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이 사야 2000선 넘는 코스피…기관 뭐 팔고 뭐 샀나
코스피는 외국인의 순매수 행진에 기관이 가세해야 겨우 2000선을 넘는 형국이다. 코스피가 2000선에서 더 오르는 데 기관의 '팔자'가 번번이 걸림돌이 되면서 기관의 매매 종목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외국인의 순매수 행진이 시작된 지난달 26일 바로 다음날부터 최근 한 달간 기관이 매매한 종목을 살펴보니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등 대형주를 대거 매도하고 중소형주와 코스닥 종목을 선별적으로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가 종가 기준으로 올해 처음 2000선을 돌파한 지난 10일(2008.61) 외국인은 3월 26일 이래 12거래일 연속 순매수세로 2조90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기관은 바로 다음날인 27일부터 8일째 1조1000억원어치 팔아치우고서 이달 8~9일 900억원 순매수로 돌아섰다. 코스피가 2000선을 넘어선 10일 당일엔 매도 우위로 돌아섰지만 바로 직전 이틀간 '사자' 흐름을 보이면서 지수 상승에 힘을 보탰다. 지난 18일 코스피가 2004.28로 올 들어 두 번째 2000선 고지를 돌파할 때는 외국인이 나흘째 4000억원 넘게 사들였고 기관은 7거래일 만에 '사자'로 돌아서 1600억원 가까이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코스피가 두 차례 2000선을 찍을 동안 기관이 가장 많은 액수를 순매도한 종목은 기아차(-3240억원), 삼성전자(-2370억원), 현대차(-1780억원), 한국전력(-1210억원) 등의 순이었다. 반면 기관은 이 기간 네이버(2140억원), LG디스플레이(1220억원), SK하이닉스(945억원), 기업은행(910억원), 삼성증권(670억원) 등을 사들였다. 코스닥시장에서는 기관은 내츄럴엔도텍(-270억원), 서울반도체(-260억원), KH바텍(-250억원), 성우하이텍(-130억원), 파라다이스(-110억원) 등을 팔아치우고 CJ E&M(770억원), CJ오쇼핑(440억원), GS홈쇼핑(310억원), 성광벤드(200억원), 파트론(150억원), 인터파크(140억원) 등을 순매수했다. 특히 최근 기관들은 코스닥 바이오주를 대거 사들였다. 기관은 이 기간 차바이오앤(109억원), 셀트리온(62억원), 메디톡스(48억원), 오스템임플란트(46억원), 엑세스바이오(43억원), 메디포스트(39억원), 쎌바이오텍(31억원) 등을 사들였다. 기관 자금 유입에 주가가 치솟은 종목도 나왔다. 차바이오앤은 일주일새(9일~17일) 주가가 20% 넘게 치솟았다. 다만 차바이오앤은 17일 해외의 권위있는 학술지에서 체세포복제줄기세포 성공 소식을 밝히고 나서 18일 주가가 다시 4% 넘게 떨어졌다. 공교롭게도 기관 역시 이날 순매도 전환하면서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사전 정보 유출 여부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 증시 전문가들은 기관이 2000선 부근에서 펀드 환매 물량을 쏟아내는 관성을 주 원인으로 지목했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고질적인 국내주식펀드 환매세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며 "다만 최근 3년간 국내 증시가 2000선 박스권에서 여러 차례 움직여왔으므로 앞으로는 환매 집중 구간이 2000선에서 2050선 부근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명찬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관은 당분간 차익 실현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적으로 코스피는 밸류에이션 부담도 생겼기 때문에 당분간 외국인과 기관 모두 코스피 중소형주와 코스닥 유망주에 몰리는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