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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와칭]“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 효성을 바꾼 조현준의 단단한 한마디
기술과 R&D로 효성의 글로벌 경쟁력을 다시 작성
끊임없는 혁신으로 효성을 세계 무대 중심에 세워
글로벌 경기 침체 속 대부분의 기업이 투자를 거둬들이던 지난 2020년,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정반대의 선택으로 시장의 흐름을 뒤흔들었다. AI 시대의 전력 수요 폭증과 에너지 인프라 패러다임 전환을 누구보다 먼저 읽어낸 그는 '위기 속 공격적 투자'라는 역발상 전략으로 미국 멤피스 공장 인수, 초고압변압기 기술 경쟁력 강화, 글로벌 R&D 체계 구축까지 전선을 확장하며 효성을 세계 전력 시장의 기술 리더로 이끌어냈다. 그의 결단은 이제 단순한 경영 전략을 넘어, 미래 산업지도를 다시 쓰는 변화의 촉매가 되고 있다. ◆멤피스에서 시작된 '결단의 리더십' 2020년, 글로벌 경기 침체와 산업 전반의 불확실성이 최고조로 향하던 시기. 대부분의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며 방어적 경영에 들어갔지만, 효성그룹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그 중심에는 조현준 회장이 있었다. 효성중공업이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 위치한 미쓰비시의 초고압변압기 공장을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은 당시 내부에서도 만만치 않은 반대와 우려를 불러온 사건이었다. 투자 리스크, 시장 불확실성, 초기 비용 부담 등 모든 조건이 '멈추라'고 말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조 회장은 오히려 이 시점을 기회로 봤다. 그는 미국 전력 인프라 시장의 구조적 확장성과 AI·데이터센터 산업의 급성장이 초래할 장기적 전력 수요 증가를 누구보다 빨리 읽었다. 초고압변압기 분야에서 미국 현지 생산기지를 확보하는 것은 향후 시장 지배력을 넓히기 위한 필수 조건이었다. 특히 멤피스 공장은 철도·수로와 인접한 200에이커 규모의 대형 부지, 설비 확장성 등 전략적 장점이 다수 존재했다. 조 회장은 이 공장이 효성의 글로벌 전력 사업을 재편하는 '기점'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결과는 그의 결단을 증명했다. 공장 인수 이후 효성중공업은 1·2·3차 증설을 포함해 총 4,400억 원을 투입하며 생산 능력을 대폭 확대했다. 2028년까지는 초고압변압기 생산량을 50% 이상 늘리는 추가 투자도 진행 중이다. 그 결과 멤피스 공장은 미국 내 유일하게 765kV 초고압변압기를 설계·생산할 수 있는 공장, 그리고 북미 최대 생산기지로 자리 잡았다. 효성중공업은 미국 765kV 시장에서 독보적인 점유율 1위를 유지하며 글로벌 전력기기 '빅4' 기업으로 올라섰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반대를 딛고 결단을 실행으로 옮긴 리더십이 이루어낸 성과다. ◆AI 시대를 읽고 기술과 R&D로 시장을 다시 쓰다 조현준 회장이 누구보다 빨리 읽어낸 변화는 'AI 시대의 전력 수요 폭증'이었다.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초연결 산업이 촉발할 대규모 전력 수요는 기존 전력망 체계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점을 일찌감치 예견했다. 그는 효성이 미래 전력 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져오려면 공격적 투자와 함께 R&D 중심의 기술 기업으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효성중공업의 최근 글로벌 실적은 이를 그대로 반영한다. 2023년 기준 글로벌 수주고는 약 11조 원으로 전년 대비 52%나 늘었다. 북미뿐 아니라 유럽, 중동, 오세아니아까지 모든 지역에서 초고압 변압기와 GIS, HVDC 장비 수주가 빠르게 확대됐다. 기술에 대한 신뢰가 수주로 이어지는 구조를 구축한 것이다. 특히 조 회장이 추진한 R&D 투자 강화는 효성을 기술 중심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핵심 동력이 됐다. 2023년 네덜란드 아른험에 유럽 R&D 센터를 설립하면서 효성의 기술 개발 체계는 글로벌 확장 단계에 들어섰다. 이곳은 친환경 전력기기, 고효율 변압기, 차세대 GIS, HVDC 등 미래 전력 기술의 표준을 만드는 연구 허브 역할을 하고 있으며 유럽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기술 개발 속도와 완성도를 크게 높이고 있다. 가장 상징적인 투자 사례는 HVDC 국산화 프로젝트다. 조 회장은 2017년부터 HVDC 개발을 직접 지시하며 기술 경쟁력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당시 실적 악화 속에서도 그는 7년간 1,000억 원의 연구개발비 투입을 승인했다. 단일 기술을 위해 1,000억 원을 장기간 투자한 사례는 국내 전력기기 업계에서도 이례적이다. 그 결과 효성중공업은 국내 최초로 200MW급 전압형 HVDC 기술 국산화에 성공했다. 지금은 이를 기반으로 2GW급 초대형 HVDC 시스템 개발까지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AI 시대의 폭발적 전력 수요 증가와 재생에너지 확산에 대응할 수 있는 차세대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조 회장은 연구개발과 상용화를 '따로 존재하는 체계'가 아니라 '하나의 가치사슬'로 묶었다. HVDC 기술 개발과 동시에 창원에 3,300억 원 규모의 HVDC 변압기 전용 생산시설을 구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R&D 성과가 즉시 생산·수주 경쟁력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구조적 투자로, 효성의 기술 아키텍처를 한 단계 끌어올린 전략적 결정이었다. 친환경 전력기기 기술 역시 R&D가 주도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한국과 유럽 R&D 센터를 연동해 SF를 대체할 수 있는 C4-FN 가스 기반 친환경 GIS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2026년 145kV, 2030년 800kV 제품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는 세계 각국의 전력망 운영기관이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하는 솔루션으로, 효성이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조 회장이 기술과 R&D에 쏟아온 투자는 단순한 제품 개발이 아니라, AI·전력 인프라 시대의 산업 구조 변화를 효성이 주도할 수 있도록 만드는 체질 개선 전략이다. 시장을 바라보는 그의 눈과 실행력은 효성을 기술 중심의 글로벌 전력 솔루션 기업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효성 관계자는 "유럽 R&D 센터는 미래 전력 기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첫 글로벌 연구 거점"이라며 "글로벌 전력 시장의 중심지에서 전력 기술의 표준을 함께 만들어 가며 효성의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강화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통과 ESG로 조직의 미래를 그리다 조현준 회장의 경영철학에서 빠지지 않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소통'이다. 그는 창립 59주년 기념사에서 "소통은 성과를 만드는 일하는 방식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이는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단순한 인사관리 차원이 아닌, 성과 창출의 핵심 도구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효성은 지난해부터 임원·팀장급을 대상으로 소통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경청·공감·명확한 지시·감사의 표현 등 실제 업무에 필요한 대화 기술을 강화하고 있다. 조 회장은 "리더들이 먼저 소통해야 조직이 바뀐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의사 결정 과정의 정확성과 속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객과의 소통 역시 조 회장이 강조하는 중요한 전략이다. 효성은 VOC(Voice of Customer) 체계를 전사적으로 도입해 시장·고객·경쟁사 정보를 분석하고 숨은 니즈를 파악하는 교육과 시스템을 강화했다. 이는 제품 개발과 서비스 개선은 물론, 글로벌 시장 전략 수립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 회장이 미래 경쟁력의 핵심으로 보는 또 하나의 축은 ESG 기반 신사업이다. 효성티앤씨는 리사이클 섬유 '리젠(regen)'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고, 폐의류를 다시 섬유로 만드는 T2T(Textile to Textile) 프로젝트를 통해 순환 패션 생태계를 선도하고 있다. 효성화학의 '폴리케톤'은 제조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대폭 줄이는 친환경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다양한 글로벌 산업에서 채택되고 있다. 이러한 제품들은 모두 R&D 기반 기술 혁신의 결과이기도 하다. 효성중공업의 SF-Free 고압차단기 개발 역시 글로벌 전력망의 탄소저감 요구에 부응하는 ESG 기술이다. 기술 경쟁력과 친환경 가치를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은 효성이 전력기기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소통은 우리가 성과를 내기 위한 일하는 방식 그 자체"라면서 "소통을 통해 우리가 한마음 한 뜻으로 뭉쳐진 팀워크로 진정한 '원 팀'이 될 때 글로벌 1위 기업이라는 목표는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약력 - 생년월일: 1968년 1월 16일 - 현 직함: 효성 회장 - 1983년 보성중학교 졸업 - 1987년 美 세인트폴스 고등학교 - 1991년 美 예일대학 정치학과 졸업(Yale University) - 1996년 日 게이오기주쿠 대학 법학대학원 정치학부 석사 ◆경력사항 - 1997년 효성 T&C 경영기획팀 부장 - 1998년 효성 전략본부 경영혁신팀 이사 - 2000년 효성 전략본부 상무 - 2001년 효성 전략본부 전무 - 2003년 효성 전략본부 부사장 - 2005년 효성 무역PG장 - 2007년 효성 섬유PG장 겸 무역PG장(사장) - 2011년 효성 섬유·정보통신PG장 겸 전략본부장(사장) - 2017~현재 효성 회장 겸 대표이사 2025-12-16 15:56:09 이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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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와칭] 정길호 OK저축은행 대표, 6연임 비결은?

정길호 오케이저축은행(OK저축은행) 대표는 저축은행 업권에서 오랜 기간 연임에 성공한 장수 CEO다. 지난 2016년 7월부터 OK저축은행과 연을 맺은 정 대표는 다섯 차례 연임하며 장기간 회사를 이끌었다. 올해도 OK저축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임기 만료를 앞둔 정 대표를 또다시 단독 후보로 추천하면서 사실상 6연임이 확정됐다. ◆ 정길호號 OK저축은행 저축은행 업권에 대한 축적된 경험과 현장 이해도가 정 대표의 연임 배경으로 꼽힌다. OK저축은행 임추위는 정 대표 단독 후보 추천 배경에 대해 "정길호 후보자는 금융 및 경영분야에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저축은행 업권의 리스크 관리, 내부통제 등 주요 경영 전반에 폭넓은 이해와 전략적 리더십을 겸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1967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이후 한미은행(현 한국시티은행) 인사부를 거쳐 왓슨 와야트 코리아 선임컨설턴트, 휴먼컨설팅그룹 부사장 자리를 역임했다. 2010년 OK저축은행에 합류한 뒤 경영지원본부 담당 임원을 거쳐, 2016년 최윤 전 OK저축은행 회장의 뒤를 이어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 순이익 급증…업계 자산 1위 정 대표는 OK저축은행의 외형 성장을 주도한 인물로 평가된다. 2016년 취임 이후 자산 규모를 세 배 가까이 키우며 회사의 성장 국면을 이끌었다. 선제적인 대손충당금 적립을 통해 리스크 관리 역량도 함께 보여줬다는 평가다. 실제 OK저축은행은 올해 3분기에도 정 대표 체제에서 누적 순이익 818억원을 달성하며 전년 동기 대비 3.5배 가량 성장했다. SBI저축은행, 한국투자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애큐온저축은행 등 주요 상위 저축은행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자산 규모 확대 흐름도 두드러진다. 지난 2016년 말 3조5482억원 수준이던 OK저축은행의 자산은 올해 3분기 12조5956억원까지 불어났다. 지난 1분기에는 자산을 기준으로 업계 지형도도 달라졌다. 1분기 OK저축은행의 자산은 13조6612억원으로, 당시 1위였던 SBI저축은행(13조4074억원)을 넘어섰다. 약 2500억원의 격차다. ◆ "중장기 수익성 확보" 정 대표는 2016년 취임사에서 "중장기적인 수익성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히며, 단기 실적 경쟁에서 벗어난 경영 전략을 예고했다. 이후 외형 확대보다 수익원 다변화와 리스크 관리에 무게를 두는 행보를 이어왔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경영 기조가 자산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이끌어낸 배경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경영 기조 아래 올해 3분기에도 OK저축은행은 투자 부문에서 성과를 냈다. 유가증권 투자에서 1165억원의 수익을 거뒀고, 관련 자산 규모도 2조원대로 확대됐다. 유가증권 부문이 손익 구조를 뒷받침하는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 브랜드 평판도 상위권 정 대표는 경영 성과뿐 아니라 CEO 개인의 브랜드 평판에서도 업계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장기간 업권에 몸담으며 쌓아온 경영 경험과 중장기 수익성에 방점을 찍은 경영 기조가 외형 성장과 실적으로 이어지면서, 경영진에 대한 시장의 신뢰 역시 함께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지난 11월부터 12월 초까지 44개 저축은행 CEO를 대상으로 진행한 브랜드 평판 조사에서 정길호 OK저축은행 대표는 2위를 기록했다. 단순한 인지도보다는 경영 성과와 대외 소통, 조직 안정성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CEO 브랜드 평판이 기업의 대외 신뢰도와 직결되는 만큼, 정 대표가 쌓아온 성과와 경영 기조가 개인의 평판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적과 외형 성장에 더해 리더십에 대한 시장 평가까지 이어지면서 정 대표 체제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공고해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향후 과제, 부동산 관련 리스크 관리 다만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리는 향후 과제로 꼽힌다. 저축은행 업권 전반이 부동산 PF 위험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 변동성에 따른 건전성 관리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상반기 OK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부동산 관련 자산의 건전성과 향후 손실 가능성이 주요 변수로 지목됐다.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당시 오케이저축은행의 등급 하향 조정 배경에 대해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으며, 공사원가가 상승한 가운데 시장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부동산PF의 조달금리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부동산PF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자산건전성 저하 및 대손비용 증가로 인한 수익성 하방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상향 변동 요인을 충족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실제 OK저축은행 부실 지표는 하향 안정화되는 모습이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3분기 고정이하여신비율은 9.7%로 전년 동기(11.2%)보다 개선됐지만, 업계 상위권 저축은행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담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 정길호 오케이저축은행 회장 약력 △출생 1967년 1월 14일 △학력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경력 한미은행 인사부 왓슨 와야트 코리아 선임컨설턴트 휴먼컨설팅그룹 부사장 오케이저축은행 경영지원본부 담당임원 오케이저축은행 대표이사

2025-12-16 08:14:10 안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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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와칭]정기선의 HD현대… '재편-신성장-글로벌' 3축 2030년 매출 100조 로드맵

급변하는 글로벌 산업 환경 속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그룹의 방향타를 쥐고 미래로의 항해를 본격화하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과 중국발 공급과잉, 고금리·고원가의 복합 위기 속에서 HD현대는 '재편·신성장·글로벌'로 요약되는 중장기 성장 전략을 새롭게 그려가고 있다. 지난 10월, 43세의 나이로 그룹 회장직에 오른 정기선 회장은 2021년 대표이사 사장, 2023년 부회장, 2024년 수석부회장을 거치며 주요 계열사의 구조 개편과 미래 신사업 구상을 주도해왔다. 정 회장은 조선과 건설기계 등 전통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재정비하는 동시에 수소·인공지능(AI)·친환경 등 미래 동력 확보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HD현대는 지난해 기준 약 67조8000억 원 규모인 그룹 매출을 오는 2030년까지 100조 원으로 확대한다는 비전을 지난 12월 4일 그룹 경영전략 회의를 통해 밝혔다. 정 회장은 회장 취임 이전부터 자율운항 전문 계열사 아비커스(Avikus)를 출범시키고, HD현대마린솔루션 설립을 주도하는 등 스마트 선박·미래 모빌리티 기반을 선제적으로 마련해 왔다. 또 베트남 두산비나와 HD현대마린엔진 인수를 통해 조선·엔진·기계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구축하며 그룹의 산업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렸다. 조선부문 통합법인과 건설기계 통합법인 사업 재편 모두 정기선 회장이 주도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 부문에서는 통합 HD현대중공업을 통해 생산·설계·R&D 역량을 결집하고, 함정·특수선 등 고부가 선종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건설기계 부문에서는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가 합병해 건설기계 통합법인 HD건설기계가 내년 1월 1일 출범한다. 상호 보완적인 라인업을 구축해 고객 선택의 폭을 넓혀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며, 양사 기술력을 통합해 핵심 모델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춰 포트폴리오를 개선·강화할 예정이다. ◆ 수소·AI·친환경 등 신성장 동력으로 정기선 회장이 제시해온 신성장 전략의 방향은 주요 글로벌 행사에서 확인된다. 정 회장은 지난 2023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 현장 메시지를 통해 바다를 친환경·저탄소 에너지와 미래 산업의 공간으로 확장하겠다는 취지의 '오션 트랜스포메이션(Ocean Transformation)' 비전을 제시했다. 이어 CES 2024 기조연설에서는 무인·자율화, 전동화, 디지털 트윈, 친환경 기술을 산업 전반에 적용하는 'Xite 트랜스포메이션'을 그룹 중장기 방향으로 제시했다. 그는 지난 2022년 미국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 테라파워 투자, 세계 최고 빅데이터 기업 미국 팔란티어와의 MOU 체결 등을 주도하며 스마트 조선소 구축과 ICT 기술의 사업 융합을 이끌었다. HD현대는 수소 연료전지 기반 선박 추진 기술 개발과 함께 조선과 에너지 사업을 연계한 수소 활용 방안도 중장기 성장 과제로 모색하고 있다. ◆ 정기선, 해외 협력·미국 공략 전면에… MASGA로 조선 세일즈 확대 정 회장은 해외 협력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직접 챙기는 행보를 이어가며 조선·방산 등 핵심 사업의 대외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칼리드 알팔리 투자부 장관과 회담을 갖고 현지 합작조선소와 엔진공장의 안정적 가동 및 기자재 공급망 구축 방안을 논의했다. HD현대는 조선업을 넘어 건설기계·스마트에너지로 협력 범위를 넓히며 국내 기업 가운데 사우디와 가장 폭넓은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조선산업 재건 전략인 마스가(MASGA)와 연계한 협력도 이어지고 있다. 그는 지난 8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 제조업 파트너십 MOU 체결식'에 참석해 서버러스 캐피털, 한국산업은행 등과 함께 미국 조선산업 재건을 위한 수십억 달러 규모 투자 프로그램 조성에 합의했다. 미국 정부가 조선업 재건에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가운데 정 회장은 주요 관계자들과의 연쇄 미팅을 통해 미국 시장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정 회장은 최근 울산 본사를 방문한 대릴 커들 미국 해군 참모총장과 케빈 킴 주한 미국대사 대리 일행을 맞아 MASGA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첨단 이지스함 건조 현장을 직접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는 인도 정부가 추진하는 20억 달러 규모 신규 조선소 설립 사업에도 참여한다. 인도 타밀나두 주정부와 신규 조선소 건설에 관한 배타적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인도·베트남·필리핀·사우디를 잇는 해외 조선 벨트가 완성된다. HD현대는 'SMITH(Shipbuilding Make in India Together with Hyundai)' 프로젝트를 통해 성장하는 인도 조선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정 회장은 최근 방한한 인도 대표단에게 "인도 조선업 발전의 최고의 파트너가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취임 이후 임직원과의 소통을 첫 행보로 택했다. 직원식당을 찾아 임직원들과 식사를 함께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등 사람 중심·현장 중심 경영을 강조한다. 자녀 유치원비 지원, 직장 어린이집 개원, 유연근무제 도입 등 조직 문화 개선에도 힘을 쏟고 있다. ◆ HD현대 정기선 회장 이력 2001년 대일외국어고등학교 졸업 2005년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2011년 美 스탠퍼드대학교 MBA 2005~2007년 대한민국 육군 중위 전역(ROTC) 2007~2008년 동아일보 기자 2009년 현대중공업(주) 재무팀, 대리 2011~2013년 보스턴 컨설팅 그룹 2013~2015년 현대중공업(주) 그룹기획실 기획팀 담당, 수석부장 2015~2016년 현대중공업(주) 그룹기획실, 상무 2016~2017년 현대중공업(주) 그룹기획실 부실장, 전무 2017~2021년 현대중공업지주(주) 경영지원실장, 부사장 2021~2023년 HD현대 대표이사 사장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HD현대글로벌서비스 사장 2023년 HD현대 대표이사, 부회장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부회장 HD현대마린솔루션(구. HD현대글로벌서비스) 부회장 2025년 HD현대,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사이트솔루션 대표이사, 회장 HD현대마린솔루션 회장

2025-12-15 17:16:40 유혜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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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와칭] 빈대인 BNK금융 회장…'변화'의 3년, '지역 동반성장' 3년

빠르게 심화하는 지방소멸에도 비수도권에 전폭적으로 투자하는 금융기관이 있다. 국내 최대의 지방금융그룹인 BNK금융그룹이다. 다른 지방금융이 수도권 진출을 확대하거나 시중금융그룹으로 전환하는 동안, BNK금융은 지역 내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지역과의 '공생관계'를 확대하고 있다. 빈대인 BNK금융 회장은 지난 3월 창립 14주년 기념사에서 "지역 고령화, 장기 경기침체, 수도권 일극 체제의 폐해에 따른 지방소멸의 위기 속에서 BNK금융이 지역 경제의 버팀목이자 새로운 성장으로 가는 교두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비주류'에서 '주류'로 1960년 경남 남해에서 태어난 빈대인 회장은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부산으로 거점을 옮겼다. 원예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장학금을 받기 위해 경성대 법학과에 들어간 뒤 1988년 졸업했다. 당초 그는 고시를 준비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자 대학을 졸업한 1998년 부산은행에 입행했다. 이어 1992년에는 경성대 대학원에서 법학과 석사 과정을 마쳤다. 입행 이후에도 법학 공부를 지속했던 만큼, 평범한 은행원의 삶과는 거리가 있었다. 부산은행의 주류인 '부산대'와 '동아대' 출신도 아니었던 만큼, 그는 언제나 '비주류'로 분류됐다. 부산은행 내에서 주류는 아니지만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냈던 그는 2008년 경영혁신부 부장을 지냈고, 인사부 부장을 거쳐 2012년에는 부산은행 사상공단 지점장을 지냈다. 이어 2013년에는 북부영업본부장, 2014년에는 경남지역본부 부행장보를 지냈다. 이어 2015년에는 부산은행의 인터넷뱅킹 채널과 고객서비스 강화를 전담하는 신금융사업본부에서 부행장에 올랐다. 동남권 전체를 아우르는 전문성과 네트워크, 디지털 전문성을 두루 갖추게 한 이때의 경험은 빈 회장의 귀중한 자산이 됐다. 다양한 경험을 두루 갖춘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 2017년 부산은행장을 겸임하던 성세환 전 BNK금융 회장이 물러나면서 김지완 회장이 취임했다. 파벌 논란에서 자유롭고 다양한 능력을 갖춘 그는 은행장 대행으로 부산은행을 이끌게 됐고, 이후 능력을 인정받아 부산은행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3년의 행장 임기를 마치고 한 차례 물러났지만, 당시 연임에 성공했던 김지완 당시 회장이 임기를 5개월 앞두고 용퇴를 선언하면서 그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졌다. BNK금융은 갑작스런 리더십 부재로 캐피탈, 증권사, 저축은행 등 비은행 부문을 중심으로 외형 성장을 지속할 인물이 필요했다. 다양한 역량을 두루 갖춘 빈대인 회장이 적합한 인물로 부상했다. 빈 회장은 안감찬 당시 부산은행장을 제치고 2023년 3월 BNK금융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다. 2023년 1월 BNK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빈 회장을 최종 후보로 단독 추천하면서 "경영성과와 역량, 자격요건 적합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한 뒤 외부 자문기관의 평판 조회 결과까지 고려해 빈대인 후보자를 최종 후보로 추천했다"면서 "다양한 업무 경험을 통해 축적된 금융분야 전문성, 지역은행 최초의 모바일뱅크 출시 등 금융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은 BNK금융을 이끌기에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 '지방소멸'…'변화'의 3년 빈대인 회장이 취임한 직후 첫 번째로 맞닥뜨린 과제는 '지방소멸'에 대응하는 것이었다. 지난 2022년까지 이어진 코로나19의 대유행은 지역 경제를 빠르게 망가뜨렸고, 기초체력이 약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중심의 비수도권 경제는 더 큰 타격을 받았다. 코로나19 종료 이후에도 지역 경제 회복이 늦어지면서 불경기가 지속됐고, 한때 시중금융지주보다 높았던 지방금융의 성장률은 빠르게 하락했다. 빈 회장은 BNK금융의 '체질개선'에 주목했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중심의 일차원적인 영업환경에서 벗어나,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두루 갖춘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변화를 목표로 제시했다. BNK캐피탈, BNK저축은행 등 비은행 계열사는 그의 임기 동안 빠르게 규모가 성장했으며, BNK캐피탈을 중심으로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 진출에 이어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진출도 성사시켰다. 빈 회장은 디지털 역량 강화에도 힘썼다. '빈대인 체제'하에서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수 차례의 모바일뱅킹 앱 개편, 부산지역 지역화폐인 '동백전'을 비롯한 외부 앱 연계, 비대면 전용 상품 개발 등 디지털 역량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 2023년에는 지역 벤처·핀테크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스토리지 B'를 출범해 BNK금융 주도의 외연 확대도 추진 중이다. 아울러 그는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을 별도 계열사로 존속해 브랜드 가치를 지속하는 한편, 전산통합을 통한 업무 간소화와 비용 효율화도 추진한다. 양행은 오는 2030년까지 전산망을 통합한다는 방침으로, 전산 통합 시 절감 가능한 비용은 연간 1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 지역과 함께…'동반 성장' 3년 지난 2023년 3월 취임한 빈대인 회장의 첫 임기는 내년 3월까지지만, BNK금융 임추위는 이달 초 빈대인 회장의 3년 연임을 결정했다. 정부가 '동남권 해양수도권'을 주요한 정책 목표로 제시하고 부울경 지역에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는 가운데 빈 회장의 지역 전문성과 과감한 사업 계획이 BNK금융의 도약을 이끌 수 있다는 게 연임의 배경이다. 빈 회장은 BNK금융의 당면 과제로 '지역형 생산적 금융'을 제시하고 있다. 부울경 지역 내 투자 비중을 높이고, 조선·해운·해상플랜트 등 지역 핵심 산업과 한계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목표다. 빈대인 회장은 지난 10월 '생산적금융협의회'를 출범해 내년에만 총 21조원 규모의 투자액을 핵심 산업 및 지역 한계기업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동남권 지역 내에 한정한다면 연간 투자 규모로 금융권 전체를 통틀어 최대 규모다. 특히 그는 정부의 '생산적 금융 대전환' 목표에 발맞춰 ▲국민성장펀드 및 동남투자공사 연계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지원 및 해양특화산업 육성 ▲부울경 지역 집중투자 산업 선정 등 세부 추진 목표도 공개했다. '빈대인 체제' 지속이 확정된 가운데 BNK금융은 BNK부산은행, BNK캐피탈 등 계열사 인사도 앞두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방성빈 BNK부산은행장과 김성주 BNK캐피탈 대표이사의 연임 가능성을 크게 점치고 있다. 두 CEO 모두 빈대인 회장 취임 이후 첫 인사로 발탁됐고, BNK금융의 성장을 뒷받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2월 중하순으로 예정된 BNK금융의 계열사 인사는 향후 3년을 판가름할 주요한 포인트로 부상했다. ◆빈대인 BNK금융그룹 회장 약력 △출생 1960년 7월 8일 경남 남해 △학력 1979년 2월 부산 원예고등학교 졸업 1988년 2월 경성대학교 법학과 졸업 1992년 8월 경성대학교 대학원 법학 석사 학위 취득 △경력 1988년 2월 부산은행 입행 2008년 1월 부산은행 경영혁신부 부장 2009년 1월 부산은행 인사부 부장 2012년 1월 부산은행 사상공단지점 지점장 2013년 1월 부산은행 북부영업본부 본부장 2014년 1월 부산은행 경남지역본부 부행장보 2015년 1월 부산은행 신금융사업본부 부행장 2017년 9월 부산은행 은행장 2023년 3월~ (현재) BNK금융지주 회장

2025-12-15 07:52:01 안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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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와칭]양종희 KB금융 회장, 자산 800조원 '리딩금융' 지휘자

지난 2023년 당기순이익 4조6319억원으로 '리딩금융'의 자리를 탈환한데 이어 2024년 5조782억원으로 '5조 클럽'에 입성했다. 올해는 3분기까지 실적만으로도 5조원을 넘어섰고, '6조 클럽' 입성이 기대되고 있다. 자산은 이제 800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5만원대였던 주가는 지난달 최고 14만원까지 올랐다. 임기 반환점을 돈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의 지난 2년간의 성과다. 올해 초만 해도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라고 경계했지만 다시 한 번 사상 최대 실적 경신이 유력하다. ◆ 36년차 정통 KB맨의 등장 1961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난 양 회장은 전주고와 서울대 국사학과를 나와 1989년 국민은행에 입행했다. 초기 종합기획부, 재무기획·재무보고통제부, 서초역지점장 등을 거치며 현장과 본부의 다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양 회장은 KB금융 내에서도 전략·재무통으로 꼽히던 인물이었다. 2008년에 KB금융지주로 자리를 옮겨 주요 부서장을 맡았고, 2014년부터는 지주 전략 담당 상무, 부사장 등을 지냈다. 지주 전략 담당 임원 시절에는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를 이끌어 냈으며, KB손해보험 대표를 2016년부터 5년간 맡으면서 순이익을 끌어 올리고 그룹 핵심 계열사 반열에 올려 놓았다. 굵직한 인수·합병과 자본정책을 설계한 경험이 '회장 양종희'를 만든 밑바탕이 됐다. 2021년 부회장에 선임된 후에는 3년간 글로벌, 보험, 디지털, 개인고객, 자산관리, SME 등의 부문장을 맡으면서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커리어를 쌓았다. 그룹 내 은행과 비은행 비즈니스 영역까지 총괄 지휘해 그룹의 성과를 높이는 역량을 발휘했다. 2023년 9월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당시 양 부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선정하고 "지주·은행·계열사의 주요 경영진으로 재직하면서 쌓은 은행과 비은행 전반에 대한 탁월한 전문성을 겸비한 후보다"라며 "KB손해보험 사장 및 KB금융지주 부회장을 역임하면서 보여준 성과와 경영능력은 그룹의 리더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그룹 안팎에서는 "냉철한 숫자 감각에 한 번 정하면 끝까지 밀어 붙이는 추진력이 강점"이라는 평가와 함께, 현장 의견을 꼼꼼히 듣는 '소통형 리더'라는 상반된 면모가 동시에 언급된다. ◆ 경영 키워드, 상생·밸류업·생산적금융 양 회장은 취임 첫 날 KB금융의 상징색인 '노란' 넥타이로 출근하면서 "앞으로 CEO로 일하는 동안 국민과 함께 성장하는 KB금융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당시 취임식에는 고객과 소상공인, 협력직원, 사회적기업 대표 등도 참석했다. 취임과 함께 던진 화두는 '상생'이었다. 기존 경쟁 위주의 구도에서 상생으로 패러다임 자체를 전환하지 않고는 '리딩금융'의 자리는 물론 생존 자체도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 의식에서다. 양 회장은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구조의 변화로 우리에게 익숙했던 전통적 고객 분류는 이제 무의미해지고 있으며, 부의 양극화로 사회 곳곳에 취약계층이 확대됨에 따라 금융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며 "KB가 흔들림 없는 강자로 진화하기 위해선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방법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 회장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완성은 실행력에 달려 있다"며 밸류업도 직접 챙겼다. KB금융은 국내 최초로 보통주자본비율과 주주환원을 연계한 밸류업 프레임워크를 도입하고, 초과 자본을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에 활용하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 '반걸음 혁신'…AI로 승부수 양 회장의 전략 키워드는 '반걸음 혁신'이다. 대규모 승부수를 던지기보다 한 발 앞선 조정과 실행으로 체질을 바꾸는 방식이다. 그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남들보다 반걸음 빠른 변화와 혁신을 통해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효율 경영과 혁신 성장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그룹 전체를 변화시켜 나갈 예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KB금융을 한 단계 끌어올릴 혁신의 수단으로 양 회장은 인공지능(AI)을 택했다. 양 회장은 "금융은 고객의 일상생활 속으로 스며들어가 언제 어디서든 고객이 원하는 형태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주주총회에서도 "고객에게 혁신적인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최신 기술들을 빠르게 도입하여 확실한 성공사례들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미 오픈한 그룹 공동 생성형 AI 플랫폼을 통하면 KB금융지주와 8개 계열사는 영업 현장과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를 개발할 수 있다. 그는 "앞으로의 10년은 지나온 10년보다 훨씬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AI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세상을 바꾸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 빛과 그림자…다음 시험대는 양 회장의 최대 성과는 내실있는 성장과 밸류업이다. 비은행 부문 순이익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려 포트폴리오 재편했고, KB손해보험 안착과 카드·증권 사업 확대, AI·디지털 통합으로 그룹 전체 이익 기반을 다졌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은 5조1217억원으로 작년 연간(5조780억원)을 이미 웃돈다. 주주환원 정책 역시 시장에서 호평을 받으며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다만 은행 중심 전략과 함께 은행 중심의 인사에서 벗어난 '탕평인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비은행 부문을 키우는 과정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연체가 늘면서 자본비율에 부담이 된 것은 물론 일부 계열사는 역성장하는 부작용이 노출됐다. 비은행 안에서 리스크나 자본효율 관리 등이 양 회장이 앞으로 풀어야할 과제다. 이와 함께 연말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앞두고 양 회장의 리더십이 관심이다. 올해 말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는 KB증권과 KB손보, KB자산운용, KB저축은행, KB캐피탈, KB부동산신탁 등 총 7명이다. 조직 안정화 차원에서는 연임 가능성이 높지만 쇄신을 위해 세대교체에 나설수도 있다. 양 회장은 취임 직후 6곳의 계열사 CEO를 한꺼번에 교체한 바 있다. 내부 승진과 'KB맨' 중심의 조직 장악력은 강화했다는 평가다. ◆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약력 △출생 1961년, 전라북도 전주 △학력 1980년 전주고등학교 졸업 1987년 서울대 국사학과 졸업 1997년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석사과정 수료 △경력 1989~2007년 국민은행 입행/ 팀원/ 팀장 2007~2013년 재무보고통제부장 / 서초역지점장 / 이사회사무국장 / 경영관리부장 / 전략기획부장 2014년 전략기획부장 상무 2015년 재무기획부, IR 부, HR 부 총괄 부사장 2016~2020 KB 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 2021년 KB 금융지주 보험부문장, 글로벌부문장, 보험부문/글로벌부문/CHO/CPRO 관할 부회장 2022년 디지털부문장, IT 부문장 부회장 2023년 개인고객부문장, WM/연금부문장, SME 부문장 부회장 2023년 11월~ (현재) KB 금융그룹 회장

2025-12-11 07:47:10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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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와칭] '구원투수'로 등장한 신명호 BNK투자증권 대표

약 5년 만의 수장 교체로 주목을 받았던 신명호 BNK투자증권 대표는 최우선 과제였던 부동산금융 편중 개선과 수익 구조 다양화를 위해 투입한 '구원투수'였다. 당시 BNK투자증권은 2023년부터 악화된 부동산 시장으로 인해 수익성에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격으로 흔들리던 BNK투자증권의 수장을 맡은 지 약 2년차. 신 대표가 취임 당시 내걸었던 '체질 개선' 약속이 올해 들어 숫자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신 대표는 1992년부터 증권업에 종사한 자본시장 전문가로, 주식·채권 발행, 대체투자 등 다양한 비즈니스 업무를 경험했다는 것이 강점으로 평가된다. 특히 기업금융(IB) 부문에서 깊이 있는 역량을 쌓은 베테랑으로 꼽힌다. 삼성증권을 통해 증권계에 입문한 그는 기업금융팀장까지 맡았으며, 이후 SK증권에서는 기업금융본부장, HMC투자증권 기업금융본부장, 동부증권(현 DB금융투자)에서는 커버리지 본부장, 하나금융투자 IB부문장 등을 두루거쳤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는 유안타증권 IB사업부문(대표) 전무로 활약했으며, 지난해부터는 BNK투자증권을 이끌고 있다. 신 대표의 임기는 올해 연말까지로, 연임을 위해 성적표로 증명해야 하는 시점이다. 시장에서는 그가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취임사에서 신 대표가 제시한 3대 과제는 명확했다. 철저한 내부통제를 기반으로 고객과 상생하는 회사 성장을 통한 '바른경영' 정착, PF부문에 편중된 수익구조 탈피해 수익 기반 다양화를 통한 '균형잡힌 성장', 그리고 양방향 협업 시너지 영업 강화 및 시장이 인정하는 든든하고 '탄탄한 증권사로의 성장' 등이다. 더불어 자기자본 2조원, 당기순이익 2000억원 수준의 상위 10위 증권사로 도약하기 위한 토대를 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수치적인 성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다만 점진적인 성장세를 보여 주고 있고, 지난해까지는 물음표에 가까웠던 수익성이 회복의 기미를 보였다는 점에 주목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신 대표의 첫 성적표였던 지난해 실적은 아쉬움을 남겼다. 초반에는 인수금융 인재를 활발하게 영입하면서 회사채 발행, 기업공개(IPO) 주관 등 유의미한 성과를 냈지만 수익성은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영입했던 전문 인력의 연이은 이탈도 조직 운영에 타격을 주면서, 신설했던 IB금융본부가 와해됐다. 결국 지난해 BNK투자증권의 순이익은 123억원으로 전년(124억원) 대비 0.8% 줄어들었다. 앞서 17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고 공시했지만, 이후 해당 공시를 정정하며 줄어든 순이익을 공개했다. 당시 BNK투자증권은 당기순이익 감소의 이유를 충당금 반영 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 등으로 인해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계속 늘어나면서 수익성 성장이 제한되고 있는 것이다. BNK금융지주에 따르면 BNK증권의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지난 2023년 1228억원에 이어 2024년에도 1281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반등의 서막을 새로 쓰고 있다. 신년 조직개편을 통해 대표 직속으로 IB부문 총괄, WM부문 총괄, 내부통제 총괄의 삼각편대를 구축하며 조직력을 재정비했다. 그 결과 BNK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당기순이익 293억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대비 737.1% 급증했다. 충당금 전입액도 479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약 63% 줄어들었다. 부동산금융 리스크가 정점을 지나고 수익 기반 확장 전략이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신 대표의 경영 청사진도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기 종료를 앞둔 만큼 2025년 '반등의 해'를 발판 삼아 BNK투자증권의 체질 개선을 완성할 수 있을지, 그의 두 번째 성적표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약력 신 대표는 1962년생으로 부산 대동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부산대학교 경제학과를 나왔다. 졸업 직후였던 1987년 삼성전자 자금부에서 사화생활을 시작했으며, 이후 1992년에 삼성증권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증권가에 입성했다. 1993년 삼성증권에서 기업금융팀장을 맡았으며, 이후 BCF파트너스 대표이사와 한국투자증권 FAS부문장 등을 두루 거쳤다. 2007년부터는 SK증권 기업금융본부장으로 일했으며, 2013년 하나금융투자 자본시장본부장에서 2016년 IB부문장까지 올랐다. 이외에도 VOM투자자문 대표이사, HMC투자증권 기업금융본부장, 동부증권(현 DB금융투자) 커버리지 본부장, 하나대투증권 자본시장총괄 등을 두루 거쳤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는 유안타증권 IB사업부문(대표) 전무를 역임했으며, 2024년 1월부터 BNK투자증권 대표이사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25-12-11 07:08:24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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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와칭] 이재현 CJ 회장, 삼성 아닌 '문화개척자' 길 선택

삼성그룹 창업주 故 이병철 선대회장의 장손으로 태어난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재벌 2·3세'라는 일반적 서술만으로는 규정하기 어려운 경영자다. 1960년 3월 19일 서울에서 이맹희 전 CJ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경복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씨티은행을 거쳐 제일제당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경리부 과장, 상무, 부사장, 부회장으로 차근차근 경영 경험을 쌓았다. 1993년 삼성에서 제일제당이 계열 분리될 때 외가(손씨 가문)가 보유한 안국화재 지분과 제일제당 지분을 맞바꾸는 방식으로 독립한 것은 CJ 역사에서 결정적 전환점이었다. 그는 어머니 손복남 여사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아 최대주주가 됐고, 설탕 제조사에 머물던 제일제당의 사업 영역을 재정의하기 위해 사명을 'CJ'로 바꿨다. 이후 멘토이자 외삼촌 손경식 회장, 누나 이미경 부회장과 함께 CJ를 식품·바이오, 물류·유통, 엔터테인먼트·미디어로 확장하며 국내 대표 라이프스타일 그룹으로 키웠다. CJ가 오늘날 'K컬처 기업'으로 불리는 출발점은 이 회장의 과감한 결단이었다. 1995년 스티븐 스필버그 등이 설립한 드림웍스에 약 3500억 원을 투자하며 아시아(일본 제외) 배급권을 확보한 것이 그 첫 신호탄이다. 당시 문화 산업은 수익성 불확실한 비주류였지만, 그는 "한국의 미래는 문화에 있다"는 철학으로 반대를 무릅쓰고 투자를 밀어붙였다. 1998년 외환위기 한복판에서 국내 최초 멀티플렉스 'CGV 강변11'을 세웠고, 2003년에는 상암 월드컵경기장 안에 복합문화공간 '상암CGV'를 열며 영화 소비 방식을 바꿔놓았다. 2000년 출범한 CJ엔터테인먼트는 400편 넘는 한국영화 투자·배급에 참여하며 산업 성장의 마중물이 됐고, 그 결실은 2019년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이었다. 이후 '브로커', '헤어질 결심' 등이 연이어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CJ는 명실상부 K-콘텐츠의 심장부로 자리 잡았다. CJENM의 경우 일본을 중심으로 소속 아티스트·IP·콘서트 사업을 확대하고, KCON·MAMA 등 글로벌 투어링 콘텐츠로 K컬처 확산을 주도하고 있다. 식품·푸드서비스 분야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식품 매출 11조3530억 원 중 해외 매출이 5조5814억 원(49.2%)에 달한다. 비비고 만두·김치·냉동밥 등 K-푸드 전략 품목이 북미·유럽·아시아에서 고르게 성장했고, 북미 매출은 4조7138억 원으로 만두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 중이다. CJ는 슈완스 인수로 북미 20개 생산기지를 확보했으며, 중국·베트남·일본·유럽에도 13개 공장을 두고 있다. 또 미국 사우스다코타와 헝가리에 신규 공장을 추가해 글로벌 공급망을 강화했다. CJ푸드빌은 뚜레쥬르 해외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미국 27개주를 포함해 9개국 560여 개 매장을 운영중이다. 또 다른 자회사 CJ올리브영은 미국·일본 법인을 설립하며 글로벌 사업을 본격화했고, 미국 LA 인근 오프라인 매장 출점을 검토 중이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30년 넘게 개척해온 이재현 회장이 그리는 CJ의 제3의 도약은 글로벌 무대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 약력 생년월일 :1960년 3월 19일생 출생지 : 서울특별시 가계 : 고(故) 이맹희 전 CJ 명예회장의 장남 / 삼성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의 장손 학력 : 경복고등학교 졸업, 고려대학교 법학과 학사 현 직함 :CJ그룹 회장 ◆ 주요 경력 2011.03.~2016.03.CJ 제일제당 대표이사 2002.03.~CJ그룹 대표이사 회장 1999 제일투자신탁증권 비상임이사 1998.01.~2002.02. 제일제당 대표이사부회장 1997~1997.12. 제일제당 부사장 1993~1997 제일제당 상무이사 1993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이사 1989 제일제당 기획관리부 부장 1988 제일제당 경리부 과장 ◆ 1990년대 CJ 독립 및 '문화사업' 개척 1993년 : 제일제당, 삼성그룹에서 계열분리해 'CJ' 독립 경영 체제 출범 1995년 : 미국 드림웍스(DreamWorks SKG)에 대규모 지분 투자. CJ 멀티미디어 사업부 설립 한국·아시아 배급권 확보 → CJ 영화·콘텐츠 사업의 출발점 1998년 : 국내 첫 멀티플렉스 극장 CGV 강변 개관 ◆ 2000년대 엔터·식품·물류의 기틀 완성 2000년 CJ 멀티미디어 사업부→CJ엔터테인먼트로 독립 출범(영화 투자·배급 본격화) 국내외 식품사업 확대 : 비비고 브랜드·가공식품 사업 구조화 물류 부문 확장 준비 단계 가속화 ◆ 2010년대 글로벌 K-컬처·K-푸드 기반 구축 2011~2012년 : CJ대한통운 인수(국내 물류 1위 확보) → 글로벌 물류 기업 도약 기반 마련 2018년 : CJ E&M과 CJ오쇼핑 통합 → CJ ENM 출범 KCON, MAMA 등 글로벌 공연/엔터 플랫폼 확장 ◆ 2020년대 K-Wave 글로벌 확산 CJ제일제당 글로벌 확대 비비고 만두·김치·냉동식품 북미·유럽·아시아 공장 및 판매망 확장 K-콘텐츠 세계화 성과 영화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 등 투자·제작작의 세계 시장 성장 CJ ENM·올리브영·뚜레쥬르 등 계열사 해외 진출 가속

2025-12-09 11:11:16 신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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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와칭] 정용진, 오프라인 혁신으로 유통의 신세계 이끌다

"우리의 본업 경쟁력은 늘 새로움을 갈망하는 '1등 고객'을 기반으로 합니다. 2025년은 이 1등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집요하게 실행하는 해가 되어야 합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2025년 신년사에서 비장한 어조로 '1등 고객'과 '본업 경쟁력'을 화두로 던졌다. 이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지난해 회장 취임 직후부터 강도 높게 추진해 온 수익성 중심의 체질 개선 작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라는 이중고 속에서도 정 회장은 위축되기보다 정면 돌파를 택하며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취임 2년차를 맞은 그는 이제 말이 아닌 숫자로, 비전이 아닌 실적으로 자신의 경영 능력을 증명하고 있다. ◆ 적자 탈출 이끈 '공간 혁신'... 이마트의 화려한 부활 정 회장이 주창한 본업 경쟁력 회복의 성과는 이마트 실적에서 가장 먼저 드러났다. 쿠팡 등 이커머스의 공세에 밀려 2023년 영업손실 469억원으로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하며 한때 '이마트 위기론'까지 대두되었으나, 정 회장은 이를 공간 혁신이라는 승부수로 잠재웠다. 올해 이마트가 보란 듯이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은 정 회장의 뚝심이 통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고객이 와야 할 이유를 만들어주지 못하면 마트는 창고에 불과하다"며 기존 점포를 쇼핑과 휴식, 체험이 결합된 '스타필드 마켓'으로 리뉴얼하는 과감한 실험을 단행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인 '스타필드 마켓 죽전'은 매장 면적을 과감히 줄이고 그 자리를 키즈 도서관과 커뮤니티 공간으로 채웠다. "매대를 줄이면 매출이 준다"는 유통업계의 통념을 깬 이 역발상은 고객 체류 시간 증대와 매출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결과로 이어졌다. 오프라인만이 줄 수 있는 경험을 강조해 떠나갔던 고객들의 발길을 다시 돌려세운 것이다. 이는 정 회장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새로운 경험을 통해 내 삶이 얼마나 나아지는지 보고 기업을 평가하는 1등 고객'을 정확히 공략한 전략이었다. ◆ CJ와 물류 동맹, 알리와 전략적 동맹으로 전방위적 효율화 운영 효율화를 위한 결단력도 돋보인다. 정 회장은 경쟁 관계였던 CJ그룹과 손을 잡는 파격적인 '물류 동맹'을 맺었다. G마켓과 SSG닷컴의 배송을 CJ대한통운에 맡김으로써 물류 비용은 절감하고 배송 속도는 높이는 '실리 경영'을 택한 것이다. 이는 자존심보다는 실질적인 이익을 우선시하는 정용진식 실용주의가 그룹 전반에 뿌리내렸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성과 중심의 경영 기조는 이커머스 전략의 대전환도 가져왔다. 정 회장은 과거 점유율 확대를 위해서라면 무리한 출혈 경쟁도 마다하지 않던 방식에서 벗어나, 철저히 수익성을 챙기는 방향으로 키를 틀었다. 최근 G마켓이 중국 알리익스프레스와 전략적 동맹을 맺은 것이 단적인 예다. 플랫폼의 문을 열어 경쟁사의 상품을 팔더라도, 그것이 고객 유입과 수익 창출에 도움이 된다면 마다하지 않겠다는 유연함이다. "변화를 두려워할 때 고객보다 나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는 그의 신년사처럼, 과거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고객 가치'와 '수익'을 최우선 판단 기준으로 삼은 결과다. 또한 올해 정 회장은 2026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원칙 아래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단행하며 조직의 긴장감을 높였다. 실적이 부진한 CEO를 교체하고 성과가 있는 곳에 확실한 보상을 함으로써, 조직 전체가 '본업 경쟁력 강화'라는 목표를 향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도록 독려했다. ◆ 야구단과 유통의 시너지, '청라 돔구장'으로 정점 찍는다 정 회장의 시선은 이제 현재의 성과를 넘어 미래의 랜드마크인 '청라 돔구장'을 향해 있다.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건설 중인 이 프로젝트는 세계 최초로 돔구장과 복합 쇼핑몰이 결합된 모델로, 그가 꿈꾸는 '신세계 유니버스'의 완성형이라 할 수 있다. 2027년 12월 개장이 예정된 스타필드 청라와 청라 돔구장은 2만3000석 규모로, 고척돔을 제치고 국내 최대 규모의 돔구장이 될 예정이다. SSG 랜더스 인수 당시 쏟아졌던 "본업과 무관하다"는 우려를 2022년 통합 우승과 관중 동원 1위라는 압도적 성적으로 불식시킨 정 회장은, 이제 스포츠와 유통을 물리적으로 결합해 고객의 시간을 점유하겠다는 큰 그림을 현실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청라 돔이 완공되면 신세계그룹의 오프라인 경쟁력이 경쟁사들이 넘볼 수 없는 초격차 수준으로 벌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포츠 경기뿐만 아니라 K-팝 공연 등 다양한 문화를 담아낼 이 공간은 가변석을 포함해 최대 4만 석까지 수용 가능한 초대형 공연장으로 변신해, 전 세계의 1등 고객을 불러모으는 블랙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위기 속에서 등판한 구원투수 정용진 회장. 그가 쏘아 올린 '본업 경쟁력 강화'라는 공이 연이어 득점으로 연결되면서, 신세계그룹은 긴 부진의 터널을 지나 다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25년, 집요하게 파고드는 그의 '1등 전략'이 유통 명가 신세계의 제2의 전성기를 어떻게 활짝 열어젖힐지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생년월일 : 1968년 9월 19일생 출생지 : 서울특별시 가계 :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의 장남 / 삼성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의 외손자 학력 : 경복고등학교 졸업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중퇴 인디애나 대학교 경영학 수료 브라운 대학교 경제학과 학사 현 직함 : 신세계그룹 회장 (2024년~) ◆ 주요 경력 ■ 1990년대 경영 수업 및 실무 경험 축적 1995년 : 신세계 전략기획실 전략팀 대우이사로 입사 (경영 수업 시작) 1997년 : 기획조정실 상무로 승진 백화점·할인점(이마트) 양대 축 성장 전략 구상 참여 ■ 2000년대 유통 리더십 강화 및 경영 전면 등판 2006년 : 신세계 경영지원실 부회장 승진 이마트의 전국적 확산 및 국내 대형마트 1위 입지 공고화 2009년 : (주)신세계 총괄 대표이사 취임 PL(자체 브랜드) 상품 개발 및 유통 혁신 주도 ■ 2010년대 '신세계 유니버스' 기반 구축 및 사업 다각화 2011년 : 신세계(백화점)와 이마트(대형마트) 법인 분할 이마트 부문 총괄, 전문점 및 복합쇼핑몰 사업 주력 2014년 :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SSG.COM) 출범 2015~2016년 : '세상에 없던 테마파크' 쇼핑몰 구상 실현 일렉트로마트, 노브랜드 등 전문점 런칭 초대형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하남' 개관 (체류형 쇼핑 공간 제시) ■ 2020년대 온·오프라인 통합 완성 및 회장 취임 공격적인 M&A 및 신사업 진출 2021년 : SK와이번스 인수 (SSG 랜더스 창단 / 유통+스포츠 마케팅 결합) 2021년 : 이베이코리아(지마켓·옥션) 인수 (이커머스 점유율 확대) 2023년 : 온·오프라인 통합 멤버십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론칭 2024년 : 신세계그룹 회장 승진 입사 28년 만에 회장 취임, 책임 경영 강화 및 수익성 중심 경영 천명

2025-12-07 15:47:05 손종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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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와칭]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일본과 한국에서 일군 '신화'

낯선 일본 땅에 한국 자본으로 세워진 유일한 은행이 있다. 그 이름은 SBJ은행. 신한은행이 100% 출자해 일본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고 설립한 이 은행은, 단순 해외 지점이 아닌 정식 일본 현지법인으로 일본 금융시장안에 뿌리를 내렸다. 그러나 그 출발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일본 내 은행은 수 백 곳에 달하고, 보수적이고 지역 밀착적인 지방은행망이 촘촘히 자리잡은 환경에서 '외국계'라는 꼬리표는 높은 진입장벽이었다. 많은 외국계 은행이 철수하거나 구조조정에 몰린 이른바 '외국계 무덤'으로 불리는 시장에서 SBJ은행의 설립자체가 큰 실험이었다. ◆ 신한은행의 일본 안착 주인공 이 실험을 가능케 한 것은 현장 경험과 전략 설계 능력을 갖췄던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었다. 1997년 일본 오사카 지점장으로 첫 발을 내디딘 진 회장은 이후 일본 내 지점장, 현지법인 경영에 이르기까지 18년에 걸쳐 일본 금융시장과 고객을 직접 체감하며 경험을 쌓았다 그는 단순히 숫자쌓기가 아니라 일본 금융시장 구조와 문화, 보수적 영업관행을 뚫기 위한 전략을 세웠다. 일본 금융기관들이 주로 취급하지 않았던 기업금융, 관계중심 영업, 현지 네트워크 활용 등을 통해 경쟁 우위를 선점한 것이다. 현재 SBJ은행은 단순한 한국계 외국은행이 아닌 일본 내 현지 경쟁자로 거듭난 상태다. 2024년 SBJ은행은 당기순이익 156억8000만엔 (약 1465억6000만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진 회장은 덕수상고를 졸업한 뒤 곧바로 은행원을 시작했지만 야간학업과 방송통신대 경영학 전공, 중앙대 MBA 과정을 병행하며 실무와 이론을 함께 쌓았다. 실무와 이론을 함께 쌓아 금융시장에 대응하는 진 회장의 습관은 신한은행장과 신한금융회장을 하면서도 나타나고 있다. 진 회장은 2022년 금융권 최초로 세계 최대 IT 가전 전시회(CES)에 참가하고 인공지능(AI) 기반 무인점포와 AI뱅커 등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선보였다. 2024년에는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4행사에서 그룹이 지원하는 핀테크 스타트업들의 서비스를 체험했다. 스타트업들이 전시한 간편결제, 인증 보안, 금융서비스 앱 등 다양한 핀테크 솔루션을 둘러보고 체험하면서, 단순히 경영진의 자격으로가 아니라 사용자로서 실제 서비스를 경험했다. 올해 말에는 신한DS가 주최한 테크 데이 행사에서 그룹 임직원들과 함께 스테이블 코인 발행 배포 실습에 나섰다. 단순 설명이 아니라, 메타마스크 등 지갑 프로그램과 스마트컨트랙트 개발툴을 이용해 코인 생성 과정을 직접 체험했다. 신한금융은 2023년부터 신입직원 연수에 AI및 디지털 기술 체험과 학습을 포함한 프로그램이 도입했다. 진 회장은 이 연수프로그램에 참여해 "끊임없는 학습과 디지털 이해"를 강조했다. ◆ 지속가능 경영…글로벌 경영 현재 진 회장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차기 회장 후보로 선출된 상태다. 진 회장의 연임에는 실무와 이론을 통해 금융시장에 대응하는 습관과 과거 일본 근무 경험과 일본계 주주들과의 친분이 중요한 자산으로 작용했다는 평이다. 곽수근 회추위원장은 "진 회장은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경영을 해왔다"며 "재임한 3년간 뚜렷하게 흠잡을 사항 없이 이끌어준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곽 위원장은 또 진 회장이 프리젠테이션(PT)을 통해 발표한 '신한이 50년, 100년을 이어가기 위한 저의 역할'에서 "진 회장이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 등 금융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고 밸류업 프로젝트를 통해 글로벌 경영 역량을 키우겠다고 한 점이 돋보였다"며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경영을 하겠다고 한 점이 많은 지지를 얻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 후보로 추천된 진 회장은 이날 개최되는 이사회에서 후보 추천에 대한 적정성 심의, 의결을 거쳐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확정될 예정이다. 최종 확정된 회장후보는 오는 3월 신한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쳐 회장으로 취임, 3년의 임기를 수행한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약력 △출생 1961년 2월 △학력 1981년 2월 덕수상업고등학교 1993년 2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경영학과 1996년 2월 중앙대학교 경영학 석사 △경력 1980년 11월 기업은행 입행 1986년 11월 신한은행 입행 1992년 7월 신한은행 인력개발실 대리 2002년 9월 신한은행 여신심사부 부부장 겸 심사역 2004년 7월 신한은행 자금부 팀장 2008년 3월 신한은행 오사카지점장 2009년 12월 SBJ은행 오사카지점장 2011년 12월 일본 SH캐피탈 사장 2014년 1월 SBJ은행 부사장 2015년 6월 SBJ은행 법인장 2017년 1월 신한은행 부행장 (경영지원그룹) 2017년 3월 신한금융지주회사 부사장 (운영부문) 2019년 3월 신한은행장 2023년 3월 신한금융그룹 회장 2025년 12월 신한금융그룹 회장 최종 후보 내정자

2025-12-04 14:49:16 나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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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와칭]'배추장사'에서 '교육생활문화' 중견기업까지…장평순 교원그룹 회장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은 지난 11월3일 40주년 기념식에서 "시너지 전략은 교원그룹만이 할 수 있는 차별적 경쟁력"이라며 "사업간 시너지를 바탕으로 더욱 다양하고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어려운 시기에도 획기적인 성장을 이루자"고 구성원들을 독려했다. 40년 전인 1985년 11월 당시 3000만원의 자본금으로 교원그룹의 전신인 중앙교육연구원을 설립할 때만해도 자신이 세운 회사가 '매출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상상하기는 쉽지 않았을 터다. 장 회장은 그러면서 기념사에서 "처음에는 인사동 하나로빌딩에서 35평을 임대하고, 나를 포함해 직원 3명이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다. 참으로 무모하기 이를 데 없었지만 절박한 심정으로 최선을 다한 결과 1년 만에 빌딩 한 층을, 2년 후에는 2개 층을 사용할 만큼 조직이 확대됐다"면서 "이후에도 몇십, 몇백 프로의 성장을 거듭하며 구몬빌딩, 내외빌딩을 차례로 매입했고 이제는 명실상부 대기업의 반열에 올랐다. 그때 같이 시작했던 회사들은 40년을 지나보니 대부분 사라졌거나 명맥만 유지하고 있고, 아직도 저력을 보이는 회사는 우리 회사가 유일하다"고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2024년 기준으로 교원그룹은 1조38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경기 변동에 따라 등락을 반복하고 있지만 매출 1조원은 넘어선지 오래이고 '2조 매출'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특히 그룹의 전체 매출에서 교육부문 비중은 점점 줄어드는 대신 비교육부문 매출이 점점 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지난해 매출 가운데 비교육부문은 5144억원으로 전체의 37%까지 늘었다. 1조3230억원의 매출을 거뒀던 2018년만해도 비교육부문은 3344억원으로 25%에 그쳤었다. 실제 교육으로 시작한 회사는 가전, 생활, 여행 등의 사업까지 장착하면서 '교육생활문화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인쇄할 돈이 없어서 자신이 직접 타자기로 내용을 쳐서 학습지를 만들면서 시작, 결국 성공했던 교육사업은 인공지능(AI) 등을 접목한 디지털 학습을 기반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구몬학습은 AI 기반 디지털학습 수요 증가에 발맞춰 기존 종이 학습지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종이 학습지와 에듀테크를 융합한 하이브리드 교육 솔루션으로 전환하며 개인 맞춤형 학습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빨간펜은 방문 수업 서비스 '빨간펜 홈클래스'를 출시해 대면 관리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충족하고, 다양한 학습 관리 방식을 제공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또한, 저출산 시대의 변화에 맞춰 VIB(Very Important Baby) 시장을 공략하며 자녀 1명에게 가족 전체가 투자하는 '에잇포켓(Eight-Pocket) 현상'을 반영해 영유아 성장 케어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비교육 분야의 핵심 계열사는 교원웰스다. 2003년부터 정수기 렌털로 시작해 발을 들여놓은 생활환경가전사업은 비데, 공기청정기 뿐만 아니라 식물재배기 '웰스팜'까지 선보이며 고객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로 넓어지고 있다. 어느새 교원웰스의 연 매출은 2000억원을 웃돌며 탄탄하게 자리잡고 있다. 현재 교원웰스가 확보한 계정은 100만개를 넘어섰으며 해외에서도 제품력,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수출량이 연평균 76%씩 증가했다. 장평순 회장은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기위해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 빠르게 증가하는 고령층 인구에 주목하며 2010년 당시 상조업 진출을 선언하며 교원라이프를 설립했다. 교원라이프는 교원그룹 계열사와의 전략적 협업을 바탕으로 기존에 없던 신규 상조 상품, 전환 서비스, 멤버십 혜택을 선보이며 업계 혁신을 이끌고 있다. 그렇게 시작한 상조사업은 불과 10여 년 만인 2023년에 선수금 기준으로 1조2801억원을 달성하며 '1조 클럽' 가입에 성공, 단일법인 기준 업계 2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장 회장은 "우리는 하늘이 돕는 회사다. 큰 기대 없이 시작한 교원라이프가 이제는 회사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신의 한 수가 됐다. 교원라이프를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성과가 크지 않아 고민이 많았는데 LG전자와의 결합상품을 시작으로 국내 2위 상조 회사로 거듭났다"면서 "교원라이프를 통한 결합상품은 대부분의 계열사와 협업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또한 회사의 핵심 채널인 방문판매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고, 성장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자평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에는 엔데믹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예상해 KRT 여행사를 인수하고 이듬해 교원투어로 사명을 변경한 데 이어 여행 전문 브랜드 '여행이지'를 론칭했다. 그러면서 공격적인 투자와 차별화된 서비스 전략을 통해 여행 사업 진출 2년 만에 송출객 수를 업계 10위에서 5위권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매출액 또한 매년 최대 실적을 기록,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며 여행업계의 기린아로 자리잡고 있다. 장 회장은 2002년 7월 당시 여행이지 브랜드를 미디어에 소개하는 자리에 장남인 장동하 대표와 함께 나와 2세 경영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당시 장 대표는 교원투어를 '국내 TOP 3'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장 회장의 배추 장사 이야기는 꽤 유명하다. 1951년 충남 당진에서 7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가난에서 벗어나기위해 공무원이 되겠다며 행정고시를 준비했다. 하지만 벽은 높았다. 그래서 시작한 일이 배추장사다. 그에겐 장사가 아니라 사업이었다. 돈을 벌어 다시 공부를 시작하겠다며 배추를 열심히 팔았다. 노하우도 생겨 새벽시장이 내려보이는 옥상에 올라가 배추를 팔러 오는 농민들을 뚫어지게 관찰했다. 물동량에 따라 구매 시점을 잡고 물량도 조절하기위해서다. 품질관리도 철저히했다. 겉보기엔 멀쩡하지만 속이 상한 배추는 과감히 버렸다. 이미 판매한 것도 손님을 찾아가 전액 환불해줬다. 정직함과 신뢰를 몸소 실천했다. 기업가정신은 그렇게 몸으로 뛰며 배웠다. 배추장사로 돈이 좀 벌리자 행정고시에 다시 도전했다. 하지만 결국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후 안정적인 직장을 찾겠다며 간 곳이 출판사였다. 이는 그의 인생 사업이 됐다. ■장평순 회장의 말. 말. 말. "고객에게 믿음을 주려면, 무엇보다 제품이 좋아야 한다. 상품이 B급이면, 고객이 생각하는 나의 인격도 B급이 된다." "증기기관차는 물의 온도가 100도 이상이 돼야 힘차게 출발한다. 99도의 물로는 절대 기관차를 움직일 수 없다. 일도 마찬가지다. 매일 출근하고 열심히 일한다 해도, 고객이 만족하지 않으면 99도의 물과 같다. 100도라는 고객 만족의 성과가 나올 때까지 열정과 의지를 발휘해야 한다." "제일 안좋은 리더는 욕을 얻어먹는 사람이다. 주변 사람에게 칭찬을 받는 리더는 자신이 가장 앞서서 일하는 사람이다. 제일 훌륭한 리더는 별로 나타나지 않으면서도, 조직원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진정한 교육은 지식만이 아닌 사람을 올바르게 키우는 일이다. 아이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타인과 잘 어울릴 수 있고,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인재를 성장할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꿈을 꾸는 사람만이 그 꿈을 이룰 수 있다." ■장평순 회장은. -1951년생. 충남 당진 -인천고, 연세대 행정대학원 -처 김숙영, 아들 장동하, 딸 장선하 -교원그룹 회장 -국무총리표창(1999년), 대통령표창(2004년), 옥관문화훈장(2007년)

2025-12-03 17:17:18 김승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