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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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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도랑 쳐야 가재 잡는다

14년 전 인도와 네팔에서 1년 가까이 지냈다. 주로 인도에 있었고 네팔은 비자 갱신을 위해 2개월간 머물렀다. 씨티은행에서 발급받은 현금카드만 가지고 인도 남부 케랄라주에서 네팔까지 기차와 버스에 몸을 맡긴 채 5일 밤낮을 이동했다. 인도에는 2010년까지만 하더라도 신용카드 단말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심지어 중간 규모쯤 되는 버스터미널이나 기차역도 현금만 취급했다. 인도루피(INR)와 네팔루피(NPR)를 적당히 섞어 한화 150만원정도를 인출했다. 당시 인도에서는 50만원이면 4인 가구가 한달은 여유롭게 보낼 수 있었다. 워낙 큰 액수인 만큼 잘 때도 고무줄로 꽁꽁 싼 뭉칫돈을 가슴에 꼭 끌어안고 잤다. 출퇴근을 위해 공항철도를 타는 일이 잦다. 매일 출근길에 설레는 마음으로 한국을 찾은 관광객을 만날 수 있다. 그중에는 14년 전 나처럼 현금다발을 가진 외국인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처음에는 의아했다. 구멍가게도 신용카드 단말기를 구비한 나라에 왜 현금다발을 챙겨서 오는 걸까? 답은 멀리 있지 않았다. 결국 인프라 부족에 있다고 본다. 최근 여신금융협회는 모바일 QR결제 공통규격을 마련했다. 카드사별 QR코드 규격이 모두 다르니 하나로 통합하겠다는 취지다. 국제 표준인 EMVCo의 QR규격을 따른 만큼 한국에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국내에서 편리하게 QR결제를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함께 발표했다. 카드업계에서도 언젠간 이뤄져야 하는 사업이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진짜 시급한 것은 근거리 무선 통신(NFC) 단말기 보급이다. 각종 'OO페이'의 등장으로 결제 편의성을 높여줄 도구가 신용카드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는 추세다. 이제는 지갑에서 카드를 빼드는 시간도 아깝다는게 소비자들의 의견이다. 이 같은 결제 시장의 유행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본고장인 미국은 NFC단말기 보급률이 100%에 가깝다. 현금을 선호하기로 유명한 일본만 하더라도 지난 2006년부터 NFC단말기를 출시했고 최근 확산 속도가 가파른 것으로 전해진다. NFC결제가 세계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발맞출 필요도 있다. QR결제 가맹점을 확보하면서 NFC단말기 보급 방안을 함께 고민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여행에서 소비는 필수 요소다. 결국 외국인 관광객에게 소비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선 NFC단말기 보급률을 높이는 것은 필수다. 도랑 쳐야 가재도 잡는다고 했다. 한국의 오프라인 결제 시장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해야한다. /김정산기자 kimsan119@metroseoul.co.kr

2024-07-17 14:46:57 김정산 기자
[기자수첩] 해상풍력, 치솟는 비용에 발목 잡히다

해상풍력이 작은 면적에도 전력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어 신재생 에너지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너무도 높은 설치 비용으로 인해 그 성장이 지지부진한 현실이 안타깝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해상풍력발전은 2050년까지 유럽연합(EU) 전체 에너지믹스의 약 23%를 차지하며 주요 발전원이 될 전망이다. 이에 에너지 관련 업계들은 풍력 발전량을 늘리는 데 집중 중이나, 여전히 해상풍력 사업은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설비와 건설 비용이 치솟으면서 여기저기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해상풍력은 설치할 선박의 대수가 학정돼, 설치비와 해상풍력 케이블 연결 비용이 천정부지로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해상풍력이 가진 장점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성장은 더딘 상황이다. 특히 해상풍력발전은 초기 투자비가 상당히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금리 상승에 취약하다. 현재 고금리가 장기화 되면서 설비에 들어가는 투자 비용이 더욱 상승하고 있다. 이는 자금 조달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기업들이 신재생 에너지원에 투자하기를 주저하게 만든다. 해상풍력발전 단지 설립 또한 비용압박이 크다. 스웨덴 전력회사 바텐폴에 따르면 터빈과 같은 부품 및 장비와 인건비 등 해상풍력발전 단지 건설비용은 지난 2022년 한 해에만 전년 대비 40% 이상 상승했다. 실제로 국내 해상풍력 프로젝트였던 전남 영광 낙월 프로젝트는 지난 2023년 6월 좌초 위기를 맞은 바 있다. 전남 영광 낙원 프로젝트는 사업비 2조3000억원의 국내 최대 규모였으나 사업에 참여한 업체들이 수익성 하락을 이유로 손을 뗐다. 사업 주체였던 서부발전도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금리 인상 등으로 사업비가 크게 증가하자 490억원 규모의 출자를 철회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정부의 지원과 금융 솔루션이 필요하다. 정부와 금융 기관이 나서서 해상풍력 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확대하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아울러 현행 차액 지원제도를 유지한다면 중장기적으로 투자자들 간의 경쟁이 가능한 여건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해상풍력이 우리 미래 에너지의 중요한 축이 될 수 있도록,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할 방안을 정부와 기업이 함께 모색해야 할 때다. /차현정기자 hyeon@metroseoul.co.kr

2024-07-16 15:38:18 차현정 기자
[기자수첩] STO 시장 성장 위해선 신속한 법제화 필요

토큰증권발행(STO) 시장 활성화가 수요자들의 기대와 달리 정치권의 무관심으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에 발목이 잡히면서 지지부진한 양상이다. 주요 글로벌시장에서는 STO와 관련된 제도적 장치가 명확하게 이뤄져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성을 지키면서 급성장 중이다. 옆 나라 일본만 놓고 봐도 확연한 차이를 알 수 있다. 일본의 STO 시장 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토큰증권 발행액이 976억엔으로 2022년 166억엔 대비 6배 이상 증가했다. 미공개 사모로 발행된 토큰증권을 포함한 시장 규모는 1000억엔 이상으로 추정된다. 일본은 STO 발행에 주식과 동등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2020년 5월 개정된 금융상품거래법에서 금융기관의 토큰증권발행이 허용된 이후 토큰증권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다. 일본 토큰증권시장의 성장은 부동산 토큰증권이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발행된 부동산 토큰증권은 823억엔으로 일본 토큰증권 시장의 85%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보다 1년여 늦게 부동산 STO를 출시했지만 장내 거래소 개설 등 관련 제도가 잘 갖춰져 있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것이다. 일본은 정부가 시장 확대를 견인한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STO 사업을 키울 수 있는 제도가 정비되지 않고 있다. 연구기관에선 국내 토큰증권 시장 규모가 2030년 367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등 토큰증권 시장이 유망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음에도 제도화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속도를 냈으나 결국 법안 마련에 이르지 못했다. 지난 21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면서 관련 법안은 자동 폐기됐다. 22대 국회가 개원했음에도 STO 제도와 관련된 연속성 있는 법안 마련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정치 놀음에 빠져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는 속도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번 뒤처지면 따라잡기가 힘든 만큼 글로벌 STO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 당국의 신속한 대응이 요구된다. /원관희기자 wkh@metroseoul.co.kr

2024-07-15 13:32:03 원관희 기자
[기자수첩] ‘금융·경제 교육’이라는 ‘자산’

#. 증권사에서 자산관리(WM)를 받는 초고액자산가 A씨는 방학 기간을 활용해 자녀를 위한 금융·경제교육을 의뢰하려 한다. A씨는 같은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이용하는 B씨의 아이가 지난 방학에 WM에서 짜준 커리큘럼으로 금융·경제교육을 받은 뒤, 경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자녀를 위한 '상속'은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지만, 실물 경제 공부나 투자 공부는 또 다른 형태의 '자산'이라는 게 A씨의 생각이다. 증권업계에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인하 경쟁 심화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여파가 업황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운데, 효자노릇을 하는 부문은 WM 파트다. 특히 패밀리오피스는 초고액 자산가의 자산 배분, 상속·증여, 세금, 자녀교육 문제 등을 전담하는 업체나 파트를 뜻한다. 여기서 제공하는 서비스 중 기자의 이목을 끈 건 '자녀 교육'이었다. 부모가 물려준 자산을 경영할 수 있는 회사 승계 수업만 받으면 되는 게 '금수저 쥔 자녀'의 삶인 줄 알았는데, 어릴 때부터 '수능 공부'가 아닌 금융·경제교육을 따로 받는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어른이 되어 직접적으로 투자를 한 뒤에야 관심을 가져볼 법한 개념들을 일찍이 접한다는 건 분명 귀중한 경험이다. 실물 자산을 투입하지 않아도 '고민'이라도 해볼 수 있는 게 금수저 아이들이 지닌 기회이자 자산 아닐까. 반면 한국 금융·경제교육은 안타까운 실정이다. 수험생이 사회탐구 영역에서 '경제 과목'을 택한 비율은 2023년 기준 1.1%에 불과하다. 물론 시험을 위해 배운 경제 상식이 실생활에 접목되려면 개인의 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럼에도 학교 수업시간에서조차 '경제'를 접하기 힘든 환경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다행히 지금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경제공부를 할 수 있는 시대다. 슈카·박곰희 같은 경제 유튜버들을 통해 어려운 경제공부도 쉽게 접근하는 '어린이와 어른이'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만 기댈 순 없다.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리딩방과 온갖 피싱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유튜브만 보고 실물 경제에 달려드는 것은 위험한 행위다. 이들을 위해 금융감독원부터 금융업계까지 힘을 합쳐 각종 금융·경제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현상은 고무적이지만, 금융교육이 필요한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이를 인지하고 범국민 금융교육에 대한 더 깊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2024-07-14 15:43:07 허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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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의대생 유급방지책' 특혜인가 공익인가

공익(公益). 공공의 이익. 사전적 의미로 사회구성원 전체의 이익을 말한다. 교육부는 20일 의대생 유급 방지책이 담긴 '의과대학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를 내놓으며, "공익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며 지난 1학기 내내 수업을 거부한 의대생들의 복귀를 독려하고 그들의 집단 유급 사태를 막기 위해 마련됐다. 이에 따라 매 학기 결정되는 '유급 여부'는 내년 2월로 미뤄졌다. 현재 의대는 수업일수 3분의1이나 4분의1 이상 결석하면 낙제점을 부여하고 한 과목에서라도 낙제점을 받으면 유급하도록 하고 있지만, 결석 판단 시기를 늦추며 그 조건도 완화했다. 올해는 일부 과목에서 낙제점을 받아도 유급되지 않는다. "복귀만 하면 유급은 없다"라는 해석까지 나온다. 고등교육법상 '1년간 30주'로 정해진 수업일수는 28주로 줄일 수 있도록 했다. 대학에 '공짜' 보충학기까지 권고했다. 정부의 전례 없는 조치다. 이번 대책은 정부 말대로 '공익'이 출발점이다. 집단 유급이 발생하면 내년 의대 교육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사운영의 원칙을 훼손하는 사례로 남게 될 것이란 비판은 피할 수 없다. 국내 대학 역사상 '전국에서' '동(同) 학과' 학생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집단으로 수업을 거부한 사례는 없는 데다, 정부는 이들을 위해 고등교육법을 벗어난 혜택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집단행동을 부추길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이번에 나온 '끝장' 대책이 되레 '끝까지 버티면 된다'라는 메시지가 될 수도 있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의대생들이 배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팽배하다. 의대는 해야 할 공부량이 절대적으로 많은데, 이번 대책에 따라 연 수업일 수를 30주 중 2주 줄일 수 있다. 이 경우 수업량은 7%가량 줄게 된다. 의대 1년 수업 중 전공 서적 1권 분량은 족히 넘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공익'은 놓친 셈이다. 의대생 복귀 대책 발표 시기도 '공익'을 위한 목적을 달성하기엔 섣불렀다. 돌아올 마음이 없는 의대생들에게 당근부터 내놨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부의 이런 '유화책'에도 동맹휴학 분위기는 여전하다. 정부가 추가 시험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본과 4년생들은 국가시험 집단거부 조짐까지 보인다. 이번 대책은 '의대생이 돌아온 다음에 나왔어야 할 이야기'로 전락하면서 실효성이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추가 대응책은 없는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도 "전공의 및 의대생 복귀 대책이 더 나오기는 어렵다"고 언급했다. 학사 원칙 신뢰성이 무너지는 후과가 우려되는 '특혜'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이현진 메트로신문 기자

2024-07-11 13:44:10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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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뱅커의 양심

축구경기에서 유명한 일화가 있다. 바로 독일의 전설적인 공격수 미로슬라프 클로제의 '양심 선언'이다. 경기 중 자신의 손에 맞고 골대로 들어가 자신의 득점으로 인정된 골을 스스로 반칙을 인정, 곧바로 주심에게 어필해 득점을 취소시켰다. 침묵을 했다면 자신의 득점이 인정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페어플레이 정신을 발휘해 양심선언을 한 것이다. 이처럼 양심은 사람이 자신의 도덕적 가치와 충돌하는 행위를 저지를 때 느끼는 감정으로 직장생활에서도 자주 나타난다. 최근 3년간 은행권에서는 횡령·배임사고가 줄이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BNK경남은행에선 15년 장기근무자가 수 백 억원대의 횡령 사건이 일어났다. 우리은행에서는 700억원과 180억원의 횡령, NH농협은행과, KB국민은행에서도 업무상 배임 사고가 발생했다. 금융당국은 빈번히 발생하는 횡령·배임사고를 막고자 금융권의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책무구조도'를 도입했다.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이라고도 불리는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 임원이 담당하는 직책별로 책무를 배분하고,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관련 책무를 담당한 임원이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도다. 관리 의무 이행 실패의 책임을 경영진에게 직접 물을 수도 있어 금융당국은 단기간에 내부통제 강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책무구조도에 대한 시선은 그리 곱지 많은 않다. 결국 은행들의 말뿐인 '내부통제 강화' 약속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을 요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일탈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은행 내부 시스템에서 걸러내지 못했다는 것은, 결국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에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금융회사들의 자체 내부통제 강화 움직임으로는 금융사고 재발을 막기에 역부족인 건 사실이다. 결국 이런 사고들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개인의 양심이 중요하다. 돈을 다루는 금융권 직원인 만큼 흔들릴 때도 있겠지만 양심을 팔고서 얻은 돈이 값진 것인지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잘못한 사람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금융권에서의 잘못은 책임 질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스포츠에만 페어플레이 정신이 있는게 아니다.

2024-07-10 17:20:52 이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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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또다시 원점' 10년째 땅만 다지고 있는 GBC

"10년째 땅만 다지고 있는데 짓기는 할까요?" 현대자동차그룹과 서울시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들어설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BC) 인허가를 둘러싸고 또다시 갈등을 벌이자 이를 지켜본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반응을 보였다. 사업 시행자인 현대차그룹과 인허가권자인 서울시가 GBC 인허가를 위해 만난지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재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GBC 설계 변경을 두고 양측은 뚜렷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사전협상에서 서울시는 최대 105층, 용적률 799%를 허가해주기로 했다. 부지 용도를 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했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인 공공기여 금액은 1조7491억원으로 정했다. 혜택을 주고, 공공기여를 받는 방식이다. 그러나 최근 현대차그룹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건설비용과 활용성을 고려해 GBC를 기존 105층에서 55층으로 변경했다. 건물 높이와 디자인 등 건축계획 위주의 변경으로 서울시에 조속한 인허가를 요청했다. 사실 현대차그룹이 부담해야하는 공공기여액(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잠실운동장 리모델링 등)도 기존 약 1조7000억원 수준에서 물가 상승률이 반영되면서 2조 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여러 조건이 다른만큼 '혜택'도 달라져야 하기 때문에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공공기여를 조정하지 않고는 인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현대차그룹과 서울시가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10조원의 한전 부지는 10년 동안 텅 비어 있다. 아직까지 공사도 착공하지 못했다. 결국 공사기간이 길어지면서 교통혼잡과 이동불편 등 피해는 고스란 시민 몫이 될 수 밖에 없다. 물론 GBC는 국제교류복합지구 사업까지 연계해 개발된다는 점에서 굉장히 복잡하고 까다로운 사안이다. 서울시와 국토부, 현대차그룹 모두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기 보다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원만한 합의점을 찾길 바란다. 만약 서울시가 '사전협상 취소'를, 현대차그룹은 '사업포기 후 토지 매각' 등을 결정해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경우 그 불편은 시민의 몫이라는걸 알아야한다.

2024-07-09 15:49:18 양성운 기자
[기자수첩] 사라지는 은행 ATM

지난 5월 대구의 한 상가에 설치된 모 은행의 한 ATM(자동현금입출기) 부스에는 철수 예정 안내문이 부착됐다. 인근 주민들은 안내문에 철수 반대 의견을 빼곡하게 적어 넣으며 ATM을 남겨달라 요청했지만, 해당 ATM 부스는 이달 말까지만 운영된다. 은행 영업점에 이어 ATM이 사라지고 있다. 은행들이 경영 효율화를 위해 규제로 폐쇄가 어려워진 영업점 대신 ATM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부터 전국에서 3000대가 넘는 ATM이 사라졌다. 모바일 뱅킹 보급, 현금 사용량 감소, 카드 입·출금 수수료 면제 보편화 등을 이유로 은행들의 ATM 수익은 줄었다. 그러나 기기 관리비용, 냉·난방비 등 고정비용은 여전한 만큼 비용 감소를 위해 이용률이 낮은 ATM을 줄일 수 밖에 없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통상 ATM 한 대를 운영하는 데에 드는 비용은 1년에 1000만원 안팎이다. 개인에게는 큰 금액이지만, 연간 수 조 원의 순익을 벌어들이는 은행에게 큰 금액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ATM 철수로 피해를 보는 것은 주로 모바일 뱅킹 이용이 어려운 고령자·장애인 등 금융 취약계층이다. 특히나 ATM을 통한 음성 안내를 이용하던 시각장애인, 스마트폰이 낯선 고령자는 입·출금 등 간단한 업무에도 은행 영업점을 방문하거나, 금융 거래 자체를 포기하기도 한다. 은행들이 금융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모바일 뱅킹 교육을 운영하고 있지만, 교육이 통상 은행 영업점에서 진행되는 만큼 시간과 공간에 한계가 있어 충분한 교육을 제공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 역시 수익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며, 투자자에게 수익을 돌려줄 의무가 있는 만큼 경영 효율화는 당연한 절차일 뿐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렇지만 국내 은행들은 사회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에 이어 2008년 세계 경제 위기까지 두 차례에 걸쳐 국민의 혈세로 이뤄진 공적자금을 수혈받았고, 국내 은행들은 이러한 공적자금 덕분에 지금까지 영업을 이어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ESG'가 화두로 떠오르며 금융기관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있다. '생색내기'에 불과해도 좋으니, 은행들이 사회적 책임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24-07-08 11:18:32 안승진 기자
[기자수첩] 우리투자증권, 지각 변동 일으킬까

주요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증권사를 포기했던 우리금융이 10여년간 잊혀졌던 '우리투자증권'의 부활을 예고했다. 우리투자증권은 현재 약 1조1500억원 수준의 자본을 확보한 상태로 알려졌다. 자기자본 기준 증권사 상위 20위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투자증권의 10위권 진입은 순식간에 일어날 것이라고 가벼운 예상을 던지기도 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출범을 앞두고 주요 증권사에서 핵심 '인력 빼내기'를 시전하고 있다. 특히 경력 측면에서는 충족했으나 진급하지 못한 인력들을 주목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 관계자는 우리투자증권이 기존 연봉의 1.5배를 제시하며 인재들을 데려 가고 있다고 추측하기도 했다. 실제로 우리금융그룹은 우수 인재에게 보상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우리투자증권의 인재 영입이 증권가 내 이슈로 떠오르자 시장에서는 요건이 충족되는 증권가 인물들을 추리며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당사자에게 콜이 오지 않은 경우들도 더러 있다. 출처 없는 소문이 돌고 있다는 것은 당사자인 우리투자증권뿐만 아니라 시장이 그들의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다는 증거다. 특히 '증권 사관학교'로 불렀던 대우증권 출신 인재들을 노골적으로 모으고 있다는 평가다. 둥지도 미래에셋증권 전신인 대우증권의 옛 사옥에 마련할 것으로 예상되며, 대우증권과 미래에셋증권 출신 인력들을 주로 영입했기 때문이다. 우수 인재들을 포섭해 가파른 도약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실제로 우리투자증권은 출범 전부터 초대형 투자은행(IB)을 목표로 삼았다. 현재 국내 자본시장 내 초대형 IB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5곳이다. 이들 5개사는 지난 2017년 초대형 IB로 일괄 지정됐으며, 이후 초대형 IB 지정은 전무했다. 게다가 초대형 IB의 우선 요건은 자기자본금 4조원 이상이다. 현재 1조원을 웃도는 우리투자증권의 자본으로는 갈 길이 먼 셈이다. 시장에서는 자본력과 활발하게 영입하고 있는 우수 인재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기대와 포화된 금융투자업계를 뚫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공존한다. 우리금융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는 만큼 자본 부담이 덜하다는 강점을 이용한다면 보다 빠른 성장이 가능하지 않을까. 우리투자증권이 우수 인재 영입이라는 남은 과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하은기자 godhe@metroseoul.co.kr

2024-07-07 16:12:40 신하은 기자
[기자수첩] 짧게 더 많이 보고싶다…'숏폼' 중독 어떡하나

요즘 1분 안팎의 짧게 편집된 영상 '숏폼'이 인기다. 유튜브는 물론, 인스타그램에서도 숏폼을 쉽게 볼 수 있다. 퇴근 후 소파에 앉아 볼만한 콘텐츠를 찾다가 문득 '이럴거면 OTT 유료 결제는 전부 해지해도 되겠다' 싶었다. 벌써 몇달째 넷플릭스와 티빙에는 접속하지 않고 유튜브 숏폼만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유튜브 헤비유저'라고 말할 정도로 최근에는 뉴스도 유튜브로 보고 싶은 뉴스만 골라본다. 관심있는 영상 몇 개만 시청하면 그 이후로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관심사에 맞춰 영상을 띄워주기 때문에 한 번 접속했다 하면, 몇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채널을 돌린다'라는 말도 옛날 표현이 됐다. 더이상 TV 방송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이리저리 리모콘을 조작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한 조사기관 발표에 따르면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 숏폼 시청시간이 1인당 월평균 46시간 29분으로 넷플릭스, 티빙 등 OTT의 월 사용 시간인 9시간 14분의 다섯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지하철만 타도 사람들의 스마트폰 화면에서 빠르게 흘러가는 숏폼 영상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처럼 숏폼 시청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숏폼 중독'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하루종일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자식이 걱정이라는 학부모들도 많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뇌가 완전히 성장하지 않은 아이들이 숏폼에 오래 노출되면 뇌 발달에 안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집중력과 문해력 저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항상 소지하고 있는 스마트폰만 켜면 쉽게 접근할 수 있기에 숏폼 중독 현상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짧은 시간 강한 자극을 추구하다보니 오롯이 시간을 들여 독서를 하거나 영화를 감상하는 이들이 줄고 있다. '영화나 책을 한 편 볼 시간에 줄거리 소개 영상을 여러편 보는게 낫다'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온전히 작품을 감상했다고 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감독이나 작가의 의도를 깊이 있게 파악할 수 없을 뿐더러 무엇을 봤는지 기억에도 오래 남지 않는다. 숏폼은 바쁜 현대사회에서 다양한 분야의 핵심 정보를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미디어 콘텐츠에서 시작됐다. 현재는 '디지털 마약' '숏폼 중독'이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로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 무분별한 영상 자극 추구를 지양하고 건전한 미디어 습관을 위한 이용자 스스로의 노력과 교육이 필요하다.

2024-07-04 15:45:36 신원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