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통신]증권사의 맛집, 비효율의 미학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이 자주 출몰(?)한다는 식당에 갔다. 지난달 문을 연 NH투자증권의 팝업 레스토랑(운영 기간이 정해져 있는 레스토랑)인 '제철식당'이다. NH투자증권이 올해 새로 선보인 브랜드 슬로건인 '투자, 문화가 되다'를 홍보하기 위한 맛집 마케팅이다. 가게는 소담했다. 디귿(ㄷ)자 테이블은 주방에서 고객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 덕분에 차례로 나오는 네가지 코스요리는 적절하게, 적당한 온도로 눈 앞에 놓였다. 셰프는 새로운 요리가 나올 때마다 요리에 사용된 재료, 조리 방법 등을 꼼꼼하게 설명했다. 전국 농협에서 올라온 제철 식재료로 만든 요리다. 요리에 어울리는 술도 한 잔씩 했다. 점심시간, 달큰한 술과 따뜻한 음식들로 배를 채우니 '만족스럽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기자가 선택한 메인 요리는 토마토크림소스 베이스의 돼지고기 스튜였다. 주 재료인 돼지고기는 자연농법으로 키웠다고 셰프는 설명했다. 우리가 평소에 접하는 돼지고기는 대부분 공장식 사육시스템으로 생산된다. 철망을 둘러싼 시멘트 바닥에 돼지를 가둬놓는 식이다. 갓 태어난 아기 돼지의 이빨을 뽑고, 꼬리를 자른다. 이러한 환경에서 자라는 돼지들은 스트레스가 많아 서로 물어뜯기 때문이다. 자연농법은 반대다. 충분한 공간에서 돼지를 기른다. 돼지들은 톱밥과 흙이 깔린 돈사를 자유롭게 거닌다. 비료 역시 자연식이다. 이러한 돼지들은 이빨을 뽑을 필요도, 항생제를 맞을 필요도 없다. 하지만 비용도 높고 많은 돼지를 생산하지 못하니, 자본주의에 비춰보면 '비효율적'인 사육 방식이다. 아이러니하게 NH투자증권의 새로운 비전 역시 '비효율'을 표방하고 있다. 셰프가 적은 고객에게 집중하고, 시간을 들여 요리를 설명하는 제철식당 처럼 말이다. 사용되는 식재료 역시 다른 것보다 많은 땀과 노력이 베인 재료들이다. 증권사는 1bp(0.01%포인트) 싸움이 치열한 공간이다. 수 백 억원의 딜(deal)을 따내기 위해서는 경쟁자보다 0.01%포인트라도 낮은 수수료를 제시해야 하고, 고객을 선점하기 위해선 0.01%포인트라도 더 많은 수익을 약속해야 한다. 하지만 NH투자증권은 이 경쟁에서 한발짝 물러서기로 했다.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는 불안한 금융상품보다는 고객이 편안하게 투자할 수 있는 좋은 상품을 내놓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1%의 수익보다는 1%의 고객 만족을 더 추구하겠다는 약속이 제철식당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