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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회의원, 왜 일 안 하나

"국회의원들 일 좀 하라고 해" 정치부 기자로서 주변인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하지만 국회의원 일정은 누구보다 숨가쁘다. 기본 책무인 입법만 해도 여러 이해관계와 이견이 얽혀 있다. 300명의 헌법기관은 각자 가진 전략과 정략으로 본인이 추구하는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 싸워야 한다. 이 과정에선 명분이 있어야 하고 때론 음모도 있다. 의원회관에서는 법을 만들거나 고치기 위한 토론회가 하루 평균 대여섯 건 열린다. 대부분 의원실 주최로 열린다. 의원들은 토론회는 물론 민생 현장과 자신의 가슴에 금배지를 달아준 지역구도 찾아야 한다. 비례대표도 지역구 활동은 불가피하다. 연중에는 국가 예산을 심사하고, 행정부가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국정감사도 열어야 한다. 정부 잘못을 호통치기 위해선 나름의 공부와 조사도 필요하다. 큰 사고가 날 경우 국정조사도 실시한다.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을 확인하고 국민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인사청문회도 연다. 그럼에도 국회의원은 왜 '일 안 한다'는 소리를 듣나. 국회 안팎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에 가면 사회자가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누구누구 의원님이 일정이 있으셔서…"이다. 행사가 열려도 의원 대부분은 불참하거나, 오더라도 축사만 하고 자리를 뜨는 경우가 태반이다. 의원이 직접 토론회를 열기도 하지만, "여러분의 이야기를 잘 듣고 반영하겠다"던 그는 기념사진만 찍으면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교수 등 참석자는 토론회를 마쳐도 주최자가 없어 서로 어색하게 인사한 후 자리를 뜬다. 민망하다는 듯 나가는 뒷모습이 불쌍할 때도 있다. 당 지도부의 형식적인 행사 참여도 문제다. 한 정당 대표는 간담회에 참석해 "허심탄회하게 말해 달라"더니 얘기만 하다 회장을 떠났다. 또다른 대표는 "서민 목소리를 듣겠다"며 지하철을 탔지만, 앉아서 앞만 보고 가는 모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오면서 뭇매를 맞았다. 조찬 행사, 의원총회, 상임위원회 법안 심사, 지역 민원 해결, 토론회, 정부 감시, 의정 활동을 위한 여러 회동까지 고려하면 국회의원에게 24시간은 부족하다. 하지만 과도한 일정은 오히려 진정성을 가리고 목적을 상실하고 있다. 얼마 전 한 입법 토론회에 참석했다. 의원 10여명이 왔지만, 주최자를 비롯해 모두 떠나고 한 사람만 자리를 지켰다. 그 의원에게 '왜 끝까지 남아 있었느냐'고 물었다. 그는 "내 임무니까"라는 짧게 답변하고 다음 일정에 나섰다. '당연한 상황'은 이제 '이례적 상황'이 됐고, 국민 가슴엔 상처만 남고 있다. 지금 국회에 필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2019-07-15 12:53:09 석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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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남성기업 역차별 시대

"여성 경제인들에 대한 우리 사회 인식이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정윤숙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이 회의 때마다 여성 기업인에 대한 지위 향상, 정책 지원에 대해 많이 말씀을 하시고, 또 여성 장관인 박영선 장관께서는 그 부분을 다 받아서 해결해주시더라구요. 이제 남성 기업인들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지난 10일 '제23회 여성경제인의 날'에 참석해서 한 말이다. 147만 여성 경제인을 응원하기 위한 자리에서 여성 기업을 위해 남성 기업인들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말이 '농담'삼아 나온 것이다. 정말 여성 기업인의 지위가 남성 기업인을 역차별할만큼 올라선 것일까. 이날 행사를 시작하며 정윤숙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은 "여성경제 참가율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이나 OECD 국가 기준으로 비교해 볼 때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경제참가율을 59%에서 OECD 평균 수준인 64%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지난 5월 24일, 박영선 장관은 한국여성경제인협회를 찾았다. 간담회를 열고 여성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이의준 상근부회장은 말했다. "역대 장관 취임하신 후 여성기업을 찾기까지 평균 5개월이 걸렸는데 (박영선 장관은) 한 달 반만에 여길 오셨다. 여성 장관이 오시니까 저희 대우가 달라진다는 것을 느꼈다." 여성 경제인들은 이제 OECD '평균'까지 가보자 말한다. 여성 장관이 취임해서야 대우가 달라졌음을 느낀다. 여성 기업인의 목소리를 3개월 반 먼저 들어준 것만으로도 차이를 느낀다고 말했다. 변화의 시작일 뿐이다. 여성경제인의 날 축하 영상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말했다. "여전히 많은 불편과 차별이 여성 경제인을 짓누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여성 경제인을 짓누르는 돌이 아주 조금 들리기 시작했다. 그 시작을 '역차별'이라 말할 수 있을까.

2019-07-14 16:02:49 배한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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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자사고 폐지 논란

최근 자사고 폐지 논란이 일고 있다. 기자는 자사고의 정의를 다시 한 번 찾아봤다. 자율사립고등학교. 자사고는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다양화하기 위해 교과과정 등을 확대한 형태를 의미한다. 기존의 자립형 사립고등학교보다 자율성을 더 보장해 학교별로 다양하고 개성있는 교육 과정을 실시할 수 있다. 정부 지원 없이 등록금, 재단 전입금으로 학교가 운영되며 등록금은 일반고의 3배까지 받을 수 있다. 기자는 중학교 졸업식 때 고등학교를 임의로 '배정' 받아 학교에 진학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입시는 한 학생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즉 학생 스스로가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그 결과가 학교 선택까지 이어질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현재 자사고 폐지 논란을 들여다보면 이같은 고등학교 비평준화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자사고 제도가 들어섰을 때 설립 취지는 '질 좋은 우수학교를 많이 만든다'였다. 하지만 현재 자사고 내부를 들여다보면 '질 좋은 학교=대학 입시 위주의 교육을 우선시하는 학교'라는 공식을 피하지 못한다.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데다 학교가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 보니 결국 대학 입시 위주로 수업이 진행되는 것이다.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 같은 내용을 근거로 자사고의 대학 진학 결과가 좋을 수밖에 없다며 결국 이는 고교서열화로 이어진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올 초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SKY캐슬'이 다시 한 번 주목을 받는 이유다. 돈, 명예 모두를 갖춘 부모들이 자녀에게 각종 사교육을 받게하고 서울대학교에 보내려는 이 드라마의 내용이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자사고든 일반고든 핵심은 '교육'이다. 중요한 것은 자사고 폐지가 우선이 아니라 일반고 발전을 위한 공교육 정상화 방안이 우선이다. 학부모들의 교육열정과 그들의 니즈를 모두 담아낼 수는 없겠지만 교육정상화를 위한 이 과정이 정교하게 다듬어져야 한다.

2019-07-11 17:07:18 김유진 기자
[기자수첩] 금리 내리라는 정부

정부가 지난 3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2.7%에서 2.4~2.5%로 낮췄다. 고작 0.2%포인트 내렸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씨티그룹과 골드만삭스 등이 2.1%, JP모건이 2.2%로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한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다. 심지어 모건스탠리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2%에서 1.8%로 낮췄다.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국제신용평가사들도 각각 2.1%, 2.3%, 2.0%로 내렸다. 일각에서는 2%대 중반 성장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여전히 낙관을 하고 있다. 막연하게 추가경정예산 등 정책 효과에만 기대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최근에 발표된 경제지표들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세제지원방안, 각종 투자지원 프로젝트 등이 차질없이 추진되고 국회에 계류 중인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 조속히 통과될 경우 2% 중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이번에 제시한 세제지원안은 경기 부양 효과가 최대 6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또 지난 4월 25일 제출된 추경안은 3달째 국회에 계류돼 있다. 여야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오는 19일에 추경안을 의결하겠다지만 정부가 목표했던 5월을 한참 지난 상황에서 국회 문턱을 넘을지는 미지수다. 이런 와중에 경제수장들은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나섰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여러 가지 경제여건이 변화했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변화한 여건을 감안해 합리적으로 (기준금리를) 결정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금리 인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만약에라도 (가계부채 증가 등과) 관련 우려가 있다면 우리 장치를 동원해서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은 정책수단을 동원해 차단할 수 있으니 금리를 내리라는 압박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금리를 내려서 얻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미 시장은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하며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 내부에서도 어쩔 수 없이 금리를 내려야 하는 분위기에 고민이 큰 모양이다. 시장의 관심은 한은이 오는 18일 발표할 수정경제전망으로 쏠린다. 한은은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0.1~0.2%포인트 낮춘 후 이후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019-07-09 16:04:47 김희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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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노숙인과 노숙자

"노숙인을 노숙자라고 해야 더 바른 표현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지난 3일 한 열혈 독자로부터 '노숙자'라는 표현을 '노숙인'으로 고쳐 써달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그는 "노숙자라고 표현해야 마음이 편한가요? 장애인 관련 기사를 쓸 때는 장애자라고 하지 않고 장애인이라고 쓰시죠? 근데 왜 노숙자라고 썼나요?"라며 "이젠 생각을 좀 바꾸고 기사를 쓰시죠"라고 일갈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장애인 관련 기사에 장애자라고 적은 기억이 없었다. 노숙자라는 표현이 노숙인을 얕잡아 부르는 말인지 궁금해 국립국어원에 문의해봤다. 국립국어원은 "노숙자와 노숙인은 비슷한 말이며 노숙자가 낮춤말은 아니"라며 "둘 다 쓸 수 있다"고 답변했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노숙자와 노숙인은 '길이나 공원 등지에서 한뎃잠을 자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장애인과 장애자와 관련해서는 "어감에 따라 더 잘 선택되는 표현이 있는 듯하나 두 단어 중 어떤 것이 더 낮춰 이른다든지 하는 의미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비하적인 표현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지만 앞으로는 단어 선택에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회적 관습을 방패막이로 삼아 차별과 혐오를 정당화하는 표현이 난무하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가 올해 1월 28일부터 2월 22일까지 국민권익위원회 온라인 참여 플랫폼인 '국민생각함'을 통해 가족호칭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 10명 중 9명이 성차별적인 호칭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편의 동생은 도련님, 아가씨라고 높여 부르는 반면 아내의 동생은 처남, 처제라고 낮춰 부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98.4%가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조사 첫날 시스템이 마비될 정도로 많은 참여자가 몰렸으며 26일간 총 3만8564명이 의견을 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지난 6월 일상에서 쓰이는 성차별적인 단어를 성평등한 단어로 바꾸기 위해 시민 의견을 모았다. 시민들은 '김여사'를 '운전미숙자'로, '효자상품'을 '인기상품'으로, '분자'와 '분모'를 '윗수'와 '아랫수'로 바꿔 부르자고 제안했다. '맨스플레인'이라는 단어를 세상에 널리 알린 사회운동가 리베카 솔닛은 "명명은 해방의 첫 단계"라며 "무언가를 정확한 이름으로 부르는 행위는 숨겨져 있던 잔혹함이나 부패를 세상에 드러낸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가족 상봉'을 '연쇄 이주'로, 조지 W. 부시는 '고문'을 '선진 심문'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지금 이름들의 전쟁을 마주하고 있다.

2019-07-08 14:05:10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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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적전분열, 누가 웃을까

정부와 재계가 오랜만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 조치에 정부가 발 빠르게 연간 1조원을 투입하겠다며 장기 계획을 마련해냈고, 재계도 정부 조치를 환경하며 대응책 마련에 함꼐 고심하고 있다. 정재계가 관계를 개선한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태도 변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 초 재계 총수들을 청와대에 초대하며 소통 강화를 선언한 데 이어, 삼성전자 사업장에 방문하는 등 지원도 이어왔다. 재계도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133조원 투자에 수십만명 고용 효과 창출을 약속했고, 그 밖에 재계도 고용 창출을 위한 노력에 한 뜻을 모았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은 '민간 외교관'이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글로벌 광폭 행보를 멈추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인도와 베트남, 아랍에미레이트(UAE) 등 신흥국가 주요 인사들을 만나며 관계를 돈독히 하며 정상회담에서도 역할을 맡았다. 한일 무역분쟁에서도 이 부회장 역할이 크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과 재계 총수들과 만남을 주선하며 해답을 모색할 기회를 마련한 데 이어, 일본으로 직접 건너가 대응 방안도 직접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검찰에 소환 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 대표이사를 한달여만에 다시 소환하면서다. 문제는 검찰이 여전히 이렇다 할 증거를 확보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전직 대표들이 여럿 고강도 조사를 받았지만, 검찰은 대부분 정황 증거만 확보한 상태에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정재계가 그럴듯한 하모니를 내는 상황에서 여전히 불협화음이 들려온다. 각자 역할이 나눠져 있기야 할테지만, 결국 피해는 국민들이 봐야 한다. 무의미하게 늘어지는 대법원 판결, 표적을 정해놓은 무분별한 소환조사, 정치계에서 던지는 여론 몰이까지. 누가 웃을 일인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2019-07-07 17:04:39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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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붉은 수돗물 주의보

[기자수첩]붉은 수돗물 주의보 인천에서 시작된 붉은 수돗물 사태가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일대에서 나타났다. 서울시는 긴급 추가경정예산 727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연내에 서울에 남아있는 노후 상수도관 138㎞를 전면교체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시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문래동의 '붉은 수돗물'의 원인은 노후화된 상수도관과 배수관 끝부분에 쌓인 퇴적물의 영향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약 1000가구가 있는 문래동 4가 지역의 상수도관은 지난 1973년에 묻혔다. 46년이 지난 '노후관'이다. 서울 시민들은 아직 138㎞의 노후된 상수도관이 남아있고, 어느 직역에 노후된 상수도관이 남아있는지, 또한 교체한다면 '안전한 수돗물'을 마실 수 있는지 우려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자치구별 노후관은 문래동이 있는 영등포구의 노후관이 13.9㎞로 가장 길다. 이어 강남구(11.9㎞), 중구(11.1㎞), 동대문구(10.9㎞), 성북구(10.1㎞) 뒤따르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도 '붉은 수돗물'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이같은 시민들의 우려에 서울시는 당초 2022년까지 노후관을 교체하려 했지만, 긴급추경예산을 투입해 연내 조기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노후 상수도관을 모두 교체해도 수돗물이 안전해진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의 노후관 분류 기준 때문이다. 지방공기업법을 살펴보면 통상 수도관의 내구 연한은 30년이다. 이 기간을 넘긴 수도관을 '경년관'이라고 한다. 그러나 서울시는 단순히 '오래됐다'는 기준으로 노후관으로 분류하지 않고 있다. 녹이 슬지 않는 성질의 내식성관으로 교체했는지가 주요 판단기준이다. 경년관 가운데 내식성 관으로 교체되지 않았거나, 기능에 이상이 생겼다면 노후관으로 정의한다. 현재 서울시 기준으로 스테인리스 강관은 30년이 지나도 노후관이 아니다. 이에 내구 연한을 넘긴 경년관 자체는 노후관보다 훨씬 많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30년이 넘은 상수도관은 약 1700㎞다. 전국적으로는 약 2만3000㎞에 달한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새로운 노후관 평가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자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녹이 슬지 않는 관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정확한 진단과 유지 및 관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2019-07-07 11:31:30 박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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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아동 성상품화 멈춰야

[기자수첩]아동 성상품화 멈춰야 최근 아이스크림 브랜드 배스킨라빈스의 광고가 아동 모델을 성적 대상화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배스킨라빈스 측은 광고를 삭제하고 사과했으나 여론은 여전히 식지 않는 분위기다. 논란이 된 광고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어린이 모델 엘라 그로스가 등장한다. 광고에서 그는 배스킨라빈스의 새 아이스크림인 '핑크스타'를 먹는다. 문제가 된 부분은 11세인 엘라 그로스가 진한 화장과 노출있는 민소매 차림을 했다는 점,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입술이 클로즈업 된다는 점 등이다. 이와 관련해 배스킨라빈스는 "이번 광고는 어린이임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고 개성 넘치는 엘라 그로스의 모습과 핑크스타의 이미지를 연계하기 위해 기획됐다. 해당 어린이 모델의 부모님과 소속사를 통해 충분한 사전 논의 후 제작했다"면서 사과를 전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이번 광고에서 엘라 그로스가 성적 대상화 됐다는 주장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광고 속 엘라 그로스의 메이크업이나 옷차림이 또래 여아들에게서도 흔히 보이는 모습이라는 의견이 뒤따랐다. 배스킨라빈스 측의 해명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 하고 있다. 사측에 따르면 엘라 그로스의 메이크업은 일반 어린이 모델의 수준이며, 의상 역시 모델로 활동 중인 아동복 브랜드의 것이다. 결국 '통상적인 수준'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바로 이 부분이 문제가 된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통상적인 수준'의 기준부터 잘못됐다는 것이다. 아동 성상품화가 만연해지면서 성적 대상화의 기준마저 낮아졌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논란은 꾸준히 있었다. 최근에는 속옷을 입은 아동 모델이 부적절한 포즈를 취한 사진이 게재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음에도 같은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는 우리 사회에서 아동 성상품화 근절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동 성상품화는 어떤 이유에서든 용납될 수 없다. 아이가 아이답게 살 수 있는 나라를 위해선 지금부터라도 자정이 절실하다.

2019-07-02 16:18:47 김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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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무엇이 집배원을 죽음으로 몰았나

지난해 8월. 무안우체국 집배원은 길가에 쓰러져 있던 어르신을 발견하고 긴급신고를 해 위급상황을 막았다. 목포우체국에 근무 중인 집배원은 신안군 지도읍 소재 원태천에서 오룡마을 방향으로 이동 중 밭에 불이 난 것을 발견해 신속하게 신고했다. 고흥우체국의 한 집배원은 우편 배달뿐 아니라 2013년부터 집수리 봉사활동을 다니고, 마을 입구 도로변에 맨홀이 파손된 것을 발견하고 이를 제보해 안전사고를 막았다. 산골 마을의 사정을 훤히 꿰뚫고 지자체 곳곳 뿌리내리며, 지역의 모세혈관 역할을 하던 우체국 집배원들이 동료의 죽음 앞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역을 위해 선행활동도 마다하지 않은 집배원들은 왜 죽음 앞으로 몰렸을까.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기획추진단'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집배원들의 연간 노동시간은 하루 평균 11시간6분, 연평균 2745시간에 달한다. 우리나라 임금노동자가 평균적으로 일하는 2052시간보다 693시간, OECD 회원국 평균인 1763시간 보다 982시간 더 일한 시간이다. 노동 강도도 세고, 위험한 상황에도 쉽게 몰린다. 2017년 한국노동연구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업무 시 사고를 경험한 집배원은 92.7%에 달한다. 오토바이가 넘어지는 일은 비일비재고, 중량물을 취급하거나 부딪치는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절반 정도가 넘는다. 오토바이를 주로 타기 때문에 눈이나 비가 내리면 고스란히 맞아야 한다. 설이나 추석에 물량이 몰리기라도 하면, 주당 노동시간은 68~69.8시간에 달한다. 장시간 노동과 질환들로 집배원들은 죽음에까지 몰리고 있다. 2008~2017년 최근 10년 간 장시간 노동과 관련된 질환들로 인해 총 166명의 집배원이 사망했다. 지난달 19일 충남 당진우체국의 집배원까지 포함하면 올해에도 아홉 번째 집배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그 결과, 집배원 총파업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파업 찬성에 투표한 조합원은 92.9%로 압도적이다. 우편물을 받고 배부하는 전국 24개 우편집중국도 파업 동참을 선언했다. 지난 25일 열린 우정노조 기자회견에서는 "어느 사업장을 가도 안전사고는 있지만 과로사는 없다. 공무원이 과로사로 사망하는 후진국이 어딨나"라는 외침이 울렸다. 소형 전기차, 드론 배송 등으로 집배원의 노동 강도를 낮추겠다고 하던 우정사업본부의 목소리는 국회에서부터 막혀 어느새 힘을 잃고 있다. 이날이 마지막 협상이다. 마지막 쟁의 조정에서 '사람이 먼저다'라는 기치가 받아들여지길 바란다.

2019-07-01 15:44:33 김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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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난민의 시대 '현답'은 뭘까

최근 프랑스 파리를 다녀온 기자는 북아프리카에서 넘어온 10대 청소년들에게 휴대폰을 강탈당하는 사고를 겪었다. 범인을 잡고 휴대폰도 찾은 덕분에 새벽 2시가 다 될때까지 경찰서에서 기나긴 조사가 이어졌다. 당시 기자는 현지 형사들에게 이처럼 도둑질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는 난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우리나라의 난민수용 또한 조금이라도 가볍게 넘기면 큰 일 날 수 있겠다는 공포가 휩싸였다. 지난 6월 20일은 유엔이 난민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지정한 '세계 난민의 날'이었다. 이날 유엔난민기구(UNHCR)가 발표한 글로벌 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약 7080만 명의 사람들이 난민 상태다. 20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외신으로 접하는 뉴스 또한 난민이라는 숙제를 안고있는 우리들에게 많은 메시지를 남긴다. 며칠 전 강을 헤엄쳐 미국으로 건너가려다 함께 익사한 20대 중미 이민자 아버지와 23개월 어린 딸의 사진이 공개돼 충격을 남겼다. 일부 외신은 지난 2015년 가족과 함께 유럽으로 건너가려다가 익사한 채 터키 해변으로 떠밀려온 세살 쿠르디의 비극을 떠올린다며 '미국판 쿠르디'라고도 묘사했다. 전 세계적인 난민 문제에서 대한민국도 더 이상 예외국이 아니다. 지난해 제주도에 들어오는 예멘 난민들이 급증하면서 난민문제는 우리사회에서도 떠오르는 관심사가 되고 있다. 목숨걸고 자국을 떠나 낯선 땅에서 정착하고 생존을 위해 몸부림을 치는 이들에게 우리는 어떻게 손을 내밀어야 할까. 정부는 지난해부터 난민 심사 인력을 늘리고 난민 심판원을 신설하는 등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여러 문제가 산재하지만 무엇보다 이들이 경제적 영역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가 심도 깊에 논의해야 할 난제다. 최근에도 제주가 임금 문제로 난민들과 충돌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의 제주가 유럽 관광지 처럼 소매치기 공포로 확산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2019-06-30 15:41:58 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