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호의 龍虎相生 복지이야기] 돌봄통합지원법 안착을 위한 과제: 자치와 협력의 두 날개
집과 지역사회 중심의 새로운 돌봄을 추진하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돌봄통합지원법)'이 바야흐로 본격적인 시행의 닻을 올리고 있다. 병원이나 시설이 아닌, 살던 곳에서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이 법안의 취지는 시의적절하다. 그러나 제도가 현장에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단순히 예산이나 인력 확충을 넘어, '실질적인 지방분권'과 '성숙한 민관협력'이라는 두 가지 과제가 선결되어야 한다. 돌봄통합지원법은 본질적으로 철저한 지방분권을 전제로 한다. 서울 강남의 도심형 독거노인과 전남 해남의 농촌형 어르신에게 필요한 서비스는 결코 같을 수 없다. 대도시와 농어촌, 산업단지와 주거밀집지역은 인구 구조부터 의료 접근성까지 판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앙정부가 획일적인 지침을 내리기보다는, 지자체가 지역 고유의 여건에 맞는 '맞춤형 모델'을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할 때 비로소 제도는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자치 역량과 준비 상황을 살펴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통합돌봄이 성공하기 위해 필수적인 중앙의 권한 이양과 지방의 자율성은 여전히 미흡하기 때문이다. 우선, 중앙정부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중앙 부처는 지방의 자율성을 강조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예산 배분과 사업 승인, 그리고 성과 평가 등을 수단으로 지자체를 통제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재정 지원을 근거로 제시되는 각종 세부 지침들은 지자체의 운신의 폭을 좁힐 우려가 있다. 정책의 큰 그림과 표준은 중앙이 제시하되, 실행의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지방에 재량을 부여하는 유연성이 요구된다. 지방자치단체의 자세 또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인천광역시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는 중앙정부의 눈치를 보며 책임을 미루는 이른바 '핑퐁 게임'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지역 특성에 맞는 혁신적인 모델을 고민하기보다는, "중앙정부가 더 자세하고 구체적인 지침을 내려달라"고 외치는 현상은 지방자치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중앙의 하달만 기다리는 수동적 태도에서 벗어나, 지역 주민의 삶을 책임지겠다는 주도적인 의지가 절실하다. 무엇보다 제도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의 관계를 수직적 관리 구조에서 수평적 협력 구조로 재편해야 한다. 그간 관(官)은 재정과 지도·감독권을 독점하며 민간 공급자에 대해 우월적 지위, 즉 '갑(甲)'의 위치에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통합돌봄은 공무원의 힘만으로는 결코 완수할 수 없는 과제다. 요양기관, 병원, 복지관, 사회적 경제 조직은 물론 보건소와 치매안심센터 등 지역 내 다양한 공공 및 민간 공급 주체들이 적극 참여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이제 공무원들은 권한과 권력에 의존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내 다양한 기관 및 공급자들과 우호적이고 신뢰 깊은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민간을 관리의 대상이 아닌, 동등한 파트너로 존중하는 자세가 필수적이다. 민간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협력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네트워킹 리더십'을 발휘해야 통합돌봄의 실적을 도출할수 있다. 이처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공무원들이 다양한 현장의 공급 주체와 적극적으로 소통하여 지역 맞춤형 모델을 만들어내도록 독려해야 한다. 지방분권은 중앙의 권한을 지방으로 나누는 것을 넘어, 관(官)이 가진 권한을 민(民)과 함께 나누고 소통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공공이 먼저 손을 내밀고 민간과 수평적으로 협력할 때, 돌봄통합지원법은 비로소 국민의 삶을 지키는 든든한 울타리가 될 것이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넥스트케어(돌봄혁신허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