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 재량근무제...찬 vs 반 '논란 가열'
정부가 근무시간보다 근무성과가 중요한 증권사 애널리스트·펀드매니저 등에 대해 52시간 근무제의 예외규정인 '재량근로제'를 허용하기 위해 최근 행정예고를 하자 애널리스트들은 이를 환영하고 있다. 반면, 노동조합이 반대하고 나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재량근로제는 근로시간을 측정하기 어려운 직무에 대해 52시간제에 따른 근로시간을 적용하지 않고 노·사 합의로 근로시간을 정할 수 있는 제도다.
주 52시간제는 이미 지난해 7월부터 전 산업군에서 도입됐지만 금융업은 특례업종으로 분류돼 1년간 유예기간을 가진 후 이달 1일부터 300인 이상 증권사에서 시행됐다. 이 제도를 적용받는 증권사는 22개사이다.
그동안 증권업계는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는 52시간제 적용이 불가능하다"며 재량근로제 도입을 강력히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20일 전국 기관장 회의에서 "금융투자분석(애널리스트), 투자자산운용(펀드매니저) 등에 대해 재량근로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노동부는 지난달 27일 '재량근로시간제 대상 업무 개정안 행정예고'를 통해 현행 고시에서 재량근로시간제 대상 업무로 정한 '회계, 법률사건, 납세, 법무, 노무관리, 특허, 감정평가'에 '금융투자분석'과 '투자자산운용' 업무를 추가한다고 밝혔다.
◆ 노조 "근로시간 단축 취지 어긋나" 반대
노동부의 행정예고 이후 증권사 노동조합(노조)의 상급단체이자 14개 증권사가 소속돼 있는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하 사무금융노조)은 지난 4일 '반대' 의견서를 노동부에 제출했다. 노조 측은 또 8일 노동부 관계자를 만나 의견서에 대한 취지를 설명할 예정이다.
사무금융노조는 "재량근로 대상 업무 확대가 근로시간 단축 취지에 어긋나고 고용 확대에도 도움이 안되며, 증권사 중 노조가 없는 곳은 재량근로가 사측 의사대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증권사들은 유연근로제나 자율(시차) 출퇴근제 활용을 통해 이 업종에 대한 노동시간 조절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사무금융노조는 또 "공인회계사, 변호사, 세무사 등의 자격증 주체가 '국가'이며 독자적 업무를 수행하고, 위임이나 위촉받아 조언이나 대행을 해주는데 반해, 금융투자분석사와 투자자산운용사는 '협회'라는 민간업체로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자격증을 취득해 업무를 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 증권업계·애널리스트, 재량근로제 '환영'
증권업계와 애널리스트는 원하는 시간에 업무를 재량껏 하는 재량근로제를 환영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기업탐방과 회의가 많고 해외 출장도 잦아 보고서 작성 등을 하려면 저녁 늦게까지 일하거나 새벽, 주말 근무도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높은 업무 강도를 보상하기 위해 높은 연봉을 받고 있는 데 근무시간 제한은 오히려 근무의 질을 떨어뜨려 임금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증권사들은 52시간 근무제를 위해 선택적 근로시간제, 시차 출퇴근제를 도입했거나 퇴근 시간에 컴퓨터가 자동으로 꺼지는 'PC 오프제', '퇴근을 알려주는 PC 팝업창 공지'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애널리스트도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해 1주일에 40시간 정도 근무하는데 인력이 많아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다"며 "하지만 인력이 많지 않은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52시간제를 적용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52시간제 시행 후 여의도 카페에서 개인 태블릿 PC로 업무를 보는 증권맨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으며, 남은 업무 때문에 결국 퇴근 후 집에서 일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KTB투자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정부 정책에 맞춰 52시간 근무를 하고 있지만 업무 특성상 정해진 시간에만 일하는 게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52시간제에서 애널리스트를 제외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2일 자본시장포커스에 게재한 논문에서 "애널리스트 등의 주당 업무시간은 90~100시간이 넘는데 금융투자업계 종사자는 3개월 이내 탄력근로제를 적용해도 주당 최대 64시간만 근로할 수 있다"며 "시장경쟁 상황에서 생산성 및 효율성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