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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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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코스닥과 4차 산업혁명

코스닥 시장 기사를 작성하다보면 대부분 바이오주 관련 기사를 쓰게 된다. 오래 전 코스닥을 담당했을 때는 거의 IT주 관련 기사를 썼었던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아직도 코스닥 시장에 부품 등 IT 기업이 바이오 기업들보다 더 많은 게 사실이지만 시가총액 상위기업에 바이오 기업이 포진돼 있다 보니 '코스닥 하면 바이오'를 공식처럼 떠올리는 게 사실이다. 최근 수년간 4차 산업혁명은 뜨거운 화두로 자리잡고 있지만 코스닥에서는 관련주를 찾기 쉽지 않다. 관련 강의를 들어보면 인공지능(AI)·로봇이 다가올 미래의 핵심이 될 것이며 최악의 경우, 로봇이 인간을 지배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렇게 핵심 화두인 로봇·AI 관련업체를 기술 주도의 코스닥 시장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니 아쉬운 마음이 크다. 코스닥 관련협회에 문의해봐도 해당기업이 거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물론 코스피 시장의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AI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미국에서 AI가 소프트웨어 기반 회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 것인 지 한 AI 권위자가 의문을 제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이와 달리 중국은 AI·로봇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정도로 앞선 기술력을 보유해 중국에서 관련 컨퍼런스를 개최하면 AI 전문가들이 기꺼이 시간을 내 참석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가 "우리나라는 너무 3차 산업혁명에 힘을 쏟았나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너무 뒤져있고 투자를 하고 싶어도 관련 벤처기업을 찾기 힘들다"는 푸념을 한 적이 있다. 비단 코스닥 시장에 진입하지 않았더라도 AI·로봇 분야에서 손꼽히는 국내 기업들을 찾기란 쉽지 않다. 미래에 바이오가 반도체를 대체할 먹거리가 된다고 한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단연 AI·로봇이 바이오 못지않은 미래 먹거리가 되어야 하는 것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정부는 내년에 AI 등 DNA(데이터·네트워크·AI) 분야에 1조7000억원을 투입하고, AI 등 혁신인재도 2023년까지 20만명을 양성하겠다고 발표했다. 2000년 초반 단연 IT 강국으로 꼽혔던 우리나라가 이제야 AI에 집중 투자한다는 소식이 아쉽지만 지금이라도 서둘러야 한다. AI·로봇 등 IT 선진업체들이 코스닥 시장에서 활약하는 그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2019-08-28 10:35:55 채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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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조국의 강남좌파, '뻔뻔한 진보'로 추락하다

"평등을 외치는 현 정부 상위 공직자 재산이 우리나라 평균 재산보다 10여배 많은 것은 '어불성설'이다." 오늘(28일)부터 연재되는 '강남진보를 말하다' 기획를 취재하며 연이어 들은 지적이다. 기자는 논란의 중심에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현 정권의 재산을 분석해 '강남진보'의 의미와 전망, 한계를 맞물려 살피는 시리즈를 기획했다. 진보는 가난해야 하는가, 돈에 무관심해야 하는가. 문재인 정부 들어 등용된 각료들의 재산 내역이 공개될 때마다 놀랄 수밖에 없는 질문이다. 이번 8·9개각으로 지명된 장관(급) 후보자 중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7명의 평균 재산은 38억원 정도나 되기 때문. 진보적 가치를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배출한 문재인 정부에서 부자 각료가 등장하면 새삼 놀라는 자신을 발견하곤 노동자와 농민 서민층이 지지한다고 해서 진보적 이념을 가진 사람조차 가난해야 한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던 게 아닌지 되묻게 된다. 최근에야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진보주의자가 가난할 필요는 없다. 돈에 무관심할 필요도 없다고. 진보는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며 빈부격차를 줄이는 기회균등 사회를 지향한다. 진보는 이념이지 생존 여건을 의미하는 단어가 아니다. 기획은 여기서부터 출발했다. 이러한 방향성을 갖고 있는 강남진좌파란 무엇인가. 재력가이면서도 '없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역설한다. 조 후보자와 문재인 정권 요직에 구석구석 포진해 있는 재력가들의 공통점이다. 학계에서는 이들을 '강남좌파'라 부른다. 이들은 '진보 정권'의 스타 정치인으로 활약하며 오히려 '대세'로 거듭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조 후보자를 두고 각종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강남진보'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조국 후보자의 딸과 관련된 입시의혹들은 국민들이 가장 민감해 하는 자녀 교육과 입시 문제라는 역린(逆鱗)이기에 폭발성을 가진다. 국민들의 분노가 쉽게 사그라들 것 같지가 않다. 이 역린은 이해관계상 공정과 정의를 바라는 청년층과 2030세대를 더욱 자극하고 분노케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상훈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러한 상황을 조 후보자는 본인을 '강남진보'라고 직접적으로 감쌌는데, 이는 뻔뻔한 철면피"라고 비난했다. 반면, 조 후보자는 "제기된 의혹들이 '가짜뉴스'이고 법적으로 어떤 하자도 없다"며, '적법'하다고 주장하면서 청문회에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 한다. 하지만 법무장관 인준에서 '국민의 법감정'을 무시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실정법'보다 더 무서운 게 '헌법'위에 존재하는 '국민정서법'이 있다는 게 지난 '정유라-최순실 사태'에서 충분히 입증됐다. 조 후보자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에서 수신제가에 실패했다. 그런 인사에게 치국평천하의 능력을 기대할 수는 없다. 각종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국이 법무장관에 취임한다면 이 정권은 그 순간부터 레임덕에 빠져들 것이다.

2019-08-28 08:01:52 손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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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통령이 직접 '조국 논란'을 해명할 때

'딸 장학금·논문'과 '사모펀드·웅동학원'을 둘러싼 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른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논란이 문재인 정부 국정 기조에 타격을 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조 후보자 논란을 살펴보면, 현 정부 국정 기조와 궤를 달리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기조는 '기회의 평등-공정한 과정-정의로운 결과'며,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5월10일 제19대 대통령직 취임사 때 이러한 기조를 부각시켰다. 조 후보자 논란을 바라보는 국민들 시선이 싸늘해서일까. 여권 내에서도 국회 검증대에 오른 조 후보자를 놓고 갑론을박이 나오는 실정이다. 청와대도 적절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조 후보자의 입장을 듣기 위해 신속히 청문회가 열려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국민들을 안심시킬 입장을 전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야권의 한 정치인이 적절한 타개책을 꺼냈다. 문 대통령과 대선 경쟁을 펼친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다. "지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제기되는 의혹들은 대통령의 평등·공정·정의가 가증스런 위선이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장관 후보자를 지명한 사람은 대통령 본인이다. 대통령은 지금 당장 국민 물음에 답해야 한다. 대통령은 당장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고 그를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 이건 국민의 명령이다. 만약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다면 이 정권은 걷잡을 수 없는 국민의 저항에 직면하고 몰락하는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유 의원이 최근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언급한 글이다. 문 대통령이 대통령직 취임사 때 진정 '기회의 평등-공정한 과정-정의로운 결과'를 다짐했다면 유 의원 주장에 공개적으로 동의를 하는 게 정직한 태도 아닐까. 조 후보자 이전에도 국민들 시선을 불편하게 한 문 대통령의 인사는 여러 번 존재했다. 그간 낙마했던 5명의 장관 후보자 사례가 그렇다. '인사 실패'에 대한 대통령의 명확한 해명이 필요한 시점이란 얘기다. 국민들 시선과 현실정치 사이에서 이리저리 눈치만 보며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현 정권의 모습은 볼 때마다 답답하다.

2019-08-25 11:05:59 우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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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내 車 노조, 임금인상 외치는게 답인가

국내 완성차 업체가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둘러싸고 노사간 갈등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판매 감소와 내수 시장 악화 등으로 완성차 업체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노사간 좀처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파업은 노동자들이 공장 생산라인을 멈추고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지만 글로벌 기업의 경우 파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은 생각보다 크다. 특히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임단협을 둘러싸고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노사 갈등으로 회사는 멍들어가고 판매는 바닥을 치고 있다. 한국지엠의 경우 카허 카젬 사장이 지난 13일 팀장급 이상 임직원 500여 명을 긴급 소집해 흑자 전환을 위해 노력하자는 입장을 내놓은데 이어 22일 줄리안 블리셋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한국을 방문해 경영 현황을 점검하고 지난해 확정된 미래 계획 등 사업 목표 달성에 전 직원이 동참해 줄것을 당부했다. 임금협상 교섭 결렬과 관련해 한국지엠 노조가 부분 파업에 나서는 등 회사 안팎의 위기가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에서의 흔들림 없는 사업 수행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이처럼 사측에서 임직원을 설득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 20· 21일 부분 파업을 벌이며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지난 6월 1년 가까이 끌어온 '2018년 임단협 교섭'을 겨우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올해 임단협은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15만3335원(8%) 인상을 골자로 한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했지만 사측은 이같은 입장을 받아들이기 힘든 상태다. 올해 르노삼성은 신차 부제 등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달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4.5% 감소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현대·기아차·한국지엠 노조를 뛰어넘는 인상폭을 요구한 것이다. 반면 쌍용차는 2005년 이후 연이어 워크아웃·법정관리상황에 내몰렸지만 2009년 이후 노사 무분규를 현재까지 이어가고 있다. 내수 시장에서도 안정적인 판매를 이어가며 재도약을 위해 노사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처럼 노사 갈등 지속과 노조 파업은 생산 물량 감소는 물론 소비자들의 신뢰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물론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기본금 인상은 가능하겠지만 노조가 요구하는 인상폭은 현재 완성차 업계가 처한 상황에서 가능할지 의문이다.

2019-08-23 10:05:58 양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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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ELS·DLS가 편한 투자라고?

몇 년전 프라이빗뱅커(PB)를 통해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한 적이 있다. 여유자금을 은행 예금보단 효율적으로 굴리고 싶단 말에 PB가 추천한 제안이었다. 여유자금이라고는 하나 2년 뒤 전세금 증액에 대비한 용도니 원금을 까먹어서는 절대 안되는 돈이었다. 기초자산은 당시 유행이었던 홍콩H지수를 포함해 유로스톡스(EUROSTOXX)50과 코스피200이었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하던 때라 전망은 장미빛이었다. PB는 원금 손실이 시작되는 조건이 기준가 대비 55%니 지수가 반토막이야 나겠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홍콩H지수는 1년 뒤 불가능할 것 처럼 보였던 하락률 50%를 기록했고, 녹인(Knock-in·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했다는 문자를 받은 이후로는 매일 중국 증시를 확인해야 하는 마음 불편한 날들이 이어졌다. 50% 하락할 때까진 수익이지만 일단 녹인 구간에 한 번이라도 들어갔다면 지수 하락률이 그대로 내 손실이 된다. 그제서야 연 6% 수익 내자고 원금을 손쉽게 반토막 낼 수 있는 상품에 가입하는 어리석은 투자를 후회했다. 지수 반등에 결과는 약속된 수익을 챙긴 '해피엔딩'이었지만 다시는 ELS를 쳐다보지 않기로 했다. 몇 년 마다 되풀이되는 악몽마냥 이번엔 선진국 금리와 연계한 파생결합증권(DLS)과 이를 담은 파생결합펀드(DLF)가 원금을 절반 이상, 많게는 거의 다 날리게 됐다. 지수 연동 상품은 그나마 각국의 경제상황과 비슷하게 움직이지만 금리 연계 DLS는 예상한 포지션과 반대로 시장이 움직이면 순식간에 손실이 불어나는 초고위험 구조였다. ELS에서 손실이 날 때마다 감독당국은 대책을 내놨다. 투자자에게 리스크를 확인했는지 자필로 서명케 하고, 고령 투자자에게는 녹취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이번 사태에서도 은행 측이 투자자 녹취를 유난히 강조한 이유다. 투자설명을 들었냐고 한 말에 '네'라고 답했을 뿐 판매직원들이 독일국채를 강조하며 절대 안전하다고 상품을 권유했다는 점을 챙겨 녹음한 투자자가 어디 있을까. 투자자 보호는 여전히 사각지대다.

2019-08-21 14:37:44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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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주주 잊은 에스엠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가 상반기 실적을 발표했다. 결과는 어닝쇼크(실적 감소). 이에 따라 주가는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연초만 해도 에스엠의 주가는 고공행진 중이었다. 방탄소년단(BTS)의 활약으로 국내 엔터주가 재평가된 영향이다. 분위기가 꺾인 것은 에스엠이 KB자산운용의 주주제안을 사실상 거절하면서다.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기대감으로 올랐던 주가는 가파르게 빠졌다. 에스엠은 상장 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배당을 하지 않았다. 회사 측은 "미래를 향한 성장과 투자에 역점을 두었기 때문"이라고 항변했지만 엔터 3사(SM·JYP·YG) 중 배당을 하지 않은 유일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을 잃는다. 아울러 에스엠의 영업이익이 과도하게 라이크기획(이수만 회장의 개인법인)으로 흘러간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에스엠이 말장난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은 당연히 알고있는 사실이었고, 별도 매출의 6%를 인세로 지급하는 것에 대한 근거와 공정함을 묻는 질문에 "문제없다"는 답변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또 정당한 기관투자자의 주주제안이었음에도 이들을 존중하지 않은 태도로 눈총을 받고 있다. 에스엠은 주주서한에 대한 답변에서 '배경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잘못 인식한 부분'이라는 문장으로 불쾌한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더욱이 주주서한 답변서를 KB자산운용에 먼저 보내지 않고 모든 기관투자자에게 일괄적으로 보낸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에서는 KB자산운용을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에스엠 주가는 이달에만 13% 넘게 빠졌다. 연초 대비 반토막이다. 에스엠은 수 많은 개미(개인투자자)들로 이뤄진 주식회사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최소한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실망감으로 빠진 주가를 보완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sonumji301@metroseoul.co.kr

2019-08-18 17:10:57 손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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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상화'의 길

"일본에서도 잘한다고 환영할 것이오. 시원하다고 할 것이오. 일본 정부도 그렇게 해야지. 대한민국에서 아주 깨끗이 청산해버리니까. " 2018년 10월 30일 화요일, 수습기자 시절 대법원 판결을 보러 갔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의 신일철주금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이었다. 13년을 이어온 공방 끝에 대법원은 피해자의 손을 들어줬다. 네 명의 원고 중 유일한 생존자인 이춘식 씨는 승소 후 일본 정부와 신일철주금에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들도 시원하다 할 것이오"하고 말했다. 그러며 "네사람인데 혼자 재판을 받으니 마음이 아프고 눈물도 많이 나오고 설웁다"며 눈물을 닦아냈다. 8개월 후, 이춘식 씨는 "나 때문에 우리 대한민국이 손해가 아닌지 모르겠네. 나 하나 때문에 그러는가"하고 다시 눈물을 보였다. 이춘식 씨는 억울함을 호소한 결과가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이란 사실에 마음이 아파 눈물을 보였다. 일본에서도 잘했다 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이춘식 씨께서 '나 때문에'란 생각으로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 판결은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사법부가 응당 해야 할 '비정상의 정상화'였다. 사법부에서 잘못을 바로잡았듯, 정부와 기업도 일본에 오래 의존해왔던 비정상적 경제 구조를 바로잡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를 무역 '보복조치'라 이름 붙인 정부도, 이참에 대일 의존도를 낮추겠다며 국산화 선언을 한 기업도, 단기적으로 피해를 보더라도 일본 제품을 팔지 않겠다 선언한 소상공인도, 일본 불매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민들도, 모두 '정상화'의 길을 걷고 있다. 지금 이 진통은 정상화를 위해 겪어야 할 당연한 고통이다. 휘어진 허리를 바로 잡으며 느끼는 아픔처럼 말이다. 더 휜 후에 바로 잡으려면 고통만 더 커질 뿐이다. 그래서 지금 정상화해야 한다.

2019-08-13 15:12:27 배한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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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日 불매운동 '감정적' 보다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기자수첩]日 불매운동 '감정적' 보다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됐다. 지난 2일 일본이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며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가결하자 불매운동은 절정에 다랐다. 불매운동이 얼마 안 갈 것이라는 일본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그동안 불매운동으로 일본 제품에 대한 매출 하락은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 맥주의 경우 편의점 내 매출이 약 40% 감소했고, 불매운동 폄하 논란을 일으킨 유니클로의 지난달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0%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번 선택하면 잘 바꾸지 않는다'는 담배와 육아용품, 취미생활 용품까지 대체 제품으로 옮겨가고 있는 실정이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일본산 제품을 알려주는 사이트에서부터 일본산 제품을 바코드 구별법 등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불매운동에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또한 '일본 여행가는 매국노 팔로우하는 계정'이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SNS)가 등장했다. 일부 주유소에서는 '일본 차 주유 거부 운동'도 일고 있다. 최근에는 롯데그룹을 둘러싼 국적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2017년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 당시 애국 기업으로 칭송 받던 롯데가 한일관계 악화 국면에선 다시 일본기업으로 지목 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들의 입장에서 보면 롯데를 일본 기업으로 볼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한국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있는 호텔롯데의 지분 99%를 모회사인 일본 롯데홀딩스를 비롯한 일본 기업이 보유하고 있고, 국내에 일본기업과 합작사 형태로 진출한 브랜드가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롯데의 주류, 식품, 유통, 패션 사업들이 영향을 받았다. 롯데는 난해 정부에 낸 법인세만 1조5800억원이다. 한국 내 직원 수는 13만명에 달한다. 한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롯데지주는 지분구조만 보더라도 엄연한 한국 기업이다. 롯데 입장에서는 일본 기업 논란이 다소 억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롯데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매출이 떨어진다면 13만명의 임직원들이 가장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에 대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당연한 것이다. 다만 냉철한 시각과 선진화된 시민의식을 가지고 불매운동을 해야한다. 감정적인 행동 보다는 이성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9-08-12 15:22:57 박인웅 기자
[기자수첩] 제2의 IMF와 펀더멘털

"한국 경제는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튼튼합니다." 2019년 지금 얘기가 아니다. 지난 1997년 10월,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기 불과 1개월 앞둔 시점에 당시 강경식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기획재정부의 전신) 장관이 했던 말이다. 그렇게 그해 겨울은 몹시 추웠다. 일찍이 국가부도 위기를 겪은 한국인에게는 일명 '펀더멘털 트라우마'가 생겼다. 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때마다 외환위기를 걱정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그랬고, 2019년 현재도 그렇다. '제2의 IMF'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 경제가 거센 외풍에 휩싸이면서다. 최근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배제하면서 한·일 경제전쟁의 판도 커지고 있다. 이 영향으로 한국 증시는 이틀 새 75조원이 넘는 시가총액이 사라졌고, 코스피·코스닥지수는 연일 바닥을 치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환율은 1200원을 훌쩍 넘기며 급등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1%대로 주저앉을 가능성이 커졌고 상반기 경상수지는 7년 만에 최저 수준을 보였다. 자칫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퍼펙트 스톰'이 몰아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일본이 반도체 수출 규제,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이어 '제3의 조치'로 금융보복을 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우리나라가 일본계 금융기관의 대출 비중이 40%에 육박하던 외환위기 당시 일본계 금융사가 자금을 가장 먼저 회수하면서 위기를 악화시켰다는 건 공공연한 정설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금융시장의 펀더멘털이 견고하다고 진단한다. 정부의 대응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6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년 전 IMF 외환위기 시절과 금융 또는 경제 펀더멘털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보도 "경제 기초체력에 대한 대외 신뢰가 여전하다"고 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어 봤듯이 경제는 한 번 무너지면 회복에 수십년이 걸린다. 한국은 외환보유액이 세계 9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외환위기 직전까지 펀더멘털은 괜찮다고 했다가 순식간에 위기를 맞았다. 정부 당국은 '펀더멘털 타령'을 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명확한 수단과 대응을 내놓아야 한다.

2019-08-08 11:14:00 김희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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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깃발을 뗐다, 붙였다··· 日 경제 보복 대응, 이게 최선인가

6일 서울 도심에 설치된 '노 재팬' 깃발이 4시간 만에 철거됐다. 민간이 자발적으로 추진해온 불매운동의 취지를 훼손한다는 비판여론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퇴계로, 을지로, 세종대로 등 관내 22개로에 '노 재팬 :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는 문구가 적힌 배너기 1100개를 설치하겠다는 중구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지난 4일 구로구는 청사 본관 건물에 '노 재팬, 예스 코리아'라고 쓴 가로 15m, 세로 2m 크기의 대형 배너기를 걸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이틀 만에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서대문구는 6일 구청에서 '일본 경제보복조치 직원 규탄 대회'를 열고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일본제 사무용품을 타임캡슐에 담는 퍼포먼스를 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일본 경제 보복에 대응하겠다며 내놓은 묘안이 겨우 이 정도 수준이라니 심히 유감스럽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피해입은 기업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서울시도 마찬가지다. 황인식 행정국장은 5일 대변인 정례브리핑에서 "시는 일본의 민간과 지자체 간 교류를 꾸준히 지속해왔다"며 "그러나 이번 상황이 비상식적이고 엄중한 만큼 지자체 간 교류 중단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모든 방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양국의 관계 개선을 위해 힘써야 할 때 일본 지자체와 교류 중단을 검토하겠다는 시의 방침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화이트리스트 대응에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지자체는 충북도다. 도는 지난달 19일부터 도내 2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피해 가능성을 조사한 결과 30개 기업이 피해가 우려된다는 답변을 내놨다고 2일 밝혔다. 도는 일본 관련 소재·설비에 대한 신속한 특허 처리, 대기업-중소기업-연구소 정보 공유 확대, 화학물질관리법·화학물질등록평가법 완화, 기술력 우수 분야 육성, 피해기업 자금 지원 등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한편 서울시는 충북도가 기업 피해 조사를 마친 2일에서야 '일본 무역보복 피해조사단'을 꾸려 예상 가능한 피해 대상과 범위를 확인해 지원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했다.

2019-08-07 14:41:45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