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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껍데기만 남은 '비정규직 정규직화'

개명이 한참 유행하던 때 나는 이름을 바꿨다. 한자 이름이 상용 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용할 때마다 애를 먹었기 때문. 당시 이름만 바꾸면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소문이 있어 기대를 품었지만 아쉽게도 한자이름 사용이 쉬워졌다는 점을 제외하곤 내 생활도 성격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공공기관은 요즘이 개명시즌인가 보다. 문재인 정부의 1호 국정과제인 '비정규직 제로화'에 따라 공공기관 656곳 가운데 484곳이 정규직으로 이름을 바꿨다. 산업·기업·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과 예금보험공사를 포함한 이들은 2020년까지 전환목표인 20만5000명 중 85.4%인 17만4868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문제는 이들이 자회사 설립을 통해 정규직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 현재 산은은 'KDB비즈', 기은은 'IBK서비스' 수은은 '수은플러스', 예보는 '예울FMC'라는 이름으로 자회사를 마련, 정규직화를 시도하고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보면 파견·용역 노동자는 직접고용·자회사·사회적기업 세 가지 형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직접 고용을 할 경우 장기적으로 퇴직충담금이 부채로 잡혀 경영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정작 이름이 바뀐 그들의 일상은 달라진 부분이 없다. 그들이 요구했던 임금·복지·고용안정 등 모든 것이 그대로다. 회사로 전환한 직원의 임금은 평균 10.96% 인상됐지만 외려 인상폭이 들쭉날쭉해졌다. 기초적인 복지시설도 마련돼 있지 않아 일부는 청소 근로자가 화장실 안 휴식공간에서 쉼을 청하는 것이 부지기수다. 자회사 중엔 쟁의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어 불만을 토로하기도 어렵다. 자회사 설립 및 위탁의 근거가 없다보니 정권 기조가 바뀌거나 필요에 따라 해당 자회사는 언제든 매각될 수 있어 고용도 불안정하다. 그렇게 핑크빛 미래로 변화만 가득할 것 같던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소문만 많던 빈껍데기가 됐다. 어느 누구도 정규직이라 말하고 있지만 정규직의 삶은 누리지 못한다.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나 처럼 단순히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껄끄러워 바꾸기로 한 것이었던가. 공공기관을 앞세워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실시한 이유가 무엇인 지 깊이 있게 돌아볼 때다.

2019-09-16 14:27:04 나유리 기자
[기자수첩] D(디플레이션)의 공포

이번에는 'D(디플레이션)의 공포'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2%대 달성도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 공포가 고개를 들고 있다. 디플레이션(deflation)이란 경제 전반적으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과거 1930년대의 대공황이나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디플레이션으로 인해 시작됐다. 우리는 주변국 일본의 상황을 1990년대 초부터 지켜봤기 때문에 그 공포가 더욱 크다. 금융시장 안팎에서는 일본 최악의 디플레이션이 우리나라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내수가 부진해지며 1999년부터 소비자물가가 하락했다. 소비자는 물가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해 소비를 미뤘고, 기업은 매출이 줄며 시설과 인력에 투자를 못 했다. 소비와 투자의 감소는 전반적인 가격 하락을 초래한다. 우리나라의 현재는 어떤가.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65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개월 연속 0%대를 기록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저물가 흐름이 지속되며 연간 물가 상승률은 0.7% 내외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1999년과 2015년에 이어 세 번째로 1%를 밑돌게 된다. 경제 성장세는 더욱 둔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은 2.2%다. 국내 주요 연구기관으로는 처음으로 한국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9%로 기존보다 0.3%포인트 낮춰 전망치를 1%대로 내려 잡았다. 노무라증권(1.8%), 모건스탠리(1.8%) 등 외국계 기관의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진작부터 1%대였다. 이론상으로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저물가가 계속되면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정부는 저물가는 일시적 현상이라며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의 저물가는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등 공급 측 요인의 기저효과 때문이며 하반기에는 이런 효과가 사라지면서 빠르게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계청도 근래의 저물가가 총체적인 수요 부족에 의한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고, 일시적·정책적 요인에 따른 0%대 물가는 디플레이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저물가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진짜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도 있다. 저출산·고령화, 가계부채 증가 등 우리나라의 구조상 소비가 줄면서 투자가 감소하고 결국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출 수 있다. 정부와 한은이 저물가 상황에 대한 위기감이 너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디플레이션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저성장, 저물가에 대한 장기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2019-09-15 15:45:33 김희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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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오갈 데 없는 병들고 가난한 노인

지난 8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 건물 입구에서 노부부가 숨진 채 발견됐다. 남편 A씨(70대)는 심장 질환으로 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고 있었고 아내 B씨(60대)는 오래전부터 위암을 앓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이 19층 복도 창문에서 뛰어내려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B씨의 주머니에서는 "하나님 곁으로 가겠다"는 내용이 적힌 유서가 발견됐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58.6명(2015년 기준)으로 OECD 평균인 18.8명의 3배를 웃돈다. 두 번째로 높은 슬로베니아(38.7명)의 1.5배다. 국가인권위가 지난해 발표한 '노인인권종합보고서'에는 노인 4명 중 1명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는 조사 결과가 실렸다. 기자가 아홉 살이 되던 해 친할머니처럼 따르던 이웃집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할머니는 병원에서 치매 판정을 받고 집으로 돌아온 다음 날 베란다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노인들은 왜 생의 마지막 순간에 자살이라는 선택을 하는 걸까. 사회가 이들을 버렸기 때문이다. 우리는 약자인 노인을 돌봐주기는커녕 눈치 주고 구박한다. 지난 3월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가 2018년 무임승차로 3540억원의 손실을 냈다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액은 전체 적자(5390억원)의 65.7% 수준이다. '무임승차로 생긴 적자는 요금을 지불하는 일반승객에게 돌아간다. 노인에게 500원이라도 요금을 받아야 한다', '무임승차가 웬 말이냐? 노인이라고 우대해줬더니 무료로 지하철 타고 일하러 다닌다. 일할 힘 있는 사람을 노인이라고 무료로 해준다는 게 말이 되냐' 등의 댓글이 달렸다. 전자에는 6695명, 후자에는 2805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병들고 가난한 노인은 오갈 데 없는 처지에 놓였다.

2019-09-10 14:28:36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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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한민국 기술 전쟁, '이기는 편 우리편'

대한민국이 전쟁터가 됐다. 물리적 충돌은 아니다. 첨단 기술을 둘러싼 국내 업계간 자존심 싸움이다. 글로벌 TV 시장이 가장 뜨겁다. 삼성전자가 QLED TV로 글로벌 점유율 절반을 여전히 지켜내고 있는 가운데, LG전자는 올레드 TV로 추격에 나섰으며 '진짜 8K' 논쟁에도 불을 지폈다. 2차전지 부문에서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간 기술 침해 논란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인력 빼돌리기 문제가 특허 침해 싸움으로 번졌다. 소형 올레드 시장도 LG디스플레이가 삼성디스플레이를 위협하는 형국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점유율이 80%로 떨어지고, 대신 LG디스플레이 점유율이 10%대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집안 싸움'에 깊은 우려를 내보인다. 기술 강국인 미국과 일본이나, 신흥국인 중국과 싸울 힘을 낭비하고 있다는 논리다. 특히 특허 소송과 같은 전면전에는 비판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그러나 오히려 긍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글로벌 최고 업체가 모두 한국 국적이라는 점, 그리고 경쟁자 역시 같은 한국 기업이라는 점에서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한국 기업이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다는 상상은 꿈같은 얘기였다. 이제는 세계 어디를 가도 공항에서 쇼핑몰까지 국산 브랜드를 보지 않을 수가 없다. 해외 여행을 가서 오히려 애국심을 키운다는 우스갯 소리도 많다. 올해 IFA에서도 한국 기업들만이 혁신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4차산업혁명이 '메이드 인 코리아'가 된 셈이다. 경쟁은 또 다른 발전을 낳는법, 기술 전쟁을 재밌게 바라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기는 편 우리편'이다. 법적 싸움을 위해 지나친 비용을 투자할 필요는 없겠지만, 어떤 기술이 더 우수한지를 겨루는 건 언제든 환영이다. 앞으로도 한반도 기술 전쟁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

2019-09-09 17:35:17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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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진짜 환경을 생각한다면

대형마트에서 종이상자와 포장용 테이프 등이 없어진다. 비닐과 플라스틱 등 폐기물 발생을 줄이고 장바구니 사용을 생활화하는 습관을 널리 전파해 환경운동을 일으키자는 취지다.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알아서 포장되서 가져다 주잖아. 대형마트는 예전보다 가지도 않는데 저게 큰 효과가 있나?" 뉴스를 보던 가족들의 생각이었다.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다.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가구가 늘어나고 소비 습관이 변화하면서 오프라인 기반의 대형마트가 위기에 처한 것은 이미 다 알고있는 사실이다. 실제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유통 대기업이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고 운영효율을 높이고자 오히려 종이상자가 더 난무하는 물류 산업에 더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환경 운동을 위해 단순하게 박스 포장을 없앤다는 것은 그야말로 전형적인 탁상공론의 결과물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환경부는 종이상자가 과도한 포장용 테이프 사용을 야기하고 이로 인해 재활용이 어려운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번 방침에 대해 취지를 밝혔다. 하지만 굳이 종이상자 재활용까지 막을 필요가 있냐는 불만도 제기된다. 사실 마트에서 쓰는 종이박스가 '새 것'이 아닌 '재활용'이기 때문이다. 종이 테이프를 사용해 분리수거를 용이하게 한다는 등의 기존 유통업계의 환경보호 아이디어를 활용하지 못한 점이 아쉽기도 하다. 정작 폐기물이 많이 발생하는 곳은 대형마트가 아니라 물류분야가 아닐까 싶다. 실제로 온라인으로 장을 볼 경우에 비닐과 종이박스가 더 많이 쓰인다. 혹여나 상품이 깨지거나 망가지진 않을까 모든 상품이 각 분야별로 포장이 되서 배송되기 때문이다. 환경보호는 모두가 자발적으로 나서야하는 캠페인이다. 따라서 '너의 편의를 양보해라'를 강요하는 것 보다 '누이좋고 매부좋고'의 효율성을 강조해야 하지 않을까. 과거 장바구니 사용을 격려하면서 소소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동시에 환경보호까지 할 수 있게끔 독려했던 참신한 아이디어가 다시 한번 필요한 때다.

2019-09-08 15:56:44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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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한글로는 안 되나요?

[기자수첩]한글로는 안 되나요? "선번(Sunburn)을 예방해야…", "쿨링 효과에 톤업 효과까지 있어서…", "럭셔리한 분위기에 디테일을 더하고…" 하루에도 수십통씩 보는 문장들이다. 패션과 뷰티, 아니 의류와 화장품을 담당하는 기자에게 가장 번거로운 일 중 하나는 바로 쓸 데 없는 외국어를 한국어로 바꾸는 일이다. 각각의 업체에서 기자에게 보내는 메일이 하루 평균 약 100통이라고 가정한다면, 그 중 80%는 '솎아내기' 작업을 해야만 한다. 기준은 하나다. 한국어로 바꿨을 때 의미가 전혀 통하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이다. 외국어를 남발하는 것은 오히려 편하다. 과한 번역체는 문장을 새로 고쳐써야 하기 때문에 더욱 괴롭다. 3분이면 고칠 수 있는 분량인데 온갖 번역체를 잡아내다보면 10분도 순식간이다. 이런 일이 있었다. 일정이 무척 바빠 자료 처리에 '공 들일' 시간조차 없던 날이었는데, 외국어와 번역체로 중무장한 원고지 8매 분량의 자료가 왔다. 각 잡고 앉아 열심히 고쳐봤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만한 시간 여유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홍보팀에게 전화를 걸어 해석을 부탁했다. 서로가 한국어를 쓰고 있고, 한글로 된 자료를 보고 있는데 해석을 요청하는 머쓱한 상황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홍보팀에게 이러한 문제로 전화를 걸었던 것은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이후 또 다른 관계자와 밥을 먹다가 우연찮게 이 문제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돌아온 답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었다. 관계자의 말을 보기 편하게 정리하자면 패션·뷰티, 아니 의류·화장품 업계의 고질적 관행이란 것이다. 한글로는 명확하게 표현이 안 되거나, 자연스레 순화할 수 없는 단어가 많다는 점도 이유다. 하지만 우리가 발 붙인 이곳은 한국이다. 기사에서 한글과 영어 표기가 나란히 있을 땐 한글을 앞서 붙여주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동사무소는 주민센터가 되고, TV 방송에서마저 외래어가 무분별하게 남발되는 사회에서 한글의 입지는 자꾸만 좁아지고 있다. 지키는 것도 하나의 힘이다. 어색한 상황에 익숙해져선 안 된다. 이제 한 번쯤 다시 되돌아 볼 때가 아닐까.

2019-09-04 15:51:58 김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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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LG 건조기 먼지 논란

잘못을 했을 때 빠르게 인정하는 게 득이 되는 경우가 있다. 기업의 경우 소비자 불만을 방치할 경우 신뢰에 치명적이다. 최근 LG전자의 대응을 보며 이 교훈을 떠올렸다. LG전자 의 건조기 논란은 사용자 불만에서 시작됐다. LG전자의 의류건조기에 탑재된 자동세척 콘덴서(응축기) 기능으로 인해 건조기 내부에 먼지가 쌓이고, 건조된 옷에서 불쾌한 냄새가 난다는 것이었다. 빨래를 말리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건조기를 구매한 소비자는 황당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위생 문제는 물론, 장기적으로는 열교환기 효율이 떨어져 건조 성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엘지건조기자동콘덴서 문제점'이란 이름의 네이버 밴드 커뮤니티 회원은 2일 기준 3만1600명에 달하고, 환불과 보상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3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소비자 불만이 거세지자 지난 7월 LG전자는 '먼지가 쌓이는 것이 콘덴서 기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며 10년 무상 보증을 대책으로 내놨다. 하지만 소비자의 불만은 계속됐다. 이런 가운데 한국소비자원이 진행한 LG 건조기 현장점검 결과에 따르면 미생물 번식·악취 발생의 가능성이 있었고, 이후 건조과정에서 새로 발생한 응축수와 혼합됨에 따라 오염된 물로 콘덴서 세척이 이루어질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는 한국소비자원의 시정권고에 따라 2016년 4월부터 현재까지 판매된 '트롬 듀얼인버터 히트펌프 건조기' 전부(올해 6월말 기준 약 145만대)에 대해 기존 부품을 개선된 부품으로 교체하는 무상수리 조치를 실시하기로 했다. 결론적으로 문제를 개선한 제품을 새롭게 생산하게 됐지만 회사의 대응 방법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가 회사의 경영 이념이기도 해서다. 진정한 고객 가치의 실현은 실수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것 아닐까.

2019-09-04 10:27:12 구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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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조국 간담회에 가려진 인사청문회의 '민낯'

"아내 관리도 못하는 사람이 수십조원 예산을 다루는 과기정통부를 관리할 수 있겠느냐".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한 야당 국회의원이 뱉은 말이다. 최 후보자와 배우자의 기부금 관련 내역을 질의하면서다. 동료 의원이 정정을 요청하자 반발 끝에 서둘러 발언을 정정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같은 날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 인사청문회장. 또 다른 야당 국회의원은 "지금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병폐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고 질의하며 "저는 출산율이라고 생각한다. 후보자가 그것도 갖췄으면 정말 100점짜리 후보자다. 본인 출세도 좋지만 국가 발전에도 기여해주시길 바란다"고 발언했다.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출신 조 후보자가 미혼 여성이라는 점을 지적한 셈이다. 이날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기자간담회에 가려진 인사청문회의 '민낯'이다. 인사청문회의 수행 능력 검증은 질문을 통해 이뤄진다. 따라서 후보자가 공직에 적합한 업무능력을 갖췄는지 날카로운 질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이날 열린 인사청문회는 정책이나 업무능력과 무관한 성차별적 질문으로 얼룩졌다. 정치권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도 이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성차별적 발언을 해 논란이 된 의원들을 징계하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후보자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결혼, 출산을 언급하거나 아내를 관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오인할 수 있도록 하는 질문은 오히려 후보자보다 검증자인 의원들의 시대에 뒤떨어진 성 인식 수준을 검증케 했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 공직에 지명된 사람이 공직을 수행해 나가는데 적합한 업무능력이나 인간적 자질이 있는지 없는지를 검증하는 자리다. 흠집내기나 여야간의 정쟁만을 유발한다는 무용론이 지적되지만, 국회가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 이 같은 무용론이 나오지 않기 위해서는 다시 본질로 돌아가 검증자부터 전문성을 갖추고 수준있는 질문을 준비해야 한다. 흠결내기에만 몰두한 질문은 아무도 설득할 수 없다.

2019-09-03 15:33:04 김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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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빅데이터 경제'의 명과 암

빅데이터가 곧 자산이 되는 오늘이다. 수많은 디지털 데이터가 새로운 제품·서비스 창출의 핵심 자원으로 활용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이기 때문이다. 금융업에서도 이는 크게 다르지 않다. 전문가들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가 금융결제 이력이 부족한 소비자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들이 데이터경제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을 요구하고 나선 이유다. 예를 들어 대환대출 등 소비자금융을 제공하는 핀테크 사업자는 법 개정을 통해 기존 금융기관과 정보를 공유하고, 씬파일러(금융이력부족자)를 위한 금융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 글로벌 핀테크 업체가 이미 이들을 위한 대출을 활성화하고 있는 만큼, 관련 법령의 개정은 국내 여신 체계의 금리 단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전망이다. 대안신용평가 체계의 확립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데이터경제 3법을 개정해 금융기관 간 고객 데이터 공유가 가능해진다면, 금융정보가 부족한 차주를 대상으로 하는 다면 신용평가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세밀한 신용평가를 통해 중소금융사들이 더욱 혁신적인 금융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기도 하다. 그러나 빅데이터 경제의 장미빛 전망을 말하기 이전에, 그에 따른 보안 문제의 우려를 확실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현재 국회에 상정된 개정안은 명목적으로는 유럽연합(EU)의 개인정보보호법(GDPR)에 맞춘 국제적 수준의 개인정보보호법제 개정을 추구했지만, 실상은 그 중 개인정보의 활용과 유통에 대한 부분만 가져온 데 불과하다.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도 가명처리 등의 방식으로 개인정보 활용이 가능하다"며 "개인의 건강정보·유전정보 등 사생활에 해당하는 영역이 과학적 연구라는 명목으로 민간 보험사들에게 제공된다면 개인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배제효과가 일어날 우려가 있다"고 했다. EU는 공정한 데이터 전송을 허용하면서도 데이터 프로파일링에 대한 정보주체의 거부권, 개인정보 영향평가 등 정보주체의 권리를 강화하는 다양한 조항을 도입했다. 물론 개정안을 발의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정보주체의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활용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과거부터 금융기관을 통해 끊임없이 발생됐던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확실히 해결되지 않아 행안위의 주장에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는것도 사실이다. 개인정보는 한 번 유출되면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개인정보 활용 확대를 주장하기 이전에, 금융회사를 비롯한 데이터 활용 당사자들의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

2019-09-01 14:05:25 홍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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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조국 딸 입시 논란, 입 다문 교육부

[기자수첩] 조국 딸 입시 논란, 입 다문 교육부 교육부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딸의 고입부터 대입, 대학원에 진학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입을 꽉 다물고 있다. 지난해 대한항공 일가 갑질 사태가 불거지면서 조원태 사장의 20년전 인하대 편입학 서류를 들춰내 입학을 취소 처분한 것과 대비된다. 조 후보 딸이 특목고인 한영외고에서 고려대 이과계열에 입학한 것에 대해서도 말을 아낀다. 교육부는 다만 조 후보 딸이 고려대에 입학할 때 치른 입학사정관전형은 지금의 학생부종합전형(학종)과 다르고, 학종 신뢰도를 지속 높여가겠다는 별 의미없는 해명을 내놓기는 했다. 학종의 전신인 입학사정관전형은 2007년 도입된 이후 지속적으로 신뢰도와 공정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돼 왔다. 과도한 외부 스펙 경쟁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2013년 교내 활동 중심으로 평가하는 지금의 학종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후에도 학생부에 해외 봉사활동, 공인어학시험, 논문(학회지) 등재, 도서 출간에 이어 2016년부터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암시하는 내용의 기재도 금지했다. 자기소개서에도 외부 수상실적을 평가에서 미반영토록 하는 등 금지 항목을 늘렸다. 일각에서는 학생부와 자소서에 '쓸 것이 없다'는 이야기 까지 나오고 있다. 교내 활동만 평가에 반영한다고 해서 학종을 신뢰할 수 있을까. 학종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은 언제까지 내놓아야 할지 의문이다. 조 후보 딸의 대학 입학이 문제가 되는 건, 논문 등 학교 밖 활동 등 평범한 사람들이 갖추기 힘든 스펙을 요구하는 대입 전형이라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특목고인 외고에서 이공계 대학에 진학하는게 올바른 것인지도 의견을 밝혀야 한다. 교육공약에서도 외고와 자사고 등 특목고가 당초 설립 목적과 달리 운영되고 사교육을 부추긴다고 적폐로 몰아부치고 있는 교육부가 이에 대해 말을 아끼는 이유가 무엇일까. 점수로 줄을 세워 선발하는 수능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겠다면서도, 학생부종합전형 선발 비중을 줄이라는 교육부의 스탭이 꼬인 것은 아닐까.

2019-08-29 15:25:53 한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