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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근의 관망과 훈수] 쌀이 천덕꾸러기 돼서야

[차상근의 관망과 훈수] 쌀이 천덕꾸러기 돼서야 요즘 저녁 술자리에 앉으면 소주브랜드 '처음처럼'이 자주 입에 오르내린다. 국산 쌀과 보리만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여타 브랜드를 제치고 이 소주를 택한다는 설명이다. 한두번 겪은 게 아니다. 시중에서 가장 흔히 소비되는 국민 술, 희석식 소주. 각 제조회사들은 주정판매회사에서 주 원료인 주정을 사서 거기에 물과 감미료, 기타 첨가물을 넣어 만들 뿐이다. 이 때문에 주정회사도 아닌 특정 주류회사만이 굳이 소주병에 붙이는 '식품표시사항 라벨'에 굵은 글씨로 이를 표시하는 것이 의아했다. 소주제조회사가 특정 주정회사와 직거래하지 않고 9개 주정회사 제품을 판매대행하는 회사와 거래하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구매해 쓰는 주정은 국산 곡물이라는 것을 부각시킨 것으로 이해된다. 소주의 주정은 1960년대까지는 쌀이나 잡곡으로 만들었다. 쌀 부족문제가 현안이 되자 정부는 1965년 쌀을 이용한 주정제조를 금지했고 수입산 카사바나 고구마 등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이후 1990년대들어 쌀의 사용이 허용됐고 요즘은 적극 권장하는 단계이나 비용문제 등으로 대량소비까지 확대되지 못하는 모양이다. 일각의 '국산 쌀 소주'에 대한 원인불명 '국뽕식'사랑을 애주가들은 다소 어리둥절해 할 수 있다. 하지만 넘쳐나는 쌀 문제에 골머리를 앓는 정부로서는 한줄기 희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가 생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일년내내 적정량의 쌀 수급과 가격안정 대책을 놓고 정치권, 농민과 씨름하고 있다. 올해 국회 농식품부 국정감사에서도 최대 화두는 단연코 쌀 문제였다. 지난해 정부가 쌀값을 80kg 기준 20만원선을 지키겠다고 공언했지만 올해 쌀값은 17만원중반대까지 추락했고 여야 국감위원들은 거세게 농식품부를 질타했다. 우리나라는 4차 산업화까지 구조 변화를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하면서도 여전히 '농자천하지대본'을 금과옥조로 여겨서인지 공급측면의 쌀산업 구조개선은 요원해 보인다. 가장 큰 문제점은 쌀 소비량의 감소일 것이다. 1992년 112.9kg이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10년전인 2014년 65.1kg으로 절반가까이 줄었다. 다시 지난해는 56.4kg으로 더 줄었다. 어쩔 수 없다. 반면 연간 미곡생산량은 1992년 533만톤에서 2014년 424만톤으로 어느 정도 줄었으나 이후 큰 감소없이 370만톤선에 있다. 식생활의 변화로 먹거리 소비패턴이 완전히 바뀌었는데 쌀 생산현장의 변화는 물론 소비형태의 전환이 뒤따르지 못해 심각한 산업 구조조정 국면에 처한 상황이다. 식량안보측면도 있겠지만 생산량은 쉽게 적정수준으로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수급구조적 문제에 대응해 쌀소비 확대 노력이 먼저 시작됐다. 1998년쯤이다. 이명박 정부때는 범정부 차원의 정책적인 노력이 본격화됐다. 쌀국수, 쌀막걸리, 쌀과자 등 쌀을 이용한 먹거리 개발과 '가래떡 데이(11월11일)' '쌀의 날(8월18일)'까지 만들며 소비독려가 있었지만 '언 발에 오줌누기'였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며칠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침밥 먹기'를 독려한다 해서 쌀소비가 늘겠나"며 혼잣말같이 허탈감을 토로했다고 한다. 쌀소비를 권장하는 즉석밥 나눠주기 행사에 참석한 뒤 느낀 소회였다. 송 장관은 일본의 사케(일본 술 혹은 청주)업계를 벤치마킹한 전통주산업을 장려해 볼 생각이라고도 했다. 쌀을 원료로 하는 일본 술이 가격은 다소 비싸더라도 보편화돼 있다는 점에서 국내 소주업계에도 적용한다면 쌀 소비확산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정치적.안보적 측면에서라도 생산을 수요에 못맞춘다면 소비를 늘려서라도 쌀 수급균형을 하루빨리 구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24-10-17 17:53:31 차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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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56>시간이 빚어낸 샴페인 팔머…"한국은 기대되는 시장"

<256>佛 레미 베르비에 샴페인 팔머 CEO "샴페인은 다재다능" 식전주부터 시작해 가벼운 전체요리는 물론 육류를 주재료로 한 메인요리와 디저트까지 매 코스마다 샴페인이 등장했다. 완벽한 페어링이었는데 참석자들은 모두 놀라고 말았다. 알고보니 각 코스마다 내놓은 게 사실은 같은 샴페인이어서다. 같이 할 음식에 따라 와인잔과 서빙 온도만 바꿨을 뿐이다. 프랑스 샴페인 하우스 팔머가 좋은 해에만 만든다는 빈티지 샴페인 그랑 떼루아 2003빈티지를 선보일 당시의 일화다. "좋은 와인은 좋은 와인이다(Good wine is good wine)." 레미 베르비에 샴페인 팔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메트로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샴페인은 와인 중에서도 가장 다재다능(versatile)하다"며 "팔머 샴페인은 신선함과 자연스러운 힘, 복합미로 어느 장소든,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고 강조했다. 이후 진행된 소믈리에 디너에서도 디저트까지 모든 코스에 와인은 샴페인으로만 매칭토록 했다. 샴페인 팔머는 지난 1947년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서 7명의 포도 생산자들이 최고의 샴페인을 만들기 위해 설립한 곳이다. 몽타뉴 드 랭스 지역에 200헥타르 이상의 포도밭을 가지고 있는데 모두 등급이 높은 프리미어 크뤼와 그랑 크뤼 포도밭이다. 샴페인 팔머를 두 가지 키워드로 설명한다면 '시간'과 '균형'이다. 먼저 시간이다. 시간은 팔머가 샴페인을 만드는데 필수불가결한 요소 중 하나다. 모든 샴페인이 법으로 정한 규정이나 일반적인 샴페인들보다 2배 이상 숙성 기간이 길다. 베르비에 대표는 "시간은 와인을 연마한다. 샴페인에 시간이 입혀지면서 과실과 꿀 등의 기본적인 샴페인 아로마에 초콜릿과 커피까지 복합미가 생기고, 입안에서는 공격적이었던 산도가 신선하고 우아해진다"고 설명했다. 논빈티지는 최소 3년 동안 숙성하고, 빈티지 샴페인은 무려 6~8년 동안 오랜 시간 효모 침전물과 함께 천천히 숙성한다. 사실 와이너리 입장에서 시간은 곧 돈이다. 그가 CEO이자 와인메이커이기에 가능했던 일이기도 하다. 다음은 균형이다. 얼마의 시간을 들이더라도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는 바로 궁극의 균형미다. 1947년에 설립됐으니 70년이 넘었지만 이 목표는 변함이 없다. 베르비에 대표는 "팔머에서는 설립 이후 양조해 저장한 모든 빈티지의 퀴베를 2년마다 모두 테이스팅한다. 신선함과 복합미, 강도까지 어느 것 하나 튀지 않게 균형감을 맞추는 스타일 면에서는 어떤 빈티지를 맛봐도 똑같다"고 전했다. '샴페인 팔머 라 리저브'는 팔머 스타일을 가장 쉽게 설명하는 와인이다. 꽃 향기와 잘 익은 과일, 고소한 토스트향까지 복합적이고, 신선해 마시기 쉬우면서 여운은 길다. '샴페인 팔머 로제 솔레라'는 솔레라 방식을 적용한 유일한 로제 샴페인이다. 솔레라는 오래된 와인에서 일부를 빼서 쓰고 그만큼을 새로 만든 해의 와인으로 채우는 작업을 말한다. 와인 메이커의 표현을 빌리자면 "오래된 와인이 새 와인에게 팔머 스타일을 교육시키게" 된다. 깊은 복합미와 신선함을 동시에 갖췄고, 훈연과 향신료향까지 인상적이다. 공을 들인만큼 평가도 좋다. 국제주류품평회인 IWSC에서 로제로는 가장 높은 점수인 98점을 받았다. '샴페인 팔머 그랑 떼루아'는 설립 이후 초기 양조 방법을 아직까지 이어오고 있다. 2015 빈티지는 따뜻한 해여서 수확 때까지 포도가 잘 익을 수 있었는데 쌉쌀하게 느껴지는 소금같은 미네랄 느낌이 특징이다. 한국 와인 시장에 대해서는 성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한국의 와인 시장이 최근 정체됐다고 하는데 샴페인 소비는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며 "한국의 소비자들은 와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샴페인 하우스 입장에서 한국 프리미엄 샴페인의 성장이 크게 기대되는 국가"라고 말했다.

2024-10-17 15:39:35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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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준의 부동산수첩] 폴 볼커의 통화주의

"중앙은행의 역할은 파티가 한창일 때 술통을 치우는 것이다." 악명을 감수한 원칙주의자로 불리는 폴 볼커(Paul Volcker)는 과거 미국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으로서 1970~80년대 내내 미국을 괴롭히던 고물가 인플레이션을 잡아낸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미국은 소련과의 냉전, 베트남 전쟁 비용에 오일쇼크까지 겹치자 이를 충당하기 위해 달러를 찍어냈다. 유럽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기축통화로써 달러의 가치하락에 크게 반발했지만, 미국은 우선 내수 경제가 급했다. 결국 달러를 금에 연동하여 그 발행량을 제한하던 금본위제를 폐지하면서까지 돈을 종잇장처럼 뿌려댔고, 미국에 대한 불신은 점점 더해갔다. 이러한 위기에 소방수로 등판한 것이 폴 볼커였다. 볼커는 당시 기준금리를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힘든 20% 이상으로 올렸고, 그 여파는 엄청났다. 정리해고와 기업파산으로 실업률이 치솟았고 소비는 침체되었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압박도 소용없었다. 농장주들은 트랙터를 동원해서 시위를 벌였으며 살해위협에 시달리던 볼커는 재임기간 동안 권총을 휴대하고 다녔다. 이러한 고통에도 혹독하게 고금리 정책을 밀어붙여 통화량을 잡아내지 않았다면, 미국은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거기서 놓아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고통스런 고금리로 미국은 정부의 개입 없이 부실기업들을 정리했고, 이후 경제가 안정기로 접어들어 1990년대의 호황기를 누리게 하는 초석이 되었다. 나아가서는 서방 경제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힘든 동구권 국가들이 이탈하기 시작했고 결국 소련과의 냉전 구도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당시 고금리의 영향은 한국에도 예외가 없었다. 미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지금보다 더했던 당시 연준의 금리가 20%대였기에 한국의 중소 금융권의 금리가 40%를 넘어서는 일은 흔했다. 도박판에서 같은 패 한 쌍을 부르는 '땡'이라는 말에 빗대어 연 이자가 대출원금에 육박하는 '땡빚'이라는 표현도 그때 유행했다. 이렇듯 중앙정부가 각 경제활동 개체간의 약속(통화의 가치)을 명확히 규정하고 관리하면 이후 시장은 자연스러운 경쟁을 통해 스스로 성장케 하는 기조를 통화주의라고 한다. 이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업을 벌여야 한다는 케인스주의와 대척점에 있다. 지금은 세계 경제가 오랜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적어도 세계 경제의 주요국들은 통화주의 정책을 통해 경제를 관리하게 되었다. 즉, 통화정책으로 금융시장을 안정시켜서, 차입자와 저축자가 거래비용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연결되기 시작하면 그 외의 정책은 보조적인 수단으로 삼는 것이다. 국내에서 현금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현금을 쥐고 있기보다는 금이든 해외주식이든 실물을 보유하는 추세가 한동안 계속되었다.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은 아파트 시장이다. 연이은 대출 구제책으로 인한 가계부채 증가도 서울 집값을 올리는데 한몫을 했다. 부동산이 너무 오르면 그 부작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기업의 생산요소로서의 토지 조달비용이 오르면 생산비가 오르고 물가가 오르고 다시 부동산이 오르는 악순환을 어디쯤에서는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 물가상승률이 둔화되었다고 해도 지금까지 오른 물가가 원상복구 되는 것은 아니다.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해서 유동성을 완화하면 그 상당 부분이 결국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 우리 시장의 특성이다. 남의 돈을 사실상 내 돈처럼 그냥 쓸 수 있는 시대를 보내면 그 대가는 늘 모두가 함께 치루어야 했다. 다소 고통스럽지만 우리는 통화주의 시대에 적응해야 할 때이다. /이수준 로이에아시아컨설턴트 대표

2024-10-16 11:00:17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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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우리는 "모두가 꽃이야"

80년대 중반인가 장흥 앞바다 파도와 김발을 두고 벌어지는 갈등을 그린 한승원 작가의 소설 '그 바다 끓며 넘치며'를 읽고 줄거리보다 문장에 자연과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이 깃들었음을 느꼈다. 파도치는 바다와 어민들의 생명줄인 김발에 대한 작가의 깊은 애정을 읽을 수 있었다. 수십 년 후 그의 딸 한강 작가가 소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듣고 장흥 태생인 어떤 선비에게, 한강이 우리나라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사실, 소설 '채식주의자'를 읽기는 읽었어도 작가가 던지는 깊은 뜻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어릴 때 굿판에서 벌어지는 작두춤을 보면서 가졌던 비현실적 느낌도 가졌다. 그 뒤로 우리나라 정남진 앞바다의 수평선과 푸른 파도를 보고 싶었으나 약속이 자꾸 틀어져 아직도 가지 못했다. 수년 전 서점에서 두리번거리다 "할매들은 詩방"이라는 시집을 집어 들었다. 장흥 '시골 할머니'들이 뒤늦게 한글을 깨치고 시를 배워 엮었는데 할머니들의 꾸밈없는 인생 역정에 순수함이 여울져 있었다. 지금도 가끔 집에서 읽어보고 감동도 받고 성찰도 한다. 나이 7~90이 되어 처음으로 연필을 잡아 봤다는 할미들이 어려웠던 과거와 그나마 다행인 현재와 미지의 내세를 적었다. 자신이 살아온 생에 대한 고난과 이웃에 대한 애정을 그려내어 다시 볼수록 감동이 진해진다. 어른이 아닌 어린이가 쓴 동시처럼 천진난만한 느낌과 순수한 멋을 낸다. 90세 김남주 아기(?)는 '모두가 꽃이야'라는 시를 썼다. "모두 다 꽃이야. 산에 피어도 들에 피어도 모두 다 꽃이야.//아무 데나 피어도 꽃이고 이름 없이 피어도 꽃이야. // 봄에 피어도 꽃이야 여름에 피어도 꽃이고 몰래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이 시를 읽으면서 박애 정신이 깃든 '홍익인간' 이념을 떠올렸다. '아무 데서나 피어도' 꽃처럼 아름답고 '몰래 피어도 예쁘니 무슨 꽃이든 꽃은 모두 꽃처럼 대우'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바닷가 마을에서 세상 이치를 관조하지도 못하고 부엌데기로 고생만 한 할머니께서 이토록 마음 씀이 크니 어찌 아니 놀라운가? 사람은 모두 사람 대우를 받아야 하는데, 돼먹지 못한 셀럽 의식이 곳곳으로 번져가며 간질간질해진 우리 사회가 귀담아야 할 말이 아닐까? 엊그제 새벽, 신문을 집어 들자 1면에 수줍은 웃음을 웃는 여성의 대형 사진과 함께 아시아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뉴스를 보고 깜짝했다. 이 땅에서 한국인 모두가 축복받을 상쾌한 장면으로 몇 번 겪어보지 못한 설렘이다. 올해 노벨상으로 한강 작가가 선정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고 하지만, 세계 유수의 언론이 한강에게 보낸 평가를 종합해 보면 아픈 이들의 상처를 공감하며 함께 치유하려 다짐한다는 이야기다. 스웨덴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 했는데, 인간 세상에서 사람보다 더 중요한 무엇이 어디 있겠는가? 만약 '모두가 꽃이야' 시를 지은 '김남주 아기'가 일찍이 글을 배우고 세상을 읽기 시작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서민들의 정신적 고통과 육체적 아픔을 어루만지려 노력한 네루다(P. Neruda) 같은 불세출의 시인이 되었을지 모른다. 작가 한강도 개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세상이 잘못되어 어쩔 수 없이 당해야 하는 아픔들을 공감하고 치유해 보려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가 모두 꽃이 되는 그날까지.

2024-10-15 09:23:04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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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K-위스키'의 발전을 위한 제언] ②세계 5대 위스키 강국 소개 및 스코틀랜드 증류소 탐방기

위스키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애호가를 보유한 주류 중 하나로, 그 품질과 명성은 각 나라의 전통과 역사에 깊이 뿌리내려 있다. 특히 세계 5대 위스키 강국으로 불리는 스코틀랜드·아일랜드·미국·캐나다·일본은 각기 다른 방식과 철학을 통해 독특한 위스키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 5대 위스키 강국의 특징을 간략히 소개하고 위스키의 성지라 불리는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와 캠벨타운의 스카치 싱글몰트 증류소를 직접 탐방한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스코틀랜드는 위스키의 본고장으로 '스카치 위스키'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다. 이곳의 위스키는 몰트와 그레인으로 구분되며 특히 몰트 위스키는 전통적인 제조 방법과 오랜 숙성 과정을 통해 복합적인 풍미를 자랑한다. 스코틀랜드의 다섯 주요 생산 지역인 하이랜드·스페이사이드·아일라·로우랜드·캠벨타운은 각각 독특한 풍미를 지닌 위스키를 생산하고 있어 지역에 따른 미묘한 차이를 경험하는 재미가 있다. 아일랜드는 스코틀랜드와 함께 위스키의 역사를 공유하는 나라로 '아이리시 위스키'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아일랜드 위스키는 대체로 스코틀랜드 위스키보다 부드럽고 가벼운 맛이 특징이다. 아일랜드 위스키는 보통 3번의 증류를 거치며 피트를 사용하지 않아 스모키한 향이 덜하기 때문이다. 미국 위스키는 '버번'과 '라이 위스키'로 대표된다. 켄터키와 테네시 주에서 주로 생산되며 버번 위스키는 옥수수를 주원료로 하고 새 오크(New Oak) 배럴에서 숙성되어 달콤하고 풍부한 맛을 낸다. 테네시 위스키는 버번과 비슷하지만 증류액을 단풍나무 숯으로 여과하는 특유의 과정을 거쳐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지닌다. 캐나다 위스키는 '라이 위스키'로 잘 알려져 있다. 부드럽고 가벼운 풍미가 특징이며 캐나다 위스키는 다양한 곡물을 혼합해 만들기 때문에 위스키마다 그 맛과 향이 매우 다양하다. 일본은 비교적 늦게 위스키 시장에 진입했지만 독창적인 스타일과 높은 품질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일본 위스키는 스코틀랜드 위스키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더 섬세하고 정교한 맛이 특징이다. 이러한 특징을 기반으로 오늘날 세계적인 대회에서 수많은 상을 수상하며 그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국가별 위스키의 차별성을 글이 아닌 몸으로 체험하기 위해 틈이 날 때마다 다양한 국가의 증류소를 방문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와 캠벨타운에서 방문한 증류소 두 곳을 소개하고, 필자가 근무했던 글래스고의 클라이드사이드 증류소의 하루를 공유하고자 한다. 스페이사이드 지역에 위치한 M 증류소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스카치 위스키 중 하나를 생산하는 곳이다. 이곳은 위스키 애호가들 사이에서 '위스키의 롤스로이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그 품질과 명성이 자자하다. 이 곳의 위스키는 주로 셰리 오크통에서 숙성되며 깊고 풍부한 맛이 특징이다. 증류소 투어 중, 셰리 오크통에서 숙성 중인 다양한 빈티지의 위스키를 직접 맛볼 수 있었고 각각의 위스키가 지닌 미묘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이곳의 생산 과정은 첨단 기술과 전통적인 제조 방식을 조화롭게 결합하여 특유의 부드럽고 깊은 맛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었다. S 증류소는 캠벨타운(Campbeltown) 지역에 위치한 소규모 증류소로 전통적인 방식으로 운영되는 몇 안 되는 증류소 중 하나다. 보리를 맥아로 만드는 과정부터 숙성이 끝난 위스키를 병입하는 모든 공정을 직접 하는 유일한 재래식 증류소로 오늘날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이 곳의 위스키는 구수한 피트, 스모키 향과 함께 바다의 짭짤한 느낌을 지니고 있어 독특한 개성을 자랑한다. 증류소 투어 중 제맥, 당화, 발효, 증류, 숙성, 병입까지 모든 과정을 현장에서 직접 볼 수 있으며 이는 이 곳의 위스키가 어떻게 그 독특한 풍미를 가지게 되었는지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필자가 2021년 9월부터 2024년 1월까지 근무한 클라이드사이드 증류소는 위스키 지역구분상 로우랜드(Lowland)에 속하는 글래스고에 위치하고 있다. 짧은 발효시간과 컷포인트(숙성에 사용할 본류 증류를 중단하는 시점)로 깔끔하고 정제된 풍미의 위스키 원액을 생산한다. 매주 일요일 밤부터 금요일 밤까지 24시간 가동하는 생산시설을 운용하려면 위스키 제조 공정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가 필수적이다. 이 곳으로 들어오는 원료는 몰트(맥아)와 효모, 호수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 세가지뿐으로 약 4일만에 70도 이상의 맑은 증류 원액이 되어 오크통 안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숙성중인 원액은 꼬박 3년하고도 1일을 오크통 안에서 기다려야 스카치 위스키라는 이름으로 출시된다. 위스키는 만드는 사람과 즐기는 사람 모두에게 인내와 여유를 요구한다는 것을 몸으로 배운 시간이었다. 위스키는 단순한 주류를 넘어, 각 나라의 전통과 문화를 담고 있는 예술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5대 위스키 강국의 위스키들은 각각의 역사와 철학을 바탕으로 독특한 풍미를 자랑하며 이는 전 세계의 애호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경험을 통해 위스키의 매력을 느끼고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2024-10-14 14:13:39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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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마음을 안정시키고 숙면을 유도하는 '상추'

한국인이 제일 좋아하는 고기를 꼽으라고 하면 아마도 삼겹살이 1등을 할 것이다. 삼겹살을 먹을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쌈 채소, 그중에서도 '상추'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시원한 맛과 식감이 삼겹살과 무척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유럽이 원산지인 상추는 이집트 벽화에 기록이 남아 있으며, 우리나라도 고구려 시대 때 이미 상추를 재배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기록들이 남아있다. 『성호사설』에서는 여러 종류의 쌈 중 상추쌈을 최고로 친다고 했다. 한방에서는 와거(??)라는 본초명을 가진 상추가 찬 성질을 가졌기에 갈증으로 입이 마르는 것을 막아준다고 한다. 특히 몸에 열이 많아 여름에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들에게 좋다. 근래 들어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는데 상추는 숙면을 돕는다. 상추 줄기를 꺾으면 분비되는 유백색 액체에는 락투카리움이라는 성분이 들어있는데 이 성분은 예민해진 신경을 진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심한 스트레스로 신경이 곤두서거나 머릿속이 복잡해서 잠이 잘 안 올 때 상추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상추는 또한 다양한 플라보노이드를 함유하고 있다. 특히 여러 종류의 상추 중 적색 계열 상추에 함유돼 있는 루테올린이 대표적이다. 항산화, 항암, 항염 작용은 물론 눈 건강을 증진시키고 기억력 감퇴 예방 등 뇌 건강에도 효과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상추는 맛이 익숙하고 값도 싸고 다른 채소에 비해 자주 접할 수 있으며, 영양성분만 따져보아도 몸에 무척 좋은 식재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의 상추가 수분을 90% 이상 함유하는 것은 물론 동시에 풍부한 식이섬유를 가지고 있어 변비와 비만 예방에 효과적이다. 베타카로틴의 함유량 역시 채소류 중에서도 높은 편이며 임산부에게 좋은 엽산 또한 많이 들어있다. 음식을 짜게 즐기는 사람들이 꼭 챙겨야 할 칼륨도 풍부한데 고기를 먹을 때 소금에 찍어 먹거나 기본적으로 짠 음식인 김치와 먹어야 직성이 풀린다면 상추를 같이 먹는다면 건강 걱정을 덜 수 있을 것이다.

2024-10-14 05:32:31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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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윤 변호사의 부동산 세상] 공사비 증액과 총회 의사정족수 가중 의미

도시정비법은 재건축·재개발조합의 조합원 총회 의결정족수로 '조합원 과반수의 출석'을, 의사정족수는 '출석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동법 제45조 제3항). 그러나 조합원 총회의 형해화를 방지하기 위해 일정한 결의사항에 대하여는 의결·의사정족수를 가중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사업의 중요한 절차인 사업시행계획서의 작성·변경, 관리처분계획의 수립·변경의 경우,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규정해 의사정족수를 가중하고 있습니다(동법 제45조 제4항 본문). 더 나아가 이 경우 정비사업비가 10% 이상 늘어나는 경우에는 '전체 조합원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해 의사정족수를 한층 더 가중했습니다 (동법 제45조 제4항 단서). 최근 위 규정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판결이 있습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24. 2. 8.자 2023카합20435 결정, 서울고등법원 2024. 5. 21.자 2024라20299 결정, 대법원 2024. 8. 29.자 2024마6538 결정). 재건축조합은 조합원 총회에서 '기존 공사도급계약상의 공사계약금액을 증액하는 내용의 약정서' 체결의 결의를 했습니다. 그러자 조합원들 중 일부가 이는 도시정비법 제45조 제4항 단서가 정하고 있는 '관리처분계획의 변경으로 정비사업비가 10% 이상 늘어나는 경우'에 해당하는데, 전체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없었으므로, 위 총회 결의는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조합원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동법 제45조 제4항 단서의 정족수 가중규정은 그 문언과 취지상 '향후 관리처분계획의 변경절차가 수반될 수도 있는 개개의 약정을 체결하는 경우와 관련된 결의'를 하는데까지 확대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 주요 이유였습니다. 동법 제45조 제4항 단서는 '관리처분계획 변경을 위한 결의' 그 자체에 대해 의사정족수를 가중하는 규정이라고 본 것입니다. 법원은 정비사업비가 확정적으로 변경되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관리처분계획의 변경 및 인가절차 등을 거쳐야 하는데, 아직 그와 같은 절차를 거치지도 않은 만큼 '정비사업비가 확정적으로 변경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습니다. 조합원들은 공사비가 10% 이상 증액될 경우 변경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신청해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변경계약에 해당하는 위 약정을 체결하기 전에 공사비 검증신청을 하지 않은 점 역시 무효사유로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도시정비법은 '공사비 증액 비율이 10% 이상인 경우 조합은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요청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동법 제29조의2 제1항 제2호 가목). 그러나 이를 위반한 법률행위의 효력을 무효로 한다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법원은 이를 주요한 이유로 들어 사전에 공사비 검증 신청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결의가 이뤄졌다고 해 결의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2024-10-13 14:18:05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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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55>와인 '오픈런'에 대한 단상…"사랑은 식지 않았어!"

<255>제임스 서클링 '그레이트 와인스 월드 서울 2024' 이미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행사장 둘레를 돌고도 꺾어져 사람들이 올라오고 있는 에스컬레이터 부근까지 이어졌다. 지난 2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그레이트 와인스 월드 서울 2024'에 참석하려는 이들이다. 작년에 사람들로 바글바글 했다는 얘기를 들었던지라 30분 전에 일찌감치 도착했는데 이런 '오픈런(시작시간 전부터 줄을 서서 대기하는 것)'은 예상치도 못했다. ◆ 와인시음회에 '오픈런'…1시간 전부터 대기줄 오픈런의 대상은 다름아닌 와인 시음회다. 와인 인기가 시들하다더니 돈을 내는 유료 시음회, 그것도 1인당 14만원이나 하는 입장료에도 사람이 몰렸다. '그레이트 와인스 월드 서울 2024'는 와인업계에서는 스타급인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이 주최하는 시음 행사다. 원래 매년 열리도록 기획됐지만 팬데믹으로 중단됐다가 작년부터 다시 열렸다. 전 세계의 뛰어난 와인을 한 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기회다. 올해는 150개 와이너리가 260여종의 와인을 들고 왔다. 제임스 서클링은 시음회 도중 단상에 올라 "지난 몇 년간 한국 와인시장의 성장세는 경의로울 정도"라고 강조했다. 제임스 서클링은 아시아 투어(서울·홍콩·도쿄·방콕)의 첫 행선지로 한국을 선택했다. 그만큼 향후 전망도 밝게 본다는 얘기다. 한 모금에 감탄을 자아내는 와인도 많았지만 일단 이번 시음회의 가장 큰 성과는 다름아닌 한국인들의 와인에 대한 식지 않은 애정 혹은 열정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 와인 전성기를 위한 힌트 식지 않은 사랑은 확인했다. 그럼 무엇이 문제일까. 우리 사이가 뜨뜻미지근 했던 이유는. 원인을 파악한다면 와인을 다시 전성기로 이끌 해법도 나올 터. 첫번째 힌트는 검증된 와인에 대한 환호다. 시음회에는 제임스 서클링 포인트 92점 이상을 받은 와인만 참여할 수 있다. 제임스 서클링 팀은 작년 한 해에만 3만9000종에 달하는 와인을 직접 시음하고 점수를 매겼다. 최저 기준이 92점이지 올해 행사에는 대부분 95점 이상 받은 와인들이 나왔다. 가격이 문제가 아니다. 이날 선보인 와인 가운데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비싼 와인도 물론 많았지만 그만큼 자리를 채운 것이 가성비, 또는 합리적인 가격에 수입되고 있는 와인이었다. 99점을 받은 돈 멜초 2021빈티지는 칠레 와인 명가 비냐 콘차이토로의 브랜드 앰배서더로 활동하고 있는 양윤주 소믈리에가 직접 디켄팅을 해서 따라줬다. 돈 멜초는 프리미엄 포도밭에서도 개성에 따라 구획을 나눠 양조한 뒤 매년 최고의 균형을 이루도록 블랜딩 비율을 바꾼다. 복합적인 향은 물론 좋은 산도와 부드러운 타닌이 길게 이어진다. 이탈리아 와이너리 리카솔리의 '카스텔로 디 브롤리오'는 최상급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이다. 좋은 해에만 와인을 만드는데 세 곳의 프리미엄 포도밭에서 재배한 포도를 섞어 균형감이 뛰어나다. 2020 빈티지는 96점을 받았다. 리카솔리는 무려 32대에 걸쳐 운영되고 있는 이탈리아 최장수 와이너리다. 두번째 힌트는 다양성이다. 항상 신제품이 나왔는지를 묻는 한국인의 속도를 수입사들이 못 따라왔다. 기존 평론가들이 보르도 와인이나 레드와인에 주목했다면 제임스 서클링은 시야를 넓혀 다양한 와인 산지를 알렸고, 화이트 와인의 진가를 강조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시음회에서는 기존 와인 종주국과 함께 포르투갈, 그리스, 캐나다, 세르비아, 우루과이 등의 와인도 맛 볼 수 있었다. 김수환 금양인터내셔날 부사장은 "한국 와인 시장 역시 경기와 떼놓고 볼 순 없지만 전체적으로 우상향하는 시장으로 주춤했던 올해보다는 내년이 좋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프리미엄 와인을 찾는 수요와 함께 뉴질랜드 와인 같이 맛이 검증되면서 가성비가 좋은 와인이나 MZ세대를 중심으로 도수가 낮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와인에 대한 선호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2024-10-10 15:13:51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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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대량학살 국가관에 반대한다'

지난 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이 시작된 지 1년이 됐다. 그러나 종전의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가자지구에서 레바논, 시리아, 그리고 이란을 향하며 중동 전체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문제는 민간인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한 언론은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 OCHA)과 가자지구 보건부 등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 1년간 가자지구에서 목숨을 잃은 민간인 포함 팔레스타인은 4만1802명이라고 보도했다. 사망자의 약 70%는 어린이와 여성으로 알려진다. 가자지구 사망자 수는 1967년의 제3차 중동 전쟁 때보다도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언론들은 아랍권이 이스라엘과의 수십 년 분쟁 역사상 가장 많은 인명 손실을 봤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선 가자 전쟁을 제노사이드(Genocide)로 꼽는다. 제노사이드는 인종, 민족, 종족, 이념 등의 대립을 이유로 특정 집단을 고의적 및 제도적으로 말살하는 행위를 뜻한다. 지난 4월, 베니스 비엔날레(la Biennale di Venezia, 2024.04.20.~11.24.) 이스라엘 국가관의 작가 루스 파티르(Ruth Patir)와 큐레이터들은 이스라엘에 의한 팔레스타인 가자 학살을 옹호하지 않는다며 휴전과 하마스가 납치한 인질들을 석방 때까지 문을 닫기로 했다. 이에 대해 본전시 예술감독 아드리아노 페드로사(Adriano Pedrosa)는 "현명하고 용기 있는 결정"이라며 지지했다. 사실 베니스 비엔날레 개막 전부터 수천 명의 예술가, 큐레이터, 비평가들이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에 항의하기 위해 이스라엘 국가관을 비엔날레에서 제외할 것을 촉구했다. 국가관들이 들어선 자르디니(Giardini di Castello) 구역에는 대량학살 반대 예술 연맹(ANGA)을 비롯한 시위대들이 '대량학살 국가관에 반대한다'(No To The Genocide Pavilion)는 팸플릿을 뿌렸다. 본전시에도 동일한 맥락의 작품들이 곳곳에 들어섰다. 이처럼 예술가들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무의미한 살상'에 연대를 표했다. 여기엔 국가와 인종의 구분은 없다. 전쟁 뒤에 감춰진 파괴적 본능과 정치적 계산, 그로 인해 드러나는 허무와 비극만 존재한다. 윤리적 지향성이 결여된 거대한 폭력에 대한 규탄, 인간 '존재'의 근본적 불안과 '실존'의 허무를 반영한 '저항'이 있을 뿐이다. 광주비엔날레(2024.9.7.~12.1.)는 5.18민주화운동의 저항 정신을 뿌리로 한다. 저항 정신은 곧 '광주 정신'이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자행된 국가 폭력 앞에 당당히 항거하며 이겨냈던 공동체 정신과 기억과 애도, 연대와 투쟁의 미학적·실천적 정신이 광주 정신이라는 것이다. 실제 광주비엔날레는 늘 역사적 시민 투쟁은 물론 여러 동시대 시민 투쟁을 조명하는 광주 정신의 중요성을 언급해왔다. 광주비엔날레는 올해 행사에 역대 최대인 30여개의 국가관을 마련했다. 이스라엘 문화기관인 CDA홀론(국가관)을 앞세운 이스라엘도 포함됐다. '우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주제로 한 전시에는 인간의 정의를 묻거나 사회적·정치적으로 은폐된 것들을 되짚는 작업들이 출품됐다. 개중엔 유대인들의 디아스포라(Diaspora)적 역사를 말한다. 넓게 보면 존재와 실존의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타인의 폭력과 고통에 대해선 침묵한 채 에둘러 표현한 존재와 실존은 공허하다. 광주정신을 표방하고 있음에도 인류를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는 국가를 초대한 광주비엔날레는 위선적이며 모순적이다. 광주비엔날레가 진정 광주 정신을 계승하고 연대를 가치로 내걸었다면 세계 많은 예술가들이 그러했듯 '대량학살 국가관에 반대한다'고 했어야 했다.■ 홍경한(미술평론가)

2024-10-10 15:02:44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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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치승 교수의 경제읽기]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이대로 둘 것인가?

[송치승 교수의 경제읽기]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이대로 둘 것인가? 우리는 간혹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라는 말을 듣는다. 이는 노동시장이 1차 시장과 2차 시장으로 구분되어 있다는 뜻이다. 혹자는 1차 노동시장을 상층시장, 그리고 2차 노동시장을 하층시장이라 말한다. 1차 노동시장은 대기업과 공기업 등의 정규직으로 구성된 시장이고, 2차 노동시장은 대기업이나 공기업의 비정규직과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시장이다. 1차 시장, 2차 시장이란 말에서 풍기 듯, 1차 노동시장은 임금, 고용안정, 연금 등이 제공되는 양질의 일자리이다. 반면 2차 노동시장은 그렇지 못하다. 노동시장 이해를 위해 몇 가지 통계치를 살펴보자. 첫째, 기업 규모별 기업 수치이다. 2022년 KOSIS 자료에서 우리나라 전체 기업수 734만3521개 중에서 중소기업이 99.87%이고, 나머지 0.13%가 대기업과 중견기업이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 대부분이 2차 노동시장에 해당하는 중소기업이며, 1차 노동시장에 속하는 중견기업 이상 대기업의 수가 매우 적다는 걸 말해준다. 둘째, 기업 규모별 종사자 수치이다. 2021년 중기벤처부의 기업 규모별 종사자 수를 살펴보면, 전체 종사자 2286만5491명 중에서 중소기업이 80.9%를 차지하고, 중견기업과 대기업이 19.15%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근로자 100명 중 81명이 중소기업에 근무한다는 걸 의미한다. 셋째, 근로 형태별 정규직과 비정규직 수치이다. 2023년 KOSIS의 근로형태별 월평균 임금 및 비중을 보자. 임금근로자 중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월평균임금은 각각 362만3000원, 195만7000원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비중은 각각 63%, 37%이다. 정규직 평균 임금을 100%로 할 때, 비정규직 평균임금은 54%로 절반이 겨우 넘는다. 그런데 이 수치에는 기업 규모가 고려되어 있지 않다. 넷째, 기업 규모별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차이를 살펴보자. 2023년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실태조사 자료에서 기업 규모와 고용형태별로 사업체 규모 300인 기준의 시간당 임금은 우리의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잘 설명해 준다. 300인 이상 정규직을 100%로 가정하는 경우, 300인 이상 비정규직 임금이 65.3%이고, 300인 미만 정규직이 57.65%이고, 300인 미만 비정규직이 43.7% 순으로 낮게 나타나고 있다. 여기서 300명 이상은 중견기업 이상의 대기업으로 보고 300명 미만의 경우 중소기업으로 간주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여기서 대기업 정규직은 1차 노동시장에 속하며, 대기업 비정규직은 물론이고 중소기업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2차 노동시장에 속한다. 다섯째, 직업유형별 노조조직률 자료를 보자. 2022년 고용노동부의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에 따르면 전체 조합원 수는 272만2000명으로 이들의 노조조직률이 13.15%를 나타낸다. 이 중에서 민간기업의 노조조직률은 10.1%로서 조합원 수가 207만1000명인데, 이들 대부분이 중견기업 이상의 대기업으로 보면 무방할 것 같다. 그리고 나머지 65만1000명이 공기업, 교원, 공무원 등으로 구성되고 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우리나라 노동조합이 중소기업과는 거리가 먼 이른바 상층 노동시장이라 말할 수 있는 대기업 등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이다.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 대부분 근로자가 노조가 없는 조직에서 종사하면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정부에 제대로 내지 못한다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우리 노동시장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중소기업이나 대기업 비정규직으로 구성된 2차 노동시장에서 이들이 1차 노동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과거 정부에 이어서 현 정부도 우리의 자녀나 손주가 2차 노동시장에서 1차 노동시장으로 이동하는 경로나 기회가 막혀있는 상황을 개인의 능력 차이, 교육격차, 부모의 사회적 지위 차이 등과 같은 개인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 혹시 무위이화(無爲以化)의 염원으로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닌가? 조속히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사회적 이동이 원활한 나라가 되도록 하자. 이런 사회가 건강하고 경제도 발전한다. 중소기업에서 처음 일을 시작해 경험을 쌓고 대기업으로 자유롭게 옮겨가는 사회적 이동이 활발한 미국을 상기하자. /원광대 경영학과 교수

2024-10-10 09:02:26 박승덕 기자