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증권사, 삼성전자 4분기 실적 놓고 재공방 '가열'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 발표를 하루 앞두고 국내외 증권사들의 전망치 공방이 치열하다. 지난해 삼성전자 2분기 실적 전망치를 놓고 벌인 외국계 증권사와 국내 증권사간 공방에서는 외국계 증권사가 승기를 잡았다. 국내 증권사들은 외국계보다 긍정적으로 전망치 수준을 잡았으나 실제 실적은 외국계의 낮은 수치에 근접하게 나왔다. 이에 이번 실적 발표가 다가오면서 국내 증권사들은 외국계 증권사의 전망치 하향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8조원대를 예상하는 외국계의 전망에 국내 증권사들은 10조원에서 9조원대로 전망치를 속속 낮췄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계 증권사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삼성전자의 실적에 대해 국내 증권사에 비해 낮은 전망치를 내놨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 2일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익 전망치를 8조원대 중반으로 제시했다. BNP파리바는 8조78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4% 낮춰 잡았다. 스마트폰 판매가 지난해 말부터 급격하게 줄어들고 원화 절상으로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 연말에 대규모 보너스를 지급한 점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외국계 중에서 9조원대를 제시한 곳은 CLSA 정도에 불과하다. 다만 CLSA도 갤럭시S4의 판매 둔화와 경쟁사인 애플의 강세 등을 이유로 9조1000억원으로 하향조정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대체로 9조원대를 예상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익을 수정한 국내 12개 증권사는 평균 9조4000억원의 전망치를 내놨다. 아이엠투자증권(9조6000억원), KTB투자증권(9조5000억원), 신한금융투자(9조5000억원), 메리츠종금증권(9조4000억원), 우리투자증권(9조3000억원), KDB대우증권(9조3000억원), 교보증권(9조2000억원) 등 증권사 대부분이 9조원대를 예상했다. 가장 낮은 전망치를 제시한 곳은 NH농협증권으로 9조1000만원을 내다봤다. 외국계 증권사 중 최저 전망치를 제시한 CLSA와 같다. 최고 전망치를 예상한 곳은 유진투자증권으로 10조540억원으로 여전히 10조원대를 넘길 것으로 내다봤다. 송종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갤럭시S5 출시 이전의 기존 제품의 수요가 둔화하고 있고 애플이 중국시장에 모바일 판매를 하는 등 중국시장 내 경쟁도 심화될 전망"이라며 "대규모 성과급 지급이 4분기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태 NH농협증권 연구원은 "4분기 실적 부진의 이유는 환율이 전분기보다 4.2% 하락했고 기술제품 수요 둔화로 마케팅 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며 "LCD·OLED 패널 재고 조정에 따른 출하량 감소와 연말 보너스 등 일회성 비용이 겹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국내 증권사들이 지난해 7월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익을 외국계 증권사보다 긍정적으로 전망했다가 고배를 마신 기억을 떠올리며 우려한다. 당시 외국계 증권사들은 9조원대를 예상한 반면 국내 증권사들은 10조원 이상을 제시했다. 실제 실적은 9조5000억원으로 확정되면서 외국계의 전망이 맞아떨어졌다. 최근 들어서도 외국계 증권사가 실적을 대폭 낮춘 보고서를 내고 나서야 국내 증권사들이 전망치 하향행렬에 나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다만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최도연 교보증권 수석연구원은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익이 9조1900억원으로 추정되지만 성과급 등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9조8000억원으로 늘어난다"며 "평균 환율이 전분기 대비 4.4% 하락하며 비우호적인 영업환경이 지속된 점을 감안하면 양호한 실적"이라고 분석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6월에 이어 또 다시 외국계 증권사의 악성 리포트에 시달리고 있다"며 "결국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익은 일회성 보너스 규모에 따라 9조원대를 웃돌지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