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CEO와칭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오피니언>칼럼
기사사진
[연윤열의 푸드톡톡(Food Talk Talk)] 섭씨2도(2℃)와 금(金)사과

2022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식품소비행태 통계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과일의 순위는 사과, 수박, 참외 순서로 지역을 불문하고 사과가 단연 인기 과일이다. 서양 속담에 '사과가 빨갛게 익으면 의사는 파랗게 질린다'라는 속담이 있다. 잘익은 사과는 건강에 좋다는 뜻이다. 사과나무는 지구상에서 가장 넓게 퍼져 있는 과일나무중 하나로, 이름이 알려진 것만 수천 종에 이른다. 올해처럼 사과값이 비싼 해도 없었다. 19세기 미국에서는 옥수수(Corn)와 식용 돼지(Hog)의 생산량과 가격이 일정한 주기를 두고 등락을 거듭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일정한 시차를 두고 옥수수와 돼지의 생산량과 가격이 등락을 거듭하는 것을 '콘 호그 사이클(Corn-Hog Cycle)'이라고 부른다. 올해 가격이 높으면 내년에도 계속해서 높을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만들어 낸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상품 가격의 상승은 수요보다 공급량이 적기 때문에 나타나는 마켓의 논리다. 농산물은 흉년이 들어 공급량이 감소하면 가격이 폭등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풍년이 들어 농산물의 공급이 증가하면 가격은 폭락한다. 이는 가격의 변화에 수요량이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농산물의 비탄력적 특성 때문이다. 농산물의 생산량이 30% 감소했을 경우 가격은 30%만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50% 이상 폭등하기도 한다. 반대로 생산량이 30% 증가하면, 가격은 30%만 하락하는 것이 아니라 50% 이상 폭락할 수도 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농산물 중에서도 신선도 유지가 관건인 채소와 과일의 경우, 풍년이 들어 재배량이 많아지면 생산자 입장에서는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처분 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급락한다. 반대로 흉년이 들어 재배량이 감소하면, 농산물을 재배해서 수확하기까지의 기간 때문에 재배량을 바로 늘리지 못해 가격이 급등한다. 이처럼 농산물은 수요와 공급 모두에 대해 가격이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가격 파동이 자주 일어나는 것이다. 1985년경 지구과학자들은 빙하코어 연구를 통해 지구의 평균온도가 지난 10만년 동안 1800년대의 지구 평균온도보다 '2도' 이상 올라간 적이 없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즉 '2도' 이상의 온도상승은 현대인도 작물생태계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다. 더구나 단기간 동안의 '2도'라는 온도상승은 어떤 위험을 초래할지 그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는 의미가 된다. 1971년 창설된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이상기후로 지난 5년 동안 한반도에 발생한 기후 재앙으로 2022년 동해안 대형 산불로 서울시 면적 3분의 1 산림 피해, 2020년 54일 동안 역대 최장 장마로 42명이 사망했거나 실종, 2018년 111년만의 살인적인 더위와 폭염으로 약 315만 마리의 가축이 폐사했고 28명이 사망했다고 밝히고 있다. 2015년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은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시기와 비교하여 '2도' 이상 높아지지 않도록 하고 가능한 1.5도 이하로 관리하기로 전 세계가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6차 보고서'에서 기후위기와 관련한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발표하였다. IPCC는 보고서에서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유지하려면 (수행해야 할) 과제의 규모가 더 커졌다"고 밝혔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면서 지금까지의 감축 계획은 기후변화를 해결하는데 불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세계 각국이 발표한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토대로 한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면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이 이번 세기 내 1.5도를 넘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각국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상향하지 않고 이후에 배출량이 늘어나면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이 2100년까지 평균 2.8도(2.1~3.4도)에 달할 것이란 예상이다. 기후변화의 영향과 심각성에 대한 강력한 경고메시지로 보아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을 통한 인간의 활동이 지구온난화를 초래한 것이 명백하다'고 발표한 점은 매우 중요하다. 인간이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주된 방식은 온실가스 배출이다. 배출량뿐 아니라 증가 속도 역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사과 가격의 인상요인은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기후변화라고 할 수 있다. 사과는 서늘한 기온에서 잘 자라는 과일이다. 농촌진흥청에서는 2100년에는 강원 일부에서만 사과를 재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실제 경북 사과 재배면적은 1993년 보다 지난해 44% 줄었다. 같은 기간 대구 지역은 5분의 1수준으로 감소했다. 올해 사과가 유독 비싼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온이 오르면서 개화 예정일보다 개화가 빨리 시작되면 겨울동안 영양분이 부족해진 나무가 회복할 시간적 여유 없이 개화가 진행되어 나무의 면역력이 약해지고 병충해의 피해가 심해진다. 또한 꽃이 핀 후 갑자기 기온 저하로 인해 서리가 내리거나 기온이 떨어지면 꽃들이 냉해를 많이 입는다. 꽃이 빨리 개화하면 벌들의 활동시기와도 달라져 개화 기간이 짧아져 수정에 문제가 생긴다. 경북지역에서는 벌대신에 드론으로 사과 꽃이 만발한 과수원 위로 꽃가루를 섞은 물을 뿌려 인공 수분작업을 시도 하기도 하였다. 사과값의 살인적인 폭등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섭씨2도(2℃)를 저지선으로 하는 넷제로(NET ZERO)온실가스 감축에 전세계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연윤열 (재)전남바이오진흥원 식품산업연구센터장

2024-05-01 11:11:48 윤휘종 기자
기사사진
[한용수의 돌직구] 의대 증원의 나비효과

이과 최상위권 학생들이 지원하는 의대에는 앞으로 차상위권 학생들도 몰릴 전망이다.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이 최소 1500명 이상 대폭 증원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합격점수 하락의 기대심리가 높아지고 있다. 치대와 한의대 약대 지망 학생의 의대 도전은 물론 반수생과 재수생, 졸업 후 취업한 직장인들까지 의대 진학에 도전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입시업계에서는 의대 모집정원 증가만큼 수능 주요과목 점수가 어느 정도 떨어질 지 추정한다. 특히, 의대 증원 규모별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 이른바 SKY 이공계 학생 중 의대 지원가능 학생 비율을 제시하기도 한다. 가령, 의대 정원이 2000명 증가하면, 이들 중 78.5%까지 의대 지원 가능권이라고 한다. 올해 교대 입시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6등급을 받은 수험생도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수능 1~2등급 수험생이 입학하던 것과 비교하면, 교대 입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크게 낮아진 것이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4학년도 정시모집 합격선을 공개한 전국 9개 교대 수능 합격점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합격자 중 수능 6등급이 있었고, 4과목 수능 평균은 3.88등급까지 내려갔다. 주요 과목인 국어·수학·탐구 백분위 합산 점수가 무려 22점까지 크게 낮아진 대학도 나타났다. 반면, 교대의 정시경쟁률은 최근 5년 사이 가장 높았다. 수시모집에선 지원자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거나 상위권 중복 합격자의 이탈 등에 따른 수시모집 인원의 정시 이월도 대량 발생했다. 서울교대의 경우 수시모집 정원 10명 중 8명을 뽑지 못하고 정시로 이월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이월 인원이 두 배 이상 상승한 수준이다. 교대 입시 경쟁률이 크게 상승했지만, 합격점수가 일제히 하락하면서, 교대 합격점수 하락의 기대심리가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입시 전문가들은 2025학년도 교대 모집정원이 축소되지만 합격선 상승으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과는 의학계열 쏠림 현상으로, 교대는 문과 상위권 학생들의 기피로 합격선이 내려가는 등 대입의 새로운 판이 짜여지는 모양새다. 특히, 문이과 통합이 강화되면서 이런 대입 환경의 변화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수능이 문이과 구분 없이 통합수능으로 치러진 2021년 이후 문이과 구분은 약화되는 추세다. 2025학년도 대입전형시행계획을 보면 건국대, 경희대, 광운대, 동국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양대 등 17개 대학이 의대 등 이공계열 수능 선택과목 응시자격 조건을 폐지한다. 대학별로 이과 학생을 우대하는 가산점을 주는 변수가 있지만, 문과생이 이과를 지원하고, 반대의 경우도 가능해진다. 수능의 문이과 구분이 아예 없어지는 2028학년도 대입부터는 학생들의 진로나 대학의 계열, 학과 구분 없이 점수가 높은 수험생이 상위 대학이나 학과에 진학할 가능성이 매우 커질 전망이다. 이러면서 대입의 예측 가능성은 크게 낮아지고 학원가의 입시컨설팅과 사교육 의존은 더 커질 수 있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처럼 사소한 사건이 추후 예상치 못한 엄청난 결과나 파장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지금 나타나고 있다.

2024-04-29 16:43:19 한용수 기자
기사사진
[임경수 교수의 라이프롱 디자인] 단양역에서

상진교를 지나자 한달음에 단양이었다. 차창 밖에는 봄새 개나리가 물들고, 검붉은 바위 사이로 어린 소나무들이 달려와 포옹하려 하였다. 암벽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강물처럼 떠들고, 자유로운 발견들을 생각하며 나는 가벼운 발걸음을 단양역에 내딛었다. 아름다움은 인식되는 곳에 있다고 했던가. 에릭 와이너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가 어느새 '퇴계 익스프레스'로 빙의한 사이, 단양역은 관심 기울이기를 연습하는 평생학습의 장이 되었다. 대합실을 나와서 작은 광장의 한 귀퉁이에 놓인 시비(詩碑) '팔경가에서', 단양의 조남두 시인은 '퇴계 선생 기침소리'를 산골짜기의 바람소리, 정신의 어지러움에 비유하여 새겨 놓았다. 단양에서 짧은 기간 군수로 지냈던 퇴계 선생은 평생 동안 학습하며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기쁨이 솟아나고 눈이 열렸다'고 하였다. '오래 두고 책을 읽고, 학습하니 점차 의미를 알게 되어 마치 들어가는 길을 얻은 것 같았다'고도 하였다. 지금은 단양역 광장에서 저 멀리 한 눈에 들어오는 만천하 스카이워크의 꼭대기에 퇴계 선생의 기침소리가 걸려 있는 듯하다. 단양역에서 곧바로 시루섬이 보이지는 않았다. 퇴계 선생의 후대 군수로, 지금은 군민들이 직접 선출한 김문근 단양군수의 '시루섬, 그날'의 충격을 감수하려면, 그 섬을 직접 보지 않고는 알 수 없었다. 시루섬은 1972년 사흘간 폭우로 물에 잠긴 지 오래됐지만, 그 때 198명의 주민들이 6m 높이 지름 5m의 물탱크에 올라가 14시간을 버텼던 기적은 지금까지 모두 생환되었다. 50년이 지나고 단양중학교 학생 198명이 똑 같은 지름의 면적에 올라타는 실험을 했다. 이렇게 단양은 '함께 살기 위한 학습'의 고증이 되었다. 단양역에서 버스를 타고 읍내로 가는 것은 단양강을 따라가는 물길 여행이었다. 혹시나 단양쑥부쟁이를 볼 수 있을까? 야생화 칼럼리스트 김인철은 강원도 봉평에서 대화까지가 메밀꽃의 달빛 소나타라면 충북 단양에서 여주까지는 단양쑥부쟁이의 보랏빛 월광이라고 했다. 다시 가을이라면 단양강에 지천인 쑥부쟁이를 따라가다 도담삼봉을 만나겠지. 거기서 조선의 개국공신 정도전이 유년의 학습을 하면서 삼봉이라는 호를 얻게 되었고, 1890년엔 영국의 여행가 이사벨라 버드 비숍(Isabella Bird Bishop)이 조선기행의 학습을 하면서 도담봉을 사랑하게 되었는지를 알게 되겠지. 루소가 '세계는 여자의 서적이다'라고 했던 것처럼 말이다. 버스는 단양읍내에 멈추었다. 구경시장을 한참 기웃거리다가 단양군평생학습센터를 향했다. 벌써 많은 인생작품들이 테이블 위에 전시되어 있었고, 학습자들의 눈빛은 삶의 이야기를 회상하느라 분주했다. 3D프린터로 생활작품을 만드는 평생학습 프로그램. 단양의 토종벌 소초광이 3D 프린팅으로 실현되고, 쌀을 담는 터보깔때기에서부터 악어안경 받침대까지 그야말로 인생의 걸작들이다. 그렇게 단양은 여행이 되고, 여행은 학습이 되었다. 포퍼의 말처럼 '모든 형태의 자유 중 가장 고귀한 자유는 지적 자유'이지만 그것은 단양을 여행하면서 누릴 수 있다. /임경수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수/성인학습지원센터장

2024-04-29 11:10:27 윤휘종 기자
기사사진
[여지윤 변호사의 부동산 세상] 건물주와 PM 간 손해배상 책임 판단 기준

분당구에 있는 한 건물의 1층 주차장 천장에 화재가 발생해 건물 전층의 내부와 외벽 일부가 불에 탔습니다. 그런데 이 화재로 인접한 다른 건물 벽면까지 불이 옮겨 붙는 바람에 그 건물의 내부까지 손상됐습니다. 화재원인은 '주차장 천장의 전기배선의 하자'로 인한 것임이 밝혀졌습니다. 화재가 난 건물 소유주는 부동산 자산관리회사와 위탁계약(PM계약, Property Management)을 체결하고 건물의 운영·유지 관리 등의 업무를 위탁한 상태였습니다. 이 경우 불이 옮겨 붙은 다른 건물 소유자는 민법 제758조 제1항상의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상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건물 소유주는 건물주와 위탁관리회사 중 누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을까요? 원칙적으로 공작물의 '점유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민법 제758조 제1항).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인해 타인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은 제1차적으로 공작물을 직접적·구체적으로 지배하면서 사실상 점유·관리하는 공작물의 점유자에게 있다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점유자가 '손해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하였음'을 입증함으로써 면책될 때에 비로소 제2차적으로 공작물의 소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게 됩니다(대법원 1993. 1. 12. 선고 92다23551 판결 참조). 위 사건에서 피해를 본 인접건물 소유자는 화재가 발생한 건물 소유자를 '직접점유자', 그와 PM계약을 체결하고 건물의 운영·유지 관리 등의 업무를 위탁받아 용역을 제공해온 자(甲)를 '공동점유자'라고 보고 이들 모두에게 공작물 '점유자'로서의 책임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제1심, 제2심은 물론 대법원은 모두 "건물 소유자는 직접점유자에 해당해 공작물 책임을 부담하나, 甲은 '점유보조자'에 해당해, 공작물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민법 제758조 제1항에서 말하는 '공작물 점유자'라 함은 공작물을 사실상 지배하면서 그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공작물을 보수·관리할 권한 및 책임이 있는 자"를 말합니다(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다23741 판결 등 참조). 1심 법원은 "甲은 빌딩 주차장을 사실상 지배한 자이기는 하나, 이는 소유자의 점유를 돕기 위한 것에 불과하고, 주차장의 설치, 보존상의 하자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이를 보수, 관리할 권한 및 책임의 귀속주체는 건물의 소유자에게 있다"고 본 것입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1. 10. 선고 2016가합544462 판결). 2심 법원 및 대법원 역시 "甲은 점유보조자의 지위에 있을 뿐이어서 '공작물 점유자'의 지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0. 7. 24. 선고 2020나2010327 판결, 대법원 2024. 2. 29. 선고 2020다261509 판결). 그러나 언제나 위탁관리계약에 따른 시설관리자에게 점유자로서의 공작물 책임이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시설관리자가 직접 용역업체를 선정하고 용접작업에 대한 감독의무를 부담했는데, 용접 과정에 필요할 시설의 미설치 등의 보존상의 하자가 있었던 사안의 경우에는 그로 인해 발생한 화재에 대해 점유자로서의 공작물 책임이 인정된 바도 있습니다(대법원 2013. 10. 24. 선고 2012다76393 판결,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2다12924 판결).

2024-04-28 11:37:13 신하은 기자
기사사진
[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235>지구를 지키는 와인습관

'지구의 날' 주간이니 고민해본다. 와인 소비자 한 명, 한 명의 행동이 환경에 의미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답은 '예스(Yes)'다 .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이 변하면 와인을 만드는 사람들이 바뀔 수밖에 없다. 특히 와인도 포도재배부터 양조, 맛까지 기후 변화에 따른 위협을 받고 있다. 거대담론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면 내가 좋아하는 와인을 지키기 위해 바뀌어야 한다고 마음먹으면 된다. 먼저 와인을 고를 때다. 친환경 마크를 찾아라. 미국 와인이라면 CCOF, EU는 녹색 별을 잎 모양으로 만든 로고, 프랑스라면 AB 또는 'Ecocert', 이탈리아는 'Ecogruppo' 등이다. 합성 살충제나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으로 재배한 포도로만 만들었다는 의미다. 여기에 승인된 재료만 사용하고, 아황산염을 첨가하지 않았다면 '유기농(Organic) 와인'이라고 표기할 수 있다. '바이오다이나믹 와인'이라고 써있다면 유기농 농법은 물론 자생적인 생태계로 조성된 포도밭에서 자란 포도를 사용했고, 설탕이나 산 등을 첨가하지 않고 자연 효모 등으로 와인을 양조했다는 의미다. 친환경 인증이 아예 일반화된 지역의 와인을 고르는 것도 방법이다. 뉴질랜드의 경우 포도밭의 96%가 지속 가능성 인증을 받았고, 와인의 90% 이상이 친환경 인증을 받은 와이너리에서 만들어진다. 미국에서는 소노마 카운티가 샤르도네와 까베르네, 소비뇽 블랑, 피노 누아, 시라 등을 키우는 포도밭의 약 99%가 지속 가능성 인증을 받았다. 소노마 카운티 지속 가능성 로고가 붙어있다면 사용한 포도 가운데 최소한 85%는 인증받은 포도를 썼다는 얘기다. 가능하다면 더 가벼운 병을 골라 집자. 와인 한 병의 일반적인 용량은 750㎖다. 더 가벼워지려면 와인병의 무게가 덜 나가야 한다. 유리는 와인을 장기적으로 보관하고 숙성하기 위해서 가장 좋은 소재였지만 와인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주범이었다. 와인 소비자들이 묵직한 와인을 더 좋은 와인이라고 생각한다는 조사결과도 있었지만 그런 고정관념은 버릴 때다. 지속가능한 와인 라운드테이블(SWR)은 와인병의 경량화를 위해 2026년 말까지 병의 평균 무게를 25% 줄이도록 하는 협졍을 발표하기도 했다. 아예 유리병을 포기할 수 있다면 더 좋다. 캔와인이나 백인박스(BIB) 포장 와인 말이다. 국내에서도 3리터나 5리터 등 대용량으로 나온 BIB 와인을 구할 수 있다. 대체 소재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페트병이나 알루미늄병, 심지어 종이로 만든 병에 와인을 넣는 와이너리들도 생기고 있다. 유리병과 비교하면 80%나 무게가 덜 나간다. 와인 쇼핑을 가면서는 전용백을 미리 준비하자. 쇼핑백 하나 줄이자고 하는게 아니다. 깨질세라 와인병을 싸고 또 싸는 에어캡 사용도 줄일 수 있다. 와인애호가라면 이제 와인 한 잔도 지구에 최대한 친절한 방식으로 마셔보기다.

2024-04-25 16:26:45 안상미 기자
기사사진
[신세철의 쉬운 경제] '대파 소동'에 대한 단상

사과가 건강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소비가 늘어나고 기후급변으로 수확량은 줄어들어 가격이 크게 오르자, 귤 바나나 같은 대체 과일값까지 올랐다. 일상생활과 밀접한 체감 물가가 오르다 보니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까지 높아졌다. 사실 농산물처럼 공급요인에 의한 인플레이션은 재정·금융정책으로 해결 불능이고 수입이나 다음해를 기다릴 밖에 없다. 재정을 풀어 보조금을 지급하면 새로운 문제를 야기한다. 여기저기 튀어 오르는 생활물가를 '두더지 잡기'식으로 억누르는 대책은 한계가 있고 부작용이 더 클 수도 있다. 급기야 대통령이 직접 나서 "대파 한 단에 875원에 사는 방법도 있다"는 대파 소동이 22대 국회의원 선거의 큰 변수로 작용하는 소란이 벌어졌다. 참모들은 대통령에게 대파나 좁쌀 가격보다 전체 물가동향을 사실대로 보고하고 실현 가능성 있는 대책을 세워 민심을 안정시켜야 했다. 사실이지, 21대 대통령 취임 초기인 2022년보다 2년이 지난 2024년 현재, 물가는 그래도 안정되는 모양새다. 특히 향후 물가 추세를 가늠할 수 있는 근원물가(core inflation)는 평탄하지 않더라도 안정 추세다. 물가 불안심리를 잠재우려면 개별 품목이 아닌 분야별 물가 흐름을 바로 알리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 "중간도매상이 20%가량이나 중간 마진을 챙긴다."는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했다. 자칫하다 잠꼬대로 보일 수 있는 홍보에 힘을 쏟다가 반찬에 들어가는 양념인 '대파 파동'을 일으켜 시민들에게 피로감을 안겼다. 어쩌면 '대파 소동'은 이미 예고되어 있었는지 모른다. 부산 엑스포 유치를 앞두고, 유치가 확정된 듯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관계자들은 미소를 지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애당초 상대가 되지 않는 게임이었다. 원님이 딴 곳으로 행차했는지 모르고 북치고, 꽹과리 치며 어깨춤만 춘 셈이다. 투표권을 가진 나라에 개최 당위성을 정성들여 설명하기보다 엉뚱한 축제를 벌여 한국인들만 들뜨다 실망했다. 시간과 예산을 허공에 쏟아붓고도 책임지는 인사가 없으니 같은 사태가 어찌 아니 반복되겠는가? 허명만 추구하다가는 문제가 내연하다 어느결에 불거질지 모른다는 교훈이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국제정세에서 통수권자가 대파 가격까지 일일이 참견해야 한다면 산적한 나랏일을 어떻게 통할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까? 대파 가면을 쓰고 의기양양하며 "정권이 좌파도 우파도 아닌 대파 때문에 망할 것이다"라며 딴지 거는 모습을 보면서 좀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지도자다운 지도자를 꿈꾸려면 앞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큰 농산물 가격 파동 재발 예방책으로 승부를 가려야 했다. "투표장에 대파를 들고 들어갈 수 없다."는 선관위 조치는 하찮은 '대파 소동'을 가열시켜 관권 개입이라는 어리둥절한 논쟁을 자초하고 웃음거리가 되었다. 유권자들은 방향감각을 제대로 잡기가 쉽지 않았다. 오늘은 비싼 대파를 사정없이 듬뿍 넣어주는 육개장집에서 점심 약속이 있다.

2024-04-25 09:28:08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이정희 大記者의 西村브리핑] 이복현 금감원장이 지금 해야할 일

건설 경기가 올 들어서도 계속 나빠지면서 경기 회복의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어렵게 워크아웃 결정이 난 태영건설 파동 이후에도 계속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에다 쌓이는 미분양, 가중되는 금리 부담의 3중고로 건설업계 위기감이 크다. 개발·시행 사업은 중단되다시피 했고, 지방은 상황이 훨씬 나쁘다.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절규까지 들린다. 건설업계의 어려움은 지난해부터 계속 불거졌다. 약 2만 개인 종합건설사 중 2347곳이 지난해 문을 닫았다. 2021년과 2022년에도 각각 1736곳, 1901곳이 폐업했을 정도로 건설업계 개별회사의 부침은 늘 있었지만 지난해 이후 눈에 띄게 나빠진 것이다. 그런데, 왜 건설사들만 부도가 날까? 건설사들과 함께 PF 사업에 뛰어든 금융회사 중에 부도난 곳이 하나라도 있을까? 없다. 신용경색에 몰린 곳이 있을까? 없다. 왜 그럴까? 대한건설협회와 건산연이 국내 중소 건설사(시공능력평가액 40~600위)의 '부동산 신탁사 참여 PF 사업장 현황 분석'을 보면 금융회사나 기금으로 구성된 신탁사가 참여한 총 70개 사업장 가운데 62곳이 채무 인수 약정을 체결했다. 정해진 기간내에 책임 준공을 하지 못하면 중소건설회사에게 대주단의 채권을 인수하라는 계약이다. 이런 불공정한 계약이 있을까? 책임 준공을 못하는 사유가 시공사만의 책임일까? 시행사나 대주단이 공사 대금을 제때 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각종 민원으로 공사가 지연될 수도 있고, 땅속에 어마 어마한 암반이 있을 수도 있다. 건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올라 주어진 건축비로 도저히 완공을 못하는 경우도 많다. 건설사가 통제하지 못하는 요소들이 엄청나게 많은데, 이걸 모두 건설사 책임으로 돌린다. 혹시 하자라도 발생한다면 건설사에게 일방적인 책임을 강요한다. 불공정계약이 남발하고 있다. 이런 몹쓸 짓을 리스크 관리란 명목으로 금융회사들이 앞장서 하고 있다. 불공정계약에 따른 구조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 채무 인수 리스크에 쓰러진 건설사가 속출한다. 올 들어서 시공능력평가 순위 100위권 중견 건설사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 당장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책임준공관리형(책준형) 사업장도 전국에 100곳이 넘는다고 한다. 그러니 PF 위기론이 가라앉지 않는다. 금융회사는 수백 개다. 정부로부터 인허가 특혜를 받은 소수의 회사만이 제한된 경쟁을 하며 산업의 동맥 역할을 하도록 되어 있다. 건설사는 각종 협회에 등록된 회사만 수만 곳이다. 완전경쟁시장이다. 관련 종사자는 무려 수백만명이다. 경제에서 차지하는 건설의 기여와 역할을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비가 올 때 우산을 뺏지 않는 것'이 금융사들의 도덕적 가치인데도 불구 금융사들은 왜 이런 얌체 짓을 할까?. 인센티브에 눈이 멀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이성을 추구하기 보다는 이익을 따른다. 누가 인센티브를 받아갔을까? 경영자인가 실무자인가? 인센티브를 보면 이번 사태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분명해진다. 돈을 많이 벌어 금융업이 건실해지는 것이 이 사회가 요구하는 금융의 역할이 아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만 봐서는 안된다. 금융이 산업을 활성화시키는 지, 좀 먹고 있지는 않은 지 살펴야 한다. 경제가 원활히 돌아가도록 금융이 올바른 역할을 하는 지 감독하고 질서를 바로 잡아야 한다. 전후방 효과가 특별히 큰 건설산업 특성상 건설 생태계가 다 무너지지 않도록 선량한 금융감독 정책이 필요한 때다.

2024-04-25 09:18:48 이정희 기자
기사사진
[이수준의 부동산수첩] 분양가 상한제의 경제학

서울의 로또청약에 대한 뉴스는 부동산 경기를 타지 않는다. 아파트에 당첨되자마자 주변시세에 비해 수억씩 이득을 보는 로또청약의 이유는 분양가 상한제 때문이다. 수요와 공급이 만나 자연스럽게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시장의 원리인데, 분양가 상한제는 가격을 시세보다 훨씬 낮추어 놓고 거래를 시작하게 된다. 물론 이는 새집을 싸게 팔면 집값이 내려가고 투기가 억제될 것이라는 의도이다. 가격이 시세보다 싸면 당연히 경쟁률이 치솟는다. 그래서 몰려드는 손님들 중 주택소유 여부, 부양가족 수 등을 따져서 누가 더 새집이 급한지 '선정'해야 한다. 경제적 형평성이 아닌 사회적 형평성으로만 보면 괜찮은 방법이다. 문제는 공급이다. 공급에 활약을 해줘야 할 건설사나 개발업자의 입장에서 분양가상한제는 큰 걸림돌이다. 어떤 제화든 공급자가 가격표를 내걸고 안 팔리면 스스로 가격을 낮추기 마련인데, 그 가격을 국가에서 정해버렸다. 생산자가 사업을 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제한되면 사업 의지가 확 꺾이게 된다. 가격을 떠나서 원활한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가령 어느 해 마늘이 흉작이어서 가격이 폭등했다고 치자. 이 소식이 퍼지면 다른 작물을 농사짓는 농부들까지 앞다퉈 마늘을 심게 된다. 마늘의 생육 기간은 불과 수개윌이기 때문에 가격은 금세 안정된다. 공장에서 생산하는 다른 물건들도 그런 경우가 많다. 생산설비를 늘리고 인력의 고용과 양성이 쉬운 경우, 가격이 올라도 금방 다시 안정된다. 이러한 상품들을 경제용어로 '공급이 매우 탄력적'이라고 표현한다. 몇년 전 경기 북부 지역에 심각한 수해가 있었다. 당시 인근 소도시에 집집마다 막힌 하수구를 뚫는 배관공들이 호황을 맞았다. 평소 수리비용에 비해, 그해 물난리 직후 수리비가 많게는 다섯 배 까지 올랐다고 한다. 결국은 해당 지자체에서 칼을 빼 들었다. 일정 가격 이상을 받는 배관공들은 제보를 받아서 단속하기로 한 것이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까? 물론 배관공들이 생업을 멈추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들의 활약이 다급한 시기였음에도, 업체들의 처리 건수가 평소보다 그다지 늘지 않았고 작업 성과도 상당히 떨어졌다. 그때 만약 지자체에서 배관공의 수리비를 규제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배관 출장수리와 같은 품목은 '공급이 매우 탄력적'인 상품이다. 우리나라는 전국 어디라도 이동하는데 하루가 채 걸리지 않는다. 수리비가 평소의 다섯 배라는 소문이 전국에 퍼지면, 아마 상당히 먼 도시의 기술자들까지도 장비를 챙겨서 몰려왔을 것이고 자율 경쟁을 통해서 수리비도, 수해로 인한 다급한 상황도 곧 안정되었을 것이다. 아파트는 흔히 이러한 재화 중에서 공급이 가장 '비탄력적'이다. 배관공이나 마늘 농사처럼 가격이 올랐을 때 단기간에 공급을 늘릴 수가 없다는 것이다. 신규 택지를 개발하는 것은 물론이고 재개발, 재건축의 경우 조합설립, 행정업무에만 짧아도 수년이 걸리며, 공사가 완료되기까지 다시 수년이 걸린다. 지금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하는 곳은 강남3구와 용산구이다. 어떤 면에서는 강남과 용산에 이미 집을 가진 '기득권' 세력들에게 분양가 상한제가 이 어려운 시기에 집값을 지지해주는 든든한 동력이 될 수도 있다. 이 사실을 상당 수 정치인들도 물론 알고 있을 것이다. 해당 지역들은 전통적인 보수정당의 텃밭이기도 한데 분양가 상한제에 대해서만큼은 극렬히 저항하지 않았다. 간혹 어렵게 재건축이 성사되었을 때 청약 경쟁률이 수십대 일 까지 치솟는 것도 나쁘지 않은 광경일 테니까. 벌써부터 강남구 일대는 호가가 오르고 있다. 그 동력이 '국민 정서'로부터, 또 이들의 눈치를 보는 정치인들로부터 나온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이수준 로이에아시아컨설턴트 대표

2024-04-24 14:43:41 윤휘종 기자
기사사진
[임경수 교수의 라이프롱 디자인] '교양하다'

책을 읽다보면 문득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내 딴에는 영감을 불러오는 글귀를 만날 때가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가? 기억력을 믿을 수 없으니 지면의 모서리를 살짝 접어, 작은 삼각형을 만들어 놓는다. 기억을 되찾기 위한 일종의 징표를 만든 것인데, 교육학에서는 이를 파지(把持), 영어로는 리텐션(retention)이라고 부른다. 즉, 꽉 움켜쥐고 경험에서 얻은 정보를 유지하려는 노력이다. 최근 한달 사이에 이렇게 파지하고 싶은 말을 꼽는다면 '교양하다'가 있다. 먼저 아내가 칸트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꺼낸 게 한 달쯤 되었다. 함께 저녁식사를 하다가도, 경의선숲길을 산책하다가도 '칸트의 철학'을 얘기했다. 그러던 중 하루는 아내가 몰입해 보고 있는 유튜브 동영상이 눈에 들어왔다. '서양철학은 모두 칸트로부터 시작한다?'인가, 서울대 김상환 교수의 교양강의였다. 그렇게 아내에게서 유튜브로, 다시 김상환 교수의 강의를 통해 지각된 칸트는 필자의 두뇌 어디인가, 마치 책의 모서리를 접어 놓은 것처럼 기록해 두었던 정보의 파편들을 연결시켜주었다. 그 게 바로 '교양하다'이다. '교양하다'는 한국어 칸트전집 19번째 교육학 16쪽에 자리잡고 있다. 사실 임마누엘 칸트가 한 말이라기보다 번역자인 백종현 교수의 역자 서문에 똬리를 틀고 있는 단어이다. 백종현 교수는 번역을 하면서 외국어를 익히는 것도 있지만 한국어를 새롭게 인식하는 행운을 얻는다고 했다. '칸트의 교육학'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교양하다'라는 동사를 새롭게 익혔는데, 스스로 대견한 발견이고, 앞으로 쓰임새가 많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이런 글들이 나란하게 줄지어 있는 16쪽의 왼쪽 윗 모서리가 살짝 접혀 있는 것을, 필자는 그렇게 몇 년만에 다시 찾을 수 있었다. '교양하다'는 표준국어사전에 어엿하게 자리잡고 있는 표준말이다. 그 뜻은 '가르치어 기르다'로 나온다. '칸트의 교육학'에서는 독일어 'Bildung'을 '교양'으로 쓰면서 그의 동사형인 'bilden'은 종래에 '도야하다', '형성하다'로 번역했던 것을 '교양하다'로 바꾸어 쓴다고 했다. 명사 '교양'과 동사 '교양하다'를 대응시킬 수 있어서 좋았고, 사장되어 가는 한국어 낱말을 찾아 활용하는 것도 좋은 길이라고 했다. 칸트에게 '인간은 교육해야 할 유일한 피조물'이다. 그리고 교육은 양육과 훈육, 그리고 교양을 뜻한다. 이에 따라 인간은 유아-생도-학도가 된다. 칸트의 생존 시기로 따지면 16살에 대학에 갔고, 20대 성년이 되면 교육이 끝난다고 했으니 교양도 양육과 훈육처럼 부모와 교사의 몫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칸트가 예견했듯 교육은 수많은 세대를 통해 실행되고, 앞 선 세대의 지식들을 전수받는 것이다 보니 교육의 앞 자리에 평생이라는 말을 내어 주게 되었다. 바로 평생교육이다. 양육과 훈육의 기간도 훨씬 길어지고, 교양은 더더욱이나 평생 해야 할 시대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칸트가 교육학의 원류로 추종했던 '루소의 에밀'도 이참에 한번 회상해 보자. "성인을 지도하려면 아이를 지도한 것의 반대로 해야 한다." 그 동안의 교양이 아이를 이끄는 것이라면 성인은 자기주도적으로 교양을 해야 한다. 스스로 소질을 끌어내고 키우는 것이 새로운 시대의 '교양하다'이다. /임경수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수/성인학습지원센터장

2024-04-22 11:16:35 윤휘종 기자
기사사진
[박규희변호사의 도산법 바로알기] 회생채권도 조기변제 받을 수 있어

법에서 여러 가지 구체적인 경우를 나열하고 있지만, 단순하게 말하면 계속적인 공급에 의한 것이 아닌 한 회생절차개시 전에 발생한 채권은 일반적으로 회생채권으로 취급된다. 회생채권은 인가된 회생계획에 따라 변제되는 것이 원칙이고, 채무자 회사가 회생절차 도중에 임의적으로 회생채권을 변제하는 것은 금지된다. 그러나 이런 회생채권도 회생계획이 인가되기 전에 조기변제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회생채권자가 중소기업자로서 그가 가지는 소액채권을 변제받지 않으면 사업의 계속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거나, 회생채권을 변제하지 않으면 채무자의 회생에 현저히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그렇다(채무자회생법 제132조 제1항, 제2항). 즉, 회생채권자가 소상공인이고 그가 가지는 채권이 매우 소액이어야 하며, 이를 변제하지 않으면 채권자 역시 도산할 우려가 있는 경우이거나 채무자의 영업에 지극히 필수적인 거래처가 거래 중단을 선언한 경우여야 한다는 것이다. 채무자나 채권자가 위와 같은 상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더라도,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한 채무자는 임의로 위와 같은 변제를 진행해서는 안 되고 반드시 법원에 조기변제 허가신청을 진행해야 한다. 물론 법원에 조기변제 허가를 신청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경우에 허가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회생절차에서는 '동종의 채권자에게 동일한 취급을 해야 한다'는 공정·형평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므로, 기본적으로 다른 회생채권자의 채권이 변제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회생채권에 대한 조기변제를 허용하는 것은 매우 예외적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현재 회생계획에 따라 채권자들 몫이 될 채무자의 보유 재산이 너무 적거나 조기 변제로 인해 크게 감소하는 상황이면 당연히 법원은 조기변제를 허가하기 어렵다. 또한 아무리 채무자의 영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회생채권자이고 해당 채권자가 거래 중단을 무기로 조기 변제를 압박하더라도, 거래처 변경이나 대체가 가능하다면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조기변제보다는 영업을 위한 거래처 변경을 추진해야 하는 경우도 꽤 있다. 회생채권 조기변제는 소상공인인 채권자들에게 있어 채권이 변제되지 않음으로 인해 자금 경색에 빠진 자신의 사업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고, 채무자로서도 오랫동안 신의를 쌓아온 필수 거래처들을 지킬 수 있는 수단이다. 단 조기변제허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조기변제의 필요성에 대해 관리위원 및 법원과 많은 논의를 거쳐야 하고 이를 입증할 자료도 면밀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러한 논의 과정에서는 철저히 채무자회생법의 취지와 근간을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관리위원과 법원을 설득하는 작업을 수행해야 하므로, 다수의 사례를 경험해본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2024-04-21 13:08:48 신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