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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세종 내려갔더니 더 밑으로

현재의 금융위원회(금융위)는 과거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에서 이명박 정부 때 바뀐 명칭이다. 그런데 금융감독원(금감원)의 명칭은 유지됐다. 또 재정경제부(재경부)가 기획재정부(기재부)로 변경되는가 하면 지식경제부(지경부)라는 부처도 생겨났었다. 이를 둘러싸고 당시 말들이 꽤 많았다. 이재명 정부 들어 다시 정부 조직개편 논의가 한창이다. 금융위가 금감위로 돌아가고 기재부는 둘로 쪼개질 모양이다. 또 '기후에너지환경부'라는 부처가 신설된다. 세종시엔 지금 뒤통수 맞았다는 얘기들이 나돈다. 기대했는데 대선 공약에 일언반구도 없던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그중 으뜸은 해양수산부(해수부)다. 대통령실의 뜻에 따라 세종에서 부산으로 이전해야 한다. 해수부의 한 과장급 직원은 청사 이전설이 불거진 이후 타 부처로 옮겼다. 이 직원의 배우자 역시 정부세종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인 관계로 이른바 이산가족이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과장급의 부처 간 인사 이동은 흔치 않은데 보직(과장)을 포기하면서까지 타 부처 서기관으로 이미 이직를 완료했다. 다른 한 해수부 직원은 경기 북부의 자택과 세종 청사를 10년 넘게 오가고 있다. KTX를 이용한다. 경기도에 있는 가족들 때문에 세종 이사를 미뤄 왔는데 이제는 서울-부산 왕복까지 하게 됐다며 하소연했다. 형평성 문제도 대두된다. 해수부가 산하기관들 몰려 있는 부산에 가야 한다면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는 전남 나주로 가는 게 맞다는 논리다. 나주혁신도시에는 농어촌공사와 농수산식품유통공사 본사가 위치해 있다. 보건복지부도 국민연금공단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각각 자리한 전주, 원주로 이전해야 하고. 사실 일반 국민은 관심이 별로 없다. 농식품부 명칭만 해도 농림부, 농수산부 등으로 각자 알아서 편히 부른다. 관련된 당사자들의 고충은 그들이 감내해야 할 몫이라는 게 씁쓸하다. 다만 부처 개편이 서둘러야 할 문제인지 따져 볼 필요는 분명 있다. 검찰 개혁과는 엄연히 다른 사안이다. 또 국민들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되지도 않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일할 능력이 있음에도 '그냥 쉬었다'는 30대 인구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들의 비경제활동에는 여러 까닭이 있겠지만 국내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방증일 수 있다. 정부 예산이 시급히 투입돼야 할 곳은 따로 있어 보인다.

2025-09-23 15:37:15 김연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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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상 초유 해킹 사태 속 국민은 어디로

대규모 해킹이 잇따라 터지면서 국민이 불안 속에 내몰리고 있다. SK텔레콤의 유심 해킹, KT의 펨토셀 해킹, LG유플러스의 해외 해킹 조직 공격 의혹까지, 사실상 통신 3사가 모두 뚫린 셈이다. 공통적으로 드러난 건 기술적 허점만이 아니다. 기업은 '조사 중', '정황 없음'이라는 무책임한 발표로 시간을 끌었고, 정부는 '자료 제출 요구' '자진신고 권고'라는 소극적 조치에 그쳤다. 이 사이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문제는 구조다. 기업은 해킹 의혹이 제기되면 고객 보호보다 먼저 '법적 책임 최소화'에 몰두한다. KT의 사례처럼 서버를 조기 폐기하고 뒤늦게 로그 백업을 발견했다는 해명은, 결과적으로 피해자 입장에서는 '증거가 사라진 뒤에야 의혹이 불거진' 꼴이 된다. 규제 당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후에만 움직이고, 조사는 기업의 자진 보고에 기대는 방식이 반복된다. 책임은 늘 소비자의 몫으로 귀결된다. 이번 사건에서 피해자들은 계좌에서 뜻밖의 소액결제 내역을 확인하고서야 상황을 알았다. 그마저도 통신사의 공지는 늦었고, 정확한 피해 범위조차 수차례 정정됐다. 소비자들은 본인도 모르게 금전적 피해를 입고, 카드사와 경찰서, 통신사를 오가며 직접 피해를 입증해야 한다. 제도가 '피해자 중심'으로 설계돼 있지 않다는 사실이 명확히 드러난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로트러스트' '컨트롤타워 신설' 같은 선언적 구호가 쏟아지지만, 현장에서 소비자가 체감할 변화는 없다. ISMS-P 같은 보안 인증은 사고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되고, 피해자 구제는 각사 재량에 맡겨진다. 금융권과 연동된 결제 피해마저 소비자가 은행과 카드사, 통신사 사이에서 책임을 떠넘기는 핑퐁을 감내해야 한다. 결국 기술발달을 따라가지 못하는 제도와 기업의 안일한 대응이 국민을 무방비 상태로 내모는 셈이다. 통신사 해킹은 단순히 기업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전 국민의 일상, 금융, 안전망이 한순간에 흔들리는 국가적 사안이다. 그러나 지금의 제도는 피해자를 보호하는 장치가 아니라, 피해자를 방치하는 구조에 가깝다. 소비자가 감당할 수 없는 리스크를 짊어진 채 '알아서 조심하라'는 식의 대응이 계속된다면 같은 참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기업의 책임 회피와 정부의 미봉책을 넘어, 실질적이고 강제력 있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그렇지 않다면 통신망은 언제든 '열린 문'이 될 것이고, 대가는 애꿎은 국민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2025-09-22 16:04:16 김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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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검토만 있고 결단은 없다

KDDX는 여전히 검토만 무성하다. 그 사이 해군의 전력은 줄어들고, 협력사는 쓰러지고 있다. 결단 없는 시간은 곧 안보 공백으로 직결된다. 차기 한국형 구축함(KDDX) 사업이 또다시 발목이 잡혔다. 지난 2023년 12월 기본설계가 끝난 뒤로 1년 9개월, 이번에도 방위사업기획관리분과위원회 안건에서 빠졌다. 해군의 차세대 전력 핵심인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가 민간위원과 방사청의 시각차에 가로막혀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지연의 대가다. 광개토대왕급 구축함은 2028~2030년 설계수명을 다한다. 같은 시기 호위함과 초계함도 줄줄이 퇴역해 최소 6척 이상이 전력에서 빠진다. 신규 전력이 제때 채워지지 않으면 서·남·동해 어느 한쪽에서도 '최소 대응'조차 담보할 수 없다. 구축함은 원해 작전과 다층 방어 체계의 핵심이다. 이 공백은 곧바로 해상 통제력 약화로 직결된다. 해외 주요국은 지연의 대가를 몸소 치렀다. 영국은 Type 45 구축함이 늦어지자 노후 전력을 울며 겨자 먹기로 연장 운용했다. 미국은 줌월트급 차질을 메우려 알레이버크급을 추가 건조했고, 호주는 호바트급이 지연되자 애들레이드급 호위함을 개량해 긴급 투입했다. 결국 대안 없는 지연은 전력 약화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국내 업계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기본설계를 맡았던 HD현대중공업은 사업 장기화로 협력사들의 생존까지 위협받는 상황이다. "빠른 결단 없이는 내년으로 미뤄질 수밖에 없다"는 업계의 우려가 단순한 푸념이 아닌 현실적 위기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방사청과 민간위원들은 여전히 '수의계약이냐 경쟁입찰이냐'라는 절차 논쟁 속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명분과 형식 논쟁에 매달린 사이, 정작 해군의 시계는 멈추지 않고 흘러가고 있다. KDDX는 단순히 배 한 척의 문제가 아니다. 해상 전력, 방산 생태계, 동맹과의 작전 공조까지 걸려 있다. 하지만 현재의 논의는 "상생협력 방안 추가 검토"라는 말로 미뤄지고 있을 뿐이다. 방사청과 민간위원들은 끝없는 검토에만 매달리며 결단을 미루고 있지만 KDDX는 더 이상 탁상에서 시간을 흘려보낼 사안이 아니다. 그 사이 해군 전력은 빠르게 줄어들고, 협력업체는 버티기 힘들어지며, 국가 경쟁력은 잠식된다. 오늘의 무책임한 지연이 곧 내일의 안보 공백과 방산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더 늦기 전에 직시해야 한다. /이승용기자 lsy2665@metroseoul.co.kr

2025-09-21 12:27:45 이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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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AI 결제 전쟁, 속도보다 신뢰가 먼저다

구글 클라우드가 최근 공개한 '에이전트 페이먼트 프로토콜(AP2)'은 결제 시장을 뒤흔들 만한 선언이다. 사용자가 AI 에이전트에게 결제 권한을 위임하면 조건이 충족될 때 자동으로 결제가 실행되는 구조다. 신용카드와 계좌이체는 물론, 스테이블코인과 암호화폐까지 아우르는 범용 표준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마스터카드, 페이팔,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코인베이스, 유니온페이 등 60여 글로벌 기업이 협력에 참여한 사실은 이 시도가 단순한 기술 실험을 넘어 국제적 표준 경쟁의 서막임을 보여준다. 국내 기업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최근 AI 에이전트와 연계 가능한 결제 MCP와 툴킷을 선보였다. "송금해줘"라는 음성 명령으로 결제 링크를 생성하거나 취소, 상태 조회까지 가능한 초기 기능이다. 네이버페이 역시 생활금융 플랫폼을 넘어 AI 기반 결제 접점을 확대하려는 구상을 내비쳤다. 지금까지 간편결제는 단순 편의 서비스였지만, 이제는 AI가 소비자의 패턴을 학습해 '대신 구매'까지 수행하는 단계로 진화할 가능성이 열렸다. 그러나 팩트는 분명히 짚어야 한다. AP2가 공개됐다고 해서 AI가 사용자의 승인 없이 '완전 자동 결제'를 실행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거래는 사용자의 서명이 담긴 위임장에 근거해야 하고, 조건이 충족될 때만 진행된다. 구글 역시 보안성과 책임성을 강조하지만, 아직 글로벌 규제 당국의 공식 승인을 받지 않았고 상용화 일정도 확정되지 않았다. 카카오페이의 연동 서비스 역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자동화 수준은 제한적이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흐름은 분명하다. 결제는 더 이상 금융사의 전유물이 아니다. AI 에이전트가 결제까지 관여하는 순간, 결제는 단순한 거래 수단이 아니라 고객 데이터를 축적하고 신뢰를 확보하는 플랫폼 경쟁의 최종 관문이 된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오픈AI 협력을 통해 '코파일럿 결제'와 같은 생산성·금융 융합 시나리오를 구상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빅테크와 국내 플랫폼이 한 무대에서 경쟁하는 국면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결국 승부처는 속도가 아니다. 소비자 신뢰다. 결제 권한 위임, 개인정보 보호, 이상 거래 발생 시 책임 소재 같은 문제는 단순한 기술적 과제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규제 영역이다. 혁신은 필요하지만, 안전망 없는 혁신은 또 다른 '플랫폼 리스크'로 돌아온다. AI 결제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그러나 누가 먼저 자동화를 구현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먼저 신뢰를 확보하느냐가 진짜 승부를 가를 것이다.

2025-09-18 13:26:35 최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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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21세기형 매국노

기자의 고향은 강릉이다. 극심한 가뭄을 겪는 그곳 맞다. 강릉은 바다를 끼고 있다. 경포해수욕장 옆엔 경포호도 있다. 둘 다 물인데, 눈앞에 보이는 게 물인데, 쓸 수 없다. 마실 수도 없다. 속된 말로 '미칠 노릇'이었을 거다. 가뭄이 심하다보니 지자체장에 대한 규탄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어느 정도는 '가뭄도 홍수도 나랏님 탓'과 같은 사고(思考) 회로지만, 일부는 정파적 시각을 빌어 비판했다. '기우제 지내는 것도 싫다. 비오면 시장이 기우제 지낸 덕이라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런 사람들을 향해 어느 시민이 물었다. "혹시, 강릉사람 맞아요?" 위에 언급된 주장들은 전형적으로 정파에 눈이 가려진 사례다. 삶의 터전이 메말라가는데도 상대 정파의 지자체장이 잘 되는 '꼴'은 못 보겠다는 것 아닌가. 가장 중요한 가치가 공동체의 유지가 아닌 이들이다. 동네를 벗어나 전국 단위로 가보자. 우리는 한미 정상회담의 무난한 타결을 기대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담 직전 이상한 메시지를 내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오밤중에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도 '역시 이재명을 혼내주는 트럼프' '트럼프 잘한다. 이제 윤석열을 구하러 와달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었다. 최근 발생한 미국 조지아주 한국인 구금 사태 때도 마찬가지였다. '혈맹'이라는 미국에 공장을 지어주러, 한마디로 '도와주러' 갔던 근로자들이 쇠사슬에 묶여 끌려갔다. 보통 사람들은 초조한 마음으로 정부의 빠른 해결, 그리고 이들의 빠른 귀환을 원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저 사람들이 뭔가 잘못을 했겠지' '그러게 누가 불법으로 가래?'라는 반응을 보였다. 또 어떤 이들은 '트럼프가 이재명을 혼내주기 위해 한국인 근로자를 잡아갔다'며 비웃었다. 하지만 한미 정상회담도, 조지아주 사태도, 저런 허무맹랑한 주장을 하던 이들은 결국 시간이 지나자 그런 말을 한 적 없다는 듯 숨었다. 보통 이들은 사건이 발생한 직후 떠든다. 조금만 더 있으면 어느 정도 전모가 파악되거나, 해결될 수 있음에도 말이다. 그리고 이들은 '걱정'이 아닌 '비웃음'이나 '통쾌함'이라는 감정을 드러낸다. 그야말로 21세기형 매국노이자, 해방 후 친일하는 사람들 아닌가. 2025년에 매국노라니, 참으로 신선하지 않은가. 그래서 이들에게 묻고 싶다. "혹시, 한국사람 맞아요?" /서예진기자 syj@metroseoul.co.kr

2025-09-17 09:15:32 서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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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K-엔비디아 골든타임

인공지능(AI) 기술은 이제 산업 패권을 가르는 핵심 무기가 됐다. 한국이 독자적 AI 연구·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기반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국내 생태계는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특히 AI 스타트업이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정부의 과감한 투자 확대와 제도 보완이 맞물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가능성은 이미 증명됐다. 한국 인공지능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AI는 메타의 8억달러 인수 제안을 거절하고 오픈 AI와 손잡았다. 이후 GPU 없이 지속가능한 엔터프라이즈 AI미래를 시연했다. 최근 퓨리오사AI는 자체 AI추론 가속기 RNGD(렌게이드)를 활용해 gpt-oss 120B 오픈소스 모델을 구동했다. gpt-oss 120B는 오픈AI가 공개한 세계 최고 수준의 오픈 소스 파운데이션 모델이다. 퓨리오사는 두 개의 RNGD칩만으로 대규모 모델을 실시간 챗봇에 적용하며 GPU 대비 훨씬 낮은 에너지 소비와 표준 데이터센터 수준의 전력 예산 안에서 운영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는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중고 규모 데이터센터에서도 고성능 모델을 운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 사례다. 더욱이 AI칩 시장이 엔비디아 GPU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흐름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또한 전력 효율적이고 병렬화가 극대화된 구조는 기업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AI 모델의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며 GPU 인프라가 요구하는 막대한 전력 비용과 냉각 설비가 부담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러한 혁신 기술이 계속 등장하려면 결국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우선 질 좋은 특허를 확보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 단계부터 지원하고 해외 출원을 돕는 방안이 필요하다. 양적 기준을 맞추기 위해 경쟁력 없는 특허를 국내에만 쌓아두는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AI 스타트업 평가지표 역시 유연해져야 한다. AI산업은 본질적으로 리스크가 크고 상장 이후 기업 밸류에이션이 반토막 나는 경우가 많다. 장기 연구개발보다 단기 실적에 쫓기게 만드는 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 국내 AI 기업들은 '버티기 경영'에 매몰될 수 밖에 없다. 지금은 도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K-엔비디아를 실현할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국산 AI반도체 생태계를 키워내는 것이 국가 경쟁력의 시작이다. /차현정기자 hyeon@metroseoul.co.kr

2025-09-16 15:53:16 차현정 기자
[기자수첩] 부동산 '당근과 채찍'

정부가 또다시 칼을 빼들었다. 이번에는 수도권에만 135만호를 착공하겠다는 초대형 공급 카드와 함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축소와 임대사업자 대출 전면 금지 등 고강도 규제를 동시에 꺼내 들었다. 공급 확대로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당근'과 불법 거래 차단·대출 억제로 투기 수요를 틀어막겠다는 '채찍'을 한꺼번에 내민 것이다. 정부는 오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수도권에 연평균 27만호, 총 135만호를 착공하겠다고 못박았다. 최근 3년 평균 15만8000호 대비 1.7배 늘어난 수치다. 공급 통계를 인허가에서 착공으로 전환한 것도 현실과 괴리를 줄이려는 의도다. 구체적으로는 공공택지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직접 시행해 6만호를 추가 공급하고 노후 임대주택을 용적률 500%까지 높여 재건축(2만3000호)한다. 유휴 국공유지·청사 부지·폐교도 주택으로 전환한다. 틈새 땅을 쥐어짜서라도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규제지역 LTV는 50%에서 40%로 축소되고 수도권·규제지역 내 임대사업자 주담대는 전면 금지됐다. 1주택자 전세대출 한도도 2억원으로 일원화됐다. 공급 확대와 동시에 투기 수요 억제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공급 기준을 착공으로 전환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단기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LH의 직접 시행은 분양가 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있지만 체감 공급은 2027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며 한계를 지적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 역시 "외곽 위주 공급으로는 강남·용산 등 핵심 수요를 잡기 어렵다"고 했다. 국토부·금융위·국세청·경찰청·금감원이 참여하는 범정부 부동산 범죄 대응 조직으로 불법 거래 차단 장치를 강화한 부분도 눈에 띈다. 이상경 국토부 제1차관이 "부동산시장관리원과 같은 수준의 위상을 가질 것"이라고 밝힌 것 처럼 단순 행정조사에 그치지 않고 특별사법경찰, 경찰과 공조해 기획부동산·허위매물·다운계약 같은 불법 행위에 정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거래 신고 단계부터 계약서와 자금 증빙자료 제출을 의무화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정부가 내놓은 이번 대책은 공급 확대와 규제 강화가 한몸처럼 묶여 있어 그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공급과 규제, '당근과 채찍'이 시장에서 어떤 균형을 만들어낼지 지켜볼 일이다.

2025-09-15 10:25:03 전지원 기자
[기자수첩] 한·미 조선 협력, 파업과 비자 규제로 불확실성 확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는 한미 협력의 새로운 이정표로 기대감을 갖게 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 파견된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이 미 이민 당국에 구금되는 초유의 사태로 인해 한미 협력에 금이 가면서 마스가의 미래도 불투명해졌다. 취업비자 발급에 엄격한 미국의 비자 정책에 미봉책으로 일을 처리한 국내 기업들의 문제를 1차로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동맹국, 나아가 수십조원대 일방향 투자와 첨단 제조시설 설립에 나선 우리 기업의 전문인력들을 그 어떤 여지도 없이 전격적으로 범죄자 취급하고 감금했다는 점에서 향후 대미 투자협력 사업을 낙관할 수 없을 것이다. 비자 발급이 지연되면 현지 대형 프로젝트에 투입할 숙련 인력 확보가 늦어지고 단기 일정 차질뿐 아니라 장기적인 수주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취업비자 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으나 기업이 해결할 수 없기에 당분간 한미 당국의 협의에 맡겨둘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국내 노사 갈등도 마스가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는 변수로 떠올랐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11일부터 무기한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지난 7월 1차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총회에서 부결된 뒤 노사 협상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임단협이 미타결된 상황에서 회사가 HD현대미포와의 합병, 싱가포르 투자 전문 계열사 설립 등 굵직한 경영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협상은 경색됐다. 더구나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하청 노조까지 파업에 가세할 가능성까지 제기돼 불안은 확산되는 분위기다. 노조는 전향적인 협상안이 나올 때까지 전면 파업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분규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비자 규제와 국내 노사 갈등이 조선업계가 동시에 풀어야 할 이중 과제로 부상한 가운데 기업들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을 향한 투자를 멈출 수 없는 상황이다. 북미 전략을 안정적으로 이어가려면 무엇보다 노사 갈등을 조속히 매듭짓는 것이 급선무다. 정부 역시 비자 제도의 현실적 개선과 외교적 지원을 병행해 기업들이 현지에서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투자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 두 가지 난제를 슬기롭게 해결해야만 한미 협력을 통한 미국 시장 진출이 차질 없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원관희기자 wkh@metroseoul.co.kr

2025-09-14 14:46:13 원관희 기자
[기자수첩]글로벌 제약·바이오 패권 경쟁과 한국의 대응 과제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이 다시 날을 세우고 있다. 현재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의약품에 대한 엄격한 제한 조치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목허가 장벽 강화, 중국 임상시험 데이터에 대한 규제 수수료 인상 등이 거론된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 생산을 촉진하기 위한 우대 정책도 포함된다. 지난 2월에도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 투자 정책'이라는 제목의 각서를 발표했다. 이 정책은 자국 안보와 경제를 강조하며 특정 전략 산업에서 '해외 적대국'과 관련된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바이오와 헬스케어 산업을 꼽았고 '중국'을 언급했다. 이른바 미국과 중국 중심의 '패권 전쟁'의 새 국면이다. 미국의 이러한 견제 속에서도 중국은 놀라울 만큼 빠른 속도로 신약 개발 역량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중국은 43개의 혁신신약을 승인했고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9% 급증한 성과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은 16개의 신약을 내놓아 전년 동기 대비 21개에서 줄어든 기록을 냈다. 미국 기업의 중국 투자도 주목을 받는다. 올해 6월 기준 미국 제약 업계는 중국에 본사를 둔 기업과 약 183억 달러에 달하는 14건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2건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주도권을 잡으려는 전방위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정부와 제약·바이오 업계도 변곡점을 맞고 있다. 국내외의 복합적인 환경 변화를 신속하게 반영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해야 할 시점에 놓였다. K제약·바이오 위상을 높이기 위한 핵심 성장동력은 신약 개발임은 자명한 사실이며, 생산 능력, 공급망 안정화 등에도 많은 투자가 요구되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최근에는 대통령 주재 바이오 혁신 토론회가 개최되기도 했고 정부와 민간이 함께 조성하는 국내 최초 대규모 투자펀드에는 바이오·백신 자금도 이름을 올렸다. 보다 많은 투자와 지원이 이루어지는 것은 업계에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것이다. 이와 함께 국내 기업들이 직면한 실제 현장의 목소리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각종 규제와 실질적인 문제에 대한 해법, 기업에 대한 신뢰 등이 반영되는지가 향후 미래 성장의 열쇠가 될 것이다.

2025-09-11 16:44:15 이청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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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교육의 무게 앞에 선 인사 논란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것은 역대 정부마다 빠지지 않는 교육 공약이었다. 지금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대통령실 교육비서관 자리에 사교육업체 대표 출신 인사가 내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교육계와 학부모 사회에 파장이 일었다. 교육시민단체 39곳은 대통령실 앞에서 지명 철회를 요구했고, 현장 교사들도 "입시 경쟁이 심화될 것", "사교육비가 더 늘어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교육 정책의 핵심 자리에 사교육 대표 인사가 앉는다는 것 자체가 국민에게 불안 신호로 읽히는 이유다. 대통령실은 곧바로 "사실이 아니다"라며 보도를 부인했다. 그러나 짧은 파동만으로도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절감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정부의 기조와 국민 인식 사이에 얼마나 큰 불신의 간극이 존재하는지를 보여줬다. 누가 교육비서관에 앉든, 국민은 같은 질문을 던진다. 공교육 강화와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원칙을 제대로 지켜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특히 거론된 인사는 과거 공론화 과정에서 "학생부 평가가 교사 재량에 따라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수능이 상대적으로 더 공정하다고 강조했지만, 교사들은 자신의 전문성과 노력을 폄훼하는 발언으로 받아들였다. 교사들과의 신뢰가 무너진다면 공교육은 뿌리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사교육비는 이미 가계 부담의 가장 큰 부분 중 하나다. 초등 의대반, 유아 선행반, 재수·N수 시장이 커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사교육을 줄여 달라"고 요구하지만, 이번 논란은 "사교육을 키울 수 있다"는 반대 해석을 낳았다. 차기 교육비서관은 과거 경력이나 인선 논란에 매몰되기보다, 앞으로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로 평가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공교육 강화와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분명한 신호를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방과후 프로그램 확대와 돌봄 강화, 지역 간 격차 해소 같은 생활 밀착형 대책 없이는 개혁의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한 고교학점제와 개정 교육과정의 안착, 교사의 업무 부담 해소, 학생 선택권 보장 등 현장의 과제를 해결할 구체적 로드맵이 필요하다. 교사·학부모·학생이 정책 설계 단계부터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 신뢰를 회복하는 일 역시 시급하다. 공정성 논쟁은 단순히 시험 제도의 문제를 넘어서, 아이들의 삶 전반의 형평성으로 이어져야 한다. 출발선의 불평등을 줄이고 다양한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넓히는 것이야말로 교육이 지향해야 할 진짜 공정이다. 국민의 요구는 단순하다. 사교육비를 줄이고, 학교가 제 역할을 하며, 아이들이 배움의 즐거움을 되찾는 것이다. 교육비서관 자리에 누가 앉든, 이 원칙을 지켜낼 때만 국민은 안심할 수 있다. /이현진기자 lhj@metroseoul.co.kr

2025-09-10 14:20:26 이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