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CEO와칭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6월 원유 협상이 던진 생존 과제

국내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이 통계 집계 이래 최저치(22.9㎏)로 추락했다. 저출생으로 인한 주 소비층 감소, 지속되는 고물가, 그리고 무관세 공세를 앞세운 가성비 수입 멸균우유의 습격까지 그야말로 국내 유업계는 사면초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단순히 우유를 덜 마시는 수준을 넘어 전통적인 '음용유 중심'의 낙농 산업 구조 자체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경고음이 도처에서 울린다. 이러한 위기감 속에서 오는 6월로 예정된 원유 가격 및 물량 협상은 유업계의 손익 계산을 넘어, 한국 낙농 생태계의 판도를 바꿀 분수령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협상의 핵심 쟁점은 명확하다.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원유 배분 구조, 즉 '88.5%의 굴레'를 어떻게 깨뜨리느냐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원유의 무려 88.5%는 흰 우유나 가공우유 등 직접 마시는 '음용유'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묶여 있다. 치즈, 분유,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의 원료로 쓸 수 있는 비중은 단 5% 남짓에 불과하다. 마시는 우유 소비는 매년 가파르게 줄어드는데, 정작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가공용 원유는 공급받기 어려운 기형적인 구조다. 결국 유업체들은 남는 원유를 분유로 만들어 창고에 쌓아두면서도 정작 가동률이 25%대에 불과한 설비를 바라보며 막대한 보관 비용과 적자를 감내하고 있다. 만들수록 손해를 보는 악순환이다. 역설적이게도 낙농 산업과 유업계를 모두 살리기 위해서는 이제 '흰 우유의 비중을 줄여야 하는' 시대가 왔다. 우유가 남아돌아 비명이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기존의 음용유 쿼터를 고집하는 것은 공멸로 가는 지름길이다. 6월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을 낙농가와 유업계, 그리고 방관할 수 없는 정부가 집중해야 할 과제는 명확하다. 철 지난 '음용유 중심 쿼터'를 과감히 재설계하고, 시장 수요에 맞춰 가공용 원유 비중을 대폭 확대하는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번 6월 협상은 단순한 가격 밀당의 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벼랑 끝에 선 대한민국 낙농 생태계가 지속 가능한 미래로 전환할 수 있는지, 그 자생력을 증명할 마지막 시험대다. /신원선기자 tree6834@metroseoul.co.kr

2026-05-18 16:31:31 신원선 기자
기사사진
[기자수첩] 약속과 보험금 지급

보험은 약속이다. 보험료를 내는 순간의 약속이 아니라, 위험이 닥쳤을 때 보험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는 약속이다. 생명보험업계가 최근 '생명보험 약속의 날'을 열고 소비자와의 다섯 가지 약속을 발표했다. 전 생보사 최고경영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모든 의사결정을 소비자 기준으로 바꾸고,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렵거나 불이익 우려가 있는 상품은 팔지 않으며, 보험금 지급을 지연시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필요한 선언이다. 보험산업이 신뢰를 잃은 이유는 상품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가입할 때 들은 설명과 보험금을 청구할 때 마주한 현실이 달랐기 때문이다. 보험은 가입 순간보다 청구 순간에 평가받는다. 소비자에게 보험사의 이름이 가장 선명하게 각인되는 때도 설계사가 상품을 설명할 때가 아니라, 보험금 지급 여부가 결정될 때다. 문제는 숫자가 선언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생명보험사 민원은 4888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24.6% 늘었다. 보험업권 전체로 봐도 보험금 지급 관련 민원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소비자보호를 말하기 가장 좋은 시점에, 소비자 불만도 함께 커진 셈이다. 물론 보험금 민원이 모두 보험사의 잘못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약관상 지급 대상이 아닌 청구도 있고, 의료비·진단비·간병보험 처럼 판단이 복잡한 영역도 있다. 보험금 누수와 도덕적 해이를 막는 것도 보험사의 책임이다. 보험금은 무조건 빨리 주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정확하게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다고 소비자가 느끼는 불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보험사가 "약관상 어렵다"고 설명하는 순간에도 소비자는 "가입할 때는 보장된다고 들었다"고 기억한다. 이 간극이 반복되면 보험은 약속이 아니라 분쟁이 된다. 생보업계의 약속이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보험금 지급 기준을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다시 설명해야 한다. 약관 조항을 나열하는 방식으로는 불신을 줄일 수 없다. 왜 지급되는지, 왜 지급되지 않는지, 어떤 자료가 필요한지를 청구 단계에서 분명히 알려야 한다. 또한 민원을 사후 처리로만 보지 말고 상품 개발과 판매 교육으로 되돌려야 한다. 보험금 지급 민원이 반복되는 상품과 설명 방식이 있다면, 그건 보상 부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상품을 만든 곳, 판매한 채널, 심사한 조직이 함께 고쳐야 할 구조의 문제다.

2026-05-14 13:15:30 김주형 기자
기사사진
[기자수첩] '신들린' GDP와 KOSPI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3일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예측치를 종전 대비 0.6%포인트(p)나 올렸다. 국내총생산(GDP)이 작년대비 2.5%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국제투자은행(IB)들도 한국 성장률 전망 상향에 가세하고 있다. 4월 말 기준 수치만 봐도, 8개 주요 IB가 제시한 평균치가 2.4%에 달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경제는 올해 1분기에만 1.7%(직전분기 대비) 성장했다. 이날 기준 주요국 중간비교에서 1위가 바로 한국이다. 경제대국 미국·중국, 인구대국 인도네시아까지 제쳤다. 비록 연간 집계는 아닐지언정 상당히 이례적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0개국 중 선두에 올라 있다. 주요 20개국(G20) 협의체에서도 중간집계 1위다. 이날까지 수치를 공개한 OECD 20곳 가운데 한국만 유독 1% 선을 넘겼다. 다만 아직 안 나온 18개국 수치를 지켜봐야 한다. 어쨌든 유럽연합(EU) 국가들 평균은 0.1%에 머물고 있다. OECD에선 한국뿐이지만 G20에선 1%대가 보고됐다. 중국이 1.3%, 인도네시아가 1.4%였다. 반면,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에 직간접으로 휘말린 사우디아라비아의 1분기 GDP는 전 분기 대비 1.5% 줄었다. 경기가 후퇴한 것. 미국 경제는 0.5% 성장했다. OECD 내 개도국 회원국 수치를 보면 우리나라의 1.7% 위치를 가늠할 수 있다. 코스타리카 0.3%, 체코 0.2%, 리투아니아 -0.4%(역성장), 멕시코 -0.8%(역성장) 등이다. 또 유럽 주요국 중 아일랜드의 경우, 일시적이지만 -2.0%의 경기 침체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2026년도 1분기 속엔 중동 사태의 타격이 일부 자리 잡았다. 2월 말 터진 전쟁은 3월에 전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호황기의 덕을 톡톡히 본 듯하다. 중동전이 없었다면 2%를 넘었을 수도 있다. 국내 주식시장은 더욱 놀랍다. 지수 8000포인트에 근접해 있다. 마치 마이클 펠프스나 우사인 볼트가 신기(神技) 부리는 것 같다. 자기가 보유한 세계 기록을 자기가 갈아 치우는 모습이다. 성장률도 주가도 뭔가 정상(正常)은 아니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환율 1400원대 후반, 국제유가 100불·휘발유 2000원이 일상에 스며들고 있는데 GDP와 코스피의 직진이 맞는지, 어울리는 옷인지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다.

2026-05-13 15:16:55 김연세 기자
기사사진
[기자수첩] 외국인 북적이는 매장, 얇아진 내국인 지갑

방한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가 유통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곳저곳에서 외국인 매출이 늘었다는 이야기가 쏟아진다. 실제 주요 유통 기업들의 1분기 성적표를 들여다보면 화려함 그 자체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매출의 4분의 1 가까이를 외국인이 채웠고, 신세계백화점은 외국인 매출만으로 '연간 1조 원 클럽' 가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더현대 서울은 외국인 매출이 두 배 넘게 뛰며 관광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편의점인 GS25와 CU 또한 외국인 결제 매출이 60~70% 이상 급증하며 'K-편의점'의 위상을 증명했다. 올해 1분기 방한 관광객이 476만 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으니, 유통가 입장에선 그야말로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형국이다. 하지만 화려한 숫자의 잔치 뒤편에는 서늘한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매장을 가득 채운 외국인들의 활기찬 대화 소리와 달리, 우리 국민들의 소비 심리는 차갑게 식어버린 탓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보다 7.8포인트나 급락하며 100 아래인 99.2로 떨어졌다. 지수가 100 미만이라는 것은 경제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소비자가 낙관적인 이들보다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외국인에게는 축제인 유통 매장이 내국인에게는 선뜻 지갑을 열기 두려운 공간이 되어버린 셈이다. 이러한 극명한 대조의 중심에는 '환율'이라는 양날의 검이 있다. 달러당 1490원까지 치솟은 고환율은 방한 외국인들에게 강력한 구매력을 선물했다. 그들에게 한국은 고품질의 물건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쇼핑 천국'이 됐지만, 수입 물가 상승 압박을 견뎌야 하는 내국인들에게 고환율은 생활고를 가중하는 고통의 원인이다. 외국인이 럭셔리 주얼리와 명품 쇼핑에 열을 올리는 동안, 우리 서민들은 장바구니에 담을 채소 하나 가격에 손을 떨며 지갑을 닫고 있다. 결국 지금 유통가가 누리는 호황은 외부 요인에 기댄 '반쪽짜리 활력'일지도 모른다.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가 실적을 떠받치고는 있으나, 내수 소비라는 기초 체력은 갈수록 허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객은 언제든 대외 환경에 따라 발길을 돌릴 수 있는 가변적인 수요다. 유통업계가 외국인 특수에 취해 정작 안방 고객들의 아우성을 외면한다면, 환율의 마법이 풀리는 순간 마주할 내수 시장의 공동화 현상은 감당하기 힘든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화려한 매출 신기록에 가려진 '내수 침체'라는 구조적 위기를 직시해야 할 때다. /김서현기자 seoh@metroseoul.co.kr

2026-05-12 16:49:08 김서현 기자
[기자수첩] 증시의 여름, 골목의 겨울

"자고 일어나면 돈이 복사되는 것 같아. 장이 안 열리는 주말이 지겹고 월요일이 기다려질 정도라니까!" 최근 기자의 지인이 건넨 말이다. 그만큼 지금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열기는 뜨겁다. 증권시장은 벌써 한여름이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 자본시장 제도 개선 기대가 맞물리며 한국 증시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숫자만 놓고 보면 한국 경제가 새로운 전성기에 들어선 듯하다. 하지만 골목시장은 아직 혹한기다.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이 올해 1분기 말 사실상 회수가 어렵다고 분류한 '추정손실' 규모는 2조9963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년 이상 연체됐거나 폐업·파산 등으로 사실상 떼인 돈이다.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동안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은 내수 부진과 고금리를 견디지 못한 채 하나둘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그렇다고 증시의 상승을 거품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주식시장은 본래 현실보다 한발 앞서 움직이며 미래의 기대를 먼저 가격에 반영한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 상법 개정과 주주환원 기대를 감안하면 '만스피(코스피 1만)' 역시 단순한 공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주가가 너무 올랐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상승의 온기가 아직 골목경제까지 퍼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의 랠리는 반도체와 일부 대형주, 그리고 정책 기대가 이끌고 있다. 반면 코로나19 이후 대출로 시간을 벌었던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빚의 무게를 견디고 있고,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은 법정관리로 내몰리고 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코스피 7800은 미래에 대한 기대를 보여주고, 추정손실 2조9963억원은 현재의 고통을 드러낸다. 하나는 증권시장의 한여름을, 다른 하나는 골목시장의 한겨울을 말한다. 지금의 상승장이 거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지수의 신기록만 보고 한국 경제 전체가 회복됐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또한 모두가 돈을 버는 것처럼 보이는 시기일수록 빚을 내 뒤늦게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가장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 진짜 호황은 주가가 얼마나 올랐느냐가 아니라 그 상승의 온기가 시장 밖으로 퍼져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증권시장의 뜨거움이 골목시장의 겨울까지 닿을 때, 그때의 '만스피'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 한국 경제 전체의 회복을 상징하는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허정윤기자 zelkova@metroseoul.co.kr

2026-05-11 16:18:54 허정윤 기자
기사사진
[기자수첩] 기억상실

39년 만의 개헌 시도가 무산됐다. 임기 만료를 눈 앞에 둔 우원식 국회의장은 20분간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예고한 데 대해 열변을 토했다. "답답하다"며 산회를 선포한 우 의장은 의사봉을 힘껏 내리치며 산회를 선포했다. 발언 중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사실 우원식 의장이 눈물을 보인 건 다른 데 있지 않다. 시계를 8년 전으로 돌려야 한다. 2018년 지방선거 전,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였던 우 의장은 정부여당의 개헌안 통과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했다. 심지어 당시에는 국민투표법을 개정해야 하는 상황이라, 야권의 협조가 절실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시기상조'라며 정략적이라는 이유로 국민투표법 개정안과 헌법 개정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았다. 권력구조 개편에서 이견이 갈리기도 했다. 그러니 우 의장으로서는 두 번의 좌절을 맛본 셈이다. 당시 개헌이 추진된 이유가 있다. 2017년 대선에서 모든 대선 후보가 개헌을 약속해서다. 자유한국당도 개헌을 주장했다. 모든 대선 후보의 약속인 만큼,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 개헌안을 발의했다. 뭔가 익숙한 그림이다. 2025년 대선 때에도 국민의힘은 '제왕적 대통령제'가 문제라며 개헌을 주장했다. 그래서 이번엔 민감한 부분인 권력구조 개편은 하지 않고,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이나 대통령의 계엄 선포 요건 강화 등을 넣었다. 이 부분은 야권도 찬성했던 부분이라 개헌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반대했다. 부마항쟁을 요구해서 넣었더니, 이번엔 새마을운동 정신을 포함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권력구조 개편이 없다며 '누더기'라고 폄하했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이 연임을 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권력구조는 건드리지 않았음에도. 자유한국당은 지금의 국민의힘이 됐다. 그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시기상조' '정략적 개헌'이라는 낡은 방패를 꺼냈고, 대선 국면의 약속은 선거용 미끼였다는 걸 증명했다. 그렇게 민주당의 이름으로 기록될 '성공의 역사'를 저지하는 게 그들의 진정한 속내라는 걸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기억하고 있다. 단체로 기억 상실에 걸리지 않는 한 말이다. 그들은 국민이 잊기를 바랄 수 있다. 그럼에도 국민은 8년 전 일을 기억하듯, 현재의 일도 기억할 것이다. 기억상실에 걸린 건 누구인가. /서예진기자 syj@metroseoul.co.kr

2026-05-10 14:36:21 서예진 기자
기사사진
[기자수첩] AI 활용은 늘었는데 일손은 그대로

"AI 도입으로 업무 효율을 높였다." 최근 기업들이 가장 자주 내세우는 표현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과 AI 에이전트 도입이 확산하면서 기획서 작성, 번역, 고객 응대, 코딩, 콘텐츠 제작까지 AI 활용 범위도 빠르게 넓어진다. 기업들은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말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AI를 써도 일손은 줄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분명 AI는 강력한 도구다. 초안 작성 속도는 빨라졌고 반복 업무 부담도 줄었다. 하지만 업무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AI가 만든 결과물을 사람이 다시 검수하고 수정하는 과정이 새롭게 추가됐다. 생성형 AI 특유의 '그럴듯한 오류'도 문제다. 틀린 정보를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 환각(할루시네이션) 현상은 여전히 반복된다. 결국 실무자는 AI가 작성한 문장과 데이터, 출처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 "AI가 대신 일한다"기보다 "AI가 만든 결과물을 사람이 책임지는 구조"에 가까운 셈이다. 업무 강도 역시 기대만큼 줄지 않는다. AI 덕분에 작업 속도가 빨라지자 기업들은 더 많은 결과물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과거 하루에 하나 만들던 보고서를 이제는 여러 개 처리하고, 콘텐츠 역시 더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이 생산해야 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생산성이 높아진 만큼 업무 기대치도 함께 올라간 것이다. 특히 콘텐츠 업계와 IT 업계에서는 이런 변화가 두드러진다. 개발자는 AI 코딩 도구를 활용하는 만큼 더 빠른 개발 속도를 요구받고, 기자와 마케터 역시 AI를 활용해 더 많은 결과물을 생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효율화가 곧 노동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다. 문제는 많은 기업이 AI 도입 자체를 성과처럼 여긴다는 점이다. 실제 현장에서 업무 부담이 얼마나 줄었는지보다 "우리도 AI를 쓴다"는 상징성에 집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AI가 업무 혁신 도구인지, 단순한 비용 절감 압박 수단인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AI 흐름 자체를 거스를 수는 없다. 산업 전반이 AI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도 분명한 현실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AI 도입 속도가 아니라, 그 기술이 실제로 사람의 일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하느냐다. AI는 이미 충분히 빠르게 현장에 들어왔다. 이제는 "무엇을 더 자동화할 것인가"보다 "사람의 부담을 실제로 덜어주고 있는가"를 고민할 시점이다.

2026-05-07 16:01:43 최빛나 기자
기사사진
[기자수첩]메모리 호황의 그늘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에 드리운 '칩플레이션'의 그림자가 예상보다 짙어지고 있다. AI 시대 최대 수혜 분야로 꼽히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이 되레 스마트폰 사업 수익성을 갉아먹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보였다. 갤럭시 S26 시리즈 흥행으로 판매량 자체는 선방했으나 급등한 메모리 가격이 수익성을 압박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이어지는 동안 메모리칩 가격 강세 역시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와 소비 심리 위축 속에서는 제품 가격 인상도 쉽지 않은 분위기다. 경쟁사인 애플 조차 아이폰 신제품 가격 동결 가능성이 거론될 정도로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는 높아진 상태다. 삼성전자가 꺼내 든 카드는 제품 믹스 개선과 신규 폼팩터 확대다. 갤럭시 S26 울트라 등 고가 모델 판매 비중을 늘리고 폴더블 제품군 확대를 통해 평균판매단가(ASP)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기존 폴드·플립 시리즈를 넘어 '와이드 폴드' 형태의 신규 폼팩터까지 준비 중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AI 스마트 글래스 등 새로운 디바이스 시장 진출 가능성도 언급된다. 특히 폴더블폰은 삼성 입장에서 단순한 혁신 제품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상대적으로 높은 판매 가격을 형성할 수 있는 데다 원가 구조 측면에서도 일반 바형 스마트폰 대비 수익성 방어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시장 환경은 녹록지 않다. 삼성이 사실상 독주하던 폴더블폰 시장에는 애플 진입 가능성이 본격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화웨이·모토로라·구글 등 중국 및 글로벌 업체들까지 경쟁에 뛰어들면서 시장 주도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결국 삼성전자가 넘어야 할 과제는 단순히 스마트폰 판매량 확대가 아니다. AI 시대 들어 급변한 원가 구조 속에서 하드웨어 중심 사업 모델만으로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해야 하는 시점에 가까워지고 있다. 결국 칩플레이션 시대에 삼성전자가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신제품이 아니라, 원가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을 새로운 사업 구조일 것이다. /차현정기자 hyeon@metroseoul.co.kr

2026-05-06 14:46:54 차현정 기자
[기자수첩]차세대 배터리 전쟁의 시간, 우리에겐 얼마나 남았나

지난달 21일, 중국 베이징. CATL이 '수퍼 테크데이' 행사장에서 꺼내 든 숫자는 우리 배터리 업계를 얼어붙게 했다. 10%에서 80%까지 단 3분 44초. 완충에 가까운 98%까지도 6분 27초. 영하 30도 혹한에서도 10분 안에 충전이 끝난다. 거기에 반고체 수준의 신형 배터리를 탑재한 세단은 한 번 충전으로 최대 1500km를 달릴 수 있다. "한마디로 공포였습니다" 국내 배터리 업계 한 전문가가 솔직하게 털어놓은 말이다. 기술 격차만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한중간의 격차가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숫자는 냉정하다. 올해 1~2월 중국을 제외한 미국·유럽 등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은 28.3%로 전년 동기 37.1%보다 8.8%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CATL과 BYD의 합산 점유율은 36.7%에서 44.2%로 7.5%포인트 상승했다. 판이 기울었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이미 판 자체가 엎어졌다. 뒤집어진 판에서 한국업체들이 꺼내 든 반격 카드는 전고체 배터리다. 삼성SDI는 최근 인터배터리 전시회에서 전고체 브랜드 '솔리드스택'을 공개하고 내년 하반기 휴머노이드 로봇용 소형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전고체가 시장 주도권을 바꾸려면 얼마나 걸릴까. 업계 안팎의 답은 한결같다. 지금부터 최소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양산 자체도 이제 막 시작 단계인데 초기에는 가격이 너무 높아 일부 프리미엄 모델과 로봇에나 쓰일 것이다. 그나마 숨통을 틔워주는 건 미·중 갈등이다. 미국과 유럽이 중국 배터리를 밀어내면서 한국 기업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지정학이 기술 격차를 메워주진 않는다. 외부 환경에 기댄 생존 전략에는 유효기간이 있다. 배터리는 반도체와 함께 한국 제조업의 마지막 보루다. 그 보루가 흔들리고 있는데 산업 현장에서는 정작 정부 손길이 닿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높다. 연구개발 세액공제 확대, 핵심 광물 공급망 확보, 차세대 배터리 국가 R&D 로드맵 수립 등 말은 무성했지만 속도가 없다. 기업이 뛰는 동안 정부는 제자리걸음이다. 중국이 국가 자본과 정책을 총동원해 배터리 생태계를 키우는 동안, 우리 기업들은 홀로 버텨왔다. 그 한계가 지금 점유율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기업 하나의 기술력으로 국가 대 국가의 싸움에 이길 수는 없다. 시간이 부족하다. 국가가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원관희기자 wkh@metroseoul.co.kr

2026-05-05 12:55:17 원관희 기자
[기자수첩] 프라다를 입은 악마에게 묻는 조직윤리

지난 2006년 개봉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속편,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가 공개된다. 20년 전 영화지만 대중은 여전히 편집장 '미란다'의 카리스마와 비서 '앤디'의 화려한 변신을 추억한다. 유명 패션잡지 런웨이를 배경으로 치열한 커리어의 세계를 그린 이야기 속에서 정작 오늘날 관객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또 다른 비서 '에밀리'의 얼굴이다. 에밀리는 파리 패션위크를 목표로 버티고 있지만 패션에는 관심 없다던 굴러들어온 돌 앤디가 그 기회를 빠르게 차지한다. 에밀리는 '나는 내 일을 사랑해'라고 외치며 조직의 가치관을 내면화하는 데 비해 앤디는 조직을 수단으로 여긴다. 결국 앤디는 런웨이를 떠나며 미란다 비서 출신이라는 명성을 활용해 원하는 곳으로 도약한다. 이때 영화 제목은 현실의 문장으로 다시 읽힌다. 악마'가' 프라다를 입는다. 영화 밖 실제 상황도 종종 그렇게 흘러간다. 앤디의 서사가 영리한 이직 성공 사례가 된다.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에밀리들은 대체 가능한 소모품으로 격하되곤 한다. 앤디는 파리 출장을 가로챈 미안함을 명품 옷 몇 벌로 표현하고 에밀리의 입꼬리가 씰룩이는 장면이 연출된다. 에밀리가 원하는 것은 물질보다 자신이 쏟은 열정에 대한 인정과 성취였을 테지만, 노력과 결과가 어긋난 순간을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 사회 역시 본질적인 갈등을 소모품적 보상으로 봉합하고 있지는 않는지 되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 5월에는 각종 기념일이 있어 연휴가 이어지는 동시에, 휴무를 가능하게 하는 필수 근로 또한 뒷받침되고 있다. 이러한 노동의 비대칭성이 불합리한 것은 아니다.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경제 선순환을 위해 누군가는 일해야 하며 남들이 쉴 때 두 배로 뛰어아 하는 직군도 존재한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현장 사수는 기회를 쫓아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된 앤디들이 아니라 자기 자리에 뿌리 내린 에밀리들의 몫이라는 점이다. 문제는 존중 결핍이다. 조직이 효율성에 중점을 두는 것은 숙명이지만 그 과정에서 사람에 대한 예의를 놓치고 있지는 않는가 다시금 짚어본다. 떠난 앤디와 남은 에밀리는 모두 K직장인의 단면이다. 프라다 뒤로 보이지 않는 근로의 소외를 정당화하지 않는 것이 20년 만에 다시 만날 악마들에게 요구해야 할 최소한의 조직 윤리다.

2026-04-29 13:53:17 이청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