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끈' 동양매직 인수전 최종 승자…현대백화점·SK·CJ·사모펀드?
'현대백화점이냐, SK냐, CJ냐.' 1985년 동양시멘트 기계사업부로 출발해 올해 서른살이 넘은 동양매직이 또다른 주인을 찾고 있다. 새 주인은 빠르면 이달 말 가시화될 전망이다. 2년전까지만해도 동양그룹 품에 있던 동양매직은 '동양 사태'로 매물로 나온 뒤 지난 2014년 7월 말 글랜우드-NH PE 컨소시엄이 100% 자본을 투자한 매직홀딩스로 주인이 바뀌었다. 4일 금융권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동양매직 본실사에는 현대백화점, SK네트웍스, CJ, AJ네트웍스-스탠다드차타드 PE, 유니드 등 전략적투자자(SI)와 CVC캐피탈,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재무적투자자(FI) 등 7곳의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가 참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자본력,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효과, 인수 희망 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현대백화점과 SK그룹 계열사인 SK네트웍스, CJ의 '3파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정몽근 명예회장의 장남인 정지선 회장이 이끌고 있는 현대백화점 그룹은 현대백화점, 현대홈쇼핑, 현대리바트 등 탄탄한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갖추고 있다. 향후 가전분야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동양매직 인수시 시너지를 기대하기에 충분하다게 업계 평가다. 현대는 '빅3'가 차지하고 있는 백화점 분야 점유율(2016년 상반기 기준)에서 49%인 롯데에 이어 29%로, 3위인 신세계(22%)를 한참 앞서고 있다. 서울 압구정 본점 등 전국에 19개 백화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서울 가든파이브, 대전, 남양주에 각각 아울렛을 새로 오픈할 계획이다. 올해 4월엔 인천 송도에 프리미엄아울렛을, 앞서 1월에는 온라인쇼핑몰인 더현대닷컴도 새로 선보였다. 계열사인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600억원을 출자해 '현대렌탈케어'를 설립해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등의 렌털 사업과 각종 청소 서비스를 대행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동양매직의 경우 정수기 등을 중심으로 지난달 말까지 누적으로 90만개에 달하는 렌탈 개정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리바트는 최근 들어 서울, 수도권, 주요 도시에 가구, 키친, 소품, 인테리어 등을 종합적으로 판매하는 스타일샵을 잇따라 열며 오프라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탄탄한 판매망이 현대백화점 그룹과 계열사의 가장 큰 장점이다. 현대백화점측은 지난달 공시에서 "현대홈쇼핑과 공동으로 동양매직 인수 적정성 판단을 위해 예비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면서 "본입찰 적격자로 선정될 경우에는 실사후 단독 또는 현대홈쇼핑과 공동으로 본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1·4분기 기준 현대홈쇼핑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7400억원이 넘는다. 동양매직 인수전에 뛰어든 SK네트웍스는 에너지, 휴대폰 등의 유통업, 패션·호텔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렌털 분야의 경우 차량 렌털업을 하고 있는 것이 그나마 공통점이다. 하지만 2012년 당시 웅진그룹의 품에서 매물로 나온 현 코웨이의 숏리스트에 포함됐었고, 지난해엔 KT렌탈 인수전에서 롯데그룹과 경합을 벌이기도 했다. SK가 동양매직 인수에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란 관측도 이때문이다. 게다가 계열사와 사업을 연계할 경우 인수 이후의 경쟁력은 기대 이상일 수도 있다. SK텔레콤은 사물인터넷(IoT)과 결합한 스마트홈 주방 사업을 하고 있고, 또다른 계열사인 SK플래닛은 온라인 유통채널인 '11번가'를 운영하고 있다. SK플래닛은 터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미국 등에도 온라인 유통망을 갖고 있다. 특히 SK네트웍스는 현금성 자산만 1조원 가량으로 자금 동원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CJ그룹은 중국 가전기업인 하이얼과 손잡고 지난해 코웨이 인수전에 참여했다가 최종 입찰에서 마음을 접었다. 당시 업계에선 문화·미디어, 식음료, TV홈쇼핑 등의 사업을 하고 있는 CJ를 코웨이의 강력한 인수후보로 손꼽았었다. CJ가 코웨이 입찰에서 최종 참여를 포기한 이후에도 언젠가는 가전이나 렌털 등 유통 시장에 손을 댈 것으로 점쳤었다. 그룹의 추가 성장 동력 확보차원에서다. 게다가 지난달에는 오너인 이재현 회장이 광복절 특사로 사면돼 귀환한 점도 CJ가 향후 보다 공격적으로 인수합병(M&A)에 뛰어들 가능성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CJ그룹은 주요 사업이 식음료, 극장, 홈쇼핑 등 거의 내수 소비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서 "사업별로 시장 점유율이 40∼50%에 달하는 등 성장성이 대부분 한계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CJ가 한번 입질했던 코웨이가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나오더라도 2조원이 훌쩍 넘는 등 몸집이 커 부담스러운터여서 비슷한 사업군인 동양매직 인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동양매직의 경우 약 5000억원 전후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효자 계열사를 두루 갖고 있는 CJ그룹으로선 인수에 큰 부담이 되질 않으리란 분석이다. 이번 매각 작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시너지 측면에서 현대백화점, 자금력 측면에서 SK네트웍스, 인수 의지 측면에서 CJ그룹이 조금씩 우위에 있는 것 같다"면서 "결국 오너의 인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가 이번 경쟁에서 성패를 가를 중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양매직은 지난해 3903억원의 매출과 292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거뒀다. 하지만 이들 그룹이 아닌 자금력으로 무장한 사모펀드(PEF)가 복병이 될 수도 있다. 최근 2~3년새 나온 굵직굵직한 M&A 물건을 주요 PEF들이 거의 독식하다시피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동양매직 매각 본입찰은 이달 말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