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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책장] 최준우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이 추천하는 '90년대생이 온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최준우 사장 요즘 온라인상에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의 글이 기사화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주로 젊은 직장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내가 근무하는 조직에서도 블라인드에 가입한 직원들이 있고, 익명성의 그늘에 젊은 직원들의 목소리가 강경한 어조로 표출되고 있다고 한다. 그로 인해 60년~80년대생 직원과 90년대생 직원간에 속앓이를 한다고 들었다. 서강대 이철승 교수가 쓴 '불평등의 세대'라는 책을 보다 보니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들이 소수의 몇몇 젊은 직원들의 불만만은 아닌 것 같다. 실제로 우리 조직에서도 나온 이야기인데, 같은 부서 같은 생산라인에 속해 있는 50대 김 씨와 20대 박 씨가 있는데, 하는 일은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김 씨는 갑이고, 박 씨는 을이라는 것이다. 박 씨의 명줄과 일신은 김 씨에 의해 지배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조금 더 일찍 태어나서 조금 더 일찍 조직 생활을 한 김 씨가 이러한 90년대생 박 씨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조직에서 대부분의 경영진은 90년대생 신입사원들을 향해 조직의 발전을 이루어 낼 우리의 미래라고 추켜세우고 있다. 하지만 정작 우리의 미래인 90년대생들을 정말 잘 이해하고 그들이 우리 조직의 미래를 건설하도록 하고 있는가? 이러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90년대생 우리 젊은 직원들의 특징이 무엇이고 그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다. 임홍택 작가의 '90년대생이 온다'라는 책이 그 실마리를 제공한다. 90년대생이 온다. 임홍택 지음. 웨일북스 출판. 1만 4000원 저자는 90년대생이 '간단', '재미', '정직'이라는 특징이 있다고 정의한다. 90년대생은 태어나면서부터 책보다는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에 익숙한 세대이다 보니 장문의 텍스트를 읽는 것은 비효율적으로 생각해서 'F자 읽기'와 같은 신기술을 사용하고 스압(스크롤 압박) 때문에 긴 글은 세 줄로 요약하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 세대는 간혹 "직장이 장난이냐"라는 선배의 질책을 들어보신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90년대생 젊은 직원들은 직장이 장난처럼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아주 형식적이어야 할 직원 공고도 재미있으면 인기가 있다. 한 기획사가 '병맛 채용 공고'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등에 게재하였는데, 그 내용 중 우대조건이 '돈까스, 순대국, 카레를 좋아하는가'였다. 이러한 재미로 인하여 작은 규모의 낮은 인지도의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의 지원을 이끌어 냈다고 한다. 또 90년대생들은 정치, 사회, 경제 모든 분야에서 완전무결한 정직을 요구한다. 당연히 혈연, 지연, 학연은 일종의 적폐로 본다는 것이다. 우리 세대와 달리 진실, 신뢰, 공정함 등 본인의 노력으로 정당하게 평가받는 시스템을 원한다는 것이다. 우리 조직은 청년이사회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데, 청년이사회는 20~30대 젊은 직원들로만 구성되고 회사 발전과 사내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참신하고 솔직한 의견들을 제시하고 있다. 거기서 나온 내용은 상당히 혁신적이기도 하고 엉뚱하지만 기발한 제안들도 있어 조직 발전에 도움이 될 내용이 많았다. 90년대생 직원들에게 "당신들은 우리의 미래입니다. 하고 싶은 말 거리낌 없이 다하십시오"라고 했으면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도록 뭔가를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90년대생이 온다'는 그들이 주인이 되어 살아가야 할 간단하면서도 재미있고 공정한 그들의 조직을 만들도록 길을 터주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최준우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

2021-07-22 10:12:54 박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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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은 책과 함께] 우리의 적들은 시스템을 알고 있다 外

◆우리의 적들은 시스템을 알고 있다 마르타 페이라노 지음/최사라 옮김/시대의창 세계적 범위에서 사회의 거의 모든 측면을 정의하는 시스템이자 운영체제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인터넷은 유사 이래 가장 거대한 단일 인프라다. 디지털 자본주의는 자유로워 보이지만 종속적이고 풍요로운듯하나 가치 없는 것들로 가득한 양극화된 신세계다. 몇몇 강대국과 초대형 기업이 독점적으로 제어하는 서버와 위성, 안테나, 라우터, 광섬유 케이블의 집합이 인터넷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신종 기술에 대한 중독을 유발하고 소수가 대중의 행동을 설계하는 관심 경제, 첨단 기술이 낳은 생태 오염, SNS를 통한 가짜뉴스와 여론 조작, 강대국의 데이터 감시와 반인권, 실리콘밸리 우상들의 실체적 진실 등 신흥 디지털 권력의 문제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역사상 가장 민주적인 의미를 담을 수 있었던 도구가 어떻게 소수 지배계급과 새로운 형태의 제국을 위해 봉사하게 됐는지 낱낱이 까발리는 책. 440쪽. 1만9800원. ◆도핑의 과학 최강 지음/동녘사이언스 과거 투포환 선수였던 하이디 크리거는 동독에서 벌어졌던 국가적 도핑 프로젝트의 희생자였다. 냉전 시절 동독은 체제 선전을 위해 자국의 체육 선수들에게 몰래 스테로이드를 먹였다. 열여덟 살 때부터 약을 먹은 하이디 크리거는 국제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지만, 목소리가 굵어지고 수염이 나는 등의 부작용으로 고통받았다. 정체성에 혼란을 겪던 하이디 크리거는 결국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남성이 됐고, 안드레아스 크리거로 이름을 바꿨다. 동독의 국가적 도핑은 아직까지도 세계 곳곳에서 은밀하게 재현되고 있다. 100여 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도핑은 인체의 능력을 한계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권장의 대상에서, 국제 대회에서 정치 체제의 우월성을 드러내는 선전 도구로, 그 이후엔 선수의 건강을 해치고 스포츠의 공정성을 저해하는 축출의 대상으로 성격이 바뀌어 왔다. 운동장을 뒤흔든 도핑의 역사. 332쪽. 1만6800원. ◆스케일이 전복된 세계 제이머 헌트 지음/홍경탁 옮김/어크로스 개미가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이 문제에서 진짜 걸림돌은 개미의 '지능'이 아니다. 개미가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책의 크기가 쪼그라들면 책상 사이의 분자 결합이 너무 강해져 개미가 책장을 넘길 수 없고, 글자 크기가 수천 분의 1로 작아지면 1마이크로미터 이하는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 가시광선의 특성 때문에 글자를 볼 수 없게 된다. 이처럼 스케일이 바뀌면 문제도 바뀐다. 데이터에서 빅데이터로의 변화도 마찬가지다. 구글은 막대한 재화와 서비스를 공짜로 제공하면서 사용자의 데이터를 긁어모아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다. 데이터 스케일의 증가가 경제 규칙을 새로 쓴 것이다. 우리가 문제의 스케일과 복잡성에 압도되지 않을 때, 해결의 기회를 엿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인간의 지각 범위를 벗어난 현상의 본질을 꿰뚫는 책. 296쪽. 1만7000원. /김현정기자 hjk1@metroseoul.co.kr

2021-07-22 09:26:37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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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은 책과 함께] 인류, 이주, 생존

소니아 샤 지음/성원 옮김/메디치미디어 생존의 문제 앞에서 이주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생즉사 사즉생. 살기 위해 죽고자 하는 각오로 삶의 터전을 떠나는 사람들이 있다. 베네수엘라에서 회계사 교육을 받은 장피에르는 아내와 일곱 살짜리 아들과 미국으로 가는 이민 행렬에 몸을 실었다. 다른 이주자들과 함께 콜롬비아의 항구마을에서 출발한 장피에르 가족은 배로 콜롬비아와 파나마의 국경지역인 '다리엔 정글'에 도착한다. 미로 같은 야생의 정글에서 낭떠러지를 아슬하게 비켜가며 때로 강도와 마약 밀수업자의 공격을 받았고 밤에는 뱀과 다른 동물을 피해 새우잠을 자야 했다. 식수가 모자라 소변을 받아 마시며 버티는 날도 있었다. 장피에르 가족과 이민 행렬에 오른 100명 중 다리엔 정글을 통과한 사람은 불과 15명 남짓이었다. 목숨을 건 여정 끝에 목표한 곳에 도착해도 고난은 끝나지 않았다. 이주자를 향한 혐오와 배제가 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기 때문이다. 소위 '전문가'로 불리는 사람들은 과학적 근거를 내세우며 타 인종에 대한 배제를 객관화하려 했다. 생물 분류법으로 잘 알려진 18세기 스웨덴의 박물학자 칼 린네는 자신의 여행 후원자들을 의식해 잘 알지도 못하는 '사미족'을 비인간종 괴물인 Homo Monstrosus으로 분류했다. 유럽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우생학을 근거로 한 이민자 억압이 만연했다. 1924년 시행된 미국의 이민에 관한 법률인 존슨-리드법은 과학자들이 인종적으로 열등하다고 여긴 사람들을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매년 이주자 할당량의 80% 이상을 서유럽과 북유럽 출신자들에게 배당했으며 비백인 이주자와 동유럽, 남유럽 출신자들의 입국을 금지했다. 외국인 이민자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21세기에도 사라지지 않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국경을 건너 이동하고 있다. 2008년부터 2014년에는 홍수나 폭풍, 지진 같은 이유로 매년 2600만명이 이동했고, 2015년에는 불안정한 사회의 폭력과 박해 등으로 1500만명 이상이 자신의 나라를 탈출해야 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국가 분쟁과 내전, 심각한 기후변화 속에서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이동하는 사람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고 저자는 전망한다. 거대한 이주 물결 앞에서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 432쪽. 2만2000원. /김현정기자 hjk1@metroseoul.co.kr

2021-07-22 09:25:05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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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책장]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이 추천하는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사회가 참으로 변화무쌍하다. AI·빅데이터·클라우드 같은 신기술이 발달하고, MZ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문화나 트렌드가 수시로 생겨난다.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다 보니, 개인과 조직 모두 무게중심을 잡고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 변화하지 않으면 가까운 미래에 뒤처지거나, 소멸할 것이라는 두려움마저 자리 잡게 된다. 오랫동안 철학은 어렵거나 고리타분하다는 선입견이 짙었다. 몇 년 전부터 인문학 열풍이 불면서 철학 강좌가 인기를 끌었지만, 일상생활에 적용하기에는 관념적이라고 느끼기에 십상이었다. 그럼에도 누구나 한 번쯤은 철학서를 뒤적인 경험이 있듯이, 불안한 현대사회에서 철학이 무게추 역할을 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거두기는 어렵다.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야마구치 슈의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는 무겁게만 느껴지던 철학의 쓸모를 현실 세계로 끄집어냈다. 이 책은 기존의 철학자 중심이나 시간 축이 아닌 개인, 조직, 사회, 사고의 네 가지 관점에서 유용한 철학적 도구를 실감 나게 제공한다. 개인과 조직 관련 내용 중 인상 깊었던 내용을 소개해 본다.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로 인한 고민"이라고 지적했다. 조직과 사회문제를 논쟁하기 이전에 인간의 본성을 확실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시기심, 즉 '르상티망'을 가진 존재라고 한다. 르상티망은 특히 명품시장을 잘 설명한다. 개인은 르상티망을 해소하기 위해 명품을 구입하고, 의류 브랜드나 자동차 회사는 새로운 컬렉션과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며 우리의 르상티망을 꾸준히 자극한다. 르상티망은 개인의 가치판단 기준을 뒤바꾸기도 한다. 이솝우화에서 여우가 아무리 애를 써도 포도에 손이 닿지 않자, '저 포도는 엄청 신게 분명해. 저런 걸 누가 먹겠어.'라며 떠나버린 것은, 르상티망에 사로잡힌 사람이 상황을 부정함으로써 시기심을 해소하는 것을 잘 나타낸다. '페르소나'의 개념도 흥미롭다. 페르소나는 원래 고전극에서 배우가 사용하는 가면을 뜻하는데 배우가 가면을 바꿔 쓰듯이, 사람도 조직과 상황에 따라 다른 인격을 가진다는 것이다. 페르소나는 우리의 정체성이 태생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페르소나와 내재적 자아 사이의 적절한 균형이 중요해 보인다. '조직'에 대한 콘셉트는 더욱 현실적인 깨달음을 준다. 사랑받는 리더와 부하가 두려워하는 리더 중 어느 쪽이 더 뛰어난 리더일까?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라면 한 번쯤 고민해 보았을 질문이다. 마키아밸리는 이 지점에서 냉철한 합리주의자가 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체 조직의 행복을 위해 리더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 존망의 위기에서 탄생한 군주론의 시대적 배경과 달리 현대사회는 상당히 복합적이다. 카리스마적 리더십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균형감 갖춘 리더십이 필요해 보인다. '악마의 대변인'도 인상적인 대목이다. '악마의 대변인'은 다수파를 향해 의도적으로 비판과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을 뜻하는데,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는 긴박했던 순간에 '악마의 대변인'을 내세움으로써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끌어냈다. 보수적인 조직일수록 다수의 의견에 반대를 표시하기가 쉽지 않다. 조직 응집성이 높을수록 비판적 사고가 나오지 못하고, 집단오류에 빠질 수도 있다. 리더가 먼저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는 혁신을 생각할 때 보통 새로운 시작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레빈은 혁신은 '끝'에서 시작한다고 이야기한다. 변화는 해동-혼란-재동결의 과정을 거치는데, 여기서 '해동'이 변화의 출발점이고 이는 이전 방식에 '종지부를 찍는 일'이라는 것이다. 단순하지만 통쾌한 결론이다. 부산스럽게 시작한 혁신이 과거와 작별하지 못해서 흐지부지됐던 사례가 얼마나 많은가. 저자는 현실에서 철학이 어떤 역할을 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선명하고 명쾌하게 풀어냈다. 고대 철학을 줄줄이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50가지 콘셉트로 묶어 현대사회의 문제와 접목했다. 추상적이기만 했던 철학이 삶의 문제와 긴밀히 연결되는 느낌이다. 좋은 책을 소개해 준 후배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2021-07-15 17:00:00 박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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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은 책과 함께] 새로운 전쟁 外

◆새로운 전쟁 폴 샤레 지음/박선령 옮김/커넥팅 자율무기는 매우 효과적이다. 군대의 인력난과 인명 피해를 줄이면서 적국의 요원이나 군인을 24시간 관찰하고, 언제든지 타격할 수 있는 만능 도구이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은 더 좋은 자율무기를 위해 대규모의 투자를 했고, 고도화된 인공지능과 대량 살상 기능을 갖춘 자율무기가 늘어났다. 책의 저자이자 미국 국가 안보 전문 싱크탱크인 신미국안보센터의 연구원 폴 샤레는 자율무기의 시작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분석한다. 인간이 위험을 무릅쓰고 전쟁터에서 싸울 일을 없애준 자율무기는 뛰어난 적 탐지 능력과 적진에 몰래 침투해 타격하는 기술로 전쟁의 판도를 바꿔놨다. 완전히 자율화된 자율무기는 전쟁터에서 민간인, 아군을 구별하며 적군만을 타격할 수 있을까? 전쟁을 통해 인공지능과 로봇이 함께하는 세상을 미리 들여다보는 책. 632쪽. 2만3000원. ◆불로소득 환수형 부동산체제론 남기업 지음/개마고원 빚을 내서 집을 산 친구가 4~5년 후 그동안 알뜰살뜰 돈을 모은 친구들보다 더 많은 재산을 보유하게 된다. 한국사회의 경제주체들이 부동산 불로소득을 추구하는 이유다. 집을 샀는지 안 샀는지, 어디에 샀는지에 따라 한 사람의 인생 전체가 달라지므로, 사람들은 더 많은 부동산 불로소득을 얻으려 고군분투한다. 저자는 부동산체제 전환은 근본적인 철학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정치철학자인 롤스와 노직의 정의 이론으로부터 새로운 부동산 분배 정의론을 이끌어낸다. 공정과 평등을 중시하는 롤스와 사유재산과 자유를 신성시하는 노직은 정치적 입장이 다르지만, 둘 다 토지에 대해서는 사회의 모든 사람들이 평등한 기본권을 가진다는 데 동의하리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책은 불로소득 환수형 부동산체제가 공정하고, 공평한 세상을 만들기 때문에 결국엔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232쪽. 1만6000원. ◆친애하는 나의 민원인 정명원 지음/한겨레출판 책의 저자는 현재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 부부장으로 재직 중인 16년 차 여성 검사 정명원이다. 뜨겁고 뭉클한 삶의 결들을 세상에서 가장 간결한 문체로 공소장에 옮기는 것이 검사의 일이지만, 아무리 무심하고 '시크한' 명조체로 쓴다 하더라도 검사의 삶이란 늘 어느 정도 울렁거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저자는 어떤 일이 죄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기소보다 불기소를 잘하는 검사'가 됐다. 검사에게 불기소장을 쓰는 일은 기소장을 쓰는 일만큼 매우 중요한 덕목이지만, 검사로서의 실적을 평가받는 데는 불리하게 작용했다. 누군가는 그를 특수부나 공안부를 원하지 않는 의욕 없는 검사, 일에 대한 애착이 없는 검사로 평가했다. 조금 축축하고 그늘진 외곽의 자리에 '이끼'와 같은 존재라고 저자는 자신을 설명한다. 이름을 알지 못하는 작은 생물들의 그늘이 되어주는 이끼처럼, 형사 법정에서 펼쳐내는 생의 비극적 단면에 함께 공감하고 진동하는 누군가가 되기로 한 것이다. 기소보다 불기소를 잘하는 '외곽주의자' 검사의 기쁨과 슬픔. 324쪽. 1만5000원.

2021-07-15 14:54:08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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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은 책과 함께] 행복한 감시국가, 중국

가지타니 가이, 다카구치 고타 지음/박성민 옮김/눌와 중국은 2000만대 이상의 인공지능(AI) 카메라로 이뤄진 감시망이 존재하며, 불온한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면 즉각 신원조회를 당할 정도로 통제가 철저하다. 놀랍게도 중국인들은 여기에 불만을 품지 않는다. 글로벌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2019년 발표한 '세계가 걱정하는 것에 대한 조사(What Worries the World study)'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28개국 국민들의 과반수(58%)가 '자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국의 경우 응답자의 94%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변했다. 중국인들은 공산주의 독재국가에 의해 세뇌당한 것일까?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선전시 룽강구에서 벌어진 유괴 사건은 중국인들이 왜 첨단 감시카메라망을 용인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017년 1월 26일 오후 4시, 선전시 룽강구에서 대낮에 3세 아동 납치 사건이 벌어졌다. 유괴범은 1000km 떨어진 우한시 기차역에 있었지만 다음날 새벽 6시, 24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검거됐다. 화웨이가 개발한 AI 감시카메라망 덕분이었다. AI 감시카메라망은 보행자의 성별, 인상착의 등의 정보를 수집해 분류한다. 경찰은 유괴 아동의 정보를 시스템에 입력해 단시간에 아동의 영상을 찾아 구조했다. 이처럼 중국에서 감시사회는 '안전하고 쾌적한 유토피아'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중국 정부는 국민과 기업의 행동을 모니터링해 보상이나 제재를 가하는 '사회신용시스템'을 운용, 사회 전체의 신용을 증진시키려 하고 있다. 사회신용시스템에는 여러 하위 제도가 있다. '징계' 분야에서는 탈세나 환경오염 같은 문제를 일으킨 기업, 재판 판결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는 등의 죄를 저지른 개인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공개하고 있다. '도덕' 분야에서는 일부 지방정부가 '도덕적 신용점수'라는 점수 평가 서비스를 도입해 시민들에게 효도·헌혈 같은 선행을 권하고 사이비 종교활동·탈세 등의 일탈 욕망을 막는 식이다. 중국인은 어떻게 스스로 자유를 내려놓게 됐는가. 240쪽. 1만3800원.

2021-07-15 14:34:59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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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책장] 신현준 한국신용정보원장이 추천하는 '안티프래질'

작년 초 갑작스럽게 전 세계를 강타한 COVID-19 팬데믹으로 실물경제는 큰 타격을 받았고 투자시장의 지형도 크게 변하였다. 급격한 유동성 증가로 주식을 비롯한 자산가격은 폭등했고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증후군으로 불안감에 빠진 개인투자자들은 부동산, 주식, 암호화폐 등에 ‘영끌’. ‘묻지마 투자’로 내몰리고 있다. 얼마 전 필자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이 끝나려면 ”아직도 한참 멀었다“ 고 언급한 기사를 읽었다. 불확실성과 혼란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개인이나 기업, 더 나아가 사회와 국가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블랙스완』을 통해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를 예견하여 ‘월가의 현자’, ‘월가의 노스트라다무스’로 불리우는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안티프래질』에서 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탈레브는 “금융위기와 같은 꼬리리스크는 예측이 불가능하므로 차라리 위기가 왔을 때 이익을 볼 수 있는 안티프래질한 체질로 바꾸라”고 조언한다. ‘안티프래질’(antifragile)은 ‘프래질’(fragile, 부서지기 쉬운)에 대한 반대의 의미로서 탈레브가 만든 신조어이다. 위기나 충격을 받았을때 버티는 강건함(robustness)을 뛰어넘어 오히려 더 강해진다는 개념으로 전 세계를 주목시켰다. “바람이 촛불 하나는 꺼뜨리지만 모닥불은 살린다. (모닥)불이 되어 바람을 맞이하라”. 이 책의 서문에 나오는 첫 문장이다. 바람이라는 충격에 프래질한 촛불 하나는 무력하게 꺼지지만, 안티프래질한 모닥불은 활활 타오른다. 건강한 생존과 성장을 위해서는 안티프래질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로 내게 와 닿았다. 75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의 책이다 보니 단숨에 읽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여름 휴가기간을 활용하여 리스크 전문가인 탈레브의 통찰력 넘치는 분석과 탁월한 식견을 꼭 한번 만나보기를 권한다. 총 7권 25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책 전반에 걸쳐 안티프래질의 특성과 안티프래질 하기 위한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탈레브는 가변성, 무작위성, 무질서, 불확실성을 피하지 말고 그것을 겪어내고 더 강해지도록 활용하라고 한다. 이러한 것들에 노출될 때 더욱 성장하기 때문이란다. 오랜 세월 투자의 세계를 관찰하고 대규모 고객자금을 운용 해 본 필자도 최근 『부의 계단』이라는 책을 발간하였다. 투자에 입문하는 2030들에게 냉혹한 투자의 세계에서 생존하면서 성공하는 방법을 나누고 싶어서였다. 남들이 몰려가는 곳에 따라가서는 제대로 이익을 볼 수 없다는 것, 아는 곳에 감당할 수 있을 만큼 투자하는 것, 투자 대안의 가치를 남보다 먼저 알아보고 싼 가격에 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투자 기회는 버스와 같아서 계속 찾아온다는 것 등이다. 불확실한 시대에 올바른 지식과 실력으로 무장하고 때를 기다리면 기회는 계속 온다. 독자분들이 현명한 투자 의사결정을 이어가면서 건강과 행복이 가득한 부를 수확하고 경제적 독립과 자유를 누리기를 희망한다. 명저 『안티프래질』을 통해 불확실성과 혼란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혜안을 얻게 되길 바란다. 신현준 한국신용정보원장은 다음 글쓰는 이로 김광수 은행연합회 회장을 추천했다.

2021-07-08 16:00:11 박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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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은 책과 함께] 이 모든 것은 자산에서 시작되었다 外

◆이 모든 것은 자산에서 시작되었다 리사 앳킨스, 멀린다 쿠퍼, 마르티즌 코닝스 지음/김현정 옮김/사이 모든 사람이 똑같은 자산을 갖고 인생을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자산의 논리가 세상을 지배하게 되면서 자산의 보유 여부에 의해 인생의 기회가 결정되는 새로운 불평등 사회가 펼쳐지고 있다. 20세기 중후반에는 노동에서 잉여가치를 창출해내는 능력, 고용 여부, 직업적 지위, 임금소득으로 계급이 나뉘었다. 과거엔 노동자, 중산층, 상류층 혹은 블루칼라, 화이트칼라, 핑크칼라 등으로 계급을 분류했지만, 21세기에는 자산의 가치가 상승하고 임금이 정체되는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자산 소유 여부를 기준으로 계급이 나뉘게 됐다는 게 책의 주장이다. 예전에는 같은 부류의 일을 하면 같은 계급이었지만 이제는 자산의 소유 여부에 의해 서로 각기 다른 계급에 속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자산의 보유에 따라 다음과 같이 5계급으로 사람을 나눈다. 투자자, 주택 담보 대출이 없는 주택 소유주, 주택 담보 대출이 있는 주택 소유주, 임차인, 홈리스(노숙자)가 바로 그것. 자산의 격차가 어떤 방식으로 불평등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그 해결책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책. 208쪽. 1만4500원. ◆호흡공동체 전치형, 김성은, 김희원, 강미량 지음/창비 '마스크 착용', '2m 사회적 거리두기 유지', '비대면 모임' 등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새로운 명제가 사회관계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공기의 위협에 겁먹은 사람들은 각자의 공기주머니 속으로 도피했다. KF-AD 마스크, 공기청정기, 비대면 배달앱 등 과학기술이 마련해준 안온한 공간에 숨어, 바깥의 존재들과는 공기를 나눠 마시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와 폭염의 재난을 거치며 우리는 바이러스를 품은 공기, 뜨거운 열을 품은 공기가 사회의 취약한 고리를 가장 먼저 파고든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공기문제가 교육, 노동, 젠더, 인종의 문제, 나아가 차별과 혐오의 문제와 연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혼자 쉬는 숨이 없듯 공기는 각자의 코앞에만 있지 않다. 저자들은 각자도생의 과학이 아닌 공동체를 위한 과학에 힘을 쏟아야 할 때라고 말한다. 공기재난의 현장에서 호흡공동체를 위한 과학과 정치를 묻는다. 232쪽. 1만7000원.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엮음/오월의봄 이주여성은 저출산, 고령화 문제의 '대안'이자 돌봄노동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해결책'으로 국가가 전략적으로 끌어들인 사람들이다. 2000년대 이후 급증한 외국 여성과 한국 남성 사이의 국제결혼은 지방자치단체들의 '결혼보조금' 같은 정책에 힘입어 한해 3만건을 넘어서며 2005년 정점을 기록했다. 같은 해 한국 여성과 외국 남성의 혼인 수가 약 1만건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의 국제결혼 증가에는 제도적 지원과 함께 '국제결혼 중개업'이라는 상업적 요인이 작동했다고 볼 수 있다. '다문화'를 외치는 한국 사회의 실상은 '화합'이나 '공존'보다는 외국인 배우자를, 특히 결혼이주여성을 남성혈통 유지에 기여하도록 하며 한국 사회에 통합시키는 것에 가깝다고 책은 지적한다. 한국 사회가 불러들이고 쫓아낸 사람들의 이야기. 172쪽. 1만3000원.

2021-07-08 13:03:05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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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은 책과 함께] 여행의 이유

김영하 지음/문학동네 바야흐로 여행의 계절이다. 코로나 상황이 엄중해 당장 멀리 떠난 순 없으므로 각자 마음속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을 하나씩 떠올려보기로 하자. 필자의 경우 약 10년 전 친구와 무계획으로 간 지리산 둘레길 여행을 꼽겠다. 출발하기 이틀 전, 도서관에서 우연히 국내 여행책 하나를 집어들었는데 거기에 전라북도 남원이 매력적으로 소개돼 꽂혀서 가게 됐다. 필자와 친구는 1박2일에 나온 '밥맛이 꿀맛인 민박집'을 중심으로 여행 코스를 짜기로 했다. 블로그 두어개 정도를 쓱 훑어 보고는 지리산 둘레길, 춘향테마파크, 광한루 등을 일정에 넣었다. 너무 대충 알아보고 간 탓에 여정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필자를 전북 남원으로 인도한 여행책(제목이 기억이 안 난다)의 저자는 지리산 둘레길 각 코스에 난이도에 따라 별점을 매겨놨는데 숙소 근처 지리산 둘레길 3코스에는 별 두개가 그려져 있었다. 우리는 동네 마실쯤으로 여기고 별다른 준비 없이 길을 나섰다. 처음엔 평평한 산책로가 나와 가벼운 마음으로 걸었는데 웬걸, 가면 갈수록 험한 숲길과 가파른 산비탈이 이어져 정신이 아득해지기 시작했다. 이미 코스의 반 이상을 온 터라 돌아갈 수도 없었다. 필자는 편한 게 제일이라며 슬리퍼를 신고 갔고, 친구는 사진 잘 나와야 한다며 원피스를 입고 갔는데 둘다 둘레길을 우습게 봤다가 큰코다친 것이다. 나중엔 거의 기어서 내려왔는데 우리와 반대방향으로 오고 있던 관광객(등산화와 등산복, 등산스틱 등으로 완전 무장함)들이 필자와 친구의 꼬락서니를 보고는 혀를 끌끌 찼다. 남이 보면 참 한심한 일이지만, 우리는 아직도 만나면 지리산 둘레길에 여행 갔던 이야기를 하며 중학교 2학년 애들처럼 낄낄대곤 한다. '여행의 이유'에서 김영하 작가는 여행기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여행의 성공이라는 목적을 향해 집을 떠난 주인공이 이런저런 시련을 겪다가 원래 성취하고자 했던 것과 다른 어떤 것을 얻어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내게 여행은 '즐거운 흑역사를 만드는 일'이다. 216쪽. 1만3500원.

2021-07-08 12:00:45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