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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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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가계부채의 양과 질

"디딤돌 대출 등 주택도시기금 재원이 늘어서 그렇지, 이를 포함하면 가계대출 증가세는 전월과 비슷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은행의 가계대출이 감소한 것을 두고 이 같이 말했다.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3월 중순까지 디딤돌, 버팀목 등 주택도시기금 재원으로 대출이 공급돼 은행 가계대출 실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재원이 소진되면 은행의 재원(이차보전)으로 가계대출이 공급돼 가계대출 증가세로 잡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3월 주택도시기금으로 1조7000억원 감소했던 가계대출은 4월 5조1000억원 증가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지금까지 가계대출은 감소한 바 없이 비슷한 수준으로 꾸준히 가계대출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다만 우려해야 할 점은 고금리 상황이 지속돼 부채의 질이 지속해서 나빠질 경우다.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3월말 기준 0.37%로 1년 전(0.17%)과 비교해 0.2%포인트(p) 상승했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해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린이들도 연체하기 시작했다.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5.25%로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0.24%p 올랐다. 이제는 부채의 양을 둔화시키는 것을 넘어 부채의 질을 좋게 해야 할 때다. 단순히 연체율 관리를 위해 은행이 문턱을 높이기만 한다면 연체율이 높아가고 있는 취약계층은 저축은행, 대부업으로 손을 벌리다 결국 회생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회생 등 채무조정을 할 경우 정부는 소비 등 경제선순환을 담당할 서민을 잃고, 은행은 원금을 받지 못해 수익이 악화될 수 있다. 지난달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한 건수는 1만1133건으로 누적건수는 4만4428건으로 집계됐다. 1년 전(3만9859건)과 비교해 11.5% 증가한 수준이다. 햇살론 등 서민금융지원을 늘려 은행과 손실을 분담하고, 채무조정을 통해 이자만 감액하는 방식으로 원금을 갚도록 해야 한다. 누구 하나 손실을 피하기 위해 문을 높이면 모두 망하는 지름길이다. 경제생활의 선순환을 담당하는 서민도, 자금을 공급하는 은행도, 이를 보완하는 정부도 최소한의 손실로 피해를 복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2024-05-30 15:26:38 나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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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집을 줄게, 애를 다오

얼마 전 갓난애를 돌보는 친구를 만났다. 약 2년 만에 모임에 나타난 그녀는 인사도 않고 자리에 앉자마자 생맥주 한잔을 주문해 벌컥벌컥 들이켰다. 발효주를 시원하게 원샷한 친구는 "너네는 결혼해 애 낳지 마라"고 신신당부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너가 남자라면 해도 돼. 애 낳아줘, 애 키워줘, 밥해 줘, 빨래해 줘, 청소해 줘. 설거지해 줘. 돈도 벌어다 줘"라고 답했다. "요새는 남편들도 많이 도와준다던데?"라는 동기의 말에 친구는 '도와준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녀는 자기 자신이나, 주변의 엄마인 친구들, 혹은 우리 어머니들이 그랬던 것처럼 맞벌이면 남자들도 집안일을 제 일처럼 도맡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들 잠자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을 경청했다. 친구는 애가 아플 때 눈치 보며 반차 쓴 일, 상사가 이럴 거면 집에서 애나 보라고 소리친 것, 회사 관두고 싶다 했더니 남편이 펄쩍 뛰며 결사반대한 사건 등 결혼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100가지 정도 줄줄 읊어댔다. 오후 6시쯤 휴대폰 알람이 울렸고, 그녀는 초조해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너네들 말야. 아빠가 애한테 유기농 양배추로 만든 이유식 먹이고 싶어서 백화점 마감 시간에 맞춰 집에 가고 싶어 엉덩이 들썩거리는 거 봤어? 못 봤지. 지금 내가 그래"라는 말을 남기고 휘리릭 사라졌다. 문득 어렸을 적 동화책에서 읽은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떠올랐다. 나무꾼이 선녀에게서 앗아간 것은 단순한 옷 한 벌이 아닌 그녀 앞에 펼쳐진 무한한 가능성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 전, 여자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원하는 건 뭐든 할 수 있는 존재였으나, 아이를 낳고는 애를 위해 뭐든 하는 '엄마'가 돼 버린다. 서울시가 29일 '저출생 대응 신혼부부 주택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올해부터 3년간 신혼부부에게 공공주택 4396호를 공급하고, 2026년부터는 매년 결혼하는 신혼부부의 약 10%가 공공임대주택에서 살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시는 2020~2022년 자체적으로 벌인 주거실태조사에서 자녀 계획시 고려사항으로 '주거 문제'가 1위로 꼽혔다는 점을 정책 추진 배경으로 들었다. 주거 문제만 해결되면 사람들이 애를 낳을까. 여성의 가사 노동 시간이 남성의 2.5배(여성가족부, '2021년 양성평등 실태조사')이고, '차일드 페널티' 증가가 출산율 하락 원인의 40%를 차지(KDI, 올 4월 '여성의 경력단절 우려와 출산율 감소' 보고서)하는 현 상황에선 이번 저출생 대응책도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임대주택에 사는 아이들을 '임대 거지'라고 부르는 천박한 사회 풍토 또한 선결해야 할 과제다.

2024-05-29 14:27:34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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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기(詐欺) 없는 세상

속일 사(詐)에 속일 기(欺)로 이뤄진 사기. 사기는 나쁜 꾀로 남을 속인다는 의미다. 한 명의 가해자가 무수히 많은 피해자를 양산해 낼 수 있는 대표적인 범죄행위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이 더 큰 법이다. 수많은 사기 가운데 보험사기는 직접적인 피해 보다는 인지하지 못하는 간접적인 형태로 피해를 입힌다. 보험금 누수로 인한 보험료 인상 등 선량한 보험계약자들만 날벼락을 맞게 된다. 보험사기범에게 지급되는 보험금은 보험사의 돈이 아니다. 선량한 보험계약자들이 보험사에 납부한 보험료에서 지급된다. 보험사기범에게 불필요한 보험금 지급이 증가하면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선의의 계약자들에게 위험이 전가되는 피해가 발생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1조1164억원이고 적발인원은 10만9522명으로 전년 대비 각각 3.2%, 6.7% 증가했다. 사기유형별로는 사고내용 조작이 59.3%를 차지했다. 허위사고와 고의사고가 각각 19%, 14.3%로 그 뒤를 이었다. 보험종목별로는 자동차와 장기보험이 각각 49.1%, 43.4%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또한 지난해 보험사기 신고센터에 들어온 제보는 총 4414건으로 이 중 3462건(78.4%)이 보험사기 적발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보험사기 적발에 기여한 제보에 대한 포상금은 총 19억5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30.1% 증가했다. 건당 평균 56만3258원을 포상금으로 지급한 것이다. 보험사기에 대한 적극적인 제보가 포상금 증가와 적발건수 증가로 이어졌다. 일부 제보자들은 건당 1억1500만원도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제보와 포상금이 늘어날수록 보험사기 건수 및 피해금액도 같이 증가한다는 의미일 테다. 보험사기의 주요 원인은 문제의식이 없이 가담하게 되는 구조에 있다. 병의원과 또는 전문 브로커는 서로 공모해 환자들을 유인한다. 병원 이용자들은 죄가 안된다고 생각하고 특별한 문제의식 없이 보험사기에 가담해 가해자가 된다. 금감원은 조직적 보험사기를 뿌리 뽑겠다고 천명했다. 보험사기의 근본 원인은 죄의식과 문제의식이 없는 평범하고 일반적인 우리의 모습이다. 의식을 하던 못하던 사기는 범죄다. 피해를 보지도, 주지도 않는 사기(詐欺)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

2024-05-28 14:01:23 김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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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새마을금고 중앙회의 역할

새마을금고의 배당금 지급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조합원들에게 작년 순이익의 8배를 초과한 배당금을 지급하면서다. 행정안전부는 건전성에 문제가 없었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정부의 수혈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 급등 및 뱅크런(대규모예금인출) 사태 등 위기를 모면한 만큼 '괘씸죄'가 더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얼마전 만난 한 금고 이사장은 배당을 둘러싼 비판을 두고 물음표를 던졌다. 올해 상당수의 금고가 배당률을 낮췄고 체질개선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배당이 새마을금고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상호금융사의 취지에 맞게 금고 운영을 위해 출자금을 낸 조합원들에게 돌려줄 것은 줘야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에 지속가능성은 수익성 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다.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중시하는 경영방식이 유행한지 수년이 지났다. 시장에 '절대'란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외환위기 당시 굴지의 기업들이 하나 둘 자취를 감추면서 이를 증명했다. 기업이 지속가능성일 높이려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소비자들이 똑똑해졌기 때문이다. 금융상품 가입만 하더라도 그렇다. 플랫폼을 통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혜택을 주는 상품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동네 은행 앞에 있는 현수막을 보고 예·적금에 가입하는 시대는 끝났다. 금융회사의 금리경쟁이 치열해진 이유다. 똑똑한 소비자들에게 올해 지급한 배당을 납득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건전성 제고? 수익성 개선? 아니면 이미지 개선? 여러 가지가 떠오른다. 그러나 정답은 없다. 어쩌면 올해 새마을금고는 세가지 모두를 이뤄야할지도 모른다. 한 번에 세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셈이다. 지역 금고는 사회공헌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고령층의 이용비중이 높은 만큼 각 금고별로 노래교실, 등산모임 등을 운영한다. 이사장들은 분기별로 사비를 털어 마을잔치를 열기도 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어르신들의 커뮤니티 시설들이 하나 둘 자취를 감췄지만 지역 금고는 사회안전망으로서 역할도 하고 있다. 결국 쇄신의 답은 중앙회에 있다고 본다. 올해 새마을금고는 새로운 중앙회장을 선출했다. 첫 직선제로 뽑은 만큼 책임감은 배가 된다. 똑똑한 소비자들을 납득시키기 위한 방책을 마련해야한다.

2024-05-27 11:04:17 김정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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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교육예산 '2조' 지역 이관 RISE, 전문대학 죽이기 안 되려면

"전문대학이 받는 국가 재정지원 규모가 기존보다 절반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큽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주 대전컨벤션센터 중회의장에서 개최한 '전문대학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라이즈) 대응 광역자치단체 및 유관기관 토론회'에서 한 지역 대학 고위관계자는 "'지방시대의 시작'이라는 정부 비전과 다르게 지방 전문대학에는 '끝'이 될까 두렵다"며 조심스럽게 토로했다. 내년 라이즈 시행을 앞두고 광역지자체와 전문대가 상생 협력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동반성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행사는 지자체와 전문대학, 교육부가 전국 단위에서 한곳에 모인 첫 자리였다. 전국에서 18개 전문대학 총장과 광역 라이즈 관계자, 교육부 라이즈 관계자, 전문대교협 라이즈 지원단 등 150여 명이 참석하며 높은 관심도를 실감케 했다. 라이즈는 교육부의 대학 재정지원 권한과 예산을 지자체가 이양받아 추진하는 체계다. 사업 시행 첫해인 내년에는 교육부 대학재정지원사업 예산의 50% 규모인 약 '2조원+알파'에 대한 집행 권한이 전국 17개 광역시·도로 넘어간다. '협력관계 구축'을 위한 행사인 만큼 기조강연에 이은 주제발표에서도 발표자들은 라이즈 체계에 대한 장밋빛 기대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제언을 이어갔다. 하지만 지역별로 진행된 토론회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대부분 지역에서 전문대학 관계자들은 "정부지원이 대폭 줄어들 것 같다"고 우려했다. 서울권 전문대학에 따르면, 라이즈에 편입되는 현 정부재정지원 사업에서 서울 소재 대학이 유치한 전체 사업비 중 전문대 비중은 22%지만, 서울시가 추진하는 RISE 기본계획안 프로그램 중 전문대가 유치할 수 있는 과제 비중은 9.5% 수준에 그쳤다. 그마저도 '서울권'은 양호하다. 대부분 지자체에서 RISE를 앞두고 참여 프로젝트가 전문대학과 일반대학 간 구분 없이 기획돼 두 집단이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경상지역 한 전문대학 관계자는 "지자체가 4개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지만, 전문대와 일반대학 간 구분 없이 경쟁해야 하는 체계로 진행되고 있다"라며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인 셈"이라고 낙담했다. 또 다른 지역 한 교수도 "전문대학가에서는 현재 받는 정부 재정지원사업 규모가 라이즈 이후 절반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라며 "지자체는 일반대와 전문대학의 역할을 구분해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내년 라이즈가 시행되면 지금까지의 대학 재정 지원 체계는 완전히 바뀐다. 그러나 재정 지원 대상과 규모까지 완전히 바뀔 경우 지금까지 정부가 집행한 예산 배분 당위성을 스스로 무너트리는 점이란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자체는 일반대와 전문대학의 역할을 구분해 과제를 진행하고 예산 지원 불균형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교육부도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라이즈가 '전문대학 죽이기'로 변질되지 않길 바란다.

2024-05-26 16:04:03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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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컴퓨터의 사랑은 영원해요!

인간은 '사랑'을 할 줄 알고 매번 컴퓨팅 기계와도 사랑에 빠진다. 신차를 구매하며 오래 탄 차를 폐차 하는 좋은 날에도 사람들은 슬퍼한다. 말귀 못 알아듣고 구석에서 뱅글뱅글 돌기 일쑤인 로봇 청소기는 구형 모델인 데도 꾸준히 AS센터에 나타난다. 로봇 반려동물이 처음 나타났을 때 사람들은 결국 자신을 먼저 떠나는 동물들과 달리 영원히 곁에 있는다는 매력에 관심을 가졌다. 소니는 1999년 '아이보(Aibo)'라는 이름의 로봇 강아지를 분양하기 시작했다. 2006년까지 약 15만 마리가 주인의 품에 안겼고, 동물이 동물병원에 가듯 주인들은 매년 AS 센터에서 자신의 강아지가 아픈지 살폈지만 소니는 결국 부품 생산 중단을 이유로 2015년 AS 서비스를 종료했다. 그 후 아이보들은 주인을 떠나기 시작했다. 아이보를 사랑한 사람들은 이들을 한 절에 모시며 애도하고 제사를 지냈고, 조금이라도 더 오래 세상에 머무는 아이보들을 위해 문제 없는 부품을 양보하기 시작했다. 영원히 주인 곁을 떠나지 않는다던 강아지는 살아있는 강아지가 그랬듯 15년만에 주인의 품을 떠나기 시작했다. 결국 전자기계란 사람을 위하면서도 위하지 못하나 보다. 매번 사람의 애정을 집요하게 공략하려는 기업들의 로봇은 자본주의의 굴레를 이유로 결국 사람을 떠난다. 기계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때 그들을 떠나보내며 운다. 사랑은 유한하기 때문에 아름답다는 말도 있지만, 사랑이란 발견한 모든 것을 향하지 않기 때문이란 말일지도 모른다. 나는 빈티지 장난감 수집을 좋아하는데, 최근 '퍼비(Furby)'라는 이름을 가진 장난감 인형을 구입했다. 자기들끼리 이야기도 나누고 눈도 깜빡이며 주인에게 말을 거는 녀석이지만, 내게 온 녀석은 멈췄다. 1998년 나온 아주 오래 된 것을 구입했는데, 속눈썹은 보기 싫게 뜯겨 있고 작동은 멈췄다. 사실 하늘을 향해 삐죽삐죽 솟아야 할 머리털(?)도 어쩐지 2대 8로 열심히 빗어줬던 모양인지 추욱 늘어져있다. 내 품으로 25년 만에 온 이 퍼비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당연히 있을 거라 생각하며 검색해보자 퍼비를 고치는 방법이 검색 결과로 나왔다. 유통사 하스브로는 퍼비를 더이상 고쳐주지 않는 모양이다. 내 품에 온 퍼비도 결국 누군가의 유한한 사랑을 받다 온 것 같다. 컴퓨터는, 영원할 것처럼 속이기를 참 잘 한다.

2024-05-23 13:00:39 김서현 기자
[기자수첩] 부실시공 방지 대책 필요

최근 준공을 앞둔 대구의 A아파트 단지에서 부실시공을 감추기 위해 몰래 보수 공사를 진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다. 입주 예정자들에 따르면 시공사가 사전 설명도 없이 비상계단 층간 높이를 규격에 맞추기 위해 계단을 깎는 보수 공사를 했다. 계단 층간 높이가 1.94m에 불과해 시공사가 법적 기준(2.1m 이상)을 맞추기 위해 공사가 끝난 계단을 몰래 깎았다는 것. 해당 단지는 지난 2월 입주 예정이었지만, 하자 보수 문제로 공사 기간이 3개월가량 늘어났다. 지난 4월에는 마감 품질의 완성도 미흡을 이유로 사전점검 기간을 일주일 미루기도 했다. 관할 구청은 현장 조사에서 안전상 문제가 발견되면 준공 승인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이다. 시공사의 부실시공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4월 인천광역시 서구 원당동에 자리 잡은 '검단신도시 안단테 아파트' 현장에서 연쇄적인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지하주차장 1층 지붕층인 어린이 놀이터 예정 지점과 지하주차장 2층의 지붕층이 무너져 내렸다. 해당 붕괴 사고는 발주처나 시공사 측이 아닌 공사 현장 인근 아파트 주민의 언론사 제보를 통해 알려졌다. B건설은 붕괴 사고 이후 건설 현장에서 모든 로고를 제거했다는 논란이 일면서 부실시공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준공이 임박한 신축 아파트를 대상으로 부실시공 하자에 대한 특별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30일까지 지자체 및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전국 신축아파트 건설 현장 중 준공이 임박한 곳을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실시한다. 점검 대상은 향후 6개월 이내 입주가 예정된 171개 단지 중 ▲부실시공 사례가 발생한 현장 ▲5년간 하자판정건수가 많은 상위 20개 시공사 ▲벌점 부과 상위 20개 시공사가 시공하는 20여 개 현장 등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부의 특별점검 발표에도 냉랭한 반응이다. 이미 발생한 하자를 보수하는 후순위 대책에 불과해 부실시공을 방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정부는 후분양제 도입을 비롯해 기업의 자재 누락 문제, 건설 현장 하도급 체계 개선 등 부실시공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 제거를 위한 정책을 고심해야 한다.

2024-05-22 16:42:05 김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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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낙동강 오리알된 알뜰폰 사업자

#. 최근 5년간 알뜰폰을 이용 중이던 직장인 B씨(33세)는 통신 3사 요금제로 갈아타기로 했다. 통신 3사의 OTT 결합 할인 혜택 뿐만 아니라 가족 할인까지 적용되면 알뜰폰의 통신비와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10년간 저가 통신시장을 키워온 알뜰폰 사업자들이 위기에 내몰렸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이 시작된 이후 알뜰폰 가입자 수가 꾸준히 이탈하고 있는 것. 이에 알뜰폰 중소사업자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통신비 부담 절감'이라는 단어에 가려지고 있는 분위기다. 21일 한국통신사업자협회(KTOA)에 따르면 지난달 알뜰폰의 번호이동 순수증가량은 2만158건으로 기록됐다. 1월 7만8060건, 2월 6만5245건, 3월 4만5371건, 4월 2만158건으로 가입자가 매달 급감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지난 3월 '단통법 폐지' 추진 일환으로 전환지원금 제도 등을 도입한 후 알뜰폰 가입자 수는 계속 줄고 있다. 전환지원금 뿐만 아니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내놓은 만원대 5G 요금제로 알뜰폰의 강점이었던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 여기에 금융사의 알뜰폰 시장 진출에 따라 과당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자본력을 앞세운 금융사의 통신시장 진입이 가능해지면서 10년간 저가 통신시장을 키워온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이 코너에 내몰렸다는 우려다. 최근 대형 금융권은 비이자수익 사업 확장을 위해 통신 사업에도 적극 뛰어들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망 도매대가의 70~80% 수준 요금제로 알뜰폰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 'KB 리브모바일(KB리브엠)'은 지난달 말 기준 42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후발주자인 우리은행도 비슷한 수준의 요금제를 출시할 것으로 보여진다. 서비스 출시는 내년 1분기로 전망된다. 문제는 22대 국회에서 단통법이 폐지된다면,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의 고사 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제4이통사 출현 또한 알뜰폰에 위협이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알뜰폰 정책을 손질한다는 계획이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에 따라 지난달부터 알뜰폰 사업자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한 정책 수립에 돌입했다. 다만, 정책 수립이 언제 결론날 지는 아직 미지수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은 알뜰폰 시장 활성화를 약속한 정부를 믿고 시장에 뛰어든 사업자들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일관성 없는 통신 정책으로 중소 사업자들이 도산 위기에 처했다. 정부의 실효성 있는 통신비 절감 정책과 알뜰폰 정책 수립을 기대해본다.

2024-05-21 16:40:45 구남영 기자
[기자수첩] ATS 거래시간 딜레마

"이제 주식 투자도 코인처럼 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가 아니라 '심화'가 될까봐 겁납니다." 한 투자자가 내년 상반기 출범을 앞둔 국내 최초 대체거래소(ATS)의 주식 거래시간을 두고 한 말이다. ATS의 거래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하루 12시간이다. 현행 국내 주식거래 시간이 오전 9시~오후 3시30분인 것과 비교하면 5시간30분이 늘어난 것이다. 이렇게 오전 9시에서 6시까지 근무하는 직장인이 퇴근 후에도 편하게 주식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시간을 늘린 것이 특징이지만, 기대했던 것만큼 거래량 확대가 현실화하지 않을 수도 있다. 2016년 8월 당시 한국거래소는 거래량을 늘리기 위해 기존 오후 3시에서 오후 3시30분으로 정규매매시간을 연장했지만 오히려 2015년 동기보다 거래량이 11%가량 줄어든 바 있다. 특히 당일 매매 전략을 구사하는 투자자들은 일찌감치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 자본시장은 오래전부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하기 위해 많이 고민했지만 ATS가 그 해법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새롭게 출범하는 거래소의 거래시간은 한국 증권 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업계에서는 거래량이 낮은 증권상품의 경우는 자금력과 유동성을 가진 대주주나 기관이 거래량이 적은 상품을 사고팔게 되면 주가에 큰 변동성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른바 '작전세력'이 나타날 가능성도 농후하다. 여기에 기업들이 장중에 실적발표나 공시를 하게 되면 공시가 시장에 바로 반영돼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ATS가 기존 거래소보다 낮은 수수료를 책정하는 것은 호재일지 모른다. 하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국가가 수수료를 통해 '세수'를 더 걷고 싶어 하는 것 같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업계에서도 시간 연장으로 인한 부작용이 없도록 내년 3월 ATS 정식 출범 전까지 보안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시점은 밸류업 프로그램 진행과 더불어 불법 공매도 근절 등 국내 주식 시장에 대한 신뢰도 제고가 무엇보다 중요한 때다. 금융당국은 성급하게 주식 거래시간을 늘리는 것 아니냐는 투자자들과 업계의 지적을 흘려듣지 않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대책을 미리 강구해야 할 것이다.

2024-05-20 17:15:14 허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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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흥선대원군도 울고 갈 '직구 척화비'

'서양 오랑캐가 침범하매 싸우지 않음은 곧 화친을 주장하는 것이요, 화친을 주장함은 곧 나라를 파는 것이다.' 흥선대원군이 서양과의 접촉·교류를 금지하기 위해 세운 척화비(斥和碑)의 내용이다. 이 때문에 흥선대원군은 '쇄국 정책'의 대명사로 불린다. '쇄국 정책'은 조선 후반기 통상·수교 거부 정책이었는데, 흥선대원군이 최초로 주장한 것은 아니다. 이전의 정책 기조가 그러했고, 흥선대원군은 하던 대로 했을 뿐이다. 척화비는 신미양요가 일어났던 1871년에 처음 건립했다. 한반도에 접근한 미국과 프랑스가 통상을 요구하다가 무력시위까지 했다. 척화비에 '화친은 나라를 파는 것'이라는 내용이 들어간 것은 이 때문이다. 또 조선은 통상을 이유로 청나라에 접근한 서구 열강이 전쟁을 일으키는 것을 지켜봤다. 그러니 문호 개방은 예측 불가능한 리스크라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후대에 자신이 쇄국 정책의 대명사로 불리는 것을 안다면, 흥선대원군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억울해도 어쩔 수 없다. 후대의 평가도 그가 감내할 몫이라서다. 그런데 오늘날 정부의 'KC 미인증 제품의 해외 직구 금지' 방침을 보니, 흥선대원군도 울고 갈 '직구 척화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커뮤니티를 보면 해당 방침을 두고 '흥선대원군 쇄국정책이냐'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다. 어째서 21세기에 사는 우리가 19세기 인물인 흥선대원군까지 소환해야 하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위해성만 없다면 당장 금지는 아니다'로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의 문제의식은 이해한다. 어린이에게 위험하거나 화재 발생 위험이 있는 제품, 생활화학제품 등은 관리가 필요하다. 유해물질이 발견된 제품도 있다. 해외 직구는 이런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기 어려운 것도 맞다. 그럼 정부는 이런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방침을 찾아야 한다. 혹은 국민이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길도 열어둬야 한다. 왜 사람들이 해외 직구를 찾겠는가. 알리와 테무 외에도 개인적으로 해외 직구 제품을 판매하는 소상공인도 있다. 그들이 입는 피해는 어떻게 구제할 건지도 생각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하는 '세심한 정책 집행'은 이런 게 아닐까. /서예진기자 syj@metroseoul.co.kr

2024-05-19 12:58:31 서예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