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압박에 올림픽 특수도 실종…식품업계 "비상"
식품업계가 고민에 빠졌다. 사정기관 합동 점검과 담합 수사, 세무조사가 동시에 진행되며 가격 인상 여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매출을 끌어올리던 올림픽 특수마저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다. 업계는 비용 절감과 사업 재편으로 버티는 '비상 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정부는 설 연휴를 앞두고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를 11일 출범시키고 설탕·밀가루 등 생활필수품을 중심으로 담합과 불공정 거래를 집중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원재료 가격뿐 아니라 유통 단계별 거래 구조와 시장 집중도까지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TF는 이재명 대통령이 먹거리 물가 점검을 직접 지시한 지 6일 만에 구성됐다. 이미 압박은 현실화됐다. 국세청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가공식품·생필품 제조·유통업체 103곳을 조사해 탈루 소득 3898억원을 적발하고 1785억원을 추징했다. 특히 주류·빙과·라면 업종에서만 약 1500억원이 부과됐다. 오비맥주는 판매점 리베이트 약 1100억원을 광고비로 처리한 정황이 포착돼 1000억원의 추징금을, 빙그레는 특수관계법인에 물류비 250억원을 과다 지급한 혐의로 200억원대 세금을 부과받았다. 검찰 수사도 이어지고 있다. 제분업체 7곳은 약 5년간 6조원 규모 밀가루 가격 담합 혐의로 기소됐고, 제당 3사 역시 약 4년간 3조2715억원 규모 담합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행정 제재와 부당이익 환수, 추가 과세까지 검토 중이다. 업계는 정부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부담을 호소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담합 단속 필요성은 이해하지만 원가 상승 환경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며 "단순 물가 억제 중심 정책이 반복되면 시장 왜곡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기업들은 가격 인상 대신 인하와 할인으로 대응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최근 설탕과 밀가루 가격을 평균 5% 안팎 내렸고 대한제분·사조동아원·삼양사 등도 4~6% 수준 인하를 결정했다. 그러나 원재료 가격 하락이 소비자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원맥 가격이 2022년 대비 22.6% 하락했지만 라면 가격은 7.4% 상승했고, 빵 물가지수도 19.4% 올랐다. 대두 가격 역시 41.3% 하락했지만 대두유 가격 하락폭은 19.2%에 그쳤다. 기업들은 인건비·물류비·에너지 비용과 환율 부담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수익성도 악화됐다. 식품업계를 대표하는 CJ제일제당의 영업이익은 15.2% 감소했으며, 빙그레·롯데웰푸드·오뚜기 등은 20~30%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매출 감소보다 비용 상승이 이익 악화의 원인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내부 긴축에 나섰다. 생산 공정 효율화, 원부자재 공동 구매, 저수익 품목 정리, 마케팅 비용 축소, 신제품 출시 속도 조절 등이 대표적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원가 부담이 높은 일부 맥주 제품(생맥주)을 단종했고, CJ제일제당은 비핵심 자산 유동화와 예산 제로베이스 재검토 방침을 밝혔다. 여기에 대형 스포츠 이벤트 특수까지 약해졌다. 지난 7일 개막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두고 업계에서는 "예전 같은 특수는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에는 국가대표 경기 당일 치킨·피자 배달 매출이 평소보다 20~30% 증가했지만, 최근에는 국민 관심 감소와 소비 위축으로 효과가 크게 줄었다는 분석이다. 종합편성채널 단독 중계로 시청 접근성이 낮아지고 주요 경기가 새벽 시간대에 편성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 기업 마케팅 참여도 눈에 띄게 줄었다. 이번 올림픽에서 적극적인 후원을 유지한 곳은 CJ그룹, 오비맥주 카스, 파리바게뜨 정도다. CJ그룹은 선수단 도시락 식재료 지원과 코리아하우스 홍보관 운영에 나섰고, 파리바게뜨는 전국 매장에서 응원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오비맥주 카스는 한정판 제품을 출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림픽 특수 기대감도 낮아진 상황에서 마케팅 비용 대비 효과를 확신하기 어려워 예산을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당분간 대다수 기업이 가격 인상 대신 비용 흡수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와 여론을 의식해 내부 비용 절감이 사실상 유일한 대응책"이라고 덧붙였다. /신원선기자 tree6834@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