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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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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산업이 계급을 가르는 시대

한 명품관 직원이 허름한 점퍼 차림의 손님을 무시한다. 그러나 점퍼 안쪽에서 SK하이닉스 로고가 드러나자 태도는 곧바로 바뀐다. "하이닉스느님?" 쿠팡플레이 'SNL코리아'의 한 장면이 화제다. SK하이닉스 직원이 하나의 밈처럼 소비되는 것은 단순히 성과급이 역대급으로 예상되기 때문만은 아니다. SK하이닉스 로고가 더 이상 회사명이 아니라 보상의 크기를 짐작하게 하는 상징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같은 직장인이라도 어느 산업, 어느 회사에 들어갔느냐에 따라 삶의 수준, 이른바 '급'이 달라지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기업이 성과를 낸 만큼 임직원에게 보상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그 격차가 개인의 노력 차이로만 설명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인공지능 수요와 반도체 호황은 일부 산업에 막대한 보상을 몰아주고 있다. 반대로 다른 산업의 노동자는 비슷한 시간을 일해도 그만한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청년들에게 취업은 더 이상 직무 선택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산업의 호황에 올라타느냐가 커리어의 출발선을 가르는 문제가 됐다. 개발자든 사무직이든, 직무가 같아도 반도체·AI처럼 돈이 몰리는 산업에 있느냐에 따라 보상과 평판은 달라진다. '하이닉스느님'이라는 농담이 마냥 가볍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직무보다 산업, 노력보다 시장의 파도가 개인의 몸값을 먼저 결정하는 사회의 단면이기 때문이다. 격차를 모두 없앨 수는 없다. 없애는 것이 정답도 아니다. 그러나 격차를 줄일 기회가 줄어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산업 간 이동이 어려워지고, 재교육의 기회가 부족하고, 중간 수준의 일자리가 약해지면 격차는 곧 계급이 된다. 격차가 커질수록 개인의 노력만으로 그 차이를 따라잡기 어렵고, 산업의 흥망이 개인의 삶까지 과도하게 좌우하는 구조로 굳어지기 쉽다. 성과는 정당하게 보상받아야 한다. 다만 산업의 호황이 일부에게만 계층 이동의 기회로 작동하고, 그 밖의 일자리에서는 삶의 전망이 희미해지는 구조는 경계해야 한다. 직무 전환 교육과 산업 이동 지원, 중간소득 일자리 보호가 더 촘촘해져야 하는 이유다. SNL의 장면이 던진 질문은 가볍지 않다. 우리는 여전히 개인의 노력으로 올라갈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성과급보다 더 크게 봐야 할 것은 한 기업의 호황이 아니라, '산업의 격차가 개인의 미래를 어디까지 갈라놓고 있는가'이다.

2026-04-28 14:33:02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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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대차, 차이나드림 '분골쇄신' 해야…故 정주영 회장 '적당히는 없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 변화는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세계 자동차 시장의 흐름은 전기차 출시 전후로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전기차는 전기모빌리티·자율주행 등과 결합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전시회인 '오토차이나'는 전기차 시대의 글로벌 지형을 확인할 수 있는 한편,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현주소를 진단할 수 있다. 지난 24일 개막한 오토차이나는 말 그대로 전동화와 자율주행 기술의 가파른 성장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우리 나라 대표 기업인 현대차·기아가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는 이유도 명확했다. 단순히 과거 사드 사태로 인한 판매량 감소로 판단하면 큰 오산이다. 10년전과 비교하면 지리자동차그룹, BYD, 상하이자동차, 체리자동차, 샤오미 등 중국 현지 자동차 기업들이 보유한 기술 수준은 눈에 띄게 성장했다. 베이징 현장에서 만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내연기관 시절에는 독일차 일본, 한국 순으로 중국 브랜드보다 높은 기술력을 선보였다"면서 "전기차 시대에 현대차는 중국 브랜드보다 낮게 평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현대차·기아가 중국 시장에 전기차를 출시한다고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성공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중국 기업의 성장은 무서울 정도다. BYD는 글로벌 전기차 1위 업체로 성장했으며 지리자동차를 비롯해 자율주행 업체들은 로보택시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현대차는 이번 오토차이나에서 정주영 창업회장의 정신을 강조하며 아이오닉 브랜드 런칭과 아이오닉 V로 중국 시장 공략을 선언했지만 중국 기업을 넘어서는 전략과 기술은 보이지 않았다.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BMW와 아우디, 롤스로이스, 페라리, 람보르기니 출신의 유명 디자이너를 영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의 '디자인 차별화' 전략이 통할지 의문이다. 현대차가 2018년 평창에서 선보인 자율주행차를 체험할 당시만해도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을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지만 8년이 지난 현재도 그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가 다시 한번 차이나드림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분골쇄신의 자세로 미비점을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 고 정주영 창업회장이 강조한 '적당히라는 그물 속에서 오직 운만을 바라는 인간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말을 되새겨야 할때다.

2026-04-27 16:23:10 양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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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반도체 초격차의 역설…변수는 ‘사람’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예고를 둘러싼 시선은 생산 차질과 공급망 영향에 쏠려 있다. 그러나 사안을 단순히 '라인 가동' 문제로만 보는 접근은 부족하다. 첨단 산업일수록 인력 변수가 더 크게 작동하는 역설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갈등의 출발점은 성과급 체계다. 회사는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을 유지한 채 특별 포상 등 추가 보상안을 제시했다. 반면 노조는 일회성 보상이 아닌 제도 개편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쟁점은 지급 규모보다 보상 방식과 기준에 대한 신뢰에 가깝다. 갈등은 반도체 경쟁의 축 변화를 드러낸다. 과거 산업을 지배한 것은 설비와 공정이었다. 더 미세한 공정과 더 많은 생산능력이 경쟁력을 좌우했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사람의 개입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도 뒤따랐다. 하지만 AI 반도체 경쟁은 다른 양상을 보인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차세대 공정은 설계·공정·패키징이 동시에 맞물리는 구조다. 특정 엔지니어의 숙련도와 조직의 협업 수준이 수율과 성능, 납기 대응까지 좌우한다. 같은 설비를 갖추고도 결과가 갈리는 이유다. 경쟁이 심화될수록 인력 변수의 영향력도 커진다. 설비는 투자로 확보할 수 있지만, 공정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성과로 연결할 조직과 인력은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렵다. 인력 확보와 유지, 조직 운영 방식이 곧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삼성전자의 사업 구조는 갈등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시스템반도체를 동시에 운영하는 체계에서 사업부 간 실적 편차는 불가피하다. 격차는 보상 기준을 둘러싼 갈등으로 이어지고, 성과급 논쟁은 특정 사업부를 중심으로 확산되며 조직 내부 균열로 번지고 있다. 유사한 흐름은 업계 전반에서도 감지된다.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핵심 인력 확보와 유지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배경이다. 설비 투자 경쟁과 함께 인재 경쟁도 동시에 격화되고 있다. 결국 반도체 산업은 또 다른 전환점에 서 있다. 공정은 최첨단으로 진화하고 있지만, 불확실성은 인력과 조직에서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갈등을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기술 경쟁력의 방향도 달라질 수 있다. AI 시대 반도체 경쟁의 변수는 더 이상 공정만이 아니다.

2026-04-26 16:42:39 구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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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업계의 '수수료' 갈등

수수료는 누군가의 수익이자, 누군가의 비용이다. 수익을 지키려는 측과 비용을 낮추려는 측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다. 최근 금융업계에서는 수수료 갈등이 업권을 가리지 않고 확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게 카드사와 주유업계다. 주유업계는 최근 카드사에 수수료율을 1.5%에서 1.0%로 인하해 줄 것을 요구했다. 고유가로 결제액이 커지면서 주유업계 카드수수료 부담이 증가하면서다. 비용을 줄이겠다는 움직임이다. 카드사는 즉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주유의 경우 결제금액이 확대될 경우 카드사 비용도 함께 늘어난다는 것. 주유 결제액이 많아지면서 포인트·할인 비용이 함께 커지고 있다는 논리다. 수수료 갈등은 저축은행과 핀테크 업계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은 핀테크 업계의 대출 중개수수료 인하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저축은행 쪽은 핀테크 업계의 대출 중개수수료 인하가 대출 금리 인하로 이어져 서민들의 금리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역시 핀테크 업계는 반발하고 나섰다. 수수료 인하가 대출 금리 인하로 이어질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수수료 인하로 핀테크 업계가 위축되면 서민들의 자금 대출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비용을 낮추려는 측과 수익을 지키려는 측의 팽팽한 신경전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은 최근 더 격화되는 양상이다. 업계가 수익성 악화 속 비용 절감 압력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카드사의 수익은 2조3602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2300억원 가량 줄어 들었다. 저축은행 업권도 지난해 79개 저축은행의 순이익이 4168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이익 대부분이 상위 1~2개사에 집중됐다.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수익성 악화를 겪는 저축은행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때일수록 '상생'의 가치를 돌아봐야 한다. 각 업권이 자신의 이익만을 우선시하며 갈등이 격화되면 사회 전체의 비용은 오히려 증가한다. 이를 막기 위해선 금융당국의 역할도 불가피하다. 고통 분담을 업계에만 맡긴 채 갈등을 방치해선 안된다. 상생이 가져오는 효용은 생각보다 크다.

2026-04-22 16:01:50 안재선 기자
[기자수첩] 장애가 소음이 될 때, 인권은 죽어간다

새벽 1시 자폐 성향이 있는 21세 아들의 "돈가스가 먹고 싶다"는 말에 외투를 챙겨 입고 아들과 식당으로 향한 김창민 영화감독은 그 날 차디찬 아스팔트 위에서 생을 마감했다. 최근 세간을 분노케 한 '영화감독 김창민 씨 사망 사건'은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장애가 있는 아들이 내는 소리에 "조용히 시키라"며 시작된 시비는 6대 1의 집단 폭행으로 번졌고, 아버지는 끝내 뇌사 판정을 받은 뒤 4명에게 장기를 기증하며 세상을 떠났다. 이날 현장의 공권력은 무능했다. 출동한 경찰은 피투성이가 된 피해자를 앞에 두고도 가해자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하지 않았다. 심지어 아들을 지키려 나이프를 들었던 아버지의 절박한 방어기제만을 보고 사건을 '쌍방 폭행'으로 규정했다. 경찰의 초동 수사가 가해자의 폭행 횟수를 '20여 회'에서 '3회'로 축소 보고하는 동안, 가해자들은 거리를 활보하며 자신의 폭력을 미화하는 힙합 곡까지 발표했다. 뒤늦게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이들은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사과문을 읽으며 "유족의 연락처를 몰라 사과를 못 했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진정으로 용서를 구하고 싶었다면, 변호사를 통해서라도 얼마든지 연락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사건의 밑바닥엔 장애를 향한 차가운 시선이 깔려 있다. 발달장애인의 돌발 행동을 배려의 대상이 아닌 '소음'으로 본 결과가 집단 폭행의 시작이었다. 비장애인의 소란에는 관대하면서 장애인의 행동에는 유독 엄격한 우리 사회의 낮은 인권 감수성이 빚어낸 참사다. 사법 시스템도 가해자의 편이었다. 경찰이 초동 수사에서 '쌍방' 프레임을 짜버렸고, 오히려 유족이 직접 CCTV를 뒤지며 증거를 모아야 했다. 수사기관의 안일함과 법원의 기계적 영장 기각이 결합될 때 법은 약자의 방패가 아니라 가해자의 은신처가 된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 김 감독은 생전 경찰 인권영화제에서 상을 받았을 만큼 인권에 각별했던 영화인이었다. 그런 그가 정작 가장 인권이 무너진 현장에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지독한 역설이다. 검찰의 재수사가 시작됐다. 우리는 이 사건을 결코 쉽게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 처벌 결과는 단순히 한 범죄자의 단죄를 넘어 우리 사회가 장애인 가족의 삶을 어떻게 대우하는지 결정짓는 척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2026-04-22 10:06:59 신원선 기자
[기자수첩]은행과 인공지능(AI)

은행들이 인공지능(AI) 활용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챗봇, ARS 등 고객 상담에만 제한적으로 사용됐던 AI는 대출 심사나 상품 추천까지 그 영역을 확대했다. 은행원이 맡았던 각종 업무들이 AI에게 넘어가면서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도 AI를 마주할 일이 많아졌다. 은행권은 모든 산업을 통틀어 AI 도입이 가장 활발한 분야 중 하나다. 국내 은행들이 AI 도입에 속도를 내는 것은 비용 효율화 때문이다. 디지털금융의 보급으로 점포 운영의 효율성은 낮아졌고, 금리 인하나 대출 규제 등을 이유로 기존 수익 구조가 흔들리면서 운영 비용을 절감하는 방향으로 수익성 개선 전략을 설정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완성도가 떨어지는 AI를 소비자 업무에 도입하면서 소비자들이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은행권에서 챗봇, ARS 등에 활용하는 AI는 챗GPT, 제미나이 등 상용 생성형 AI와 비교해 성능이 뒤쳐진다. 망분리 규제에 따라 기존 상용 모델 도입이 제한적인 만큼 자체 개발 모델을 활용하고 있어서다. 해당 AI 모델들은 앱 기능 연결, 상품 설명 이외의 기능 정도만 제공할 수 있으며, 답변의 정확도도 떨어진다. 고객의 체험도 나빠질 수밖에 없다. 금융소비자들은 금융업을 전문적인 서비스업으로 인식한다. 은행원은 고객에게 금융상품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고, 고객이 상품에 대해 충분히 이해했는지 확인한다. 고객은 마주앉은 은행원이 복잡한 절차와 상품에 대한 책임을 공유한다고 믿는다. 고객 요청에 대한 '피드백'이 불충분하며, 때때로 부적절한 답변을 내놓는 AI에 소비자들이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다. AI는 시행착오를 겪고 이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성능이 향상된다. 그러나 불편을 겪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은행들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불편을 소비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미완성 AI'의 도입이 늘어날 수록 은행을 향한 신뢰도 저해될 수밖에 없다. '신뢰의 산업'인 은행업에는 치명적이다. AI의 도입은 거스르기 어려운 흐름이다. 은행의 수익성 개선과 비용 효율화는 소비자의 금융비용 절감으로도 이어진다. 은행과 소비자 모두에게 이로운 '윈-윈(Win-Win)'이다. 그러나 소비자의 불편함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은행들은 미완성의 인공지능을 각종 업무에 경쟁적으로 도입하기보다, 소비자들이 편안함을 느끼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기존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더 힘써야 할 시기다.

2026-04-21 15:42:55 안승진 기자
[기자수첩] 삼천당제약, 시장이 원하는 건 해명이 아닌 신뢰

118만4000원과 48만5500원. 최근 한 달 기준 삼천당제약의 고점과 저점이다. 지난달 30일 장중 120만원을 돌파한 뒤 2거래일 연속 급락하면서 이틀 동안에만 시가총액 약 10조원이 증발했다. 지난 1월까지 20만원대였던 삼천당제약의 주가는 3월 들어 120만원까지 널뛰기를 했다. 단숨에 주가가 불어나면서 코스닥 시가총액 1위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8거래일 만에 시가총액 4위로 다시 밀려났다. 결과적으로 삼천당제약이 '황제주'(주당 100만원 이상)를 유지했던 기간은 단 4거래일에 불과하다. 삼천당제약의 주가가 종잡을 수 없는 흐름을 보인 이유는 '기술' 때문이다. 앞서 삼천당제약은 미국 파트너사와 15조원 수준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해지면서 기대감이 확대됐다. 하지만 삼천당제약이 내놓은 호재성 공시에는 경구용 비만·당뇨치료제와 관련해 약 1억달러(약 1470억원) 규모의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과 향후 판매 수익의 90%를 받는 독점계약을 미국 파트너사와 체결했다고만 적히면서 시장의 불신이 발생했다. 파트너사의 정보에 대해서도 완전 비공개 태도를 보이면서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삼천당제약 최대주주인 전인석 대표는 2500억원 수준의 주식 매각 계획을 밝혔다. 논란이 불거지면서 대규모 지분 매각(블록딜) 계획 철회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시장의 신뢰는 한풀 꺾였다. 더불어 한국거래소가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를 내리면서 힘이 더 실린 모양새다. 주목되는 점은 일부 증권사와 애널리스트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삼천당제약의 경구용 비만·당뇨 제네릭 의약품과 관련한 추가 임상 필요성을 제기하자 삼천당제약은 허위 사실에 대한 고소와 손해배상 청구를 거론했다. 사실상 부정적인 의견을 막으려는 과잉 대응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럼에도 바이오 기업들의 보수적인 대응은 불가피한 숙제다. 특허가 빛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고, 기술이 등록되기 전까지는 철저히 벽을 세울 수밖에 없다. 다만 그들의 기술력을 믿고, 당장 실체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투자해야 하는 투자자들에게는 비공개의 정도가 매우 중요할 것이다.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아무리 중요한 사안이라고 해도 시장의 신뢰까지 비공개할 수는 없다. 투자자들이 원하는 것은 막연한 기술 기대감이 아니라 그 기대를 정당화할 수 있는 설명과 근거다. 기대를 키운 만큼 의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혁신은 곧 불신으로 바뀐다. 삼천당제약이 지금 증명해야 할 것은 기술의 가능성이 아니라 시장이 믿을 수 있는 신뢰의 근거다. /신하은기자 godhe@metroseoul.co.kr

2026-04-20 14:31:02 신하은 기자
[기자수첩] 생리대는 선택재 아닌 필수재…일회성 할인은 그만

생리대 가격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유통가는 대규모 할인과 초저가 PB 출시로 응답한다. 하지만 행사가 끝나면 가격은 제자리로 돌아간다. 이제는 '이벤트성 인하'가 아니라 가격 투명성·품질 기준·세제 개편까지 포함한 구조적 해법이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의 생리대 가격 언급 이후 유통업계의 대응은 두 축으로 나뉘었다.하나는 대형마트와 편의점 중심의 할인 경쟁, 다른 하나는 PB 생리대 확대다. 이마트·롯데마트·GS25·CU 등은 최대 70%대 할인이나 1+1 행사 등을 통해 소비자 유입을 늘리고 있고, 쿠팡·다이소·홈플러스 등은 100원 안팎의 초저가 PB 상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가격 기준선을 낮췄다. 특히 PB는 제조사 브랜드(NB)에 대한 가격 견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문제는 '지속성'이다. 할인 행사는 본질적으로 기간이 정해진 마케팅 수단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행사 기간이 지나면 다시 높은 가격을 감내해야 한다. PB 역시 초기 화제성 이후 안정적인 공급과 품질 신뢰를 확보하지 못하면 시장에 뿌리내리기 어렵다. 결국 지금과 같은 단편적 대응만으로는 가격 구조 자체를 낮추는 데 한계가 명확하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대형 유통사가 PB 생리대와 탐폰을 적극적으로 출시하며 '저가 기준 가격'을 형성해왔다. 여기에 정부의 세제 개편이 결합되면서 가격 부담을 실질적으로 낮췄다. 특히 일부 국가는 월경용품을 생활필수품으로 분류해 세금을 면제하거나, 나아가 공공 차원의 무상 제공까지 확대하고 있다. 즉 시장 경쟁과 정책 개입이 동시에 작동할 때 가격 안정 효과가 나타난다는 의미다. 따라서 정책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 주요 생리대 제품의 원가 구조와 유통 마진, 가격 변동 이력 등을 일정 수준 공개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 규제를 넘어 시장 신뢰를 높이는 장치가 될 수 있다. 또 저가 PB 제품이 확대될수록 안전성과 품질에 대한 국가 차원의 관리 체계가 중요하다. 가격 경쟁이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면 정책의 취지가 무색해지기 때문이다.아울러 월경용품을 명확한 필수재로 규정하고 세제를 개편하는 것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생리대는 선택재가 아니라 필수재인 데다, 소비자 체감 가격을 가장 직접적으로 낮출 수 있는 수단이다. 일회성 할인 이벤트를 넘어, 지속 가능한 가격 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 논의가 속히 이뤄지길 바란다.

2026-04-16 16:19:53 신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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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미토스가 던진 경고

금융권의 생성형 인공지능(AI) 도입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상담 챗봇부터 이상거래탐지(FDS), 대출심사, 내부 업무 자동화까지 AI는 금융의 효율을 높이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미국 AI기업 엔트로픽이 공개한 차세대 모델 미토스는 금융권 AI 양면성을 다시 일깨웠다. 미토스는 복잡한 소프트웨어 구조를 스스로 분석해 숨어 있는 보안 취약점을 찾고, 침투 가능 경로까지 설계할 수 있다. 과거 해커가 수주에서 수개월 걸려 찾던 시스템의 약점을 AI가 훨씬 짧은 시간 안에 찾아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미토스는 보안 취약점을 찾아주는 순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악의적 공격 주체가 이를 활용할 경우 금융사의 시스템 구조를 빠르게 분석하고, 기존보다 훨씬 정교한 해킹 시나리오를 짤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리스크로 꼽힌다. 특히 금융권은 계좌이체망, 카드 승인 시스템, 인터넷뱅킹 등 복잡한 레거시 시스템 비중이 높아 작은 허점 하나도 대규모 정보 유출이나 전산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에는 해커가 오랜 시간에 걸쳐 시도해야 했던 공격이 AI를 통해 훨씬 빠르고 정밀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이제 AI를 얼마나 빨리 도입할지보다, 얼마나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 생성형 AI가 업무 효율을 높이는 것은 분명하지만, 데이터 접근 권한 관리, 내부망 분리, 외부 AI 활용 기준,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등 기본적인 통제 장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혁신은 오히려 새로운 불안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은 신뢰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산업이다. 한 번의 보안 사고는 단순한 전산 장애를 넘어 고객 불안과 시장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AI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지만, 속도에만 매몰돼 안전장치 마련을 뒤로 미뤄서는 안된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앞서가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흔들림 없이 갈 수 있느냐다. 금융권이 지켜야 할 것은 기술 경쟁의 우위가 아니라 고객의 신뢰라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다.

2026-04-16 13:37:25 나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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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짐승도 사람도 '응징 본능'

무력 사용은 보복을 부른다. 보복은 다시 피의 보복 등으로 반복된다. 이 공식은 세렝게티나 아마존에 서식하는 맹수들 간에도 작동한다. 10년 전쯤이다. 사자 두 녀석이 점박이하이에나 단 한 마리와 대적하는 장면이 한 SNS 영상에 담겼다. 이례적이다. 보통 하이에나 대여섯 이상이 암사자 한둘을 에워싸고 공격하는 장면을 봐 왔기 때문. 우선 두 수사자의 상대진영 급습에 하이에나 떼는 혼비백산했다. 그러나 줄행랑에 실패한 한 마리. 처절하게 버텼지만 끝내 죽임 당하고 만다. 동영상 해설에 따르면 형제의 복수극이었다. 사건에 앞서 사자 무리 암컷과 새끼들이 공격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서로의 숨통을 끊고 영역을 넓히려는 사자와 하이에나 간 대립은 인간계와 닮아 있다. 돌연 벌집을 쑤셔 놓은 미국과 이스라엘. 상대는 중동의 맹주 이란이다. 휴전이라 하지만 사태가 변곡점을 지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이 판국에 그나마 다행이라 여겨지는 대목이 있다. 이란에 당한 서아시아 주변국들이 잘 참아 내고 있는 것. 아랍에미리트·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 등이 반격을 감행했다면 파국의 한복판 중 꼭대기로 치달을 뻔했다. 물론 그럴 개연성이 싹 사라진 건 아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가 트럼프 대통령의 언어를 신뢰할 리 없다. 뒤통수를 이미 세게 얻어맞은 상황. 백악관은 전쟁발발 이후에도 표리부동의 행태를 보여 왔다. 하메네이 제거로 임무는 끝났다던 미국. 이후 호르무즈 봉쇄에 전 세계가 유가 폭등 직격탄을 맞고 다시 전쟁을 한 달이나 넘겨, 꺼내 든 협상카드는 농축 우라늄. 그간 이란 및 레바논 전역에 미사일을 난사한 까닭이 온전히 핵개발 억제 때문이었나. 트럼프는 이미 전쟁에서 이겼다고 자평한다. 하지만 그도 역시 공군력만으로 이란 제압하기란 불가능하단 걸 잘 알 터. 이스라엘 역시 인구가 자국의 열 배나 되는 이란을 포격·공습만으로 상대하기엔 역부족. 네타냐후 총리 입장에선 미군을 등에 업은 이때야말로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어쩌면 직간접의 중동전쟁 당사국 중 지상군 투입작전을 가장 바라는 쪽일지도 모른다. 백악관은 자화자찬을 지속할 자유가 있다. 단, 지상전 계획만큼은 접은 뒤에. 미·이스라엘 육군의 이란 영토 진입은 대갚음을 부르고 테러 등의 불씨를 키운다. 걸프국가들이 괜스레 두들겨 맞고도 참는 데엔 다 이유가 있다.

2026-04-14 15:56:24 김연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