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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그러한 삶'을 살지 않았다면

출근길 전철역에서 신문을 살 때, 영수증에 찍히는 신문 이름은 박카스 아니면 제주삼다수다. 어제도 800원짜리 의문이 고개를 들었다. -신문을 샀는데 왜 삼다수가 찍히나요. "아, 신문에 바코드도 없고 어차피 가격은 똑같잖아요!" 또 시작이냐는 표정과 함께, 가게 주인의 억울함 섞인 고성이 돌아온다. 값싼 의문이 해소된 이후에도, 나의 영수증 한켠에는 여전히 개운치 않은 뒷맛이 스며있다. 이날도 두 서민은 고작 1000원짜리 한 장도 안 되는 원칙 앞에서 신경전을 벌이며 하루를 시작했다. 법원과 검찰이 모인 서초동에 도착하면, 의혹은 수백억원대로 불어난다. 800원짜리 이름값 앞에서 항변하던 가게 주인의 억울함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심정에 비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 전 대통령은 2007년 8월 대선 경선 합동연설에서 도곡동 땅과 BBK 의혹에 대해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나는 그러한 삶을 살아오지 않았습니다"라고 외쳤다. 그랬던 그가 서울동부구치소에서 검찰의 방문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48억원 비자금 조성관여. 그의 혐의는 적은 돈 앞에서도 '그러한 삶' 소리를 들을까봐 경계하는 서민 마음에 생채기를 내고 있다. 처음엔 같은 질문을 받지 않겠다던 그는 이제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신뢰할 수 없다고 한다. 조사 과정에서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굳이 조사 자체를 거부해 구속영장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오죽하면 학계에서 "형사소송규칙 등에서 구속 수감된 피의자의 강제조사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겠는가. 한때 이 나라의 국가원수였다면, 일반인은 꿈도 못 꿀 자신의 혐의에 대한 조사에 응해야 한다. 묵비권 행사는 그 때 가서 하면 된다. 국민은 그가 대통령이 되기 전에 보여준 당당함을 기억하고 있다.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것 아시죠?!"

2018-03-29 14:33:46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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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자율주행 기술 시점보다 준비 완벽해야

"현재 자율주행은 눈, 비, 안개 등 기상변화에 매우 위험합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자율 주행차가 수년 전부터 시범 운행에 들어가는 등 IT와 자동차 기업간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만난 자율주행 기술 개발자는 완전 자율주행 시대에 대한 시기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실제 며칠 전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인 우버의 자율주행 차량이 길을 건너던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하며 최첨단 센서와 전문적으로 설계된 전산 시스템을 사용하는 자율주행 차량의 안전성 문제가 다시 대두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테슬라도 눈, 비 등 악천후일 때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자율주행 차량은 광 검출 및 거리 측정 시스템, 레이저 등을 사용해 전방의 물체를 감지하기 때문이다. 운전자 없이 운행되는 자율주행 차량은 카메라와 레이더와 '라이다(lidar)' 센서로 물체를 감지한다. 카메라는 차량 주변 환경을 360도로 촬영하고 센서는 레이저 빛을 통해 주변 물체와 지형을 탐지한다. 그러나 해당 기술은 고도로 정비된 도로에서는 거리를 측정하고 세부 정보를 수집할 수 있지만, 유지 보수가 되지 않은 도로에서는 바닥의 굴곡 때문에 거리를 감지하기 어렵다. 또 비와 눈 등 특정 기상 조건을 처리할 능력도 없다. 또 갑작스럽게 장애물이 등장했을 때 깜짝 놀라는 사람과 달리 자울주행 차량은 아무런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처리 능력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물체가 앞에 등장할 때마다 프로토콜을 따른다. 자율주행 차량은 움직이는 물체에 접근할 때 모든 것을 계산에 의존한다. 이 계산이 잘못되면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갑작스런 장애물 등장에도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다. 또한 5G를 기반으로 하는 이동통신사들도 자율주행차 개발 경쟁에 참여하고 있지만 현재 교통신호체계 정보를 수신하는 정도다. 즉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 차량이 공공 도로를 달리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갑자기 등장한 보행자를 피할 수 있을 만큼 자율주행 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 여기에 자율주행 차량은 완성차 업체와 소프트웨어 업체, 통신사 등 여러 회사가 제작 운영과정에 개입하기 때문에 사고 발생의 책임 소재도 분명히 밝혀내기 어렵다. 자율주행차 시장 선점을 위해 기술 도입을 서두르기 보다 충분한 성능과 안정성을 확보하는게 중요할 때다.

2018-03-28 15:56:41 양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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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산으로 가는 금호타이어 구조조정

물건을 사겠다면서 주인에게는 의사를 묻지 않는다. 대신 물건값을 치를 돈이 좀 모자르니 도와달란다. 그 좋은 물건을 중국에 팔아치울거냐며 국민정서에 호소하는 것이 전부다.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타이어뱅크의 얘기다. 타이어뱅크가 27일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뛰어 들었지만 산업은행은 어떤 입장도 내놓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금호타이어의 주 채권단인 산업은행에는 공식적인 인수의향도 별다른 접촉도 하지 않았다. 6500억원 규모의 인수합병(M&A) 거래 치고는 상식 이하의 비정상적인 경로다.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이 내세운 금호타이어 인수의 가장 큰 이유 역시 "(중국에 팔리는 것을)국내 기업으로서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아마추어적 감정논리였다. 돌고 돌아 다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타이어뱅크 뒤에 있는 것 아니냐는 루머가 돈 것도 그래서다. 이미 수 차례에 걸쳐 채권단의 의지와 상관없이 오는 30일이면 금호타이어의 유동성이 바닥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이도 깡그리 무시했다. 타이어뱅크 측은 "2개 해외 글로벌회사에서 함께 인수에 참여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며 '새 판'을 짜달라고 요구했다. 다른 한 쪽의 금호타이어 노조도 "인수의향을 밝힌 다른 국내업체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엔 중개인이 지역 유력 정치인이다. 역시 상식 이하의 비정상적인 접근법이다. 금호타이어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데드라인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지만 상황은 꼬일 대로 꼬였다. 강성노조가 발목을 잡았고, 지역사회를 등에 엎은 정치권은 금호타이어 구조조정을 최악의 상태로 끌고갔다. 채권단 역시 빌미를 제공했다. 데드라인이 몇 번 연장되면서 이번엔 진짜 유동성이 바닥이라고 해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양치기 소년'이 됐다. 이제 남은 시간은 단 사흘이지만 초조한 이들은 금호타이어 협력사와 가족들, 그리고 여전히 팔지도 못하고 들고 있는 금호타이어 투자자들 뿐이다.

2018-03-27 14:27:40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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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재주는 개미가 부리고 돈은 대주주가 먹는다.

비트코인의 광풍이 불었던 1월 초. 국내 최대 거래소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가상화폐 수혜주로 떠오른 우리기술투자 주가가 두 달 새 520%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1600원대 주식이 1만원을 넘어선 것. 해당 종목의 주가를 끌어올린 것은 개미였지만 주가 상승의 최대 수혜자는 대주주였다. 주가가 1만원을 넘어서자 우리기술투자 최대주주는 보유 지분 절반을 장내 매도했다. 또 다른 대주주 관계자 역시 지분을 매도했다. 대주주 매도 공시와 정부의 비트코인 규제 강화로 주가는 불과 열흘만에 6000원대로 떨어졌다. 현재(3월 23일 기준) 우리기술투자의 종가는 4155원이다. 테마주에 엮여 큰 폭의 주가 상승을 기록한 기업의 대주주가 이익을 얻은 건 이번뿐만이 아니다. 매년 대선때마다 '대통령 후보 사촌의 친구가 운영하고 있다'는 식의 테마주들이 한 달새 500% 이상의 수익률을 보이는 것은 예삿일이다. 그리고 어김없이 대주주들은 지분 매각을 시도한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테마주로 엮인 A기업의 20대 자녀들은 주가 급등 후 지분 매도를 통해 1년 새 수억원을 벌어들였다. 현실적으로 이들의 행위는 '불법'이 아니다. 부도덕하다고 비난할 수는 있으나 처벌 대상은 아닌 것이다. 때문에 이들의 행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투자자들이 테마주에 투자하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오를 것으로 보이는 테마주에 편승해 20%만 먹고 나오겠다는 소박한(?) 꿈을 꾸는 투자자들이 많다. 주가가 적당히 오를 때 주식을 팔고 나오면 된다는 나름의 '전략'이다. 하지만 기대와 현실은 다르다. 금융감독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대선 기간 동안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종목 224개를 관리한 결과 개인 투자자들은 평균 61만7000원을 잃었다. 급변하는 주가에 개인투자자들이 매도 타이밍을 잡기란 쉽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세력'이 동참한다면 개인투자자들은 백전백패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 다시 정치 테마주가 뜨고 있다. 3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테마주는 일제히 상한가다. 이번에도 대박을 꿈꾸는 개인투자자들은 '헛된 꿈'을 버려야 한다. 재주는 개미가 부리고 돈을 대주주가 먹는 악순환을 피하려면 말이다.

2018-03-25 16:04:56 손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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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해명보다는 진실된 사과

[기자수첩]해명보다는 진실된 사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중금속 '안티몬' 허용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된 아모레퍼시픽 등 8개 업체 화장품을 판매 중단하고, 회수 조치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과 에뛰드하우스 브랜드의 제품 6종에서 중금속의 일종인 '안티몬'의 함량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이다. 안티몬은 합금과 페인트, 반도체 등에 쓰이는 재료다. 안티몬은 독성이 강해 허용치를 조금만 넘어도 위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티몬은 화장품 1g당 10㎍만 허용되지만, 이번에 적발된 제품들에서는 최대 14.3㎍이 검출됐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즉각 사과를 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화성코스메틱에서 2018년 1월 이후 납품받은 '아리따움' 4종과 '에뛰드하우스' 2종 가운데 일부 로트(lot)의 제품이 이에 해당하고 있다"며 "회수 대상 제품을 소지한 고객께서는 아리따움과 에뛰드의 홈페이지를 통해 안내된 방법에 따라 교환 및 환불을 받을 수 있다"고 공지했다. 이부분에서 아모레퍼시픽 등은 위탁 생산을 전담하는 화성코스메틱이 만든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이후 아모레퍼시픽은 '안티몬이 화장품으로 인체에 흡수될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자료를 통해 "해당 제품을 1달동안 1개를 모두 사용해도 세계 보건기구(WHO)가 정한 1일 허용 기준치의 200분의 1 수준"이라며 "다만 다양한 경로로 안티몬이 유입될 수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관련 법을 통해 먹는 물이나 식품 첨가물, 화장품 등에 안티몬의 허용 기준치를 두고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행동이 소비자들은 화를 부추겼다. 해명보다는 원인 분석이 없기 때문이다. 국내 굴지 화장품 회사의 문제 대응 치고는 너무 낮은 수준이다. 속담에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라는 말이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진심어린 사과를 했다면 이렇게까지 여론의 뭇매를 맞지 않았을 것이다.

2018-03-22 17:23:32 박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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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日 AV 배우가 '케이팝' 걸그룹 데뷔라니

[기자수첩]日 AV 배우가 '케이팝' 걸그룹 데뷔라니 현해탄 건너 AV 배우, 일명 '야동 배우'가 온단다. 케이팝(K-POP)이 좋아 무려 자비를 털어 한국 땅에서 걸그룹으로 데뷔한다니, 그야말로 대단한 한국 사랑이 아닐 수 없다. 그룹명은 '허니팝콘'. 소속사 큔크리에이트 측이 내놓은 공식 자료에 따르면 허니팝콘은 일본 유명 걸그룹 SKE48 출신 미카미 유아를 비롯해 사쿠라 모코, 마츠다 미코로 구성된 그룹이다. 일본에서 걸그룹으로 활동하던 이들이 한국에서 데뷔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겠냐만은, 그 주인공이 'AV 배우'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미카미 유아는 SKE48로 활동하다가 지난 2015년 AV 배우로 전향한 인물. 걸그룹이란 타이틀을 다시 붙인다 해도 현역 AV 배우였다는 사실은 변함 없다. 일각에서는 허니팝콘의 행보가 K-POP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란 의견은 물론, 타 걸그룹을 소비하는 시선에 악영향을 미칠 거란 우려도 쏟아진다. 이렇다보니 이미 허니팝콘의 데뷔를 막아야 한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지난 14일로 예정돼 있던 쇼케이스는 다수의 항의 끝에 취소됐고, 이들의 데뷔를 막기 위한 청와대 청원도 빗발치고 있다. 그러나 허니팝콘은 오는 21일 쇼케이스를 강행한다. '비비디바비디부'를 발매하고 공식적인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어쩌면 이들에게 너무나 배타적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 수 있다. '친한(親韓)' 성향을 가진 미카미 유아가 꿈을 이루기 위해 한국에 왔는데, 편견 어린 시선으로 이들에게 역경만 더하는 꼴은 아닌지 하는 의문 말이다. 그러나 의도가 순수하다고 해서 꼭 좋은 결과만을 내놓진 않는다. 한국 아이돌 산업이 정점에 오른 데다, K-POP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이때,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자각해야만 한다.

2018-03-19 16:23:35 김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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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카톡 안되는 '열공폰', 수험생만 필요할까?

일명 '열공폰(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소소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무제한 데이터 시대에 전화, 문자와 같이 기본 기능만 담은 휴대폰이다. 데이터와 와이파이를 막아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 사용도 차단했다. 기본 기능만 추리고 나머지는 싹 덜어냈다. 일부 이동통신사와 알뜰폰 업체에서 수험생이나 중장년층을 공략해 내놓았는데 출시 이후 월 평균 2000명 내외가 가입하는 등 꾸준하게 인기를 끌고 있다. 공부에 방해가 되는 카톡이나 게임은 이용할 수 없지만, 전화·문자 등 최소한의 연락을 할 수 있고 전자사전·MP3 등 꼭 필요한 기능만 탑재했으니 수험생들은 공부에 집중할 여력이 마련된다. 담을 수 있는 최대한의 애플리케이션과 기능을 빼곡하게 탑재한 스마트폰이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는 마당에 열공폰의 선전 소식은 무엇을 의미할까. 열공폰은 비단 수험생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일반인들도 마찬가지다. 카톡과 같이 과도한 개방성을 지닌 플랫폼과 다양한 기능들은 오히려 과부하와 선택장애, 퇴근 후 업무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연결되지 않을 권리(right to disconnect)'라는 말이 있다. 퇴근 후에 카카오톡 등으로 상사의 연락을 받지 않을 권리를 뜻한다.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SNS) 확산으로 항시적 업무환경이 조성됨에 따라 논의되고 있는 권리 개념이다. 독일 노동부는 2013년 업무 이후 상사가 직원에게 전화나 이메일로 연락하지 못하게 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프랑스는 노동개혁법안에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추가하기도 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설문에 참여한 직장인 중 85.5%가 퇴근 후 카카오톡 등 메신저로 업무 지시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열공폰은 오히려 공부에 집중하려는 수험생보다 스마트폰과 떨어진 삶과 관계, 여가에 '열공'하고 싶은 일반인에게 더 필요할지 모른다. 열공폰이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누리기 위한 수단이 되지 않는 사회가 오기를 기다려본다.

2018-03-18 18:06:38 김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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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리더십 잃은 교육정책, 사교육에 기댄 국민

새 정부 교육정책이 잇따라 후퇴하면서 교육정책의 리더십 부재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확정하려던 2021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 확정을 1년 유보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3월부터 도입하겠다던 영유아 영어교육 금지도 미뤘다. 지난해 마무리하기로 했던 학생부 간소화를 위한 정책연구도 아직 확정하지 못하고 붙잡고 있다. 대입제도 개편이 미뤄짐에 따라 올해 고등학교 1학년 교실은 실험장이 됐다. 일부 영역이긴 하지만, '학교교육 따로 대입 수능 준비 따로' 준비해야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올해 초등학교 1~2학년 학부모들은 방과후 영어교육 금지에 따라 유치원에서 배우던 영어를 1~2년간 중단하게 됐다. '천편일률적인' 교사추천서 폐지 역시 당초 올해(2018학년도) 각 학교에 적용키로 했지만, 유보됐다. 교육부는 작년 12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개편방안'을 발표하면서 교사추천서 폐지를 평가지표 중 하나로 신설해 대학들이 입시에서 교사추천서를 반영하지 못하도록 할 계획이었지만, 이달 초 교육부의 확정안에는 이 내용이 빠졌다. 교육부는 정책을 유보할 때마다 '충분한 여론수렴이 필요하다'는 명문을 들었다. 학생부 간소화 방안에 대해 15일 교육부 관계자는 "민감한 사안인만큼 충분한 여론수렴이 필요하다"면서 "3월 중 확정되는 대입제도 개편시안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충분한 여론 수렴은 필요하지만, 확정된것처럼 발표했다가 슬그머니 유보하는 방식은 교육정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정부가 지난 대선부터 표를 의식한 정책을 쏟아내고 수습이 안되는 형국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 정부가 내놓은 교육정책이 사교육에 얼만큼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지 15일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작년 3~5월, 7~9월 우리 국민이 지출한 사교육비를 보면 그대로 드러난다. 2018학년도 수능 영어 첫 절대평가에 따라 영어 사교육비는 2.2% 감소한 반면, 국어와 사회·과학 탐구 관련 사교육비가 각각 11.1%와 5.6% 큰 폭으로 상승했다. 새 정부가 사교육을 지양하고 학생들을 한 줄로 세우는 입시정책을 개편하겠다고 하는 큰 방향에 대해서는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대부분 공감는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정책도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실효를 거두기 힘들다. 여론 수렴을 명분으로 이리저리 끌려다니거나, 표를 의식한 정책이 성공한 바는 없다. 교육정책은 신중한 접근도 필요하지만, 방향을 정했다면 안정적으로 밀고나가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정부 출범 이전 대선후보시절부터 줄곳 수능 절대평가화를 기정사실화 해 놓은 정부가 3월 중 내놓을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에 어떤 내용이 담겼을지 주목된다.

2018-03-15 14:48:04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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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神의 직장' 아닌 '甲의 직장'

그들을 만난 건 지난해 9월 금융권 취업박람회에서였다. 대표적인 '화이트 칼라'를 꿈꾸던 그들은 타이트한 정장을 입고 불편한 구두를 신은 채 길게 줄 서 있었다. 면접 차례가 오기까지는 4시간이 넘게 걸렸다. 결국 구두를 벗고 맨발로 섰다. 아무리 '예전만 못하다'고 한들 '신의 직장'은 신의 직장. 그들은 치열하게 임했다. 그런데 반년 정도 지나고 보니 을(乙), 병(丙), 정(丁)…. 그날 줄(권력) 없는 이들만 줄을 섰다는 게 밝혀졌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말 2015~2017년 은행권 전수 조사를 한 결과 국민·하나·부산·대구·광주 등 5개 은행에서 22건의 채용 비리가 적발됐다. 채용 청탁자는 권력자의 지인이거나 친인척이거나 VIP였다. 한마디로 '갑(甲)'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청탁이 오고 갔다. 청탁한 이들은 대부분 합격했다. 합격시키기 위해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구직자를 탈락시키기도 했다. 금감원은 이를 검찰에 넘겼고, 검찰은 수사에 착수해 관련 은행을 압수수색하고 임직원을 소환, 구속하기 시작했다. 최근엔 BNK금융지주 박재경 사장과 BNK저축은행 강동주 대표가 부산은행 채용비리에 관여한 혐의(업무방해 등)로 구속되면서 향후 연루된 금융권 수장들이 줄소환 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수사에 속도가 붙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순서가 엉켰다. 감독 기관에서 먼저 옷을 벗는 일이 생겼다. 지난 12일 채용 비리 감독을 진두지휘했던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사의를 표했다. 그는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시절 대학 동기의 부탁을 받고 하나은행 인사 담당 임원에게 동기 아들의 이름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측은 '추천일뿐 청탁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발표했으나, 최고경영자의 언급 자체가 채용 압박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은행권에선 '누가 누굴 감시하느냐'는 식의 비웃음이 나왔고, 최 원장은 의혹이 제기된 지 1주일도 채 되지 않아 사임했다. 그러나 파장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감독 기관의 수장마저 채용비리 의혹에 휘말리니 금융권의 위상과 신뢰도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은 더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애초에 정정당당한 승부가 아니었고, 앞으로의 승부도 심판이 못미덥기 때문. 특혜 채용으로 입사한 이들은 불이익 없이 근무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그날 온종일 면접을 기다리던 그들은 어디서 보상을 받아야 할까.

2018-03-13 14:43:20 채신화 기자
[기자수첩] 트럼프발(發) 무역전쟁, 정부 대책 절실하다

"'트럼프발(發) 무역전쟁'이 시작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현지시간) 자국 산업 보호를 이유로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고율의 관세를 매기는 규제조치 명령에 서명한 것에 대한 재계와 국내 통상정책 전문가들의 평가다. 중국과 EU 등은 미국의 철강 관세 조치 발표 이전부터 이와 관련한 보복조치를 경고해왔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날 서명식에서 "미국 산업이 외국의 공격적인 무역관행에 의해 파괴됐다"며 보호무역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무역전쟁의 방아쇠를 당겼다. 무역전쟁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 수출기업들의 부담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글로벌 교역 위축으로 이어져 세계 경제의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수출을 경제성장원동력으로 삼는 한국 경제에 치명타다. 당장 해운, 조선 업황의 악화는 물론 지난해 수출을 이끌었던 반도체와 전자, 정유, 석유화학등도 타격이 불가피 할 것으로 여겨진다. 구본준 LG그룹 부회장은 최근 열린 임원 세미나에서 "연초부터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대내외 사업여건이 악화됐다"며 "계열사들의 1분기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재계는 정부에 보다 적극적인 통상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주요 교역·해외투자 기업 44곳을 대상으로 '최근 통상현안 긴급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30%의 기업이 정부가 '미국 보호주의 통상압력 완화 외교'에 나서주기를 희망했다. 이어 '해외 대형 프로젝트 수주 지원(25%)', '신흥국 비관세장벽의 실질 해소(22%)' 등의 순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본격화되면 우리 경제가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며 "정부의 고용 정책 목표가 기업의 일자리 확대가 아니라 일자리 창출 능력 확대라는 시각으로 바뀌어 외교·통상 분야 협상력을 높여야할 때"라고 지적했다.

2018-03-13 06:00:00 정은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