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바이오주 '흔들'...코스닥 '휘청'
바이오주 불패 신화가 흔들릴 조짐에 국내 바이오 업종주가 잠시 숨을 죽였다. 지난해 미국 증시에서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나스닥 바이오주들이 최근 조정 조짐을 보이자 일각에서는 거품 붕괴론마저 제기했다. 24(현지시간) 미국 나스닥 종합지수는 1.18% 하락하며 이틀간 2% 넘는 낙폭을 기록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지수가 각각 0.16%, 0.49% 떨어진 것에 비해 나스닥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바이오주의 최근 하락은 정치권과 업계의 이견 차에서 촉발됐다. 지난주 금요일 미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제약사인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신형 C형 간염 치료제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문제 제기를 했다. 이 소식에 전해지면서 나스닥시장의 길리어드의 주가뿐만 아니라 바이오젠 아이덱(-1.86%), 셀진(-2.02%) 등 바이오주 전반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 나스닥 바이오 종목들의 주가를 반영하는 '아이셰어즈 나스닥 생명기술(BT) 상장지수펀드(ETF)'의 주가는 지난해 65% 넘게 치솟았지만 최근 2거래일간 7.36% 폭락했다. 게다가 페이스북·구글·넷플릭스·테슬라 등 나스닥의 기술주들까지 줄줄이 하락하며 나스닥 거품 우려에 무게를 실었다. 국내 바이오 업종도 미국발 찬바람에 투자심리가 움츠려들었다. 국내 유가증권시장의 의약품지수는 이날 0.41% 하락했고 코스닥시장의 제약지수는 1.47% 빠졌다. 특히 신약 개발사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닥 상장사인 씨티씨바이오(-2.74%), 메디프론(-3.07%), 인트론바이오(-5.15%), 레고켐바이오(-4.94%) 등이 나스닥과 나란히 이틀째 약세를 보였다. 그외 셀트리온(-0.12%), 차바이오앤(-3.11%), 메디포스트(-2.87%) 등의 바이오·헬스케어주들도 전반적으로 조정을 받았다. 증시 전문가들은 바이오주의 거품이 꺼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외신에 따르면 마크 크루즈 키브라이빗뱅크 연구원은 "바이오 업종의 특성상 현재의 실적이나 성과보다는 기대감에 따라 주가가 형성돼 있다"며 "투심이 나빠질 경우 투매가 나타나기 쉬운 특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매트 말리 밀리터백앤코 상무이사는 "길리어드 사이언스사가 의회에서 권고를 받기 이전부터 바이오 관련주들이 다소 부진했다"며 "단순히 바이오기술 기업들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과 유럽·러시아의 신용 우려가 발생하면서 전체 지수가 조정을 받을 시 바이오주는 어느 순간 20~25%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미 바이오주가 부진을 보이면 국내 관련 종목은 펀더멘탈 위주로 주가가 재편될 것으로 분석됐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바이오 업종은 그간 워낙 많이 올랐던 터라 의회와의 갈등을 이유로 잠깐 쉬어가는 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그러나 국내 업종은 큰 추세 속에서 여전히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큰 그림상 미 증시와 동조화한다고 볼 수만은 없다"며 "향후 국내 바이오주 중 꾸준한 실적, 양호한 시장점유율, 신규사업 호조를 보이는 종목은 높은 주가수익비율(PER)을 유지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종목의 주가는 조정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