코 사태에 대해 "키코가 분쟁조정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긴 한다"며 키코 불완전판매로 인한 피해의 배상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그동안 전광우, 진동수, 김석동, 신제윤, 임종룡 등 역대 금융위원장 중 최 위원장처럼 공개적으로 자기 생각을 피력한 인물은 거의 없었다. 또 최 위원장은 1982년 행정고시에 합격 이후 30년 이상 관직에만 있었고 말을 아끼는 관료로 평가돼 왔다. 그랬던 최 위원장이 이 같은 행보를 보이면서 시장에서는 출마설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최근 최 위원장은 "내년 총선 출마 의향이 정말 없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회의원 출마는 자기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동안 같은 질문에도 불구하고 "그 질문에 답을 하면 논점이 다른 곳으로 흘러간다"며 말을 아꼈던 것과는 태도가 바뀌었다. 안타까운 것은 최 위원장의 출마설로 금융위 이슈가 정치화되고 금융당국 수장의 출마 여부에 시선이 너무 쏠리고 있다는 점이다. 최 위원장의 임기는 아직 1년 넘게 남았다. 지난 2017년 취임 당시 내세웠던 생산적·포용적 금융은 어디로 갔을까.

2019-06-13 15:55:03 김희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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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노동천시(賤視)특별시, 서울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유가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서울시청을 방문해보길 바란다. 영화가 현실에 그대로 재현돼 있다. "뼈 빠지게 일만 했다! 공무원은 더 이상 공무직을 무시하지 마라!" 서울시 공무직 노동자들은 오늘로 13일째 시청 앞에서 '서울시 공무직 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시공무원노동조합(서공노)이 공무직 차별 금지, 20년 이상 근속자 명예퇴직 수당 지급, 인사관리위원회에 공무직 노조 추천인 포함 등을 뼈대로 하는 공무직 조례 제정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청에서 일어나는 노조와 노조의 충돌은 을대을의 혈투가 벌어지는 영화 기생충 속 박 사장네 지하실을 떠올리게 한다. 서공노는 조례안이 통과되면 '엄청난' 시민 혈세가 투입될 것이라며 반발한다. 사실일까. 시의회가 출장여비, 명예퇴직수당 등 3개 항목에 대해 비용 추계한 결과에 따르면 1년에 22억5000만원의 세금이 들어간다. 이는 올해 서울시 예산 35조7843억원의 0.00628% 밖에 되지 않는다.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시가 지난 2018년 27억원을 쏟아 부어 만든 종로구 창신동 이음피움 박물관이 더 혈세 낭비다. 올 1월 서울시의 박물관 입장객 현황에 의하면 이음피움 봉제역사관 방문객 수는 일 평균 49.95명이다. 하루에 50명도 채 되지 않는다. 시에서 근무하는 공무직 노동자 수는 2061명(2019년 4월 기준)이다. 박물관을 짓는데 든 돈보다 17% 적은 비용으로 공무직 2000여명의 노동권을 1년 내 보장할 수 있다. 굳이 숫자로 일일이 따져보지 않더라도 약간의 사고 능력이 있다면 공무직들의 이러한 요구가 정당하지 못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서공노는 4일 "떼쓰면 다 되는가? 그것이 민주주의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들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 축축 처지는 출근길, 시청 앞 광장에 빨주노초파남보 고운 빛깔의 꽃을 심어 당신을 기분 좋게 한 게 누구인지, 청사 내 화장실은 어떻게 24시간 깨끗이 유지될 수 있는지 궁금하다. 한 취재원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월급을 더 달라고, 복지를 좋게 해달라고 이러는 게 아니다. 바라는 것은 딱 하나, 당신의 동료로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2019-06-12 14:30:23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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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 미·중 갈등 속 노선 확실히 해야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중 무역 갈등을 두고 패권국과 신흥 강대국이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가리키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비유하는 목소리가 많다. 이 용어는 아테네 출신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편찬한 역사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주장한 것에서 비롯됐다. 기원전 5세기 기존 패권국이던 스파르타가 급격히 성장한 아테네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게 됐고, 양 국가는 지중해의 주도권을 놓고 전쟁을 벌이게 됐다는 내용이다. 현재 미·중 갈등도 이와 유사하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무역 제재가 계속되면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중국은 자국민에게 미국 유학과 관광 주의보를 내렸다. 무역 마찰에서 시작된 미·중 갈등이 외교, 군사, 문화 등 전 분야로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갈등의 양상 또한 두 나라를 넘어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양국이 서로 자기 편에 줄을 서라며 세계 각국에 샌드위치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뉴질랜드·호주 등 전통적인 미국 동맹국들은 화웨이 장비 배제에 동참하며 미국편에 줄섰다. 중국은 러시아와 신흥 국가를 중심으로 빠르게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한국은 진퇴양난이다. 어느 쪽을 택해도 손실이 예상된다. 미국 편에 서자니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경제 보복이 우려되고, 중국 편에 서자니 국가의 안보가 걱정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새로운 형태의 냉전(A new kind of cold war)'이라는 기사에서 "패권 전쟁에 따라 중국이 미국 질서에 완전히 종속되거나 미국이 밀려나 쇠락하는 결과를 맞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에 신중한 결정이 요구된다. 하지만 선택하기 어렵다고 해서 중립의 자리를 지키는 것은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경제, 안보와 관련해 중대한 사안인 만큼 신속히 득실을 따져 노선을 정해야 한다. 다시 펠로폰네소스 전쟁으로 돌아가보자. 아테네의 동맹 제의를 거절하고 중립을 택한 멜로스는 그 후 스파르타에게도 버림받아 결국 멸망하고 말았다. 중립을 택했던 멜로스의 비극을 돌아봐야 할 때다.

2019-06-10 16:14:36 구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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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아빠와 택배기사

누구나 들었을 법한 에피소드가 있다. '띵동' 소리에 딸이 "누구세요?"하고 반가운 얼굴로 달려나간다. 그러자 문을 열고 "나야"하고 아빠가 들어오자 딸이 반색이 돼 "에이씨"하고 다시 방으로 들어간다. 물건을 주문하고 택배를 손꼽아 기다렸던 딸과, 택배기사에 앞서 집에 온 아빠 사이에 벌어진 '웃픈'(웃기다와 슬프다의 합성어) 풍경을 담아낸 이야기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국내 택배상자는 총 25억개까지 늘어났다. 2015년 당시만해도 18억개 정도였던 물량이 온라인 쇼핑몰 등의 급성장과 관련 서비스가 다양하게 등장하며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심지어 전날 자정 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에 집에 도착하는 익일서비스까지 등장하며 유통·택배업은 무한경쟁을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아빠보다는 택배기사를 기다리는 일이 일상이 됐다. 위의 웃픈 이야기가 남의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어떤 주부는 남편보다 택배기사가 더 친해졌다는 우스개소리도 들린다. 그런데 최근에 인터뷰로 만난 한 청년 택배기사의 말이 계속 뇌리에 남는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을 놓고 하대하지 말아달라. 깔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슬픈 에피소드 하나를 들려줬다. 한 단독주택 1층에 택배를 놓고 돌아섰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고객에게 전화가 왔다. 택배상자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해당 고객집으로 직접 찾아가 잃어버렸다는 택배를 찾아다녔다. 그 순간 집 한 쪽에 뜯겨진 택배상자가 가지런히 놓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알고보니 홈쇼핑에서 제법 비싼 제품을 주문한 고객이 물건만 챙기고 택배기사에게는 없어졌다고 거짓전화를 한 것이다. 기사는 자신이 물어줄 필요가 없어 안심하고 돌아섰지만 씁쓸한 마음은 아직도 잊혀지질 않는다. 문제는 이런 '블랙컨슈머'가 적지 않다는 그의 말이다. 아빠에게도 택배기사와 같은 정도(?)의 반가움을 표해야겠지만 택배기사를 함부로 대하거나 낮추지 말아야함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오늘 우리집에 찾아오는 택배기사는 누구에겐 아빠(엄마)이고, 누구에겐 아들(딸)이고, 누구에겐 남편(아내)이다.

2019-06-09 14:02:22 김승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