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성장하는 택배시장, 곳곳서 '난제' 만났다
시장 급성장 불구, 경쟁속 단가 지속 하락…서비스 저하 우려도 택배사들, 연초부터 기업택배·개인택배 단가 인상해 시행 중 사회적 합의기구도 별도로 관련 용역통해 인상 여부 결정할 듯 택배 배송 놓고 안전 우려하는 입주민과 기사간 충돌도 '곳곳' 택배가 우리들의 생활속으로 빠르게, 깊숙히 들어온 가운데 곳곳에서 난제를 만나고 있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덩달아 업체간 경쟁까지 격화되며 운반비가 추락해 결국 택배 서비스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또 택배를 놓고 아파트 입주민과 택배기사간 팽팽한 줄다리기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대단지 아파트는 택배 차량의 단지내 지상도로 출입을 놓고 입주민과 택배기사들이 해결점을 찾지 못한채 한 달 넘게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은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총파업 찬반투표를 6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6일 물류업계와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당시 연간 14억598만 박스였던 택배 물동량은 이후 빠르게 늘면서 2020년엔 33억7373만개로 8년 동안 120%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택배시장 매출액도 3조5232억원에서 7조4925억원으로 112.7% 늘었다. 반면 박스당 택배 평균단가는 2012년 2506원에서 지난해엔 2221원으로 이 기간 11.4% 하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택배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지난해에도 택배 평균단가는 1년전의 2269원보다 2.1% 떨어졌다. 경쟁 격화, 택배 단가 하락 등으로 경영에 악영향을 우려한 택배회사들은 자체적으로 택배 단가 인상을 결정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우선 택배 매출 중 90%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고객(화주)들과 신규·재계약시 박스당 최저단가를 올리면서다.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의 경우 박스당 최저단가를 기존 1600원에서 1850원으로 인상해 지난달부터 적용하고 있다. 한진은 1800원, 롯데글로벌로지스는 1900원으로 각각 올렸다. 복수의 물류회사 관계자는 "기업고객에 대한 최저단가 인상 조치는 택배 시장 성장에 따른 신규 투자, 서비스 품질 개선, 택배 관련 종사자들의 적정 수입 보장 등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기업고객이란 이커머스 기업, 온라인 유통회사 등을 말한다. 아울러 개인이 개인에게 보내는 개인택배 단가도 올렸다. 택배업계 3위권인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가장 먼저 나서 지난 3월15일부터 소형(5㎏·110㎝ 이하), 중형(15kg·130cm 이하), 대형(25㎏·160㎝ 이하) 택배비를 1000원씩 인상했다. 초소형(3㎏·80㎝이하), 소형(5㎏·100㎝이하), 중형(15㎏·120㎝이하), 대형(20㎏·160㎝이하)의 4단계로 된 한진은 초소형과 중·대형은 각각 1000원씩 올리고, 소형은 2000원 인상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택배시장 점유율 50.1%를 차지한 CJ대한통운은 개인택배 단가 인상은 당분간 없다는게 공식 입장이다. CJ대한통운의 경우 개인택배 비중은 전체의 5% 수준으로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앞서 정부, 국회, 사업자단체, 대형화주, 소비자 단체 등은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고 택배 가격 인상 여부를 위한 용역을 외부 연구기관에 의뢰해 놓은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실 관계자는 "관련 연구용역은 택배의 거래구조를 살펴보고 단가 인상이 필요한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5월 말까지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내용을 다루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 4월1일부터 입주민들이 안전을 이유로 택배 차량의 지상도로 출입을 막아 줄다리기를 하기 시작한 서울 강동구 고덕동 아파트의 택배 문제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저상 택배차량의 경우 높이가 낮아 2.3m인 지하주차장을 오가는 데 문제가 없지만 기존 택배차량의 경우엔 높이가 2.5~2.7m여서 지하주차장을 들어갈 수 없다. 다만 이 아파트의 경우 전체 택배 물량의 10% 정도만을 저상차가 아닌 기존 택배차량이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입주민들은 지하주차장을 통해 배달을 해야한다는 입장이고, 개별 사업자인 택배기사는 자신의 돈을 들여 저상차로 바꿔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커 이 과정에서 충돌을 빚고 있는 것이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택배차량의 지상도로 출입을 막고 있는 아파트는 전국에서 150개가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저상차를 이용하지 않는 기사들은 단지내 이동을 위해선 손수레 등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송상화 교수는 "택배 등 배송서비스의 원가는 지역마다 다를 수 밖에 없는데도 지금은 단일한 요금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지역별로 누구는 원가 이하 요금을 내고 서비스를 받지만, 누구는 원가 이상의 요금이 들어가게 된다. 이는 배송기사도 마찬가지 상황"이라며 "현행 서비스 체계에서 지금까지 이런 불합리한 게 크게 문제되지 않았던 것은 고객이나 배송기사 모두 적정선에서 양보와 타협을 해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송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원가에 연동한 서비스 요금제가 나오고, 합리적으로 배송기사에게 수수료를 책정해줘야겠지만 이런 재조정의 근거를 명확히 밝히기가 기술적으로 어려워 바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며 "따라서 단기적으론 소비자, 배송기사가 서로 양보와 타협해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 핵심일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