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선량한 약자를 이용해 돈을 번 결과는?
"기자님, 혹시 '중소기업복지지원단'이라고 아세요? 무슨 공공기관인 듯 한데…. 저희 회사가 돈을 내고 가입했는데 약속한 복지서비스가 안되고, 전화도 안받아서요." "아뇨. 처음 들어보는데요." 평소 알고 지내던 한 스타트업 관계자가 지난 3월 말께 대뜸 내게 질문을 해 왔다. 전화를 끊고 한참을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촉'이 왔다. 지인의 말대로 공공기관인 듯한 '중소기업복지지원단'이란 이름이 중소기업계에서 적지 않은 기간 취재를 해 왔던 내가 모를리 없었기 때문이다. 취재를 시작했다. 스타트업, 중소기업 등이 일정 회비를 내면 대기업 수준의 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몇년 동안 회원을 모으고 다녔던 개인이 만든 임의단체였다. 중소기업복지지원단을 운영하는 곳 역시 한국기업복지라는 사기업이었다. 그런데 이 두 곳을 취재하다보니 한국기업복지협회, 한국기업복지지도사협회, 한국동반성장, 한국동반성장위원회, 노사동반성장협회 등 알듯 말듯한 단체들 이름까지 줄줄이 엮여나왔다. 게다가 사업 초기엔 고용노동부, 혁신리더협회, 산업인력관리공단, 근로복지공단 등 중앙부처, 유관단체, 공공기관들의 연관성도 엿보였다. 한국기업복지와 중소기업복지지원단의 말만 믿고 가입했던 중소기업, 스타트업들이 취재 과정에서 전해준 피해사례는 적지 않았다. 내용도 흡사했다. 풍족하진 않지만 임직원들에게 어떻게든 복지 혜택을 주고 싶어 가입했다 결국 돈만 날릴 수 밖에 없었던 약자들의 넋두리가 그것이다. 본지를 통해 4월 14일 <'공공기관인듯 아닌듯…' 중소기업복지지원단의 '이상한' 복지 서비스>라는 제목으로 첫 보도를 한 후 피해 사례가 기자의 이메일과 전화를 통해 빗발쳤다. 내부에서 일했던 핵심 관계자의 제보도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피해기업은 어림잡아 4000여 곳이 넘고, 이들이 돈을 내고 가입한 인원만 6만명이 훌쩍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인터넷에는 피해 기업 모임(토닥토닥 e복지 피해자들 모임)이 만들어졌고, 한 때 중소기업복지지원단에 속해 영업을 하다가 역시 피해를 당한 기업복지지도사들도 별도로 인터넷에서 카페(토닥토닥 e-복지사)를 결성했다. 이들은 현재 검찰과 경찰에 한국기업복지와 중소기업복지지원단 핵심 관계자들을 고소, 고발한 상태다. 관련 내용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올라가 있다. 약자의 약점을 이용해 돈을 벌고,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한국기업복지와 중소기업복지지원단에 대한 철저한 수사로 다시는 이 같은 피해가 재발되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