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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수소환원제철, 정부가 함께 나서야

유럽연합(EU) 수출기업의 탄소배출량 신고의무를 골자로 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2026년 본격 시행을 앞뒀다. 이에 발맞추기 위해 철강업계는 '친환경 철강 시대'를 향해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나 업계 시황 악화로 고초를 겪고 있는 상황에 서 있다. 철강산업은 대표적인 탄소 다배출 업종으로, 세계적으로 탄소 감축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수입 철강에 탄소 비용을 부과하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가 그 사례다. 일본, 유럽 등 주요국들은 철강 생산의 탄소 저감 경쟁에 돌입하고 있으나 국내에선 상대적으로 관심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철강 산업 탄소 배출의 70%는 석탄을 사용하는 고로에서 발생한다. 수소환원제철은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낼 때 수소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환원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아닌 물이 나온다. 이 때문에 철강업계에서는 '꿈의 기술'로 불린다. 철강업계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나 생산 실증과 상용화를 위한 재정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막대한 투자 비용이 필요한 기술인 만큼 단일 기업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2050 탄소중립 선언·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철강사들이 기존 용광로를 수소환원제철에 필요한 유동환원로, 전기로로 교체하는 비용은 68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수소환원제철 고로1기를 건설하는 데만 들어가는 비용이 10조원 가량이다. 생산 공정을 모두 수소환원제철 방식으로 교체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30년 가량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국가들은 수소 전환을 위한 정부 지원을 대폭 받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연구·개발 부분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가 2030년까지 철강산업 녹샌전환에 지원하기로 한 2098억원은 현재까지 독일이 발표한 철강산업 전환 지원 금액 2조5000억원과 일본의 녹색철강 실증사업 지원 금액 1조7500억원과 비교했을 때 작은 규모임을 알 수 있다. 정부가 소극적 대처를 하면 철강업계가 수소환원제철 기술 확보를 목표로 했던 2030년 이후로 지연될 우려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소환원제철은 기업의 문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국가적인 문제인 만큼 정부 차원의 인프라 구축이 절실할 것이다.

2024-05-16 16:15:23 차현정 기자
[기자수첩] 치킨게임 돌입한 자산운용업계

경쟁은 성장의 원동력이지만 지나치면 독이 될 수 있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업계 1·2위 자산운용사들이 수수료 인하 경쟁에 나서면서 업계 전체의 치킨 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이는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140조원 규모로 커지면서 시장 점유율을 더 확보하기 위한 일환으로 수수료 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업계 1위인 삼성자산운용은 'KODEX 미국S&P500TR' 등 미국 지수형 상품 4개의 운용보수를 지난달 19일부터 연 0.05%에서 0.0099%로 인하했다. 이에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지난 10일 TIGER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합성)의 수수료를 0.0098%로 인하하며 맞불을 놨다. 업계 1, 2위를 달리는 자산운용사들의 수수료 인하 경쟁에 대해 후발 주자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이들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지난달 코스피 200 지수를 추종하는 'ARIRANG 200'의 보수를 연 0.04%에서 0.017%로 낮췄으며,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은 '마이다스 KoreaStock액티브' 총보수를 연 0.62%에서 0.29%로 내렸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같은 자산운용사들의 수수료 인하가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업계 입장에선 그렇게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자산운용사들의 인하 경쟁이 중장기적으로 ETF 시장 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수익 악화로 상품 개발에 대한 투자가 축소돼 ETF 상품의 획일화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형사들은 경쟁에서 밀려 도태될 수도 있다. 한 자산운용 관계자는 "수수료율을 인하하면 당장 해당 상품에 투자하는 소비자들은 좋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건전한 ETF 시장 발전과 배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원가절감만으로 제품의 퀄리티를 올릴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자산운용사들이 단기간에 시장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수수료율 인하 경쟁에 집중한다면 산업을 망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자기들의 살을 파먹는 과도한 수수료율 인하 경쟁에 집중하기보단 더 좋은 상품 개발을 통해 적절한 수수료율을 받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원관희기자 wkh@metroseoul.co.kr

2024-05-15 14:28:32 원관희 기자
[기자수첩] 부처님 오신날을 맞이하며

오는 15일은 '부처님 오신 날'이다. 해마다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해 서울 도심에서는 대규모 연등 행사가 펼쳐진다. 올해도 지난 11일과 12일, 서울 종로 일대에서 연등 행렬이 이어졌다. '마음의 평화, 부처님 세상'을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약 5만 명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소 강한 바람을 동반한 비가 내리는 날씨 속에서도 형형색색의 연등이 불을 밝혔다. 연등회는 대표적인 불교 행사지만 종교를 넘어서 우리 사회의 연대의식을 높이고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공동체적 가치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연등회는 2012년 국가무형유산 제122호로 지정됐고 2020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러한 연등회와 함께 열리는 기념 행사가 다양해지면서 시민들의 관심을 높였다. 특히 '뉴진스님'으로 활동하는 개그맨 윤성호가 디제이로 나서 '부처핸섬'을 외쳤다. 불교적인 요소와 신나는 음악을 결합한 무대를 선보이면서 국내외에서 화제를 모은 것이다. 개그맨 윤성호씨는 지난 2023년 11월 '뉴진'이라는 법명을 약식으로 받은 뒤 뉴진스님이란 캐릭터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 불교계과 대중은 뉴진스님의 활약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 결과 뉴진스님의 디제잉 공연은 국내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해외에도 진출했다. 하지만 뉴진스님은 일부 해외 불교계로부터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불교 가치와 가르침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심어줬다, 유흥 장소에서 승려를 흉내 내는 건 부적절하다 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뉴진스님이 종교의 역할에서 벗어나 갈등 중심에 놓이게 된 상황에서 국내외 갈등, 세대 간의 갈등 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다. 국경과 인종, 문화와 세대, 각각 다른 관점이 존재하겠지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화합의 축제로 나아가는 한 가지 방법으로 여긴다면 어떨까. 뉴진스님은 그동안 없었던 새로운 시도로 여겨진다. 흔히 떠올리는 엄숙하고 경건한 종교도 중요하지만 누군가는 뉴진스님을 통해 마음의 평화와 즐거움을 느꼈다면 그 역할도 의미있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부처님 오신 날 만큼은 부처님의 자비를 베풀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2024-05-14 10:36:02 이청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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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천정부지 시대

우리나라 국민들이 고물가 고금리에 허덕인지 3년째가 됐다. 대내·외적인 요인이 우리나라 경제 안정세를 강하게 짓누르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고, 국민들의 지갑 사정 역시 얇아지고 있어 코로나19 때보다 오히려 더 힘들다는 곡소리가 곳곳에서 터지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올해 대한민국 경제성장률을 지난 2월보다 0.4%포인트(p) 높인 2.6%를 전망했다. 반도체 수요 회복으로 수출이 호조세를 유지할 것으로 분석했기 때문이다. 다만 불확실성이 큰 물가 여건에 미국 기준금리까지 동결되면서 고금리·고물가로부터의 탈출구는 여전히 막혀 있다. 4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살펴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해 지난 1월(2.8%) 이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2%대로 내려온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물가는 다르다. 지난달 신선과실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8.7% 올랐다. 2월(41.2%)과 3월(40.9%)에 이어 3개월째 약 40% 수준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배 가격이 102.9%, 사과 가격은 80.8%, 귤(64.7%), 감(56%) 등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토마토(39%), 배추(32.1%), 양배추(48.8%) 등의 물가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신선채소 물가는 지난해보다 12.9% 상승했다. 농산물 가격은 1년 전 대비 20.3% 올라 3개월 연속 20%대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외식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집에서 요리하려해도 재료값 역시 만만치 않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대출 연체액 역시 1조원을 넘어섰다. 코로나 때 받았던 소상공인 저금리 대출이 만기가 도래한 것인데, 이런 상황에서 개인사업자의 금리 부담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신규 취급된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가운데 연 8% 이상 고금리 비중은 17.91%, 연 8~ 9% 미만 7.84%, 9~10% 4.31%, 10% 이상은 5.76%로 집계됐다. 금융 당국은 현 상황이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국민들이 원하는 건 관리가 아닌 '숨통'이다. 고금리·고물가로 국민들의 소비습관 변화도 중요하겠지만 정부의 더 나은 정책이 동반되어야만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 할 수 있다. 혼자의 힘으로는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없다.

2024-05-09 16:12:15 이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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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호타이어 '최대 실적' 잔치 속 직원의 눈물

2014년 워크아웃 졸업 이후 지난해 최대 실적과 수익률을 기록한 금호타이어가 '안전'과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다. 최대 실적이라는 분위기 속에서 지난 4월 29일 오후 5시 30분경 금호타이어 곡성공장에서 50대 근로자가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성형 기계에 끼임 사고로 사망한 사건으로 경찰과 지방고용노동청은 안전수칙 준수 여부와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9년간 숨진 노동자가 7명에 달하는 등 산업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또 구내식당에서 20년 넘게 일한 조리원은 폐암 진단을 받는 등 안전불감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금호타이어의 산재 신청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180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균 연간 200여건의 산재 신청이 이뤄진 것이다. 앞서 지난 2022년 9월 30일에도 금호타이어 곡성공장에서는 안전관리 소홀로 근로자의 팔이 절단되는 일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 공장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A씨의 팔이 기계로 빨려 들어가 절단돼 병원으로 옮겨져 전국금속노조 금호타이어 곡성지회 등이 회사 측에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위험한 기계들을 사용하다 보면 사고가 발생할 수 있지만 조금만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필요한 예방조치를 실시한다면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오랜기간 실적 악화로 힘든 시기를 보낸 금호타이어의 흑자전환 소식은 충분히 반갑지만 근로자가 일하다 사망하거나 다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노사가 모두 중대재해 감축을 위해 어느 때보다 전력을 다해야 할 때다.

2024-05-08 16:10:12 양성운 기자
[기자수첩] 낙관 위에 세워진 국민연금

지난 1988년 국민연금 도입 당시 소득대체율은 70%에 달했다. 연금보험료율은 3%에 불과했다. 가파른 경제성장과 함께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노동시장 진입으로 연금기금 적립액은 빠르게 늘었고, 국민연금의 장래도 밝아 보였다. 그러나 출범 당시 70%에 달했던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현재 40%까지 내려왔다. 3%에 불과했던 연금보험료율은 9%까지 늘었다.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고 출생률도 빠르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연기금도 감소세로 접어들고, 오는 2060년을 전후해 소진된다. 국회는 연기금 소진을 늦추기 위해 현행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고 보험료율을 12%로 올리는 방안, 소득대체율을 50%로 늘리고 보험료율을 13%로 올리는 방안 등을 놓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연금보혐료율과 소득대체율에만 집중한 개혁안은 연기금 수익률이 5.92% 수준을 유지하고, 세계 최저 수준인 출생률이 머지않아 상승세로 전환할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 속에서도 연기금 소진을 고작 6~7년 늦출 뿐이다. 물론 연기금이 모두 소진되더라도 국민연금은 계속해서 지급된다. 미래 세대가 납입할 보험료에 더해 국고를 함께 투입하는 방식이다. 미래 세대의 부담은 그만큼 가파르게 늘어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30세대 10명 중 8명은 국민연금제도를 불신하고 있다. 89%는 보험료가 계속해서 인상될 수 있다고 걱정했고, 83%는 연기금 소진으로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염려했다. 73%는 연금개혁에 청년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경제 성장세는 둔화했지만, 주거비, 양육비 등 비용은 늘면서 결혼 및 양육을 포기하는 청년이 빠르게 늘고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를 겪는 청년세대는 경제 성장기를 겪은 기성세대와는 달리 미래에 비관적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결정을 위해 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과감히 포기한다. 기성 세대의 '미래를 향한 낙관' 속에 설계된 국민연금도 지금의 현실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 미래 세대의 부담을 늘려 기성세대를 부양하는 지금의 연금 구조를 유지하는 것은 청년들이 내 집 마련, 결혼, 출산, 육아를 넘어 더 많은 것들을 포기하도록 내몰게 될 뿐이다.

2024-05-07 11:21:52 안승진 기자
[기자수첩] 민주주의인가 정당주의인가

한국의 특정 지역 표 쏠림 현상은 꾸준히 지적되고 있지만 고쳐지지 않고 있는 악습과 같다. 우스갯소리로 빨간색과 파란색의 공약이 지금과 반대였더라도 투표 결과는 같았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거대 정당들의 파이가 큰 상황이다보니 각 분야의 정책들도 투표 결과에 휘말리기 마련이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역시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 힘이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여당이 힘을 준 정책이었던 만큼 여소야대가 실현된 상황에서는 추진 동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외국인 순매수세를 유입시킨 정책이지만 '포퓰리즘' 이용 사례로 남게 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올해 국내 증시 우상향의 많은 영향을 미쳤다. 1분기 코스피지수는 저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 주도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다만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안이 미흡하다는 지적은 해결되지 못했다. 6월 중 확정 예정인 최종 가이드라인이 아직 남아 있기는 하지만 시장의 기대감은 오히려 약화된 모습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일관된 기업 밸류업 추진을 강조하고 있고,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역시 파격적인 인사를 통해 '코리아 프리미엄'으로의 도약을 약속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건조하다. 정 이사장은 지난달 첫 임원 인사에서 거래소 임원의 약 63%를 교체하면서 밸류업 강화에 힘을 줬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가능성을 별개로 두더라도, 장기적 추진이 예고됐던 어떠한 정책이 국회 내 정당 지분에 따라 좌지우지된다는 것은 안타깝게 느껴진다. 지난해 테마주 변동성에 시달렸던 '개미(개인 투자자)'들이 밸류업 프로그램을 정부 정책으로 인한 일회성 쟁점 사례로 인식하게 된다면 국내 증시에 대한 이미지는 '밸류 업'이 아닌 '밸류 다운'이 되지 않을까. 비단 경제 정책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분야들이 정치색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필자가 알고 있던 한 정치평론가는 교육 정책이 수장 변화에 따라 이렇게까지 급변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는 어떠한 정당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정당간 대치가 심각한 수준이고, 영향을 받지 않아야 될 근본적인 부분에도 색이 입혀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정책들이 한 정당의 목적이 아닌 국가의 발전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 /신하은기자 godhe@metroseoul.co.kr

2024-05-06 15:43:10 신하은 기자
[기자수첩] 금붕어·햄스터·도마뱀은 증정품이 아니다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금붕어 잡이 체험과 랜덤뽑기, 사은품 증정을 준비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동네 수족관에 써붙은 전단지 내용이다. 지금은 동물권리에 대한 목소리가 한껏 높아졌기 때문에 대형마트에서 선착순 금붕어 무료 나눔 행사같은 것은 하지 않지만, 동네 수족관에서는 아직도 비슷한 행사를 전개하고 있다. 금붕어 잡이 체험은 준비된 수조에 마련된 금붕어들을 뜰채로 건져올리면 된다. 성공하면 무료로 금붕어를 가져갈 수 있다. 어린이들이 체험하다보니 아무리 잘 건진다해도 바닥에 금붕어를 떨어뜨리는 일도 빈번히 일어난다. 햄스터나 금붕어, 작은 도마뱀들이 이러한 행사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레오파드 게코'나 '크레스티드 게코'와 같은 붙이류 도마뱀을 댓글만 달면 추첨을 통해 무료 분양한다는 글도 쉽게 볼 수 있다. 금붕어를 비롯해 작은 설치류와 파충류는 크기도 작은데다 비교적 사육 부담이 덜하다보니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이벤트나 체험 행사를 통해 덜컥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 작은 동물이라고 쉽게 무료 분양한다느니, 이벤트 체험을 연다느니 하는 글을 올리는 업주들도 문제이지만, 아이들을 앞세워 이벤트에 참여하는 부모들도 행동을 멈춰야 한다. 동물을 생명으로 보지 않고 증정품 취급하는 듯한 태도가 아이들의 정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까? 절대 아니다. 충동적으로 동물을 데려와 키우게 되면 미흡한 준비와 사육 관리로 폐사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적어도 충분히 키울 준비는 하고 데려와야 한다는 이야기다. 어린이날 잠깐의 재미를 위해 생명을 경시하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 한 생명을 책임질 수 있는 마음가짐과 환경이 갖춰진 후에 가족으로 맞이해야함이 마땅하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고 했다. 아이들이 보고 배워야 할 생명존중의 자세를 선물하는 어린이날이 되기를 바란다.

2024-05-02 14:53:34 신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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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영수회담의 '진짜' 목적

영수회담(領袖會談). 옷깃 령(領)에 소매 수(袖)라는 한자를 쓰는 '영수'는 우두머리를 뜻한다. 정치권에서 영수회담은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 간의 만남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그러나 영수회담이라는 단어는 20여년 전 열린우리당이 '당정 분리'를 선언한 이후 사용 횟수가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이에 참여정부부터 문재인정부까지 영수회담은 단 6차례만 열렸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 2년간 '영수회담'이라는 단어를 참 많이 들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8차례 요청하면서다. 결국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남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720일만에 이뤄졌다. 22대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하고,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급락하면서다. 그렇게 지난달 29일, 6년 만의 영수회담이 열렸다. 윤 대통령 취임 2년 만의 만남이라서 그랬을까. 아니면 양측의 입장이 좁혀질 수 없어서일까.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영수회담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첫 만남이기 때문에 성과를 도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고, 1980~90년대처럼 중요한 현안을 영수회담에서 단번에 해결하기는 어려운 시대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양측은 오직 자신의 입장만을 이야기한 것 같다. 민주당은 '빈손 영수회담'을 명분으로 강공에 나섰다. 윤 대통령의 국정 기조가 변하지 않으니, 입법 권력을 행사하겠다는 명분이다. 그렇기에 21대 국회는 채상병 특검법과 각종 쟁점 법안들로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이 마지막 모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영수회담을 계기로 야당과의 소통에 나선 모습은 보였으나, 대통령과 참모들이 기존의 정책 방향이 틀리지 않다고 여기고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그리고 여야 간 대치는 더욱 강고해졌다. 이러니 영수회담의 진짜 목적이 궁금해진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남 그 자체에만 둔 것인지, 민주당은 변하지 않는 대통령의 태도를 예상하고 쟁점 법안 강행을 염두에 둔 것인지 하는 의심이 든다. 이런 의심은 앞으로 대통령실과 여야 간 대화가 지속되면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부디 당정과 야당이 자주 소통해, 이같은 의구심을 거둘 수 있기를 바란다. /서예진기자 syj@metroseoul.co.kr

2024-05-01 14:09:15 서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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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취약층이 보낸 '모스부호'

그의 모든 말은 모스부호로 표현됐다. 캄캄한 어둠속에서 깜박거리는 전등으로 표현되던 모스부호는 때로는 먹여주고 재워주셔서 감사하다는 말로, 때로는 살려달라는 말로 쓰였다. 영화 기생충에서 가정부의 남편으로 지하실에서 살고있던 근세는 그렇게 모스부호로 외쳤다. 그러나 아무도 듣지 못했다. 은행권과 비은행권의 신용대출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지난 3월 기준 4조9000억원 줄었다. 지난해 10월 추석연휴가 낀 황금연휴를 제외하고 2022년 6월부터 2024년 3월까지 21개월간 감소했다. 이처럼 가계대출이 감소한 이유는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며 은행들이 심사문턱을 높인 영향이 가장 크다. 앞서 은행과 비은행권은 고금리가 지속되며 리스크가 커지자 2분기까지 가계대출에 한해 대출태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금리인하시기가 도달할 때까지 기업대출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경우 취약계층의 사금융 이용 가능성은 더 높아질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불법사금융을 이용해 피해를 입어 신고한 건수는 6784건으로 집계됐다. 2021년과 2022년 한 해 동안 1만건이 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피해가 가장 많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정책상품인 햇살론 예산까지 줄인 상태다. 앞서 서민금융진흥원은 올해 햇살론(근로자햇살론·햇살론·햇살론15·햇살론뱅크·햇살론카드)에 총 5조원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는 전년 대비 1조500억원(17.4%) 줄어든 규모다. 취약계층의 사금융 내몰림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취약계층의 사금융 내몰림은 비단 그들의 문제라고 볼 수 없다. 그들이 사금융 피해로 경제생활을 하지 못하면, 소비감소 등으로 이어져 외려 경제 선순환을 방해할 수 있다 금융권에서 근세의 목소리는 신용대출 감소와 사금융 피해건수, 햇살론 이용현황으로 표현된다. 모스부호를 몰라서, 모스부호를 전등으로 표현해서 돕지못했다는 상황은 나타나지 않길 바란다.

2024-04-29 16:48:46 나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