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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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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희 변호사의 손에 잡히는 法] 임차인 계약갱신요구권과 임대인 거절사유로서의 실제 거주할 의사

2020. 7. 31. 법률 제17470호로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이 신설됐다. 즉, 임대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의 기간에 임차인에게 갱신거절의 통지를 하더라도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2개월전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1회에 한해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절하지 못한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1항). 단, 다음 9가지 경우 임차인은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없다▲임차인이 2기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금액에 이르도록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1호) ▲임차인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임차한 경우(2호) ▲서로 합의해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상당한 보상을 제공한 경우(3호)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 없이 목적 주택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전대한 경우(4호) ▲임차인이 임차한 주택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파손한 경우(5호) ▲임차한 주택의 전부 또는 일부가 멸실돼 임대차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6호) ▲임대인이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공사시기 및 소요기간 등을 포함한 철거 또는 재건축 계획을 임차인에게 구체적으로 고지하고 그 계획에 따르는 경우이거나 건물이 노후ㆍ훼손 또는 일부 멸실되는 등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는 경우로서 목적 주택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철거하거나 재건축하기 위해 목적 주택의 점유를 회복할 필요가 있는 경우(7호) ▲임대인(임대인의 직계존속ㆍ직계비속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8호) ▲그 밖에 임차인이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현저히 위반하거나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9호)이다. 이러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규정의 취지는 임차인의 주거생활 안정을 위해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임대인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임대인에게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임차인과 임대인의 이익 사이에 적절한 조화를 도모하고자 함에 있다. 임대인이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거절하기 위해서 거절사유가 있다는 점을 임대인이 증명해야 한다. 특히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사유 중 하나인 '임대인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이를 사유로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했는데 그 이후 사정변경으로 인해 생각이 바뀌어 결국은 임대인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지 않게 되었다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 양 당사자 사이에 계약갱신 거절 당시 임대인에게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가 있었는지에 관한 다툼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이를 판단하는 요건 및 판단기준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대법원은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의 존재는 임대인이 단순히 그러한 의사를 표명했다는 사정이 있다고 하여 곧바로 인정될 수는 없지만, 임대인의 내심에 있는 장래에 대한 계획이라는 위 거절사유의 특성을 고려할 때 임대인의 의사가 가공된 것이 아니라 진정하다는 것을 통상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의 사정이 인정된다면 그러한 의사의 존재를 추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면서 이는 임대인의 주거 상황, 임대인이나 그의 가족의 직장이나 학교 등 사회적 환경, 임대인이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를 가지게 된 경위, 임대차계약 갱신요구 거절 전후 임대인의 사정, 임대인의 실제 거주 의사와 배치·모순되는 언동의 유무, 이러한 언동으로 계약갱신에 대해 형성된 임차인의 정당한 신뢰가 훼손될 여지가 있는지 여부, 임대인이 기존 주거지에서 목적 주택으로 이사하기 위한 준비의 유무 및 내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대법원 2023. 12. 7. 선고 2022다279795 판결). 한편 임대인이 위의 사유로 갱신을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갱신요구가 거절되지 않았더라면 갱신되었을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목적 주택을 임대한 경우 임대인은 갱신거절로 인해 임차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5항).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임대인의 실제 거주의사의 존재가 인정되어 갱신요구의 거절이 적법하다 하더라도, 갱신요구가 거절되지 않았더라면 갱신되었을 기간이 만료되기 전 즉, 갱신되는 임대차의 존속기간에 해당하는 2년간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목적 주택을 임대한 경우 다음 3가지 경우 중 가장 큰 금액으로 손해배상 책임이 생긴다. 첫째, 임차인은 임대인에 대해 갱신거절 당시 월차임(차임 외에 보증금이 있는 경우에는 그 보증금을 제7조의2 각 호 중 낮은 비율에 따라 월 단위의 차임으로 전환한 금액을 포함한다. 이하 "환산월차임"이라 한다)의 3개월분에 해당하는 금액. 둘째, 임대인이 제3자에게 임대해 얻은 환산월차임과 갱신거절 당시 환산월차임 간 차액의 2년분에 해당하는 금액. 셋째, 갱신거절로 인해 임차인이 입은 손해액.(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6항). 여기서 말하는 신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만한 '정당한 사유'의 판단기준과 관련해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았으나, 일응 임대차 갱신거절 당시 예측할 수 없었던 사정으로 말미암아 임대인이 제3자에게 임대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사유 등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하급심에서는 개별 사건에 존재하는 각각의 사정들을 고려해 신규 임대차계약에 대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임차인이 2기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금액에 이르도록 차임을 연체한 사실 등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경우 임차인은 계약갱신 요구권 자체를 행사할 수 없다. 임차인은 부주의로 인해 차임을 연체하는 등 자신의 의무를 게을리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예기치 못한 불상사를 예방할 수 있다.

2024-06-30 11:29:27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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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의 시선] 최저임금 논란에 대한 단상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위한 법정 심의 기한이 결국 지났다. 매년 반복하는 최저임금위원회 행태다. 위원회는 2일 다시 열릴 예정이다. 이의제기 절차 등을 감안하면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심의를 끝내야한다. 위원회 소속 사용자위원(경영계)과 근로자위원(노동계)은 끝까지 평행선을 달릴 것이 뻔하다. 그러다 공익위원들의 '공익'(?)적인 중재로 내년 최저임금 논란은 종지부를 찍을 가능성이 높다. 늘 그런식이다. '공익'이 다수인지, 소수인지는 모르겠다. 여기에 '중립'과 '중재'가 내포돼 있는지도 모르겠다. 최저임금위원회만 놓고보면 매번 드는 생각이다. 각설하고, 올해 결정해야하는 내년 최저임금 논란의 핵심은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다르게 하자는 '차등(구분)적용'과 '사상 첫 1만원 돌파' 여부다. 차등적용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경영계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음식점업, 택시 운송업, 편의점업 등에 대해 차등해서 좀더 낮은 수준의 최저임금을 적용하자고 강조한다. 경영계에 속하는 중소기업계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직원이 100만원 벌 때 소상공인(주인)은 72만원 번다"면서 일부 업종에선 사장들의 지불능력이 낮고, 그렇다보니 최저임금을 못받은 근로자 비율이 업종별로 최대 41.2%p 차이를 보이는 만큼 지불능력 취약업종에 대해선 차등해서 적용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노동계는 차등적용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차등'을 '차별'이라고 보면서다. 최저임금위원회와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독일, 호주, 미국, 일본, 스위스 등 적지 않은 나라가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펴낸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에서 "최저임금을 더 낮추는 '하향식' 최저임금 차등적용 논의는 과학적이고 보다 객관적인 통계, 그리고 현재 최저임금이 '최저임금법'에서 의도한 것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 입증하는 과정 없이는 타당성을 가지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차등적용을 하고 있는 나라들의 경우 기준 최저임금보다 높게 '차등'을 두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낮게 차등을 두자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음식점이나 편의점 등 상대적으로 열약한 업종에서 일하는 임금근로자가 더 낮은 최저임금을 받아야 할 이유가 빈약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만원' 돌파 여부를 놓고도 끝까지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860원이다. 경영계는 내년 최저임금도 올해 수준에서 '동결'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노동계는 최초안으로 1만2210원을 제시했다. 올해 수준에서 140원(1.4%)을 올리면 시간당 최저임금은 1만원이 된다. 88년부터 적용한 최저임금은 2021년 인상률이 1.5%(130원)로 가장 낮았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소상공인, 중소기업, 그리고 중견기업, 대기업의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임금생활자들도 고금리, 고물가에 지갑이 얇아져 허덕이긴 마찬가지다. 고심끝에 그 적정선을 찾는 최저임금위원회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

2024-06-30 10:31:34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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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42>소비뇽블랑의 새 기준…"말보로도 다 같은 말보로가 아냐"

<242>라파우라 브렌든 네일론 오너 인터뷰 "뉴질랜드 말보로 지역의 와인이라고 해도 다 같은 말보로가 아니다. 세부 지역이 서로 굉장히 다른 특징을 가진 미세기후로 나눠져 있다." 뉴질랜드 와이너리 라파우라 스피링스의 오너이자 총괄 매니저인 브렌든 네일론은 최근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몇몇 와이너리와 같이 말보로의 테루아를 연구해 뉴질랜드 와인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세부 지역을 정의한 지도를 만들었다"며 "레스토랑이든 와인샵이든 이제 그냥 '말보로 와인 달라'고 하지 않고 '블라인드 리버 소비뇽블랑이 있냐'고 묻는 시대가 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말보로는 뉴질랜드 남섬의 최북단에 위치한 곳이다. 낮에는 햇살이 충분한데 밤엔 서늘하다. 포도가 천천히 익으면서 산도와 향이 그대로 살아있다. 그는 "말보로는 소비뇽블랑이 최고의 맛을 내기에 딱 맞는 기후를 가지고 있다"며 "말보로에서 1㎞만 떨어져도 기후가 완전히 달라져서 이런 맛을 낼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사실 믿고 마시던 말보로 소비뇽 블랑이다. 말보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따질 것이 없었다. 왠만한 다른 유명 산지들이 때론 개별 포도밭까지 하위 지역을 세세히 구분해놨음을 감안하면 여태까지 따지지 않고 그냥 마셨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땅을 제대로 파악하고 나니 여느 말보로 소비뇽 블랑보다 개성을 살리고 집중도 높은 와인을 만들 수 있게 됐다. '라파우라 스프링스 로헤 블라인드 리버 소비뇽 블랑'은 바람이 많이 불고 건조한 블라인드 리버 지역의 포도로 만들었다. 로헤는 원주민어로 영역, 혹은 '내 땅'이란 의미다. 지역의 특징을 한 병에 고스란히 담으려는 작명이다. 척박한 환경에서 찬찬히 익은 포도는 좋은 산도에 레몬그라스와 자몽, 멜론 등의 향이 다채로웠고, 농축미로 여운이 길다. '라파우라 스프링스 불파독 소비뇽 블랑'은 싱글 빈야드 와인이다. 불파독은 원래 황소를 키우던 땅으로 콘크리트처럼 단단하다. 여기에 춥고 건조하고 바람까지 많이 분다. 포도나무를 심었더니 3년 동안 절반 가량이 죽어나갈 만큼 재배가 쉽지 않았다. 고생만큼 성과도 컸다. 제한된 양이었지만 와인은 순수하면서 힘이 있었다. 생동감 있는 산도, 과실향과 함께 짭짤한 미네랄 느낌으로 감칠맛까지 난다. 라파우라의 최상급 와인이다. 한국 시장에서 뉴질랜드 와인의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국가별로 보면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뉴질랜드 와인만 작년보다 성장세를 기록했다. 금액 기준으로 전년 대비 35%나 뛰었다. 네일론 매니저는 "한국의 소비자들은 와인 품질와 음식 페어링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며 "보통 호주나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중하위 라인의 와인이 주로 팔리는 것과 달리 한국은 프리미엄까지 골고루 수요가 있어 흥미롭다"고 말했다. 라파우라는 뉴질랜드 와인 시장에서 판매 기준으로 4위다. 상위에 오른 곳들 대부분 기업형이지만 라파우라는 가족 경영 와이너리다. 첫 번째 와인을 내놓은 때가 2007년으로 역사는 길지 않지만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와인평론지 디켄터에서는 톱 소비뇽블랑 와인으로 선정되는가 하면 와인스펙테이터에서는 품질 대비 가격이 낮은 밸류와인 3위에 올랐다. 그는 "일관성 있고 고품질의 와인을 생산하려고 한다"며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우리 와인을 맛보게 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밝혔다.

2024-06-27 16:01:14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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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大記者의 西村브리핑] 이복현 금감원장, 더 욕먹어야

"미소 짓는 너의 얼굴은 여름날 장미꽃처럼 가장 따분한 곳까지 향기롭게 해."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글판에 적혀 있는 시 구절이다. 이번 광화문 글판 여름편은 1900년대 활동한 영국 여성 작가 캐서린 맨스필드의 시 '정반대(Opposites)'에서 가져왔다. 이번 문안은 작은 미소가 세상을 밝게 한다는 의미를 시적 표현으로 나타냈다. 누군가를 미소짓게 하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꽃향기처럼 널리 퍼져 나갈 때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4월 위기론, 5월 위기론, 6월 위기론이 있었지만 한 고개 한 고개 넘어가고 있다. 본질을 꿰뚫는 정책당국의 강력한 조치와 리더십, 시장참여자 상호간 조금씩 양보가 더해지며 위기국면이 완화되고 있다. 리스크 관리라는 핑계로 우산 뺏기에 집중하는 은행 등 금융회사들을 통제하며 건설업의 자금 경색 흐름을 완화하려 노력한 점은 이번 PF위기를 완화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은 경종을 울리는 수준이다. 해결해야 할 이슈와 과제가 산더미다. 대법원도 일방에게 현저하게 불공정한 계약은 무효로 할 수 있다는 건설산업기본법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럼에도 PF주관 증권사, 신탁사와 대주단인 은행,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은 자금 공급을 무기로 시공사와 시행사를 대상으로 여전히 노예 계약을 일삼고 있다. PF는 현존하는 담보물이 아니라 시설이 완성된 이후에 발생하는 미래수익을 담보로 한다. 사업성이 없으면 아무리 담보가 넘쳐나도 애초에 자금이 집행되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자금회수 가능성만 있으면 여전히 미래 사업성을 고려하지 않고 투자하고, 자금 회수를 위해 담보를 경매와 공매로 넘기며, 자금경색 국면을 만든다. 기성에 따라 공사비를 지급하기로 계약했음에도 제때 지급하지 않는 곳이 있다. 심지어 준공 승인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정산마저 몇 달씩 미룬다. 그러니 시공사, 하도급사들에게 흘러가야 할 자금 흐름이 늦어져 경제가 어려워지는 현상마저 여전하다. 금융업은 전체 경제와 산업에 자양분을 공급해서 건실하게 하는 핏줄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서 인허가 비즈니스로 두고 관리한다. 자기 이익을 키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하게 되면 금융 위기, 경제 위기를 부르게 된다. 사익 추구는 존재 이유가 아니다. 수차례 강조해도 이런 개념 마저도 없는 금융인들이 많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에 대해 욕하지 않는 금융인들을 찾기 힘들다. 그러나, 고위 정책당국자들은 잘한다고 칭찬 일색이다. 건설산업 종사자들도 공감하고 고마워한다. 이복현 원장이 이끄는 금감원이 금융업의 역할과 PF 위기의 본질을 짚어주고 때문이다. 10여년전 저축은행사태 이후 레버리지 비율과 PF투자에 대한 기준을 다시 잡고 강력하게 추진했던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도 금융인들에게 원색적인 비난을 받았었다. 그렇지만 그때 만들어둔 금융회사의 건전성 유지제도와 기준 덕분에 이번 PF위기가 금융위기로 커지지 않았다는 것이 시장의 지배적인 견해다. 이복현 원장은 더 욕을 먹어야 한다. 금융회사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존재해야 할 이유, 철학과 역할이란 본질을 명확히 해야 한다. 금융 자체의 관점보다는 전체 경제와 산업의 효율성 제고와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금융사들의 행태를 관찰하고, 잘못된 생각과 행동과 관행을 올바르게 잡아줘야 한다. 그래야 경제에 미소가 들며 장미꽃처럼 향기로워 진다.

2024-06-27 08:00:08 이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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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빛바랜 '벽화마을'

'아트인시티(Art in City)'라는 이름의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2006년부터 2년간 전국 각지에서 진행됐다. '소외지역 생활환경 개선'을 명분으로 한 대규모 정부 주최 사업이었다. 이 사업의 시행을 위해 '공공미술추진위원회'가 출범됐고 첫해에는 복권 기금 12억2500만원을 지원받아 공모사업 10곳, 시범사업 1곳 등 총 11개 프로젝트를 벌였다. 공공미술의 방식으로 생활문화 환경을 개선한다는 의도와는 달리 '장식적 공공미술'에 머물렀다는 평가를 받으며 2007년 종료됐지만, 당시로선 보기 드문 마을 단위의 종합적인 공공미술 프로젝트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또한 이 프로젝트를 통해 낙후된 인상을 심어줬던 서울 이화동 일대는 물론 부산, 경기, 대구, 광주 등 곳곳에 분포된 시행 마을은 전에 없던 시각적 활기로 채워지는 성과도 있었다. 이 중 서울시 종로구 이화동 일대를 무대로 한 '낙산 공공미술 프로젝트'에는 3억5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서울사대부속여자중학교 외벽과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낙산공원으로 이어지는 길에 벽화, 스트리트퍼니처, 조형물 표지판 등을 제작·설치하고, 간판 바꿔 달기와 같은 사업을 전개했다. 방송통신대학과 이화동 사무소 외벽에도 작품을 남겼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까지 소규모 봉제 공장이 모여 있던 이화동은 해당 프로젝트로 인해 성공적인 벽화마을로 거듭났다. 해바라기와 잉어계단은 '이화동 벽화마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그림으로 큰 인기를 얻었으며, 2010년 텔레비전 예능프로그램 '1박 2일'에 소개되며 반향을 일으킨 '날개벽화'는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으며 관광객들을 마을로 유입시키는 역할을 했다. 흥미롭게도 이후 전국에는 '벽화 열풍'이 불었다.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수백 개의 벽화마을이 생겨났고, 너도나도 물고기, 날개, 해바라기 그림을 담장에 새겼다. 모두들 2007년부터 조성된 통영 '동피랑마을'이나 이화동 벽화마을을 꿈꿨다. 하지만 부작용도 컸다. 적지 않은 관광객들이 벽화마을을 방문했고, 그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도 늘었다. 소음과 쓰레기, 사생활 침해를 비롯해 다양한 문제들이 속출했다. 과잉 관광(Over tourism) 상태에 이르면서 주민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달했다. 서울권역 내 벽화마을을 대표하던 이화동도 예외는 아니었다. 마을을 상징하던 물고기계단 등의 일부 작품은 주민들에 의해 철거됐고, 날개벽화는 작가가 직접 지웠다. 그에 비례해 관광객들의 방문도 서서히 줄었다. 한때 전국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화동 벽화마을에 대한 관심은 불과 10년도 안 돼 뚝뚝 떨어졌다. 벽화가 지워지니 인적도 지워졌다. 여타 지자체들의 형편은 더욱 좋지 못했다. 주목도는 낮아졌고 사업 빈도수도 줄었다. 물론 지금도 저예산으로 시각적 효과를 낼 수 있는 벽화마을을 조성 중인 지방자치단체가 있으나, 예전만큼 '핫한 아이템'은 아니다. 그런데 이는 예상된 것이었다. 일단 명분이 없었다.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한 문화 나눔이나, 쾌적한 예술적 환경에서 주민들이 생활할 권리의 실현 따위는 단지 이상에 불과했다. 주민들의 공동체 의식 함양은 고사하고 관광 이익이 지역민에게 돌아가는 경제적 선순환과도 거리가 멀었다. 벽화의 내용 또한 실망스러웠다. 독창성이 없었고, 색깔도 주제도 다들 비슷했다. 수준도 조악해 미적, 예술적 가치는 거의 없었다. 그마저도 관리가 안 돼 변색과 훼손되기 일쑤였다. 결국 이내 시들해지는 운명도 같았다. 공공미술이 그렇듯 지역의 정체성이 반영되지 못하거나 주민 주체가 이뤄지지 않는 한 벽화마을 또한 오래갈 수 없다. 공공의 장에서 대중과 지역 사안에 대해 논할 수 있는 촉매로서의 가능성까진 아니더라도 한낱 환경 미화용 장식품이나 개발 논리를 포장하는 용도로의 벽화마을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그리고 명분과 주민 공감대 형성 없이 '구경거리'로만 접근한다면 현재 조성 중인 일부 지자체들의 벽화마을 운명도 불 보듯 뻔하다.■ 홍경한(미술평론가)

2024-06-26 13:52:16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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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희 변호사의 손에 잡히는 法] 통신비밀보호법상 '청취'와 '녹음'의 대상,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 대화'의 의미

통신비밀보호법(제3조 제1항)은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우편물의 검열·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16조 제1항은 이를 위반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청취'는 타인 간의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그 대화의 내용을 엿듣는 행위를 의미한다. 대화가 이미 종료된 상태에서 그 대화의 녹음물을 재생하여 듣는 행위는 '청취'에 포함되지 않는다(대법원2024. 2. 29. 선고 2023도8603판결). 통신비밀보호법상 '청취'의 의미가 쟁점이 된 사례를 구체적으로 보자. A는 혼인관계가 사실상 파탄에 이르러 따로 거주하게 된 피해자의 거주지에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한 뒤 3개월쯤 후에 이루어진 피해자 가족들 사이의 대화내용이 녹음된 파일을 청취하고, 이를 자신의 여동생에게 전송한 사건으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이미 종료된 상태에서 그 대화의 녹음물을 재생하여 듣는 행위는 '청취'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최종무죄를 선고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 '대화'를 '청취'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대화'는 '원칙적으로 현장에 있는 당사자들이 육성으로 말을 주고받는 의사소통행위'로서 종료된 대화의 녹음물을 재생하여 듣는 것은 대화 자체의 청취라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같은 법 제3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타인 간 대화의 녹음 역시 특정 시점에 실제 이루어지고 있는 대화를 실시간으로 녹음하는 것을 의미할 뿐 이미 종료된 대화의 녹음물을 재생한 뒤 이를 다시 녹음하는 행위까지 포함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은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14조 제2항 및 제4조에 따라 제14조 제1항을 위반한 녹음에 의하여 취득한 대화의 내용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는 제3자가 일반 공중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발언을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해 청취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다. 여기서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은 반드시 비밀과 동일한 의미는 아니고 일반 공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인지는 발언자의 의사와 기대, 대화의 내용과 목적, 상대방의 수, 장소의 성격과 규모, 출입의 통제 정도, 청중의 자격 제한 등 객관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2. 8. 31. 선고 2020도1007 판결 등 참조). 현재 대법원은 통신비밀보호법상 '청취'와 '녹음'의 대상은 실시간으로 이뤄진 대화를 전제로 하고, 대화자 내지 청취자가 다수라고 하더라도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지 않은 대화는 '공개된 대화'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2024-06-25 16:47:16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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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 교수의 라이프롱 디자인] 어머니의 디지털 리터러시

충북도청 정문을 지나서 옆구리 쯤 위치한 충북연구원은 5층 정도 되어 보이는 현대식 건물이었다. 1층으로 들어서자 로비에 가득하게 고만고만한 이젤들이 정렬해 있다. 청주나 충주와 같은 대처에서 온 것들도 있고, 괴산·보은·단양과 같은 군 지역에서 뽑혀 시상대에 오른 것들도 있다. 그렇게 각지에서 모인 시화(詩畵)들은 이제 막 초등 문해학교에서 한글 쓰기를 마친, 연로의 학생들이 손수 그려낸 작품이었다. 바닥에 붙은 화살표를 어김없이 따라가는 회람의 시화전에서, 작품 하나가 오랫동안 발길을 붙잡는다. "외국에 있는 딸에게 / 보고싶다 전화를 하니 / 엄마 문자로 하세요 / 뚜뚜뚜 / 야속하게 끊어 버리네" 문해학습 기간은 1년 2개월로 짧디짧지만 66세의 세월을 견뎌온 어머니는 서운함을 이렇게 참아낸다. "문자를 해야 글이 는다는 / 너의 깊은 마음을 / 그걸 내가 왜 모를라고" 문해는 읽기, 쓰기, 셈하기로 3R이라고 한다. 읽기인 'Reading'의 첫 글자 'R', 쓰기인 'writing'의 두 번째 글자 'r', 셈하기인 'arithmetic'의 두 번째 글자 'r'을 말한 것이다. 그러나 21세기 우리 사회에서 요구되는 문해는 읽고, 쓰고, 셈하기 위한 능력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사람들은 자기 시대의 테크놀로지를 활용하여 더 빠르고, 쉽고, 뛰어나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읽고 쓰기에 자신감이 붙은 어머니는 외국에 있는 딸과의 대화를 위해 스마트폰의 매신저 앱을 열고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스크린에 채팅창을 열어놓고 한자 한자 익힌 글자를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존스-카발리에르는 이러한 어머니의 문해가 디지털 점들(dots)을 연결하는 것이며, 그 것이 바로 21세기의 디지털 문해라고 했다. 디지털은 물질의 특성을 '0 또는 1'이라는 비트(bit)의 조합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1948년 '수학적 커뮤니케이션의 이론'을 통해 세상에서 처음으로 비트를 명명한 클로드 섀년은 '0과 1'의 조합으로 모든 논리를 기술할 수 있다고 자신하였다. 실제로 지금까지 문자에서부터 음향, 영상에 이르기까지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디지털 형태로 압축되었고, 나아가 우리의 경제활동과 생활방식까지 빠르게 디지털 전환되고 있다. 문제는 디지털이 자연적인 물질 상태와는 다른, 전혀 새로운 어포던스(affordacne, 행동 유도성이라고 함)를 제공한다는 데 있다. 이로 인해 사용자가 디지털 기술에 참여하려면 전통적인 학습방식을 탈피한 새로운 문해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야말로 새로운 기술에는 새로운 구조의 이해력이 필요한 것이다. 책은 읽는다고 하고, 인터넷은 검색한다고 말한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읽고 쓰는 것과 검색하는 것을 모두 필요로 한다. 이미지, 소리, 동영상 등을 판독하는 능력도 추가되어야 한다. 인터넷에서 모아들인 정보들은 일관성이 없고 조직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그 것을 자기의 것으로 조합해 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러려면 디지털 도구를 이용해 자기에게 알맞은 정보 환경을 선택하고, 구미에 맞게 개조해야 한다. 네트워크로 전송되는 멀티미디어를 통해 정보 수혜자뿐만 아니라 참여자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게 된다. 어머니의 디지털 리터러시는 그렇게 더 넓은 바다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임경수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수/성인학습지원센터장

2024-06-24 15:27:50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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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하루 한 개로 비타민 C 채워주는 '키위'

워낙 국경이 없는 세상이다 보니 마트에 가면 별별 식재료를 만나곤 한다. 과일도 예외는 없다. 하지만 색다른 과일이 많아도 맛을 모르고 이름도 낯선 외국 과일들을 덥석 사기에는 위험 부담이 있다. 그럴 때는 맛이 친숙하고 대중적인 외국 과일을 고르게 된다. 키위도 그중 하나다. 많은 이들이 키위를 뉴질랜드산 과일로 알고 있지만 사실 키위는 바로 옆 동네인 중국이 원산지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산)다래라는 이름으로 야생에서 자생하고 있다. 『동의보감』에서도 언급되는 다래는 '미후도'라는 본초명을 가지고 있으며 예로부터 소갈, 즉 당뇨병을 다스리는 데 사용돼 왔다. 여름철에는 목이 자주 마르고 열이 쉬이 오르는데 키위의 풍부한 수분과 서늘한 성질이 갈증을 해소하고 열을 내려준다. 키위의 인기는 매년 증가하는 수입량에서 확인 가능하며, 국내 생산량도 부쩍 늘어나 어렵지 않게 국산 키위를 찾아볼 수 있다. 그 인기의 비결은 단연 맛이겠지만 영양소 측면에서도 건강식품으로 인기가 높다. 키위라고 하면 비타민 C를 먼저 꼽을 수 있다. 과일을 포함하여 우리나라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식재료 중에서는 가장 많은 함유량을 자랑한다. 색상과 맛에서 차이가 있지만 그린키위와 골드키위 모두 비타민 C 함량이 높다. 항산화 작용, 암과 심혈관질환 예방, 면역력 향상, 피부 미백과 탄력 강화 등 비타민 C의 효능은 나열하기 힘들 정도인데 키위를 하루 1개만 먹어도 성인 기준 1일 권장량의 비타민 C를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그 밖에도 임신부와 산모, 영유아에게 필수적인 영양소인 엽산을 비롯하여 비타민 K, 베타카로틴 등의 비타민도 풍부하게 들어있다. 키위의 진한 향과 달콤함 때문에 살이 찌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다른 과일들과 견주어도 모자람이 없는 키위의 식이섬유는 변비의 예방,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그린키위와 골드키위 모두 혈당지수가 낮은 식품에 속하니 당뇨 때문에 고민이 많은 이들 또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2024-06-24 05:12:15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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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윤 변호사의 부동산 세상] 사업부지 80% 이상 확보만으로도 주택개발 가능한 경우

주택건설사업계획의 승인을 받으려면 원칙적으로 해당 사업부지 소유권을 100% 확보해야 합니다. 다만 주택법은 주택건설사업 촉진을 위해 일정한 경우 예외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주택법 제21조 제1항 단서 제1호입니다. 해당 사업부지의 소유권을 80% 이상만 확보했더라도 나머지 사업부지가 주택법 제22조의 매도청구의 대상이 되는 경우입니다. 다만, 이 경우 위 사업이 '국토계획법 제49조에 따른 지구단위계획의 결정이 필요한 주택건설사업'에 해당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지구단위계획 결정이 있었던 경우에도 여기에 해당할 수 있을까요? 최근 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하급심 판결이 있었습니다(대전지방법원 2023. 2. 2. 선고 2022구합102047 판결, 대전고등법원 2023. 9. 21. 선고 2023누10455 판결). 이 사건은 사업부지의 96% 이상의 소유권을 확보하고, 나머지 4%부지의 경우는 매도청구의 대상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관할청이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을 했는데, 4% 부지의 소유자들이 관할청을 상대로 위 승인의 취소소송을 구한 사건이었습니다, 원고들은 '이미 지구단위계획 결정이 있었기 때문에' 해당 사업의 경우에는 '지구단위계획결정이 필요한 주택건설사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제1심인 대전지방법원은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국토계획법 제51조 제2항은 '지구단위계획 구역으로 반드시 지정해야만 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제1심은 '필요'의 사전적 의미가 '반드시 요구되는 바가 있음'을 고려해 '지구단위계획의 결정이 필요한 주택건설사업'이란 바로 위 제51조 제2항의 규정에 해당하는 경우만을 말한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해당 사건은 위 제2항의 규정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전고등법원은 이와 달리 피고의 손을 들어줘 피고의 승인처분이 적법하다고 봤습니다. 제2심은 국토계획법상 지구단위'계획'과 지구단위계획'구역'은 구분되는 개념이므로, '구역'에 관한 규정인 국토계획법 제51조 제2항은 '지구단위계획의 결정이 필요한 주택건설사업'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면서 제1심 판단이 부당하다고 봤습니다. 그리고 "주택법 입법취지, 국토계획법 목적, 지구단위계획의 개념 등을 종합해 보면 '지구단위계획의 결정이 필요한 주택건설사업'은 시장, 군수 등이 토지 이용의 합리화, 기능증진, 미관개선, 양호한 환경 확보를 통해 공공복리를 증진시킬 목적 등으로 수립, 결정하게 되는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체계적·계획적인 지역관리가 필요한 곳에서 시행하는 주택건설사업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해당 사건처럼 이미 체계적·계획적인 지역관리 등 공익상 필요가 있어 지구단위계획 결정이 이뤄져 있는 경우, '지구단위계획의 결정이 필요한 주택건설사업'에 해당한다고 보고 피고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본 것입니다. 원고들은 해당 주택건설사업을 위한 '별도의' 지구단위계획의 수립, 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했으나, 제2심은 이미 지구단위계획이 수립, 결정돼 있기 때문에 별도의 계획이 필요하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했습니다. 이 사건은 원고가 상고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이미 지구단위계획 결정이 있는 경우에는 주택법 제21조 제1항 단서 제1호의 '지구단위계획 결정이 필요한 주택건설사업'에 해당함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라 할 것입니다.

2024-06-23 11:53:50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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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정신적 빈곤에서 벗어나야

공동체가 건강하게 발전하려면 구성원들이 ‘도덕적 용기’를 갖춰야 서로 믿고 의지하며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적 수용능력(social absorptive capacity)이 확충되어 성장잠재력이 배양된다. 도덕적 용기가 없는 인사들이 큰일을 맡아 주무르면 확증편향심리, 비리인지장애 증후군에 매몰되어 엉뚱한 일을 저지르고도 잘못을 느끼기는커녕 오만과 편견에 사로잡혀 으스댄다.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해약을 저지르고도 딴청을 부린다. 그런 비도덕적 사고에 얽매이면 소영웅심리에 얽매여 공동체 이익을 외면하면서 자화자찬으로 엉뚱한 소리를 지껄이기 쉽다. 그 부작용으로 조직과 사회는 신뢰 기반이 무너져 소시민들은 어쩔 수 없이 정신적 굶주림에 시달려야 한다. 도덕적 용기가 무시되고 하찮게 여겨지면 사회를 지탱하는 원리 원칙이 엿가락처럼 늘어졌다 줄어들다 한다. 사람들이 지도층 인사들을 믿고 따르기보다는 손가락질하는 마구잡이 병든 사회가 된다. 그리하다 보면,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그럭저럭 그렇고 그렇게 살아도 된다는 자괴감에 빠져 서로 헐뜯는 사회로 전락할 수 있다. 남이야 어떵게 되던 사사건건 자기 이익만을 찾느라 몰두하면 힘이 분열될 수밖에 없다. 변화가 빨라지는 국제환경에서 언제 밀려들지 모를 경제적, 사회적, 대외 파도를 무리 없이 헤쳐 나가려면, 도덕적 용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도덕적 무장이 되지 않은 고위 공직자(civil servant)들이 본분을 망각한 채 어정쩡한 능력을 과시하려다 보면 교각살우 사태를 초래하여 사회에 커다란 해악을 끼치기 마련이다. 그런 인사가 큰일을 맡게 된다면 나라는 순식간에 오염될 수밖에 없다. 생색을 내려다가 더욱 깊고 붉은 상처를 만들고도 자화자찬이나 일삼으려 드니 시민들은 피로증후군으로 허덕여야 한다. 언젠가 인사청문회는 무안 주기’ 도덕성 검증보다는 능력을 검증하는 청문회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은 웬일인지 ‘선택적 도덕성’을 추구하겠다는 뜻으로 더 불안하게 들렸다. 물론, 몸과 마음을 닦지 않아 악취가 진동하더라도 코드에 맞기만 하면 끌어안는다는 뜻은 아니었겠지만. 도대체 도덕적 용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인사들이 시시때때로 외치는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은 “이 바보 들아 군말 말고 그냥 따라오라.”는 소리로 들린다. 도덕적 용기를 배양하여 기본에 충실할 때 비로소 오늘날 같은 위험과 불확실성 시대에 위기를 극복하는 능력도 자연스럽게 배양된다. 도덕적 용기는 자신에게 손해를 끼치는 결과가 초래될지 모르더라도 인간으로서 도리를 지키려는 의지와 행동으로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도덕적 용기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묘수나 변칙이 아니라 순리를 존중하는 사회에서 도덕적 용기가 알게 모르게 자라난다. 세계 경제 다변화 속도는 빨라지는데 우리 의식 세계는 이분화 울타리에 갇혀 정신적 굶주림이 심해지고 있다. 한국인 행복지수가 소득수준에 비해 매우 낮은 까닭이다. 어렵더라도 바르게 사는 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떳떳하지 못하게 부귀를 누리는 사는 삶을 수치스럽게 여길 때 도덕적 용기가 배양된다. 그런 환경이 자연스럽게 조성되어야 선량한 소시민들은 정신적 굶주림에서 벗어나는 출구를 찾아갈 수 있다.

2024-06-21 11:04:37 메트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