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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디지털 전환'과 금융장벽

'디지털 전환'은 최근 몇 년간 국내 은행들의 주요 목표로 부상했다. 각종 규제가 해체되며 비대면 금융의 영역이 넓어졌고, 불필요한 비용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절감된 비용은 은행의 수익률 개선으로 이어지며, 고객에게도 더 경쟁력 있는 상품을 선택할 기회를 제공한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는 환영할 만한 변화다. 간단한 이체·출금 업무를 위해 은행을 찾을 필요가 없어졌고, 계좌 개설과 대출조차 휴대전화와 신분증만 가지고 있다면 손쉽게 가능해졌다.

 

하지만 이러한 '디지털 전환'이 누구에게나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발길이 줄어든 은행 점포는 문을 닫고 있고, 고객의 눈높이에 맞는 상담을 제공했던 전화 상담원들은 챗봇과 AI상담원으로 대체됐다. 고령자를 비롯한 금융취약계층에게는 무척이나 불편한 변화다.

 

오늘날 휴대전화를 통해 은행권 고객센터에 통화를 연결하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장면은 '보이는 ARS'다. 모바일뱅킹과 유사하게 설계된 화면인 만큼, 고령자에게는 이용이 어렵다. 어렵사리 버튼을 찾아 음성 ARS 연결을 요청하면 "상담원에 연결하려면 0번을 눌러달라"라는 안내 문구를 듣기까지 1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된다. 불필요한 안내 문구를 길게 늘어놓아 고객이 제풀에 지쳐 상담을 포기하게 만든다.

 

0번을 누르더라도 '진짜 상담원'과는 연결되지 않는다. 그 대신 AI(인공지능)상담사가 연결된다. 인공지능 상담사는 수차례에 걸쳐 문제가 무엇인지 물어오지만, 미완(未完)의 AI상담사는 반복해서 안내 문구만을 내놓기 일쑤다. 혹여 문제가 해결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연결을 일방적으로 종료해버린다. '진짜 상담원'과 연결하려면 AI 상담사에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상담사 연결을 원한다고 여러 차례 요구해야만 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공정금융 추진위원회'에서 국내 주요 은행에 고령자가 AI 상담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안내 절차를 개선해달라고 주문했다. 은행들은 개선을 약속했지만, 지금까지도 "더 말을 잘 알아듣는 AI상담원을 도입했다"라는 이야기만 매일같이 내놓고 있다.

 

기업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고객센터 연결을 어렵게 만든 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은행은 '신뢰'를 거래하는 곳이다. 고객에게 충분한 신뢰를 제공하기 위해선 비용 절감을 고려하기에 앞서 누구나 접근 가능한 금융환경을 조성하는 데 먼저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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