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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더 많은 칼보다, 더 나은 칼이 필요하다

주방에 칼이 많다고 요리가 더 맛있어지는 건 아니다. 잘 들지 않는 칼이 아무리 많아도 음식은 거칠고, 손질은 지저분하며, 요리사는 어깨와 손목에 통증만 남긴다. 요리에 중요한 건 '칼의 수'가 아니라 '칼을 쥔 손의 숙련도'와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는 원칙이다. 금융감독 체계도 마찬가지다. 조직도를 화려하게 갈라놓는다고 해서 감독의 질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금감원을 둘로 쪼개고, 금감위라는 새 조직을 세우고, 소비자 보호를 내세운 금융소비자보호원까지 만든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조각난 체계 속에서 최종적으로 길을 잃게 되는 건 감독당국이 아니라 소비자가 될 공산이 크다. 사고는 한몸으로 터지는데, 책임은 흩어지게 된다. 2021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할지를 두고 독립성 논란이 격화됐던 시기다. 당시에도 지적된 건 '정치로부터의 거리'였다. IMF가 금감원을 특수법인으로 설계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2025년, 상황은 훨씬 복잡해졌다. ESG 회계, 디지털 자산, PF 사업성 평가, 이해상충 점검처럼, 단일 부서나 단일 조직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이슈들이 연일 쏟아진다. 이제는 감독국 간의 수평적 공조와 기능 간의 입체적 연결이 필수다. 조직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역할을 어떻게 조율하고 연결할지가 중요한 때다. 하지만 지금의 개편안은 그 흐름과 정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제도 설계의 출발점은 '기능의 효율적 배분'이어야 하지만, 실제 논의는 '누가 어떤 자리에 앉을 것인가'로 흘러가고 있다. 전직 원장의 '미운털'이나, 특정 인사를 위한 자리 만들기 같은 확인되지 않은 정치적 해석들이 마치 개편의 동력처럼 작용한다. 항간에는 "금소원 자리에 친정권 측근을 앉히기 위한 큰 그림"이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 그 사이 실무자들은 감독 개혁이 아닌, 불필요한 루머 관리에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 심지어 소통하는 리더가 되겠다던 이찬진 금감원장은 개편안 발표 다음 날 열린 긴급 설명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원장은 조직발표 후 출근길에서도, 금융업권 CEO들이 모이는 간담회 자리에서도, 자신을 쫓는 기자들 앞에서도 조직 개편과 관련해서는 일체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정부는 조직을 잘게 나누며 감독 개편과 소비자 보호 강화를 외치지만 자리를 나누는 개편에 최소한의 명분은 있을지 몰라도, 그 설계에는 방향이 없다. 조직 내 소통을 강조하며 "조직을 가물치처럼 팔딱 뛰게 만들겠다"던 이 원장은 침묵 중이다. 지금 필요한 건 조직을 나누는 '많은 칼'이 아니라, 그 칼로 무엇을 지킬지 말할 사람이다.

2025-09-09 16:02:04 허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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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민의힘, 정기국회에서 반전의 계기를 만들수 있을까

'소수야당' 국민의힘이 수적 열세를 극복하고 올해 정기국회에서 반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국민의힘은 지난 22대 총선에서 지역구에서 90석,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국민의미래에서 18석이 당선되며 총 의석수 108석의 소수여당으로 전락했다. 이후 '찬탄파' 김상욱 의원이 탈당해 민주당에 입당하며, 국민의힘의 총 의석수는 107석이다. 총선 이후 민주당은 윤석열 퇴진을 목표로 정부·여당을 강력하게 견제했고, 결국 수세에 몰린 윤석열 대통령은 준비해왔던 비상계엄을 12·3일에 선포해 탄핵의 길을 걷게 됐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찬탄파와 반탄파로 나뉘어 갈등 양상을 보이다가 결국, 반탄파 후보가 당의 권력을 잡았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여당 성향 무소속 의원 등 범여권 의석수의 총합은 187석으로 압도적이다. 민주당은 법안 통과의 최종 관문인 법제사법위원장까지 자당 몫으로 앉히며 마음만 먹으면 입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야당은 상임위, 법사위에서 여당의 쟁점 법안 추진에 항의하고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를 시도했지만 여당이 이를 종료시키고 법안이 통과되는 모습만 반복해 보여줬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2차 상법 개정안, 방송3법(한국방송공사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이 이렇게 처리됐다. 앞으로 3대 특검(내란·김건희·해병대원)의 기간·범위·인력 확대 법안 추진, 검찰청 폐지 등 정부조직법 개정,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내년도 예산안 심사 등 여당 주도 추진 사항이 산적해 있는 가운데, 정책정당·혁신정당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 내 쇄신과 탄탄한 의정활동으로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 국민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끌려다니는 소수야당의 모습을 22대 국회 임기 내내 보여줄 수밖에 없다. 또한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에서 여당에 패배한다면, 입법·지방행정 권력을 모두 민주당에게 내줘야 하는 절박한 위기다. 정기국회는 국민의힘이 여론의 지지를 가져올 수 있는 기간이다. 교섭단체 대표연설, 국정감사, 예산심사 등을 통해 국민의힘이 절박함 속에 실력을 선보일수 있을지 관심 갖고 지켜볼 차례다.

2025-09-08 15:02:45 박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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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해킹, 과징금이 능사일까

제2 금융을 중심으로 해킹 피해가 반복되면서, 금융권을 중심으로 한 시스템 부실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는 짧은 기간 동안, 다수의 기업에서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7월부터 8월 말까지 고작 두 달 남짓한 기간 동안, SGI서울보증에 이어 웰컴금융그룹 계열사 웰릭스에프앤아이대부, 롯데카드까지 제2 금융권에서만 3건의 해킹 피해가 잇따랐다. 금융당국은 칼을 빼 들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보안사고를 낸 은행권에 최대 200억원의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디지털 금융보안법'의 초안을 마련, 법제화를 추진 중이다. 은행권에 자율적으로 보안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부여하는 동시에 사후 결과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금융사고가 제2 금융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을 미뤄보면, 현실적으로 과징금 부과가 능사는 아니다. 특히, 제2 금융권 중 중소형 기업은 보안체계를 자율적으로 구축해 금융 사고에 대비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금융 보안 체계를 자체적으로 구축하기 어려운 곳에 사후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제2 금융 중에서도 작은 기업의 경우 재무를 관리하는 인력조차 부족한 곳이 있다"며 "이들이 금융 보안 사고에 가장 취약할 텐데, 여기에 보안 체계를 스스로 구축하도록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주요 대형 금융권 사이에서는 사이버 해킹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로트러스트' 보안 모델이 부상하고 있다. 제로트러스트는 '아무도 신뢰하지 않는다'라는 기조 아래 모든 접근 요청에 대해 확인 및 인증 절차를 거쳐 최소한의 접근만 허용하는 보안 모델이다. 문제는 초기 구축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IT업계에 있는 한 관계자는 "제로트러스트의 경우 이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초기 비용이 꽤 많이 들어간다"며 "또, 도입했다고 끝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와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경우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현실에 맞는 적절한 처방이 필요하다. 사후 규제를 가하기 전에 중소형 은행을 대상으로 보안 시스템에 대한 교육 및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 외양간을 고치는 것보다 소를 잃지 않는 것이 먼저기 때문이다.

2025-09-07 15:12:01 안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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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디지털 전환'과 금융장벽

'디지털 전환'은 최근 몇 년간 국내 은행들의 주요 목표로 부상했다. 각종 규제가 해체되며 비대면 금융의 영역이 넓어졌고, 불필요한 비용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절감된 비용은 은행의 수익률 개선으로 이어지며, 고객에게도 더 경쟁력 있는 상품을 선택할 기회를 제공한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는 환영할 만한 변화다. 간단한 이체·출금 업무를 위해 은행을 찾을 필요가 없어졌고, 계좌 개설과 대출조차 휴대전화와 신분증만 가지고 있다면 손쉽게 가능해졌다. 하지만 이러한 '디지털 전환'이 누구에게나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발길이 줄어든 은행 점포는 문을 닫고 있고, 고객의 눈높이에 맞는 상담을 제공했던 전화 상담원들은 챗봇과 AI상담원으로 대체됐다. 고령자를 비롯한 금융취약계층에게는 무척이나 불편한 변화다. 오늘날 휴대전화를 통해 은행권 고객센터에 통화를 연결하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장면은 '보이는 ARS'다. 모바일뱅킹과 유사하게 설계된 화면인 만큼, 고령자에게는 이용이 어렵다. 어렵사리 버튼을 찾아 음성 ARS 연결을 요청하면 "상담원에 연결하려면 0번을 눌러달라"라는 안내 문구를 듣기까지 1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된다. 불필요한 안내 문구를 길게 늘어놓아 고객이 제풀에 지쳐 상담을 포기하게 만든다. 0번을 누르더라도 '진짜 상담원'과는 연결되지 않는다. 그 대신 AI(인공지능)상담사가 연결된다. 인공지능 상담사는 수차례에 걸쳐 문제가 무엇인지 물어오지만, 미완(未完)의 AI상담사는 반복해서 안내 문구만을 내놓기 일쑤다. 혹여 문제가 해결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연결을 일방적으로 종료해버린다. '진짜 상담원'과 연결하려면 AI 상담사에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상담사 연결을 원한다고 여러 차례 요구해야만 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공정금융 추진위원회'에서 국내 주요 은행에 고령자가 AI 상담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안내 절차를 개선해달라고 주문했다. 은행들은 개선을 약속했지만, 지금까지도 "더 말을 잘 알아듣는 AI상담원을 도입했다"라는 이야기만 매일같이 내놓고 있다. 기업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고객센터 연결을 어렵게 만든 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은행은 '신뢰'를 거래하는 곳이다. 고객에게 충분한 신뢰를 제공하기 위해선 비용 절감을 고려하기에 앞서 누구나 접근 가능한 금융환경을 조성하는 데 먼저 힘써야 할 것이다.

2025-09-04 14:50:34 안승진 기자
[기자수첩] '리테일' 왕좌의 게임

오랫동안 키움증권의 몫이었던 증권가의 '리테일 왕좌'는 이제 다자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토스증권이 2021년 출범 이후 빠른 속도로 리테일을 흡수하고 있고, 최근에는 메리츠증권이 사상 초유의 '수수료 전면 무료화' 카드를 꺼내들면서 개미를 모시고 있다. 사실상 키움증권의 독주였던 '리테일 왕좌의 게임'이 본격화된 셈이다. 토스증권의 부상은 업계가 인정하는 가장 큰 변수다. 지난 3월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이사는 키움증권 정기주주총회에서 "토스증권 커뮤니티는 리딩방 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기주총에서 '토스증권처럼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주들의 지적에 대한 답변이다. 사실상 토스증권에 대한 견제가 들어나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토스증권의 성장으로 가장 위협을 느낄 증권사가 키움증권이라고 꼽는다. 토스증권이 특히 잘하고 있는 해외주식에서 그 성장이 더욱 두드러진다. 그간 키움증권은 해외 주식 브로커리지 부문 점유율 1위를 수성해 왔지만, 지난해 11월 토스증권에게 선두를 뺏겼다. 그리고 경쟁자에는 메리츠증권이 추가됐다. 메리츠증권은 증권사 최초로 몇 년에 걸친 수수료 전면 무료화를 선언하면서 리테일 기반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메리츠증권의 슈퍼365 예탁자산은 지난해 10월 9200억원대에서 10조원까지 불어났으며, 해외자산도 이벤트 시행 전 1650억원에서 5조원을 상회하게 됐다. 문제는 속도전의 그늘이다. 파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는 메리츠증권에 대해서는 실효성에 대한 물음표가 찍히기도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벤트를 통해 얻어낸 투자자인 만큼, 수수료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쉽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며 "경쟁 증권사들은 메리츠증권의 '제로 수수료' 이벤트가 끝나는 시점에 맞춰 수수료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사실상 이벤트가 종료된 이후에도 '무료 수수료'로 끌어낸 리테일을 지켜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평가다. 내실도 충분하지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증권사 전산사고는 429건으로, 금융권 전자 금융 사고 피해액의 89%가 증권사에서 발생했다. 이정운 금감원 IT검사국 팀장은 "생긴 지 몇 년 안 된 온라인 기반 증권사들이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각종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동안 전산사고가 계속 발생했다"고 짚었다. 실제로 온라인 기반 증권사인 키움증권과 토스증권 등은 잦은 전상장애로 지적받고 있다. 리테일 시장의 주도권 싸움은 이제 막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왕좌'를 지킬 자격은 속도가 아니라 변덕스러운 개미의 발걸음을 오래 붙잡을 수 있는 안정성과 신뢰에서 결정될 것이다.

2025-09-03 14:11:05 신하은 기자
[기자수첩] 출점 경쟁 넘어…편의점의 다음 숙제

편의점은 이제 '작은 슈퍼마켓'이 아니다. 출근길에 커피를 사고, 퇴근길에 간단한 식사를 해결하며, 주말에는 택배를 부치고 공과금까지 납부할 수 있는 곳. 어느새 우리의 일상은 편의점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편의점은 더 이상 상품을 파는 점포가 아니라 생활을 이어주는 인프라로 변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편의점이 이렇게까지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올 줄은 예상치 못했다. 1인 가구와 고령화, 온라인 쇼핑의 성장으로 대형마트가 힘을 잃어가는 사이 집 앞 편의점은 오히려 존재감을 키웠다. 급할 때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곳, 가까이에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안도감을 주는 곳이 됐다. '라스트 100미터 유통망'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하지만 이 진화가 모두를 위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편의점은 늘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으로 생활을 편리하게 만든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 부담은 가맹점주가 짊어지는 경우가 많다. 무인 택배, 배달 서비스, 심지어 금융 기능까지 편의점은 만능 플랫폼이 됐지만, 이 과정에서 점주들이 감당해야 할 인건비와 운영 리스크는 커졌다. 결국 '생활 인프라'라는 화려한 수식어 뒤에는 땀과 희생이 자리 잡고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봐도 고민은 있다. 편의점은 분명 가까워서 편리하지만, 그 편리함이 곧바로 '가치'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돈을 내고 만족할 만큼의 특별한 경험이나 혜택이 있느냐?라고 물어왔을 때 쉽게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없다는 것. 온라인몰과 배달앱과의 경쟁 속에서 편의점만의 정체성을 소비자에게 각인시키지 못한다면, 생활 인프라로서의 입지는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편의점이 앞으로 나아갈 길은 결국 '편의성의 재정의'다. 단순히 가까이 있다는 물리적 의미를 넘어 소비자가 체감하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 밀착형 서비스, 시니어 친화 서비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물류 허브 등 다양한 가능성이 거론된다. 하지만 중요한 건 본사와 점주, 그리고 소비자가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모델을 찾는 일이다. /신원선기자 tree6834@metroseoul.co.kr

2025-09-02 14:15:02 신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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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GM을 향한 색안경을 벗자

"한국GM은 한국 시장 포기하고 철수하는 겁니까?" 지난해부터 한국GM이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거나 생존을 위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발표하면 언제나 따라붙는 꼬리표는 '철수'다. 한국GM이 지난 6월 전국 직영 서비스센터 9곳과 부평 공장 유휴 자산·부지 매각을 추진한다는 발표를 하자 '한국GM 철수하나' '한국GM 철수설 재점화' 등의 여론이 형성됐다. 한국GM이 뭔가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내놓으면 왠지 모르게 자연스럽게 철수설로 연결되는 모양새다. 반면 배터리 업체나 전자 등 최근 부진에 빠진 국내 기업들이 희망퇴직이나 구조조정, 사업 축소, 생산량 조절에 나서면 생존을 위한 전략, 바닥 다지고 반등 준비하는 기업 이라는 긍정적인 여론이 형성된다. 이같은 악순환의 연결 고리로 인해 한국GM은 국내 소비자들과의 신뢰에 금이가고 있다. 언제든 철수할 수 있는 기업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좋은 차를 판매해도 시장 반응은 싸늘해지고 있다. 실제 올해 상반기 내수는 8121대, 수출은 24만1234대로 내수판매는 전체 판매량에서 5%도 안된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완성차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에서는 20만4345대의 판매량에 비교하면 초라할 정도다. 불과 10년 전 한국GM의 월 판매량 1만3000대를 기록했던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 내수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수익적인 부분에서도 위축되면서 결국 한국GM은 GM 본사의 구조조정에 맞춰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 판매량이 받쳐 준다면 이같은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한국에서의 자산이나 부지 매각도 미래를 준비하는 차원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한국GM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경우 직접 고용 인력과 협력업체를 포함해 약 15만명의 일자리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국가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GM이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주변의 긍정적인 지원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물론 한국GM도 소비자들의 신뢰를 쌓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기임은 분명하다.

2025-09-01 15:35:36 양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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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3%를 위한 채무조정 프로그램

10년전 유기견을 입양했다. 1살도 채 되지 않은 강아지가 어찌나 이쁘던지. 자동차의 경적 소리에 놀라 쓰러질까. 줄이 풀려 다른 곳으로 가면 어쩌나하는 우려에 2년간 산책을 하지 않았다. 사회생활 시기를 놓쳐서 일까. 이제는 개가 되어버린 그는 다른 개와 다르게 좋아하는 표현을 으르렁으로 표현하고 사람들이 이쁘다고 해도 짖는다. 옛말에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담글까'라는 말이 있던가. 일어나지 않을 사고에 대한 우려 때문에 더 행복할 수 있는 상황을 놓치게 만든 셈이다. 정부에서 소상공인의 채무조정과 취약계층의 재기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소상공인의 대표적인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은 대상범위를 확대하고, 기업, 지자체와 협업해 건강검진부터 사업정리컨설팅, 폐업(원상복구 비용)을 지원한다. 취약계층도 장기 연체일 경우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1인당 월 소득이 중위소득의 60%(약 143만원)를 넘지 못하고, 대출을 상환할 만한 재산이 없는 경우 대출 원금의 80%를 깎아준다. 10년간 나눠 갚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나오면 늘 따라 붙는 말이 있다. 모럴해저드(moral hazard·도덕적해이)다. moral, 세상의 옭고그름 혹은 도덕적인 것에 hazard. 해를 일으킬 수 있는 잠재적인 특성이나 상황을 말한다. 정책 의도와 달리 개인의 이익을 위해 최선의 의무를 하지 않을 이들을 우려하는 의미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정책국장이던 시기 '새출발기금'을 발표하며 "우리는 97%와 98%의 세상에 살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2000만 명 차주 중에 신용불량자는 70만 명, 3%다. 소상공인·자영업자 330만 명 중에 신불자는 10만 명이다"라고 말했다. 누군가는 장을 못 담글 만큼 구더기가 무서울 수도 있고, 그 구더기가 무서워 장 담그는 시기를 늦추려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못담그거나 시기를 늦추는 행동은 외려 더 큰 비용을 부담케 할 수 있다. 3% 내에서 나타날 모럴해저드가 무서워 법안·정책을 늦추는 것은 더 큰 경제회복을 늦추는 길이다. 정작 본인의 이익 때문에 3%가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빼앗지 않길 바란다.

2025-08-31 16:19:19 나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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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게임과 AI는 우리 사회를 어디로 끌고 갈 것인가

지난 26일 열린 '2025 게임과학포럼'에 참석한 연사들은 법, 게임, 정책, 문화, 심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었다. 이들은 서로 다른 시각에서 AI와 게임을 바라봤지만, 공통된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이제는 "게임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게임과 AI는 우리 사회를 어디로 끌고 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 왔다는 것이다. 크래프톤 AI 트렌스포메이션팀의 김도균 팀장은 '에이전트 리더십'이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과거 리더십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조율하는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수많은 AI 에이전트들에게 목표를 부여하고 이들을 이끌어가는 능력이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한 명의 개발자가 수십, 수백 명 분량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굴릴 수 있다면, 더 많은 게임이 타석에 설 수 있고, 더 큰 흥행을 노릴 수 있다. 하지만 게임사들이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대량의 제품을 빠르게 시장에 쏟아냈을 때, 우리는 '날로 먹는다'는 인상을 지울 수 있을까.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의 이장주 소장이 언급한 '이케아 효과'는 이 질문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시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노력과 수고가 들어간 것에 더 큰 가치를 느끼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AI 기술을 게임에 도입할 때는 단순히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이용자가 창작 과정에 의미 있게 개입하고 가치를 느낄 여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은, AI가 어쩌지 못하는 인간의 심리를 꿰뚫는다. 넷마블 사업개발 유원상 이사 역시 같은 문제를 짚었다. 그는 "'우리는 AI를 쓰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수작업으로 했습니다'라고 말해놓고 AI를 사용한 사실이 발각될 경우 회사 이미지나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 사용을 숨기거나 기만할 경우 이용자의 배신감으로 인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조언은 게임사가 기술 적용에 있어 투명성을 확보해야 함을 강조한다. 한편, 현장에서는 AI 사용 가이드라인 부재에 대한 답답함도 호소했다. 김도균 팀장은 "많은 스튜디오들이 AI가 실제적인 효과가 있고 쓰기 좋다고 평가하지만, 정작 회사 차원에서는 '이게 되는 건가요? 해도 되나요?'라는 질문이 반복된다"며 모호한 현실을 토로했다. 기술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정책과 사회적 합의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질문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게임과 AI는 우리 사회를 어디로 끌고 갈 것인가. AI와 결합한 게임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새로운 가능성의 발판이 될 수 있지만, 그 기회는 오래 머물지 않는다. 그리스 신화의 '기회의 신' 카이로스처럼, 지금 눈앞에 선 변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 각 분야의 신속한 합의와 노력이 필요하다. 이 기회를 잡는 것은 결국 우리 모두의 몫이다.

2025-08-28 15:14:29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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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보험사기와 '숨은 세금'

보험은 위험을 흡수해 삶을 계속 달리게 하는 에어백이다. 하지만 사기는 그 에어백을 믿고 밟아야 할 브레이크를 망가뜨린다. 지난 2024년 한 해 보험사기 적발액은 1조1502억원, 적발인원은 10만8997명이다. 금액은 늘고 인원은 줄었다. 조직화·지능화의 신호다. 무엇보다 사기의 비용은 결국 선량한 가입자의 보험료로 돌아온다. 전체 적발액 중 자동차가 가장 크고 유형으로는 사고내용 조작과 고의사고가 늘었다. 연령대에선 60대 이상 적발이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 취약층과 생계형 시장, 중개·진료·정비 등 주변부에 사기의 유인이 겹친 결과다. 현장에선 경미한 접촉사고를 과장해 입원·치료 기간을 늘리고 렌터카·휴차료·정비 항목을 각개 확장하는 방식이 반복된다. 작은 왜곡이 '합법의 얼굴'을 쓰고 체계적으로 누적될 때 손해율은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제도의 빈틈도 크다. 자동차보험에선 경상환자 치료비가 수년간 높은 증가율을 이어왔다. 근거가 불명확한 '향후치료비'가 관행적으로 지급돼 왔다. 지난 2023년 기준으로만 1조4000억원 규모였다. 정부는 올해초 보상체계를 손보겠다고 예고했다. 대책의 요지는 기준을 수치로 명료화하고 심사·지급 프로세스를 표준화해 '분쟁의 회색지대'를 줄이는 일이다. 규정은 복잡할수록 악용되고 모호할수록 사기의 그늘이 짙어진다. 사기 수법의 노골성도 문제다. 지난 2024년 자동차 고의사고 조사에서는 1738건·431명·편취 82억원이 적발됐다. 법규 위반 차량을 노려 고의 접촉사고를 내거나 경미한 사고를 과장·조작해 비용을 키우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사진·영수증 재활용, 의료·정비 단계의 서류 부풀리기 같은 '디지털·문서형' 수법이 얹힌다. 온라인에 떠도는 '청구 매뉴얼'과 회수 불가능한 정보 파편이 의심과 탐욕을 빠르게 전염시킨다. 일상의 작은 타협이 업계 전반의 가격을 밀어 올리는 전형적인 '공유지의 비극'이다. 보험사기는 '타인의 주머니에서 조금씩 거두는 숨은 세금'이다. 한 번 올라간 보험료는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다. 에어백의 신뢰는 브레이크에서 온다. 제도는 브레이크를, 시장은 페달을 동시에 밟을 때 보험은 다시 안전장치가 된다.

2025-08-27 14:07:01 김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