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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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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꽉 막힌 중도금 대출에 속 타는 내 집마련 수요자

정부의 아파트 집단대출 규제에 중도금 대출협약을 받지 못하는 아파트들의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서울의 한 재건축 단지는 이달 말 1차 중도금 납부기한이 다가왔음에도 아직까지 금융권과 협약을 맺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 단지는 평균 청약경쟁률이 22대 1에 달했지만 중도금 대출 은행을 구하지 못해 일정을 미뤄야 할 처지다. 또 다른 곳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형 건설사가 분양한 한 아파트는 1금융권을 찾지 못해 결국 연 5%에 가까운 높은 이자로 제2금융권을 중도금 대출기관으로 선택했다. 수도권에서 계약률 100%를 달성한 한 아파트 단지는 시중은행이 대출을 꺼려 지방은행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방의 한 재개발·재건축 단지도 계약률이 100%지만 시중은행은 대출총액 과다를 이유로 대출을 거절했다. 한국주택협회가 지난해 10월18일부터 올해 1월31일까지 분양한 52개 사업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도금 집단대출 협약을 하지 못한 사업장은 전국 37곳, 2만7000가구에 이른다. 이처럼 중도금 집단대출이 막힌 이유는 지난해부터 적극적으로 가계부채를 잡겠다고 나서면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초저금리 정책을 펴던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국내 금리시장도 동조하는 분위기다. 주택 수요자들은 대부분 대출을 통해 내 집 마련에 나선다. 하지만 무턱대고 대출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현재 중도금 대출금리는 시중은행이 연 3.46∼4.13%, 지방은행이 4.2∼4.3%, 제2금융권이 3.88∼4.5% 수준이다. 중소‧중견업체의 금리는 이보다 훨씬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높은 금리로 대출이 결정되면 서민들의 주택 구입비 부담은 더욱 커진다. 더욱이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해 실수요자가 계약과 입주를 포기하는 사태라도 발생하면 사회적 혼란도 가중될 수 있다. 물론 가계부채를 잡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투기수요 잡겠다고 내 집 마련 수요자들이 안정적으로 주택 구입 자금을 마련하고 업체들이 차질없이 주택을 공급하는 것을 경시해서도 안될 것이다.

2017-03-01 16:52:57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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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불황에 호황?…에르메스의 씁쓸한 실체

에르메스와 샤넬, 루이비통. 이른바 '3대 명품'이라고 불리는 브랜드다. 이 또한 브랜드 가격대로 메겨진 순서다. 제품의 재질, 크기 등에 따라 가격이 달리 책정되지만 에르메스가 가장 최고가를 보이고 있고 샤넬과 루이비통이 각각 그 뒤를 잇는다. 경기불황이 이어지며 서민 가계의 주름이 깊어지는 가운데 한 개당 수천만원을 넘나드는 가방 매출이 지난해에도 급성장했다. 한 백화점의 에르매스 매출은 전년 대비 17.5%, 샤넬은 9.8%, 루이비통은 3.2%씩 각각 늘었다. 사는게 퍽퍽하다며 한숨을 쉬는 서민 뒤에 비쌀수록 더 사야하는 상위층의 소비가 더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늘 빈번하게 어디에나 일어날 수 있는 '빈부격차' 현상이지만 왠지 모르게 씁쓸하다. 명품가방 매출은 불황에 더 호황이라고 한다. '모두가 평범하게 들고다닐 수 없도록 판매가를 높인다'는 말과 함께 비쌀수록 잘 팔린다. 일각에서는 에르메스가 상위 1% 이상의 계층만 누릴 수 있는 고귀한 욕망을 충족시킨다며 고매출의 이유를 설명하기도 한다. 사실 에르메스 브랜드 뒤에는 최고가격에 어울리지 않는 씁쓸한 뒷 이야기가 있다. 에르메스 메인 상품으로 꼽히는 '버킨백' 이야기다. 각종 외신에 따르면 버킨백의 뮤즈로 떠오르는 전세계적인 배우이자 가수인 제인 버킨은 지난 2015년 에르메스 버킨백에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요구했었다. 열악한 악어 사육과 도살 문제에서 국제기준을 지키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었기 때문이다. 에르메스측은 국제 기준을 준수하고 있는 농장에서 가죽을 납품받아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전문가들과 학자들은 동물의 습성과 시장 규모를 감안했을 때 약 10%만이 농장에서 사육될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버킨마저 거부한 버킨백의 수요가 한국에서 채워진다는 소식에 그저 기분이 언짢다. 상위 1%의 현명한 소비는 우리와 많이 다른걸까 고민하게 된다.

2017-02-26 16:16:37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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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20억 퇴직금 받고 떠나면 그만?

'1년에 평균 1억원 이상의 퇴직금이 쌓여 18년간 임원하면서 받는 퇴직금 규모만 20억원.' 미르·K스포츠재단에 돈을 대기 위해 기업들로부터 출연금 모금을 주도한 전국경제인연합회 이모 상근부회장이 자리를 떠나면서 받게될 것으로 추정되는 퇴직금이다. 이 부회장은 1999년 당시 상무보인 기획본부장직을 시작으로 상무, 전무에 이어 2013년부터 상근부회장을 맡아왔다. 경제단체의 경우 기업인 출신이 맡는 회장은 통상 대외 업무 등 얼굴 마담 역할을 한다. 정부 관료나 내부 승진자가 자리를 차지하는 상근부회장은 안살림을 한다. 산하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 부회장은 전경련으로 옮기면서 승승장구해 남부러울 것 없는 권력을 누렸다. 그가 상근부회장직까지 오르면서 밖에서 전경련은 '이 부회장의 조직'이란 소리가 많았다. 조직내에 자기 사람을 심는 것에 능하고, 권력지향형이란 비판도 따라다녔다. 그러다 최순실 사태로 잘못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는 "청와대가 시킨 일을 어떻게 마다할 수 있을까"라고 항변했다. 누구도 권력 앞에 자유로울 수 없고, 자신도 피해자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사이 전경련은 와해됐다. 삼성, LG, SK, 현대차 등 주요 그룹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전경련을 떠났다. 회비를 낼 회원들이 없어졌으니 조직 축소도 불가피하다. 그러면서 유관기관까지 250명 가량에 이르는 직원들은 고용 불안에 떨고 있다. 일부는 벌써 떠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숫자는 파악되지 않는다. 24일 총회를 끝으로 이 부회장도 자리를 떠난다. 하지만 그에겐 상상할 수 없는 액수의 퇴직금이 남아 있다. 그렇다고 그가 250명을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놓고 떠날 가능성도 많지 않다. 그것 역시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 항변할 수도 있다. 이 부회장은 친정인 전경련에서 잘 먹고 잘 살았다. 그러나 그동안 '좋은 직장'이라고 자랑하며 다녔던 전경련 직원들은 주군 행세를 했던 2인자를 잘못 만나 미래를 걱정해야하는 처지가 됐다.

2017-02-23 17:41:53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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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편승'이 집회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외치는 '촛불집회'도 이에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도 본래의 주장을 벗어나며 각종 이권이 개입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촛불집회 취재 차 광화문을 방문하는 기자는 가끔씩 무대에 선 연설자들의 외침에 귀를 의심한다. 서울시청 앞, 태극기를 흔드는 군중을 보면서 이따금씩 눈을 비비곤 한다. 한 시민단체의 '이석기 석방'을 외치는 소리, 노동조합의 '임금인상' 주장, 재벌퇴출 표어 등이 촛불집회장을 가득 채운다. 이 같은 '이질'은 태극기 집회서도 펼쳐진다. 무슨 이유에선지 커다란 성조기를 펼치고 행진을 한다. 이미 우리 역사의 어두운 부분으로 기록된 국민을 향한 '계엄령'을 외친다. 일부 야당 의원들에 대한 '재산환수' 목소리도 곳곳에서 들린다. 대통령 탄핵은 부수적인 주장인 양, 양측 모두 집회 목적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시민단체의 사람을 만나 임금인상과 대통령 탄핵의 관계성을 물었다. 그는 "다 대통령이 잘못하고 최순실 같은 사람이랑 짜고 치니 우리가 임금도 덜 받고 힘들게 사는 것"이라는 답을 내놨다. 초등학생도 설득하기 힘든 논리다. 몇몇 단체의 '편승'이 집회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탄핵과 한 회사의 임금인상을 같은 선상에 두고 집회에 참석한 이들에게 판단착오를 일으키고 있다. 애국을 외치며 그들이 정면에 내건 국기는 성조기다. 독립국가를 외치며 북한을 혐오하는 그들이 스스로 미국의 속국임을 인정이라도 한 것인지 의문이다. 물론 각 단체의 주장에는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는 현장을 과거 학교 운동회 때 잡상인들이 물건을 파는 골목과 같이 만들어선 안 된다. 음악에는 '화음'이라는 것이 있다. 서로 다른 음이지만 같이 어우러지면 훌륭한 소리를 만든다. 반면 '불협화음'은 음악을 망칠 뿐 아니라 듣는 이의 기분까지 상하게 한다. 적어도 그들의 편승이 화음으로 들리진 않는다.

2017-02-22 16:22:40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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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판단과 행동에는 결과와 책임이 따른다

"선배, 삼성 공채 어떻게 되는지 아는 거 없어요? 취준생에겐 생존이 걸린 문제인데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어서…" 오는 토요일 졸업을 앞둔 대학 후배가 삼성그룹을 담당하는 기자에게 대뜸 채용 일정에 대해 아는 것이 있냐고 전화로 물어왔다. 그는 높아진 청년실업률을 언급하며 "채용 하나하나가 아쉬운 상황인데 가장 많은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삼성에서 아직도 채용을 확정하지 못했다니 졸업을 앞둔 친구들이 멘붕"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당혹스럽기는 기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얼마 전만 하더라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의 페이스북에는 매주 토요일 열리는 촛불집회에 참석한 사진도 '친구 공개'로 올라와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이재용 부회장 구속을 주장하던 그가 삼성 공채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니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기자의 물음에 그는 "당장 먹고 사는 일이 우선이니까요"라며 "그렇다고 설마 구속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라고 겸연쩍은 반응을 지어보였다. 특검 수사가 시작될 때만 하더라도 여러 취업준비생 커뮤니티에서는 '정치적 올바름(PC)'을 내세우며 최순실과 연관된 국내 대기업들을 일괄 처벌해야 한다는 글이 줄을 이었다. '대기업도 정권에게 ATM 취급을 당했으니 피해자 아니냐', '총수가 모든 것을 알진 못할 텐데 구속하자는 것은 지나친 얘기다' 등 기업 처벌에 동조하지 않는 글에는 각종 인신공격이 난무하기도 했다. 결국 이 부회장이 구속됐고 삼성의 채용 프로세서는 멈췄다. 언제 자리를 떠날지 모르는 CEO가 계열사 인사를 단행해 퇴직자를 만들고 채용 규모를 정하는 것도 부적절하거니와, 계열사별 수요를 조사해 공채 일정을 세워야 할 미래전략실이 재판 준비만으로도 허덕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른 10대 그룹 역시 현대차·LG·SK 그룹 외에는 채용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 반(反)기업 정서가 높아지고 미국과 중국의 보호무역주의 등 대내외 불확실 요소가 많아진 탓이다. 취준생 커뮤니티는 늦더라도 채용을 하긴 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채용규모가 줄어들 경우 그 줄어든 인원에 자신이 포함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엇갈리고 있다. 본인이 바라던 결과가 스스로의 미래를 깨뜨린 지금의 상황이 그들이 감당하기에 너무 비싼 수업료는 아니길 바란다.

2017-02-21 22:22:55 오세성 기자
[기자수첩] '이러려고 영어공부 했나…'

소설가 한강을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 후보에 올린 숨은 주역,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는 번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문학적 감수성'을 꼽는다.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어떻게 말하느냐'가 독자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문맥에 맞는 두 음절의 형용사를 찾으려고 며칠 간 머리를 쥐어짠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어떻게 번역하느냐에 따라 무궁무진한 차이를 동반하기 때문에 작품 전체 정서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간의 영역에 인공지능(AI)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오는 21일 펼쳐질 인간 전문 번역가와 구글·파파고의 대결이다. 지난해 '알파고'의 충격이 휩쓸고 간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대결은 당일자 영자 신문 기사 두 개를 무작위로 선별해 한글로 번역하고, 한글 신문 기사 두 개는 영문으로 번역하는 식으로 실시된다. 바둑이 전술을 펼치는 게임에 가깝다면, 번역은 또 다른 차원의 영역이기 때문에 눈과 귀가 쏠릴 수밖에 없다. 이미 IT·통번역 업계는 네이버와 구글의 인터넷 번역기가 인공신경망 기계 번역(NMT) 기술을 도입하며 한차례 술렁인 바 있다. 지난해 10월 네이버가 '파파고'에 NMT를 적용한 이후 11월 구글도 가세했다. 이 기술은 문장을 단어별로 쪼개는 것이 아니라 전체 문장을 하나로 번역한다. 문맥에 따라 맞는 번역을 제공할 수도 있다. 때문에 로봇과 같이 기계적인 번역이 아니라 맛깔나게 문장 전체의 맛을 살릴 정도로 비약적 성장을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의외로 번역이 매끄럽게 잘돼 놀랐다" "음성인식 등으로 해외 여행갈 때 유용하게 썼다" "업무에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편해졌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 구글코리아에 따르면, 신경망 기계번역 기술을 적용한 이후 번역 오류는 55~85% 가량 줄어들었다. 알파고와 같은 '머신러닝' 기법으로 사용량이 많아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 학습해 번역 품질은 더욱 올라간다. 구글은 신경망 기계번역 기술로 향후 전문적인 내용의 책 한 권을 통째로 번역하는 수준까지를 목표로 하겠다고 단언했다. 이와 동시에 사회에 던져진 파문은 '영어 교육 무용론'이다. 기계번역이 실용적 수준에 도달한다면 일부러 시간을 들여서 외국어를 배울 필요가 있겠냐는 근본적 질문에 도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러려고 영어공부 했나…'라는 푸념이 절로 나온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마이크 슈스터 구글 리서치 전문가는 이 질문에 대해 지난 11일 구글캠퍼스에서 열린 'AI포럼'에서 "인간의 언어학습은 계속 이뤄져야 한다"는 답을 제시했다. 인류 사회에 언어학습은 문화교류, 역사,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 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는 주장이다.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AI를 막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 기술을 어디에 적용해 어떻게 이용하느냐가 결국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때마침 미래부가 한국고전번역원의 'AI 기반 고전 문헌 자동번역 시스템 구축 사업'을 확정해 조만간 2억4000만여 자에 이르는 '승정원 일기' 번역에 나선다. 어찌됐건 AI가 번역 업계와 공생, 언어의 장벽을 허물어 IT산업의 글로벌 진출 가교가 될지 지켜보는 것 자체가 산교육이다.

2017-02-20 07:16:18 김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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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바이러스 보다 무서운 것

공화국 이전의 왕조시대 때는 임금이 부덕하면 나라에 '역병(疫病)'이 창궐한다는 얘기가 돌곤 했다. 최근 SNS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위와 같은 말을 올리는 이들을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다. 대통령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에 따른 사회적 혼란과 조류인플루엔자(AI)·소 구제역 사태가 연이어 발생한 현실을 풍자한 것이라 나름 고개가 끄덕여진다. 조선의 22대 왕 '정조'는 재위 12년이던 1788년 5월, 나라에 원인 모를 역병이 돌자 서둘러 관리들을 모아 대책회의를 열었다고 한다. 감염자에 대한 단순 격리가 사실상 대책의 전부였던 그 당시, 정조는 성 밖 교외에 병막 설치, 사망자 위로금 지급, 역병 차단에 게으른 관리 엄벌 등 직접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고 국가행정력을 총동원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정조와 같은 리더십을 발견할 수 없다. 컨트롤타워 부재 속에 정부도 나름 총력을 기울여 AI와 구제역 사태를 막고 있지만 곳곳에서 드러나는 부실 대책에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부실 대책의 대표적 예가 이른바 '물백신' 논란일 것이다. 한창 AI가 번질 당시 정부가 방역 과정에서 사용한 소독제 상당수가 효력미흡 제품이었단 사실이 밝혀져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구제역 또한 항체 형성율이 100%인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는 등 '물백신' 논란을 피해가진 못했다. 전국의 소·돼지 축산농가에 구제역 백신 접종이 의무화됐지만 확진 판정을 받은 전북 정읍과 충북 보은 소 사육 농장의 항체형성률이 각각 5%, 19%인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농가에 접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할 시스템이 없는데다 정부의 관리 허술로 인한 결과였다. 사실상 AI 및 구제역 같은 전염병의 경우 철새나 야생동물에 의해 전파되는 사례가 많아 바이러스를 100% 차단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때문에 만약 농가에 바이러스가 퍼졌을 경우 얼마나 빠른 시일 내에 사태를 수습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바이러스 보다 더욱 무서운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공직자의 '무사안일(無事安逸)'과 '편의주의(便宜主義)'다. 앞으로 정부가 개선할 가축질병대책 안에 이 같은 사고방식을 없앨 수 있는 방법도 포함되길 기대한다.

2017-02-16 11:42:59 최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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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은행 실적과 수수료는 반비례?

보너스를 받은 아버지의 손에는 치킨이 들려 있었고, 연봉이 오른 친구는 밥값을 냈다. 인심이란 게 그렇다. 더 벌게 되면 베푼다. 그러나 은행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많이 벌수록 더 벌기 위한 방도를 찾는다. 경영으로 보면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시선이 곱게 가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다. 최근 국민은행이 창구거래 시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자 금융권 안팎이 술렁였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컸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점심시간에 기다리는 것도 서럽다', '노인들만 불쌍하게 됐다' 등 비난의 댓글이 달렸다. 국민은행의 수수료 도입 검토는 인터넷·모바일뱅킹이나 ATM(현금입출금기) 거래를 활성화시켜 창구 업무를 줄이고 관련 예산을 절감하기 위한 취지로 알려졌다. 한 누리꾼은 말했다. '예산을 절감해 그만큼 돌려 준다면 대환영이지만….' 과연 그럴까. 국민은행의 지난해 이자이익은 4조8289억원으로 전년 대비 2.5% 증가하고, 순이자마진(NIM)은 1.61%로 전분기보다 3bp 상승했다. 요구불 예금도 전년도 대비 12.1% 늘었다. 한국씨티은행도 비슷한 개념의 계좌유지수수료를 준비 중이다. 씨티은행은 오는 3월 8일 이후 신규 거래 고객 중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이들에게 월 5000원의 계좌유지수수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다만 기초생활수급자, 만 60세 이상 고객을 비롯해 온라인·모바일거래 이용 고객은 제외한다. 씨티은행은 이번 수수료 도입을 수수료 이익 보다는 디지털금융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다는 입장이다. 결국 두 은행이 검토 또는 추진하는 수수료의 공통점은 인터넷·모바일 거래가 아닌 창구 거래를 하면 패널티를 받는 '창구 수수료'라는 점이다. 금융권에서는 두 은행을 시작으로 전 은행권에 이 같은 기조가 확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금융거래 서비스는 비대면 거래고객을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모바일 상품에 각종 우대 조건이 붙고, 오프라인 점포수와 인력은 줄고 있다. 매년 수수료 순수익이 감소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실제로 지난해 9월 4대 시중은행의 평균 수수료 순익은 2296억11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9.5%(449억7900만원) 줄었다. 그러나 인터넷이나 모바일 환경에 익숙하지 못한 장년층과 일부 소외계층의 입장에서는 '어닝 서프라이즈' 연간 실적을 우수수 내놓은 은행들의 수수료 정책을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2017-02-15 17:39:36 채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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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백성'말고 '국민'하자

최근 조기대선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대선주자 열성 지지자들에게서 걱정스런 모습들이 보이고 있다. 이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특정 후보가 아니면 불복하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으며, 지지자간 갈등도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언론사의 기사량·논조 등을 근거로 '특정 후보를 밀고 있다' '언론전이 시작됐다'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그동안 언론은 '기레기'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국민들께 신뢰를 잃어왔던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그렇게 말씀하지 마시라' '달라지고 있다'고 말하기엔 염치가 없다. 이것은 지속적으로 언론이 노력해나가야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지지자들의 비판이 온·오프라인 상에서 치열한 '전쟁'으로 이어지고 있고, 이 '전쟁'은 온전히 지지자들 간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각 후보를 '대신해서' 말이다. 또한 '전쟁'이란 표현을 선택했듯이 이 과정에서 갖가지 인격모욕·신상털이 등 옳지 않은 모습들이 많이 목격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열성 지지자들의 논쟁 방식을 살펴보면서 '무섭다' '종교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 대한 지적은 '신성모독'이기에 지적한 사람은 '처단해야 한다'는 방식이다. 이것은 최소한 우리가 생각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모습은 아니다. 백성(百姓). 사전을 찾아보면 '나라의 근본을 이루는 일반 국민을 예스럽게 이르는 말', 그리고 '예전 사대부가 아닌 일반 평민을 이르던 말'이라는 두 가지 뜻으로 설명하고 있다. 두 번째 설명에 따른 백성의 의미 속에는 '계급'이 들어있다. 그러기에 민주주의에서 사용되지 않는다. 우리는 왕정시대의 '나랏님'이 아닌 민주주의 '대통령'을 선출하는 '권리'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국민 또는 시민이라고 말한다. 또한 민주주의 사회는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사회로, 대통령이 모든 것을 '바꿔주지' 못한다는 것을 인지할 때 스스로 국민임을 인지하게 된다.

2017-02-14 19:40:29 이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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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강남에 들어선 탐욕의 소녀상

최근 삼성 서초사옥에 소녀상이 하나 생겼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근로자들의 백혈병 발병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다며 세운 것이다. 반올림은 "작고 약한 피해자 모습에서 탈피해 크고 강한 모습으로 삼성에 힘 있게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라고 새로운 소녀상 설치 이유를 설명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근로자 가운데 백혈병 환자가 나온 것은 10년도 더 지났지만 과학적·의학적 인과관계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근로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은 "근로자들이 담당한 공정에서 노출된 유해물질이 해당 질병을 유발했거나 그 진행을 촉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와 근무환경에서 추론 가능할 정도로 발병과의 인과관계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권오현 부회장이 직접 나서 사과했고 근로자와 유족에 대한 보상도 진행했다. 피해자 가족위원회가 참여한 보상위원회는 150명의 피해자 신청을 받아 지난해 초 대부분에 대한 보상을 마쳤다. 삼성전자는 재해예방대책도 마련해 가족대책위원회 3개 협상주체, 반올림과 합의했고 이를 계기로 가족대책위원회는 스스로 활동을 마쳤다. 재해예방대책 합의 다음날 반올림은 보상 확대를 요구하고 나섰다. 당시 가족대책위원회는 "보상이 잘 진행되고 있는데 반올림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절차를 중단하라고 억지를 부린다"며 "사욕을 위해 유족들을 쫓아내던 반올림이 또 다른 이들을 현혹해 안타깝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당시 보상위는 업무 연관성을 감안해 관련 업무에 1년 이상 종사하다 질병을 얻은 삼성전자와 협력업체 근로자를 피해자로 규정했다. 하지만 반올림은 보상 대상을 늘리고자 직업병의 범위, 업무 범위를 늘리고 근로 기간도 3개월로 줄이자고 주장하고 있다. 반올림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들 가운데는 반도체 생산 공정과 연관이 없는 사무직 근무자부터 하이닉스에서 장기간 근무하다 삼성전자로 이직한 뒤 3개월 만에 병을 얻은 이까지 보상위에게 인정받지 못한 이들이 포함됐다. 더 이해하기 힘든 것은 반올림이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자신들이 가져가려 한다는 점이다. 반올림은 삼성전자가 피해자를 위한 기금을 출연하고 자신들이 그 기금으로 재단을 만들어 반도체 근무자 근로여건 개선 등을 위한 활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올림의 삼성 서초사옥 노숙 농성은 다음주 500일을 맞는다. 반올림은 과연 사유지를 무단 점거하고 소녀상까지 세울 정도의 명분을 가지고 있는 걸까.

2017-02-09 16:51:41 오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