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관광공사, 문학관·책방서 만나는 '겨울 문학 여행지' 6곳 추천
12월, 거리는 크리스마스 조명으로 빛나고 서점에는 한 해의 끝을 함께할 책들이 쌓인다. 독서는 여행과 닮아 있다. 몸은 제자리에 머물러도 마음은 문장 하나를 따라 먼 곳으로 향한다. 그 조용한 여정 속에서 우연히 마주한 한 문장은, 때로 마음을 가만히 흔든다. 경기도 곳곳에는 그런 문학의 순간이 태어나고 전해지는 공간들이 있다. 문인들의 흔적이 남은 문학관, 조용히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작은 책방들이다. 소설과 시가 태어난 자리, 그리고 그 문학을 나누는 공간들은 책 속 감동을 한층 깊게 만든다. 오늘, 책 한 권과 함께 경기관광공사가 추천하는 ▲책과 하룻밤을 품은 공간, '안성 살구나무책방' ▲천재 시인의 숨결을 따라, '광명 기형도문학관' ▲근대 낭만주의 시인의 숨결, '화성 노작홍사용문학관' ▲문학과 체험, AI까지, '수원 경기도서관' ▲펄 벅과 한국의 인연, '부천 펄벅기념관' ▲세계 문학가들의 숨결, '양평 잔아문학박물관' 등 6곳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 책과 하룻밤을 품은 공간, 안성 살구나무책방 한적한 시골 마을, 시간의 속도가 한 박자 느린 골목 끝에서 낡은 집 한 채가 책방으로 다시 태어났다. 안성의 살구나무책방이다. 허물어지기 직전이던 폐가는 4년 전 책을 품은 공간이 되었고, 일부러 손대지 않은 삐뚤빼뚤한 서까래에는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다. 책방 왼편에는 이름처럼 살구나무가 자라,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선물한다. 이곳에서는 '중고책' 대신 '지난책'을 만난다. 손때 묻은 책장을 넘기다 보면, 누군가의 기억과 감성이 자연스레 전해진다. 무엇보다 특별한 경험은 북스테이다. 책방 안쪽의 작은 방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휴대전화와 일상에서 잠시 멀어져 오롯이 책에 집중하는 시간이다. 조용한 겨울밤, 한 권의 책과 나누는 대화는 어떤 여행보다 오래 기억에 남는다. 겨울철에는 북스테이가 잠시 휴식기에 들어가므로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하다. 일반 방문은 예약제로 운영되며 당일 예약도 가능하다. 살구나무책방은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신양복길 47-5에 위치해 있으며, 사전 유료 예약제로 운영된다. ◇ 천재 시인의 숨결을 따라, 광명 기형도문학관 기형도 시인은 옹진군 연평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시흥군, 현재의 광명시 소하동으로 이주했다. 그는 그곳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살며, 어둡고도 따뜻한 시편들을 남겼다. 그의 시는 슬픔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다시 숨 쉴 힘을 건넨다. 문학관에 들어서면 시인의 삶을 따라가는 전시가 방문객을 맞는다. 체홉과 사르트르, 니체에서 김춘수와 박목월, 이청준에 이르기까지 그의 독서 목록은 시인의 내면을 조용히 드러낸다. 손때 묻은 만년필과 라디오, 학창 시절의 상장과 성적표, 잿빛 양복 한 벌까지, 삶의 흔적들이 담담히 놓여 있다. 문학관을 나서면 기형도 문화공원이 이어진다. 숲길을 걸으며 시 한 구절을 떠올리는 순간, 문학은 전시를 넘어 일상의 풍경으로 스며든다. 광명 기형도문학관은 경기도 광명시 오리로 268에 위치해 있으며,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 근대 낭만주의 시인의 자취, 화성 노작홍사용문학관 노작 홍사용은 20세기 초 격동의 시대 속에서 문학과 신극운동에 헌신한 근대 낭만주의 시인이다. 서울과 화성에서 성장한 그는 청춘을 문학에 바쳤고, 해방을 맞은 지 2년 만에 생을 마감했다. 문학관은 그의 유해가 안장된 반석산 아래에 자리한다. 현관에는 그가 기획한 동인지 '백조(白潮)' 창간호가 놓여 있고, 2층 전시실에서는 '나는 왕이로소이다'를 비롯한 대표작들을 만날 수 있다. 전망 좋은 카페에서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시 한 편을 음미하는 시간은 긴 밤 문학 여행의 여운을 더한다. 화성 노작홍사용문학관은 경기도 화성시 노작로 206에 위치해 있으며, 무료로 운영된다. ◇ 문학·체험·AI가 만나는 공간, 수원 경기도서관 2025년 10월 문을 연 경기도서관은 책을 빌리는 곳을 넘어선다. 나선형 구조와 통창, 작은 정원이 어우러진 내부는 거대한 서재를 연상시키며, '경기책길'을 따라 걷다 보면 숲속에서 독서하는 기분이 든다. 지하 1층에는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AI 스튜디오가 마련돼 있고, 4층에는 기후변화와 환경을 주제로 한 도서와 체험 공간이 조성돼 있다. 버려진 옷과 책, 유리 조각을 활용해 소품을 만드는 체험은 독서를 사유와 창작의 영역으로 확장시킨다. 경기도서관은 책과 환경, 기술이 공존하는 현대적 문화 플랫폼이다. 경기도서관은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도청로 40에 위치해 있다. ◇ 노벨문학상 작가와 한국의 인연, 부천 펄벅기념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펄 벅은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중국에서 성장했다. 1960년 처음 한국을 방문한 그는 전쟁고아들을 위해 '소사희망원'을 설립하며 깊은 인연을 맺었다. 입양보다 '태어난 땅에서 자라야 한다'는 신념으로 아이들을 돌본 그의 선택은 지금도 울림을 준다. 기념관에는 그의 한국 이름 '최진주'를 비롯해 소사희망원 당시의 기록 사진과 작품 세계가 전시돼 있다. 잠시 벤치에 앉아 있으면, 문학이 한 사람의 삶을 넘어 다른 나라의 역사와 연결되는 순간을 느끼게 된다. 부천 펄벅기념관은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성주로214번길 61에 위치해 있다. ◇ 세계 문학을 산책하다, 양평 잔아문학박물관 북한강 동쪽 기슭, 완만한 언덕 위에 자리한 잔아문학박물관은 그 자체로 문학 산책의 시작점이다. 넓은 정원과 작은 호수, 테라코타 조형물들이 느릿한 분위기를 만든다. 세계문학관과 한국문학관, 아동문학관으로 구성된 전시 공간에는 국내외 문학가들의 흉상과 자료, 육필 원고가 전시돼 있다. 아동문학관은 '어린 왕자'와 '안네의 일기'를 테마로 꾸며져 있으며, 머그컵이나 에코백 제작 체험도 함께 운영된다. 문학과 자연, 체험이 어우러진 이곳은 긴 밤의 문학 여행을 낮부터 천천히 예열하기에 알맞다. 양평 잔아문학박물관은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사랑제길 9-9에 위치해 있으며, 유료로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