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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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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의 '청맹과니'] 바늘찾기

해가 질 무렵, 어느 노파가 집 앞 길가에서 뭔가를 찾고 있었다. 이웃 사람들이 물었다. "할머니. 무엇을 잃어버렸어요?" 할머니가 대답했다. "바늘을 잃어버렸어. 해가 지고 있어서 시간이 별로 없어." 이웃 사람들은 할머니를 도와 바늘을 찾았다. 그러나 길가에서 바늘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웃 중 한 사람이 다시 물었다. "할머니 바늘을 어디서 잃어버리셨나요?" 할머니는 곤란해 하며 대답했다. "집 안에서 잃어버렸네." "집안에서 잃어버린 바늘을 왜 길가에서 찾으세요?" "집안에는 불빛이 없어서 바늘을 찾을 수 없어. 그나마 해가 지기 전에 길가에서 찾아야 돼." 이웃들은 망연자실 할 수밖에 없었다. '오쇼 라자느쉬'의 우화집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며칠 전, 초등학교 1학년 김하늘양이 40대 여교사에게 무참하게 살해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온 국민이 비통해 했고, 눈물을 흘렸다. 해당교사가 우울증을 앓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온 국민들의 관심은 정신질환으로 모아졌다. 그런데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무척 위험하다. 아무리 선량한 사람들도 증오와 공격성을 가지고 있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우울증에 대해서 '증오와 공격성이 내부로 향한 것, 즉 자기 자신을 공격하는 것'을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내사(introjection)이라고 부른다. 살다보면 세상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 때로는 화가 나서 싸우기도 한다. 그러나 문명화된 조직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아무 때나 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렇게 마음의 찌꺼기는 쌓여 가고, 결국 증오와 공격성이 내부로 향해서, 자기 자신에게 화를 내는 것이 우울증이란 말이다. 이번 사건의 원인이 우울증일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 많은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우울증은 자기 파괴적인 질환이지, 타인을 파괴하려는 질환이 아니기 때문이다. 설사 가해 여교사가 우울증을 앓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은 우울증과는 별개로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최근 정치권은 '하늘이 법'제정을 위해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교사라는 직업은 제자들의 미래를 책임지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감수해야 하는 직업이다. 따라서 교사들의 정신건강에 대해서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데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그러나 '정신질환 교사에 대해서 직권 면직'등을 내세운 법안은 선생님들을 위축시키게 된다. 문제가 된 우울증의 경우를 보면, 평생 유병율이 15%에 달하는 질환이다. 10명 중 1.5명이 걸리는 질환이고, 교사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그리고 적절한 치료를 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질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직권면직 등을 내세우면, 우울증을 앓는 선생님들은 정신과 병원에서 진단 받는 것 자체를 꺼려하게 될 것이다. 이미 하늘이는 온 국민의 딸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모두가 기원하고 있다. 그러나 가해교사가 우울증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정책의 중심을 정신질환으로 집중한다면, 바늘을 집안에서 잃어버리고는 밝은 길거리에서 찾는 꼴이 된다. 국민들도, 그리고 하늘이의 부모님들도 선량한 선생님들께서 피해를 보시기는 바라지 않을 것이다. 좀 더 충분히 숙고하고, 좀 더 전문가 의견을 경청해 주시기를 당국에 부탁드린다. 김준형 칼럼니스트(우리마음병원장)

2025-02-19 06:59:09 구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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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예술 없는 삶이란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는 사랑의 환희와 상실의 아픔을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Twenty Love Poems and a Song of Despair, 1924)라는 시집에 새겼다. 카스파 프리드리히(Caspar David Friedrich)는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Wanderer above the Sea of Fog, 1818)에 자연과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사유를 기록했고,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는 사후 심판에 대한 두려움과 구원에 대한 희망을 '레퀴엠'(Requiem, 1791)에 녹여냈다. 세 작품 모두 인간 감정의 깊이와 미적 아름다움을 동시에 갖춘 걸작으로 꼽힌다. 예술은 시공간에 가로막히지 않은 채 길 잃은 자들의 조타로써,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로도 평가된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예술을 사치나 여가 활동 정도로 치부한다. 최근엔 경제적 가치로만 환산하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 종교가 돼버린 자본주의의 부작용이다. 예술의 역할은 크다. 인간 존재의 심도를 헤아리고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은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내면의 세계를 시청각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이요, 어둡고 탁한 사회를 예술의 언어로 치환해 밝음으로 인도하는 산파다. 예술가의 신념과 문화의 가치, 삶의 근본 원리를 담는 그릇인 것도 맞다. 미술 또한 예외는 아니다. 강렬하고 원초적인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의 작품을 보라. 고립된 인간의 영혼과 고통에 잠식된 실존이 배어 있지 않은가. 오토 딕스(Otto Dix)의 '전쟁'(War, 1929-1932) 제단화는 또 어떤가. 삼면화(triptych) 형식의 이 그림은 종교적 도상을 차용했지만, 내용은 전쟁이 남긴 처참한 폐허와 인간 존재의 허무함으로 가득하다. 부패한 시신, 폐허가 된 전장, 공포에 질린 병사들의 모습은 전쟁의 두려움과 인간의 무력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게오르크 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이 말했듯이 "예술은 시대정신의 감각적 표현"이다. 피카소(Pablo Picasso)의 '게르니카'(Guernica, 1937)는 전쟁의 참상을 드러낸다. 이탈리아 출신의 작가 다니엘 노어(Daniel Knorr)의 연기 작품 '날숨 운동'(Expiration Movement, 2017)은 나치의 만행으로 희생된 이들에 대한 위령임과 동시에 오늘을 성찰하는 다층적 함의다. 이 밖에 미술은 험난한 세상살이에 치이고 할퀴어진 인간의 상처를 소독하는 도구로 기능한다. 말년의 클림트(Gustav Klimt)가 애착을 가졌던 풍경화나, 미술사적으로 숱하게 반복하며 표상해온 '피에타'(pieta), 로스코(Mark Rothko)의 추상화에서 엿보이듯 붓의 움직임, 빛과 색채의 조화, 저마다의 형상에 낱낱이 각인된 이야기는 마음의 혼란을 달래고 정화하는 묘약이다. 물론 미술은 세상을 보는 다양한 방식이자 인간을 보다 인간답게 만드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곳에 근간한 작품들은 우리의 무뎌진 감각을 일깨우고, 사고의 지평을 넓히며, 남루한 영혼을 풍요롭게 한다. 그리고 그 주체인 예술가들은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의 '태고의 날들'(Ancient of Days, 1794)에서처럼 이성과 상상의 힘을 통해 또 하나의 창조자가 돼 속박 없는 세상을 끝없이 개척해낸다. "음악이 없다면 인생은 실수가 될 것이다"라는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의 발언은 잘 알려져 있다. 아마도 자신만의 철학적 관점에서의 예술, 특히 음악이 인간 존재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넓게 보면 미술을 포함한 예술 없는 삶이야말로 인생의 실수다. '그저 살아감' 이상의 의미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홍경한(미술평론가)

2025-02-18 10:49:29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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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헤라클레스와 소몰이꾼

소몰이꾼이 도랑에 빠트린 짐수레를 제힘으로 건져낼 노력은 하지 않고, 신들 가운데 그가 특별히 존경하는 헤라클레스에게 수레를 꺼내 달라고 기도하고 기도했다. 마침내 헤라클레스가 소몰이꾼 앞에 나타나서 이렇게 꾸짖었다. "먼저 네 손으로 수레바퀴를 힘껏 밀고 소를 채찍하거라. 너 스스로 힘쓰지 않는다면, 아예 기도도 하지 마라. 노력하지 않으면서 신을 찾으면 모두 다 헛일이 될 테니까 말이다"(이솝우화 '소몰이꾼과 헤라클레스) 어쩐 셈인지, 운세산업이 번성하다 보니, KAIST N교수 연구팀이 '인공지능 신당'을 서울 인사동에 등장시켰다는 최근 뉴스를 보고 생각나는 우화다. AI 목사, AI 스님에 이어 멀지 않아 AI 예수, AI 석가모니가 사람들의 영혼을 이끄는 세상이 되면 나쁜 운명과 재수 없음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까? 웬일이지 겁난다. 오래전, 어떤 욕심쟁이는 재직 회사 재산을 야금야금 빼내 자기 회사를 차리고는 대운이 터져 졸부가 된 줄 알았다. 무당을 모셔다 허구헌날 푸닥거리를 일삼아 주변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운이 좋아 썩은 돈탑을 쌓을 수 있었다고 착각하며 정직한 사람들을 외려 업신여기고 으스댔다. 얼마 가지 않아 믿었던 부하가 자산을 몽땅 빼돌리고 오히려 고발하겠다는 시늉을 하자 떨었다. 거부가 될 거라는 무당의 거짓 예언에 탄복하다가 부하 또한 자신과 같은 아류일 줄 짐작하지 못했을까? 그 더러운 돈은 다 날아갔지만 뇌리에 깊숙이 새겨진 죄업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을 거다. 사람이 "살다가 보면 넘어지지 않을 데에서 넘어질 때도 있다." 또 신바람이 나서 맘껏 달리고 싶을 때도 있기 마련이다. 바른말을 하며 떳떳하게 살다 보면, 엉뚱한 구설수로 시샘 많은 자들의 입에 오르내릴 수도 있다. 하찮은 일에 일희일비하면서 운이 없다거나 재수가 좋다고 으스대다가는 갈 길이 헷갈려 앞길을 스스로 가로막는 꼬락서니가 된다. 보람을 느끼며 살아가는 방법은 세상의 이치를 저버리지 말고 바른 자세로 가야 할 길을 뚜벅뚜벅 가는 것이다. 자신과 나라의 내일을 짊어질 '젊은 사자들'은 돌아가신 조상의 은덕을 바라지 말고, 헤라클레스의 도움을 기다리지도 말라. 관상, 사주팔자, 점성술에 기대다가 결국엔 인생 망친다. 가야 할 길을 제 스스로 개척해야 하는데, 자신의 의지를 내치고 변덕스러운 점쟁이를 찾아가 앞길을 묻는다면 어찌될까? 점쟁이 맘에 따라 변해가는 점괘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다 무뇌충이 되기 십상이다. 옳고 그름, 정의와 불의를 제쳐두고 부귀와 권세를 탐하다 보면 패배감 아니면 우월감 같은 망상에 사로잡혀 판단력을 상실한다. 눈앞의 이익에 눈이 어두워 노력은 하지 않고 관상이나 사주팔자에 탐닉하다 보면 미래를 헤아리는 혜안을 기르지 못해 어느새 뿌리치지 못할 근심거리가 다가온다. 세상사를 되도록 멀리 보고 눈앞의 이해관계에 급급하지 않고 순응하여야 헛발을 디디지 않는다. 긍정적 사고와 감사하는 자세를 이어가면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이치를 깨닫게 되어 마음 편안해진다.

2025-02-17 10:23:07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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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팽의 일본 이야기] 아톰과 은하철도 999

"푸른 하늘 저 멀리 라라라 힘차게 날으는 우주 소년 아톰 ~~~",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 우주 정거장엔 ~~~" 이 노래를 아직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이 있을 것이다. 이 노래들은 예전 일본 애니메이션이었던 '아톰'과 '은하철도 999'의 주제곡이다. 필자도 어릴 적에 이 애니메이션을 상당히 좋아했었는데 아톰은 귀여운 아기 로봇이라는 참신한 캐릭터에, 은하철도 999는 엄마를 잃은 소년의 슬픈 사연에 푹 빠져들었던 것 같다. 게다가 당시로서는 상상으로만 가능한 공상과학(空想科學)이었던 기계 인간이 상당히 매력적이었고, 아톰은 심지어 로봇이 사람과 같은 사고를 한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그런데 지금 개발되고 있는 신기술을 보면 이러한 이야기가 단순히 공상과학 만화에서만 나오는 공상으로 그치지 않고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아이디어였다는 것에 새삼 놀라게 된다. 아톰 이야기는 한 과학자가 자기 자식이 사고로 죽자, 아들의 외형을 본떠 만든 로봇에서 시작된다. 여기서 참으로 대단하다고 평가한 것은 1950년대 초반에 이족 보행 로봇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과 로봇이 스스로 사고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현실 세계에서 적용되는 기술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인형을 의인화해서 만든 창작물에 불과하다고 가벼이 여길 수도 있겠지만, 단순한 의인화가 아니라 충분히 로봇에 대한 기술적 이해가 바탕이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여길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아톰의 동력으로 원자력 전지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대 중반에 개발되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에 AI 기능까지 수행하게 되면 막대한 양의 전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소형이면서도 대용량의 배터리가 필요한데 이미 1950년대 만화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그 해결 방안으로 원자력 전지를 제시한 것과 다름없다. 단순히 의인화한 인형을 움직이게 만들기 위해서였다면, 로봇에 막대한 전력을 공급할 방법까지는 고민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다음으로 은하철도 999의 주인공 철이는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기계 인간이 되기 위한 기나긴 여정을 떠나게 된다. 사람의 몸을 기계로 바꾸는 것이 정말로 허무맹랑한 이야기로만 여겨졌는데 이 또한 하나씩 현실 세계에서 실현되고 있다. 불의의 사고로 인해 신체 일부를 잃게 된 사람의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는 의료용 로봇을 비롯하여 인공 장기는 매우 정교하게 발달하고 있다. 물론 일부러 건강한 사람의 신체를 기계로 대체할 필요는 없지만 인간의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기능적으로 필요성이 더욱 증가하고 있고 바이오 혁명이 이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2024년 3월, 엔비디아 개발자 행사인 'GTC 2024'에서 젠슨 황은 "AI 발(發) 새로운 산업혁명이 시작됐다"라고 선언했는데 그가 AI의 미래 기술로 지목한 것은 사람을 닮은 로봇, 즉 '피지컬 AI'였다. 또한 올해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 2025의 기조연설에 등장한 젠슨 황은 개인용 인공지능(AI) 슈퍼컴퓨터와 로봇 개발 플랫폼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어릴 적 공상과학 만화에 등장했던 이종 보행을 하며 AI가 탑재된 아톰이 이제는 내 눈앞에 등장했고 애니메이션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와 함께 생활하는 단계에까지 접어든 것이다. 그리고 2024년 1월 일론 머스크는 소셜 미디어 X에 "어제 처음으로 사람에게 뉴럴링크의 장치를 심었습니다. 환자는 잘 회복 중입니다. 초기 결과에서 뉴런 스파이크 감지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단순히 기계로 인간의 몸을 대체하는 것을 뛰어넘어 뇌 신호로 동작 제어까지 가능한 기술이 개발되는 것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2025-02-17 09:40:24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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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세 가지 맛을 가진 독특한 봄나물 '눈개승마'

매서웠던 추위가 차츰 누그러지고 있다. 날씨가 조금씩 풀려 갈수록 성큼 다가오는 봄이 느껴진다. 봄이 오면 따뜻한 날씨도 좋지만 조금 더 풍성해질 식탁 또한 기다려진다. 특히 가지각색 매력으로 무장한 각종 산나물 때문에 더욱 그렇다. 달래, 두릅, 냉이처럼 잘 알려진 봄나물도 많지만 생소한 이름의, 그렇지만 매력 만점 봄나물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눈개승마'가 그렇다. 장미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 눈개승마는 우리나라 각지의 산지에서 자라난다. 30cm에서 크게는 1m까지도 자라며, 잎은 어긋나고 긴 잎자루를 가지고 있다. 눈개승마라는 이름은, 이른 봄에 눈이 채 녹기도 전에 눈을 뚫고 자라난다고 하여 붙여졌다. 눈개승마의 별칭으로는 삼나물이 있다. 그 잎이 삼을 닮았고, 인삼과 두릅 거기에 고기 맛까지 세 가지 맛이 난다고 하여 삼나물로도 불린다. 두릅처럼 어린잎을 살짝 데쳐 먹거나, 말린 후 조리하면 흡사 고기와 같은 쫄깃한 식감으로도 즐길 수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세계적 팝스타 마이클 잭슨이 내한했을 당시, 눈개승마가 들어간 산채비빔밥을 한국에서 머무는 내내 즐겼다는 일화는 무척 유명하다. 근래 들어 강원 지역을 중심으로 재배 농가가 크게 늘고 있으며, 꽃이 아름다워 관상용으로도 인기가 많다. 다른 봄나물 종류들처럼 몸에 좋은 성분들 역시 가득 들어있다. 철분, 인과 같은 필수 미네랄과 베타카로틴과 같은 양질의 비타민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는 것은 물론 인삼의 주요 성분이 사포닌 역시 들어있다. 이러한 까닭에 오래전부터 약재로 눈개승마를 활용해 왔다. 『동의보감』에서는 눈개승마를 두고 온갖 독을 풀어주고 기운을 북돋워 준다고 적고 있다. 그 외에도 항암, 항산화 성분이 있다는 다양한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눈개승마는 보통 다른 봄나물들처럼 무침이나 볶음, 장아찌, 비빔밥으로도 먹지만 차로도 즐길 수 있다. 물 1리터를 기준으로 눈개승마 한 줌을 넣고 우려 마시면 된다.

2025-02-17 05:38:50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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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오 변호사의 콘텐츠(Content) 법률 산책] 뉴스보도 저작권 엄격히 제한하지 않는 이유

필자는 본 칼럼을 통해 창작 의욕을 북돋워 적극적인 창작 활동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선 저작물을 강력하게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수차례 강조해 왔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서는 사회ㆍ경제적인 관점에서 창작물의 사용을 일정 범위에서 허용하는 것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저작권법은 이러한 경우에는 저작재산권의 행사를 일정 범위에서 제한하기도 한다. 언론사의 뉴스보도 등도 여기에 해당한다. 뉴스의 보도는 사람들의 관심사나 공공의 이익에 관한 시의성(時宜性) 있는 정보다. 국민들의 알 권리를 보호하고 정보의 공유를 통해 국가와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돕는다. 작년 연말 계엄령 선포라는 막중한 상황 속에서도 국민들이 상황을 정확하게 알 수 있었던 것은 언론사의 신속한 뉴스보도 덕분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뉴스보도 등에 대해 저작물의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하게 된다면 해당 저작물과 관련된 뉴스보도 등(예컨대 어떤 음악이나 영상물의 문제되는 부분에 관해 보도가 이뤄지는 경우 등)에 상당한 제한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러한 이유에서 저작권법 제26조는 "방송ㆍ신문 그 밖의 방법에 의하여 시사보도를 하는 경우에 그 과정에서 보이거나 들리는 저작물은 보도를 위한 정당한 범위 안에서 복제ㆍ배포ㆍ공연 또는 공중송신 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언론사는 시사보도를 위해 일정 범위에서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정당한 범위'는 사회통념과 시사보도의 관행에 비추어 보도의 목적상 정당한 범위 안에서의 이용이어야만 한다. 대법원 역시 잡지에 게재된 사진이 문제된 사안에서 "(해당 사진이) 칼라로 된 양질의 사진으로서 그 크기나 배치를 보아 전체적으로 3면의 기사 중 비평기사 보다는 사진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화보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 위 사진들은 보도의 목적이라기 보다는 감상용으로 인용되었다고 보이므로 보도를 위한 정당한 범위 안에서 이용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구 저작권법 제24법(현행 저작권법 제26조와 같은 내용이다)의 적용을 부정한 바 있다. 반대로 특정 언론사의 뉴스보도 등을 다른 언론사에서 이용하는 것도 일정한 범위 내에서 허용된다. 저작권법 제27조는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ㆍ종교에 관하여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의 규정에 따른 신문 및 인터넷신문 또는 뉴스통신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의 규정에 따른 뉴스통신에 게재된 시사적인 기사나 논설은 다른 언론기관이 복제ㆍ배포 또는 방송할 수 있다. 다만, 이용을 금지하는 표시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위 규정의 문언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위 규정의 적용 대상은 '시사적인 기사나 논설'로 한정되고, 방송된 저작물 등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언론사의 뉴스보도 등이 위 규정들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도 해당 저작물의 이용이 저작물의 공정이용(fair use)에 관한 저작권법 제28조(공표된 저작물의 인용)나 저작권법 제35조의5(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경우라면 여전히 저작재산권 제한 규정에 따라 저작물의 이용이 가능할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해당 저작물의 이용이 위 각 규정의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2025-02-16 13:05:32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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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72>뉴질랜드 리슬링의 발견 '쉴드'…화이트와인 맛집

<272>뉴질랜드 넬슨 '쉴드' "대박! 찾아서 지금 당장 마셔야해(Boom! Find it. Drink now)."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이 뉴질랜드 와인 '쉴드 리슬링'에 대해 95점의 높은 점수를 줬다. 고개가 갸웃해진다. 뉴질랜드의 화이트 와인의 대표주자인 소비뇽 블랑이 아닌 리슬링 품종에다 생산지는 넬슨, 와이너리 쉴드도 낯설다. 먼저 넬슨 지역이 어디인지 보자. 뉴질랜드는 남섬과 북섬으로 이뤄져 있다. 화이트 와인 산지는 보통 남섬이라고 보면된다. 넬슨은 말보로와 함께 남섬 최북단에 위치해 있다. 지형적으로 강한 바람은 피하고, 바다와 가까워 겨울에도 온화한 기후가 이어진다. 우리나라에는 최근에 알려졌지만 넬슨은 독특한 지리적 위치와 기후 덕분에 말보로와 함께 좋은 화이트 와인 산지로 꼽는 곳이다. 다음은 와이너리 쉴드다. 넬슨 지역을 대표했던 여성 와인 메이커 트루디 쉴드가 판매·마케팅에 능통했던 블레어 깁스와 손을 잡고 세운 곳이다. 트루디는 프랑스 알자스나 이탈리아 트라민 등에서 향이 풍부한 화이트 와인에 대한 경험을 쌓고, 넬슨에서는 와이메아 에스테이트에서 수석 와인메이커로 와인 생산을 총괄했다. 화이트 와인에 대한 트루디의 자신감은 쉴드에 그대로 반영됐다. 넬슨 테루아의 개성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소비뇽 블랑과 리슬링, 샤르도네, 알바리뇨, 피노그리까지 다양한 품종으로 와인 스타일을 구축했다. '쉴드 리슬링'은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맛을 보았다면 독일 리슬링으로 여길 뻔 했다. 제임스 서클링 역시 독일에서 유명한 리슬링 산지인 자르(Saar)를 연상케 한다고 평했다. 전형적인 리슬링 특징과 함께 집중력 있는 미네랄 느낌이다. 산미는 살아있지만 날카롭지 않아 화이트 와인이 부담스러웠던 이들도 편하게 마실 수 있다. 트루디는 "새벽, 기온이 가장 낮을 때 수확했으며, 운반 중에도 포도즙과 껍질이 접촉해 풍미를 더 강하게 했다"며 "독일 리슬링에서 유래한 효모로 발효해 신선한 과일 향과 전형적인 리슬링 캐릭터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쉴드 소비뇽 블랑'은 잔에 따르자 마자 아로마가 코를 사로잡는다. 와이메아 평원의 서로 다른 포도밭에서 수확된 포도를 섞어 다양한 향과 풍미를 만들어냈다. 기존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과 비교하면 좀 더 온화한 기후에서 잘 익은 소비뇽 블랑을 떠올리면 된다. 신선하지만 산미는 날카롭지 않고, 감귤류에 열대과일의 향과 함께 미네랄 느낌이 매력적이다. '쉴드 샤르도네'는 밝은 황금빛을 띠며, 개성 있는 과일 향과 오크 숙성에서 오는 풍미가 조화를 이룬다. 입안에서는 부드러운 질감과 섬세한 산미가 긴 여운을 남긴다. 어느 품종을 골라도 합격점을 받을 화이트 와인 맛집인데 쉴드의 또 다른 강점은 가격이다. 현지 미화 15달러 안팎으로 우리나라에서도 2~3만원대로 만나볼 수 있다.

2025-02-13 15:08:25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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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 위기의 건설사

최근 만난 건설업계 관계자는 "탄핵정국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정치싸움, 이젠 지긋지긋하다"고 꼬집었다. 12·3 계엄사태 이후 탄핵정국이 이어지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건설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야속함이 묻어났다. 실제로 최근 한국은행이 내놓은 2024년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건설투자 증가율은 2023년 1.5%에서 지난해 -2.7%를 나타냈다. 건설투자가 감소세로 바뀐 것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올해 건설투자가 지난해보다 약 1.2% 감소하면서 300조원을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올 건설시장이 긍정적인 요인보다 부정적인 요인이 많다는 분석이다. 건설업계는 올해 '보릿고개'를 걱정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월 경제동향'에서 "소비와 건설투자를 중심으로 내수 회복이 늦어지고 있다"면서 "건설기성(국내 공사 현장별 시공 실적을 금액으로 집계한 통계, 해당 월에 실행된 건설투자)이 감소세를 지속했다"고 진단했다. 주요 건설사는 건설경기 침체에 대비해 재무적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내실경영을 통해 힘든 시기를 버텨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다보니 공격적인 투자를 꺼린다. 수익 규모를 꼼꼼하게 따져 수주 경쟁도 자제하고 있다. 고개를 힘겹게 넘어가야 하는 만큼 수성에 집중하는 꼴이다. 대형 건설사는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다. 문제는 중견·중소 건설사다. 부도 위기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2022년 이후 건설 공사비가 쉬지 않고 오르고 있어서다. 비용 상승은 재무제표에 반영돼 재무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건설현장은 비용상승 부담이 만만치 않다. 건설산업연구원의 건설 공사 비용 지수 추이를 보면 지난해 11월 130.26을 기록했다. 공사 비용이 급증하기 전인 2020년 11월 지수(100.97)와 비교하면 29.0%나 상승한 셈이다. 이 지수는 건설 공사에 투입되는 재료와 노무, 장비 등 직접 공사 비용에 생산자물가 지수 등 경제 지표를 반영해 가공한 수치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 침체도 길어지고 있다. 미분양아파트 증가와 함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은 언제 터질 지 모르는 폭탄이다. 지난 10일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2024년 12월 주택통계'를 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173가구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작년 12월 기준 2만1480가구다. 전월 대비 15.2% 증가했다. 악성 미분양이 2만가구를 넘어선 것은 2014년 7월(2만312가구) 이후 10년 5개월 만이라고 한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심각하다는 의미다.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지방 중소 건설사는 문 닫을 위기에 직면했다. 건산연에 따르면 지난해 부도를 신고한 건설업체는 29곳에 달한다. 2019년 49곳 이후 5년 만에 가장 많다. 이들 기업 중 86.2%(25곳)가 지방 소재 기업이었다. 시장이 살아나야 기업도 회생한다. 정부가 건설투자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 건설투자는 연관 산업의 파급효과가 높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1월 보고서에서 "향후 건설투자가 5조원 확대될 경우 제조업을 포함한 전 산업에서 5만4000명 규모의 고용이 창출되고, 연관 산업 생산 효과는 5조1000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건설투자 확대 방안은 3기 신도시 조기 조성, 서울~세종 고속도로 조기 완공 등이 꼽힌다. 또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한시적인 양도세 면제 등 세제혜택도 고려해야 한다. 경제는 물론 부동산 시장의 최대 적도 '불확실성'이다. 안개가 걷혀야 앞으로 나아간다. 탄핵정국 마무리와 건설투자 확대가 시급하다. /금융·부동산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2025-02-13 08:05:28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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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윤 변호사의 부동산 세상] 시행사와 체결한 특약, 신탁사에겐 효력 안 미쳐

갑은 신탁사와 근린생활시설 1개 점포에 대한 분양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갑은 시행사가 위 근린생활시설에 대형병원이 입점된다고 하면서, 입점되지 않을 경우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해 이를 믿고 분양계약을 체결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기대했던 대형병원은 입점되지 않았습니다. 갑은 이를 이유로 분양계약을 취소하거나 해제할 수 있을까요? 이와 유사하게, 분양과정에서 시행사가 점포의 환매를 특약하거나 지원금을 지급해주기로 하는 내용의 특약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위약금 없이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한다는 특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이러한 특약들이 이행되지 않는 경우, 수분양자는 분양계약 자체를 취소하거나 해제할 수 있을까요? 먼저, 갑이 체결한 특약서에 계약의 당사자로 누가 기재돼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특약서에 계약당사자로 신탁사가 기재돼 있지 않고 시행사만 기재돼 있다면, 원칙적으로 수분양자는 시행사에만 특약의 효력을 주장할 수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수분양자는 신탁사에게 특약의 효력을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특약서상의 내용이 이행되지 않았다고 해서 분양계약의 취소나 해제를 주장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러한 특약은 분양계약과 '전체적으로 하나의 계약'으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므로, 특약의 불이행을 이유로 분양계약의 취소나 해제를 주장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특약은 분양계약과 결합해 경제적, 사실적 일체로서 작성됐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법원은 시행사가 수분양자에게 점포의 할인분양이나 환매를 약정한 특약들 모두 "분양계약과 일체를 이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1. 12. 10. 선고 2020가합77858 판결, 서울고등법원 2022. 9. 29. 선고 2022나2001211 판결). 위 특약들 모두 시행사가 신탁사 관여 없이 단독으로 체결한 점, 심지어 분양계약과 모순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 등에서 분양계약과 일체를 이룬다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특약에 대한 불이행, 착오, 기망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분양계약에는 어떠한 불이행, 착오, 기망도 없었으므로 분양계약을 해제하거나 취소할 수는 없다고 봤습니다. 유사한 사건으로, 시행사가 수분양자에게 '수분양자가 분양계약을 해지할 경우 위약금을 납부하지 않고 납부한 계약금 전액을 환급해 주겠다'는 해제권 유보특약이 담긴 확약서를 작성해 줬습니다. 이에 수분양자가 분양계약을 해제하면서, 신탁사에게 계약금을 반환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확약서는 위탁자(시행사) 명의로 작성된 것이고, 그 내용에서도 수탁자인 신탁사가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들어, 수분양자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대법원 2012. 8. 30. 선고 2011다26070 판결). 이 사건에서 수분양자는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가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시행사에게 대리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고, 수분양자가 신탁사에 별다른 확인도 하지 않은 점에서 시행사가 신탁사를 대리해 확약서를 작성할 권한이 있다고 믿을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민법 제126조 표현대리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처럼 분양계약 체결과정에서 위탁자인 시행사와 별도로 체결한 특약은 그 불이행을 이유로 분양계약의 취소나 해제를 주장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위와 같은 특약을 체결할 때에는 조심해야 합니다. /신하은기자 godhe@metroseoul.co.kr

2025-02-12 15:14:40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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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 입춘(立春) 즈음에 맛보는 매운맛

입춘(立春)은 24절기 중 첫번 째 절기로 음력 1월에서 2월 초 사이에 해당된다. 태양의 황경( 黃經)이 315˚에 왔을 때를 말하며, 이날 부터 봄이 시작된다는 뜻으로 엄동설한 추위를 이기고 돋아난 햇나물을 이용해 전통음식을 먹는 풍속이 있었다. 우리 선조들은 12월 마지막 달을 절분으로 생각하고 입춘을 새해맞이로 구분하였다. 오신채(五辛菜)는 입춘일 절기에 맞추어 먹는 대표적인 절기음식이다. 오신채는 다섯 가지 매운맛이 나는 나물을 말한다. 오신채 종류로는 파, 당귀싹, 산갓, 미나리싹, 무싹, 파, 마늘순, 달래, 부추, 유채 등 이른 봄철에 볼 수 있는 새순과 새싹들이다. 매운맛은 인류 역사에서 독특한 감각으로 인식되어 왔다. 매운맛은 통각(痛覺)과 미각(味覺)의 복합적인 자극으로 주로 캡사이신(capsaicin), 피페린(piperine), 아릴이소티오시아네이트(allyl isothiocyanate) 등의 화합물에 의해 유발된다. 맛은 혀의 표면에 맛봉오리라고 불리는 무수히 많은 작은 돌기모양의 감각기관과 코 상부에 위치한 냄새 수용기 두가지 감각기관의 조합에 의한 현상이다. 음식을 섭취하면 음식에 함유되어 있는 특정 화합 물질들에 의해 감각 수용기가 발현하고 이 때에 맛을 느끼고 냄새를 맡게 된다. 사실 미각의 종류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그다지 많지 않다. 단맛, 신맛, 짠맛, 쓴맛, 감칠맛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냄새의 종류는 수 천가지가 넘는다. 딸기 맛은 혀에서 느끼는 맛이라기보다 딸기 맛을 구성하는 수많은 냄새 분자다. 감기에 걸려서 코가 막히게 될 때 냄새를 맡지 못하여 결국 입맛을 잃거나 맛을 구분조차 하기 어려운 이유 이기도 하다. 매운맛을 인지하는 과정은 신경 신호전달 경로에 따라서 말초신경을 자극함으로써 구강점막을 활성화하고 통증신호가 전달체계를 통해 3차신경절, 척수, 대뇌 감각피질로 전달하게 된다. 매운맛을 일으키는 화합물의 화학적 구조는 이미 밝혀져 있다. 고추의 캡사이신, 후추의 피페린, 생강의 진저롤(Gingerol), 겨자나 와사비의 아릴이소티오시아네이트, 마늘의 알리신(Allicin) 등이 대표적인 매운맛 성분이다. 매운맛 화합물은 단순한 자극을 넘어 생리활성 기능을 나타낸다. 고추의 캡사이신은 항염증 및 진통효과와 아디포넥틴(adiponectin) 분비 촉진을 통한 혈당 조절작용, 생강의 진저롤은 COX-2 효소 억제를 통해 염증성 사이토카인 감소작용과 ROS(활성산소종)제거 및 세포 사멸(apoptosis) 유도효과, 후추의 피페린은 지방분해 효소(lipase) 활성화 및 발열반응으로 체중 감량효과와 쓸개즙 분비 촉진 및 효소 활성화로 소화율 향상, 마늘의 아릴이소티오시아네이트는 글루타티온 S-트랜스퍼라아제 활성화로 발암물질 해독작용을 나타낸다. 매운맛의 강도를 나타내는 단위로 스코빌척도(Scoville Scale)라는 방법을 사용한다. 스코빌 척도의 원리는 캡사이신 농도를 당 희석배수로 환산한다. 순수한 캡사이신은 16,000,000 SHU(Scoville Heat Units)로 나타내는데 고성능액체크로마토그래피(HPLC)라는 측정장비로 캡사이신, 디하이드로캡사이신 등을 정량 분석하거나 가스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기(GC-MS)로 아릴이소티오시아네이트와 같은 휘발성의 매운맛 화합물질을 분석한다. 최근에는 푸드테크기술을 이용한 인공 전자혀(Electronic Tongue)를 활용하는데 합성막 전극을 이용하여 맛의 패턴을 분석한다. 매운맛은 화합물의 구조적 특성과 생리적 메커니즘이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는 현상이다. 캡사이신 패치(근육통 완화), 피페린 보조제(생체이용률 증가), 천연 방부제(아릴이소티오시아네이트의 항균 효과), 해충 퇴치용 캡사이신 유도체 스프레이 등 신경질환 치료제, 기능성 식품의 고도화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향후 분자 수준의 표적분석과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맛 예측 기술이 결합된다면, 매운맛의 과학적 이해와 응용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연윤열 식품기술사, 푸드테크 칼럼니스트

2025-02-11 11:42:45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