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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평양바라기' 트럼프

나라 빼앗긴 데 이어 분단에 처한 세월이 도합 100년을 훌쩍 넘는다. 급속도의 산업화를 이뤄 내고 동·하계 올림픽과 FIFA월드컵 등 3대 국제스포츠축제를 모두 개최했다. 한국은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간밤에 한미정상회담을 TV 중계로 접했다. 북한 문제는 역시 화두였다. 문득 남북 격차에 대한 생각이 스쳐갔다. 북한 지도부가, 주민들이 느끼는 시기와 열등감은 어느 정도일지…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안에 김정은과 만나고 싶다고 했다. 유독 김정은에게 관대한 것 같다. 그의 저의가 어떻든 간에 우리로선 고무적이다. 틀어질 대로 틀어진 남북관계를 복원해야 하기에 그렇다. 물론 상호관세라는 골치 아픈 경제 현안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그래도 다른 부문의 기회는 적극 붙잡아야 할 터. 북미회담 가능성을 점치는 견해는 트럼프의 당선 직후 줄곧 있어 왔지만 이번 25일(미동부시간) 한미회동에서 의중을 확인한 것은 큰 소득이다. 기자는 지난 2007년 10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따라 평양에 갔었다. 첫째 날을 정신없이 보내고 둘째 날 호텔 객실을 나서는데 문앞에 노동신문(로동신문)이 놓여져 있었다. 사실 좀 섬뜩했으나 이내 마음이 놓였다. 신문 1면에 남북한 정상 2인의 사진이 그야말로 대문짝만했고 여러 지면에 걸쳐 환대의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아직까지 마음에 걸리는 장면들이 있다. 청와대 인근에서 출발한 전세버스를 타고 이동 중이었는데 평양이 아닌 지역 주민들이 수그리고 밭일 하는 모습이 그랬다. 걸친 옷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매우 꾀죄죄했고, 아이들만 간간이 힐끔힐끔 곁눈질로 우릴 쳐다보고 있었다. 남측 손님들한테 접근하지 말고 눈길도 주지 말라는 지시를 위에서 받은 모양이었다. 당시 북한 아리랑축제에 초대받은 우리 취재진은 카메라에 카드섹션 등의 웅장함을 담아 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반면 북한 기자들은 세계적 규모라는 그 공연에 관심이 없어 보였다. 대신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앉아 있는 쪽을 향해 셔터를 연신 눌러댔다. 그간 북한을 선제 타격할 수도 있다는 말이 우리 군에서, 지난 정부 등에서 종종 흘러나왔다.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이런 문구는 더 빛을 발했다. 민의를 호도하는 어리석은 위정자들이다. 미군의 승인 여부를 떠나 실제로 선제 공격을 감행할 용기 내지 의지 따위라도 있었을까. 트럼프는 한미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한국과 북한은 원래 한(같은) 나라였지 않나"라고 했다.

2025-08-26 15:47:16 김연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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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35조 R&D 예산 책정을 환영하며

정부가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으로 35조원을 책정했다. 그 중에서도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미래 전략산업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 온디바이스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개발에만 1800억원, 차량용 반도체에 740억원을 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광주·대구·전북·경남 등 지역 특화형 AI 실증·혁신 사업에도 수백억 원이 투입된다. 규모만 보자면 환영할 만하다. 지금은 AI, 반도체, 바이오, 방산 등 미래 먹거리에서 뒤처지면 한 세대 전체가 경쟁력을 잃을 수 있는 시대다. 일본, 미국, 유럽이 막대한 예산을 퍼붓고 있고, 중국은 아예 '국가 주도' 체제 아래에 AI를 안보 차원으로 끌어올린 상황이다. 우리가 마찬가지로 공격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다. 문제는 속도만 쫓다 보면 필연적으로 따르는 '묻지마 투자'다. 예비타당성조사(예타)가 면제되는 사업이 4000억원에 달한다. 정부가 강조하는 신속성 뒤에는 '검증 없는 집행'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수년 전 '스마트시티', '스마트팜'이라는 이름으로 수천억이 흘러갔지만, 지금 남은 성과가 무엇인지 냉정히 물어야 한다. R&D는 돈을 쏟아붓는다고 성과가 담보되지 않는다. 연구개발은 본질적으로 실패 확률이 높고, 투입 대비 산출이 장기간 불확실하다. 그렇기에 더욱 '선택과 집중'이 절실하다. 기초과학 분야처럼 단기간 성과가 나기 힘든 영역은 묵묵히 지원해야 한다. 동시에 산업 연계성이 낮은 과제나 보여주기식 프로젝트는 과감히 솎아내야 한다. 예산 확대는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더 중요한 건 정부의 의지가 어디를 향하느냐다. 연구 현장에서 꼭 필요한 곳에 예산이 닿는가, 정책과 산업 현장의 수요가 실제로 연결되는가, 실패에서 학습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는가. 이 물음에 답하지 못한다면, 35조 원은 미래가 아니라 공중으로 흩날려 사라질 것이다. 대한민국의 R&D 투자가 '총량 늘리기'에 머물지 않으려면, 지금이야말로 냉정한 우선순위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R&D 예산 확대는 분명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환호만 하기에는, 허수(虛數)로 남을 수 있는 위험도 그만큼 크다.

2025-08-25 17:07:03 김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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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출 규제와 빚 걱정없는 사회

정부의 가계 부채 줄이기 정책 효과가 효과를 보는 듯 하다. 6·27 대책 및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 이후 금융권 전세 대출이 둔화됐다. 제2금융권도 다르지 않다. 정부 대출 규제의 영향으로 지난달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감소세로 돌아섰으며, 저축은행 대출 잔액 역시 약 3년 9개월 만에 최저점을 찍었다. 실제 가계 부채 관리는 금융당국의 큰 숙제다. 한국은행의 '2025년 2분기 가계신용 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가계 신용 잔액이 1952조 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말과 비교했을 때 24조 6000억원 가량 늘었으며, 지난 2002년 4분기 관련 통계 공표 이래 최대 규모다. 대출을 규제하면 가계 빚이 줄어든다. 수치상으로는 맞다. 그러나 문제는 좀 더 복잡하다. 중저신용자들에게 대출은 단순 '투기'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에게 대출은 생계이고 삶의 영역이다. 가계 빚이 늘어나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무작정 대출만 규제하는 것은 오히려 그들의 자금줄을 조이고 사금융으로 내몰 위험이 있다. 실제 업계 관계자는 "가계 빚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대출 규제가 필요하긴 하지만,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곳은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 차주들일 것"이라면서 "제2금융권까지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 이들은 자금을 융통하기 위해서 점점 더 안전망이 보장되지 않는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금융의 영역 역시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취약 차주들은 대부업체로 눈을 돌려 왔다. 하지만 대부업 역시 해결책이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최근 대부업계는 상황이 어려워지자, 대출 대신 부실채권(NPL) 시장에서 수익을 모색하고 있다. 결국 돈줄이 막힌 취약 차주들이 제2금융권에서 대부업, 그리고 개인 사채시장까지 내몰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빚 걱정 없는 사회를 고민해야 한다. 중소상공인의 경우 고물가, 내수 위축 등의 근본적인 수익 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 빚은 계속된다. 대출 규제에 앞서, 물가를 안정시키고 소비를 진작시킬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선행돼야 하는 이유다.

2025-08-24 14:59:53 안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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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전한길대회'라는 조롱 앞에서

언젠가부터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두고 '전한길 대회'라는 조롱이 따라붙기 시작했다. 한 정당의 지도부를 뽑는 행사를 이런 식으로 부르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일까 싶지만, 투표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21일 현재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야당의 태도가 강경해지는 건 필연적이다. 잘잘못을 떠나, 혹은 필요 여부와 관계없이 중앙당사 압수수색은 정권에 대한 반감을 불러일으키기 좋은 계기니까. '김건희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가 불러온 생각지 못한 부작용이다. 그렇다고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처음부터 '순한 맛'이었나 생각해보자. 당권 주자를 '탄핵 반대'와 '탄핵 찬성'으로 갈라놓는 구도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내란으로 파면된 대통령을 옹호하느냐, 비판하느냐에 따라 당대표 후보를 고르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라는 생각은 왜 하지 않는가. 더구나 그 파면된 대통령은 이 당 소속도 아니지 않은가. 소위 '반탄파(탄핵 반대파)' 주자들이 야당 지지층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기 시작한 것도 전당대회 레이스 초반이었다. 여론조사는 조사 방식·시점·표본에 따라 편차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반탄파 후보들이 꾸준히 우위를 점한 추세는 변하지 않았다. 일반 국민들의 인식과 철저히 유리된 채 흘러간 것이다. 이제는 반탄파 주자들이 입당한 지 두 달 남짓 된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의 손가락을 바라보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그는 합동연설회에서 일부 후보를 두고 '배신자'라고 연호하도록 선동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이를 우발적 행동이라며 '경고'라는 경징계를 내리는 데 그쳤다. 심지어 한 당대표 후보는 당 쇄신을 외치는 당원들을 향해 "부끄러운 짓"이라며 손가락질했다. 일부에선 "히틀러의 연설을 보는 것 같았다", "(나치의) 뉘른베르크 전당대회냐"는 한탄까지 나왔다. 결국 전씨는 특정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투표가 진행 중인 시점에서의 지지 표명은 선거에 영향을 주겠다는 의도다. 이러면 '전당대회냐, 전한길 대회냐'는 조롱에 반박할 말을 찾기 더욱 어렵다. 만약 22일 전당대회 결과 극단적으로 오른쪽으로 달려가는 후보가 당대표가 된다면, 이 당은 어디로 향할까. 건강한 야당이 있어야 정부·여당도 긴장한다. 그러나 야당의 상황이 이런 탓에 이들이 아무리 강경한 대여 투쟁을 해도 반향이 없다. '메시지보다 메신저가 중요하다'는 말이 결코 괜한 소리가 아니다. 그래서 걱정이다. /서예진기자 syj@metroseoul.co.kr

2025-08-21 15:55:57 서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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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MMORPG 회귀, 산업의 창작력 고갈인가

2025년 하반기 한국 게임시장은 대형 MMORPG 신작이 줄줄이 출격을 앞두고 있다. 주요 게임사들의 라인업이 모두 MMORPG 계열로 채워졌다. 그러나 "안전한 선택"이라는 투자자들의 시선과 달리 이용자들은 "새로움의 부재"라며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MMORPG는 한국 게임산업의 뿌리 깊은 장르다. 글로벌에서 여전히 흥행을 담보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르이기도 하다. 대규모 매출을 보장하는 안정성은 분명 장점이다. 그러나 업계 전체가 똑같은 공식을 반복하는 모습은 창작력 고갈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장르 편중은 결국 산업 생태계의 다양성을 갉아먹는다. 게이머들의 불만은 분명하다. 수년째 이어지는 과금 구조, 장시간 플레이 유도, 차별 없는 성장 메커니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최신 기술을 결합했다는 홍보에도 불구하고, 정작 게임 경험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냉소가 쏟아진다. 콘텐츠 소비 속도가 빨라진 시대에 이런 단조로움은 경쟁력이 되기 어렵다. 기업들이 MMORPG로 몰리는 이유는 '실패할 수 없다'는 불안이 크다. AI·블록체인·메타버스 같은 신기술 시도는 시장에서 기대만큼 반향을 얻지 못했다. 결국 검증된 장르에 의존하는 것이 당장의 매출 방어에는 유리하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산업의 창의성을 스스로 제약하는 선택이다. K-게임시장을 응원하는 기자로서, 이 같은 흐름은 마음이 무겁다. 한국 게임은 한때 세계를 놀라게 할 만큼의 창의성과 도전정신으로 평가받았다. 지금도 MMORPG 신작들이 글로벌에서 성과를 낼 수 있기를 바라지만, 동시에 새로운 장르와 실험적 시도가 나오길 기대하는 마음이 크다. 산업의 성장을 진심으로 지지하기 때문에, 다양성과 창작력이 다시 회복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MMORPG 회귀가 또 다른 전성기를 여는 기폭제가 될지, 아니면 창작력 고갈의 증거로 기록될지는 이제 시장이 답할 차례다. 분명한 것은, 게이머들이 기다리는 건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참신한 게임'이라는 사실이다. 산업이 안전과 혁신 사이에서 어떤 길을 선택할지가 한국 게임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2025-08-20 15:49:11 최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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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OLED, 국내 디스플레이의 산업의 보루

한때 글로벌 디스플레이 산업의 무대 위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낸 건 한국이었다. 그러나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를 비롯한 후발 주자들이 저가 공세로 시장을 장악해 LCD 주도권은 중국으로 넘어가게 됐다. 이에 맞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차세대 기술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전장에서 다시 격차를 벌리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K-디스플레이 2025' 전시회는 이 같은 흐름을 보여주는 무대였다. 삼성 디스플레이는 혼합현실(XR) 기기용 초미세 올라도스(OLEDoS), 마이크로 LED 워치 등 혁신 제품을 공개했다. LG디스플레이는 4세대 OLED 기술이 적용된 83인치 OLED 패널을 선보였다. 4세대 OLED 기술은 업계 최초로 빛의 삼원색(적·녹·청)을 모두 독립된 층으로 쌓은 '프라이머리 RGB탠덤' 기술을 기반으로 최대 4000니트 밝기를 달성했다. 이처럼 OLED는 고부가가치 기술로 중국의 단가 경쟁을 방어할 수 있는 핵심 키로 주목받고 있다. BOE가 삼성디스플레이와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하며 미국 시장 진출에 제동이 걸린 점도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에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 2023년 10월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기술 관련 자사 영업비밀을 BOE가 부정하게 도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예비판결문에 따르면 BOE는 삼성디스플레의 핵심 직원들을 고용하고 제조 장비 업체에 접촉해 기술을 베꼈다. ITC는 예비판결문에서 "BOE는 자사의 OLED 연구개발(R&D)에 투자한 금액을 증거로 제시하지 못했다"며 "삼성디스플레이의 전직 직원과 영업비밀의 도움 없이 OLED를 독자적으로 개발했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 타임라인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ITC는 BOE에 중국 본사와 미국 현지 법인 등의 미국 내 마케팅·판매·광고 등을 모두 금지해 BOE의 미국 내 영업활동을 사실상 하지 못하도록 했다. 최종 판결은 오는 11월 중 이뤄질 전망이다. OLED전쟁은 단순한 패널 싸움이 아니라 국가의 기술 자립과 산업 전략이 맞물린 대결이다. LCD를 내줬다고 해서 산업 전체를 포기할 수 없다. OLED는 반드시 지켜야 할 최후의 방어선이다. /차현정기자 hyeon@metroseoul.co.kr

2025-08-19 16:38:39 차현정 기자
[기자수첩] 지방 건설투자 방안, 마스터키는 아니지만

"침체된 지방 건설경기의 활력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에 중점을 뒀다." 정부가 지난 14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한 지방 중심 건설투자 보강방안의 메시지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가 합동으로 마련한 이번 안은 지방 부동산 수요를 보완하고 사업 지연과 유찰을 막음과 동시에 건설업계 부담을 줄이는 데 집중한다. 정책 내용은 낯설지 않다. 이미 여러 차례 반복돼온 대책이 많다. 그렇다고 해서 "이걸로 지방 경기가 살아나겠느냐"는 식으로 삐딱하게 볼 일 만도 아니다. 건설경기는 본래 경기 전체 흐름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정부가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점 자체가 의미가 있다. 대책은 다섯 가지다. 특례 적용 범위를 넓힌 '세컨드홈' 세제 지원 확대는 인구감소지역 주택 매입을 유도하려는 조치지만 별장·주말농장 같은 성격이 강해 효과가 지역별로 제한적일 수 있다. 매입형 10년 민간임대 복원 역시 민간 사업자의 임대·시세차익 목적 때문에 전 지역에서 균등한 효과를 내기는 어렵다. 보다 직접적인 카드는 지방 악성 미분양 취득 시 세제 완화다. 하지만 무주택자가 움직일지는 불확실하고 오히려 다주택자나 리츠 자금이 단기 투자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공공 매입 확대도 마찬가지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시장 전체를 떠받칠 수는 없고 일시적으로 여건이 악화된 우량 사업장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업계 호평이 많은 부분은 공공공사 유찰·지연 방지다. 사회간접자본(SOC) 예타 기준금액을 올려 사업 속도를 높이고 단가와 물가 반영 기준을 현실화해 적정 공사비를 보장하겠다는 내용이다. 중소공사 낙찰하한율을 높여 덤핑 입찰을 줄이는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결국 이번 보강방안은 지방 건설경기를 단숨에 회복시킬 마스터키는 아니다. 다만 정부가 가능한 모든 수단을 활용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점에서 시장 안정에 의미가 있다. 중요한 건 이후다. 단기 처방에 그칠 게 아니라 지방 수요 구조와 체질을 어떻게 개선할 지가 관건이다.

2025-08-18 09:26:15 전지원 기자
[기자수첩] 부도 위기 넘긴 여천NCC, 갈등은 멈추지 않았다

국내 3위 에틸렌 생산업체 여천NCC가 가까스로 부도 위기를 넘겼다. 막판까지 몰린 상황에 한화와 DL이 긴급 자금을 투입함으로써 여천NCC는 연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위태로운 시기에 두 대주주는 궁극적인 해법을 내놓기보다는 여천NCC 원료공급계약을 두고 서로의 잘못을 따지며 소모적인 싸움을 벌였다. 한화 측은 올초 여천NCC가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에틸렌, C4R1 등 제품을 시가보다 낮게 공급한 사실이 적발돼 1000억원대 과세 처분을 받았으며, 이 가운데 96%가 DL과의 거래에서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국세청이 불공정거래로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거래 조건을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DL은 여천NCC의 가격 경쟁력 확보와 자생력 강화를 위해 단가를 낮춘 것이라며 오히려 한화가 자사에 유리한 조건만 고집해 여천NCC의 손실을 키웠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같이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여천NCC의 경영 정상화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가격 책정과 정산 문제에서 이해관계가 엇갈리다 보니, 호황기에는 덮고 넘어가던 갈등이 불황기에 고스란히 드러나며 위기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는 셈이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과거 잘잘못을 따지고 자신들의 입장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흔들리는 위기 속에서 해법을 모색하는 공동의 의지가 우선이다. 여천NCC 사태는 '누가 더 잘못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대로 갈 수 있느냐'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정부가 석유화학산업의 구조개편을 검토하고 있는 지금 한화와 DL은 대주주로서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두 대주주는 시장의 불신을 키우기보다는 여천NCC의 정상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원관희기자 wkh@metroseoul.co.kr

2025-08-17 15:13:19 원관희 기자
[기자수첩]K제약주권, 광복 80년을 넘어선 새로운 독립의 과제

8월 15일은 광복절이다. 일제강점기를 겪으며 빼앗겼던 나라를 되찾은 역사적인 그날이 올해는 80주년을 맞는다.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며 목숨을 바친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 위에서 대한민국은 격동의 근현대사를 이겨내고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다. 특히 80년 전 민족의 아픔을 함께했던 제약 기업 창업주들의 이야기는 보훈의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깊은 울림을 준다. 유한양행을 설립한 유일한 박사는 기업가이면서 독립운동가였다. 유일한 박사는 당시 50세의 나이에 비밀 첩보 작전 '냅코 프로젝트'에 참여해 고강도 군사훈련을 받으며 항일 운동에 앞장섰다. 건강한 국민만이 잃었던 주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신념을 몸소 실천한 것이다. 냅코 프로젝트는 일본의 항복으로 작전 투입 3일을 앞두고 실행되지는 못했고 역사 속에 묻였던 이 노력은 유일한 박사 사후에 인정됐다. 동화약품의 활명수는 생명을 살리고 민족을 살렸다. 활명수를 개발한 민병호 선생과 아들인 민강 선생은 일제 치하에서 활명수를 판매해 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했다. 또 국내외를 연결하는 비밀 행정기관으로 연통부를 운영하고 대한민국 임시 정부를 지원했다. 나라를 잃었던 시대를 살았던 창업자들의 시대적 소명과 독립 정신은 광복 후에도 전쟁과 가난, 질병에 시달리던 나라를 발전시키는 동력이 됐다. 1945년 창립해 해방둥이 기업인 JW중외제약은 해방 직후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국내 제약 시장을 개척하며 열악했던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기도 했다. 이제는 글로벌 시대와 함께 'K제약주권'이라는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국경을 봉쇄시켰고, 백신과 치료제 확보가 곧 생존 문제로 직결되는 것을 체험하게 했다. 첨단 기술이 접목된 바이오 산업에서 미국, 중국 등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서로를 견제하고있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무역 장벽을 높이고 있다. 특정 조건과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인 신약개발 능력을 갖추는 것이 나라와 국민 생명을 지키는 중요한 역량이 됐다. 과거에 비해 경제적으로 부유해지고 사회적으로 안정을 찾은 만큼, 비약적인 발전이 눈에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기업의 연구개발, 정부의 미흡한 정책 지원 등 구조적 한계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들이 '생태계 조성'에만 그치지 않고 구체화되기를 바란다.

2025-08-13 16:14:24 이청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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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반짝 호황을 넘어 지속 성장으로

올해 2분기 국내 방위산업 '빅4'가 세운 숫자는 기록적이다. 매출 9조4648억원, 영업이익은 1조2848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148%, 115% 증가했다. 이 같은 실적은 단순히 '좋다'는 수준을 넘어 시장 지형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국제 정세 변화가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이란·이스라엘 갈등 고조, 중동의 안보 불안 등이 경쟁력 있는 신무기 도입 수요를 자극했다. 그러나 이 폭발적 성장세에는 리스크도 숨어 있다. 먼저 지정학 리스크 의존도다. 현재 수출 호황은 분쟁 지역과 군사적 긴장이 높은 시장에 집중돼 있다. 평화협정 체결이나 정세 완화는 수주 감소로 직결될 수 있다. 두번째는 공급망·생산 병목이다. 빠른 납기와 가격 경쟁력이 K-방산의 강점이지만, 수주량이 급증하면 부품 조달, 생산 인력, 물류 등 공급망 전반에서 병목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국내 부품사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는 특정 부품의 공급 차질이 전체 납기 지연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마지막으로는 기술 고도화 경쟁이다. 해외 방산 강국들은 이미 차세대 무기체계 개발에 착수하고 있어 단기 수주에 안주하면 기술 격차가 다시 벌어질 수 있다. 과거 한국 조선업이 2000년대 중반 '수주 신기록'을 세운 뒤 글로벌 금융위기와 중국의 저가 공세로 고전했던 사례는 방산업에도 시사점이 크다. 당시 조선업계는 단기 호황기에 설비와 인력을 급격히 확대했지만, 수주 공백기에 구조조정의 후폭풍을 겪었다. 방산 역시 장기적인 시장 변동성을 고려한 '내실 경영'이 필수적이다. 방산은 단일 계약이 수조 원에 달하는 '빅딜 산업'이다. 단기 판매 성과를 넘어선 장기 전략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현지 생산과 유지·보수, 부품 국산화율 제고,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가 병행돼야 한다. 한 번의 수출이 끝이 아니라, 20~30년에 걸친 후속 지원과 서비스가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 K-방산의 질주가 '반짝 호황'에 그칠지,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로 자리잡을지는 향후 몇 년이 시험대다. 지금 필요한 건 계약 건수와 매출액의 기록 경신이 아니라 그 속도를 뒷받침할 구조적 체력이다. 성장을 견인하는 엔진이 국제 정세라는 외부 변수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스스로 속도를 조절하고 내실을 다지는 전략적 인내가 요구된다. 기록을 세우는 건 빠를 수 있지만, 기록을 지키는 건 다른 차원의 능력이다. K-방산의 다음 과제가 바로 그 지점에 있다. /이승용기자 lsy2665@metroseoul.co.kr

2025-08-11 16:07:53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