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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은 책과 함께] 오래된 연장통

전중환 지음/사이언스북스 마라탕을 좋아한다. 친구들이 '뭐 먹으러 갈래?'라고 물으면 항상 '마라탕'이라고 답하고, 집 근처 자주 가는 마라탕 가게 사장님, 아르바이트생과도 안면을 트고 지낸다. 매운 걸 잘 먹지도 못하면서도 마라탕에 열광한다. 마라탕 사랑이 어느 정도냐 하면, 회원등록을 하면 20% 할인해주는 마라탕집이 있는데, 너무 자주 가서 아르바이트생이 회원 번호를 외워 버릴 정도다. 이젠 휴대폰 뒷자리 4개 번호를 묻지도 않고 알아서 회원 번호를 입력한 뒤 20% 할인된 가격표를 뽑아준다. 참으로 머쓱하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왜 인간은 이토록 매운 음식을 사랑하게 됐는가? 진화론을 바탕으로 인간의 심리와 행동을 알기 쉽게 설명한 과학 대중서 '오래된 연장통'에서 이 물음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책에 따르면 고추, 마늘, 양파 같은 식물들은 2차 대사산물인 '피토케미컬'을 지니고 있다. 피토케미컬은 식물이 초식동물이나 곤충, 곰팡이, 병원균의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낸 화학 무기다. 수십 가지의 피토케미컬들을 어떻게 배합하느냐에 따라 각 향신료 고유의 매운맛이 만들어진다. 책은 향신료가 음식물 속 세균과 곰팡이를 죽이거나 성장을 억제시켜, 인간이 이를 향균제로 요리에 곁들이게끔 진화했다는 가설을 제시한다.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음식물이 상하기 쉬운 인도나 브라질처럼 무더운 지역은 추운 나라들보다 더 많은 가짓수의 독한 향신료를 사용한다. 둘째, 상온에서 부패하기 쉬운 동물의 사체를 음식으로 만들 때, 야채 요리보다 향신료를 더 많이 쓴다. 그렇다면 한국과 일본은 연평균 기온이나 강수량이 비슷한데, 왜 일본인은 매운 음식을 잘 못 먹고 한국인은 매운맛에 강한가? 이 가설은 이대로 무너지는 걸까? 일본은 섬나라여서 신선한 해산물을 쉽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에 굳이 향신료를 많이 쓰지 않는 전통 요리법이 발달했다는 게 책의 설명이다. 맵찔이(매운 음식에 약한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가 왜 매운맛을 좋아하는지 알게 돼 이제야 속이 좀 시원하다. 내가 왜 이러는지 나도 모를 때 뒤적여보면 좋은 책. 400쪽. 2만원.

2021-08-12 12:56:54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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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책장] 김주현 여신금융협회 회장이 추천하는 '리더의 오판'

인간은 누구나 종종 잘못된 의사결정을 한다. 그중에서도 주요 조직 리더가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게 되면 그가 속한 조직, 국가, 나아가 전 인류에게 고통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 특히 뉴노멀(New normal)이란 단어가 오히려 정상적으로 들리고, 4차 산업혁명 같은 급속한 기술발전으로 과거와 전혀 다른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고 있는 지금, 리더의 잘못된 의사결정은 치명적이다. 리더들은 왜 잘못된 의사결정을 할까? 이런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이 책의 유혹을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지금 시점에서 보면 과거에 왜 그런 어처구니없는 한심한 일들이 일어났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유사한 상황들이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을 보면 역사의 주체인 인간이 동일한 유형의 잘못된 의사결정을 되풀이하는 것 같다. 어떤 측면에서 인간의 잘못된 의사결정 행태가 반드시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 만일, 인간이 인공지능(AI) 같은 고도의 합리적 판단만 한다면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문학예술 작품이 나오기 어려울 것 같고, 흥망성쇠를 거듭하는 역사의 역동성도 보기 어려울 것 같다. 그런데도, 내가 속한 조직, 내가 속한 국가의 지도자가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면 매우 아프다. 그런 면에서 리더가 왜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는지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어떻게 하면 그런 잘못된 의사결정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을지 아는 것은 의미 있다. 이 책은 (1)인간은 왜 진실과 거짓을 잘 구분하지 못할까? (2)프레임으로 사고하고 앵커링으로 평가한다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 (3)성공사례를 잘 벤치마킹 했는데 왜 실패할까? (4)왜 항상 중요한 장기계획은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는 단기계획에 밀려 빛을 못 볼까? (5)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병들게 할 수 있는데 왜일까? (6)왜 객관적으로 합리적으로 좋은 기회는 차버리고 비합리적 선택을 하는 걸까? 등등 여러 잘못된 의사결정의 유형과 그 원인에 대해 사례를 들어 잘 설명해 놓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의사결정의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것인데, 저자는 지적 겸손(intellectual humility)과 π(파이)자형 리더 내지 지네형 리더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공감이 갔다. '지적 겸손(intellectual humility)' 이란 '자기가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 또는 '자기보다 더 잘 아는 훌륭한 분들이 있다' 것을 알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스스로 더 많은 배움을 추구하게 되고 주변의 뛰어난 사람에게 겸허히 도움을 청할 수 있게 된다. 바로 이런 '지적 겸손'이 비합리적 의사결정의 가능성을 줄이는 좋은 방안의 하나다. 'π(파이)자형 리더' 내지 '지네형 리더'를 강조하는 이유는, 오늘날과 같이 복잡한 기술이 서로 얽혀있는 시대에서 훌륭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한 분야의 전문가로서는 부족하고 최소 2개 분야 이상의 전문가가 되야 하며 그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사고의 폭을 넓힘으로써 다양한 집단지성을 하나의 역량으로 결집할 수 있어야 한다는 한다는 것이다. 훌륭한 리더가 되고자 하는 분들이나 훌륭한 리더를 원하는 분들이 이 책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길 바란다.

2021-08-05 14:51:22 박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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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은 책과 함께] 모두가 기분 나쁜 부동산의 시대 外

◆모두가 기분 나쁜 부동산의 시대 김민규 지음/빅피시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는 부동산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어느 곳을 가도 어떤 아파트가 얼마나 올랐고, 누가 얼마를 벌었다는 소리만 들려온다. 지난 4년간 급등한 집값은 이제 근로 소득으로 따라잡기 어려운 수준이 됐고, 열심히 돈을 모아 40대 때 청약으로 새 아파트에 입주하는 일도 모두 옛날이야기가 돼 버렸다. 이렇게 집값이 오르면 누군가는 기뻐해야 할 텐데, 주위를 돌아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아 보인다. 지금 가장 좌절하는 이들은 단연 무주택자다. 예전에는 마음만 먹으면 살 수 있었던 집들이 이제는 "억!" 소리 나게 값이 뛰어 넘볼 수 없는 지경이 됐다. 1주택자는 어떨까? '그때 무리해서 30평대로 갈걸', '그냥 1억 원 더 주고 신축으로 갔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만 남았다. 다주택자들은 기분이 좋았을까? 적당한 때에 집을 팔고 수익 실현을 하고 싶지만 방법이 없어 일단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관망할 뿐이다. 집값을 잡겠다고 한 지 벌써 4년, 그 사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부동산 시장의 진실. 236쪽. 1만6500원. ◆거꾸로 읽는 헌법 이동준 지음/좋은땅 저자는 공공기관에 10년을 근무하면서 '공직자가 헌법이라는 것을 알면 국가와 국민이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었다고 한다. 7급 공채나 고시 출신의 일부 소수 공무원을 제외하면 '헌법'을 제대로 알고 있는 공직자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미국이나 일부 선진국에서는 대학교 법학과가 아닌 곳에서도 헌법을 교육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법대나 고시공부를 하지 않고는 헌법을 접할 기회가 없다. 저자는 헌법이 무엇이고, 왜 알아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헌법과 우리의 삶이 어떤 연결고리를 갖는지 보여주는 책. 100쪽. 9000원. ◆인류와 공존하는 미래: 인공지능 최예지 지음/이다북스 '인공지능'이라는 말은 1956년 다트머스 회의에서 처음 사용되기 시작해 어느덧 7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을 기계화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가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의 영역은 점점 더 확장되고 정교해지고 있다. 책은 생각하는 기계가 어떤 역사를 배경으로 지금의 인공지능으로 출현했는지, 그리고 학습하는 인공지능인 딥러닝 기술이 무엇인지를 설명한다. 이어 실제 활용되는 인공지능과 기술의 한계를 이야기하고, 이를 통해 인공지능이 하나의 기술로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꿔 나가고 있는지 알려준다. 책은 인공지능이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부르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위하는 기술로 자리매김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논의를 살핀다. 192쪽. 1만3500원.

2021-08-05 14:48:50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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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은 책과 함께] 곰브리치 세계사

에른스트 H. 곰브리치 지음/박민수 옮김/비룡소 지금으로부터 약 10여년 전, 추석 때 할머니집에서 만난 사촌 동생에게 "학교생활은 좀 어때? 지금 시험기간 아니야? 공부 안 하고 여기 왜 왔어?"라는 꼰대스러운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사촌 동생은 "내일모레 국사 시험인데, 그냥 포기하고 왔어. 역사는 왜 배워야 하는 걸까? 어차피 이렇게 달달 외워봤자 시험 끝나면 전부 까먹을 텐데"라고 푸념 섞인 말을 내뱉었다. 당시 필자는 "야, 나도 반에서 국사 꼴찌 했잖아. 뭐 이런 것도 유전되냐?"라는 싱거운 위로를 건넸는데, 이후로도 오랜 시간 역사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국사 시간에 선생님이 했던 말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라곤 "3.1운동이 언제 일어났어? 아이고, 아이고 1919년. 오케이? 외워!"(영어 대문자 'I'가 숫자 '1'처럼 생겼고, '고'라는 소리가 숫자 '구'(9)와 비슷하게 들리므로 이렇게라도 암기해 시험을 잘 보라고 알려준 팁 아닌 팁이다.)라는 우스갯소리밖에 없다. 필자는 '곰브리치 세계사'를 읽고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를 깨닫게 됐다. 역사를 알면 좋은 점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1+1이 왜 2인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이게 뭔 소린고 하면, 살면서 당연시 여겨왔던 것들이 왜 그렇게 됐는지를 설명해준다는 말이다. 종이를 뜻하는 영어 단어 '페이퍼'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이 역사책은 알려준다. 기원전 이집트인들은 나일 강 언저리에 자라나는 갈대 같은 풀인 '파피루스'로 책을 만들었다. 영어 '페이퍼'나 독일어 '파피어'는 '파피루스'에서 유래한 말이다. 두번째는 현재 우리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실마리를 준다는 것이다. 기원전 1370년경 파라오 이크나톤은 여러 신을 모시는 이집트의 종교에 반감을 품고 자신의 백성들에게 태양신 하나만을 경배할 것을 명령한다. 그는 옛것이라면 모두 반대하고 새로운 발상을 옹호했다. 오래된 사원을 모두 폐쇄하고, 궁전의 그림도 모두 새 양식으로 그리게 했다. 이크나톤이 죽자마자 이집트인들은 옛 풍습과 예술 양식을 되살렸고, 이집트의 다신 숭배 전통은 왕국이 멸망할 때까지 변함없이 유지됐다. 이 이야기에서 종교를 민족으로 치환해보면, 난민 이민자 배척 정책을 펴며 반지성주의를 증폭시킨 세계 지도자들의 정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지혜로운 말은 녹색의 보석보다 구하기 어렵지만 맷돌을 돌리는 가난한 사람에게서도 들을 수 있다." 5000년 전 한 이집트인이 파피루스에 적어 놓은 경구라고 한다. 461쪽. 1만7000원.

2021-08-05 14:16:13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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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에세이 '나는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르고 살았다'

[신간] 에세이 '나는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르고 살았다' 30년간 홍보전문가로 시간을 보내온 이종욱 작가가 에세이 '나는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르고 살았다'를 출간했다. 한 직장 한 부서에서 30년이라는 시간을 보내온 작가는 같은 일의 반복속에서 일상의 무기력을 이겨내고 유연한 소통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아 새롭게 출간한 에세이를 통해 공감의 메시지를 전한다. 오늘도 힘겨운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당신. 늦은 저녁을 먹고 나면 밀린 집안일과 미처 다 끝내지 못한 일거리가 기다리고 있다. 취미를 가질 여유조차 없다. 반복된 일상에 마음은 건조해지고 왠지 모를 공허함이 감도는 이때, 하루를 돌아보면서 만족할 수 있을까? 아무렇지 않게 흘려보낸 일상의 순간들이 어쩌면 내 인생의 행복을 찾아가는 이정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저자는 공유하길 원한다. 그리고 저자가 던진 화두는 잔잔한 끄덕임과 함께 내일을 다시 힘차게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 충전제가 된다. 이 책에는 소소하고 너무 익숙해서 미처 소중한 줄 몰랐던 일상의 의미가 숨어있다. 항공사 홍보실에서 근무하는 작가는 매일 아침 글을 쓰며 느낀 단상을 책 속에 담았다. 전 세계 어디든 취항지를 둔 항공사의 사무실 공간에서 쓰인 글들은 보통사람들을 위로와 희망이라는 종착지로 데려다준다. 책의 목차를 따라 흘러가다보면 어느새 특별해진 일상 속 여행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하루의 시작이 너무 바쁘거나 혹은 심하게 무기력하게 느껴지지는 않는가? 작가는 가장 먼저 맞이하게 되는 '처음'이라는 감각적인 주제로 새로움과 사랑을 표현한다. 그는 특히 '적정 운동량'에 대해 설명하면서 직장인에게 운동은 필수 아이템임을 강조한다. 호모사피엔스의 농경생활 삶부터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까지 아울러 언급하며 선택적 삶의 통찰을 보여준다. 여행은 다양성을 융합하는 용해제라고 그는 주장한다. 전 세계를 여행하며 다양한 경험을 한 저자는 그의 경험에 과학적 상식을 용해하고 융합시켜 때로는 단순하고 명쾌하게, 때로는 진중하게 생활 속 다양한 현상을 설명한다. 기운을 북돋우는 에너지를 저장하는 방법부터 다소 생소한 물리학의 '엔트로피(Entropy)' 원리까지 적용시키는 저자와의 소박한 대화는 교양까지 함께 쌓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2021-08-01 15:25:18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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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은 책과 함께] 음식물 쓰레기 전쟁 外

◆음식물 쓰레기 전쟁 앤드루 스미스 지음/이혜경 옮김/와이즈맵 전 세계에서 매년 버려지는 음식의 양은 14억톤이다. 이것의 금전적 가치는 1120조원에 달한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지구 상의 모든 인간이 먹고도 남을 만큼의 식량이 생산되지만 그중 3분의 1이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고 매일 8억명이 배를 곯는다. 소비돼야 할 음식이 버려지는 이유는 뭘까. '납품 기준에 비해 모양과 색깔이 부족해서', '유통기한이 애매하게 남아서', '1+1세일 때문에 먹지도 않을 음식을 구매해서' 등 다양하다. 미국에서는 매년 600억개의 커피 컵이 버려지고, 구매한 우유의 20%, 계란의 23%, 생선의 40%가 쓰레기로 변한다.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의 모범국으로 여겨지는 한국도 매년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으로만 22조원을 쓴다. 세상의 절반이 굶주리는데 음식의 절반이 버려지는 환경 범죄가 오늘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멀쩡한 음식을 버리는 데 익숙해진 사회에 던지는 경고장. 240쪽. 1만5000원. ◆무역 전쟁은 계급 전쟁이다 매튜 클라인, 마이클 페티스 지음/이은경 옮김/시그마북스 통상 무역 분쟁은 국익을 경쟁하는 국가 간 갈등으로 여겨진다. 책은 무역 갈등은 국내적인 문제로 인해 발생하며, 이는 노동자와 일반 퇴직자들을 희생시켜 부자의 이익을 도모한 정치적 선택의 결과라고 지적한다.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의 부자들은 천문학적인 돈을 긁어모았지만, 노동자들은 자신이 생산한 것을 살 여유가 없어졌고 더 많은 부채를 떠안게 됐다. 바로 이 부분이 무역 갈등의 시발점이라고 책은 분석한다. 저자들은 무역 전쟁을 종식시키려면 계급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악화된 불평등이 어떻게 세계 경제를 왜곡하고 국제 평화를 위협하는지 알려주는 책. 330쪽. 2만2000원. ◆최악을 극복하는 힘 엘리자베스 스탠리 지음/이시은 옮김/비잉 인간은 살면서 알게 모르게 정신적 상처를 입는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타인을 짓밟고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현대인은 더 많은 스트레스를 떠안게 된다. 그 결과 무기력증, 우울증, 강박증, 불면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과도하게 쌓인 스트레스가 트라우마가 돼 버린 것이다. 저자는 '인내의 창(window of tolerance)'을 넓혀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극복하라고 조언한다. 인내의 창은 인간이 외부 위협이나 자극을 견딜 수 있는 범위를 의미하며, 스트레스 수준을 조절하는 데 사용된다. 몸과 마음을 회복해 충만하고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내의 창' 넓히기 수행법. 704쪽. 2만6800원.

2021-07-29 14:37:47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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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은 책과 함께]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

진중권 지음/휴머니스트 올해 5월 서울문화재단이 발표한 '2020년 서울시민 문화향유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지난해 서울시민의 하루 평균 여가시간은 평일 3.6시간, 주말 6.5시간으로 2018년과 비교해 각각 12%(0.4시간), 8%(0.5시간) 증가했다. 여가시간이 늘어 사람들은 행복해졌을까? 동 조사에서 문화관심 집단의 문화예술 활동 만족도(26.6%)와 행복정도(6.4점)는 2018년 대비 각각 10.8%, 0.4점 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간 문화예술 관람활동이 불만족스러웠다고 답한 이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제한적인 상황'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이는 여가시간의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운다. 박물관, 미술관, 영화관이나 넷플릭스, 유튜브도 없던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사람들은 어떤 놀이를 하며 여가시간을 보냈을까?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주는 책이다. 책은 문자의 배열을 바꿔 암호화하는 '애너그램'을 비롯해 '주사위', '체스', '카드' 같은 게임과 '종이접기', '마술' 등 인류가 예부터 즐겨온 20가지 놀이를 소개한다. 책에 따르면 주사위 놀이가 본격적으로 행해진 것은 고대 로마 시대부터이다. 기원전 49년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말을 남긴 로마의 황제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주사위를 던져 운명과 한판 대결을 벌였고, 18세기 모차르트는 주사위 두 개로 작곡한 '음악의 주사위 놀이'라는 작품을 세상에 내놨다. 책은 '주사위 놀이처럼 완전히 우연적인 예술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미국의 추상화가 잭슨 폴록은 바닥에 캔버스를 펴고 막대에 공업용 페인트를 묻힌 뒤 이를 화포에 떨어뜨리는 '드리핑' 기법으로 그림을 그렸다. 마르셀 뒤샹은 1m 길이의 실 3개를 떨어뜨린 작품 '세 개의 실로 된 무늬'를 선보이기도 했다. 작품 가치가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이 예술가들의 창작물을 본 사람들은 '대체 이게 왜 그렇게 비싼 거야? 이 정돈 나도 하겠다'며 코웃음 친다. 책은 우연히 발생한 여러 경우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것이 예술의 과제이기 때문에 철저히 우연의 산물인 예술은 없다고 단언한다. 저자는 "합리성에 미쳐버린 현대 사회를 심판하기 위해 예술은 어리석어진다"며 "합리성의 추구가 광기로 치닫는 사회 속에서 현명해지려면 예술처럼 어리석어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373쪽. 1만5000원.

2021-07-29 13:32:54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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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책장] 김학수 금융결제원장이 추천하는 '디지털화폐가 이끄는 돈의 미래'

화폐의 유통·결제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는 금융결제원에 몸담고 있다 보니 자연스레 화폐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에 관해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특히 최근에는 ○○페이로 일컬어지는 각종 간편결제·송금서비스부터 지역화폐, 포인트 등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디지털화폐의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라나 스워츠는 책에서 이를 캄브리아기 대폭발(약 5억 년 전 지구상에 갑자기 온갖 생명체가 한꺼번에 출현한 시기)에 비유한다. 보통 돈이라 하면 가치척도, 교환수단, 지불수단, 가치저장수단 같은 경제학에서의 돈의 역할을 떠올리게 되지만, 저자는 버지니아주립대학 미디어학과 교수로서 돈을 경제학이 아닌 사회학적 관점에서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라 정의한다. 커뮤니케이션이 사람 간의 연결, 교환, 소통을 의미한다면, 이 같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도와주고 공통의 세계관으로 묶어주는 매개체가 바로 커뮤니케이션 미디어이며, 결제시스템은 대표적인 커뮤니케이션 미디어에 해당한다는 의미다. 미국의 대표적 금융기업인 아멕스나 웰스파고의 출발이 미 서부 개척시대에 동서부를 가로질러 금, 정화, 화물 등을 운송하는 통신 사업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최근 미국 MZ 세대를 중심으로 각광받는 모바일결제 앱 벤모가 지인 간의 거래내역 공유기능을 가미해 색다른 디지털 경험을 제공하는 소셜미디어 형태의 결제 서비스(우리나라에서는 미제공)라는 사실 등은 화폐가 본질적으로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라는 저자의 통찰력에 힘을 더해준다. 이 같은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는 기술발전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변모해왔다. 인쇄술이 발달한 시대에는 운송 및 우편시스템을 통한 지폐·우편환이, 전신기술이 발달한 시대에는 웨스턴유니언과 같은 전신송금이 주를 이루었고, 컴퓨터로 대변되는 통신 네트워크 발달은 비자·마스터카드와 같은 신용카드 거래 대중화를, 그리고 2000년대 이후 인터넷 보급, 스마트폰 도입은 페이팔, 스타벅스 결제 등 디지털결제 서비스 대중화를 이끌었다. 그리고 현 시점에서 저자는 돈의 세계가 매스미디어에서 소셜미디어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반적으로 매스미디어가 국가 등 단일 거래공동체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단방향의 공통된 경험을 제공한다면, 소셜미디어는 국경을 초월하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개인이 직접 참여하는 다양하고 새로운 경험과 정체성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저자는 다가올 돈의 미래에 대해 이 같은 커뮤니케이션 미디어의 변화방향에서 그 답을 찾는다. 즉, 다양한 거래공동체에 소속된 개인들이 자신의 거래정체성을 대변할 수 있는 복수의 화폐를 선택적으로 사용하게 될 것이고, 그만큼 다양한 유형의 화폐가 시장의 선택을 받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게 될 것이다. 이 같은 경쟁이 펼쳐질 미래에서는 정부가 발행하는 화폐 또한 시장의 선택을 받으려고 경쟁하는 여러 화폐 중 하나가 된다. 특히 저자는 주목할 만한 디지털화폐로 스타벅스, 항공 마일리지 등 민간기업의 리워드 프로그램이나 벤모, 구글페이 등의 소셜미디어 결제서비스를 언급한다. 디지털화폐의 미래에 대해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역사적으로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로써의 돈이 당대의 사회·경제·문화상을 반영하며 기술발전과 그 궤를 함께 하여 변화해온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앞으로의 지급결제는 커뮤니케이션 미디어의 발전과 함께 진화할 것이다. 특히 디지털화폐가 더 이상 단순히 결제서비스로 경쟁하기보다는 세계를 경험하는 방식을 두고 경쟁하게 된다는 점에서 기존 매스미디어 시대에서 소셜미디어 시대로의 패러다임 전환, 그리고 결제를 더 이상 별도의 분리된 경험이 아닌 디지털라이프 속에 녹여진 경험으로 받아들이는 소비자 변화를 고려한 서비스 접근이 중요해 보인다. 사회학적 프레임으로 돈의 역사, 의미 그리고 미래 화폐의 모습을 바라보는 도서인 만큼 인문학, 사회학, 경제학을 아우르며 다각적 측면에서 화폐 및 결제시스템을 이해하고 싶은 분들께 흥미로운 책으로 다가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2021-07-29 13:27:50 박태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