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변동성에 투자전략 변화?…저평가·안정성 부각
글로벌 증시를 호황으로 이끈 '골디락스(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인 경제 상황)' 시대가 흔들리고 있다. 증시 변동성이 커진 데다 롤러코스터장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주식시장 투자자들의 투자성향도 바뀌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은 경기소비재 관련 종목 매수에 나서고 있고, 개인은 안정적인 고배당 펀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설 명절 이전 증시 변동성 회복'이란 입장에서 다소 물러나는 분위기다. 이들은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릴 때쯤 글로벌 증시가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최근 증시 폭락장을 이끈 '미국 임금상승'이 실제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지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9일까지 기관투자가는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해 수익을 내는 KODEX 200 상장지수펀드(ETF)를 가장 많이 순매수(1438억원)했지만 지수 하락장에 수익을 내는 KODEX 인버스 역시 세 번째로 많은 순매수(839억원) 규모를 보였다. 해당 기간 순매수 1, 2위 종목은 지수 상승에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3·4위 종목은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ETF가 이름을 올렸다. 지수의 방향성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일단 인버스 상품을 통해 수익률 방어에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해 KODEX200(2조755억원), TIGER200(1조2127억원)을 대거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에 강한 확신을 보였던 기관투자가들이 투자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 기관투자가 '저평가 종목 투자' 기관투자가의 투자성향 변화는 '지수' 뿐만 아니라 '섹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큰 폭의 상승세를 시현했던 전기 전자 업종은 팔고, 그간 저평가된 경기소비재를 집중매수하고 있다. 2월 들어 기관은 상위 4개 지수를 제외하고 롯데케미칼(592억원), 현대건설(590억원), 현대중공업(508억원), 현대차 (445억원) 등을 순매수 상위 종목에 올렸다. 이들 종목은 현대중공업을 제외하고는 모두 주가수익비율(PER)이 7~8배에 불과한 '저평가' 종목이다. 반면 가장 가파른 매도세를 기록한 상위 3개 종목은 삼성전자(6678억원), 셀트리온(3433억원), 삼성SDI(1008억원) 등 지난해 큰 폭의 상승세를 시현하고, PER이 16~201배에 달하는 등 '고평가'된 종목 위주로 이뤄졌다. 김윤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주가 조정 이후 주도주는 산업재, 금융, 경기소비재 섹터로 변했다"며 "이번 조정 이후 추세 상승 반전 국면에서 인플레이션 관련 섹터가 주도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산업재, 금융, 경기소비재는 대표적 인플레이션 수혜 섹터이자 저멀티플(경기민감업종) 주식이기 때문이다. 저평가된 종목들은 하락장 속에서 견조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이은택 KB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월 2일 이후 수익률이 가장 저조한 그룹은 시가총액과 PER이 모두 1분위(최상위)인 그룹이다. 크고 비싼 종목들부터 하락했다는 뜻이다. 반면 작고 싼 종목들은 평균 수익률이 코스피를 상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투자가 '안전자산으로 자금 이동' 한편 개인투자가들의 투자심리는 배당과 같이 안전장치가 있는 펀드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배당주 펀드는 포트폴리오에 담긴 종목 주가가 떨어지면 시가로 환산한 배당수익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기업 실적이 견조하면서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 적합한 투자처라는 설명이다. 또 주주친화정책이 주목받음에 따라 기업의 배당 성향이 증가하는 것도 호재다. 실제 이달 들어 국내 주식형펀드 전체 순자산이 3조2000억원 감소한 가운데 '신영밸류고배당 증권 자투자신탁(주식)'과 '베어링 고배당플러스증권투자신탁(주식)'의 순자산은 각각 151억원, 100억원 증가했다. 해당기간 수익률이 -5%에 가까웠다는 점에서 실제 자금 유입은 더 컸을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자산 전문가는 "그동안 고객들이 정보기술(IT)이나 바이오 관련 펀드를 찾았다면 증시 부침이 시작되면서 해당 자금을 배당펀드 등 안전자산으로 옮기려고 하고 있다"면서 "향후 중수익·중위험 상품 등이 주목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