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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의 전원에 산다] 공급활성화 대책의 민낯

추석 직전, 정부는 주택공급 활성화 명목으로 대책 하나를 내놨다. 주요 방안으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총량 확대,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 등 비아파트 공급 규제 완화, 3기신도시 용적률 확대 등이 핵심이다. 앞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수요를 키울 수 있는 대책은 공식적으로 배제하려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말은 세금 면제, 인센티브 등은 현 정부가 정권 초기부터 공들여 해온 정책임을 감안할 때 겸언쩍은 말이 아닐 수 있다. 정확히는 가수요 친화를 만능으로 외쳐온 정부가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이제라도 가수요를 배제하는 게 맞다고 쳐도 무주택자, 청년 등 실수요마저 배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금융 지원만으로 공급을 활성화하겠다는데 더욱 그렇다. 1기 신도시 이후 대부분의 주택정책은 공급, 수요, 금융 등을 아우르는 종합대책으로 이뤄져 왔다. 당연히 낯설기 그지 없다. 이번 대책의 배경에는 주택 착공 감소로 2~3년 후 집값이 불안할거란 우려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정부는 추석 전 대책을 내놓겠다고 온갖 호들갑을 떨었다. 인허가 및 착공 급감 등 향후 불안 요인으로 볼 수 있는 지표가 나온 건 맞다. 그렇다면 시장을 한 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아파트 분양시장은 연초 대비 회복추세다. 올해 초 미분양 속출, 청약 실종과는 딴판이다. 수요자들도 돌아왔다. 청약시장도 서울과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활기다. 시장에선 대출, 세금, 청약 등 규제 완화 효과로 해석한다. 시장에 다시 온기가 돌고 집값도 다소 회복되고 있으나 떨어질 줄 모르는 분양가, 각종 자재비 상승, 금리 등 불안 요인은 여전하다. 반면 주택담보대출 금리은 상승세다. 3분기 평균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28%로, 2분기에 비해 0.04%포인트 올랐다. 시중은행에서는 변동금리 기준 최고 7%가 넘는 상품도 있다. 청약경쟁률도 그렇다. 다만 아파트값 하락폭은 줄었다. 최고점 회복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기는 하다. 청약시장과 매매시장이 같은 양상은 아니다. 즉, 시장은 대출 금리, 분양가 상승에도 매매보다 청약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셈이다. 우려되는 부분은 주택 착공 및 인허가가 급격히 감소했다는 점이다. 대책을 내놓기 전 정부가 가장 집중한 부분이지만 정책의 핀셋을 들이대기에는 명확한 판단인지 의문이다. 그래서 나온 방안이 PF 대출 확대, 오피스텔·도시형 생활주택 확대 등이라는데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주택생산기반을 강화해야 시장이 산다는 식의 해법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요에 맞는 공급을 제대로 늘려야 시장을 살릴 수 있다. 물론 대주단과 시행사, 시공사 등 시장 참여자들은 당장 PF대출을 늘리고, 그런 PF가 많이 개입하는 오피스텔 등을 살리면 공급은 늘어날 것 처럼 말할 수는 있다. 생각해보라. 아파트 착공 급감, 향후 시장불안이 예상되므로 PF대출을 활성화시켜 오피스텔·도시형 생활주택 건설을 독려하라고 하면, 시장 불안이 해소된다는 것인지. 그간 우리 시장에서는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부문은 가수요판이 된지 오래다. 가령 집 있는 사람들이 1가구1주택 등을 피하는 방식으로 이를 구입, 월세 등 고정수익을 누리는 재테크 기법일 뿐이다. 집없는 청년들은 월세노예가 되고 가수요자들은 각종 혜택을 누리며 '주인님'이 된다. 소위 '대주단'이라는 금융권은 여기에 돈을 넣고 손쉽게 수익을 얻어왔다. 지금 그 판을 아주 잘, 더 단단히 만들겠다는 것이 이번 대책이다. 결국 PF대주단의 먹거리 확대를 위해 주택착공 감소를 미끼로 삼은 것이나 다름 없다. 그럴려면 최소한 실수요를 살릴 수 있는 정책 하나 정도는 내주는게 맞지 않는가.

2023-10-03 10:07:47 이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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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오 변호사의 콘텐츠(Content) 법률 산책] 스트리밍서비스 시대, 창작자의 핵심 권리 ‘공중송신권’

올해 3월 국제음반산업협회(IFPI)는 2022년 한해 동안의 전 세계 음반산업의 동향 등을 조사한 연례보고서인 '2023년 글로벌 음악 보고서(Global Music Report 2023)'을 발간했다. 영어 원문 기준으로 약 52쪽 분량에 이르는 해당 보고서는 전 세계의 음반 시장과 관련해 음반 유형별, 지역별 통계 등을 제공하고 있다. 또 여러 건의 사례 분석(case study)을 포함해 음반산업에 관한 다양한 인사이트(insight)를 제공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음반산업의 매출액은 2022년 약 262억 달러(약 35조원) 수준을 달성했다. 이는 역사상 최고 매출액으로 2014년 이후 8년 연속 음반시장이 성장한 결과라고 한다. 이를 음반 유형으로 살펴보면, 스트리밍 서비스(total streaming)의 매출액(유료 구독 및 광고 지원을 모두 포함)이 약 175억 달러(약 24조원) 수준으로, 이는 전체 음반 매출액의 약 67%를 차지하고 있다. 유료 스트리밍 구독자 역시 급속도로 증가한 약 5억8900만 명으로 이는 전년도 대비 약 6600만 명이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 이들 통계를 통해서도 분명히 확인되는 것처럼 현재의 음반산업은 명실상부한 '스트리밍(streaming)'의 시대이다. 보고서에서는 다루고 있지 않지만 우리가 넷플릭스를 포함한 여러 OTT 서비스(over-the-top media service)를 통해서 확인하는 것처럼, 음반뿐만 아니라 영상 콘텐츠 등과 관련해서도 앞으로 스트리밍 방식은 상당한 기간 동안 핵심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스트리밍 방식과 관련된 저작권법상의 권리가 바로 '공중송신권'이다(저작권법 제18조). '공중송신'은 저작물, 실연ㆍ음반ㆍ방송 또는 데이터베이스를 공중이 수신하거나 접근하게 할 목적으로 무선 또는 유선통신의 방법에 의해 송신하거나 이용에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저작권법 제2조 제7호). 공중송신권은 2006년 저작권법이 개정되면서 신설된 권리로 방송권, 전송권, 디지털음성송신권 등을 포괄하는 권리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방송'은 공중송신 중 공중이 동시에 수신하게 할 목적으로 음ㆍ영상 또는 음과 영상 등을 송신하는 것을 말하고(저작권법 제2조 제8호), '전송'은 공중송신 중 공중의 구성원이 개별적으로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저작물 등을 이용에 제공하는 것을 말하며, 그에 따라 이뤄지는 송신을 포함한다(저작권법 제2조 제10호). '디지털음성송신'은 공중송신 중 공중으로 하여금 동시에 수신하게 할 목적으로 공중의 구성원의 요청에 의해 개시되는 디지털 방식의 음의 송신을 말하고, 전송은 디지털음성송신에 포함되지 않는다(저작권법 제2조 제11호). 그리고 스트리밍 서비스는 '전송형'으로도 가능하고 '디지털음성송신형'으로도 가능하다. 이는 현실에서 여러 매장음반서비스의 형태를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위 두 유형의 가장 큰 차이는 수신의 동시성(同時性)과 이시성(異時性)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디지털음성송신에 해당하는 특성이고, 후자의 경우에는 전송에 해당하는 특성이다. 물론 음악을 제공하는 매체(medium)나 그 서비스 방식은 지금까지 끊임없이 변화해 왔기 때문에(LP판, CD, MD, MP3, 스트리밍 등) 시대와 기술의 변화에 따라 또 다시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고, 이를 기존의 공중송신권 등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도 우리가 계속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부분일 것이다.

2023-10-01 17:30:15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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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치유보감] 명절음식 무엇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추석음식 중 가장 선호하는 한식을 물어 보았더니 불고기, 갈비찜, 갈비탕, 떡갈비, 동그랑땡 순으로 육류를 활용한 기름진 음식을 가장 선호한 것으로 답하였다. 지방은 탄수화물, 단백질과 더불어 3대 필수 영양소다. 지방은 신체 활동에 필요한 열량으로 활용하고 여분의 열량은 나중에 사용하기 위해 저장하거나 세포막과 호르몬 생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너무 많이 섭취하게 되면 혈관 벽에 콜레스테롤이 축적되고, 혈행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어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도가 증가한다. 지방은 트리글리세리드(triglyceride)라고 하는 분자형태로 탄소, 수소, 산소 원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탄소의 위치에 따라 나쁜 지방산과 좋은 지방산으로 구분되고 나쁜 지방산에는 포화지방산과 트랜스 지방산이, 좋은 지방산에는 단일 불포화지방산과 다가 불포화지방산이 있다. 육류를 고온에서 직화 구이로 조리하면 다환방향족 탄화수소 화합물(PAHs)이 생성된다. 다환방향족 탄화수소 화합물은 섭취시 독성 및 발암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6년 국제암연구소가 대표적인 다환방향족 탄화수소화합물인 벤조피렌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였다. 발암성 물질이자 환경호르몬 의심물질인 PAHs(다환방향족 탄화수소화합물)가 가열하지 않은 원래 제품보다 최고 600배까지 많이 검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라이팬을 사용해 조리하면 직화하는 경우보다 PAHs가 대폭 감소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육류의 불맛은 숯불에 위한 직화에 기인하는데 가스로 구울때는 105~310℃인데 반해 숯불은 650℃ 이상에서 굽게 되는데 고기에서 떨어지는 지방이 숯불에 닿아 증발하면서 맛분자가 활성화된다. 굽는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맛분자도 동반 상승하여 고기의 밑부분을 코팅하듯 덮게 된다. 이 때 고기의 표면은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고 고기가 익으면서 수분이 날아간 표면은 바삭해진다. 일정 온도를 지나면 100℃를 유지하는 비등 부분이 생기기 시작하고 열기는 비등 부분에서 고기 중심부로 이동한다. 이현상이 바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을 나타내는 소위 '겉바속촉'이다. 숯불 직화구이로 과도한 불맛에 탐닉하기 보다 수비드(sous vide) 저온조리후에 팬으로 소팅(sauteing) 하는 방법을 강추한다. 칼로리 밀도(에너지 밀도)가 낮은 식품을 섭취하면 위에 포만감을 느끼게 하여 칼로리 섭취가 적게 되므로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칼로리 밀도는 음식의 무게 또는 부피당 칼로리 수를 나타낸다. 저칼로리 밀도 식품은 지방이 적고 수분과 섬유질이 더 많아서 포만감을 주게 되므로 칼로리 섭취량이 줄어든다. 칼로리 밀도가 높은 식품은 고도로 가공된 초가공식품인 경우가 많고 달거나 맛이 강하기 때문에 과식의 유혹을 뿌리 치기가 쉽지 않다. 고칼로리 밀도 식사를 섭취 했을 경우 저칼로리 밀도 식사를 섭취했을 때보다 평균 425칼로리가 높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대표적인 저칼로리 식품으로는 ▲대부분의 녹색 채소로서 수분, 섬유소, 미량의 탄수화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식품 중 칼로리 밀도가 가장 낮고 ▲과일은 섬유질과 수분 함량이 높기 때문에 칼로리 밀도가 낮다. ▲닭고기, 흰살 생선과 같은 저지방 단백질은 지방이 많은 적색육보다 칼로리 밀도가 낮다. ▲우유와 요구르트. 설탕이 첨가되지 않은 저지방 우유와 요구르트도 칼로리 밀도가 낮고 좋은 단백질 공급원을 제공한다. ▲무설탕 음료. 물, 커피, 녹차와 같은 음료는 칼로리 밀도가 낮고 포만감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연윤열 (재)전남바이오진흥원 식품산업연구센터장

2023-09-26 11:33:56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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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수의 돌직구] 또 전기요금 인상되나… 에너지 자립 정책 필요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하면서 에너지 위기가 짙어지고 있다. 25일 서부텍사스중질유 가격은 배럴당 90.03달러로 연말까지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름값이 오르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어려움이 커지고 있고 대중교통 요금도 영향을 받으면서 서민 고충과 시름도 짙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에너지 수장인 방문규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지난 20일 취임사를 통해 11개월째 내리막을 걷는 수출 반등, 첨단산업 초격차 확보와 함께 에너지 정책을 취임 이후 추진할 3가지 정책 방향으로 꼽았다. 에너지 정책 실패로 넉달 전 물러난 정승일 전 사장의 후임으로 나선 김동철 신임 사장도 취임사에서 20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적자 해소와 전기요금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국제 에너지가격 급등으로 한전 적자는 200조원을 넘어섰고 회사채 발행도 한계에 이른 상황이다. 한전 협력업체 도산과 전력산업 생태계 붕괴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전이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전 누적적자 규모는 205조84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올해 이자 비용만 4조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신임 에너지 수장들이 전기요금 정상화를 화두로 꺼내면서, 4분기 전기요금은 소폭이라도 인상이 유력하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단가로 구성되는데, 한전은 지난 21일 4분기 연료비조정단가를 전 분기(3분기)와 동일한 1kWh(킬로와트시) 당 최대치인 5원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최근 연료비는 하락했으나 한전 누적 적자를 감안한 것이다. 한전은 국제유가가 오를 경우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4분기 전기요금을 인상하더라도 한전 적자 누적은 해소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현 정부 임기 만료 1년 전인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전기요금을 인상해 현실화하기로 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올해 전기요금 인상분을 kWh당 51.6원으로 추산했는데, 1,2분기 인상분이 21.1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4분기 전기요금은 kWh당 30.5원을 인상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미 1,2분기 전기요금 인상으로 1년 전보다 40% 이상 인상된 상태다. 정부가 당장 전기요금 인상으로 한전 적자 해소에 나서고 있는 형국이지만, 장기적으로 에너지 자립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한전 적자는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하는 구조에서 국제유가가 급등할 때마다 춤을 추기 때문이다.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도 기저 전력에서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기여도를 높여야 한다. 산업부 산하 전기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해 요금을 결정할 수 있는 체계 마련도 시급하다. 에너지 수장들이 팔수록 손해보는 구조의 전기요금 체계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물가 인상을 거론하며 전기요금 동결 가능성도 제기되기도 한다. 현행 전기요금은 전기사업법에 따라 한전이 조정안을 내 산업부에 신청하면 전기위에서 심의 의결을 거쳐 산업부가 최종 인가하는 방식인데, 물가안정법에 따라 물가 당국인 기획재정부와 요금 조정 수준을 협의한다. 올해 2분기에는 처음으로 정치권이 가세해, 당정이 협의하다 결국 인상을 결정하기도 했다.

2023-09-25 16:22:21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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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탈진실 시대의 통계마사지

중장기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순간순간 미봉책에 열중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하거나 구차한 변명을 해야 한다. 열성 지지자들이 감성에 빠져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으니 앞뒤가 맞지 않더라도 그냥 밀어붙여도 박수받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이성보다 감성이 지배하는 탈진실(post-truth) 사회에서 진실인지 아닌지는 나중 문제로 당장 앞가림만 하면 된다. 과거에 잘못했거나 미래에 잘못될 일은 과거나 미래의 일이지 현재는 잘못이 아니라는 이현령비현령 감정적 사고가 지배한다. 그런 환경에서 가짜뉴스, 가짜통계, 환상세계가 사람들 마음을 흔들어 울고 웃게 만들기 쉽다. "탈진실은 객관적 사실보다 개인적 신념 또는 감정에 호소가 대중 여론 형성에 더 큰 영향을 끼치는 상황을 의미한다." '탈진실 시대'에는 여론을 이끌기 위해 선전, 선동하려면 진실과 이성보다 감정을 자극하는 편이 설득력이 커진다는 아이러니가 전개 된다. 세상 이치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보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그럴듯한 말로 감정을 자극해야 동조 세력이 확대될 수 있다. 교언영색, 호언장담 허언에 맹목적으로 공감하는 이들이 물불 가리지 않는 적극 팬덤으로 변한다. 전 미국대통령을 막무가내 지지하여 의사당에 진입한 이들이 비이성적 맹신 세력이라는 주장을 생각해보자. 탈진실 시대에는 통계 숫자를 그럴듯하게 마사지하는 '좋은 통계' 작성 유혹을 받기도 쉽다. 특히 팬덤들은 가짜인지 진짜인지 가리려 들지 않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함성을 지르며 믿으려 들기 때문이다. 통계를 마사지하면 왜곡된현실을 사실로 착각하게 만들어 엉뚱한 선택을 유도하여 경제를 골병들게 만든다. 포퓰리즘 국가들이 재정적자를 천정부지로 확대하여 초인플레이션을 유발하여 모라토리움 위기로 치닫는 과정에서 가짜통계가 다반사로 번졌음을 생각해보자. 조직과 사회의 실체를 나타내야 할 통계를 덧칠하다가는 각 경제 주체에게 허상을 믿도록 유도하여 결과적으로 시행착오를 일으키고 노력의 효과를 반감시키기 쉽다. 오늘날 각국 경제는 싫으나 좋으나 상호의존 관계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 차원에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확실시되면 해외 신용평가지수가 낮아질 위험이 있어 죄 없는 가계와 기업에 타격을 입힐 가능성도 있다. 엄청난 세금을 들여 '좋은 통계' 작성에 기울인 노력을 '나쁜 통계'의 발생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하는 데 힘썼다면 진짜 나쁜 통계가 개선되었을지도 모른다. 공자는 자로(子路)에게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해야 참으로 아는 것이다.(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논어, 爲政17)"라고 했다.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아야 한다(過則勿憚改. 논어 學而8)고 강조하였으나 잘못을 깨닫지 못하는데 어찌 허물을 고치려 들겠는가?

2023-09-25 10:02:08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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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차례상에 꼭 올라가는 인기 생선 '조기'

그 어느 때보다 식탁이 풍성해지는 추수의 계절. 그리고 이맘때가 되면 어김없이 우리나라의 가장 큰 명절인 추석이 다가온다. 추석이라고 하면 차례를 빼놓을 수가 없고, 지역과 집안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차례상에 꼭 들어가는 '조기'가 있다. 수입산이 적지 않지만 서해 인근에서 나는 참조기를, 그중에서도 영광 법성포산 굴비(소금 절여 통으로 말린 조기)를 최고로 꼽는다. 수입산이 많다는 것은 생산이 수요를 못 따라잡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는 이야기다. 구이, 찌개, 조림, 찜, 탕 등 어떠한 방식으로 조리를 해도 입맛을 사로잡을 만큼 조기는 맛이 좋기 때문이다. 맛도 맛이지만 영양 면에서도 뛰어나다. 다른 바닷물고기들과 마찬가지로 조기는 단백질 함량이 20%에 이르는 고단백 식품이다. 루신, 라이신처럼 다양한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게 들어있는데 그중에서도 아르기닌이 눈에 띈다. 몸매 관리에 매진하는 헬스인(health人)들이 애용하는, 정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 영양 성분으로 잘 알려진 아르기닌은 아이들의 성장발달에도 필수적인 아미노산이다. 조기에는 다른 생선류는 물론 아르기닌이 많다고 알려진 굴이나 돼지고기 등에 비해서도 더 많은 아르기닌이 함유돼 있다. 또한 살코기와 함께 고소한 맛을 배가시키는 조기의 지방에도 몸에 좋은 성분이 가득하다. 오메가-3 지방산인 EPA와 DHA가 대표적이다. EPA와 DHA는 몸에 안 좋은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억제하여 혈관 건강을 지키고 심근경색이나 고혈압과 같은 심각한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한다. 이렇게 몸에 좋은 오메가-3는 등 푸른 생선 종류에 많은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으나 조기에도 그에 못지않은, 100g 기준 성인이 하루에 섭취해야 할 EPA와 DHA가 충분히 들어있다. 그 외에 뼈 건강 유지와 면역력 강화로 현대인들이 가장 주목하는 영양소 중 하나인 비타민 D와 DHA를 합성하는 비타민 B12 등 다양하고 풍부한 비타민도 조기의 강점이다.

2023-09-25 09:27:36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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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준 변호사의 생활법률] 빌린 돈 갚기 싫다고 재산을 처분하면 어떻게 될까?

B는 A로부터 사업자금으로 7억원을 대여받으면서 2년 후 반드시 갚겠다는 각서를 써 줬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도 B의 사정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급기야 A로부터의 독촉과 강제집행을 받게 될 것을 염려한 B는 처 C에게 거래처로부터 받을 대금채권을 양도하고 보유하고 있던 주택을 C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했다. 이 경우 A는 B에게 형법상 '강제집행면탈죄' 등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강제집행면탈죄는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 손괴, 허위양도 또는 허위의 채무를 부담해 채권자를 해한 경우에 성립되는 범죄다(형법 제327조). 민사재판의 집행을 확보하고 그 실질적 적정을 기함으로써 채권자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보호하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 강제집행면탈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고의로서 강제집행면탈의 의도가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객관적으로 강제집행을 면탈할 상태에 있어야 한다. 대법원은 "(강제집행면탈죄에서) 집행을 당할 구체적인 위험이 있는 상태란 '채권자가 이행청구의 소 또는 그 보전을 위한 가압류ㆍ가처분신청을 제기하거나 제기할 기세를 보인 경우'를 말한다"고 했다. 또한 "강제집행면탈죄에 있어서 허위양도라 함은 실제로 양도의 진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표면상 양도의 형식을 취해 재산의 소유명의를 변경시키는 것이다. 은닉이라 함은 강제집행을 실시하는 자가 채무자의 재산을 발견하는 것을 불능 또는 곤란하게 만드는 것을 말하는바, 진의에 의해 재산을 양도했다면 설령 그것이 강제집행을 면탈할 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서 채권자의 불이익을 초래하는 결과가 됐다고 하더라도 강제집행면탈죄의 허위양도 또는 은닉에는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한편, 허위양도행위로 인해 채권자를 해할 위험이 있으면 강제집행면탈죄가 성립하고 반드시 현실적으로 채권자를 해하는 결과가 야기돼야만 강제집행면탈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즉, 채권자가 가압류나 가처분을 했거나 소송을 제기한 사실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나 소송을 제기할 태세를 나타냄으로써 채무자가 강제집행을 당할 우려가 있을 때 객관적으로 강제집행을 면탈할 상태에 이르고, 이러한 상태에서 강제집행을 면탈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 손괴, 허위양도 또는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는 경우 본 강제집행면탈죄가 성립하게 된다. 따라서 위 사안에서 B는 대여금의 변제기가 도래하지 않은 상태에서 채권양도 및 소유권 이전 등의 행위를 한 것이므로, 객관적으로 강제집행을 면탈할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없어 강제집행면탈죄는 성립되지 않을 수 있다. 만약 당시 변제일시가 이미 지난 상황에서 A가 가압류 등 보전처분 또는 본안소송으로 대여금반환 소송을 제기하거나 그러할 태세를 보였다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 B가 배우자 C에게 한 채권양도 및 소유권 이전 행위가 진정하게 이뤄진 것이라면, 역시 강제집행 면탈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단, 강제집행을 면탈하기 위해 허위로 양도, 이전한 것이라면 강제집행면탈죄가 성립될 수 있다.

2023-09-24 13:04:20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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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의 시선]규제를 규제해라

중소기업, 벤처기업, 소상공인이 요즘 이구동성으로 외치고 있는 것이 바로 '규제개혁'이다. 이들은 우리나라 경제주체의 99%를 차지한다. 절대 다수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역대 정권 중에서 규제를 개혁하겠다고 나서지 않은 정권은 하나도 없다. 대못을 뽑겠다, 전봇대를 옮기겠다, 가시를 제거하겠다 등이 대표적이다. 대통령 직속의 규제개혁위원회, 장관급인 국무조정실 산하의 규제조정실, 그리고 중소벤처기업부의 경우 중소기업 옴부즈만 등이 정부 차원에서 규제를 개혁하기위해 만든 조직이다. 이런 차원에서 규제개혁은 민관이 한목소리를 내는 거의 유일한 어젠다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달 중순 제주에서 열린 '2023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에서 여야가 힘을 모아 킬러규제를 혁파해야한다고 소리쳤다. 김기문 회장은 이 자리에서 "규제개혁의 90%는 정부 의지로 할 수 있다. 하지만 10%가 입법사항인데 이 중 노동분야의 경우 99%가 입법이 필요해 (규제개혁을 위해선)정부, 기업, 국회가 하나가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중기중앙회가 중소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내놓은 결과에 따르면 21대 국회 입법 활동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58%에 그쳤다. 사견으로는 58%도 후하게 준 점수다. 규제를 개혁하기위한 입법보다 더 많은 규제입법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국회고 의원님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당리당략에 따라 정쟁만 일삼고 있는 지금의 국회 모습만 보더라도 이번 21대 역시 별볼일 없이 막을 내릴 것이 뻔하다. 거기에 국민과 나라는 없다. 규제개혁을 강력하게 원하는 경제주체들의 목소리도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규제개혁 목소리가 높은 곳이 또 벤처업계다. 4차산업혁명의 다양한 기술을 접목한 신산업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면서 기존 규제가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격의료, 리걸테크(LegalTech·법률+기술) 등의 분야가 대표적이다. 사회적 갈등도 야기되고 있다. 의사, 변호사 등 기득권 세력과 신산업의 충돌, '타다 서비스'와 같은 서비스 참여자간 첨예한 대립이 그것이다. 한쪽은 규제를 없애달라고 아우성이다. 한쪽은 더 규제를 해달라고 난리다. 물론 이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규제개혁의 방향은 국민 대다수의 편익에 무게중심을 둬야한다. 소수 기득권 세력의 편을 들 이유가 없다. 성상엽 벤처기업협회장도 지난 8월 말 전북 전주에서 열린 '2023 벤처썸머포럼'에서 "(정부의)규제개혁 노력에도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수준은 미미하다. 특히 신산업 분야는 기존 직역단체와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면서 "국민 편익과 글로벌 혁신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도록 사전 허용 후 규제 원칙을 적용하고 파격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규제개혁을 갈망하는 현장의 목소리는 이처럼 높지만 늘 결과는 시들했다. 정권이 바뀔때마다 모든 것이 '단절'되는 우리나라에서 거의 유일하게 인수인계되는 것이 바로 '규제'다. 마치 이 정권에서 규제를 다 없애면 다음 정권에서 할 일이 없어 '배려'하는 것 아닌가하는 의아함이 들 정도다.

2023-09-24 10:45:44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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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210>궁극의 균형미란 이런 것…할란 이스테이트 2019

<210>美 할란 이스테이트 "조화로운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 진정 위대한 와인들이 모두 그랬던 것처럼."(할란 이스테이트 2019에 대한 로버트 파커紙 평가) 특유의 밀도로 풍미가 가득하지만 전혀 무겁지 않다. 산도와 미네랄 느낌이 해맑더니 검은 과실의 깊이감은 고전적인 나파밸리 와인이다. 민트향이 야생의 숲인데 입 안에 들어온 와인은 정제된 실크같이 유려하다. 자꾸만 뱉은 말을 뒤집게 한다. 조화로운 모순이라고 평한 이유를 알만 하다. 보통 좋다는 와인일수록 까탈을 부릴 때가 많다. 시음 적기가 10년 뒤인 와인을 일찍 오픈하면 단단한 타닌만 얼르고 달래다 마지막 남은 몇 방울에서만 제 모습을 보여줄 때도 있다. 반대로 적기를 놓치면 시들한 모습만 보다 끝난다. '할란 이스테이트 2019'는 그런 고정관념을 깼다. 10년 뒤에 마시면 정말 좋겠다가 아니라 지금 마셔도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어서다. 2019 빈티지의 국내 출시를 기념해 소믈리에들을 대상을 시음회를 했더니 다들 어리둥절 했다. 대체불가 컬트와인, 믿고 마시는 할란이지만 2019년 빈티지에 대한 평가는 남달랐다. 비결은 밸런스다.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것이 없이 가득하다. 그런데 어느 것 하나 튀는게 없다. 할란 이스테이트 2019는 궁극의 균형미란 이런 것임을 보여주겠다는 와인이다. 워낙에 균형이 좋다보니 이대로 장기 숙성이 가능할까 싶을만큼 산미는 적당하고, 타닌은 부드럽다. 궁극의 균형미는 완벽을 위한 집념에서 나왔다. 설립자 윌리엄 할란(빌 할란)은 처음부터 캘리포니아 특1등급(First Growth) 와인을 목표했다. 보르도와 부르고뉴의 1등급 밭을 둘러보고는 나파밸리 전역을 샅샅이 뒤졌다. 이게 1972년인데 와인을 처음으로 시장에 내놓은 것이 1996년이다. 그 사이 와인과 양조, 포도재배를 연구, 또 연구했다. 1987년 첫 와인을 나왔지만 품질이 목표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빛을 보지 못했고, 정식 출시는 1990년 빈티지 부터다. 고집은 여전하다. 지금도 포도 재배는 물론 와인 양조 등 모든 과정에서 외주없이 엄격한 규칙을 고수한다. 단위 면적당 소출을 극도로 제한해 얻은 농축된 과실은 일일이 낱알로 선별해 연간 2만병 이하의 와인만 내놓는다. 빈티지의 기복이 크게 없이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다. 2019년엔 하늘까지 도왔다. 날씨 말이다. 그 해 나파밸리는 겨울엔 비가 많은 오너니 봄은 선선했다. 포도 나무의 싹이 트는 속도를 늦춰 산도와 풍미가 풍부한 와인을 생산하기 적합한 조건이 됐다. 꽃이 필 무렵부터 여름까진 따뜻하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특히 카버네 소비뇽 품종에서 집중력 있는 맛과 신선한 산미, 고전적인 스타일을 갖춘 와인이 생산될 수 있도록 했다. 음식과의 궁합을 고민한다면 와인의 복합미를 잘 살릴 수 있는 숙성 또는 발효에서 아이디어를 찾으면 된다. 같은 소고기라도 숙성된 것을 굽거나 아니면 기본 재료에 발효시킨 소스를 곁들여 먹는 식이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자료도움=나라셀라

2023-09-21 16:16:24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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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大記者의 西村브리핑] 추석물가와 짜장면

민족 명절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서민들 마음은 편치만은 않다. 시장이나 마트에 나가보면 오르지 않은 게 없다는 하소연이 절로 나온다. 한국물가정보 조사 결과 올해 4인 가족 기준 전통시장에서 차례상을 마련하는 데 드는 비용은 30만9000원, 대형마트에서 구입할 때 비용은 40만3280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비용은 최저 평균값이다. 이 때문에 벌써 추석 차례상을 걱정하는 분위기도 만만치 않다. 고물가 기조가 계속되자 차례를 포기하는 가정도 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20일 발표한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21.16으로 전월 대비 0.9% 올랐다. 국제유가 오름세에 석유 제품이 크게 뛰고, 농산물과 서비스 가격 상승이 큰 영향을 미쳤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국내 생산자가 국내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 판매 가격을 조사해 작성하는데, 통상 1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추이를 보면 소비자물가는 계속해서 오르는 것이 확실하다. 앞서 이달 초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4% 올라 석달 만에 3%대를 기록했다. 특히 서민들의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3.9%나 올랐다. 추석 차례상에 빠질 수 없는 사과, 복숭아 같은 과실 물가는 1년 전보다 13% 넘게 상승했다. 신선식품인 채소 원가를 보면 지난 8월 초 깻잎 1㎏ 한 상자가 1만2000원에서 9월에는 2만원, 얼갈이배추 한 단이 4000원에서 1만원으로, 미나리 한 단이 4000원에서 8000원으로, 열무 한 단이 4000원에서 1만원으로 뛰었다. 신선 식품 뿐만 아니라 식용유도 지난해보다 10% 오르는 등 식품 전반의 물가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여름 폭우 피해로 과일과 신선 식품 출하량이 줄면서 추석이 다가올수록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외식 물가도 오름세다. 올해 4월 7.6%까지 올랐던 외식 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5.3%로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2배 가까이 높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을 보면 지난달 서울을 기준으로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8개 외식 품목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많게는 10% 이상 올랐다.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은 품목은 짜장면으로, 지난해 8월 평균 6300원이었던 짜장면 한 그룻 가격은 올해 8월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10% 가량 오른 7000원으로 뛰었다. 평균 가격이 무색하게 이미 8000원에서 1만원 넘게 받는 곳도 많다. 다른 외식 품목도 마찬가지다. 냉면과 삼계탕, 비빔밥 등 대표 서민 외식 메뉴는 이미 서울에서 1만원으로 먹기 어렵게 된 지 오래다. 국민 간식이라 불리는 피자(라지 사이즈) 한판과 치킨 1마리도 배달비 포함하면 3만원까지 가고 있는 상황이다. 장바구니 물가와 외식 물가 상승이라는 이중고(二重苦)를 떠안은 소비자들은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밖에서 음식을 사 먹기 겁날 정도다. 당장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추석 물가가 걱정이다. 정부가 추석 명절 물가 관리를 위해 20대 성수품 가격을 지난해보다 5% 낮은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며 '추석 민생안정 대책'을 내놨지만 서민들은 깊게 체감을 못 하는 분위기다. 물가 안정은 서민 생활의 기본이다. 먹고 사는 민생 물가가 무섭게 뜀박질할수록 정부나 국회의원들한테 배신감을 토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여야는 민생은 뒷전인 채 서로 편을 갈라 싸움질만 일삼고 있다. 나라 살림 꾸리고 정치하는 분들 제발 정신 바짝 차리기를 바랄 뿐이다.

2023-09-21 10:28:35 이정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