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현안 해결 미션' 사회적 합의기구, 연초부터 '삐걱 삐걱'
노조 등 종사자 단체, 기자회견 열고 社측 '합의 파기' 주장 사업자단체 "'합의'한 것 아니라 '협의중' 사안…사실 무근" 업계 1위 CJ대한통운도 勞측 주장에 "사실 왜곡 유감" 반박 합의 기간 설 전 마지노선 '촉박'…택배 단가 현실화 '요원' 한파 경보가 발효된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부암동 인근 주택가에서 한 택배 기사가 눈이 쌓인 골목길을 천천히 올라가고 있다. /뉴시스 택배 현안 해결을 위해 지난해 말 꾸린 사회적 합의기구 '택배기사 과로방지대책 협의회'(택배대책협의회)가 연초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를 포함한 정부와 물류회사인 택배 사업자, 노동조합 등 종사자 단체, 소비자 단체, 관련 전문가들이 두루 참여해 논의를 한창 진행하는 과정에서 직접 당사자인 사업자와 노동계가 팽팽히 맞서 파열음이 나면서다. 게다가 합의기구가 출범 초부터 논의를 위한 마지노선을 2월 중순인 음력 설 전까지로 한정한 탓에 시간이 촉박해 자칫 '설익은 합의'가 나올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합의기구에서 논의키로 한 내용이 택배 분류 업무 책임 문제, 택배기사 적정 수수료 보장 등 노·사 양측의 합의로 끝날 사안도 있지만, 택배를 이용하는 기업(화주)과 일반 소비자의 '사회적 동의'가 필요한 택배 요금 인상 이슈도 있어 결론이 나오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활시위는 노측인 종사자 단체가 먼저 당겼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택배 종사자, 시민단체 등이 모인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과로사대책위)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합의기구에서 논의된 분류작업 합의에 대해 택배 사업자들이 일방적으로 파기했다고 밝혔다. 종사자 단체에 따르면 합의기구 출범 후 지난달 1차로 가진 회의에서 분류작업은 택배사의 업무로 '합의'가 끝났는데, 2차 회의 자리에서 사업자 단체가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지난달 7일 출범한 사회적 합의기구는 15일과 29일에 각각 1·2차 회의를 진행했다. 합의기구는 출범하면서 ▲택배 분류 업무의 명확화 ▲주5일제 도입 및 적정 작업시간 규정 ▲택배기사 적정 수수료 보장 및 유통업계 상생방안 ▲택배산업 갑질근절 ▲택배요금 현실화 등 5가지 사안에 대해 논의하기로 한 바 있다. 그런데 첫 논의 주제인 '택배 분류 업무'의 주체를 놓고 양측이 초반부터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택배 분류 업무는 서브터미널 등으로 들어온 택배 상자를 선별해 담당 구역별로 구분해 놓는 것을 말한다. 지금까지는 택배기사가 이를 직접하거나 아니면 별도의 비용을 들여 분류지원인력(분류도우미)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같은 종사자측 주장에 대해 사업자 단체는 '합의'가 아닌 '협의중'이었다는 입장이다. 개별 택배사를 대신해 합의기구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통합물류협회 택배위원회는 입장문을 내고 "과로사대책위가 주장하는 '합의'는 없었으며, '합의 파기'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라며 "1차 회의에선 서로 의견만 개진했고, 당일 회의에선 분류에 대해 (향후)'법률적으로 정리'하기로 결론을 내렸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종사자측인 과로사대책위는 CJ대한통운 등 택배사들이 지난해 약속했던 분류작업 인력도 제대로 투입하지 않고, 실제 배치 인원도 자신들이 파악한 것과 크게 다르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 역시 이같은 주장에 대해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며 깊은 유감 표명과 함께 반박에 나섰다. CJ대한통운은 "현장 구인난에도 불구하고 지난 12월말 현재 2370명의 인수지원인력이 투입됐으며, (당초 약속대로)오는 3월말까지 투입을 끝내겠다"면서 "또 과로사대책위가 '분류작업 인력들을 지난해 추석부터 재탕 삼탕하며 발표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 역시 사실과 다르며, 예로 든 15개 서브터미널의 경우 목표 대비 투입비율도 62.6%로 전체 서브터미널(59.3%)보다 오히려 높다"고 강조했다. 택배사들은 앞서 택배기사의 업무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CJ대한통운 4000명, 한진 1000명, 롯데글로벌로지스틱스 1000명 등 분류인력을 추가로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지난해부터 택배 종사자 사망 등 불미스러운 일로 꾸려진 사회적 합의기구가 연초부터 당사자간 극명한 입장차로 인해 갈길이 먼 모습이다. 택배업계 복수의 관계자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택배 분류 업무 문제나 주5일제 도입, 기사 적정 수수료 보장 등은 모두 비용이 수반되는 것들"이라며 "시장 경쟁 격화로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택배 단가가 인상되지 않고선 추가 비용 등 모든 것을 택배사들에게 떠앉으라고 하는 건 옳지 않다"고 토로했다. 한편 통합물류협회가 앞서 발표한 국내 택배시장 단가는 2012년 당시 평균 2506원에서 2449원(2014년)→2318원(2016년)→2229원(2018년)으로 점점 하락하다가 2019년에 2269원으로 소폭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