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집중되는 특검..."내년 경제 어쩌나"
박영수 특별검사를 중심으로 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 특검'이 박 대통령과 대기업들 간의 뇌물죄 성립 여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 대기업들의 내년도 전망이 암담하기만 하다. 내년 경영계획을 내야하는 대기업들은 검찰 수사와 특검 준비로 정신이 없는 상태다. 기획재정부를 포함한 정부부처 역시 국정 마비로 인해 경제정책방향을 쉽게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가 미(美) 대통령으로 당선되며 글로벌 경제불확실이 높아진 상황에서 최순실 게이트, 대기업 수사 등의 악재로 인해 내년도국내 경제성장률이 2%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청년실업률 역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해 기업의 일자리 창출이 절실하지만 이마저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특검 목표는 대통령과 기업 '비선실세' 최순실(60·구속기소)씨 국정농단을 수사 중인 검찰은 약 3달에 걸친 수사기간동안 최씨를 비롯한 안종범 전 청와대 민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차은택 광고감독 등을 기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다만 대통령의 요구로 대기업이 내놓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이 '대가성'이 있는 지는 밝히지 못하고 특검에 수사를 넘기게 됐다. 박 특검이 대통령의 혐의 입증을 이번 특검의 중점 수사로 정한 만큼 기업들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기업에도 비상이 걸린 상태다. 이미 기업들은 내년도 사업계획보다는 특검수사에 더 집중하고 있다. 한 대기업 대관 담당자는 "특검에서 회사 뒤집어 놓으면 내년 사업이고 뭐고 없다"며 "이미 제기된 의혹도 많은 상태인데 우리는 최선을 다해 해명을 할 것이다. 현재 법무팀의 모든 역량을 특검 수사에 쏟고 있다"고 말했다. 박 특검이 지난 1일 윤석열 검사를 특검 수사팀장에 임명한 것 역시 기업수사를 염두해 둔 것 아니느냐는 분석도 나왔다. 두 사람은 과거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 론스타 주가조작 등의 수사에서 발을 맞춘 경험이 있다. 검찰 '특수통'으로 불리는 윤 검사는 2008년에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BBK 주가조작 의혹' 수사팀에 파견되기도 했다. ◆정체된 경제, 기업·관 타격 막심 지금쯤 내년도 경제정책을 준비해야 할 기획재정부는 추운 날씨처럼 싸늘하기만 하다. 지난달 2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신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으로 내정됐지만 국회의 '탄핵정국'으로 인해 인사청문회 일정도 아직 정하지 못한 상태다. 임 내정자를 대신해 수장 역할을 해야 하는 유일호 부총리 역시 임 내정자와 불편한 동거만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기재부 차관은 '최수실 게이트'에 연류돼 사실상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달 말 발표 예정인 경제정책방향이 예정대로 나올지도 의문이다. 기업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8일 8년만의 압수수색을 당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은 23일 또 다시 압수수색을 당했다. 내부사정이 좋을 수가 없다. 5일에는 현대기아차, SK, 롯데, 포스코 등을 포함한 8개 대기업 총수들이 국정조사 증인에 채택돼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인사를 내년 초로 미뤘다. 매년 연말 발표했지만 올해 검찰의 경영비리 수사에 이어 최순실 게이트까지 연류돼 인사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롯데의 채용 역시 기존처럼 활발할 수 없게 됐다. 롯데그룹은 올해 초 2018년까지 신입사원, 인턴사원을 포함해 2만4000여명의 청년을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 역시 발목이 잡힌 것이다. 이 같은 기업 현실은 청년실업률로 상승으로도 이어졌다. 본격적인 하반기 채용시즌임에도 지난 10월 기준 실업률은 외환위기를 겪은 1999년 수준까지 올랐다. 현재까지 실업률은 지속적으로 상승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