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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새해 벽두부터 뜨거운 금투세 폐지 논란… 총선 앞둔 선심성 정책 우려

최근 정부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추진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과도한 세금 부담을 없앰으로써 투자자들의 시장 참여가 더욱 활성화되고 규제 혁파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4월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는 대주주 여부와 관계없이 주식이나 파생상품, 채권 등의 투자 이익에 매기는 세금이다. 상장주식은 5000만원, 기타 금융상품은 250만원이 넘는 소득이 생길 때 20~25%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제도다. 지난 2020년 법안이 통과됐고 지난해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금융투자업계와 개인 투자자들이 반발하자, 여야 합의로 2025년으로 연기했다. 그러다 지난 2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증시 개장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금투세 폐지를 놓고 논쟁이 한창이다. 개인투자자는 국내 주식시장을 살리는 결정이라며 이를 반기는 모습이다. 금융투자이익에 부과되는 세금이 줄어들면 한국 증시에 돈이 몰려 선순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금투세 폐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번 정부의 금투세 폐지 추진을 4월 총선을 앞두고 1400만 투자자의 표심을 잡기 위한 정치적 결정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금투세가 부과될 대상은 전체 투자자의 1% 미만으로 추산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2019~2021년 주요 증권사의 실현 손익금액 현황을 조사한 결과 수익이 5000만원 이상인 투자자는 3년 평균 6만7000명으로 전체 투자자의 0.9%에 불과했다. 이처럼 소수의 투자자를 위한 정책으로 금투세 폐지는 결국 부자 감세로 보일 수밖에 없다. 이뿐만 아니다. 세수 감소도 우려하고 있다. 금투세가 폐지되면 연간 1조원 이상의 세수가 줄어들 전망이다. 물론 정부는 자본시장 세제 개선 등으로 금융시장의 활성화를 끌어내고 경제 성장이라는 선순환을 유도하면 이러한 우려도 해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설명대로 장기적으로 계속 상승할 수 있는 자본 시장을 만든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우선 세수 감소에 대한 대안이 부족한 데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나온 선심성 부자 감세 정책에 대한 우려가 더 큰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정책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보다 꼼꼼하고 면밀하게 정책을 시행해야만 이 같은 우려를 떨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관희기자 wkh@metroseoul.co.kr

2024-01-18 15:19:21 원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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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자사고 없애면 강남 간다…핵심은 ‘공교육 개선’

내년에 모두 일반고로 전환될 예정이던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가 존치된다. 문재인 정부가 폐지를 결정한 지 4년 만이다. 후보 때부터 공약으로 '존치'를 내놨던 윤석열 정부는 지난 16일 국무회의를 통해 관련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고 이들 학교의 설립 근거를 되살렸다. 자사고는 이명박 정부가 지난 2010년 관련 시행령을 개정하며 설립을 허가한 이래 바람 잘 날 없었다. 정권 성향 따라 논쟁이 반복되며 존치 여부가 뒤집힐 운명에 처하기 일쑤였다. 진보계는 지나친 고교 서열화, 사교육 심화, 학생 계급화 등을 우려하며 반발했다. 입시를 위한 교육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반면 보수 진영은 고교 평준화 제도 보완을 위해 학교 다양화를 통해 선택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이번 정권에서는 결국 자사고를 존치하기로 했다. 그러나 핵심은 자사고 존치 여부가 아니다. 자사고나 외고, 국제고가 입시 성공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폐지되더라도 우수 학생은 결국 가장 교육열이 치열한 곳을 찾아 집결되는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매번 정부가 각자 논리를 바탕으로 나름의 교육 정책을 내세워도 결국 이처럼 시장의 '사적 욕망'과 항상 충돌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극소수 학교를 흔들어봤자 논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핵심은 '교육'이다. 공교육을 강화하지 않는 한 어떠한 고교 제도나 입시제도에서든 '가진 자'에게 유리하다는 건 '조국 사태' 같은 사례나 '사교육비 통계'에서 볼 수 있다. 자사고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이 일반고 대비 사교육비를 4배 이상 지출했다는 최근 통계도 있지만, 최상위 계층 학생의 사교육비는 언제나 일반 가정 대비 몇 배 이상의 규모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자사고'만 탓할 수는 없다. 과도한 사교육이 '고교 유형' 탓은 아니라는 얘기다. 철저하게 서열화돼 있는 대학 구조와 이를 심화하는 입시 체계를 바꾸고, 공교육의 전폭적인 지원만이 교육을 바로 세울 수 있는 길이란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현진기자 lhj@metroseoul.co.kr

2024-01-17 14:39:45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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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당국의 '쇄국 정책'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다.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새로운 것들이 나오고, 그에 맞춰 자연스럽게 살아간다. 금융시장도 마찬가지다. 대면만 추구하던 은행 업무는 코로나19로 인해 빠르게 비대면으로 전환됐고, 무시 받던 가상자산은 대체 자산으로 각광받게 됐다. 최근에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거래를 승인하면서 또 다른 투자처가 생겼다. 미국의 승인 직후 국내 증권사들은 비트코인 현물 ETF 상품 투자가 가능하다고 공지했지만, 증권사들은 불과 몇 분 만에 정정공지를 올려야 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1일 해외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 투자를 갑작스럽게 막았기 때문이다. 금융위 입장은 국내 증권사의 해외 상장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 중개는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법 체계가 미국과 다르다는 부연설명도 덧붙였다. 한국 시간 기준 SEC가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승인을 공표한 지 약 12시간이 지나가고 있는 시점이었다. 시장에서는 황당하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국내에서는 이미 비트코인 현물 ETF 상품이 상장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보다 앞서 캐나다와 독일 등 일부 국가들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은 증권사를 통해 매수와 매도가 가능했다. 미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 최초의 국가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또한 그간 지원해온 캐나다·독일 비트코인 현물 ETF도 금지시켰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없다는 것을 증명한 꼴이고, 상장이 되어 있다는 사실 조차 몰랐을 가능성도 높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은 과거부터 예정된 이벤트였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관리해야 되기 때문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한다고 하지만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는 상품을 자본시장법 위배라는 명목으로 금지시키는 것은 불합리하다. 금융당국은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이 이미 글로벌 선진국에서는 제도권에 들어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2024-01-16 11:03:24 이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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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회사를 잘 아는...' 포스트 최정우가 짊어질 무게

"포스코의 현황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올해 철강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포스코홀딩스 차기 회장이다. 연초부터 포스코홀딩스 차기 회장 선출을 둘러싼 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초미의 관심사였던 최정우 회장의 3연임이 무산되면서다. 정권의 퇴진압박에도 회사의 미래를 위한 사업에 집중하며 묵묵히 경영성과를 이뤄내던 최 회장이 뜻밖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특히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 자사주 3억원어치를 추가 매입하며 책임경영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최정우 회장의 3연임 도전에 높은 관심을 보였지만 지난 3일 포스코홀딩스 회장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의 입장문에서 "참고로 앞으로 심사할 내부후보 대상자 리스트에 최정우 현 회장은 없다"고 밝히면서 막을 내렸다. 최 회장이 연임을 포기한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진건 없지만 업계에서는 안타깝다는 반응이 크다. 최 회장은 태풍 피해 복구는 물론 회사의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체질 개선을 이끌며 포스코가 100년 영속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 때문에 최 회장이 구축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이어받을 후임에 대한 기대감과 궁금증도 증폭되고 있다. 단순히 철강 사업만이 아닌 배터리 소재와 수소사업 등 친환경 소재에 대한 사업 등을 전체적으로 지휘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포스코그룹의 근간인 철강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인물에게 회사의 미래를 맡길 순 없는 노릇이다. 결국 차기 회장은 내부와 외부 후보 가운데 한명이 맡게된다. 하지만 '전문성·경험'을 두루 갖춘 인물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그리고 외풍에서 자유로운 인물이 되어야 한다. 고 박태준 전 회장부터 정권 교체 때마다 회장 자리도 바꼈다. 특히 연임에 성공했지만 최 회장처럼 '연임 완주'를 기록한 인물은 없었다. 철강 대기업으로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끈 역사를 가진 포스코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외풍에 흔들이지 않는 포스코를 잘 키울수 있는 적임자를 찾아야한다. 포스코의 모든 구성원의 오랜 바램이기도 하다.

2024-01-15 16:15:11 양성운 기자
[기자수첩] 양날의 검, 비트코인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하면서 자본시장의 새물결이 기대됐다. 다만 국내에서는 금융당국이 돌연 금지 입장을 내놓아 투자자들의 혼란이 가중된 상황이다. 지난 11일 오후 금융위원회는 국내 증권사가 해외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유권해석을 냈다. 이에 따라 다수의 증권사들은 즉각적으로 비트코인 현물 ETF 발행 및 중개를 차단하기 시작했다. 이후 14일 금융위는 규제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미국 사례를 한국에 바로 적용시키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불가 방침을 재차 공지하고, 전반적인 흐름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선택으로 풀이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미 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승인이 예고돼 있었고, 금융당국이 해당 승인 발표 후 12시간만에 입장을 밝혔다는 점에서 '늦장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규제 합의나 가이드라인이 논의되고 있어야 한다는 평가가 우세한 상황이다. 늦장 대응 자체는 안일했지만, 불공정거래 논란으로 다사다난했던 지난해 금융투자업계를 떠올려 본다면 금융당국의 보수적인 관점에는 일부 동의한다. 디지털화폐는 이제 초입부에 있다. 옥석 가리기에 동참하며 선두를 따라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전장비 착용도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의 안정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현행 제도와의 합의가 필수적이고, 우리는 공매도 등 우선적인 제도 개선을 고민하고 있던 상황이다. 추경호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한·IMF 공동 국제 콘퍼런스'에서 "디지털화폐는 기존 금융·통화체계의 약점을 보완할 잠재력이 있지만 세계 각국의 금융안정 시스템을 흔드는 양날의 검"이라며 "디지털 화폐의 편리성과 효율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플랫폼의 신뢰와 안정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였다. 테마주 광풍에 따라 비논리적인 주가 흐름이 지속되면서 하루하루 예민한 변동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그 변동성이 더욱 극심하다. 투자자들 중에는 주식 수익률이 높았던 코로나19 시절의 눈높이를 낮추지 못한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투자자들에게 이번 비트코인 ETF 승인은 기회가 아니라 위험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 집중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된다. /신하은기자 godhe@metroseoul.co.kr

2024-01-14 16:00:39 신하은 기자
[기자수첩] 동물 복제, 한 마리를 위한 수많은 희생…이래도 사랑인가요?

최근 한 유튜버가 숨진 반려견을 복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려동물 복제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해당 유튜버는 펫로스(가족처럼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죽은 뒤에 경험하는 상실감과 우울 증상)를 해소하고자 반려견을 복제했다고 밝혔다. 기자도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유튜버가 느꼈을 슬픔과 상실감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이미 펫로스를 겪어본 이들도 많을 것이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펫로스를 겪게 될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슬픔을 해소하기 위해 복제를 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절대 아니다. 먼저, 반려견 복제를 위해서는 난자를 제공하는 '난자 공여견'과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킬 '대리모견'이 필요하다. 그리고 복제 과정은 다음과 같다. 사망한 반려견의 체세포에서 유전자 핵을 추출하고 난자 공여견에게 강제로 난자를 채취해 기존의 유전 정보를 삭제, 사망한 반려견의 핵을 이식해 수정란을 만든다. 만들어진 수정란을 대리모견의 자궁에 강제로 착상시켜 임신과 출산 과정을 거치면 복제견이 탄생하게 된다. 동물 복제는 복제 수정란을 대리모의 난관에 이식하는 방식으로 실패율이 높다. 수정란이 세포 분열을 시작해 배아단계까지 갈 확률이 낮고, 자궁에 착상한다 해도 대다수 임신 기간 중에 유산되거나 사산된다. 더군다나 암컷 개의 배란은 일 년에 두 번에 불과하다. 복제 과정에 단 두마리의 난자 공여견과 대리모견이 동원되는 것이 아니라 수십 마리가 동원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개는 단 한마리만 출산하지 않는다. 잉여 생산되는 강아지들은 어떻게 처리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복제 동물 특성상 유전적 질환 문제를 갖고 태어나는 경우도 흔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의뢰인은 눈 앞에 다시 나타난 반려견의 모습에 감격하기 전에 복제 과정에 투입된 동물들이 어떻게 될 지 생각을 해봤어야 한다. 제왕절개 당한 대리모견, 그리고 다시 또 도구처럼 다른 복제과정에 참여하게 될 처참한 모습을 알았다면 복제 센터 문을 두드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 곳이 다른 개들의 일생을 교배와 임신, 출산으로 반복시키는 일명 '개 공장'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해당 유튜버가 의뢰한 민간 기업 '룩셀바이오' 홈페이지에는 '복제로 인한 건강상 문제가 있다면, 고객의 의사에 따라 회수여부를 결정하고 재복제를 진행해 드립니다. 단 사육환경에서 발생하는 질병은 A/S 대상에서 제외됩니다'라고도 적혀 있다. '회수' '재복제' 'A/S'라는 단어를 내 가족에게 쓸 수 있을까? 반려동물은 제품이 아니며, 동물복제는 사랑이 아니다. 인간의 이기심에 지나지 않는다. 모두가 동물 복제에 대해 생각해봐야 하며, 돈벌이를 위한 불법 복제가 기승하기 전에 법적 제재가 마련되어야 한다. /신원선기자 tree6834@metroseoul.co.kr

2024-01-11 15:23:19 신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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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1년 3개월만에 이태원 특별법 통과, 철저한 진상규명이 답이다

"여당에서 야당으로 정권이 바뀌고 전 정부에서 일어난 재난에 대해 조사를 하려고 하면 너무 늦는다. 기록은 다 없어지고 당시 제출된 증거는 당사자들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면 진상이 밝혀지기 힘들다." 2014년 4·16 세월호 참사 이후 진상 규명 과정에 참여한 더불어민주당 보좌진 출신 정치인은 이렇게 말했다. 수많은 인명이 희생된 참사가 발생하면 정부여당으로선 부담이다. 정권의 리스크가 될 가능성이 높다. 투명하고 신속한 조사보다 빨리 덮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참사 직후 빠른 독립적 조사 기구의 설치와 이를 통한 투명하고 신속한 진상규명이 돼야 한다. 이 정치인은 "진상 규명이 늦어지는 경우, 유가족과 피해자의 상처가 오래 간다. 의문만 쌓여가고 결국에는 본인들이 피해자라는 생각만 더하게 된다"고도 말한다. 세월호 참사가 이러한 과정을 거쳤다. 10·29 이태원 참사의 진상 규명은 지연돼선 안 된다. 국회가 전날(9일) 야당 단독으로 '10·29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이하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참사 발생 1년 3개월만에 지난한 여야 협상을 거쳐 결국 야당 단독으로만 처리됐다. 특별법은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했다. 특별법은 참사에 대한 진상 조사 활동이 총선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총선 본투표 당일에 시행하며 조사위원회가 필요할 경우 특검 임명을 위한 국회 의결을 요청할 수 있는 조항을 삭제했다. 유가족들도 특별법의 온전한 시행을 위해 이를 받아들였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국민의힘은 조사위원회가 진상규명에 필요한 자료 또는 물건을 가지고 있는 자가 자료 제출요구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제출을 거부할 때 수사기관에 영장을 청구할 것을 의뢰할 수 있게 한 조항을 문제 삼는다. 위헌적 조항이라는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참사 발생 이후 시간이 지날 수록 증거 확보가 힘들고 기억은 희미해지는 데, 이 정도 조항도 없으면 어떻게 진상 조사에 나서라는 건지 의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 유족들이 만족할만한 투명하고 심도 있는 진상 규명과 이에 따른 책임자 처벌이 정권의 부담을 낮춰줄 것이다.

2024-01-10 10:05:19 박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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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허은아와 류호정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이준석 전 대표의 개혁신당(가칭)에 합류 의사를 밝히면서 탈당을 선언했다. 허 의원은 탈당 선언을 통해 "꽃길이어서가 아니라 가야 할 길이고, 비겁하지 않고 부끄럽지 않은 길이기에 가보려고 한다"라고 소회를 털어놓았다. 순간 허 의원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기억났다. 당시 허 의원은 "복잡한 문제를 정교하게 해결하는 게 '정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회적 합의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는 정치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비례대표인 허 의원은 의원직 상실과 함께 세비 등 의원으로서 혜택을 내려놨다. 아울러 후원회도 해산되고, 잔여 후원금은 원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에 인계됐다. 실리보다는 명분을 찾은 허 의원의 정치적 결단에 류호정 정의당 의원에게 다시금 시선이 집중된다. 류 의원은 지난해 12월 8일 금태섭 전 의원이 주도하는 '새로운 선택'과 창당을 추진한다고 선언한 후 현재까지 정의당 내의 탈당 요구를 거부한 채 당적을 유지하며 의정 활동을 하고 있다. 정의당은 류 의원의 활동을 '해당 행위'로 규정하고 탈당을 요구했으나 류 의원의 거부에 징계위원회까지 회부해 전국위원, 경기도당 성남분당구위원장, 경기도당 운영위원 직위를 해제했다. 정의당은 류 의원에게 최고 수위의 징계인 '출당'이나 '제명'을 내릴 수는 있으나, 류 의원은 무소속으로 정치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류 의원이 자진 탈당을 하지 않는다면 정의당은 남은 21대 국회 임기에서 의석 1석의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일반 수당, 관리 업무 수당, 정액급식비, 입법활동비, 특별 활동비로 매월 약 1000만원을 수령한다. 1월과 7월에는 정근수당 345만원도 지급된다. 류 의원이 2월까지 탈당을 하지 않는다면 지난해 추석과 비슷하게 명절 휴가비 414만원도 받게 된다. 이미 새로운 선택 창당 등의 정치적 활동은 하지만, 정작 국민의 세금인 세비를 정의당 당적으로 받는 류 의원에게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다. 류 의원이 정의당이 아닌 새로운 선택이라는 간판으로 정치 활동을 하는 것이 맞다. 1월 당원 총투표까지 당원들을 설득해나갈 예정이라는 류 의원의 말은 당원을 볼모로 그저 명분 없이 실리만을 쫓는 느낌이다.

2024-01-09 14:56:06 박정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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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상한' 서울시의 이상동기 범죄 대응 조례

지난 2021년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서울시로 돌아온 오세훈 시장은 자신이 떠나 있던 10여년간 서울의 도시경쟁력이 11위에서 17위로, 금융 경쟁력이 10위에서 25위로 추락했다고 한탄하며, 서울을 글로벌 탑5 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서울의 도시 경쟁력이 이토록 떨어졌는데도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사상 첫 3선 시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를 궁금해했어야 한다. 고 박 전 시장은 서울에서 사건 사고가 터질 때마다 "서울 하늘 아래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제 책임이다"고 말하며 책임 소재를 자신에게 돌렸다. 설령 이 말이 '빈말'일지언정 순순히 제 잘못을 인정하는 정치인을 본 적이 없던 시민들은 그를 세 번이나 시장으로 만들어줬다. 최근 서울특별시 이상동기 범죄 예방 및 피해 지원에 관한 조례가 일부 개정됐다. 겉으로는 "피해자를 지원할 법률적 근거를 마련해 서울시민의 안전한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데 이바지하고자 한다"고 하는데, 공감하기 어렵다. 조례를 손질하며 시장의 책무를 대폭 덜어줬기 때문이다. 기존 제3조 1항의 '서울특별시장은 무차별범죄를 예방하고 피해자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수립·추진하고 이에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는 '필요한 시책을 수립·추진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불분명한 문구로 대체됐다. 또 '시장은 제1항에 따른 정책의 추진 및 지원을 위하여 필요한 예산 및 인력을 확보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2항이 아예 삭제되면서 그마저도 아쉽게 됐다. 이와 함께 해당 조례의 핵심이었던 시장이 무차별범죄 신고 체계를 마련하고 신고에 따른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한 제5조, 시장이 무차별범죄 피해자 지원시설을 설치·운영하도록 한 제7조가 모두 빠지면서 '맹탕 조례'가 돼 버렸다. 여기에 시는 "동 개정 조례안은 이상동기 범죄를 예방하고 피해를 지원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판단되는바, 시의회에서 수정 의결한 대로 조례규칙심의회에 상정해 공포·시행하고자 한다"는 의견을 냈다. 시의회는 이상동기 범죄 피해 지원 조례를 누더기로 만들어 놓고도 전국 최초로 무차별 범죄 피해자 지원책을 마련했다며 자화자찬이다. 지난 1일 오후 7시22분께 마포구 서교동에서 한 40대 남성이 일면식 없는 시민에게 칼을 휘둘러 다치게 하는 일이 발생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새해 벽두부터 서울 한복판에서 묻지마 칼부림이 벌어지는 현시점에서, 이런 알맹이 빠진 반쪽짜리 조례안에 얼마나 많은 시민이 공감할지 의문이다.

2024-01-07 13:46:01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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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재판 과정도 처벌이다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서 한동안 아무것도 못할 것 같다" 2년에 걸친 법적 분쟁을 마친 지인이 크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었다. 그 지인은 소송이 걸린 이후 쉴 새가 없었다. 서류를 작성하고 법정을 오가는 것은 물론, 공포와 스트레스로 밤낮 잠도 이루지 못했다. 잘못이 없다는 것도 더 문제였다. 결과는 기각. 애초에 고소인이 괴롭히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한 소송이었다. 그나마도 안타까운 사정을 알게된 변호사 단체가 도와준 덕분이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더 많은 돈과 긴 시간을 허비했을 것이라고 지인은 안도했다. 죄의 여부를 떠나, 법원은 무서운 곳이다.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할 뿐 아니라,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겨우 벗어날 수 있다. 법적 분쟁을 시작한 쪽도 그렇지만, 끌려다녀야 하는 쪽은 항상 불안에 빠질 수 밖에 없다. 특히나 형사 소송은 조사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큼 힘들고 치욕적인 일이라고 잘 알려져있다. 옛부터 손해를 보더라도 송사에 휘말리지는 말아야 한다는 어른들 말에도 이유가 있다. 재벌 총수라고 다를 건 없을 테다. 비용이야 크게 부담되지 않더라도, 법원에 출석하고 재판 결과를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죗값을 치르는 것과 크게 차이가 없어보인다. 한 총수는 사법리스크를 겪은 뒤 경영 목표를 '착하게 살기'로 잡았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그 어려운 일을 벌써 8년째 하고 있다. 2016년 11월 8일 본사 압수수색을 받은데 이어 13일 참고인으로 소환조사를 받으며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리기 시작했다. 그나마 2021년 상고를 포기하고 가석방까지 되며 비로소 경영에 복귀하나 기대를 받았지만, 삼성 합병 의혹으로 또다시 기소돼 거의 매주마다 법원을 오갔다. 오는 26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지만, 재계와 법조계 등에서는 결과가 어떻든 재판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집행유예가 나온다면 검찰측이, 지나친 실형이 나온다면 이 회장 측이 항고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10년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분위기다. 이 회장이 잘못을 했는지, 또 얼만큼인지는 법원이 판단할 문제다. 다만 이 회장이 형량과는 별개로 10년간 법정에 묶어둬야 할 만큼 악독한 인물인지는 의문이 든다. 이 회장을 괴롭히고 싶은 사람도 없을 텐데 말이다. /김재웅기자 juk@metroseoul.co.kr

2024-01-04 13:54:13 김재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